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서의 임의 삭제는 제재 대상으로, 문서를 삭제하려면 삭제 토론을 진행해야 합니다. 문서 보기문서 삭제토론 카록 (문단 편집) == 설정 == {{{#!folding [배경 스토리 접기/펼치기] >대륙의 중심에 위치한 카이만 강은 대륙에서 가장 더운 지역을 가로지르는 강이다. >연중 비가 많이 오는 이 지역에는 빽빽한 수목이 들어차 거대한 우림을 만들었고, 카이만 숲이라는 이름보다 녹색 미궁이라는 별칭이 더 잘 어울렸다. > >야자, 코코넛, 마호가니 등 두꺼운 잎의 나무들이 하늘을 뒤덮을 만치 자라나 모든 햇볕을 가려버린 탓에 지면은 항상 어두컴컴했으며 지면에는 키가 작은 나무들과 함께 덩굴이 얽히고설켜 있어 조금만 주의를 소홀히 하면 길을 잃게 십상이었다. > >이곳 카이만 우림에 면한 그 주변의 인간 영토에서는 신비로운 종족 자이언트에 관한 전승이 많았다. >자이언트의 전승을 노래한 '숲과 전설의 거인'에는 그들에 관한 내용이 많았는데, 그중 일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었다. > >자이언트들은 그 어떤 종족보다 먼저 이 세계에 도착했네. >그들은 덩치가 곰만큼 크고 지금의 인간보다 몇십 배에 달하는 괴력을 소유하고 있었네. >하지만 그들은 자신의 힘을 과신한 나머지 신의 노여움을 샀다네. >그 대부분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카이만의 숲 안에 지금도 생존자들이 살아 있다네. > > >하지만 자이언트에 관한 전승과는 달리 자이언트들을 실제로 보았다는 사람은 극히 드물었다. >전쟁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로 인간들 사이에서 전승도 자이언트의 존재도 점차 흐릿해져 갔다. > >쿠궁. 쿠구궁. 쿵쿵 > >카이만 숲속으로 묵직한 북소리가 울려 퍼졌다. >마치 천둥이 치는 듯한 울림이었다. >숲의 동물들이 북소리가 나지 않는 곳으로 달아나기 시작했다. > >북소리는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는 우림의 깊숙한 곳에서 들려왔다. >그곳은 바로 자이언트 마을이었다. > >마을의 광장에 모인 수십 명의 자이언트가 바위로 만든 북을 끊임없이 울리고 있었다. >자이언트들의 북소리가 향하는 중심에는 바위를 깎아 만든 듯한 네모 반듯한 무대가 놓여있었다. >자이언트들은 이 무대를 아레나라 불렀다. > >아레나 위에는 자이언트들의 힘을 상징하는 거대한 주먹이 그려져 있었는데, 아레나에 선 자이언트들은 자신의 강인함을 증명해야 한다는 것을 상징했다. >북소리가 고조되고 함성이 쏟아졌다. > >"자! 이제 마지막 싸움이오!" > >아레나의 진행을 알리는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자이언트들이 북소리를 한 층 더 고조시켰다. >그리고 북소리와 함께 다음으로 아레나에 오를 두 자이언트의 이름을 외쳤다. > >"카록! 아쿰! 카록! 아쿰! 카록!" > >아레나를 마주하듯 가부좌를 틀고 앉은 두 자이언트가 있었다. >귀청이 떨어져 나갈 듯한 소음 속에 앉아서 팔짱을 낀 채 두 눈을 감고 조용히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레나의 최종 우승 후보인 카록과아쿰이었다. > >두 사람 모두 집채만 한 덩치를 자랑했지만, 아쿰이 더 덩치도 크고 우람했다. >아쿰의 허리에는 일족의 힘을 상징하는 벨트가 채워져 있었다. >아쿰은 지난 아레나의 승리자였고, 카록은아쿰의 벨트를 빼앗기 위해 토너먼트를 이기고 올라온 도전자였다. > >"형제들이여! 시작하시오!" > > >시작을 알리는 외침과 함께 카록과아쿰을 연호하던 목소리가 멈추고 북소리도 잦아들었다. >아레나에 몰려든 모두가 두 자이언트의 움직임을 주시했다. > >카록과 아쿰은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 아레나 위로 올랐다. >좌측으로 카록이 우측으로는 아쿰이 자리했다. 