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상 김만덕/등장인물

-1 고달픈 인생을 살아야하는 운명을 타고났지만 앵벌이에서 기생으로, 기생에서 거상으로, 당찬 여자다.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혀 죽는 사건에 연루되어 제주도로 유배 온 아비 김응렬과 사랑에 목을 맨 제주 여인 어미 은홍의 사랑으로 태어났다. 어린 시절 바닥으로 떨어져, 고달픈 인생을 살아야하는 운명을 타고났지만 앵벌이에서 기생으로, 기생에서 거상으로, 거상에서 조선 최고의 존경받는 여인으로 자신의 운명을 바꿔온 당찬 여성이다. 

어릴 때 할매의 손에서 자라면서 납작 엎드려야 할 때와 밟고 일어서야 할 때를 배웠다. 할매를 위해 기생이 되어, 자신을 모진 운명으로 몰아넣은 묘향에게 복수하려고 한다. 노력 하나로 시, 서, 화를 춤추듯 넘나들 수 있는 경지까지 오르지만, 그것도 사랑 앞에서는 아무 부질없는 것이었다. 

사랑 앞에서는 한없이 여린 심장을 가진 그녀는 소중한 정홍수와의 연을 지키기 위해 화초머리 상대를 거부하고 야반도주를 한다. 그러나 결국 잡혀 옥에 갇히고, 구질막(전염병 임시병동)으로 1년간 쫓겨 가게 된다. 처참한 구질막에서 돈이 없어 약 한번 못써보고 죽어가는 환자들을 돌보며 소리기생에서 약방기생으로 거듭난다. 

약방기생으로 기방에 돌아온 만덕은 그 후, 기생들의 부인병 질환을 고쳐주며 기생들의 애달픈 삶을 지켜보고 기생 일에 대한 열정마저 잃어 간다. 친구의 죽음을 계기로 장사꾼으로서의 인생을 시작한 만덕은 쓰러져가는 동문객주를 일으키고, 무법 천지였던 제주도에 상도를 세우기로 마음먹는다. 

힘없는 동문객주의 부상은 제주도 최고의 서문객주를 자극한다. 만덕의 어릴 적 동무이자 경쟁자였던 문선은 강유지를 허수아비로 앞세운 채 만덕과 목숨을 건 객주 경쟁을 벌인다.

-1 풍성한 사랑이다. 반듯한 양반 집안에서 바르게 자랐지만, 내심 양반 상민 할 것 없이 다 같은 사람으로 생각한다. 호방한 성격으로 남자들에게나 여자들에게나 인기가 많다. 어린 만덕이 한양 저잣거리에서 지낼 무렵 만덕과 인연을 맺었다. 

우여곡절 끝에 만덕과 친해지고 그녀의 정체를 알아갈수록, 만덕의 천진한 당참에 마음을 빼앗겼다. 총명한 아이라 일찌감치 그를 사위 삼고자 하는 반가는 많았을 터. 그러나 모든 청을 거절한 이유도 그 아이, 만덕 때문이다. 이 사람의 사랑은 참 계산이 없다. 

그러나 어느 날 만덕이 위험에 빠졌고 간신히 구해냈지만 끝까지 지켜주지 못해 좌절했었다. 과거에 급제한 후 나라의 명으로 제주도의 공물을 점검하러 왔다가 관기로 있는 만덕과 재회하고 놀란다. 관아에 딸려 있는 신과원에서 잃어버린 책을 주우러 갔다가 만덕과 극적으로 재회한 것이다. 

그에게 만덕은 오래 곁에 두고 위로해 주고 싶은 여자다. 그래서 세상의 눈 따윈 신경 쓰지 않고 그녀를 내자로 데려가려했으나 신분의 벽은 그리 호락치 않았다.

-1 사형장에 끌려가는 길에서도 손거울로 용모를 살펴볼 만큼 미치도록 단순한 여자다. 가난한 집에서 오막순이라는 이름으로 태어나 모진 어미의 손에 이끌려 부엌데기로라도 써달라며 강계만의 집에 들어갔다. 뛰어난 자색이 눈에 띄어 오문선이라는 이름으로 과거를 바꾸고 선전에서 일을 하게 된다. 

이름을 바꾸니 과거가 바뀌고 운명까지 바뀔 것 같았고, 그 운명은 예전처럼 배고픔과 헐벗음이 아닌 돈과 비단의 화려함으로 포장될 것 같았다. 자신이 가지고 있던 가난의 굴레는 돈을 버는 과정을 통해 극복하지만, 만덕이라는 친구의 재주 앞에서 사사건건 비교되자 열등감이란 굴레를 만나 미쳐버린다. 

