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레스(영원한 7일의 도시)/호감도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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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따스한 미소를 짓고 있는 수녀. 교회 밖에서 그녀가 정성을 다해 화초를 가꾸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하지만 다가가기는 쉽지 않아 보이는데, 그녀의 앞에서 선을 넘는다면, 후폭풍이 심각할지도......
 
 
중앙청의 지휘사로서 교회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때마침 학교를 순찰할 일이 있으니, 가는 김에 교회에 들려야 겠다.
 
 
역시 세레스는 저 꽃들을 좋아한다. 그런데 "죽음을 성실하게 대한다"라는 말이 도대체 무슨 뜻일까.
 
 
세레스의 말이 신경 쓰이지만, 지금은 시가지로 가야 한다. 세레스... 교회에서 나올 것 같지는 않다.
 
 
원래 죽음이 이렇게 평온할 수 있는 것인가. 하지만 조금은 무섭게 느껴진다. 세레스를 찾아가서 얘기를 나눠봐도 되겠지.
 
 
세레스가 돌아가려는 듯 했다. 교회에 가서 그녀를 만나보자.
 
 
세레스가 말해준 이야기는 아름답지만 슬펐다. 하지만 더 할 얘기가 있는 것 같다. 그녀와 좀 더 가까워져서 더 많은 꽃과 죽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자.
 
 
고등학교를 순찰할 때가 되었다. 다시 교회에 가보자.
 
 
세레스와 함께 소녀를 보내주었다. 마음이 아프지만 세레스의 말대로라면 이것이 바로 생명 본래의 모습이다. 우리는 반드시 생명을 존중하고 인정해야 한다.
 
 
세레스가 화원으로 와서 자신을 도와달라며 먼저 내게 연락을 했다. 어서 교회로 가보자.
 
 
신은 침묵을 유지하지만 신을 섬기는 사람들은 반드시 세상을 위해 구원을 찾아야 한다. 생명 본래의 모습을 목격한 세레스가 찾은 것은, 작디 작은 유리 화원이었다.



1. 꽃과 소리없는 장례식
2. 꽃과 마지막 기도
3. 꽃과 아름다운 물건
4. 꽃과 아름다운 이별
5. 꽃과 생과 사의 윤회

해당 글씨는 보이스로만 존재하는 스크립트 입니다. (괄호는 스크립트와 보이스가 다른 경우입니다.)


1. 꽃과 소리없는 장례식[편집]


파일:영7 캐릭.png 꽃과 소리없는 장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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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사」
너무 일찍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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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안개는 아직 걷히지 않았고, 주변엔 아직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하얀색 고층 건물의 꼭대기는 처음 떠오르는 아침 햇빛과 어우러져, 현대 도시의 시끄러움과 확연히 다른 조용한 장소가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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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 보이는 교회에서, 경건하게 기도를 올리는 소녀의 뒷모습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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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음이 현혹되면, 영원히 열려 있는 저 높은 곳의 문을 두드리리라.

파일:세레스 아이콘.png
「? ?」
세상은 끊임없이 변화하건만, 무의미한 환영을 쫓거나 머뭇거리며 나아가지 못해서는 아니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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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좋은 아침이군요, 중앙청의 지휘사님. 이 사간에 교회에 나오시다니, 무슨 일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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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뒤편의 꽃밭에 조용히 서 있던 수녀가, 물뿌리개를 손에 들고 따뜻한 미소를 띄며 말을 걸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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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사」
세레스였구나...... 매번 정말 깜짝 놀란다니까. 그런데 어떻게 갑자기 내 뒤쪽에서 나타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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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
숙녀가 나타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란다니, 그건 정말 실례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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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
하지만 지휘사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는 거라면, 그게 맞는 거겠죠. 줄곧 꽃들과 함께 지내면서 사계절의 변화를 보다 보니, 저도 어느새 함께 조용해진 듯 해요. 계속되는 순환을 지켜보면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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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말하며 세레스는 물뿌리개를 흔들었고, 쏟아져 내리는 물방울이 아침 햇살을 반사하며 빛이 났다.

파일:세레스 아이콘.png
「세레스」
참, 지휘사님께선 식물에 대해서 어느정도 알고 계신가요?
▷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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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사」
식물에 대해 아는 거라면...... 원예 기술이나 생물학 지식에 대해 얘기하는 거야? 잘 모르겠어.

