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서의 임의 삭제는 제재 대상으로, 문서를 삭제하려면 삭제 토론을 진행해야 합니다. 문서 보기문서 삭제토론 베인글로리/스토리 (문단 편집) == 바티스트 == || {{{#fff '''바티스트 영웅 이야기''' }}} || || {{{#fff ''' '순찰 대장의 부고' ''' }}} || || {{{#!folding [ 펼치기 · 접기 ] [[파일:바티스트 이야기1.jpg|width=100%]] 때는 날이 가장 짧다는 동지. 지평선을 넘어 불타는 태양이 낭만적인 노을을 하늘에 새기는 와중에, 순찰 대장은 휘파람을 불며 길을 나섰다. 초승달 도시에서도 손꼽히는 부유층이 사는 동네는 고소한 올리브 향과 달콤한 자스민 향이 가득했고, 잘 정돈된 뜰과 저택이 그의 눈을 즐겁게 했다. 최연소 순찰 대장이라는 영광을 누리는 남자는 당당했다. 다림질로 날 세운 제복과 빳빳이 풀 먹인 정모, 단단한 체구의 군마는 대장의 위엄을 드러냈다. 무엇보다 허리에 걸린 마검이 그의 위세에 정점을 찍었다. 대장은 초승달 도시 주민들이 모자를 벗고 경의를 표하는 모습을 뿌듯이 받아들였다. 하지만 길은 곧 구도심으로 이어졌고, 섬사람들 영역에 다다르자 부촌의 상큼한 향기와 달리 썩은 나무 냄새, 주민의 쉰내, 상한 고기의 악취 따위가 났다. 구도심 중앙 광장에 다다랐을 때 시끌벅적한 노랫소리 와 고함이 들렸다. 순찰 대장은 혀를 끌끌 차며 광장을 바라보았다. 섬사람들은 형형색색의 의복을 입고 동지 축제를 벌이고 있었다. 꽹과리 소리와 북소리는 점점 격해졌고 사람들의 노랫소리도 널리 울려 퍼졌다. 참을 수 없는 일탈의 중심에는 섬사람이 신봉하는 무녀가 있었다. 이미 관청에 열 번도 넘게 체포된 적이 있는 이 골칫덩이는 몸을 사시나무처럼 떨며 기괴한 주문을 주절댔다. 그녀의 눈동자는 홱 돌아가 흰자위만 보였고, 정신 사납게 움직이는 맨발 사이에는 연기 나는 솥이 놓여 있었다. 바티스트 교주, 강림하소서! 바티스트 교주, 강림하소서! 광기의 현장을 본 순찰 대장은 소름이 돋았다. 일단 말을 다시 끌고 근처 한적한 거리에서 안전히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제국은 법으로 토착민의 자주권을 보장했고, 특히 수도 몽릴에서 상당히 떨어진 초승달 도시는 말할 것도 없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게 파견 온 순찰 대장의 눈에는 집단 광기와 다름없었기에, 그의 마음엔 걱정이 가득했다. "... 겁 먹은 건가..." 순찰 대장은 들려온 목소리에 놀라 잽싸게 뒤를 바라보았지만 어두운 거리엔 아무도 없었다. "거기 누군가?" 목소리의 위엄을 유지하려 애쓰며 물어보았지만, 웃음소리만 들려왔다. 강림하소서, 바티스트! 강림하소서, 바티스트! 다시 울려 퍼지는 인파의 악다구니에 광장을 바라보니, 무당이 양손을 끓는 솥에 집어넣고 있었다. 놀랍게도 그녀는 작은 비명도 지르지 않았고, 솥에서 쌀과 검은콩을 꺼내는 손도 멀쩡했다. 무당의 손에서 쏟아지는 곡식을 받아먹으려 섬사람들이 달려들었다. "이것들은 미쳤어. 정신이 나갔다고!" 기병대장은 고개를 내저으며 중얼거렸다. "저들의 여왕이 자신의 백성을 챙기는 것이다." 속삭이는 목소리는 순찰 대장의 어깨 바로 너머에서 들렸다. 대장은 마법의 검을 뽑아 들고 다시 두리번거렸지만 거리엔 역시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너희 여왕은 대체 뭘 하느냐." 이번 목소리는 광장 한복판에서 흘러나왔다. 순찰 대장의 척추를 타고 전율이 흘렀다. 하지만 곧 용기를 내어 마음을 다잡고 마검을 앞세운 채 광장으로 나아갔다. "그만! 난 순찰 대장이다. 그대들은 집회법을 위반하고 있다!" 