질투라는 악에 마음을 물들여가며 점차 만덕과의 승부에 집착하고, 기어이 만덕의 행방을 쫓는 강계만에게 만덕을 밀고하여 그녀를 사지로 몰았다. 한 번의 잘못된 선택은 계속 악을 불렀고, 결국 문선은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지독함을 가진 팜므팜탈로 거듭난다. 

강계만을 유혹해 그의 정실이 되고 재산을 거머쥐고, 강계만의 정실을 내쫓고 안방마님의 자리에 앉는다. 그러나 완벽한 미모도, 고방에 가득한 곡식도, 어떤 진귀한 패물도 그녀의 상처받은 열등감을 치유시켜주지는 못한다. 끝까지 만덕과의 경쟁에 집착을 해 만덕의 동문객주와 천국과 지옥을 넘나드는 경쟁을 벌인다.

-1 통제 불가능한 사랑이다. 젊은 기생과 아비 강계만의 사이에서 태어났으나 생모는 산고로 죽어 얼굴을 본적이 없다. 서자로 태어난 서러움을, 적자들만 골라 패주는 것으로 달랜다. 그래서 아비 강계만의 애를 무던히도 썩힌다. 

한양 선전 대방인 아비가 벌어 놓은 돈으로 풍류나 즐기며 재물과 권세를 주무르며 사는 것도 질릴 즈음, 만덕을 처음 보고 한 눈에 반했다. 꿈인 듯 했다. 얼굴조차 알 수 없는 어머니가 생각이 난다. 귀엽고 명랑한 아이였다. 그러나 그녀는 정홍수를 사랑한다. 

늘 만덕의 사랑을 얻기 위해 지독히 몸부림치지만, 그의 방식은 늘 서툴다. 기녀인 만덕의 화초머리를 올리려 하나 거절당하자 만덕을 궁지로 몰아넣는다. 그녀를 품지 못한 복수를 만덕이 장사 일을 시작하자 그 장삿길을 망치는 야비한 방법으로 몰고 가 그녀를 자신 앞에 무릎 꿇게 하려 한다.

-1 궁에서 퇴출당한 뒤 선전 강계만의 부하가 되어 그의 장사를 돕는다. 돈밖에 모를 것 같은 그녀지만 사람들은 모른다. 그녀가 제 마음 속에 얼마나 큰 아픔을 묻어두었는지. 열다섯 어린 나이에 제주도에서 영조임금의 충치치료를 위해 궁으로 올라 왔다가 음모에 휘말려 목숨마저 잃을 뻔한 사건 이후 그녀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10년 전 약초를 찾으러 제주도에 갔다가 우연히 핏덩이 만덕을 데려오게 되었다. 그녀의 불같은 성정을 군말 없이 받아들이는 만덕은 참 좋다. 무작스레 대하는데도 품속으로 기어들어오는 만덕은 한 번도 가져보지 못한 가족 같고, 잃어버린 고향 제주의 향기 같다. 늘 원칙대로 살아가며 사람들에게 냉정하게 구는 그녀지만, 점점 소중해지는 만덕을 위해서는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 걸 수 있었다.

그러나 제주에 내려와 만덕이 기생이 되자 인연을 끊고 살아간다. 만덕이 자신의 굴레를 벗고 객주 생활을 시작하자 운명의 끈에 가슴이 저린다. 만덕이 여자로서의 행복을 찾아 행복하게 살길 바라지만, 장사로서의 길 역시 만덕의 행복임을 인정한 다음부터는 만덕에게 상술에 대해 많은 것을 가르쳐준다. 만덕의 정신적 지주.

-1 지켜보는 사랑이고 아낌없이 주는 사랑이다. 만덕과 함께 자라며 늘 그녀를 지켜왔다. 강계만의 위험에서 만덕을 구하기 위해 몸을 던졌다가 정홍수의 호위무사로 성장하게 된다. 

정홍수의 심부름으로 제주와 한양을 오가다가, 힘든 객주 일을 하는 만덕을 위해 객주에 눌러 앉는다. 만덕은 그에게 창고를 맡아 물품관리를 시켰다. 일처리는 빈틈이 없고 그녀를 사모하는 마음 역시 정홍수와 비교해 모자람이 없다. 

하지만 만덕은 동아가 죽은 후, 대청마루에 찍혀져 있는 꿀물 그릇의 테 자국을 보고서야 동아가 십여 년간 하루도 빠지지 않고 꿀물 그릇을 똑같은 자리에 올려놓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꿀물 자국은 만덕을 향한 동아의 심장 자국이다. 그래서 동아의 사랑은 꿀물 그릇의 자국처럼 만덕에게도 지울 수 없는 사랑이다.

