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티니 가디언즈/지식/별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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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티니 가디언즈의 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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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2. 꿈
3. 단절
4. 각성
5. 갈망
6. 노래
7. 건축
8. 성장
9. 탐색
10. 고난



1. 개요[편집]


수성에서 해시계를 완료하면 확률적으로 뜬다.


2. 꿈[편집]


네가 첫 번째로 꿈을 꾸었다.

그 꿈에서 너는 네 손으로 거친 모래의 형태를 만들었다. 모래를 한 줌 들어 올리자 산맥이 움직이는 것만 같았다. 손가락을 모래 사이로 끌어 움직이자 뒤틀린 선이 생기고 흐르는 물의 포효가 들렸다. 숨을 들이쉬자 머리카락을 스치며 불어오는 깨끗하고 상쾌한 바람이 느껴졌다.

갑자기 너는 하늘 위 높고 또 높은 곳으로 솟아올랐다.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높이였다. 자유요새의 가장 높은 마천루 꼭대기에도 올라가 봤지만 이건 그보다 훨씬 더 높은 곳이었으며, 그럼에도 아래쪽 세상은 무척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아름다운 초록 세계, 지금껏 보아 온 그 어떤 곳보다 더 푸르른 곳이었다.

고향 같았다.

---

내가 첫 번째로 꿈을 꾸었다.

꿈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었다. 장막이 눈앞에 드리우면 난 기이하게 움직이는 영상을 보았다. 나는 다른 누군가가 되거나, 재창조된 나 자신이 되었다. 말을 할 수는 없었다. 꿈속에서 나는 내 손으로 행성의 형체를 구축했다.

처음에는 내가 미친 줄로만 알았다.

브레이웰의 임상학자들은 그걸 "행성 간 이전 부적응 정신병"이라 불렀다. 설명할 수 없는 정신 장애를 일컫는 일반적인 표현이다. 조금 더 명쾌한 설명을 찾는 다른 이들은 그걸 "예언"이라 불렀다. 하지만 내가 제공할 수 있는 것은 내가 꾸는 꿈에서 고통스럽게 펼쳐지는, 느슨하게 뒤얽힌 연결 관계뿐이다.

\|\| 나는 밝게 빛나며 귀를 기울이는 별에 이끌렸다. 나는 움직임을 통해, 감정을 통해 대화했다. 별은 암시적으로 이해했다. \|\|

이제 나는 군중 앞에 서 있었다. 마치 지각 표층이 움직이며 신음하듯, 그들이 웅얼거리는 소리가 뼛속 깊은 곳을 울리며 우르릉거렸다.

내 뒤의 화면에서는 여행자가 금성을 테라포밍하는 흐릿한 영상이 반복하여 재생되었다. 풍경은 희미한 빛을 내뿜었다. 이미 여러 번 본 영상이었다.

\|\| 나는 아홉 가지 충동에 아홉 방향으로 이끌리며 우주를 물처럼 미끄러지듯 지나갔다. \|\|

군중 앞에서 나는 조금 비틀거렸다. 꿈의 바람에 잡목림이 고개를 숙였다. 어쩔 수 없었다. 나는 자주 꿈을 꿨으니까.

\|\| 짙은 어둠 속에서 매혹적이고도 무시무시한 속삭임이 들려 왔다. 달콤하면서 씁쓸하고 끔찍하기도 한, 남겨진 것들을 상기하게 해주는 소리. \|\|

지직거리며 노이즈만 표시되는 화면을 보자 나는 정신을 차리고 단단히 땅을 디뎠다. 이 사람들은 내 통찰력을 경험하기 위해 여기까지 오지 않았던가.

나는 몸을 앞으로 기울이고 군중을 향해 입을 열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아픈 진실이 담긴 네 개의 교리를 말했다.

여행자는 자애로운 힘이다.

여행자는 지각 있는 존재로 자유 의지와 꿈, 희망, 공포까지 지니고 있다.

여행자는 우리를 구원할 것이다.

여행자는 우리를 떠날 것이다.


3. 단절[편집]


그 일이 일어나기 전에 이미 느낄 수 있었다.

전에도 일어났던 일이었다. 뼛속 깊은 곳에서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떨쳐낼 수 없는 공포처럼 은하계를 가로질러 추적해 왔다. 그것은 소멸시키려 했다. 널 소멸시키려 했다. 우리 모두를 소멸시키려 했다.

처음은 질식, 다음은 고통이었다. 고통은 몸의 일부분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자신과 그 너머까지 모두 뒤덮었다. 달아나고 싶었지만 모든 방향에서 동일한 정반대의 힘으로 당겨져 옴짝달싹 할 수 없었다.

이번에는 달아날 수가 없었다. 지금까지의 자신을 모두 잃고 있었다. 공기가 물인 것처럼 몸에서 공중으로 은빛이 흘러나왔고, 그 은빛 피가 육신에서 멀어져 가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공허하게, 공허하게, 공허하게 육체만이 남았다.