▷ 들어본 적이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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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사」
예전에 우류 씨가 조금 이야기 해주긴 했어. 세레스가 말하는 식물에 대한 지식이란 건, 정확히 어떤 걸 가리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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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
예전에 사람들은 꽃을 이용해서 자신의 뜻을 전달하거나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들을 표현하기도 했어요. 요즘 유행하는 꽃말이 여기에서 온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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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
예를 들어, 저기 열린 자형화는 일부 문화권에서 혈육의 정과 화목을 상징하죠. 그래서 우류 씨도 고아원에 이 꽃나무들을 많이 심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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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
그리고 지금 지휘사님 옆에 있는 달리아는 외관이 우아하고 화려해서 수녀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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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
지금 물을 주고 있는 이 아이리스라는 꽃은, 옛날엔 묘지에 심어지곤 했어요. 새의 꼬리를 닮은 이 꽃이, 영혼을 천국으로 인도할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죠. 어떤 면에서는 죽음의 사자라고도 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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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는 뭔가를 느낀 듯 가볍게 입을 다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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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
죄송해요. 혼자서 너무 말을 많이 한 것 같군요. 오랜만에 좋은 말상대를 만나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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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사」
아, 괜찮아, 괜찮아. 나도 많이 배웠어. 세레스는 정말로 이 꽃들을 좋아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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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사」
그건 그렇고, 나한테 식물을 잘 아는지는 왜 물어본 거야?

파일:세레스 아이콘.png
「세레스」
아무래도 식물이 생명이라는 단어의 의미와 가장 가까운 존재니까요. 식물은 자신만의 성장 방식이 있죠. 계절에 따라 피고, 지고, 각자의 운명을 한없이 보내죠. 이것들을 보면 무한한 삶과 죽음의 윤회를 보는 것 같아요.

파일:세레스 아이콘.png
「세레스」
그래서 생각했어요. 도시의 운명을 짊어지고 있는 지휘사님은 혹시 꽃들에게 특별한 감정을 가지고 있지는 않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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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사」
미안, 실망시킨 것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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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
아니요. 방금 지휘사님이 이 꽃들을 바라보는 눈빛을 누구보다 진지했어요. 분명 느끼신 바가 있으실 거라고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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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갑자기 누군가가 세레스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한 젊은 수녀가 허둥지둥 이쪽으로 달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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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녀」
세레스 수녀님! ...... 방금 제가 이걸 교회 벽 한 구석에서 발견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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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수녀의 손에는 나무로 된 상자가 쥐어져 있었고, 수녀의 표정은 슬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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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가 상자를 받아들자, 그 안에 검은 고양이 한 마리가 누워 있는 것을 보였다. 이미 생기가 사라져 버린 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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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녀」
...... 그 아이들이 좋아했던 새끼 고양이에요. 항상 밥을 얻어먹으러 왔던 애요. 어제 저녁에 볼 때는 신경을 못 썼는데...... 밤에 너무 추워서 견디지 못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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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녀」
...... 차라리 안에 들어오게 했다면, 아니면 따뜻 이불이라도 덮어줬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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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
당신은 이미 할만큼 했어요. 생명이 꺼져가는 것은 슬픈 일이지만,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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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
뒷일은 제가 할게요. 좋은 곳을 찾아서 잘 묻어주도록 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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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는 허리를 굽혀 가장 아름다운 꽃들을 딴 후 나무 상자에 넣었다. 그 숙연한 모습은, 마치 중요한 지인을 먼 곳으로 떠나보내는 듯한 경건한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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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옆에 놓은 꽃은 영혼을 천국으로 인도한다는 아이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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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
이렇게라도 해서, 뜻하지 않게 죽어간 생명이 조금이라도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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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사」
세레스는 진심이구나. 고양이의 죽음은 슬픈 일이지만, 일반인이라면 이렇게까지는 못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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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
주는 침묵을 유지하시지만, 주를 모시는 사람들은 이 세상에 올바른 길을 제시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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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
유랑하는 고양이도 살아있는 생명이었으니, 정중하게 대해야 하죠. 죽음이 다가올 때, 생명의 종착점 앞에 설 때, 모든 생명이 평등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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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
살아있는 사람들은 반드시 죽음에 대해 성실한 태도를 갖춰야 한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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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는 다시 허리를 굽혀 꽃을 정리했다. 아침 이슬이 점점 강렬해지는 햇살에 흩어졌고, 영롱한 밝은 빛깔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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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갈 때가 된 걸까. 그렇게 생각할 때, 아까 교회 앞에서 오랫동안 기도를 하던 소녀가 나오고 있었다. 그제서야 그녀가 철로 만든 휠체어에 앉아 있다는 것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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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는 휠체어를 몰고 우리 옆을 지나가며 가볍게 인사를 하고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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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사」
이렇게 오랫동안 기도를 하다니, 소원을 빈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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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
관심이 있으시면, 지휘사님께서 직접 가서 여쭤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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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
그런데 마음이 준비를 잘 하셔야 할 거예요. 저 아이는 항상 같은 시간에 혼자서 교회를 찾아온답니다. 어쩌면 무거운 사연을 들을 지도 모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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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사」
...... 나더러 가서 들어보라고 꼬드기다니, 세레스도 궁금한가 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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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
후후, 신도의 상황을 관찰하는 것도 제 직책이니까요.