둘은 중앙까지 나아가 서로 두 주먹을 마주 댄 후 고개를 숙여 인사를 나눴다. >인사 또한 아레나의 전통 의식이었다. 인사를 마친 후 두 자이언트는 서로의 주먹을 한 차례 떼었다가 쿵 하고 부딪혔다. > >그것이 시작을 알리는 신호였다. >두 자이언트가 내지른 거대한 주먹이 한순간 교차했다. > >두 자이언트의 힘과 기량은 비등했다. >아쿰에게 유리한 순간이 있었고, 카록에게 유리한 순간도 있었다. >결국, 마지막까지 버틸 체력과 승리를 향한 의지에서 승패가 갈렸다. >바닥에 쓰러진 아쿰을 제압하고 마지막까지 아레나 위에 서 있을 수 있었던 것은 카록이었다. > >"카록! 카록! 카록!" > >자이언트들이 카록의 이름을 연신 외쳤다. > >"축하하오! 형제여!" > >아쿰이 허리에 감겨있던 벨트를 벗어 카록에게 건넸다. >카록이 공손하게 일족의 벨트를 받아 들었다. >다시 한번 환호성이 올랐다. >벨트의 착용자는 언제든 부족에게 중요한 순간에 중요한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 >아쿰이 카록에게 환하게 웃으며 주먹을 내밀었다. >상처투성이가 된 두 자이언트 사이에 주먹 악수가 오갔다. >두 자이언트 모두 오늘의 승패를 영원한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 >'승리를 조심하라. 승리란 짧고 취하기 쉽다.' > >자이언트들은 힘을 기르고 이를 증명하기 위해 겨룰 뿐, 승리하기 위해서 싸우는 것은 아니었다. >카록과 아쿰이 어깨를 나란히 한 채 호탕하게 웃으며 아레나를 내려왔다. >호전적인 아레나의 싸움판에 비하면 그 끝은 아주 조촐했다. 승자를 위한 노래는 없었다. 패자를 위한 비아냥도 없었다. 자이언트들의 마무리는 언제나처럼 균형을 중시하는 그들의 전통 노래로 마무리되었다. > >아후나토툼마. >승리란 부질 없는 결과 >힘은 곧 제물 >전쟁은 신들의 노름판 >형제여 무기를 거두오 > >아후나토툼마 >승리란 자만에 찬 환상 >힘은 곧 균형이라네. >전쟁은 신들의 덫 >형제여 주먹을 거두오 > >아레나가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은 때였다. >아레나가 진행되는 동안 소모된 식량창고를 다시금 채우기 위해 자이언트들의 수렵 기간이 시작되었다. >자이언트 마을의 작업은 모두 공동 작업이었고 벨트의 착용자가 된 카록이라 한들 예외일 수 없었다. > >카록은 자신의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사냥을 떠나던 중이었다. > >마을 어귀를 지나던 카록은 작은 그림자가 마을로 다가오는 것을 발견했다. >흔히 볼 수 있는 야생동물의 그림자는 아니었다. >두 팔과 두 다리를 가졌지만, 자이언트보다는 훨씬 작은 그림자였다. > >카록은 의아했다. >자이언트 마을은 오랜 옛날부터 다양한 주술로 보호되고 있었다. >정확한 위치를 모르는 외지인이 숲을 헤매다 운 좋게 찾아올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카록은 의아해하며 그림자를 피해 숲길에 숨어 상황을 지켜보았다. > >그림자는 점점 마을을 향해 다가왔다. >놀랍게도 숲길을 헤치고 나타난 건 작은 인간 여성이었다. > >카록은 난생처음 보는 인간 여성의 모습에 호기심이 생겨 빤히 지켜봤다. > >얼핏 보기에 여성은 부상이 심각해 보였다. >여성은 갑주도 없이 누비 갑옷만 착용하고 있었는데, 이 누비 갑옷이 혈액으로 물들어 검붉게 보였다. >또한, 여성의 왼쪽 팔은 뼈가 부러진 것인지 축 늘어져 보였으며 한 걸음씩 걸을 때마다 힘없이 흔들렸다. > >여성은 그나마 성한 오른쪽 팔로 칼 몸이 다 드러난 장검을 질질 끌고 있었는데, 한 걸음 한 걸음 힘겹게 발걸음을 옮기면서도 이 검만큼은 놓으려 하지 않았다. > >여성이 자신을 지나치기 전 카록은 숲길로 나가 자신의 존재를 드러냈다. >여성은 갑자기 뛰쳐나온 