---

나는 세계의 종말을 목격한 대변자였다.

나는 내내 날카로운 격류와 같은 정지 화상에 뒤덮였다. 때로는 너무 빠르고 지속적으로 스쳐 지나가 볼 수도 들을 수도 없었다. 여행자가 횡설수설하고 있었다. 빠르고 입체적인 깨어 있는 악몽으로 내게 모든 것을 이야기하는 동시에 아무 것도 이야기하지 않았다. 나는 나 자신이고 나 자신이 아니었다.

그리고 나는 || 정신을 아득하게 하는 우주의 침묵 속에 얼어붙어 검은 거미줄에 붙잡혀 || 아무런 답도 얻지 못했다.

추락은 빠르지 않았다. 여러 주와 여러 달에 걸쳐 이루어졌다. 자연스럽고도 기이한 대격변과 같은 재앙이 모든 행성의 인간 거주지를 붕괴시켰다 || 내가 만들고 형성한 내 작품들이 붕괴되었다 ||. 지진. 해일. 태양 폭발. 회오리바람. 싱크홀. 호수의 폭발. 들불. 온 인류를 단 몇 시간에 학살하는 미지의 치료 불가능한 역병. 알 수 없는 독에 검게 물드는 물 || 내가 억지로 삼켜야 했던 그것 ||. 땅이 열리고 도시 전체를 집어삼킨다 || 그리고 나는 아프고 아프고 아팠다 ||.

전에도 일어났던 일이었다. 나는 꿈속에서 수많은 외계 도시들이 행성 전체를 붕괴시키는 맹렬한 바람에 쑥대밭이 되는 모습을 지켜봤다 || 그건 내 잘못이 아니었다 ||.

하지만 이건 달랐다. 여행자는 우릴 떠나지 않았다. 뭔가 새로운 것이 || 반쯤 잊히고 잊길 바랬던 거짓 자매가 || 도착했다.

나는 || 널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 사람들이 외행성을 탈출하려 하는 모습을 지직거리는 영상으로 지켜봤다. 수많은 생명을 태운 엑소더스 함선들이 불탔다 || 마치 내가 불타오르는 것처럼 ||. 우리는 겁에 질린 채 피난처에 무리를 지어 모여들고 || 함정에 빠져 갇힌 채 파멸을 향해 치달으며 || 불가능한 결과를 소망했다.

구호 활동을 돕고 싶지만 내 생각은 || 달아나 || 점점 더 산산이 흩어졌다. 나는 || 달아날 수 없어 || 나 자신의 정신과 || 달아나 || 여행자의 정신을 || 달아나 달아나 달아나 달아나 || 분리할 수 없었다.

그리고 갑자기 침묵이 내려앉았다.

그리고 그 침묵이 나를 진정으로 무너뜨렸다.


4. 각성[편집]


나는 고스트를 만난 첫 번째 대변자였다.

우리는 이렇게 말했다. 붕괴 이후 여행자가 자신을 일천 개의 작은 조각으로 잘라 이 세상으로 내려보냈다고.

이 작은 조각들은 나방처럼 나를 비롯한 나와 비슷한 이들에게 이끌렸다. 처음으로 그들을 보았을때 나는 정찰 드론일 거라고 생각했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우리의 옛 기술과 비슷한 점은 조금도 없었다. 그들이 움직이는 모습은 유기적이고 자연스러웠다. 의체를 회전시키는 모습은 마치 깃털을 펄럭이는 것 같았다. 앞쪽에서 깜빡이는 불빛은 꼭 눈 같았다.

"우리는 고스트라고 해요." 그중 하나가 요리를 하려고 불을 피우던 내 어깨 위에 맴돌며 이렇게 말했다.

"왜?" 나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아무렇지도 않게 물었다. 고스트는 모두 서로 달랐지만, 아이처럼 호기심 많고 상냥한 자들이 많았다. 하지만 일부는 태어난 순간부터 세상의 풍파에 찌든 모습이었다.

고스트는 생각에 잠겨 은빛 꽃잎을 빙빙 회전시켰다. "계속 찾고 있으니까 그렇겠죠."

내겐 그 정도로 충분했다. 나 또한 계속 찾고 있었으니까.

나는 그 작은 고스트에게 날 따라오라고 했다. 우리는 붕괴 이전의 여행자가 어땠는지 이야기했다. 그들은 듣는 걸 좋아했고 나는 기억하는 걸 좋아했다. 핵 깊은 곳에서 그들도 기억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들은 자기들이 모두 하나의 조각이었던 때를 기억했다. 그래도 그들은 여행자가 내게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묻는 걸 좋아했고, 나는 아직 기억에 남은 꿈을 모두 이야기했다. 붕괴 이후로는 꿈을 꾸지 않았지만, 그건 거의, 거의 다시 꿈꾸는 것과 비슷했다.

