문서의 임의 삭제는 제재 대상으로, 문서를 삭제하려면 삭제 토론을 진행해야 합니다. 문서 보기문서 삭제토론 베인글로리/스토리 (문단 편집) == 스카이 & 바론 == || {{{#fff '''스카이, 바론 영웅 이야기''' }}} || || {{{#fff '''1편 '스카이의 약속' ''' }}} || || {{{#!folding [ 펼치기 · 접기 ] [[파일:스카이 바론 이야기1.jpg|width=100%]] “스카이! 지금 여기서 무얼 하는 거냐!” 장군의 그림자가 격납고 안으로 길게 드리워졌다. 스카이는 기체의 조종석에서 슬쩍 바깥을 바라보았다. 기체 전면 장갑의 절반은 날아가 있었고, 검게 그을렀으며 충격에 의해 움푹 패어있었다. 드라이버를 이빨로 문 채, 새까맣게 탄 작동기를 땅바닥에 던져놓고서야 스카이는 응대했다. “여기 와 주셔서 고마워요 아빠(Abba). 폐기체를 어떻게 할지에 대한 계획을 설명드릴게요.” “그만두어라. 엄마랑 약속하지 않았느냐.” 하지만 스카이는 아빠의 말을 듣지 못한 듯 말을 이었다. “추진 장치는 이상 없어요. 기체의 보호 장갑만 손보면...” 몸을 숙이며 스카이는 말을 이어갔다. “장갑의 문제를 제가 파악했죠. 매번 새로운 세대의 기체가 나올 때마다 우린 장갑을 덧붙였어요. 때문에 중량이 증가했고, 늘어난 무게를 감당하려 엔진도 커지고 수정력도 더 많이 필요...” “그 때문에 더 많은 수정 광산이 필요하게 되었고 그를 둘러싸고 전쟁이 빈발하고 있지.” 장군의 얼굴은 딱딱했으나 눈빛과 목소리는 여전히 부드러웠다. “지금은 이런 토론을 할 때가 아닌 것 같구나.” “들어보세요 아빠. 기체가 너무 느려서 쉽게 조준 당하는 거라구요.” 스카이가 말을 하며 헐거워진 나사를 풀어내자 나사가 팅팅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졌다. “여태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던 거예요. 우린 기체의 기동성을 더 높여야 해요.” 헐렁해진 전면 장갑을 스카이가 발로 차자 장갑이 완전히 떨어져 나갔다. “그리고 화력을 더 늘리는 거예요. 이 녀석에게 25밀리 중기관총을 달았어요. 그리고 후면 날개엔 고출력 추진 장치를 달았고, 마무리로 할시온 로켓 포대도 장착했어요. 예 아빠 알아요. 이 정도의 무장은 위험할 수 있...” “스카이. 그녀가 오고 있단다.” 듣다 못한 장군이 딸의 말을 끊었다. “그녀라니요? 설마?” “음. 벌써 왔군. 자 일들 하시게나.” 문 쪽에서 서두르는 발걸음 소리와 함께 일단의 사람들이 들이닥쳤다. 남자 두 명이 전신 거울을 안으로 들여다 놓았고 재단사는 입술에 핀을 물고서 옷감을 준비했다. 그 외에도 네일 아티스트, 미용사 그리고 화장 도우미 로봇까지 부산을 떨어댔다. “어허. 기름때 묻히지 않게 조심하라고. 그 실크는 네 월급보다 비싸니까.” 풍성한 올림머리를 한 검은 눈동자의 여인이 날카로운 목소리로 지시를 내렸다. “엄마, 여기서 뭐하는 거예요?” 스카이가 조종석에서 징징댔다. “오늘 밤 간택식에서 안 갈 거냐 이 망아지 같은 녀석아. 그딴 것에서 얼른 내려오지 못해!” “안 간다고 말했잖아요. 지금 간택식이 문제가 아니라니까요. 전쟁이 일어나고 있어요.” 