2. 꽃과 마지막 기도[편집]


파일:영7 캐릭.png 꽃과 마지막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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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사」
...... 저 긴 옷을 입은 모습은, 세레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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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
이곳에서 만나게 될 줄은 몰랐네요. 지휘사님께서 도시의 병원에는 어쩐 일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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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을 듣고 나서야 자신이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시내에서 가장 큰 병원 입구에 서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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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사」
그냥 순찰을 돌다가 여기저기 둘러보고 있었어. 그럼 세레스는? 여기서 해야 할 중요한 일이라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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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
여기에 장기 입원 중이신 교회 신도 분께, 얼마 전 갑자기 연락을 받았어요. 마지막 기도를 드리고 싶으니, 교회에서 사람을 보내달라고 하셔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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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
물론, 교회는 신도의 소망을 거절하지 않죠. 이토록 경건한 소망이면 더 그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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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사」
마지막 기도라고...... 별로 좋은 상황은 아닌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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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
아마도요. 그 신도 분은 연세가 많으세요. 다른 지역 교회와 연세가 비슷하실 거고, 남은 가족도 없으시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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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
혹시 지휘사님. 괜찮으시다면 함께 가보는 건 어떨까요? 마지막 순간에 많은 사람이 자신을 보러 온다면 그 분도 기뻐하실 거예요.
▶ 세레스와 함께 간다

▷ 안 가는 게 낫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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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
지휘사님께서 가고 싶지 않아 하신다면, 저도 이 이상 무리하진 않을게요. 그럼 다음에 봬요.
 

 
이 이후에도 세레스랑 만날 때 웃으면서 인사하긴 했지만, 더 이상은 가까워질 수 없다은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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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사」
응, 알겠어. 마침 순찰도 거의 끝나가기도 하고, 같이 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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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은 항상 소독약 냄새가 진동한다. 따스한 햇빛이 얇은 커튼을 통해 방 안을 비추자, 빛이 안개처럼 실내에 퍼져 비현실적인 느낌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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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사」
몇 번을 와도, 이곳은 정말 조금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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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
현대적인 관점에서 볼 때 병원과 죽음, 그리고 고통은 영원히 함께 묶여있으니까요. 어떻게 포장하더라도 사람들에게 편안한 느낌을 주는 장소는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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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
하지만, 반짝이는 생명을 접하기엔 가장 적합한 장소일 지도 모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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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의 시선을 따라 바라보니, 환자복을 입은 소녀가 천천히 벽을 짚고 걷는 것이 보였다. 그녀의 뒤에는 빈 휠체어가 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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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사」
앗, 그 때 교회에서 기도했던 사람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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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도 우리를 발견했다. 힘겹게 걷고 있으면서도 우리를 향해 애써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녀의 안색은 지금 하얗게 세탁된 환자복처럼 창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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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죄송해요. 지금 인사를 드리기 조금 불편해서요. 수녀님과 옆 손님께 양해의 말씀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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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
신경 쓰지 마세요. 오랫동안 교회에 나오지 않으셨던데, 요즘 잘 지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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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지금 상태가 나빠서... 멀리 외출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에요. 보시다시피, 일어나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 힘들어서...... 저도 꼭 가고 싶은데... 교회의 꽃들, 예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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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
고마워요. 다시 교회에서 만나기를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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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는 계속 벽을 짚고 앞을 향해 걸어갔다. 잠시 후, 뒤에서 넘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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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사」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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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가 소녀의 옆으로 다가가 허리를 굽혀 손을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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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는 살짝 망설이더니, 이내 세레스의 손을 잡고 다시 일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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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죄송해요, 수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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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의 모습이 점점 멀어졌다. 걷기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니, 괜히 눈가가 아른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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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사」
세레스는 교회에서 이런 일들을 많이 겪어 봤겠구나. 혹시...... 마음이 힘들지는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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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
이것이 생명의 원래 모습이기도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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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
가죠. 시간이 많이 흘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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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는 조용히 말하며 다시 그 신도의 병실로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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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오오, 교회에서 당신을 보냈구먼, 세레스 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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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정말 오랜만에 보는구먼. 음, 어디 보자...... 이 병원에 누워있을 때 부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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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벌써 몇 개월은 흘렀구먼. 쿠흠, 하지만 세레스 수녀는 변함없이 아름답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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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몸에 많은 호스가 연결되어 있고 목소리는 산소 주입기 때문에 혼탁하고 잠겨 있었지만, 노인은 기운을 내서 세레스에게 인사를 건넸다. 깊이 파인 주름도 서서히 펴지는 것 같았다.