카록에도 놀라지 않고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여성의 눈에는 생기가 없었다. >마치 삶의 모든 것을 포기한 듯한 눈빛이었다. >그 눈빛 안에 카록의 걱정스러운 얼굴이 비쳤다. >여성의 눈이 천천히 감겼다. >그리고 기절하듯 풀썩 쓰러져 버렸다. > >카록은 갑자기 쓰러져 버린 여성을 바라보며 고민하다가 결국 그녀를 안아 들고 마을로 돌아왔다. > >며칠 후, 여성이 카록의 집에서 눈을 떴을 때, 집 안은 마을의 모든 자이언트가 모인 듯 북적거렸다. >인간에 대한 호기심으로 몰려든 마을의 자이언트들이었다. >여성은 눈을 뜨자마자 자신을 향하고 있는 거대한 얼굴들을 보며 다시금 정신이 아득해지는 것을 느꼈다. > >"정신이 드시오? 형제여." > >수많은 자이언트들 사이로 카록이 먼저 인사를 건넸다. >하지만 여성은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카록과 처음 마주쳤을 때와 같은 생기 없는 눈으로 멍하니 사람들을 둘러볼 뿐이었다. > >카록은 포기하지 않고 커다란 손을 내밀었다. > >"카록이라 하오. 반갑소." > >여성은 그제야 카록을 바라봤다. >카록은 입 한가득 억지 미소를 띄웠는데 여성에게는 그 모습이 꽤 우스꽝스럽게 보였다. >갑자기 여성의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그 모습에 자이언트들이 당황하면서 카록의 등을 마구 떠밀었다. >카록이 내민 어색한 손이 다가가자 여성은 그 손을 붙잡고 한참을 울었다. > >"제 이름은....... 아니스....... 에요." > >여성의 이름은 아니스로 자신을 왕국 기사단에 소속된 수습기사라고 소개했다. >울음을 터뜨린 지 한 시간여 만의 자기소개였다. > >카록은 자신과 자이언트들을 소개하고 그녀에게 어쩌다 숲까지 오게 되었는지를 물었다. > >"그건......." > >아니스는 불현듯 무언가 떠올린 것처럼 자리에서 몸을 오들오들 떨었다. >그녀의 눈빛이 다시금 어두워졌다. > >"무리해서 이야기하지 마시오. 형제여." > > >아니스는 떨리는 목소리로 알베른으로 가야 한다고 중얼거렸다. > >"우리가 가능한 한 빨리 회복될 수 있도록 돕겠소. 지금은 걱정하지 말고 쉬시오. 형제여." > >카록은 금세 회복할 거라며 그녀의 어깨를 툭툭 쳤다. >아니스는 카록의 손길이 고통스러웠지만, 카록의 호탕한 모습에 몸의 떨림이 조금씩 진정되는 것을 느꼈다. > >그 날 이후 카록은 그녀의 주변을 지키며 그녀를 보살폈다. >그녀가 사용할 수 있을 만한 작은 집기들을 마을 사람들에게 부탁해 만들고, 채집이나 사냥을 나갈 때면 항상 아니스의 몫까지 챙겼다. > >다른 자이언트들도 아니스를 친절히 대했다. >회복에 필요한 약과 식량을 나누어주고 그녀가 빨리 재기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 >"어린 시절 할머니는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는 걸 좋아했어요." > >아니스는 점차 자이언트 마을과 카록이 익숙해졌다. >카이만 숲에 어둠이 내리면 카록은 집으로 돌아와 아니스가 들려주는 이야기들을 들었다. >인간의 삶은 자이언트의 삶과 별반 다를 것이 없으면서도 흥미로웠다. > >"카이만 숲에 자이언트 마을이 있다고 알려주신 것도 할머니예요." > >아니스가 마을에 들어올 수 있었던 이유는 그녀의 할머니 덕분이었다. >그녀의 할머니는 굉장히 오래된 전승까지 기억하고 있던 모양이었다. >아니스는 주술을 피해 자이언트 마을을 찾아내는 정확한 방법까지 알고 있었다. >카록은 이 방법을 인간들 모두가 아는지 물었다. > >"후후. 아니요. 