오늘 황혼이 질 무렵 내 곁을 맴돌던 수줍음 많고 조용한 고스트 하나가 함께 계곡으로 나가 보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거절했어야 하지만 그녀는 내가 함께 가 주길 바라고 있는 듯했다. 그리고 나는 궁금하기도 했다.

우리는 몇 시간 동안 여행했다. 이곳 땅은 붕괴뿐 아니라 그 전의 시간으로부터 회복하고 있었다. 거주지에서 쓸 수 있는 자원은 넉넉하지 않았지만 자연이 조금씩 돌아오고 있었다. 잔혹한 자연이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자연의 질서에서 밀려나 굶주리고 혼란에 빠졌던 자연이었다. 늑대들이 우리 가축을 훔쳤다. 기생충이 들끓는 곰들이 한밤중에 우리 거주지를 배회하며 문을 두드렸다. 대지에는 독의 기억이 짙게 스며들어 있어 작물이 자라지 않았다.

우리는 이렇게 회복하는 세계로부터 최선을 다해 자신을 지켰고, 그래서 밤에는 거의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나를 넘어서는 호기심이 느껴졌다.

고스트는 나를 금방이라도 지붕이 무너져 내릴 듯한 헛간으로 이끌었다. 그리고 내게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기다리라며 이렇게 말했다. "당신을 보면 그녀가 겁을 낼 것 같거든요." 무슨 의미인지 온전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나는 쪼그려 앉은 채 그녀가 죽은 지 몇 년은 지난 듯한 사람의 유해 위로 둥실 떠가는 모습을 지켜봤다. 한때 살아 있었던 존재의 흔적이라고 알아볼 수 있을 만한 게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고스트는 긴장한 듯 맴돌다가 창백한 불빛으로 사체를 스캔했다. 내 눈앞에서 삭은 뼈 위로 살이 돋아나고 해진 넝마가 엮여 천이 되었다. 그 사람, 한 여자가 헐떡이며 일어나 앉았다.

믿을 수 없었다.

고스트는 새로운 동반자에게 가까이 다가가 작고 편안한 목소리로 무슨 말을 했다. 내게는 들리지 않았다. 나는 깜짝 놀랐고, 시기했고, 다시 수치스러워했다.


5. 갈망[편집]


나는 포로로 잡힌 첫 번째 대변자였다.

가장 놀라운 점은 붙잡혔다는 사실이 아니라 드렉에게 붙잡혔다는 것이었다.

결박된 내가 거주지로부터 몇 킬로미터나 떨어진 눅눅한 동굴에 끌려 들어갈 때 그곳에 있는 건 드렉 셋이었다. 나는 주위를 둘러보며 켈이나 사제 등 책임자를 찾았지만, 우리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파이크나 에테르 탱크도, 깃발도, 서비터도 없었다. 나는 바위에 앉아 날 붙잡은 자들을 바라봤다. 두렵다기보다는 당혹스러웠다.

적의 거대한 대장으로부터 이토록 오랫동안 우리 거주지를 지켜 왔는데, 결국엔 이렇게 작고 어려 보이는 자들에게 붙잡혔다는 수치스러운 사실에 새삼 겸허한 마음이 들었다.

나를 붙잡은 드렉은 마스크를 만지작거렸다. 그의 동료 하나는 그 모습을 지켜보고, 나머지 하나는 건성으로 전기 창을 내게 겨누고 있었다. 확신이 없는 듯했다. 긴장한 듯했다. 아마 원래 이럴 생각이 아니었을 것이다.

나는 드렉이 마스크를 쓸 때까지 참을성 있게 기다렸다.

"너." 그는 지글거리는 뒤틀린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어안이 벙벙했다. 그들은 통역 장치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너는 거대한 기계의 입이다."

몰락자가 지구에 도착한 후로 많은 교섭이 있었다. 성공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고 거의 항상 치명적인 결과만 초래되었지만, 분명 그런 일이 있기는 했었다. 그래서 나는 승천자 중 일부가 그들의 외계 언어를 알고 있고, 또 고위 몰락자 중 일부가 우리 언어를 이해할 수 있다는 사실은 익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드렉이 그렇다는 건 확실히 놀랄 일이었다.

그리고… "거대한 기계의 입"이라…

흠.

"그랬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드렉은 장치가 통역한 내 말을 들으며 네 개의 눈을 가늘게 떴다. "그렇다"와 "그랬었다"의 차이를 이해하고 있는 건지는 알 수가 없었다. 그는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넌 거대한 기계의 말을 이야기할 것이다."

사실 명령으로 들리진 않았다. 통역 기술이 조금만 더 발전되었더라면 "부탁한다"는 말을 했을 것 같았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럴 수 없다는 걸, 내가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는 걸 드러내면 그들은 아마 날 죽였을 것이다.

