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서의 임의 삭제는 제재 대상으로, 문서를 삭제하려면 삭제 토론을 진행해야 합니다. 문서 보기문서 삭제토론 베인글로리/스토리 (문단 편집) == 로렐라이 == || {{{#fff '''로렐라이 영웅 이야기''' }}} || || {{{#fff '''1편 '용의 몰락' ''' }}} || || {{{#!folding [ 펼치기 · 접기 ] [[파일:로렐라이 이야기1.jpg|width=100%]] 아다지오의 아름다운 노래를 듣기 전,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일상은 언제나 그대로였다. 그녀는 물고기떼와 춤추고, 산호 정원을 가꾸고, 진주조개와 대화를 나누고, 해파리와 말미잘 사이를 헤엄쳤다. 그리고 매년, 위대한 거북 아르케론이 머리 위를 지나갈 때마다 장난스럽게 거북의 배를 두드렸다. 그러던 어느 날, 수면 위에서 흥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참으로 아름다운 곡조이자 그녀가 처음으로 들어보는 노래였다.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수면 위로 고개를 빼꼼히 내밀자, 천족 하나가 장엄한 날개를 고이 접고 바위 위에 앉아 있었다. "안녕. 로렐라이." 그렇게 그가 불러주었을 때, 그녀에게 처음으로 이름이 생겼다. "나는 아다지오. 그대에게 줄 선물을 가져왔다." 아다지오가 손을 펼치자 탐스러운 오렌지 하나가 보였다. 놀란 로렐라이의 입에서 심심풀이 삼아 물고 있던 해마가 떨어졌다. "와 정말 예쁘네요. 이게 말로만 듣던 태양인가요?" 로렐라이의 눈이 반짝였다. "이건 오렌지라고 하지. 먹는 거야." 로렐라이가 오렌지에 코를 내고 냄새를 맡자 과일 특유의 상큼한 향이 났다. 맹세코 바닷속에서는 단 한 번도 맡아본 적 없는 신선한 향기였다. "용의 몰락 깊숙이 파묻힌 알을 내게 가져와. 그럼 이 오렌지를 그대에게 주지." 아다지오가 오렌지를 다시 감췄다. 로렐라이는 시커먼 바닷속으로 끊임없이 잠수했다. 산호초를 지나, 물고기 떼들을 뚫고 마침내 심해 아귀의 반짝이는 낚싯불만 보일 때, 로렐라이는 바다 밑바닥에 도착했다. 적막함만이 가득한 이곳엔 현재의 바다가 육지였을 때 멸망한 용의 뼈들이 가득했다. 로렐라이는 용의 몰락 진흙 속을 뒤져 거대한 알 하나를 들고 수면으로 올라왔다. 밝은 햇살을 비추자 알은 금빛으로 빛났다. 아다지오는 로렐라이를 칭찬하며 오렌지를 건넸다. 허겁지겁 받아들고 깨무는 로렐라이에게, 아다지오는 웃으며 먼저 껍질을 벗기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로렐라이는 껍질 채 씹었다. 바닷속에서만 산 그녀는, 태양을 닮은 싱그러움을 뿜어내는 이 과일의 작은 한 조각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아다지오가 알을 들고 날아오르자 로렐라이는 바다로 돌아갔다. 그리고 또다시 물고기들과 춤추고 산호 정원을 가꾸며 오랜 세월을 보냈다. 로렐라이는 아다지오의 노래와 오렌지의 맛을 까마득히 잊어버렸다. 그녀가 아르케론의 배를 다시 천 번 간지럽혔을 때, 잊은 지 오래된 노래곡조가 다시 들려왔다. 이번에도 아다지오와 인사를 나눈 로렐라이는 해저에서 알을 꺼내왔다. 노란색 소용돌이 문양이 새겨진 알을 건넨 로렐라이는 어김없이 아다지오에게 오렌지를 대가로 받았다. 그리고 또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아르케론의 배를 천 번 간지럽혔을 때, 로렐라이는 점박이 알을 아다지오에게 주고 그와 함께 파도치는 바위 위에 걸터앉았다. "왜 아르케론이 천 번 지나갈 때마다 알을 구하는 거죠?" 로렐라이가 손가락에 묻은 끈적한 오렌지즙을 핥으며 물었다. "그게 인류의 멸망 주기이기 때문이지." 아다지오가 저 멀리 수평선을 바라보았다. "용들이... 멸망했던 것처럼요?" 로렐라이가 꼬리를 파닥였다. 아다지오는 따스한 눈빛으로 로렐라이를 바라보았다. "인류는 다른 생물보다 빠르게 지식을 배우고 환경에 적응하지. 하지만 그만큼 빠르게 문명을 만들고 탐욕이라는 함정에 빠진다. 태곳적 용들이 그랬던 것처럼 멸망을 부르는 탐욕 말이야. 이 알은 인류에 대한 구원이다." "흐음... 꽤 어려운 말이군요." 로렐라이가 인상을 찡그렸다. "때론 모르는 게 약이 될 때도 있는 법." 