저 말고는 아마 아무도 기억하지 못할 거에요." > >자이언트의 전승을 기억하는 것조차 할머니가 마지막이었을 거라고 그녀는 말했다. >할머니의 옛날이야기를 흥미 있게 들은 것은 아니스뿐이었고,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로는 아니스가 전승을 기억하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 >"그리고 이제 알베른에는........" > >아니스는 또다시 슬픈 눈빛을 지었다. >카록은 그녀가 '알베른'을 언급할 때면 그런 눈동자를 짓는다는 것을 알았다. >슬픈 사연이 있을 것이라 짐작할 수 있었지만 직접 묻지는 않았다. >때가 되어 아니스가 이야기해주기를 기다렸다. > >"이제 너무 늦었소. 회복하려면 어서 주무시오. 형제여." >카록은 조용히 이야기하고 한편으로 가서 아니스에게 등을 보인 채 가로누웠다. >아니스는 그런 카록을 보면서 혼자 조용히 웃었다. >- >아니스의 왼팔이 회복되었을 무렵, 카록은 그녀의 검술 상대가 되어주었다. >그녀가 무인으로서 얼마나 뛰어난지 꼭 보고 싶다며 카록이 제안한 것이었다. > >아니스의 장검에 맞서 카록은 팔 보호대 하나만 착용한 채 맞섰다. >아니스는 카록의 무방비한 모습에 깜짝 놀랐다. > >"그, 그러다 검에 맞기라도 하면......." > >잔뜩 움츠러든 그녀는 눈에 띄게 경직된 검술을 보여줬다. > >"껄껄. 괜찮소. 좀 더 힘을 실어 공격하시오. 형제여." > >그리고 점차 아니스는 모든 것이 괜한 걱정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카록은 그 큰 덩치와는 달리 너무나도 날렵하게 그녀의 검을 팔 보호대 하나로 막아냈다. >그녀가 온 힘을 다한다 한들 카록에게 상처 하나 입힐 수 없을 것이었다. > >아니스는 자신과 함께 기사단에 소속되어 있던 기사들을 떠올렸다. >모두 자신보다는 월등히 뛰어난 기사들이었다. >하지만 카록의 움직임을 보면 그들 중 대체 누가 카록과 실력을 겨룰 수 있을까 싶었다. > >그녀의 마음속에 희망의 씨앗이 조금씩 뿌리 내리기 시작했다. > >어느 날, 카록과 검술 대련이 끝난 후 아니스는 카록에게 마을을 떠날 때가 되었다고 이야기했다. >그녀의 왼팔은 완전히 나았고 검을 휘두르는 데 큰 무리가 없었다. >카록은 무뚝뚝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 >"때가 되었다면 떠나시오. 형제여." > >무뚝뚝한 표정이었지만 카록의 눈에는 아쉬워하는 기색이 엿보였다. >아니스는 그런 카록을 바라보며 다음 말을 망설였다. > >"카록......." > >아니스는 고민 끝에 입술을 질끈 깨물고 말했다. >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어요." > > > >회동이 소집되고 아레나 주위로 마을의 모든 자이언트들이 모여들었다. >회동은 자이언트들이 중요한 일을 결정할 때 모두의 의견을 모으기 위한 절차였다. >다만 이번 회동을 요청한 것은 자이언트 일족이 아닌 마을의 손님인 아니스였다. > >"저를 도와주세요." > >아니스가 아레나에 올라 떨리는 목소리로 자신의 요청을 전달했다. >좌중이 귀를 기울여야 할 정도로 조용한 목소리였다. >자이언트들이 회동을 이끌 때와는 정반대의 모습이었다. >수많은 자이언트가 입을 굳게 다문 채 그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 >"알베른에서 마족들을 몰아내 주세요." > >모든 것의 시작은 바로 이 알베른이었다. > >알베른은 카이만 숲 근처의 작은 인간 도시였다. >아니스가 태어난 도시이고 아니스의 할머니가 자란 곳이며, 그녀가 소속된 기사단이 있는 도시였다. >그리고 이 알베른은 얼마 전 마족의 공격으로 함락되어 마족의 지배하에 놓여있었다. >함락 당시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죽고 다쳤음은 물론이고, 아직도 많은 수의 사람이 포로나 노예로 수용되어 있었다. >아니스는 자이언트들이 마족들을 몰아내고 사람들을 구해주기를 바랐다. > >그녀의 이야기가 끝나고 긴 침묵이 흘렀다. >자이언트들이 고민스러운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때, 아쿰이 앞으로 나서며 아니스를 향해 외쳤다. > >"미안하오! 