스카이는 도와달라는 듯이 아빠를 향해 구원의 눈길을 보냈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장군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광산을 둘러싼 전쟁은 늘 벌어지고 있지. 그리고 너도 이젠 시집을 가야 하지 않겠느냐.” “난 파일럿이에요 아빠. 그리고 아빠 부하 중 가장 뛰어난 파일러.. 아야!” 메이크업 봇이 핀셋으로 눈썹을 뽑아내자 놀라서 움찔거렸다. 메니큐어리스트는 스카이의 부러진 손톱과 굳은 살을 손질하며 혀를 쯧쯧 차댔다. 헤어디자이너는 머리끈을 벗겨내어 엉킨 머리카락을 풀기 위해 거칠게 빗짓을 해댔다. “색조 화장에서 검은색은 빼도록.” 스카이의 엄마가 로봇에게 지시했다. “검은색은 눈을 작게 만들지. 그리고 입술은 풍성하게 그려. 입술이 탐스러워야 사랑을 받는 법이야.” 도우미 로봇은 스카이가 씩씩대는 것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묵묵히 마님의 지시를 따라 화장을 칠해갔다. “이봐요 엄마. 이렇게 변장수준의 화장에 성공해서 오늘 밤 명문가의 며느리로 간택된다고 쳐요. 그럼 그 댁 아들은 내 쌩얼을 보고 뭐라고 할까?” “물고기를 잡는 방법과 보관하는 방법은 다르지.” “하! 그래서 남자는 물고기다?” 스카이가 툴툴댔다. “머리에는 금빛 고리와 화초를 올리거라.” 스카이의 엄마가 그녀의 말은 무시한 채 말했다. “스카이, 오늘은 정말 중요한 날이란다. 바론의 모친이 며느릿감을 고르는 날이지 않으냐.” 스카이는 머뭇거렸다. “그녀는… 그녀는 절대 날 선택하지 않을 거예요. 오늘 밤 간택식엔 명문가의 영애들이 많이 나올 거란 말이에요.” 미용사가 마님의 지시를 받아 의자 위에 올라서서 스카이의 머리를 장식하기 시작했다. “모름지기 이러한 선택에는 항상 정치가 개입되지. 장군의 딸은 단순히 여성의 미모를 넘어선 특별한 의미를 지닌단다.” 어머니가 답했다. “군소 가문들이 자신들의 영예를 바론가와 맺지 않으려고 한다면 그건 무척 큰일이다. 실질적으로 바론의 권위에 대항하는 행위로 해석되어, 전쟁이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아.” 근심이 가득한 목소리로 장군이 말했다. “흥. 만약 그들이 전쟁을 원한다면 매운맛을 보여줄 거에요. 내 새로운 기체로 박살 내 버릴거라구요.” 스카이의 조종사복이 벗겨지고 재단사가 드레스를 입혔다. 그가 무릎을 꿇고 핀을 꽂아가며 바쁘게 단을 조정하는 사이 스카이의 엄마가 다시 닥달했다. “똑바로 서봐. 그대로 두었다간 드레스가 미니스커트가 되겠어!!”}}} || || {{{#fff '''2편 '선택' ''' }}} || || {{{#!folding [ 펼치기 · 접기 ] [[파일:스카이 바론 이야기2.jpg|width=100%]] 테이블 위에 각자의 이름이 적혀 있는 은색 타일이 놓여있다. 스카이는 긴장에 가득찬 채 테이블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소녀들을 비집고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다른 쪽에선 결혼적령기의 청년들이 모여 윷놀이를 하며 ‘간택’의 결과엔 관심이 없다는 듯 흥겹게 소리를 질러대고 있었다. 