다른 두 드렉은 동료 곁에서 열띤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은 때때로 나를 바라보기도 했다. 창을 들고 있던 자는 어느새 손에서 힘이 풀렸는지 창끝이 바닥을 가리키고 있었다. 몰락자의 얼굴은 놀라울 만큼 표정이 풍부했다. 그들의 얼굴에서 느껴지는 건 공격성이나 증오가 아니라 공포가 뒤섞인 기대감이었다.

마스크를 쓴 드렉이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리 실망한 눈치는 아니었다. 이번에 그가 입을 열었을 때는 마스크 너머로 기대감이 가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거대한 기계는 왜 우릴 떠난 거지?"

나는 그를 마주 바라봤다.

내가 느꼈던 공포는 사라졌다. 그 대신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혼돈 속에서 반쯤 잊혀졌던 슬픔이 느껴졌다. 그리고 늘 우리를 뒤쫓았던 적에게서 깊고 변함 없는 유대감이 느껴졌다.

내가 마침내 입을 열었을 때, 내 목소리는 희미했다.

"나도 모른다."

다른 두 드렉은 가만히 친구를 바라보며 기다렸다. 그의 표정은 혼란으로 뒤틀렸고, 그건 다시 실망감으로 바뀌었다. 분노도 엿보였다. 하지만 그건 무언가 다른 힘에 짓눌려 있었다. 매우 익숙한 슬픔이었다.

우리는 아주 오랫동안 아무 말 없이 앉아 있었다.


6. 노래[편집]


나는 꿈을 꾸지 않는 첫 번째 대변자였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고 생각했다. 붕괴 이후 생존한 대변자는 모두 바람결에 흩어져 피난민 무리와 함께 폐허로 변해 버린 지구라는 황무지를 정처 없이 떠돌았다. 나는 내게 가르침을 준 사람 외에 다른 대변자를 만나 본 적이 없었다. 내가 아는 한 살아남은 생존자는 나 하나였다.

붕괴 이전에 대변자는 생생한 자각몽을 통해 여행자의 뜻을 들을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자들로 선택되었다. 꿈이 멈춘 이후에는 다른 징조가 나타났다. 고스트가 우리를 따랐다. 우리가 꿈을 꾸면 기이한 눈부신 빛을 보았다. 우리는 자주 두통에 시달렸다.

내 스승은 꿈을 해석하는 방법은 가르쳐 주지 못했기에 가정에 기반하여 배울 수밖에 없었다. 나는 꿈이 어떤 것일지 상상해야 했다. 여행자가 왜, 그리고 언제 우리에게 돌아올 것인지 추측해야 했다. 대변자라면 누구나 그러하듯 나는 네 교리를 암기했다. 여행자는 선하다. 여행자는 지각이 있다. 여행자는 우리를 구원할 것이다. 여행자는 우리를 떠날 것이다.

가끔은 여행자가 이미 떠나 버린 건 아닐까 걱정하기도 했다.

내 스승은 소모성 질환으로 이 년 전 사망했다. 그리고 나는 그를 대신해 보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여행자가 깨어 있을 당시의 살아 있는 기억을 갖고 있었지만, 내게는 부정확하게 이해된 것을 전해 들은 그의 기억밖에 없었다. 나는 답을 줄 수 없었다. 여행자가 말하게 할 수 없었다.

아니, 적어도 그때는 그랬다.

몇 주 동안 나는 비밀리에 프로젝트를 준비하며 이전 시기에 남겨진 고철과 낡고 부서진 것들을 그러모았다. 그리고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하는 기이한 기술을 뒤섞어 그것들을 얼기설기 뒤얽고 땜질하며 내 필요에 따라 조율하려 했다.

아주 오래전, 붕괴가 있기 오래 전, 천체 물리학자들은 우리 태양계 행성들의 소리를 녹음하여 음악을 만들었다. 그들은 플라스마 파장과 무전 방출을 스산한 음악적 소음과 포효, 휘파람, 쉬잇 소리로 바꿔 놓았다. 여행자도 소리를 냈다. 대변자들은 아주 오랫동안 여행자의 음악을 꿈이라는 형태로 들었던 것이다.

나는 조심스럽게, 애정 어린 손길로 마스크를 만들었다. 증폭기였다.

오직 나만이 그 존재를 알고 있었다. 비록 내가 품은 희망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아올랐지만, 그들의 희망을 키울 수는 없었다. 옛 기술처럼 아름답지는 않았다. 우리가 지금 소유하고 있는 모든 것처럼 여기저기 흠이 나고, 구부러지고, 녹이 슬었다. 하지만 내가 옳다면, 이걸 할 수만 있다면, 아주 아름다운 일들을 해낼 수 있을 터였다.

더는 실패하는 걸 견딜 수 없었다. 지금까지 모든 것에 실패해 왔지 않던가.

