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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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1. 개요
2. 윌리엄 깁슨의 사이버스페이스
3. 개념적 사이버스페이스
4. 인터넷



1. 개요[편집]


Cyberspace.

미국 SF 작가로서 사이버펑크 운동의 선구자인 윌리엄 깁슨이 만들어낸 용어.

깁슨의 작품인 뉴로맨서카운트 제로 등은 읽어보기는 커녕 들어본적도 없는 사람이라도, 사이버스페이스라는 용어는 접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오늘날 인터넷을 은유적으로 사이버스페이스라 지칭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깁슨이 1986년에 사이버스페이스라는 용어를 만들었을 당시엔 인터넷이 일반인에게 보급되어 있지도 않았으며, 더구나 깁슨은 컴맹으로 인터넷의 전신인 아르파넷에 대해 들어본 적도 없음은 물론이요 컴퓨서브[1]조차 이용하지 않는 사람이었다(아예 컴퓨터가 없었다고 한다).

때문에 깁슨이 상상한 사이버스페이스는 우리가 말하는 사이버스페이스(인터넷)와는 매우 다르며, 깁슨이 만들어낸 용어에다 다른 (컴맹이 아닌) 사이버펑크 작가들이 좀더 살을 붙여서 확립시킨 사이버스페이스와도 상당히 다르다.


2. 윌리엄 깁슨의 사이버스페이스[편집]


사이버스페이스. 모든 나라에서 수십억의 사용자들이 매일 경험하며 공유하는 환각. 인류가 사용하는 모든 컴퓨터들의 메모리로부터 추출된 데이터를 그래픽으로 표현한 것. 상상을 뛰어넘는 복잡성. 인간의 정신이라는 허구의 공간에 펼쳐진 빛나는 선들과 별자리처럼 빛나는 데이터의 클러스터들이, 도시의 야경처럼 끝없이 펼쳐진다.[2]


깁슨이 "버닝 크롬", "뉴로맨서" , "카운트 제로" 등 소위 "스프로울 시리즈"에서 그려낸 사이버스페이스는 하나의 초거대 데이터베이스로서, 무한한 크기의 3차원 좌표계 위에 올려진 초거대 관계형 데이터베이스로서 만들어졌다. 오늘날 이용되는 관계형 데이터베이스는 대부분 2차원 좌표계(행과 열, 즉 X와 Y축) 위에 올려져 있음을 감안할 때, 사이버스페이스는 훨씬 많은 양의 데이터를 담을 수 있거나, 아니면 보다 빠른 속도로 데이터의 검색과 처리가 가능한 것으로 생각된다.

사이버스페이스의 앞면은 합법적인 사용자들이 접하는 프론트엔드로, 각 데이터 클러스터(회사 인트라넷과 비슷한 것이라 생각하면 쉽다)의 내부만을 보여준다. 합법적인 사용자는 사이버스페이스에 접속하면 입력한 접근 코드에 상응하는 데이터 클러스터 내부로 곧바로 들어가게 되며, 자기 클러스터 밖으로 나갈 이유도 방법도 없으므로 항상 클러스터의 내부만을 보게 된다. 데이터 클러스터 내에는 사용자가 액세스할 수 있는 데이터가 배치되어 있으며, 이 데이터[3]를 열고, 가공하고, 저장하는 것이 이들 사용자들이 하는 일이다.