형제여! 하지만 그것은 불가능하오! " > >아쿰은 지금까지와는 달리 잔뜩 찌푸린 험상궂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 >"우리는 힘의 균형을 지켜야 하오! 함부로 그 균형을 깰 수 없소!" > >아쿰의 외침을 들은 자이언트들이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몇몇 자이언트들이 뒤늦게 나서며 아쿰의 의견에 찬성표를 던졌다. >아니스의 부탁을 들어줄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 >"아니스......" > >카록은 이 광경을 안타깝게 지켜보았다. >카록 자신도 균형의 수호와 아니스 사이에서 결론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 >아니스의 눈에 눈물이 차올랐이다. >그녀가 외쳤다. > >"부탁드려요! 그 사악한 마족들은 사람들을 참혹하게 살해한 괴물이에요! 여러분도 도리와 명예를 중시한다면 제발!" > >아니스는 눈물로 호소했다. >알베른의 공격에 맞서 그녀와 함께 지역을 수호하던 기사단원들은 마족에 의해 처참한 최후를 맞았다. >살아남은 기사단은 지원을 요청하기 위해 카이만 숲에 들어섰지만, 마족의 끈질긴 추적이 이어졌다. >결국 마족의 추적과 거친 우림이 한 사람씩 그녀의 동료들을 빼앗아갔다. >그녀는 동료들의 마지막을 떠올린 듯 다시금 눈물을 쏟았다. > >"슬픔은 이해하오. 형제여. 우리도 신들이 시작한 어리석은 전쟁으로 많은 형제를 잃었소." > >아쿰이 묵념이라도 하듯 고개를 숙인 후 조용히 이야기했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가로저으며 이야기했다. > >"하지만 형제여. 그래서 우리는 더욱 전쟁에 들 수 없소. 그건 누구도 막을 수 없는 흐름이오." > >아니스가 말을 잊은 채 아쿰을 바라보았다. > >"우리가 이 싸움에 발을 들이게 되면 균형은 더 크게 흔들릴 것이고 그때는 우리 모두의 생존마저 위협할 것이오. 자신의 욕심을 위해 다른 형제들까지 위험에 노출해선 안되오." > >아쿰의 말에 아니스는 입을 다물었다. >더는 이야기해도 아쿰을 중심으로 한 자이언트들의 마음은 바꿀 수 없을 터였다. > >아니스는 카록을 바라봤다. >카록이 슬픈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 >카록은 아니스가 카록의 집을 떠나 홀로 자이언트 마을을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마을 입구를 나가는 도중 아니스는 카록과 눈이 마주쳤지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저 카록을 보고 싱긋 웃었다. >별 것 아니라는 듯 웃으며 떠나는 아니스의 눈빛에는 이전과 다른 결연한 의지가 느껴졌다. > > >아니스가 떠나고 자이언트들의 삶은 다시 이방인이 없던 시절로 돌아갔다. >힘과 균형 그리고 전통을 중시하는 자이언트 마을이었다. >수렵하고 식량 창고를 채우고 다음 아레나를 준비했다. >자이언트들에겐 퍽 평화로운 나날이었다. > >단 한 명, 카록만이 예외였다. >그녀가 떠나간 후 카록은 홀로 방안에 앉아 생각했다. > >균형이란 무엇이고 전통이란 무엇인지 끝없는 자문이 이어졌다. > >카록의 눈 안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자신의 팔 보호구가 눈에 들어왔다. >이 팔 보호구는 카록이 가진 유일한 무구였다. >아니스가 마을에 오기 전에는 변변히 사용할 일이 없었던 것이었다. >카록의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 >그는 자신의 주먹을 바라보았다. >이 주먹은 지금 무슨 의미가 있을까. >- >회동 소집을 위한 북소리가 울렸다. >이번에 북을 울린 것은 카록이었다. > >자이언트들이 모이자 카록은 아레나 위로 올라가 대번에 인간의 싸움에 간섭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번에도 아쿰이 제일 먼저 나서 그를 말렸다. > >"형제여! 