파일:세레스 아이콘.png
「세레스」
건강해 보이시니 다행입니다. 다른 교회 분들도 안심할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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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아허허, 그나저나 세츠 신관님은 안 보이는구먼. 그동안 그에게 신세를 많이 끼쳤는데...... 여기 이 젊은이는? 교회에서는 본 적 없는 얼굴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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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사」
전 중앙청의 지휘사인 (플레이어)라고 해요. 오늘은 세레스와 함께 할아버님을 봬러 온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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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중앙청이면...... 흑문이랑 몬스터들과 싸운다는 조직이구먼. 정말 고생이 많아.

파일:세레스 아이콘.png
「세레스」
네. 지휘사님 덕분에 도시의 흑문들이 점점 사라지는 추세죠. 정말 우수한 분이랍니다.

파일:세레스 아이콘.png
「세레스」
세츠 신관은 지금 몇 달간 쌓인 일들을 한꺼번에 처리하고 있어요. 사실 교회에서도 정직 처분하겠다는 얘기가 나왔지만, 제가 보기엔 세츠도 우수한 신관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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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그럼 그럼. 세츠 신관과 여기 세레스 수녀, 모두 교회의 성직자와는 다른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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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갑자기 마지막 기도를 요청한 이유도, 수녀라면 대략 눈치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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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
아마, 남은 시간이 많지 않으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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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하하, 역시 세레스 수녀로구먼. 이런 문제를 전혀 꺼려하지 않으니. 잘 됐어... 며칠 늦게 왔더라면, 아마 나와 만나지 못 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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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 요즘 말이지. 마지막 기한을 앞둔 것처럼 몸이 조금씩 사라지는 느낌이 들어. 병원의 통지서는 받지 못했지만, 내가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게 대충은 느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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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의 눈빛은 흐릿했다. 마치 이곳이 아닌 다른곳을 보듯이 허공을 쳐다봤다. 한동안 병실에는 침묵만이 흘렀고, 수액이 떨어지는 소리만 들려왔다.

파일:세레스 아이콘.png
「세레스」
그럼, 마지막 기도를 시작하도록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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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그래, 슬슬 시간이 됐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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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가 작은 소리로 기도문을 읊조렸고, 노인은 혼탁한 목소리로 띄엄띄엄 기도를 따라했다. 간혹 따라하지 못할 때에는 세레스가 다시 한 번 읊어주며 노인의 기도가 들리기를 기다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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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세레스가 말해 준 아이리스라는 꽃처럼, 마지막 생명을 이 기도문에 부탁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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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가 끝나자 노인은 입을 다물고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온 몸이 편안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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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는 일어서면서 화려한 꽃 한다발을 꺼내 노인의 병상에 내려 놓았다. 세레스가 막 따 온 꽃이었는지, 꽃잎 위에는 물방울들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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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
이제, 편안한 죽음을 맞이한 영혼에게 마지막 여정을 인도해 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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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는 여전히 엄숙하고 경건해 보였다. 마치 지난 번 죽은 고양이를 묻어줄 때와 같은 모습이었다. 조용하고 담담하게. 마치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는 듯이.