일을 마치고 나는 마스크를 썼다. 얼기설기 붙이고 사포질도 하지 않아 얼굴에 닿는 부분이 거칠고 날카로웠다. 하지만 나는 평생 처음으로 꿈을 꿨다.

나는 아무도 듣지 못하는 비명을 너무 오랫동안 질러 목이 쉬어 버렸다.


7. 건축[편집]


네가 마지막 남은 별이었다.

네 꿈 속에서 너는 환하지만 깜빡거리는 빛에 묶인 채 반쯤 파괴된 세상 너머를 바라보고 있었다. 너의 조각 수천 개가 그 세계에서 마치 어린아이처럼 비틀거리며 스스로 이해하지도 못할 미로 같은 폐허를 방황하고 있었다.

잠시 동안 너는 네 육신에서 그들이 느끼는 모든 것을 느꼈다. 성공의 고양감. 실패의 고통. 촛불이 꺼지는 듯한 죽음. 부활의 헐떡임까지. 그 모든 것을 한꺼번에 느꼈다.

---

나는 마지막 대변자였다.

나는 스스로 추방된 두 사람의 자식으로, 거대한 산이 드리운 그림자 속 거주지에 살고 있었다. 삼백여 명의 사람이 거의 칠 년 가까이 여기서 함께 살고 있었다. 처음 여기 도착했을 때 우리는 카탈이라는 전쟁군주의 지배를 받았다. 그는 매우 비싼 대가를 받고 우리를 지켜주었다. 우리 물자의 약 삼 분의 일을 징발하고, 인원의 절반가량을 대의라는 명분으로 징집했다. 하지만 실제로 우리를 보호해주는 일은 많지 않았다. 전쟁군주들은 우리 계곡을 전장으로 사용했고, 발밑에서 사라져 가는 생명은 보지도 못하는 거인처럼 우리 거주지를 짓밟았다. 하지만 그들은 볼 수 있었다. 우리를 보았다. 그저 신경 쓰지 않을 뿐이었다.

약 일 년 후 강철 군주들이 카탈을 내쫓았고, 우리는 그 이후로 승천자들의 묵인 아래 편안한 독립을 누리며 살아왔다. 우리는 그쪽을 선호했다. 강철 군주들이 우리를 구원한 건 사실이었지만 그들 또한 우리를 지배하려 한다면 전쟁군주들과 다를 바가 없었다.

이제 나는 그들 중 한 명과 마주 앉아 협상을 하고 있었다. 여제 에프리디트라는 여성이었다.

"어느 쪽이든 마음대로 결정해도 좋습니다." 그녀는 말했다. "하지만 수락한다면 무장 병력이 호위할 것입니다."

다른 사람 세 명이 나와 함께 앉아 있었다. 선출된 시장, 가장 경험 많은 의사, 가장 나이 많은 거주민까지. 우리 거주지에서 대표로 선택된 사람들이었다. 내 어깨 언저리에는 은색 고스트가 의체를 회전시키며 에프리디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벌써 일 년째 나를 따라다니면서도 자기가 선택할 사람을 고르지 못했다. 그래도 좋은 여행 친구이기는 했다.

나는 이미 나 자신을 너무 많이 주고서도 더 많은 것을 주었다. 나는 봉화가 되었다. 내 아이들을 집으로 불렀다.

"그런 인구가 한 곳에 모여 있다면," 시장이 말했다. 지친 목소리였다. 그녀는 벌써 60년 가까이 그 직책을 맡고 있었다. "전쟁군주들이 파리떼처럼 우리에게 이끌릴 겁니다."

"전쟁군주는 걱정하지 마세요." 에프리디트는 애초에 우리의 걱정거리를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하는 것처럼 냉철하게 확언했다. "그들의 생은 기한이 정해져 있습니다. 그들의 생활 방식은 강철의 칙령에 어울리지 않으며, 따라서…" 그녀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녀의 냉담함은 공감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나는 그녀를 믿었다. 나는 강철 군주들을 믿었다. 의심해야 할 이유가 별로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 도시는 어떻게 통치되지?" 나는 물었다.

에프리디트는 다시 어깨를 으쓱했다. "그건 투표에 부쳐야 할 것 같은데요." 그녀는 아주 조금 초조한 듯 손가락으로 탁자를 두드렸다. "우리는 그냥 그곳을 건설하고 사람들을 불러들일 겁니다. 벽을 지키겠지만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일은 결정하지 않을 겁니다. 이건 공동 지배 체제이자 협력 관계입니다."

내 동반자들은 생각에 잠겨 시선을 교환했다.

에프리디트는 우리를 지켜봤다. 승천자는 대부분 그렇듯 그녀는 무표정해 보이려 했다. 아무런 감흥이 없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가만히 귀를 기울여 보면, 그녀는 우리를 설득하려 하고 있었다. 이건 그녀가 원하는 일이었다. "제 얘기 좀 들어 보세요." 그녀는 말했다. "승천자와 승천자 외 개체는 너무 오랫동안 떨어져 살았습니다. 우리는 모두 사람입니다. 강철 군주가 말하려는 건 그것뿐입니다. 우리가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것." 그녀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우리는 서로에게 가르쳐 줄 것이 있습니다."