저 세상 밖의 모든 전쟁은 신의 덫이오! 우린 전통을 수호해야 하오! 아니면 더는 균형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오!" > >아쿰은카록에게 소리치며 작은 인간의 존재가 카록을 약하게 만들었다고 탄식했다. > >"우리가 모르는 더 큰 균형이 이미 무너졌을지도 모르잖소!" > >더 큰 균형이 이미 무너져있다. >그것이 카록이 내린 답이었다. >전쟁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면 그것이 자이언트의 세상 안이든 그 밖이든 이미 균형은 무너진 것과 다름없었다. >누군가가 눈물짓는 세상, 누군가가 고통받는 세상을 뜯어고치는 것이 균형을 지키는 의미일 터였다. > >"하지만 형제여!" > >아쿰이 다시 한번 카록을 설득하기 위해 나섰다. > >하지만 카록은 손을 벌려 아쿰을 제지했다. >이미 그의 결심은 확고했다. > >카록이 조용히 허리춤의 벨트를 떼어냈다. >그리고 벨트를 왼팔로 들어 올렸다. >모두가 숨을 죽였다. >일족의 벨트를 사용해 중대한 결정을 내리겠다는 신호였다. > >"일족의 이름을 걸고 중대한 결정을 하겠소! 모든 일족은 나, 카록을 추방하시오!" > >그렇게 외친 후 카록은 일족의 벨트를 아레나 위에 팽개치듯 버려두었다. >카록의 말과 행동에 자이언트 모두가 매우 놀랐다. > >아쿰은 더는 카록을 말리지 못했다. >카록은 이미 전통에 맞추어 전통에 어긋나는 행동을 할 수 있는 권리를 얻은 셈이었다. >이 모든 과정을 수호해야 하는 아쿰으로서는카록을 막을 수 있는 명분이 없었다. > >마을을 떠난 카록은카이만 숲을 빠져나와 가장 가까운 인간의 마을을 찾았다. >마을 내에서 아니스를 찾았으나 그녀의 이름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검을 든 여기사의 모습을 설명해주어도 사람들은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그녀는 곧장 알베른으로 향한 것이 틀림없었다. > >카록은 마음이 급해졌다. >사람들에게 알베른의 위치를 물었다. > > >카록이 알베른에 다다랐을 때는 이미 해가 저물고 난 후였다. >알베른의 도시 외벽은 마족 침공 당시 무너진 듯 사방이 통로처럼 뚫려 있었다. >폭약으로 벽을 무너뜨린 후 사방에서 동시에 공격한 것 같았다. >카록은 그 덕분에 쉽게 알베른 내에 진입할 수 있었다. > >알베른 중심부에서 거대한 횃불이 타오르는 것처럼 밝은 불빛이 일렁였다. >도시 중앙에 마족들이 모여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불길이 닫지 않는 도시의 외곽은 쥐 죽은 듯 조용했다. >본대는 이미 이동하고 소수의 인원만 도시에 남은 듯했다. > >도시 안에 있는 집과 건물들 대부분은 모두 불에 타 무너져 내렸거나 기울어 있었다. >간간이 인간 또는 마족의 시체가 보였지만 아니스의 그림자는 보이지 않았다. > >카록은 불길이 이끄는 대로 도시 중앙으로 향했다. > >한때 도시의 중앙 광장이었을 공간이 이제는 마족들의 캠프로 변해버리고 말았다. >광장의 분수대는 물줄기를 뿜는 대신 쓰레기를 태우는 소각장이 되어 있었다. >온갖 오물을 이곳에서 태우는 듯 불길 사이로 고약한 냄새가 진동했다. > >마족들은 이 불길을 중심으로 벌러덩 드러누워 잠을 청하고 있었다. >몇몇 마족만 졸린 눈을 끔뻑거리며 앉아 큰 도움도 되지 않는 초병 노릇을 하고 있었다. > >카록은 마족 캠프를 둘러보던 중 초병을 서고 있는 한 고블린이 낄낄거리며 장검을 어루만지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손잡이에 기사단의 장식이 박힌 검집 없는 장검이었다. >카록이 보기에 그것은 아니스의 장검이 틀림없었다. > >카록은 순간적인 분노에 사로잡혀 아무런 계획 없이 광장에 뛰어들었다. >카록이 달려오는 소리를 듣고 장검을 든 고블린이 아우성을 치며 알아들을 수 없는 마족어로 소리를 질러댔다. >모든 마족이 그 소리에 놀라 잠에서 깨어나기 시작했다. > >카록은 고블린을 향해 곧장 달려가 그를 걷어차고 장검을 빼앗았다. >고블린은 카록의 발길질에 나가떨어져 바닥을 구르더니 더는 움직이지 않았다. > >카록은 아니스의 장검을 확인했다. >함께 대련할 때마다 마주하던 아니스의 장검이었다. 