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트라(메멘토 모리)

나는 마녀가 싫었다.

이유는 간단했는데,
아빠와 엄마가 마녀를 싫어했기 때문이다.
착한 아이라고 생각했으면 해서
나도 같이 마녀에 대해서 나쁘다고 말했었다.

그림책에 나오는 마녀는 언제나
커다란 뿔에 손톱이 있는
무서운 괴물처럼 그려져 있었다.
평범한 사람으로 둔갑해서 나쁜 짓을 한대.

그래서 들개에게 쫓기고 있던 것을
그 여자가 도와줬을 때도...
처음에 나는 엄청 경계했었다.

그야... 숲속에 혼자 사는 사람은
실은 마녀가 아닐까 했으니까.

그 여자가 손을 한 번 휘두르자
들개는 꼬리를 내리고 도망쳤다.
정말로 마법 같았다.

그런데 아니었나 봐.

그 정체는
'개가 싫어하는 냄새가 나는 약초를 조합한 향'
이었으니까.

여자는 마녀가 아니라 마을 생활이 싫어서 이곳에
혼자 사는 학자였어.

그 뒤로 우리는 조금씩 친해졌다.
조금 괴짜였지만, 좋은 사람이었고 대화도
즐거웠으니까.

하지만 어느 날,
그 사람은 교회의 기사에게 붙잡혀 버렸다.

처형대로 연행되는 그 사람.
쏟아지는 것은 마을 사람들의 욕설.

'마녀다. 천벌을 받아라'
'죽여버려.'

그런 게 아니야...
그 사람은 마녀 따위가 아니야...!

그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 사람이 죽을 때까지.

어째서 그 사람이 죽어야 했던 거야...?
어째서...!

몸이 뜨겁다.
가슴이 아프고, 괴롭고,
감춰야 하는데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그때였다. 누군가가 소리친 것은.

'마녀다, 마녀가 있다!'

사람들의 공포 어린 시선은 나에게 쏠리고 있었
다.

기다란 뿔, 그리고 왼손의 손톱.
내 모습은 그림책에서 본 마녀처럼 변해있었다.

아... 아아, 말도 안 돼...
이... 이건...!

나는 도망치듯 집으로 달렸다.
어쩌면, 그저 나쁜 꿈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해서.

기억하는 것은 공포로 가득 찬 부모님의 얼굴과
달려오는 교회의 기사들.

자신들이 데려온 게 아니라고
필사적으로 변명하는 부모님은
마치 목숨을 구걸하는 것처럼도 보였다.

실제로 어땠는지는 따위는
확인할 방법도 없지만.

그 사람과 만난 숲을 빠져나와
남의 눈을 피하면서 밤새도록 도망쳤다.
그것이 내가 처음으로 멀리 떠난 날이었다.
태어나고 자란 마을인데 이제 내 편은 아무도 없었
다.
...왜 내가 마녀가 되어버린 거야?
나쁜 아이여서?
태어날 때부터 마녀가 될 운명이어서?

아니면... 그 사람과 이야기 했기 때문에...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그래...맞아.
이런 건 역시 꿈이야.
자고 일어나면
분명 원래대로 되어 있을 거야.

왜냐하면 나 계속 착한 아이로 있었는걸!

그러니까 빨리 꿈에서 깨야 해.
일찍 일어나서
그 사람에게 또 놀러가는 거야.

그로부터 얼마나 지났을까.

배고파.
추워.
하지만 이 모습으로는 이제 아무 데도 갈 수 없
어.

아쉬운 대로 갈증을 달래기 위해
졸졸 흐르는 물소리에 의지해서 간신히 강에
다다랐다.
하지만 그 수면에 비치는 것은 나의 모습,

커다란 뿔과 손톱.

싫어... 싫다고...!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아...!
사라져! 사라지라고! 왜 사라지지 않는 거야...!

난 울면서 몇 번이고 수면을 때린다.
하지만...
물의 차가움조차느끼지 못하는 손톱은
아무리 거칠게 다뤄도 상처 하나 나지 않았다.

바위에 내리쳐도 부서지는 것은 바위 쪽.
이제는 흉포해 보이는 늑대조차
나를 보기만 해도 도망친다.

아아... 나는 이제 인간이 아니구나.
부탁이야... 누가 좀 도와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