예를 들어 바비 뉴마크가 정보상 핀에게서 얻은 접근 코드를 이용해 자기 컴퓨터에서 사이버스페이스에 접속했다고 하자. 바비는 핀의 가게인 "메트로 홀로그래픽스"를 나타내는 데이터 클러스터 안에 들어가게 되며, 그 안에서 핀이 마련해 둔 다양한 데이터, 즉 게임이나 툴 등의 소프트웨어, 최신 일본 팝송, 영화 등을 열람하거나 자기 컴퓨터로 다운로드받을 수도 있다. 다시 말해 우리가 월드와이드웹(WWW) 사이트에 접속해 하는 일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반면 사이버스페이스의 뒷면은 작중에서 "매트릭스"라 불리는 개념공간이다. 깁슨의 사이버스페이스는 인터넷처럼 수많은 컴퓨터(서버)들로 구성된 네트워크가 아니라 그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관계형 데이터베이스이기 때문에, 사이버스페이스 내에 존재하는 모든 데이터는 데이터베이스(사이버스페이스) 내에서 그것이 차지하는 위치를 x, y, z로 나타낸 고유 좌표를 갖고 있다. [4] 매트릭스는 이 좌표를 근거로 사이버스페이스 내 모든 데이터의 위치를 3차원 그래픽으로 나타낸 것으로, 극중에서는 네온빛으로 빛나는 격자선들로 가득한 무한한 공간 내에 데이터들이 클러스터(군집)를 형성하며 배치되어 있다고 한다. 각각의 데이터 클러스터는 데이터들의 모임이며, 특히 기업체 같은 큰 조직의 데이터 클러스터는 대량의 데이터를 포함하고 있기에 매트릭스 내에서 거대한 구조물처럼 보인다.

이렇게 데이터 클러스터를 클러스터 바깥에서 볼 수 있는 것은 오직 불법 사용자 뿐이다. 애당초 사이버스페이스는 이렇게 매트릭스 형태로 경험되거나 이용되도록 만들어진 것이 아닌데, 불법 이용자들이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매트릭스 형태로 사이버스페이스를 표현하는 툴(하드웨어/소프트웨어)을 개발했다. 이 소프트웨어를 "메트릭스 시뮬레이터"라 부르며, 이 소프트웨어를 구동하는 하드웨어를 "사이버스페이스 덱"(컴퓨터다)이라 부른다. 사이버스페이스 덱은 대량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시각화하주는 기계이기 때문에 하드웨어 성능이 매우 좋아야 한다. [5]

이들 불법 사용자들은 사이버스페이스 덱에서 매트릭스 시뮬레이터를 실행시켜 매트릭스로 들어간 후, 데이터 클러스터의 외부로부터 클러스터에 접근해 그 안에 있는 데이터를 훔쳐낸다. 다시 말해 해킹을 하는 것이며, 이들 불법 사용자들은 해커인 것이다. (작중에선 이들 해커를 "카우보이"나 "쟈키(jockey)"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 케이스가 자신의 사이버스페이스 덱(컴퓨터)에서 매트릭스 시뮬레이터(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사이버스페이스에 접속했다고 하자. 케이스는 특정 데이터 클러스터를 합법적으로 이용하려는 것이 아니므로 접근 코드가 필요없다. 그 대신 사이버스페이스(정확히는 매트릭스) 내에서 특정 클러스터의 대략적 위치를 나타내는 좌표가 필요하다. 사이버스페이스는 무한한 공간이므로 좌표를 모르면 끝없이 헤메기만 할 뿐이다. 물론 케이스는 카우보이이므로 유명한 데이터 클러스터들의 좌표 정도는 모두 꿰고 있으며, 오늘은 취리히 궤도 은행의 데이터 클러스터를 보러 가기로 한다. 사이버스페이스 덱의 키보드에 일련의 숫자를 입력하자 케이스는 마치 비디오게임의 우주선처럼 매트릭스의 네온빛 격자를 따라 고속으로 이동하며, 곧 취리히 은행의 데이터 클러스터 부근에 도착한다. 은행의 클러스터는 마치 거대한 건물처럼 보이는 기하학적인 모양의 구조물의 형태를 하고 있으며 그 안에는 무수한 비밀 예금계좌와 그 안에 든 막대한 양의 돈(을 나타내는 데이터)가 숨겨져 있지만, 너무 가까이 다가가지 않는 것이 좋다. 준비도 없이 섣불리 다가갔다가 은행의 강력한 방어에 걸려 곤란한 꼴을 당하게 되기 때문이다.

사이버스페이스가 갓 만들어졌을 때는 매트릭스도 없었기에 데이터 클러스터들은 외부로부터의 침입에 대해 전혀 방어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매트릭스 시뮬레이터가 개발되고 카우보이들이 클러스터의 외부로부터 데이터에 접근해 훔쳐가는 일이 잦아지자 데이터 클러스터의 소유자들(기업체 등)은 외부로부터의 불법적 접근을 격퇴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데, 이를 침입격퇴 전자장비(intrusion countermeasure electronics, 줄여서 ICE)라 부른다. [6] 즉 우리가 말하는 방화벽과 비슷한 것인 셈.

