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 더 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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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 더 볼
Off the ball
위치선정


호날두의 오프 더 볼


황희찬의 오프 더 볼

1. 개요
2. 상세
3. 한국 축구에서의 오프 더 볼 움직임
4. 기타


통계는 보통 선수들이 90분 간 평균적으로 약 3분 정도 공을 소유한다고 말한다. (중략) 그렇다면 여기서 얻어지는 가장 중요한 결론은 바로 이것이다. 공을 소유하지 않는 87분 간 무엇을 할 것인가? 바로 이것이야말로 훌륭한 선수를 결정짓는 기준이다.

요한 크루이프


1. 개요[편집]


오프 더 볼이란 온 더 볼(On the ball)[1]의 반대되는 개념으로, 선수가 경기에서 공을 소유하고 있지 않을 때의 움직임을 총체적으로 뜻하는 축구 용어이다. 한국어로는 '위치 선정'이라고 번역되지만, 오프 더 볼 움직임에는 흔히 일컬어지는 '패스를 받기 위한 위치 선정' 외에도 다양한 유형이 있기에[2]외래어 '오프 더 볼'이 그대로 통용되는 경우가 더 많다.


2. 상세[편집]


경기에서 한 선수가 공을 소유하고 있을 때 상대팀 선수들은 압박을 가하거나 수비 대열을 갖추게 된다. 공을 가진 선수 혼자서 경기를 풀어나가기 어렵기 때문에 동료 선수들의 도움이 필요하며, 아군 팀이 공을 계속 소유할 수 있도록 패스를 받을 수 있는 적절한 위치로 이동할 필요가 있다.

수비를 하는 선수들은 일반적으로 아군 골대를 등진 채 공을 가진 상대 선수에게 이목을 집중하기 마련이다. 이 때 공을 가지지 않은 선수가 상대 수비의 빈 틈으로 이동하여 공을 받으면 좋은 기회로 연결할 수 있다.

물론 공을 가지지 않은 선수가 잠재적인 위험 요소라는 것을 상대 팀도 잘 알기에 모든 공격수들을 마크하려고 하지만, 90분 동안 빈 틈은 생기기 마련이다. 이러한 빈 틈을 잘 캐치하여 적절한 위치로 침투하는 움직임은 공격수에게 있어 중요한 소양이다. 침투도 그냥 뛰어드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경우 특정 지역으로 이동할 것처럼 상대를 속여서 역으로 공간을 비우게 하거나 일부러 이동하여 상대 수비수를 유인하고 2선의 동료가 침투할 공간을 만들어 준다. 이것이 연쇄적으로 일어날 경우 수비하는 팀이 허우적대다가 허무하게 무너지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공중 볼 경합에서의 위치 선정도 오프 더 볼 움직임의 일환인데, 지면에 깔리거나 낮게 뜨는 패스가 아닌 이상 공중에 떠 있는 볼은 경합 이전까지 소유권이 불분명한 경우가 많다. 공의 궤적을 읽으며 공을 받을 수 있는 적절한 위치를 찾아 아군 선수들에게 떨어뜨려주거나 헤더 슈팅을 노리는 능력은 빠른 템포의 공격 전술에 중요하다.

이런 움직임을 잘 보여줘서 좋은 기회를 만들어내는 선수가 있다면, 그 선수는 "오프 더 볼 움직임이 좋다", "위치 선정이 뛰어난 선수"라고 평가할 수 있다.

단순히 공격수 뿐만 아니라, 미드필더나 수비수도 오프 더 볼 움직임이 중요하다. 압박을 당하면 내려와서 패스 선택지를 추가해주고, 역습 시엔 재빠르게 올라가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는 등의 부지런한 움직임은 안정적인 빌드업을 위한 필수 요소이며, 수준 높은 경기에서는 수 싸움을 통해 상대의 움직임을 유도해 빈틈을 만들어내거나 아군이 움직이며 생긴 빈틈을 메워 수비적으로 서포트하는 능력도 요구된다.

또한 수비 단계의 위치 선정도 공격 단계의 오프 더 볼 움직임 못지 않게 중요하다. '수비 위치 선정'의 예시로 공을 받을 선수를 예측해 선제적으로 패스를 차단하거나 패스가 들어올 것으로 예측되는 공간을 지역 수비로 메우며 패스 시도 자체를 틀어막는 것을 들 수 있다. 흔히 간과되지만 1대 1 대인 마크에도 올바른 위치 선정이 중요한데, 슈팅 각을 좁히거나 블로킹하기 위해 최대한 자신에게 유리한 포지셔닝을 가져가는 것은 순간 스피드나 민첩성이 부족한 수비수들에게 필수적이다. 모드리치나 크로스 같은 세계적인 미드필더들, 반 다이크나 라모스 같은 정상급 수비수들이 괜히 공수 양면에서 뽈뽈거리며 많은 활동량을 가져가는 것이 아니며, 활동량이 많다는 것 자체가 축구판에서 무시할 수 없는 장점으로 평가받는 것인 이유다.

축구를 볼 때 주로 온 더 볼 움직임이 뛰어난 선수에 더 주목하게 되지만, 실제로는 공을 만지는 시간보다 공이 없는 시간이 압도적으로 더 길다. 그렇다는 것은 결국 공이 없는 시간 동안 어디로 움직여서 무엇을 하는지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다만 이러한 오프 더 볼 움직임은 훈련을 통해 약속된 움직임으로 가져갈 수도 있지만, 선수 개인의 센스와 판단력, 예측 능력 등에 크게 의존하기에 막상 가르치기도 쉽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특히 복잡한 전술을 쓰는 강팀일수록 선수 개개인의 즉각적인 판단으로 인한 움직임이 뛰어나야 하는데, 이 판단에는 심판의 성향, 동료와 상대 선수 및 팀의 성향, 자신의 성향, 경기 양상 등 경기장의 모든 요소들이 매우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오프 더 볼 움직임이 뛰어난 선수는 대개 전술 이해도가 높고 축구 지능이 뛰어난 선수들이라고 부를 수 있다.