3. 꽃과 아름다운 물건[편집]


파일:영7 캐릭.png 꽃과 아름다운 물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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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를 따라 교회로 돌아왔다. 소예배당 인근은 여전히 조용했다.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 외에는 간혹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만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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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사」
전에 세레스가 말했지? 죽음 앞에 모든 생명은 평등하다고 말이야...... 하지만 고양이의 죽음은 냉정하게 맞이할 수 있어도,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노인은 좀 슬프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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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사」
돌이킬 수 없다는 건 알지만, 계속 생각하게 돼. 뭔가를 할 수 있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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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는 화단을 바라보았다. 그곳엔 예쁜 꽃들도 있었고, 계절에 맞게 말라버린 가지들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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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
오랜 시간 흑문과 싸워온 지휘사님이, 이런 문제로 고뇌하실 줄은 몰랐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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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
지휘사님께 있어서, 생명이란 어떠한 것인가요?
▷ 눈부시게 아름다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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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
말씀하신 대로, 생명은 눈이 부시면서 아름다운 존재이지만, 그걸로는 부족해요.

▷ 비틀리고 예상하기 어려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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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
맞아요. 슬프지만 생명은 종잡을 수 없는 것이고, 사람들의 소망대로 이루어지지 않기 마련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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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
예전에 말씀 드렸다시피, 식물은 생명이라는 단어의 본래 뜻과 가장 가까워요. 번식하며 자라나는 꽃들은 너무나도 아름답지만, 계절의 변화에 따라 시들게 되죠. 예상치 못한 폭풍우를 버텨내야 하기도 하고요.

파일:세레스 아이콘.png
「세레스」
생명은 이와 같이 귀하지만 덧없는 존재예요. 아름답고 눈부시지만, 언젠가 반드시 사라지지요.

파일:세레스 아이콘.png
「세레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생명의 원래 모습을 마주하고, 모든 생명을 존중하고 인정하는 것이죠. 근본적으로 모든 생명은 같으니까요. 그 새끼 고양이도, 주변의 모든 사람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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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사」
하지만, 이렇게 평등하게 대한다면 조금...... 잔인한 거 아닐까?

파일:세레스 아이콘.png
「세레스」
그건, 죽음 자체가 잔인한 것이기 때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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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가 손에 쥔 물뿌리개를 내려놨다. 처음으로 수녀의 얼굴에 복잡한 표정이 드러났다.

파일:세레스 아이콘.png
「세레스」
만약 흥미가 있으시다면, 제 이야기를 들어 보시겠나요? 한 소녀와 고양이의 이야기예요.

파일:세레스 아이콘.png
「세레스」
소녀는 아주 예쁜 고양이를 키웠어요. 그 고양이는 온순하여 말을 잘 들었고, 소녀와 함게 성장했죠.

파일:세레스 아이콘.png
「세레스」
소녀는 그 고양이가 이 세상에 가장 아름답고, 착하며, 다른 길고양이와는 다르다고 생각했어요. 오로지 자신만을 위한, 세상에서 유일한 고양이라고 생각했죠.

파일:세레스 아이콘.png
「세레스」
어느 날, 열린 창문을 통해 예쁜 새 한 마리가 날아왔어요. 새의 깃털은 알록달록 빛났고, 지저귀는 소리도 아름다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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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
소녀는 이 새가 마음에 들어서 창문을 닫고 방안에 가뒀어요. 왜냐하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새였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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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
하지만, 소녀가 다시 방에 들어왔을 때에는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져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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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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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새는 상처투성이가 돼서 바닥에 굴러다녔어요. 그 옆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고양이가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앉아 있었고, 입가 주변엔 핏자국과 새 깃털들이 묻어 있었죠.