이 주 후, 몸에 지닐 수 있는 모든 짐을 챙긴 후 우리는 지구 최후의 안전한 도시를 건설할 곳을 향해 떠났다.

나는 무언가 내 그림자에서 자라길 바랐다.


8. 성장[편집]


너는 무슨 일이 일어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너는 아무 무게 없이 공중에 떠올라 있지만, 가슴은 너무나도 무거웠다. 너의 목소리는 아이 같다. 조용하고, 군중 속에서 쉽게 묻혀 버리는 소리. 너는 소리를 지르고 들려지고 싶지만 수천 개의 별이 빛나는 바다에서 너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별은 하나뿐이었다. 네 말의 파편만을 이해할 수 있을 뿐이더라도 그 별은 들으려 노력했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삶은 늘 그래왔듯 네가 통제할 수 없이 계속됐다. 그것이 너라는 존재의 저주였다. 네가 만드는 것은 네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때 또 하나의 별이 깜빡이며 탄생했다.

---

나는 마지막 대변자였다. 나는 우리 주위의 도시가 아무것도 아닌 일로 다투는 와중에서 선봉대와 함께 앉아 있었다.

"우리는 일종의 통합을 누리기 위해 이 도시를 건설했습니다." 탈룰라는 말했다. 그녀는 탁자에 손을 얹고 몸을 앞으로 기울이고 있었다. 언제라도 풀쩍 뛰어들 수 있는 것 같았다. "우리는 내부로부터 조각나고 있습니다."

방안에 침묵이 내려앉았다. 나는 생각하려 했다.

"여행자는 뭐라고 합니까?" 세인트-14은 조용한 목소리로 물었다. 모두가 나를 바라봤다.

나는 코로 숨을 들이쉬고 천천히 내쉬었다. "진영들에 대해서 말인가?" 나는 물었다. "아니면 사람들이 길거리에서 서로를 죽이는 것에 관해서 말인가? 이건 여행자가 원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만큼은 말해 줄 수 있다."

"그건 우리를 창조한 결과입니다." 오시리스는 자리에 기대 앉으며 말했다. 늘 그렇듯 돌처럼 굳은 표정이었다. "폭력 말입니다. 여행자는 자기가 원하는 게 뭔지 알고는 있는 겁니까?"

나는 좌절감을 감추려 애썼다. 얼굴이 마스크에 가려져 있어 정말 다행이었다.

진실은 이것이었다. 나는 여행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자기가 원하는 것을 알고는 있는지 확언할 수 없었다. 여행자는 나와 언어가 아닌 꿈으로 말했다. 꿈의 언어는 제한적이었다. 여행자에게서 나온 메시지는 내게 오는 도중에 해체되어 뭔가 다른 것으로 변화했다. 나는 대변자라기보다는 통역자에 가까웠다.

하지만 예전에 불확실성은 우리의 죽음이었고, 계속 경계하지 않으면 또 다시 그럴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말했다. "여행자는 언제나 스스로, 혹은 수호자를 통해 인류를 지키고 싶어 했다. 우리는 그 의지를 실현해야 한다."

"두 분께 외람된 말씀이지만," 탈룰라는 오시리스와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건 여행자에 관한 문제가 아닙니다. 이끌어 줄 사람이 없는 상태에서 사람들이 모일 때 일어나는 일에 관한 것입니다." 그녀는 발을 굴렀다. 긴장한 듯했다. 탈룰라에게는 낯선 일이었다. "이게 조금 더 오랫동안 계속되면 암흑기나 마찬가지입니다. 전쟁군주들과 조금 더 좁은 우리에 갇힌 꼴이 될 겁니다."

"대표 조직이 있으면 도움이 될 겁니다." 세인트-14이 말했다. "모든 측면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 해주는 것 말이죠."

"모든 측면에 목소리가 있겠지만, 모든 목소리에 같은 무게를 실어 줘야 하는 건 아니다." 나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이런 생각 중 일부는 위험하다. 어떤 진영이 계속 존재해야 하는지 우리가 결정하고, 그들의 고충을 듣고 필요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공식 채널을 주어야 한다."

"어떤 생각이 위험합니까, 대변자님?" 오시리스가 물었다. 그는 차분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그리고 그건 누가 결정합니까?"

"이건 싸움이 아니야." 세인트-14이 말했다. "그건 앞으로도 많이 남아 있잖아."

"우리는 각 진영의 이야기를 들을 것이다." 나는 오시리스의 말을 무시하고 계속 말했다. 일부라도 결정하는 것이 아무것도 결정하지 않는 것보다는 나았다. "명백한 폭력에 의존했던 자들을 제외하고, 각자의 사정을 해명할 기회를 줄 것이다."

