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를로트(메멘토 모리)

내 안에는 또 하나의 내가 있다.
그 사실을 깨달은 것은 태어난 직후였다.

하지만 그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은 나뿐.
이 아이에게는 나밖에 없다.
나에게도 이 아이밖에 없다.

그 아이는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 있으면
금세 날뛰기 시작한다.
그리고 과자를 아주 좋아하는 건 나랑 똑같다.

그래서 날뛸 거 같으면
나는 과자를 먹는다.
그렇게 하면 이 아이가 내 안에서 나올 일은
없으니까.

이 아이는 폭력적이만 사실은 굉장히 다정해.
내가 상처를 입으면 항상 대신 화를 내줘.

하지만 사람들은 이 아이를 무서워하는 것 같아
서... 이 아이가 나오면 항상 '마녀가 나왔다!'라
고
비명을 지르며 도망쳐 버린다.

사람의 기분에 민감하고, 사소한 자극에 날뛰기
시작해버리는 이 아이의 마음을 지키기 위해
나는 마법을 걸었다.

웃는 얼굴의 마법....
행복한 사람은 언제나 싱글벙글 웃는 얼굴.
내가 웃고 있으면 이 아이는 절대 날뛰지 않아.

그래서 나는 웃는 얼굴의 마법을...
웃는 얼굴의 가면을 쓰기로 했다.

이 아이의 존재를 다른 사람이 알면 안 돼.
분명 아빠나 엄마처럼 나를
'머리가 이상한 아이'라고 할테니까.

그러면 또 그 아이가 나올거야.
그래서 나는 이 아이도 웃는 얼굴 가면 속에
숨겼다.

숨기는 건 자신 있어.
진실은 나만 알고 있으면 돼.
나에게는 이 아이가, 이 아이에게는 내가...
다른 사람은 아무도 필요 없어!

웃는 얼굴의 가면만 써버리면
진실은 아무도... 모를 테니까!

마녀는 미움받는 존재니까 이 아이는 항상
교회 기사의 표적이 되었다.

그래서 나는 이 아이를 웃는 얼굴의 가면 아래에
숨기고 줄곧 교회로부터 지켜왔다.

그날도 여느때와 같이 마을에서 기사에게 발견되
어 나는 도망쳤다.

하지만 기사가 내 과자를...
이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과자를 짓밟았어.

그건 이 아이에게 있어 사냥의 신호.
이 아이는 내가 쓴 웃는 얼굴의 가면을 깨뜨리고
밖으로 뛰쳐나왔다... 나와 교대하듯이.

정신을 차렸을 때 주위는 누군가가 날뛰며 돌아다
닌 것 같은 흔적이 남아있었다....
또 저질러버렸어.

나를 보고 겁에 질린 사람들의 시선으로부터
감싸듯이 나는 웃는 얼굴의 가면을 썼다.
'스마일 활짝, 행복 만개,
웃는 얼굴은 행복의 마법.'

몇 번이고 주문을 외웠다.
그렇게 하면 이 아이의 마음이, 내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지니까.

괜찮아. 나에게도 이 아이가 있어.
이 아이에게도 내가 있어.
우리는 혼자가 아니야.
마녀지만 혼자가 아니야.

불행해지지 않아....불행 따위가 아니야.

어쩌다가 또 이 아이가 날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날은 평소와 달랐다.

지팡이를 든 오빠가 나를 토닥여 주었다.
'계속 혼자 힘들었지.'라며.

혼자?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나에게는 이 아이가... 아아, 그렇구나.
이 사람은 알고 있구나.

이 웃는 얼굴의 가면 아래에 숨어 있는 것이 무엇
인지...그리고 그것을 알면서도 그는 나에게 손
을 내밀었다.
같이 가자고.

어떻게 할까?
나는 또 하나의 나에게 물었다.
하지만 답은 이미 나와 있었다.
나 자신이... 대답하고 있었다.

만약 이 사람이 배신하면,
또 웃는 얼굴의 가면 속에 숨겨버리면 될 뿐이야.
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라며
나는 그 손을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