파일:세레스 아이콘.png
「세레스」
새끼 고양이는 귀엽게 고개를 갸우뚱하며 자신의 주인 곁으로 걸어왔어요. 바닥에는 비릿한 발톱자국을 남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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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
간단한 이야기죠. 아마 단순한 호기심일 수도 있지만, 결국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고양이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새를 죽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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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
어찌 되었든, 그 고양이는 여전히 소녀의 가장 예쁜 고양이었고, 잘못한 게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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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
그 새도 여전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새였죠. 비록 그렇게 영문도 모른 채 죽어버렸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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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
하지만 소녀는 깨달았어요. 다른 길고양이들처럼, 이 예쁜 고양이도 살육을 저지른다는 것을. 그리고 아름다운 새 역시 다른 새들과 마찬가지로 잔인하게 죽음을 맞이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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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났다. 갑작스러운 침묵이 둘 사이에 가로놓여, 한동안 정적만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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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사」
...... 정말 슬프고 잔혹한 이야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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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
맞아요.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생명은 이런 것이랍니다. 갑자기 사라져 버리거나, 아무런 징조도 없이 비틀어져 변형되거나. 모두 자연스러운 결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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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모든 생명의 본래 모습과 마지막에 다가오는 죽음을 성실하게 마주하는 것 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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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
결국, 모두 같은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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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는 몸을 구부리고 꽃들의 상황을 살폈다. 표정은 여전히 진지하고 온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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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사」
그, 방금 그 이야기 말야...... 소녀와 고양이, 그리고 새. 결국 어떻게 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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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
지휘사님은 정말 호기심이 왕성하시네요. 그렇군요. 더 들을만한 가치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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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
소녀는 집 뒤뜰에서 아름다운 꽃 몇 송이를 따서, 새와 함께 땅에 묻어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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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
그 고양이는 계속 소녀와 함께 성장하다가 자연스레 세상을 떠났어요. 소녀는 고양이를 그 새와 함께 묻어주고, 똑같이 꽃을 놓아뒀죠.


4. 꽃과 아름다운 이별[편집]