"그러면 우선 남부 제대를 제거해야 합니다." 탈룰라가 손가락을 꼽으며 말했다. "그리고 바이너리 스타의 멍청이들도요. 트라이너리였나? 바이너리? 뭐든 상관없겠죠. 어쨌든 이 새로운 그룹도 많은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모나키 뭐라고 했던 것 같군요."

"누군가 소문을 증명할 수 있다면 우리는 그들의 지도자를 추방한다." 나는 손을 들어올린 채 말했다. "남은 진영들은 각자의 사정을 주장할 것이다. 우리는 도시를 통치하는 데 가치 있는 시점을 제시해 줄 수 있는 자들을 모야 의회를 구성할 것이다."

"이건 위험한 선례를 만들 겁니다, 대변자님." 오시리스는 말했다. 이 논쟁은 나중에 다시 벌어질 것임을 이미 확신할 수 있었다. "이토록 가파른 길을 걸을 준비가 되어 있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투표를 했다. 오시리스만 거부에 표를 던졌다. 그리고 폭력 행위를 조사한 후 우리는 통치 회의를 구성했다.


9. 탐색[편집]


어딘가에서 또 다른 작은 별이 소리를 질렀다.

너는 대답하려 했지만 그건 듣지 못했다. 도움이 없이는 안 됐다. 너는 돕고 싶었지만 마비된 상태였다. 네 팔다리는 짓이겨지고 심장은 너무 느리게 뛰었다. 지금처럼 약함이라는 걸 강하게 실감해 본 적은 없었다.

너는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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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지막 대변자였지만 다음 사람을 찾고 있었다. 나는 작은 숙소의 발코니에, 이제 지구 최후의 안전한 도시에서 떠나려 하는 여제 에프리디트와 함께 서 있었다.

"머물러 달라고 설득할 수는 없겠지."

에프리디트는 팔짱을 낀 채 서서 도시를 내다보았다. "네." 그녀는 대꾸했다.

"물론 허가를 요청할 필요는 없다."

그녀는 아주 조금 웃었다. "그렇겠죠." 그녀는 발코니 난간 밖으로 몸을 내밀어 아래를 내려다봤다. 수호자는 높이에 공포를 느끼지 않는다. 기분만 내킨다면 발목을 걸고 난간에 매달려 있는 것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당신이 예전에 했던 말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나를 보았지만, 특징 없는 마스크가 한 번 더 제 역할을 해서 아무것도 드러내지 않았다. "다음 대변자를 찾는다고 했던 말."

아.

나는 수십 년 동안 누군가 나를 찾아와 주기를 기다렸다. 자기 자식이 눈이 멀 듯한 기이한 꿈과 두통을 겪고 있다는 말을 해 주기를 기다렸다. 짝이 없는 고스트 무리와 함께 수호자가 탑에서 걸어 나오는 모습을 보기를 기다렸다. 나는 원거리 통신을 통해 수백 명의 사람들을 만났다. 여행자와 논의하기도 했다. 나는 도시 입구에서 민간인과 수호자의 군중 사이를 거닐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내 마스크를 물려줄 사람을 찾을 수가 없었다.

세인트-14이 수성으로 떠나기 전에 나는 그가 내 자리를 대신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를 가르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보통 그런 식으로 이루어지는 일은 아니지만, 그의 마음은 무척이나 상냥했다. 기질 또한 적절했다. 때로는 그가 나보다 그 일에 더 잘 어울리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돌아오지 않았다.

나는 헛기침을 했다. "그래." 나는 말했다. "맞아. 아직도 찾지 못했다. 하지만 분명히 어딘가 존재할 것이다."

"네," 에프리디트는 말했다. "그 어딘가로 저는 떠납니다. 제가 찾아보겠습니다."

괜찮은 제안이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그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서 도시를 떠나려는 건가?" 나는 그 제안을 수용하는 대신 물었다. "나를 여기로 불러들인 게 바로 너였는데."

"그러길 정말 잘했습니다." 그녀는 당당한 표정으로 말했다. "하지만 그 때문만은 아닙니다. 이 삶은 제게… 어울리지 않습니다. 수호자는 총 외에도 더 다양한 방식으로 이 세계에 흔적을 남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너에 대한 나의 생각은 그렇지 않다."

그녀는 잠시 말을 멈추고는 난간에 기대어 섰다. "그렇겠죠." 그녀는 말했다. "그래도 제 근육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수백 년 동안 조준하고 쏘기만 했죠, 대변자님…" 그녀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무엇이 될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다른 길을 찾고 싶습니다."

어딘가 많이 익숙한 대화였다. 마지막으로 그와 같은 말을 들었을 때 나는 너무 어렸다.

"알았다." 부드러워진 목소리로 나는 말했다. "고결한 명분이군."

그녀는 어깨를 으쓱했다. "언젠가 아기 대변자와 함께 돌아올지도 모르죠."

