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미(그랜드체이스 for kakao)/아바타

에이미 3집 정규 앨범이 공개된 지 네 달 만에 천년왕국 코우나트 전국 콘서트 투어가 시작됐다.

코우나트의 승리를 기원하는 의장대라는 컨셉을 소화한 제복 패션은 그야말로 빅히트 중으로 에르나스 차트 탑100에서 10위로 시작하여 지금까지 그 인기가 지속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어째서 네 달이 지나도록 콘서트가 이뤄지지 않은 것일까?

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이번 앨범의 컨셉 때문이었다. 의장대를 컨셉으로 한 에이미는 이번 앨범활동을 군부대 위문 위주로 소화하고 있었다. 각 부대를 돌면서 위문공연을 하여 군통령의 자리를 확고히 한 후에야 본격적인 전국 콘서트 투어에 돌입한다는 전략이었다.

“가자!”

“가자! 에이미님께 민폐를 끼치면 죽여버린다!”

“죽어도 도움이 되어야 해!!”

“에이미 님의 이번 앨범은 우리 의장대의 테마곡이나 다름 없으니깐!”

에이미의 위문공연.
그것의 다른 이름은 '의장대 오디션'.

각 부대의 의장대와 콜라보 무대를 선사한 에이미는 그 중 가장 합이 좋았던 의장대와 함께 전국 콘서트를 돌기로 했다. 코우나트 전역의 군단들은 에이미의 이번 앨범을 자신들 부대의 테마곡으로 따내기 위해서 사력을 다했다.

그 결과, 오늘날 에이미와 함께 전국 투어를 돌게 된 의장대는 사뭇 비장한 각오를 다지고 있었다. 이제부터 그들은 그저 군부대의 의장대일 뿐만이 아니라, 에이미 밴드의 일원이다. 큰 책임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은 서로를 독려하며 긴장감을 떨쳐냈다. 하지만 무대에 오르는 순간 떨쳐냈다 생각했던 긴장감이 의장대를 얽매기 시작했다.

『에!!!』

관중으로 된.. 벽?

무려 7층으로 구성 된 관객석. 그 관객석이 무대를 포위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관중으로 된 벽 그 자체였다.

『이!!!』

쩌렁쩌렁한 관객들의 외침. 소리가 소리를 잡아먹는다. 도대체 이들 앞에서 무엇을 연주하고, 무엇을 보여줄 수 있단 말인가?

『미!!!』

무엇보다 저들이 찾는 것은 오직 “에이미” 뿐. 감히 네까짓 것들은 뭔데 에이미님의 무대에 함께 서 있느냐, 그렇게 말하는 것만 같았다.

“에! 이! 미!! 에! 이! 미!! 에! 이! 미!!”

“어버버버..”

관중들에게 기가 질린 의장대 밴드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했다. 그러다 문득 자신들의 가운데 서 있는 에이미에게 시선을 돌렸다. 에이미는 관중들을 바라보며 눈빛을 반짝이고 있었다.

신기하게도 무대가 무너져 내릴 것 같은 관중들의 소리 속에도 에이미의 목소리만큼은 똑똑히 들려왔다.

“굉장하죠? 관중들을 응원하는 노래를 준비해왔는데 되려 저희가 팬 여러분에게 응원 받고 있어요.”

그렇다. 의장대의 본질은 응원이다. 승리를 기원하고 사기를 고취시키는 역할이다. 말하자면 응원의 전문가다. 에이미의 말대로였다. 응원의 프로가 관중의 응원에 기를 뺏긴다면 그것은 언어도단이다.

“자아, 우리도 지지 말고 모두를 응원해주자구요!”

“오우!!”

“갑니다, 에이미 씨!”

에이미의 독려를 받아 정신을 차린 의장대가 리드 연주를 시작했다. 하나 둘 화음을 맞춰나간다. 그 가운데서 리듬을 타던 에이미가 마이크를 높이며 소리쳤다.

“내 노래를 들어!!!”

강당은 동아리 박람회로 떠들썩했다. 신입생들을 상대로 새로운 부원을 포섭하기 위해 그랜드 스쿨의 공식 동아리들은 강당에 부스를 차리고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개중에는 비공인 동아리가 기습 홍보를 하다 선도부와 학생부에 쫒겨 다니고 있었다.

"우리 혁명의 아침에서 학교 전복의 꿈을 이룩하자!"
"너희가 무슨 동아리야? 완정 사상범, 테러리스트 집단이지!"
"웃, 학생회의 개가..!"

그 추격전을 구경하며 학생들은 웃어댔다. 덕분에 좀처럼 신입생을 웃기지 못하고 있던 코미디부원들은 풀이 죽었다. 외면 받고 있는 건 그들만이 아니었다. 강당 무대에 오른 공연계 동아리들은 대개 신입생들의 관심을 끄는데 실패하고 있었다. 방금 또 하나의 공연팀이 낙담해서 무대를 내려갔다.

"아아, 마이크 테스트. 원 투. 원 투."

그 다음으로 공연을 준비하는 학생이 마이크 테스트를 시작했다. 그러자 그 목소리를 들은 학생들이 하나 둘 방황하던 걸음을 멈추고 무대 앞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다음 무대를 준비하는 게 에이미란 사실을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학생회! 왜 맨날 에이미의 공연은 게릴라로 진행하는거냐!"
"어쩔 수 없잖아. 에이미의 공연이 사전에 공표되면 그 앞 무대가 제대로 돌아가질 않으니."
"으악. 벌써 자리가 없잖아? 식권! 식권으로 앞줄 산다!"

웅성거리는 관중들을 바라보며 에이미가 등장했다. 에이미는 옷을 갈아입거나 하지 않고 교복차림 그대로 무대에 올랐다. 물론, 이 학교의 교복은 큰 의미가 없지만 그것만으로도 한생들은 환호했다.

"안녕! 여러분의 스쿨 아이돌 에이미에요!"
"우와아아! 에이미! 에이미!"
"최고다! 에이미!"
"에이미! 농구부는 그만두고 우리 야구부의 매니저가 되어줘!"
"무슨 소리! 우리 축구부야말로 에이미의 응원이 필요하다고!"
"테니스! 신사의 스포츠 테니스부다!"

에이미를 환호하던 목소리는 어느새 각 동아리들의 에이미를 향한 구애로 바뀌었다. 모두의 아이돌인 에이미가 농구부 매니저 활동을 겸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에이미는 허리에 손을 얹고 쌍심지를 세웠다.

"안돼요! 에이미가 무대에 오를 땐 농구부도, 매니저 활동 얘기도 금지! 계속 그러면 에이미 오늘 무대는 없어요?"
"으아아아! 아니야!"
"에이미 우리가 잘못했어!"
"싸우지 말아요, 여러분! 그럼 에이미 공연 시작할게요! 우선, 신입생 여러분 우리 그랜드스쿨에 입학하신 걸 환영합니다!"

강당에 환호성 소리가 울려 퍼졌다. 어찌나 컸던지 교실에 남아있던 학생들도 에이미의 공연이 시작되었다는 걸 뒤늦게 알아채고 강당으로 모여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