반면, 젊은 처자들은 서로의 이름을 힐끔거리며 고위 가문의 안방마님이 과연 누구를 며느리로 낙점할까에 대해 수다를 떨어대느라 정신이 없었다. 스카이는 한 쪽 눈을 감은 채 호랑이 가문의 장녀이자 이쁘장하기까지 한 ‘나리’란 이름의 소녀를 쏘아보았다. 그녀의 가녀린 손목엔 발톱이 제거된 호랑이를 묶고 있는 벨벳 목줄이 감겨있었다. 호랑이는 약에 취해 모여있는 사람들을 꿈뻑꿈뻑 쳐다보고 있었다. “스카이, 네가 괜찮은 가문에 간택되었으면 좋겠어.” 그녀가 말했다. “안방마님이 깜짝 놀랄만한 간택을 한다면, 이 지루한 분위기가 깨지려나.” 바론 실버를 위해 호랑이 가문의 영애를 선택하는 게 외교적으로 현명한 선택임은 모두에게 잘 알려진 사실이었다. 올해 호랑이 가문은 실버 가문과 전면전을 벌이고 있다. 군사력의 호랑이 가문답게 실버 가문의 메카닉 부대를 초토화시키고 있었다. … 하지만 스카이의 혁신이라면 … 스카이는 손가락이 쿡 찌르는 느낌이 들어 얼른 자세를 똑바로 했다. 그녀의 지난 밤, 그녀의 엄마가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옆구리를 멍이 들도록 찔러대고, 주의사항을 주입시켜 댄 효과가 나타난 것이었다. 스카이는 얼굴에 가면을 두른듯 가식적인 웃음을 띤 채, 나리의 말에 대꾸하기를 거부하곤 고귀한 아가씨가 물러날 때까지 그녀의 지루한 눈빛을 견뎌냈다. “휴, 숨 좀 돌려야겠어.” 스카이는 두 개의 허니 파이를 외투 소매 속에 숨겨 어두운 정자로 향했다. 저 멀리, 큰 언덕 아래 실버 가문의 저택이 보였다. 외딴 마을과 농지와 미니언 캠프를 지나, 밤 하늘 아래서 고요하고도 섬뜩한 푸른 빛을 내는 수정 광산도 보였다. 그 풍경을 보며 스카이는 파이를 한 입에 털어넣었다. “너한테서 기름 냄새가 나는군.” 바론이 그녀 뒤로 가까이 다가오며 말했다. 그의 숨결에 스카이의 목 뒷덜미가 간질거렸다. 바론은 그녀에 손에 들린 남은 파이 하나를 뺐어들어 자기 입에 집어넣었다. 그는 자기 가문을 상징하는 은색 자수가 새겨진 예복을 입고 있었고, 손가락엔 은반지가 가득했다. 옷을 걸쳤다기 보단 부를 걸친 느낌이었다. 그 모든 부는 그의 증조부가 수정 광산에서 시작된 것이었다. 다른 모든 가문이 수정을 얻기 위해 경쟁하고, 싸우고, 죽었다. 실버 가문은 단지 캐기만 하면 되는 그것을 말이다. “뭘 모르시는구만.” 스카이는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려는 몸짓으로 팔짱을 낀 채 말을 이어갔다. “이거 최신 향수라고. 이번 시즌, 모든 여성들이 사용하는 거거든.” “머리 이쁘네.” “이제 매일 아침 이렇게 해야겠네.” 바론이 정자의 기둥에 몸을 기대며 말했다. “아버지들께서 지도를 보며 전략을 짜는 동안, 너와 내가 같이 놀던 어린 시절이 그리 오래 전 같지 않은데 말야…” “이제 곧 네 아버지 전쟁을 네가 이어받아야겠지.” “푸른 돌 따위를 차지하기 위해 그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는 꼴이 참 우습다.” 스카이가 멀리 있는 광산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저 광산이 고갈되면 어떻게 될까?” “전쟁 기계에 수정력이 다 빨려 아무짝에 쓸모없는 수정조각만 남겠지. 