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폰

나는 철이 들었을 때부터
쭈욱 마녀였다.

뭐, 그 덕분에 교회를 따돌리는 데도 도가 텄고,
살기 위한 거짓말도 능숙해졌다.

그렇게 마침내 훌륭한 사기꾼으로 자란 나는,
수녀 행세를 하며 성창교회의 신자들로부터
이것저것 슬쩍 훔치거나 할 수 있는 것이었다.

자각하지도 못한 채 갑작스레 붙잡혀버리는
마녀보다는, 어쩌면 운이 좋은 성장 과정인 걸지
도 모르지.

천재 사기꾼 마녀인 나의 타겟,
그것은 성 하인츠 교국 최강의 마녀다.

듣자 하니, 이 나라 전체를 뒤덮고 있는 힘 전부
가 마녀의 것이라고 하니 놀랍단 말이지~

그.래.서. 말이죠?
'그 최강의 마녀 힘만 있으면, 이런 비참한 생활
따윈 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라고 생각한
거랍니다.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나는 곧바로 순례자 행세
를 하고 최강의 마녀가 잡혀있다는 성도로 향
하기로 했다.

성도에 진입하려고 하는 나를 동료로 받아
준 것은, 가난한 순례자 일행.
하지만 그들은 생각했던 것보다 성가셨다.

본인들도 배고플 텐데 빵을 양보하지 않나,
다치면 업어 줘...

내 정체를 모른다고 하나,
이건 사람들이 훌륭해도 너무 훌륭한 게 아닐까?

이렇게 흠이 없는 인간은 질색이란 말이지.

진작에 사라진 줄 알았던 죄책감? 이라는 것으로
가슴이 아파서 어쩔 줄을 모르겠다.

아~ 빨리 성도에 도착했으면 좋겠네.

이대로라면 나, 정화되어버려요.

이런 느낌으로 성인군자들에게 둘러싸여 정신을
갉아먹히며, 나는 성도로 향했다....

사기꾼이 가장 먼저
속이는 사람은 누구인가.
그건, 자기 자신이란 말이지.

죄의식이니 착한 마음이니, 일에 방해가 되니까
말이야.
'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었어...'라든지,
'속는 쪽이 나빠'라든지,

자기 좋을 대로 이유를 가져다 믿고 해야,
비로소 한 사람의 몫을 하게 되지.

하지만... 이렇게 눈앞에서 성인군자들의 전시회가
열리면, 이것도 점점 힘들어진다.

그래도 어찌저찌 성도 근처까지 와서,
겨우 해방된다고 생각했을 때.

우리는 어쩐지 기분 나쁜 괴물에게 습격당했다.

아마도 저주의 짐승이라든가, 재앙의
짐승이라든가 하는 괴물일 것이다.

순례자 일행들은 모두 겁에 질려 있어...
가엾게도.

하지만 여기서 마녀의 힘 같은 걸 사용하면, 나는 금방 붙잡혀버린다.

미안하지만 여기선 도망... 칠 수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말이지.

어째서일까...
나는 이 선량한 순례자 일행을 돕는,
천재 사기꾼 마녀라는 이름값도 못하는 짓을 해
버린 것입니다.

마녀의 힘을 보여줘도, 순례자들은 감옥까지
따라올 듯한 기세로 나를 두둔해 줬다.

웃기지도 않아. 이쪽은 겨우 떨어질 수 있어서
속이 다 후련하다고?

하지만 그 녀석들, 묶여서 끌려가는 나에게
'고마워'라고 말해줬어.

바보구나.
속은 것도 모르고.

이젠 감옥에 처넣어져서, 거짓말쟁이에게 어울리
는 말로를 걷는 것뿐이라고 생각했지만.

어째서인지 지금 난, 무사히 바깥세상의 공기를
마시고 있단 말이지....

프란이라는 시골에서 구태여 세계를 구원하기 위
해 여행하는 영주님의 도움을 받았는데, 이 사
람이 너무나도 좋은 사람이라서 걱정이 돼....

자기에게 도움을 청해 오는 인간들은 모두 좋은 녀석이라고 생각하고 있겠지.

그 순례자 일행과 똑같아. 자기희생의 화신이다.
내가 가장 질색하는 타입.

하지만 내가 싫은 건....
아냐~, 더는 말하지 않는 게 좋겠어.

천재 사기꾼 마녀를 데려온 이상,
잘 이용해 주세요, 주인님.
사랑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