장검을 쥔 주먹이 부르르 떨렸다. > >몸을 일으킨 마족들이 카록을 경계하며 하나 둘 모여들었다. >일사불란하게 카록을 에워싸고 한꺼번에 카록을 향해 달려들었다. >카록은 사방에서 다가오는 마족들을 모두 주먹 하나로 제압했다. >검도 창도 도끼도 그에겐 소용이 없었다. >날렵하게 파고들어 마족의 사지를 부러뜨리고 다른 마족에게 집어 던지거나 머리를 깨부수었다. > >마족들은 카록이 자신들의 상대가 되지 않는 것을 알고 광장의 더 안쪽에서 잠자고 있던 덩치 큰 마족을 잠에서 깨웠다. >잠에서 깬 거대한 몸집이 구시렁거림과 함께 몸을 일으켰다. >흉측하게 생긴 머리가 둘이나 달린 오거였다. >오거가 몸을 일으키자 주위로 먼지들이 안개처럼 흩날렸다. > >"뭐야. 또 린간이냐?" >"뭐야. 또 사냥감이냐?" > >두 머리가 서로 다른 말을 내뱉으며 거대한 해머를 집어 들었다. >해머의 머리만 해도 카록의 몸집보다 컸다. > >카록과 오거가 서로를 발견하고 마주 보았다. >다른 마족들은 기세에 눌려 두 사람에게 가까이 다가오지도 못했다. >그리고 그 순간 카록은 그녀를 발견했다. > >오거의 발치에는 쇠사슬과 말뚝의 뭉치가 많았다. >여기저기에 박힌 말뚝에서 이어지는 쇠사슬 끝으로 사로잡힌 인간들의 모습이 있었다. >건장한 사내부터 노인, 아이 할 것 없이 수많은 사람이 쇠사슬에 묶인 채 쓰러져 있었다. >그리고 그 가운데 카록이 찾던 한 사람도 있었다. > >눈을 감은 채 쓰러져 있는 아니스였다. > > >더는 지체할 수 없었다. >카록은 오거를 향해 뛰어들었다. >오거는 카록이 다가오는 것을 겨누어 해머를 들어 내리쳤다. > >"내가 왔소! 형제여!" > >카록은 해머를 피하지 않고 해머의 머리를 양팔로 받아냈다. >카록이 전신의 힘으로 오거의 힘을 받아들이자 카록의 발치를 중심으로 광장의 바닥에 균열이 갈 지경이었다. >한 번 해머를 붙잡히자 오거가 아무리 기를 써도 해머 자루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카록은 괴성과 함께 해머를 잡은 두 팔을 힘껏 꺾었다. >해머의 자루가 우지끈하고 끊어지며 카록의 손안에 해머의 머리가 들어왔다. >자루가 끊어진 해머의 머리는 자신의 키보다 큰 거대한 기둥과 같았다. > >카록은 해머를 빼앗긴 오거의 다리를 기둥을 휘둘러 공격했다. >우지끈하는 소리와 함께 오거의 뼈가 부러졌다. >오거가 비명을 지르며 상체가 앞으로 고꾸라졌다. >두 개의 머리가 카록 앞에 놓였다. >카록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 > >오거의 잔인한 죽음을 목격한 마족은 카록의 위협에 벌벌 떨며 빠르게 퇴각을 결정했다. > >카록은 마침내 붙잡힌 사람들 사이에서 아니스를 만날 수 있었다. >아니스의 얼굴에는 핏기가 없었다. >가까스로 숨을 쉬는 듯 가슴이 오르내리고 있었지만 상태가 좋지 않아 보였다. >그녀는 몸을 끊임없이 떨면서 복부를 감싸 안고 있었다. >그녀의 손 밑으로 날카로운 것에 베인 듯한 큰 상처가 보였다. >출혈이 심한 상태로 오랫동안 방치된 듯했다. > >카록은 그녀에게 다가가 주변의 천으로 몸을 덮어줬다. >카록의 손길을 느꼈는지 아니스가 힘겹게 눈을 떴다. > >"카......록......." > >그를 바라본 아니스의 얼굴이 씰룩거렸다. >카록에게 웃어주고 싶은 듯했다. >하지만 몸이 더는 원하는 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카록은 아니스의 손을 붙잡으며 괜찮다고 곧 다시 회복할 수 있을 거라고 이야기했다. >아니스가 고개를 좌우로 움직였다. > >"이제...... 