그렇게 되면 농지마저 깊게 파들어갈테고, 소수의 사람만 먹고 살 수 있게 되겠고.” 스카이는 바론의 눈을 똑바로 바라볼 수 없어 대신 그의 손의 흉터를 바라보았다. “우리 아버지가 수정력을 충전할 수 있는 강력한 우물들이 어딘가에 있다고 말씀하셨어.” 그녀의 말에 바론은 고개를 저었다. “그 우물은 우리가 사용하기엔 너무 먼 곳에 있어. 광산이 사라질 날이 오길 바라고 있어. 그 땐 더이상 메카닉과 탱크, 추잡한 미니언들 그리고 이 우스꽝스러운 맞선 세레모니 같은 게 필요하지 않겠지.” “그러한 미래는 우리 손에 달려있어.” 스카이가 속삭이며 바론의 손등 위에 자신의 손을 올려놓았다. “맞아.” 바론이 손을 뒤집으며 손바닥을 맞잡았다. 그의 손엔 빛나는 은색 타일이 놓여있었다. 스카이는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타일을 손가락으로 어루만지며 바론의 숨결에서 꿀향이 난다는 생각을 했다. “언젠가 군대는 내것이 될거야. 그리고 니가 내 군대를 이끌어줬으면 좋겠어.” 스카이가 전율을 하는 동안 그는 말을 이어갔다. “그 어떤 상황이 닥쳐도, 남자는 자신을 위해 선택을 해야만 하는 때가 오지.”}}} || || {{{#fff '''3편 '바론을 위하여' ''' }}} || || {{{#!folding [ 펼치기 · 접기 ] [[파일:스카이 바론 이야기3.jpg|width=100%]] "실버 가문에 간택된 영광스런 분은..." 스카이는 숨을 고르며 앞으로 나섰다. 바론의 어머니 - 미래의 시어머니가 될 귀부인이 우아한 손짓으로 수많은 귀족 영애의 이름이 적인 타일 중 하나를 선택했다. "나리 타이거!” 사회자의 목소리는 마치 천둥처럼 스카이의 귓가를 때렸다. 잔인하도록 천천히, 나리의 이름이 적힌 타일은 귀부인의 손에 들려 올라갔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정원에서 스카이와 밀회를 즐기던 바론은, 이제 사랑이 가득한 눈으로 미래의 신부를 쳐다보고 있었다. 자신의 어머니가 선택하지 못하게 손에 스카이의 이름이 적힌 타일을 꼭 쥔채. 잔인한 진실이 스카이의 심장을 비수처럼 후벼 팠다. "내 군대의 사령관을 맡아줘." '그래, 그는 아내가 되어달라고는 안 했어.' 스카이는 나리에게 축하하려 다가서는 인파들 사이로 뒷걸음질 쳤다. 그리고 봉황이 양각된 간택장의 문을 열고 어둠이 내려앉은 복도를 지나 저택을 뛰쳐나갔다. 오늘을 위해 스카이의 어머니와 시녀들이 공들여 달아준 호박 노리개는 서로 부딪혀 짤랑짤랑 소리를 냈다. 그대로 있다간 심장이 터져 버릴 것 같아 스카이는 달리고 또 달렸다. 창백한 달빛을 의지하여 달리던 스카이가 도착한 곳에는 거대한 격납고가 마치 어둠녘 야수처럼 웅크리고 있었다. 여염집 처자라면 슬픔과 좌절을 견디지 못하고 엄마 품에 돌아가 펑펑 울었을 테지. 하지만 스카이에게는 이 격납고가 집이요 안식처고, 가장 마음의 평온을 느낄 수 있는 장소였다. 거추장스러운 한복을 벗어버리고 귀찮은 장신구를 다 떼 버린 스카이는 가장 아끼는, 화약과 기름때로 찌든 외투를 걸치고 맥 워리어의 열린 해치로 기어들어갔다. 