파일:영7 캐릭.png 꽃과 아름다운 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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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사」
매번 올 때마다 세레스가 꽃들을 보살피는 걸 보게 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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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
자주 물을 주지 않으면 어느 새 시들어 버릴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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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
모든 땅들이 원래 황야였다고는 하지만, 이런 색깔들이 없어진다면 정말 슬플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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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
아무리 경건한 사람이라 할 지라도, 아무런 활기도 없는 광경을 보고 싶지는 않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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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사」
항상 느끼는 거지만, 세레스 말은 뭔가 심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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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
그냥 자연스레 나오는 것 뿐이에요. 그나저나 지휘사님은 요즘 교회에 자주 오시던데, 중앙청의 신의 두뇌께서 의심하지 않을까요? 예를 들어...... 지휘사님의 입장 문제라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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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
제가 알기로는, 그 분은 항상 모든 사람들의 동향을 자세하게 기록하고 있어요. 만약 이 일로 신의 두뇌께 의심받는다면, 큰일이 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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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
물론, 전 지휘사님이 자주 오시는 걸 환영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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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사」
나 놀리지 마...... 나도 꼬박꼬박 잘 보고할 거라고. 아마...... 괜찮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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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는 여전히 온화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하지만 그 미소 속에서 뭔가 알 수 없는 위험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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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
꽃이라고 하니까 생각났는데, 오늘 마침 특별한 손님이 오신다고 해요. 이제 곧 오실 시간이 됐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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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익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때 교회에서 본 적이 있는 소녀가 휠체어를 끌고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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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안녕하세요, 수녀님. 그리고 지난번 병원에서 뵌...... 아, 중앙청의 지휘사님이셨죠. TV에서 인터뷰하신 걸 본 적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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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사」
내가 그렇게 눈에 잘 띄는 타입일 줄은...... 이제 교회에 올 수 있을 정도로 건강해지신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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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가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는 소녀 옆에 있는 꽃들보다 더 창백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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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이 꽃들을 보고 싶어서 저도 모르게 오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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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이런 예쁜 꽃들은 다른 곳에서 보기 힘들지 않을까 해서...... 죄송해요, 사실 최근 도시의 상황을 잘 몰라요. 외출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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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만약 학교로 돌아갈 수 있다면 식물을 돌보는 일을 맡고 싶다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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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만약...... 그럴 기회가 있다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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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
꽃들에게 물을 줘보지 않으시겠어요? 직접 식물들을 돌보면 색다른 느낌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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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가 물뿌리개를 건넸고 소녀는 조심스럽게 옆에 있는 꽃들에게 물을 주기 시작했다. 하지만 휠체어에 앉아 있었기 때문에 대부분 땅에 물을 뿌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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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역시 안 되겠어요...... 보셨다시피, 전 이 정도 일도 잘 해낼 수 없으니까요...... 아무리 매일 교회에 기도를 하러 와도, 아무런 소용도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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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수녀님은 잘 모르시겠지만, 전... 사실 교회를 별로 안 좋아했어요. 계속 그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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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는 가만히 소녀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침묵을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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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전 아주 어려서부터 입원해 있었어요. 많은 성직자들을 만났었죠...... 하지만 전 그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어요. 아마 모든 환자들이 좋아하지 않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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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교회 사람들은 매번 주사가 아프지 않다고 하며, 항상 사탕을 제 입에 억지로 집어 넣었죠. 신은 말 잘 듣는 아이를 좋아하니까, 지금의 고통을 견디면 나중에 보답받을 거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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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하지만 입 안에 사탕을 물고 있어도 주사는 여전히 아팠어요. 어째서 신을 섬기는 사람들이 이 간단한 사실조차 모르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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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왜 남의 일 보듯이 미소를 지으면서, 버티면 희망이 있는 거라고 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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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 만약 이게 신이 주는 시련이라면, 전 이대로 포기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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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하지만, 경전은 "포기"하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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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바라보는 소녀의 눈빛은 혼란스러웠다. 그녀는 희망을 기대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이미 무기력에 빠진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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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며칠 전, 의사님이 부모님과 이야기를 나눴어요. 자세한 내용은 알려주시지 않았지만, 전부 표정에 적혀 있었어요. 아마 희망이 없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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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더 큰 도시로 가서 계속 치료를 받으면 괜찮다고 했는데... 정말 괜찮을까요. 집안 사정도 더욱 안 좋아지는데, 저한텐 아무런 말도 안 하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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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혹시...... 제가 정말 포기하려 한다면, 수녀님도 절 말리면서, 그 교회 사람들처럼 희망이 있다고 말씀하실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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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없는 정적이 이어졌다. 오직 소녀의 손에 쥐어진 물뿌리개가 뚝뚝 떨어지는 소리만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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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
꽃에 물을 주고 싶다면, 제가 도와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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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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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가 몸을 숙여 물뿌리개의 손잡이를 잡고 소녀와 함께 꽃들에게 물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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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
저는, 당신을 말리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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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네? ...... 그게, 수녀님의 답변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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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
네. 하지만 우선 신을 모시는 사람들을 용서해주길 바라요. 그들은 자신들이 이해한 대로 주의 가르침을 이행한 것 뿐이니까요. 성직자로서의 입장을 잘못 이해한 것 같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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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
어떤 상황에서도 생명에 간섭하거나 질책해서는 안 돼요.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당신이 꽃밭에 물을 주려 할 때, 조금 도와주는 것 정도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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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
당신이 자신의 생명에게 내리는 결정이에요. 다른 사람은 간섭할 자격이 없죠. 생명의 운명을 바꿀 수 있다던가 본래의 고통을 은폐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만하고 주제 넘는 행위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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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는 한숨을 내쉬었다. 표정이 한결 편해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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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 역시 세레스 수녀님은 다른 교회 분들과는 다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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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다른 곳이었으면 매일 기도하러 교회에 오는 저를 설득하려고만 했을 거예요. 하지만 수녀님은 절대 먼저 제 사정을 물어보지 않으셨어요. 그냥 조용히 꽃들을 보살피셨을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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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
왜냐하면 이 꽃들도 실제로 살아있는 생명들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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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가 가볍게 웃으며 이야기하자, 휠체어에 탄 소녀도 함께 웃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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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조금 무정하게 들리긴 했지만, 아무래도 수녀님의 생각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생명을 성실하게 대하라...... 꼭 기억할게요. 나중에 다시 올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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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이제 가봐야겠어요. 솔직하게 대답해 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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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
잠시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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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가 허리를 굽혀 가장 예쁜 꽃들을 골라 소녀에게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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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
사탕의 단 맛이 질리거든, 이 꽃들을 들고 다녀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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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
당신이 어디로 가게 되든, 당신과 가장 잘 어울릴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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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감사합니다. 세레스 수녀님, 그리고 지휘사님. 기회가 되면 다시 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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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는 마지막으로 인사를 건넸다. 세레스는 여전히 평온하고 온화해 보였다. 마치 수많은 생명의 이별 중 어디에서도 볼 수 있는 하나의 장면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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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사」
나중에...... 그 아이를 이 도시에서 만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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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
어찌 되었든, 그 아이는 자신의 길을 선택했어요. 설령 내일이 보이지 않더라도, 지금 그 아이에게 중요한 건 사탕과 의미없는 희망이 아니라, 자신의 생명에 대한 기본적인 존중과 인정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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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
끝나가는 생명이여, 마지막까지 찬란히 빛날 수 있기를.


