쿼런틴(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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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2. 줄거리
3. 배경
4. 평가



1. 개요[편집]


Quarantine. 1992년에 출판된 오스트레일리아 SF 작가 그렉 이건하드SF 소설로 국내에서는 행복한책읽기에서 정발되었다. 그리고 장기간 절판 상태에 있다가 2022년 12월 21일 출판사 허블에서 재출간되었다. 두 판본 다 옮긴이는 김상훈. 양자역학을 메인 테마로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제목은 '격리'라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하드한 사변론적 SF로 유명한 그렉 이건이지만, 국내에 번역된 장편은 쿼런틴이 유일하다. 단편은 몇 개 있지만... 전반적으로 굉장히 골치아픈 류의 소설을 쓰기 때문인 걸로 보인다. 사실 쿼런틴은 그렉 이건이 쓴 소설 중에서는 이해하기 쉽다. 머리 아프고 싶으면 Permutation City 같은 책도 있다.


2. 줄거리[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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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대의 어느 날, 원인을 알 수 없는 현상으로 인해 태양계 전체를 정체불명의 사건의 지평선 같은 장막[1]이 둘러싸는 바람에 태양계가 외부 우주와 격리되는 사태가 발생한다. 밤하늘에서 태양계 외부의 별들이 모두 사라져버리는 사태가 발생하자 전 세계는 혼란에 빠지지만[2] 그 이상의 재앙은 발생하지 않은 채 30년의 세월이 흐르게 된다.

2060년대, 평범한 사립탐정이었던 주인공은 평생을 뇌성마비로 살던 환자가 보안시설로 중무장된 수용시설을 불가사의하게 탈출한 사건을 조사하던 끝에 태양계를 에워싸는 격리막이 생기게 된 원인을 알게 된다. 인류에게는 어떠한 원인인지는 모르겠지만 진화 과정에서 중첩된 여러 파동함수를 한 가지로 수축시키는 능력이 있었으며, 그로 인해 인류의 눈길이 닿은 별들이 한 가지로 고정되어 버리는 바람에 외계인들이 "이러다 다 죽겠다 이놈들아!"라는 생각에 더 이상 인류가 자신들을 관측하지 못하게 막아놓은 것이었다.

앞서의 그 환자를 연구하여 인류에게 중첩되지 않고 모든 가능성을 인정하게 하는 프로그램이 바이러스 형태로 개발되나, 온갖 가능성들이 중첩된 끝에 하필이면 그 바이러스가 아웃브레이크를 일으키는 사태가 현실로 되어 버린다. 어찌저찌해서 주인공이 머물고 있던 도시 정도에 그 변화는 국한되지만, 서술되는 풍경을 보자면 초현실의 극치[3].....


3. 배경[편집]


작중의 사회에서는 뇌의 뉴런에 심을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레트로바이러스의 형태로 널리 판매되고 있는데 작중에서 프로그램 이름은 볼드체로 표현되며 뒤에 가격이 함께 표시된다.. 또한 소설 내에서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모드(mod)라 불리운다.

한편, 이 소설의 주요 무대는 중화인민공화국 정부가 홍콩의 정치에 간섭하는 것에 저항하던 홍콩인들이 중국 정부의 탄압을 피해 오스트레일리아 북부에 망명을 와서 세운 '뉴 홍콩'이라는 도시인데, 이 도시의 건설에 한국이 큰 경제적 지원을 했다고 한다. 한국이 뉴 홍콩을 지원한 이유는 경제발전 덕에 생긴 잉여자산을 해소하기 위해서였다고.

4. 평가[편집]


뛰어난 하드 SF 소설을 꼽을 때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로 도전의식을 불태우게도 하고 머리 아프게도 하지만 의의가 깊고 한 번 읽어볼 가치가 충분한 작품이다. 다만 양자역학에 대해서 아는 게 없을 경우에는 '와, 내가 이런 걸 다 읽고 있어' 하는 자기긍정까지 얻을 수 있다. 그래도 어렵기는 어려운지 네이버에 있는 이 책의 리뷰들에는 꼭 양자역학에 관한 설명이 들어가 있다.

다만 이 책만 읽고 양자역학에 대해서 뭔가 알았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오히려 잘못된 인상을 받기도 딱 좋은데, 이 책은 묘사 자체는 하드하지만 양자역학에서의 관측의 의미에 대한 혼란을 줄 수도 있고[4] 최근 유행하는 양자신비주의적인 관점과도 맞닿는 면이 있어서 주의해서 읽을 필요가 있다. 물론 로저 펜로즈같은 유명인사부터 디팩 초프라 같은 유사과학자에 이르기까지 뇌가 양자역학적으로 작용한다는 주장은 꽤 오래된 것이며, 심지어 초프라의 경우엔 인간의 마음에 따라 DNA 등이 양자역학적 결정성을 가진다고까지 주장하지만, 주류적 입장은 전혀 아니올시다이기 때문이다. 하물며 인간의 눈에 의한 관찰이 어떤 양자역학적 계의 상호작용을 통제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거시적 존재들을 붕괴시킬 수 있다는 이야기는 그야말로 황당무계할 수 있는 이야기이다. 뇌와 양자역학을 연관시키려는 시도에 대한 반박은 이 링크의 내용을 참고 다만 이 책은 그런 일련의 신비주의를 극한으로 몰고 가 보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겠다. 실제로 작중 내에서 복잡하게 느껴지는 것은 양자역학이 아니라 사변론이다.

결정론, 다세계 이론 등 양자역학의 속성에 대한 수많은 형이상학적 해석들 사이에서 사변론적, 휴머니즘적 주제를 끌어오는 작가의 구성력은 훌륭하지만 해당 물리학 이론에 대해서는 아주 간략한 입문서 이상의 기대를 하지는 않는 것이 좋다. 실상 이 작품은 관련 물리학 이론을 접했을 때 생각해볼 수 있는 인과율결정론, 그리고 존재론목적론 등의 형이상학과 인간은 기계적인가 아닌가에 대한 이야기 등, 여러 인문학적 질문들을 재구성하는 쪽에 더 주의를 기울이고 있기도 하다. 물론 이는 대부분의 사변론적 SF 소설에도 해당되는 이야기이다.

인류를 봉쇄하기 위해 지구 둘레를 둘러싼 거대 껍질과 별이 보이게 되지 않는 것에 대한 세계관은 여러 작품에서 오마주로 쓰이고 있기도 하다. 특히 흑의 계약자의 경우 본즈가 원래 SF에 익숙한 창작집단이다보니 쿼런틴의 세계관에서 따온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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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버블이라고 한다.[2] 재미있게도 소설의 주인공인 사립탐정은 어린 나이에 별들이 사라지는 상황을 목격했지만, 그의 부모가 철저한 무신론자여서 주인공에게 무신론을 철저히 주입시킨 덕에 혼란에 빠진 나머지 이성을 잃고 사이비 종교 같은 데 빠지지는 않았다고 한다.[3] 모든게 한 가지로 고정되지 않고 모든 가능성이 인정되어서 사람들의 얼굴이 마구 뒤바뀌고 벽들이 살로 변하고 피의 비가 내리는등 온갖 현실이 뒤엉킨 난장판이다.[4] 최근의 실험에서는, 관측 및 관찰자를 배제한 상태에서도 결풀림 현상이 일어나는 것을 확인했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더더욱 한물 간 관점일 수도 있다. 양자역학적 현상은 원래 자연계에서 셀 수 없이 일어나는 현상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