조용한 조종석에 걸터앉은 그녀의 머릿속에는 내일 어떻게 다른 동료 파일럿들을 볼까, 집에서 학처럼 머리를 길게 빼고 기다리고 있을 엄마에게는 뭐라 말씀드릴까, 따위의 생각은 들지 않았다. 오직 바론이 밀회에서 그녀의 귓가에 속삭인 말만이 망령처럼 그녀의 귀를 맴돌았다. ...'그래 나도 저놈의 수정 광산이 없어졌으면 좋겠어.'... 칠흑 같은 고요한 격납고 속 기계들 틈에서 스카이는 바론의 목소리가 가까이서 들리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럼 분쟁도 없어지고 맥 워리어나 탱크, 미니언 그리고 이런 우스꽝스런 간택 행사 따윈 없어도 되겠지.' “그러한 미래는 우리 손에 달려있다.” 스카이가 되뇌였다. 바론에게 더이상의 선택지는 없었지만, 바론을 위해 할 수 있는 자신만의 선택지는 남아있었다. "파일럿 생체 인식 완료. 위상차 엔진 시동. 출격 준비 완료. 맥 워리어 커스텀 기(幾) 화랑 기동합니다." 스카이는 조종간을 꽉 움켜쥐고 맥 워리어를 조종하여 미끄러지듯 격납고를 빠져나왔다. 군법이란 모름지기 엄격하여 무허가 조종은 장군의 딸이라도 용서가 없었기에, 스카이는 조심스레 맥 워리어를 몰아 기지의 후문을 빠져나왔다. 드르렁드르렁 코를 골아대는 미니언들이 가득한 주둔지를 지나 빽빽하게 심겨 있는 감귤 나무 사이를 빠져나온 스카이는, 이윽고 끝없이 펼쳐진 논밭으로 힘차게 날아올랐다. 이제는 먼지만이 가득한 논과 밭에는, 과거 바론의 조상들이 벌인 전쟁의 잔해인 살인 기계들이 흉물스럽게 널브러져 있었다. 할시온 우물과 거기서 뿜어져 나오는 가공할 힘을 차지하려는 각 가문의 욕심은, 농기계마저 사람을 죽이는 전쟁 기계로 개조하는데 충분한 동기를 제공했다. 한때 농부들의 콧노래와 황금 물결이 넘실대던 비옥한 평야는 병사들의 피와 화약으로 찌들어 그 풍요로움을 상실한 지 오래다. 이윽고 화랑은 철조망을 넘어 한 마리의 날쌘 수리처럼 베인 광산의 높디높은 벽 위에 내려앉았다. 그러자 공 모양의 경비 드론이 화랑의 인식 번호와 그녀의 홍채를 탐색하기 시작했다. “조종사 7-0-5. 경보! 경보! 비인가 맥 워리어 발견. 즉시 기지로 귀한 바란..." 기계음을 내뱉던 드론은 스카이가 난사한 기관단총에 가루가 되어 버렸다. 스카이는 불타는 눈동자로 전면의 거대한 광산을 노려보았다. "위선자! 니가 원하는 대로 해주지." 스카이는 이를 갈며 다짐했다. "목표 고정. 베인 광산. 위상차폭격 준비 완료. 명령 대기 중" 첫 번째 미사일이 광산 깊숙히 박혀들어갔다. 이윽고 화랑이 발사한 무차별적인 폭격에 광산이 무너졌고, 수백 조각으로 깨진 수정은 마치 반짝이는 크리스탈 샹들리에처럼 밤하늘을 수놓았다. 지난 수 세대 동안 문명의 거름이 된 베인 광산이 끔찍한 비명 지르며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순간이다. 활공하며 끊임없이 미사일을 퍼붓는 화랑의 노즐 사이로 해방된 것을 즐기기라도 하듯 할시온 연기 한 줄기가 춤을 추며 야공으로 퍼져나갔다.}}} || || {{{#fff '''4편 '시에라 킬로 양키 에코' ''' }}}[* Sierra Kilo Yankee Echo. [[NATO]] 음성 문자다.] || || {{{#!folding [ 펼치기 · 접기 ] [youtube(Rdb61po5YUs)] 바론은 격납고의 문을 열었다. 