5. 꽃과 생과 사의 윤회[편집]


파일:영7 캐릭.png 꽃과 생과 사의 윤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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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하게 교회에 도착했지만, 꽃밭에서 세레스의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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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사」
이상하다. 세레스의 화원...... 여기가 아니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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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
아름다운 꽃밭에서 두리번거리는 건 안 좋은 습관이랍니다, 지휘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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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
따라오세요. 화원으로 가는 길은 반대편에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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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사」
세레스가 꽃밭이 아닌 다른 화원에 있을 줄은 몰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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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
네. 아름다운 꽃들의 땅속에는 비밀이 숨겨져 있듯이, 누구나 자신만의 비밀 장소가 있는 법이죠. 마음대로 들어갔다간, 위험해질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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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사」
뭔가 무서운 말을 들은 것 같은데...... 들키고 싶지 않은 화원이라면, 어째서 나를 데리고 가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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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
땅을 정리해줄 분이 필요했을 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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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가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길 끝에서 유리로 된 화원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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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
이곳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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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을 알 수 없는 여러가지 기괴한 꽃들이 피어 있었고, 잘익은 열매의 단맛 같은 향기가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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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는 한 가운데에 서서 부드러운 표정으로 꽃들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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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
정말 아름다운 화원이죠. 모두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꽃들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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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
하지만 지휘사님. 이 꽃들 아래에 묻혀서 양분 역할을 하는 게 뭔지, 아시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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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원의 구석에서 예전에 본 듯한 나무 상자가 놓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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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사」
앗, 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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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
네. 죽은 이들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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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
죽어서 갈 곳이 없는 이들의 생명은 모두 이 땅의 밑에 잠들어서, 식물들에게 최고의 양분을 제공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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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
묘지 위에 꽃을 키운다니, 조금 무섭게 들리시겠죠. 하지만, 생명은 본래 비틀어진 것. 그 속에서 피어난 꽃은 기묘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아름답죠. 지금 당신이 보는 것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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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이 촘촘하게 비추어 들어왔다. 화려한 꽃들이 빛을 받고 예배당의 스테인드 글라스처럼 아름답게 빛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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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사」
지난 번에 나한테 얘기했었지. 옛날에는 묘지에 꽃을 두는 관습이 있었고, 죽은 자의 영혼을 천국으로 인도하는 아이리스라는 꽃도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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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사」
그럼 이 화원을 만든 것도 그 이야기와 같은 맥락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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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
절반 정도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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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
아무리 슬프고 미련이 남는다 해도, 죽음은 생자가 반드시 건너야 하는 빙하와도 같죠. 되돌릴 수 없는 죽음에 납득할 수 없다면, 죽음과 탄생을 어우러지게 하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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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
그리고, 영혼이 새로이 윤회한 것을 알리는 사자로써, 혹은 그 사람이 이 세상에 존재했다는 증거로서. 이 독특한 꽃들이 필 때마다, 마치 생명과 죽음의 본래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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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
눈부시고 아름답지만, 동시에 취약하고 비틀어진 것. 이 꽃들과 똑같다고 생각되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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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이 작은 유리 화원에서 무엇을 본 걸까. 무수한 죽음과 탄생? 생명의 가장 기본적인 모습? 아니면, 세레스와 세상의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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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가 화원의 정 중앙에 서서 비틀어진 식물들에게 물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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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평온한 모습은, 마치 생과 사의 무한한 윤회를 지켜보는 듯 했다.
파일: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__CC.png 이 문서의 내용 중 전체 또는 일부는 2023-12-03 12:47:57에 나무위키 세레스(영원한 7일의 도시)/호감도 스토리 문서에서 가져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