악기를 두드리는 소리도, 빙글빙글 돌아가던 춤도, 울려 퍼지는 노랫소리도, 흩날리는 상의와 치마도 모두 멈췄다. 군중들이 그의 말을 따르자 순찰 대장은 더욱 용기를 냈다. "좋아. 그래. 축제는 끝났다. 모두 집으로 돌아가라." "이곳이... 우리의 집이다." 순찰 대장은 이번엔 참지 않고 아예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칼을 겨눴다. 하지만 목소리의 출처를 본 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광장 중앙에 있는 폭풍 여왕의 동상에서 끊임없이 속삭임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약 일 년 전 이곳에 세워진 여왕의 동상에는, 무엄하게도 섬사람들이 저질러 놓은 낙서와 장난질이 가득했다. "오히려 집으로 돌아가야 할 존재는 너다. 안식을 찾아야지." 순간 동상 밑의 땅이 격하게 흔들리고. 뼈만 남은 손들이 튀어나왔다. 그리고 앙상한 팔과 툭 붉어진 핏발 선 눈, 째진 입을 한 끔찍한 망령들이 쏟아져 나왔다. 순찰 대장이 마검을 휘두르자 푸른 마법이 펼쳐졌다. "며, 명백한 질서 위반이다! 그대를 현장범으로 체포한다. 버, 법에 금지된 주술 사용과 지역 평화를 깨트린 죄목이다." 순찰 대장은 강하게 질책하려 했으나 사시나무처럼 떨리는 목소리로는 쉽지 않았다. "후후후, 지금 평화라고 했느냐." 흔들리는 순찰 대장의 눈동자에 교주의 모습이 비쳤다. 멋진 중절모를 쏘고, 맵시 있는 조끼를 입고, 한 손에는 거대한 낫을 든 채. 동상 옆에 우아하게 앉은 그의 곁에서 망령들이 시중을 들었다. "네가 말하는 거짓된 평화는 하등 쓸모가 없느니." 바티스트는 영혼을 뒤흔드는 미소를 지으며 순찰 대장을 바라보았다. "그, 그대는 대체 누군가. 신분을 밝혀라!" 대장이 윽박질렀다. "난 전설이자 수많은 이들의 믿음에서 탄생한 초월적인 존재." 바티스트가 망자들이 바치는 포도주잔 들며 말했다. 순찰 대장은 잠시 머뭇거리다 뒤돌아서 도망쳤다. 마치만 곧 강력한 통증이 그를 엄습했고, 보이지 않는 벽에 부딪힌 듯 나동댕이 쳐졌다. "제, 제발, 목숨만은..." "크하하하, 죽음을 피하고 싶은 건가." 바티스트가 웃으며 물었다. 칠판을 긁는듯한 끔찍한 소리가 순찰대장의 귀를 후벼팠다. "대체 왜 죽음을 피하려 하는가. 인생은 고통이며 지루할 뿐이다. 언젠간 모두 죽음이란 안식에 들지. 죽음이야말로 위대한 서사시. 모든 생명의 지향점이자 구원이다." 쓰러진 순찰 대장은 흐느끼며 기어서라도 바티스트에게서 도망치려 했다. 그렇게 깔끔하게 관리하던 제복이 진흙으로 엉망진창이 되는데도 개의치 않았다. 아끼는 말도 부르려 했으나 이미 도망가고 없었다. 섬사람들은 그를 둘러싸고 나지막한 장송곡을 불렀다. "사술로 네 영혼은 이곳에 묶여있다. 아무리 발버둥 쳐봐야 소용없으니. 망령이 되어 나와 함께하는 것은 축복. 함께 우리는 여왕의 통치에 종지부를 찍을 것이다." 망령들이 에워싸고 마검을 가져가는데도 순찰 대장은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었다. 죽음의 기운이 서리자 마법의 검도 빛이 바랬다. 마침내 바티스트는 친히 몸을 일으켜 순찰 대장에게 다가왔다. "그대에게 안식을 내리노라." 거대한 낫이 순찰 대장의 몸을 훑고 지나가자 영혼이 빠져나와 바티스트에게 향했다.}}} ||저장 버튼을 클릭하면 당신이 기여한 내용을 CC-BY-NC-SA 2.0 KR으로 배포하고,기여한 문서에 대한 하이퍼링크나 URL을 이용하여 저작자 표시를 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데 동의하는 것입니다.이 동의는 철회할 수 없습니다.캡챠저장미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