사방에 가득한 푸른 불빛 속에서 긴장한 그의 얼굴이, 기체의 거울처럼 잘 닦인 표면에 비쳤다. 현대 기술의 총체라 할만한 이 맥워리어는 그들 가문의 새로운 동맹을 기념하며 제작되었다. 강화 합금을 덧댄 투구와 관절에는 포효하는 호랑이 장식이 새겨져 있었고, 경량화한 신소재로 믿을 수 없을 만큼 기민한 조작성과 적의 직격탄도 너끈히 버텨내는 튼튼한 방어력도 확보했다. "삑-. 생체 신호 감지. 바론. 승인되었습니다." 그가 검지를 인식기에 대자 맥워리어의 탑승구가 열렸다. 문득 바론은 자신이 아직도 은빛 새장을 들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새장의 문을 열자 성난 거위가 한 마리 튀어나왔다. 거위는 바론을 보고 한 번 시끄럽게 꽥하더니 격납고 밖으로 사라졌다. ~ 반도에 있는 여러 가문의 희비가 엇갈릴 간택식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한편에 팔짱을 끼고 선 바론 앞으로 하인 하나가 다가와 은빛 새장을 건넸다. 새장 안에는 무려 살아있는 커다란 암컷 거위가 꽥꽥대고 있었다. 일생에 단 하나의 반려만 두고 살아간다는 거위는 화목한 금슬의 상징이었다. 예로부터 반도에서는 결혼식을 할 때 신랑이 나무로 만든 거위 조각을 미래의 아내에게 바치는 것이 전통이었다. 여기서 소소한 차이점은 모친의 고집으로 인해 바론의 거위는 나무조각보다 지나치게 생기 넘친다는 거였지만. 간택식에 참석한 그 누구도, 바론 가문의 행복한 결혼을 위해 불쌍한 거위가 자신의 가족과 생이별을 해야 했다는 것은 신경 쓰지 않았다. 약혼 상대가 결정된 몇몇 아가씨들은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그녀들의 눈동자는 간택장 안을 슬프게 훑으며, 맺어지길 간절히 원했던 한 남자를 바라보았다. 뭇 처자들의 선망을 한 몸에 받으면서, 호랑이 가문의 나리는 무표정한 얼굴로 바론의 부모님 앞에서 물러났다. 그녀는 양손 한가득 다산과 행복의 상징인 호두와 대추를 들고 있었다. "이런, 일꾼들은 뭐하는 게야! 아직 불꽃놀이를 시작할 시간이 아니거늘!" 바론의 모친이 창문 밖을 내다보며 화를 냈다. 사방에 번쩍이는 불빛을 보며 다른 사람들도 술렁댔다. 간택장 밖으로 향하는 인파를 따라 나서며 바론의 부친이 실소를 흘렸다. "아들아. 난 네 엄마가 불꽃놀이 기술자들을 단두대로 보낼 거라는 데 걸겠다." "아무렴요. 어머닌 후처들의 자그마한 실수도 그냥 넘어가지 않으시는 걸요." 실없는 이야기를 주고받던 부자가 현관을 지날 때, 가문의 군대를 통솔하는 장군이 말을 걸어왔다. "가주님. 송구하지만 밖의 불빛은 불꽃놀이가 아닙니다." 세 남자는 발걸음을 재촉해 간택장 바깥으로 나섰다. 불빛은 수정 광산이 위치한 방향에서 가장 밝게 번쩍이고 있었다. "대체 누가 광산을 공격한 것인가?" "소관이 판단하기에 이 반도 전체에서 그런 짓을 저지를 가문은 호랑이..." 가주의 속삭임에 장군이 조심스레 답했다. "아니, 이제 그들과 우리 가문은 하나야." "또한, 백번 양보해도 호랑이 가문은 아직 그럴만한 힘이 없습니다." 바론도 자기 아버지의 말을 거들었다. 파랗게 일렁이는 할시온 연기가 밤하늘을 수놓았다. 