그리고 다시 아르케론의 천 번 주기가 돌아오기 직전, 로렐라이가 정확히 구백구십 다섯 번 아르케론의 배를 간지럽혔을 때 노랫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그녀는 기쁨에 넘쳐 수면 위로 얼굴을 내밀었으나 어디에도 아다지오는 없었다. "안녕 로렐라이." 목소리로 판단하건대, 이 여자가 노래를 부른 게 맞았다. 검은 외투를 입은 여인은 머리에 왕관을 쓰고, 앞이 보이지 않는 듯 두 눈을 가리고 있었다. 불길해 보이는 까마귀 떼들이 여자의 머리 위를 빙빙 돌았고, 그녀는 한 손에 오렌지가 가득 든 바구니를 들고 있었다. 로렐라이는 여태껏 이리 많은 오렌지를 본 적이 없었다. 그녀는 호기심에 더 가까이 다가갔다. "당신은 사람인가요?" "나는... 여왕이다." "그대도 알을 원하나요?" "그래. 알 중에서도 특별한 녀석이 필요하지." 여왕이 미소지었다. 그 말을 들은 로렐라이가 용의 몰락을 뒤져 알 하나를 가지고 올라왔다. 보라색과 분홍색이 섞인 아름다운 알이었다. "당신이 말하는 알이 이건가요?" 로렐라이가 알을 내밀었다. "고맙구나 로렐라이. 하지만 내가 원하는 건 이 알이 아니란다. 다른 알을 더 가져다주면 오렌지를 또 주마." 여왕이 알을 경비대원에게 넘기고 로렐라이에게 먹음직스러운 오렌지를 주었다. 로렐라이는 오렌지를 우물거리다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오렌지를 더 준다고? 한 번에 하나만 받을 수 있는 거 아니었어? 수 천 년이 지났지만 이런 적은 처음이다! 그녀가 허겁지겁 잠수해 이번엔 푸른 줄무늬 알을 가져오자 여왕의 경비대가 나와서 알을 받았다. 로렐라이의 기대 대로 여왕은 이번에도 오렌지를 상으로 주었다. 행복한 표정으로 오렌지를 먹으며 로렐라이가 물었다. "이 알인가요?" 내심 아니길 바라는 눈빛이었다. "아니. 하지만 아직 오렌지는 많이 남았단다." 여왕이 오렌지 바구니를 흔들었다. 그렇게 로렐라이는 몇 번이나 바닷속을 들락거리며 알을 날랐다. 이윽고 경비대원들의 팔이 알들로 가득 찼을 때, 로렐라이는 너무나도 어두워 바라보는 것만으로 두려운 알을 가져왔다. "잘했구나. 그래 바로 그 알이다." 여왕이 속삭였다. "다행이네요. 그럼 이 알이 인류를 구원해 주나요?" 로렐라이가 손뼉을 쳤다. 여왕은 잠시 멈춘 채 로렐라이가 뱉은 말의 의미를 생각했다. 상공을 맴돌던 까마귀 한 마리가 로렐라이에게 다가가 고개를 까딱이며 그녀를 쳐다보았다. "구원이라... 적어도 이번은 아니다." 그리고 여왕은 로렐라이에게, 아직도 오렌지가 절반이나 남은 바구니를 건네고 길을 떠났다. 그녀와 경비대가 저 멀리 사라지자 맑았던 하늘에 먹장구름이 일기 시작했다. 로렐라이는 불청객들이 떠나간 자리에 남아 멍하니 자리를 지켰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로렐라이는 바위 위에 하염없이 앉아 배가 아파올 때까지 오렌지를 먹어치우고 바다로 돌아갔다. 이후 아르케론의 배를 고작 다섯 번만 긁었을 때, 노랫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이번엔 여왕이 아닌 아다지오가 언제나처럼 한 손에 오렌지를 하나 들고 로렐라이를 찾았다. 그녀가 붉은색 알을 건네주자 아다지오가 오렌지를 내밀었다. 하지만 뜻밖에도 로렐라이는 오렌지를 거절했다. "오렌지는 괜찮아요. 대신 내게 진실을 말해줘요." 그녀가 요구했다. "이 용들이 인류를 구원하는 건 사실이다. 안식의 밤이 타오르는 낮을 덮어야만 새로운 태양이 떠오르는 것처럼. 천지조화와 자연의 섭리이지. 마치 죽음이 삶의 구원인 것처럼..." 아다지오의 목소리에는 힘이 없었다. 그가 떠나간 뒤, 로렐라이는 태양이 하늘 가로지르는 걸 가만히 지켜보았다. 활활 타오르다가 노란색으로 그리고 핏빛으로 빛나다 마침내 아스라이 수평선으로 넘어가는 것을. 천지가 무채색의 흑야로 뒤덮였을 때, 로렐라이는 소름 끼치는 진실을 깨달았다.}}} ||저장 버튼을 클릭하면 당신이 기여한 내용을 CC-BY-NC-SA 2.0 KR으로 배포하고,기여한 문서에 대한 하이퍼링크나 URL을 이용하여 저작자 표시를 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데 동의하는 것입니다.이 동의는 철회할 수 없습니다.캡챠저장미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