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인간에게 늑대다

“1층 쓴다며? 2층은 월세 놓고… 보통 반대로 하지 않나?”


“한울이 실컷 뛰어놀라고.
층간소음 때문에 애한테 뛰지 말라고 매번 뭐라 하는 것도 못 할 짓이더라.
애가 인형 갖고 소꿉장난하다가
"콩콩아, 쿵쿵거리지 마. 쿵쿵거리면 무서운 아저씨가 이노옴 해." 그러는 거 보고 맘먹었어.
담엔 꼭 1층으로 가야겠다.”


아빠, 아쉽지만 2층은 월세 내놓기로 했어요.
저도 낯모르는 남을 우리 집에 들이고 싶진 않은데,
한울이랑 둘이 다쓰기엔 집도 크고 작가가 워낙 수입이 들쑥날쑥한 직업이라 소소하게나마 고정 수입이 필요해서요.
아빠도 생활고에 시달리던 소설가셨으니 이해해주실 거죠?


“하긴 층간소음만 한 스트레스도 없지.
밑에서 쫓아 올라와도 문제고, 위에서 쿵쿵거려도 문제고… 잘 결정했네.
저맘땐 실컷 뛰어놀아야지. 인제 괜찮은 남주만 위층에 이사 오면 되는거?”


결혼 생활 동안 받았던 상처도 이제 단단히 아물어서 시연이의 실없는 농담에도 웃으며 받아칠 만한 여유가 생겼어요.


“전남편은 입구 컷이야.”


***


아빠, 행운이든 불행이든 꼭 한꺼번에 몰려온다던 아빠 말씀이 맞나 봐요.


월세 광고 낸 다음 날, 방이 곧바로 나갔다니까요.
그것도 처음으로 집 보러 온 사람들한테요.


“딱 저희가 찾던 집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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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인간에게 늑대다>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