바론 가문의 부와 힘의 원천이 파괴되고 있었다. "빌어먹을." 순간 어찌 된 일인지 깨달은 바론이 욕설을 내뱉었다. 장군이 물어보기도 전에 바론은 급히 몸을 돌려 간택장 안을 노려보았다. 하지만 어디에도 그가 찾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바론은 현관문을 박차고 밖으로 나섰다. 공기 중에는 이제 미세한 수정 파편이 형광으로 흩날리고 있었다. 겁에 질린 인파를 헤치고 시들어버린 과수원을 지나 도착한 격납고에서 바론은 보았다. 스카이가 간택식에서 입었던 겉옷이 형편없이 구겨져 바닥에 내팽개쳐져 있는 것을. ...'그래 나도 저놈의 수정 광산이 없어졌으면 좋겠어.'... ~ 손가락에서 반지를 빼고 거추장스러운 대례복을 벗어버린 바론은 맥워리어에 올랐다. '우우우웅-' 기분 좋은 진동과 함께 조종석이 바론의 몸에 밀착되었고 전투 헬멧이 머리 위로 내려왔다. 이윽고 제트 사출기의 시동이 걸리고 활짝 열린 천장의 문으로 바론의 맥워리어가 날아올랐다. 50미터, 100미터, 150미터... 바론은 드높은 창공에서 적외선 카메라로 지상을 굽어보았다. 바글바글한 미니언 우리, 산천초목, 그리고 저 멀리 보이는 육지의 희미한 윤곽선... 그사이에 불타는 수정 광산이 있었고, 그곳에서 작은 적외선 신호 하나가 잡혔다. 스카이는 마치 바론을 기다리는 듯했다. 바론은 창공에, 스카이는 멀리 지상에 있었지만 그에게는 세상에 자신과 스카이만 존재하는 것 같았다. "SKYE(시에라, 킬로, 양키, 에코) 응답하라."}}} || || {{{#fff '''5편 '바론의 선택' ''' }}} || || {{{#!folding [ 펼치기 · 접기 ] [[파일:스카이 바론 이야기5.jpg|width=100%]] 바론은 오렌지 과수원 위를 지나 항만의 작은 어선들이 내려다보이는 절벽 위에 내려앉았다. 맥워리어의 육중한 무게에 바닥의 돌들이 깨지며 비명을 질렀다. 그곳에는 스카이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손수 개조한 맥워리어를 타고, 기관단총으로 정확히 바론 기체의 포효하는 호랑이 장식을 겨냥한 채. 대화를 시도해볼 심산으로 바론은 박격포의 포신을 아래로 내리고 그녀의 기체를 탐색했다. 얼굴가리개의 HUD에 스카이의 이름과 계급 그리고 맥워리어 인식 번호가 떴다. "당신은 날 모욕했어!" 스카이가 통신으로 외쳤다. "무릇 아무 여자도 한 남자의 아내가 될 수 있지. 하지만 뛰어난 조종사는 아니야! 난 네가 그 길을 걷길 원하는 줄 알았어." "위선자! 난 당신이 전쟁을 끝낼 거라고 믿었어!" 그녀의 화난 목소리가 울려 퍼짐과 동시에 맥워리어의 제트 사출기가 굉음을 토해냈고, 스카이는 하늘로 날아올랐다. "셋을 셀 테니 당장 내려와. 셋..." 바론은 퉁명스럽게 말을 이었다. "넌 항상 말했잖아. 이대로라면 우리 가문들은 이 좁은 반도를 영영 벗어나지 못할 거라고!" 스카이가 방아쇠에 손가락을 얹으며 말했다. "둘." "이 지긋지긋한 전쟁이 우리들의 시야를 가리고 어지럽힌다고. 그걸 함께 바꿔나가길 희망한 거 아냐?" "하나." 바론의 박격포가 불을 뿜자 먹물을 뿌려놓은 듯 어두웠던 밤하늘이 환하게 밝아졌다. 스카이가 머물던 자리는 시커먼 구멍만 남아있었다. 