그녀가 입 밖에 내지는 알았지만 "혹시라도 돌아올 수 있다면"이라는 말이 우리 사이에 무겁게 내려앉았다.

"도와주면 정말 고맙겠다." 한참이 지나고 나는 말했다. "나만이 이 마스크를 영원히 쓰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


10. 고난[편집]


뭔가 끔찍한 일이 일어나려 했다.

이 꿈에서는 끔찍하고 잔혹한 손이 너를 향해 뻗어 왔다. 하지만 이건 예전에 알던 적이 아니었다. 새로운 것이었다. 너를 파괴하려 하기보다는 사용하려 했지만, 어느 쪽이든 상관없었다.

감옥은 침묵의 마비보다 더 끔찍했다. 옥죄어 오는 어둠의 촉수보다 끔찍했다. 너무 현실적이었다. 너무 낯설었다. 이것 때문에 네가 여기 온 것은 아니었다. 이건 너에게 어울리는 일이 아니었다.

공포만으로도 너는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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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지막 대변자이고, 여행자가 우릴 떠나는 꿈을 꾼다.

놀랄 일은 아니었다. 이 진실은 대변자에게서 대변자로 수 세대 동안 전해졌다. 여행자는 선하고, 여행자는 지각이 있고, 여행자는 우리를 구원할 것이고, 여행자는 우리를 떠날 것이다. 아주 오랜 세월 동안 나는 예언자가 떠난다는 예언이 해석의 오류이며 붕괴 이후의 침묵으로 실현되었다고 믿었다. 그래서 그 마지막 교리는 설교에서도 제외했다. 그건 사람들을 두렵게만 할 뿐이었으니까.

늘 드물고 찰나에 불과했던 꿈은 조금 더 자주 날 찾아왔다. 그 어느 때보다 혼란스럽고 당혹스러운 꿈이었다. 예전에는 깨어 있는 동안 꿈을 꾸는 일이 극히 드물었지만, 이제는 늘 꿈을 꾸고 있었다.

나는 다시 침묵했다. 나는 사라졌다. 나는 아가리를 벌린 공허를 남겼다.

내 꿈은 끔찍한 미래를 예언했다. 여행자의 빛이 없는 미래였다. 나는 여행자가 사라진 세계에서 수호자와 빛 없는 자 모두가 쓰러지는 모습을 보았다. 왜 그런 일이 일어나는지, 또 언제 일어나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그저 그 일이 실현되리라는 것만 알고 있었다.

자세한 내용은 거의 아무 의미도 없었다.

나는 평생 사람들을 여행자의 빛으로 이끄는 일을 하며 살았다. 신념에 기반하여 약속을 하고 사람들을 안심시켰다. 의혹은 내 몸속 가장 깊은 곳으로 밀어 넣어 나 자신을 병들게 했다. 어쨌든 의혹은 내뱉지 않는 것이 더 나았으니까.

나는 내 세계를 알아볼 수 없었다. 달아나고 싶었다.

결국엔 아주 쉬운 결정이었다.

나는 아무에게도 이야기하지 않았다. 무엇이 다가오고 있는지 더 잘 알기 전까지, 이 정보를 공유하는 건 그저 위험만 키울 뿐이었다. 혼란을 불러올 것이었다. 도시에서의 대탈출, 죽은 궤도까지 관여한다면 행성계의 대혼돈이 불 보듯 뻔했다. 내가 설명할 수도, 증거로 검증할 수도 없는 꿈으로 인해 공포와 분노와 폭력이 초래될 것이었다.

내가 이걸 더 잘 이해하고 파악할 수 있다면 고칠 수 있었다. 틀림없이 그랬다.

그래서 나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살아갔다. 회의에 출석하고, 아이코라와 은신자의 첩보에 대해 논의했다. 도시 밖의 정찰병에게서 보고서와 각종 소식을 듣고, 자발라와 논의했다. 늘 그렇듯 사람들이 나를 찾아와 질문을 했다. 상실과 변화, 공포 등 이 삶에서 매일 경험해야 하는 현실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물었다. 어떻게 해야 의혹에 대처할 수 있는지 물었다.

나는 악문 이 사이로 그들에게 여행자를 믿으라는 거짓말을 했다.

공허하게, 공허하게, 공허하게.

꿈은 계속됐다. 두통은 더 심해졌다. 하지만 나는 이러한 진실이 우리 삶의 방식을 파괴할 것이라 믿기에, 진실이 나를 중독시킬 정도로 꼭 움켜쥐었다.

전부 무의미한 일이었다.

지축을 뒤흔드는 폭발음이 들렸을 때, 나는 숙소에 있었다. 밖으로 뛰쳐나간 나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있었다.

붉은 군단 함대가 하늘을 검게 뒤덮었다. 그제야 나는 내가 끔찍한 실수를 저질렀음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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