카우보이들도 당연히 아이스(ICE)에 대처하는 도구를 개발했으며 이를 아이스브레이커라 부른다. 아이스브레이커라고 뭉뚱그려 부르기는 하지만 그 종류는 부지기수로, 단순한 암호해독 프로그램부터 군사용 컴퓨터 바이러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이렇게 카우보이들의 해커력(?)이 늘어만 가자, 어떤 기업들은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하게 된다. 즉 아예 카우보이를 죽여버리는 아이스를 개발하게 된 것. 이를 블랙 아이스라고 부르는데, 데이터 클러스터에 불법으로 접근하려는 움직임이 탐지되면 그 사용자(카우보이)의 뇌를 전기적으로 공격해 뇌사상태에 빠뜨리는 지독한 소프트웨어다.

어떻게 컴퓨터 사용자의 뇌를 전기적으로 공격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을 텐데, 사이버스페이스라는 가상현실은 컴퓨터 모니터가 아니라 이마의 피부에 붙이는 전극들을 통해 접속한다. 눈을 감고 이마에 점착성 전극 패드를 두세개 붙이면, 데이터 클러스터의 내부(합법적 사용자의 경우)나 매트릭스의 무한한 공간(불법적 사용자의 경우)이 마음의 눈앞에 생생한 3차원 이미지로 펼쳐지는 것이다. 블랙 아이스는 이 전극을 통해 사용자의 뇌에 특별한 전류를 흘려보내 뇌사 상태를 야기하는 것.

아이스는 매우 복잡한 소프트웨어지만 일단 만들어지고 나면 카우보이들이 곧 그 특성을 파악해서 아이스브레이커를 개발해 무력화시키기 때문에, 아이스는 끊임없이 업데이트를 하거나 아예 새로운 아이스로 교체해줘야 한다. 이렇게 끊임잆이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개발하는 것은 인간에겐 힘든 일이기 때문에, 이런 작업은 극중에 등장하는 인공지능들이 담당한다. 그런데 아이스브레이커 중에도 인공지능이 만든 것들이 있다고 하니...


3. 개념적 사이버스페이스[편집]


깁슨의 사이버스페이스는 거대한 데이터베이스를 3차원 그래픽으로 표현한 일종의 가상현실이었다. 쉽게 비유하자면 전 인류가 동시에 접속 가능한 엄청나게 큰 단 하나의 서버로, 세계 최초의 발상이라는 점 말고는 별 거 없는 셈. 깁슨 본인도 "뭔가 있어보이지만 실제로는 아무 의미도 없는 단어"라 폄하(?)했을 정도다. [7]

하지만 중기 사이버펑크 작가들은 깁슨이 만들어낸 사이버스페이스라는 용어를 자기들이 입양(?)해 새로운 개념적 의미를 부여한다. 사이버펑크의 대표주자였던 작가/저술가 브루스 스털링의 글을 통해 이들이 말하는 사이버스페이스의 개념을 알아보자.

전화 통화를 할 때, 그 대화는 "어디에서" 일어나고 있는가? 책상 위에 놓인 전화기 안에서? 멀리 떨어진 도시에 사는, 대화 상대의 전화기 안에서? 그렇지 않다. 당신이 주고받는 대화는 두 전화기 사이의 어떤 장소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이 전자 "공간"은 한때 전화기와 전화기를 이어주는 어둡고 가느다란 일차원적인 선에 불과했으나, 지난 20여년간[8]

이 공간은 마치 상자 속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도깨비 장난감마냥 넓게 펼쳐졌다. 한때 어둡던 이 공간은 이제 수많은 컴퓨터 화면들이 내뿜는 빛으로 눈부신 장소가 되었으며, 그 지평선을 가늠할 수 없는 무한한 땅으로 변신했다. 전화의 세계가 컴퓨터 및 텔레비전과 이종교배를 함으로써 태어난 이 세계, "사이버스페이스"는 쉽게 정의하기 힘든 현실성을 획득했으며, 비록 손으로 만질 수 없는 허구의 공간이기는 하나 실재하는 개념적 장소로서 지칭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이들 사이버펑크 작가들이 사이버스페이스의 개념을 확립하고 있던 당시는 1980년대 중후반으로, 아직 인터넷이 일반에게 보급되지 않았던 시절이다. 21세기의 인터넷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는 이 두 번째 '사이버스페이스' 또한 매우 익숙한 개념이지만[9], 무수한 사람들이 물리적 거리에 구애받지 않고 접촉할 수 있는 가상 공간은 당시의 창작자들에게 굉장한 영감을 주었을 것이다.