괜, 찮아......" > >아니스의 작은 목소리가 점차 희미해지고 있었다. >카록은 그녀의 말을 듣기 위해 얼굴을 더 가까이 가져갔다. > >"너는....... 나......의." > >아니스는 다음 말을 하기 위해 입을 움직였다. >카록은 아니스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다음 말은 더는 들을 수 없었다. >- >사건이 있은 후 카록에 대한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다. >홀로 마족을 몰아내고 도시를 구해낸 거구의 남자에 대한 소문이었다. >인간들은 카록을 어디까지나 덩치가 큰 인간으로 이해하고 싶은 모양이었다. > >카록이 가는 곳마다 용병들이 찾아와 도움을 요청하거나 입단을 제의했다. >하지만 카록은 아직 잘 모르겠다며 이들을 모두 돌려보냈다. > >인간의 세계에 오자마자 끝없는 전투가 이어질 예정이었다. >이것이 아쿰이 이야기하던 신들의 덫에 빠진 것일까. >아니스를 위해 자신의 힘을 사용하기로 한 자신의 결심은 잘못된 것이었을까. >카록은 다시금 고민했다. > >카록의 손에는 아니스가 남기고 간 장검이 들려 있었다. >카록은 그녀가 웃으며 마을을 떠나던 모습을 기억했다. >혼자서라도 모든 것을 바꾸기 위해 떠나는 전사의 얼굴이었다. > >카록은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기로 했다. >인간들의 눈으로 본 세상의 균형이란 무엇인지 조금 더 지켜보기로 했다. > >카록의 숙소로 새로운 용병단의 입단 제의가 들어왔다. >이번 대답은 이전과는 조금 달랐다.}}} * 파르홀른 원정단 특성: 강철 위장, 깊은 내면, 남다른 골격, 정화의 일격, 자이언트 캐릭터별 스토리가 추가되기 전, 유일하게 용병단 입단 전의 배경스토리가 존재했던 캐릭터였다. 빈딕투스에서 카록의 배경 이야기를 공개했었으며, 현재는 원문도, 번역문도 링크가 깨져서 남아있진 않지만 [[https://namu.wiki/w/카록?rev=1162#s-2|당시 내용이 해당 항목에 스토리로서 올라와있었다.]] 한국판 홈페이지에는 기재되어 있지 않지만 [[영웅의 군단]]에서 콜라보로 등장한 카록의 배경 이야기에서 차쿤이 언급되는 걸 봐서는 이 당시에는 공식 스토리로 인정이 됐던 모양이다.[* 영웅의 군단 콜라보에서 언급된 카록의 스토리는 다음과 같다. "긍지높은 밤 까마귀 부족의 전사 카록. 응고된 피를 움켜쥐고 태어난 카록은 특별한 운명을 지녔다. 그것은 새로운 세계에서 위대한 모험을 펼칠 운명. 하지만 그의 모험이 이 세계까지 이어질 줄은 카록도, 그의 운명을 예언한 주술자 차쿤도 알지 못했으리라."] 또한, 이 당시 내용의 언급을 통해 법황청에서 자이언트를 마족으로 취급하고 있음이 묘사되었다. 그러나 이후 스토리에 수정이 있었고 2017년 5월 유저간담회에서 나눠준 사은품에서 이가 공개되었다. 변경된 스토리에는 자이언트의 마족 취급, 카록이 일족 중 가장 작은 존재라는 묘사가 모두 삭제되었으며 카록 특유의 말투가 자이언트 종족 전체의 말투로 변경되었다.[* 이는 [[델리아]]의 스토리에서도 묘사되었다. ] 해당 스토리에 등장한 아쿰이라는 자이언트가 카록의 인연 스토리에 등장함으로 인해 해당 스토리가 공식적으로 확정된 카록의 기본 설정이 되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저장 버튼을 클릭하면 당신이 기여한 내용을 CC-BY-NC-SA 2.0 KR으로 배포하고,기여한 문서에 대한 하이퍼링크나 URL을 이용하여 저작자 표시를 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데 동의하는 것입니다.이 동의는 철회할 수 없습니다.캡챠저장미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