검은 연기가 사라진 후 바론은 얼굴가리개를 열었다. 그의 꽉 쥔 주먹에는 스카이의 이름이 적힌 타일이 들려있었다. "원했었는데..." 힘없는 혼잣말과 함께 타일을 든 손을 떨구는 순간, "그럼 날 선택했어야지!" 바람 소리와 함께 스카이의 맥워리어가 바론의 뒤에서 나타났다. 순식간에 바론의 앞으로 비행한 그녀는 몸을 뻗어 타일을 낚아챘다. 그리고 다시 사각지대를 파고들며 기관단총을 발사했다. 바론의 HUD는 그녀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고, 맥워리어를 선회해 보았지만 스카이가 직접 개조한 개방형 맥워리어의 속도에는 한참 못 미쳤다. 바론은 겨우 얼굴가리개를 내리고 스카이가 쏜 총알을 막았다. 콩을 볶는듯한 소음과 함께 무차별사격이 그의 맥워리어를 강타했다. 피격당한 사출기에서는 경보가 울렸고 깨진 에너지 배터리에서는 파란 할시온이 새어 나왔다. "대체 그 맥워리어에 어떤 장난을 한 거야?" 바론이 놀라며 물었다. 스카이의 웃음소리와 함께 위상차폭격이 떨어졌고 바론은 아슬아슬하게 제트 사출로 피했다. 그가 있던 자리는 끔찍한 굉음과 함께 모든 게 파괴되었다. 바론은 검은 연기 사이로 박격포를 쏘며 대응해 보았으나 역부족이었다. 출력기관을 이미 피격당한 그의 기체는 결국 제트 사출을 중지하고 땅에 거칠게 내려꽂혔다. 하지만 놀랍게도 승리의 여신이 미소를 지은 건지 스카이의 마지막 사격이 형편없이 빗나갔다. 그녀가 조종하는 맥워리어의 자세제어장치가 과부하로 망가져 버린 것이었다. 이런 기회를 놓칠 수 없는 바론은 미친듯이 울려퍼지는 경보를 무시하고 양성자 대포 가동했다. 목표는 비비적대고 있는 스카이의 맥워리어. 지지직대는 잔상과 함께 HUD에 좌표가 입력되었다. 그때 통신으로 스카이의 침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바론, 내가 저지른 일은 내가 수습할게. 힘의 원천이라는 할시온 우물을 찾아낼 테니 날 보내줘. 이 지긋지긋한 사슬을 끊어내는 거야. 우리 함께하자..." 스카이의 말을 들은 순간, 바론은 급히 달려들어 그녀의 기체를 안고 함께 날아올랐다. "제트 사출 최대 출력!" 바론과 스카이의 기체는 서로 끌어안은 채 아슬아슬하게 궤도 폭격에서 벗어났다. 그들 발밑으로 절벽의 한쪽 귀퉁이가 양성자 포격으로 터져나가는 게 보였다. 그을린 얼굴에 온통 할시온 조각 투성이었지만 그들은 마주 보며 웃었다. 둘의 맥워리어만이 피해입은 상태로 공중에서 힘겹게 버틸 뿐. 이후 절벽 아래로 천천히 착지하며 바론이 말했다. "그래. 우물을 찾아 나서자. 나도 함께하겠어. 근데... 우리의 맥워리어가 박살나 버렸는데 어떡하지?" 스카이가 손에 쥔 타일일 다시 바론에게 넘기며 으쓱였다. "훗. 나 스카이라고! 나한테 맡겨 둬."}}} ||저장 버튼을 클릭하면 당신이 기여한 내용을 CC-BY-NC-SA 2.0 KR으로 배포하고,기여한 문서에 대한 하이퍼링크나 URL을 이용하여 저작자 표시를 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데 동의하는 것입니다.이 동의는 철회할 수 없습니다.캡챠저장미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