4. 인터넷[편집]


사이버스페이스는 인터넷을 은유적으로 지칭하는 표현이기도 하다. 특히 언론 등에서 인터넷을 사이버스페이스로 지칭하는 일이 많다. 약간 고풍스럽게 "전뇌공간"이라 표현하는 경우도 있는데, 전뇌는 컴퓨터를 말하므로 마찬가지 의미인 셈.

다만 인터넷과 사이버스페이스는 미묘한 뉘앙스의 차이가 있는데, 인터넷이라 하면 인터넷의 다양한 실제적 측면들, 예를 들어 서비스, 서버, 데이터센터, 여러 웹사이트들, 통신 프로토콜들 등을 지칭하는 경우가 많은 반면, 사이버스페이스라 하면 인터넷을 매개로 구현되는 가상의 개념적 장소 또는 사회를 지칭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오늘 XX 데이터 센터의 화재로 인해 수만명의 사용자들이 N시간 동안 인터넷을 사용하지 못했습니다."
"연예인 X의 갑작스런 사망은 사이버스페이스 상에서 큰 화젯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5. 소닉 프론티어전뇌 공간[편집]


문서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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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puServ. 1980년대 미국인들이 많이 이용하던 PC 통신의 일종. 쉽게 말해 미국판 하이텔.[2] 글이 영 이상하게 느껴지겠지만 당시 깁슨의 문체가 이랬다.[3] 수치화된 데이터가 아니라 객체화된 데이터이므로, 우리가 생각하는 "파일"에 가깝다.[4] 인터넷의 url 주소와 비슷한 것인 셈이다.[5] "버닝 크롬"의 주인공인 오토매틱 잭은 자기가 직접 만든 덱을 사용하며(엄청난 고성능 머신으로, 10년 뒤에도 현역 덱으로 사용이 가능할 정도였으니 제작 당시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고성능이었을 것이다. 여담으로, 키캡에 아무런 마킹도 없는 민짜 키보드를 갖고 있다), "뉴로맨서"의 주인공 케이스는 일본 회사인 오노-센다이의 최고급 사양 제품을 사서 썼다. "카운트 제로"의 주인공 중 하나인 바비 뉴마크는 처음엔 장난감 급의 싸구려 덱을 쓰다가 도둑맞고, 나중에 남의 덱을 빌려서 쓰는데 그게 바로 오토매틱 잭이 만든 커스텀 덱이었다.[6] 소프트웨어인데도 전자장비라 부르는 이유는, 깁슨 세계관에선 소프트웨어를 하드디스크 같은 기록매체에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소프트웨어가 독립된 하드웨어 카트리지에 담겨있으며 이를 컴퓨터의 슬롯에 삽입함으로써 소프트웨어를 구동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래도 소프트웨어는 소프트웨어지 전자장비라고 할 수는 없을 테지만... 깁슨이 컴맹이었음을 유념하며 받아들이도록 하자.[7] All I knew about the word "cyberspace" when I coined it, was that it seemed like an effective buzzword. It seemed evocative and essentially meaningless. It was suggestive of something, but had no real semantic meaning, even for me, as I saw it emerge on the page.[8] 이 글은 1980년대에 쓰여졌다.[9] 당장 온라인 게임 하나만 켜서 접속해도 공상의 산물이 가득한 허구의 공간이 펼쳐지며, 그러한 게임들의 갯수만큼 무수히 많은 사이버스페이스가 존재한다. 극단적으로는 스타크래프트 유즈맵, VRChat, Garry's mod 등 개개인이 직접 새로운 공간을 창조해낼 수도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