-1 양인의 딸로 태어났으나 가난 때문에 기녀가 되었다. 제주 최고 기생이 되기 위해 은홍과 김응렬의 사랑을 제주 현감 최남구에게 밀고했고, 은홍을 죽게 만든다. 하지만 조선 최고의 소리꾼으로 나라의 임금님도 칭송하던 소리는 죽은 은홍의 혼령이 나타나면서 점점 고음을 잃더니 급기야 완전히 소리를 잃고 만다.

소리를 잃더니 고운 눈매와 윤이 나던 입술의 색도 죽고 미색마저 시들해진다. 소리기생에게 미색도 떠나고 소리도 떠나고 사랑도 떠나면 무엇이 남는단 말인가. 허망한 그녀에게 만덕의 사향뜸은 그녀의 소리를 되찾아 주는 기적이다.

만덕의 뜸을 맞으며 소리를 되찾은 그녀는 예전처럼 임금님의 부름에 즐거운 나날을 보낸다. 하지만 만덕이 자신의 밀고로 죽은 은홍의 딸이며, 또한 제 손으로 죽이려 했던 아이라는 것을 알고는 만덕이 혹시 자신을 해하지나 않을까 하는 의심에 만덕의 사향뜸을 거부한다.

-1 모든 남자를 가능고객으로 보는 인물로 남자라면 사족을 못 쓰지만, 소리 기생으로서의 능력은 최고다. 만덕의 화초머리 뱃놀이 행사에 동행하여 만덕을 돕는 역할을 한다. 처음에는 만덕을 자신의 라이벌로 여겨 견제하지만, 곧 그녀의 노력을 인정해준다. 만덕은 요화의 타고난 소리에서 자신의 노력만으로는 소리기생으로서의 재능이 없음을 깨닫고 약방기생으로 돌아서는 계기가 된다. 

만덕이 화초머리 거부로 매를 맞고 구질막로 쫓겨 갈 때 소중하게 여기던 향낭을 선물해 위로 한다. 부인병으로 괴로워하다가 만덕의 치료로 낫자 그 은혜를 만덕의 객주집에 드나들며 비싼 화장품을 모조리 사 주고, 기방에서 들은 정보를 만덕에게 알려준다.

-1 말이 촉새처럼 많아 촉새어멈이다. 죽은 딸 수련 대신 온 만덕을 이후 자신의 딸처럼 여긴다. 젊은 시절부터 무거운 솥단지를 들고 교자상을 옮기고 하느라 자궁에 무리가 가서 자궁이 적출되는 병을 앓다가, 만덕의 치료로 병이 나은 후로는 평생 만덕의 그림자 역할을 한다. 

기방에서 음식과 술과 기생은 동격이라는 철학이 있으며 촉새어멈이 긁어주는 조누룽지 맛을 못 잊은 관리들은 먼 곳에서 오면 촉새어멈의 조누룽지부터 찾는다. 만덕이 객주 일을 시작할 때 함께 나와 기방 음식과 술을 맛보게 하여 손님들을 끄는 역할을 한다. 촉새어멈이 만든 제주 토속주에는 아무도 모르는 그녀만의 비법이 있다는 소문이 있다.

-1 물질을 하던 중,난파된 채 떠내려 온 김응렬을 구하며 운명적인 사랑에 빠진다. 조용하고 잘생긴 김응렬에게 첫눈에 반해 먼저 연애를 걸만큼 적극적이다. 하지만 김응렬과는 철천지 원수인 강계만와 제주 현감 최남구에 의해 두 사람의 사랑은 끝이 난다.

유배 온 몸으로 김응렬과 사랑을 나누고 아이까지 낳은 은홍은 김응렬이 최남구의 손에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여 끝끝내 김응렬을 모르는 사람이라고 하였다가 고문을 당하고, 아이를 위해 탈출을 감행, 계곡에 몸을 날린다.

-1 영조 시대부터 당상관을 지낸 인물로 겉으로는 청렴결백하고 반듯한 선비이나, 실은 자신의 권세와 명예를 잃을까봐 전전긍긍하며 정경유착을 일삼는 약한 인물이다.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이는지에 늘 신경 쓰고 정치적 체면을 유지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한다. 평생 아무도 그것을 몰랐는데, 새파란 후배이자 자신과 정치적 성향이 정반대인 김헌만이 자신의 본색을 알고 공격한다.

그 여파로 오래도록 정치자금을 댄 강계만 조차 다른 세력을 기웃거리는 것을 보면, 속이 끓어오른다. 하루라도 빨리 아들 정홍수가 벼슬을 해서 자신의 뒷배를 봐주기를 바라지만, 정작 장원급제를 한 홍수가 자신의 뜻과 정 반대로 행동해 좌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