축구에서의 전술은 이 오프 더 볼을 얼만큼 잘 다루느냐가 핵심이라 보아도 무방하며, 전술이 좋지 못하거나 아예 전술이 없는 경우 팀 전체가 오프 더 볼에 심각한 하자를 보이며 주도권을 내주게 된다.

3. 한국 축구에서의 오프 더 볼 움직임[편집]


[3]

실질적으로 한국 축구의 최대 단점이다. 대표팀 경기를 보다보면 의미 없는 패스만 반복하다가 공을 빼앗겨서 위험한 역습 찬스를 자주 내주는데, 따지고 보면 집합적인 오프 더 볼 움직임의 부재가 심각하기 때문에 생기는 상황이다. 역습 상황에서 열린 공간을 찾아 침투하는 오프 더 볼 움직임은 제법 준수하나, 지공 상황에서 자신이 내려와서 볼을 받아줘야 할지 올라가서 공격 옵션을 제공해야 할지, 상대 선수를 끌어들여서 공간을 창출해야 할지를 빠르게 판단하지 못하니 자꾸 제자리에서 패스를 주고 받다가 패턴이 읽혀서 난감한 상황에 자주 처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나 현대 축구의 메인 테마인 공간 창출과 압박은 선수들의 오프 더 볼 움직임을 통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기에 갈수록 답답해보이는 것이다.

라이트 팬들은 패스나 볼터치같은 기본기의 문제만을 지적하지만, 실상은 이런 오프 더 볼 움직임의 부재가 더 큰 문제이다. '제대로 뛰질 않는다', '적극성이 부족하다', '창조성이 없다', '백패스만 한다', '롱패스나 크로스 주구장창 올리며 뻥축구만 한다' 같은 문제도 결국 오프 더 볼 움직임의 질적·양적 부족, 쉽게 말해 어디로 뛸 줄 몰라 못 뛰는 것이 그 원인이다. 좋은 위치를 자꾸 선점당해서 측면이나 후방으로 공이 밀리게 되고, 그렇게 되면 결국 페널티 박스 안으로 당장 공을 투입할 수단이 롱패스나 크로스 뿐이라 선 굵은 축구만 하게 된다. 이럴 거면 차라리 페널티 박스 안 공격 숫자라도 충분히 확보해야 하지만, 오히려 좋은 위치를 선점한 상대가 밀고 들어오며 공격을 하니 수비하는데 급급해지면서 후방에 더 많은 선수들이 배치되니, 공수간격은 벌어지고 최전방 스트라이커가 고립될 수 밖에 없게 된다. 공을 받아 후속 플레이로 연결해야 성공인 스트라이커와 달리 수비수 입장에선 일단 방해만 통해도 성공이기 때문에, 전방에 고립된 스트라이커에게는 절대적으로 불리한 환경인 것도 크다.[4]

수비 역시 역습을 허용당하는 상황에서 상대가 어디로 뛸지 제때 인지하고 차단하지 못하니 우당탕탕 털려나가는 셈이다. 제아무리 뛰어난 패서가 있어봤자 선수들이 시즈모드라도 한 듯 안 움직이면 유의미한 기회를 만들어낼 순 없다. 가만히 서서 패스 받아봤자 상대는 공 날아가는 동안 이미 그걸 막으려고 다 움직였을테니 말짱 꽝 아니겠는가? 볼 터치 같은 기본기 문제 또한 비효율적인 오프더볼으로 증폭되어 나타나는 것이다.

대표팀에서 2선이 넘쳐나고 풀백, 3선이 빈약한 이유도 오프더볼에서 찾을 수 있다. 오프더볼이 필요 없는 포지션은 없지만, 2선 포지션은 그나마 기술[5], 스피드, 피지컬로 메꿀수 있다. 그러나 풀백은 경기 템포를 잘 읽어야 하고, 공수 상황에서 위치선정및 상대 공격을 저지하는 수비가 필요한데 당연하지만 이는 모두다 오프더볼이다. 3선 중앙미드필더나 수비형 미드필더는 자신 뿐만 아니라 팀원의 위치선정 까지 지도하는 커맨딩을 통해 경기의 주도권을 가져오는 데에 핵심역할을 하는데, 이는 모두 발기술과는 상관이 없다.

하지만 이런 오프 더 볼 움직임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이를 수치화할 방법이 없다는 점 때문에 많은 팬들, 심지어는 전문가들조차 종종 통계와 수치의 함정에 빠지곤 한다.[6]


4. 기타[편집]


발 빠른 오프 더 볼 움직임이 좋은 공격수들은 오프사이드 트랩을 무너뜨리는 라인 브레이킹을 즐겨 시도한다. 일단 라인 브레이킹에 성공하는 순간, 골을 못 넣는 게 이상한 오픈 찬스가 쉽게 만들어지기 때문이다.[7] 이러한 선수들은 적절한 오프 더 볼 움직임으로 오프사이드가 아닌 위치에 있다가 패스가 들어오면 빠르게 침투해 기회를 만들어낸다. 이러한 성향의 선수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제이미 바디, 루이스 수아레스[8], 필리포 인자기, 피에르에메릭 오바메양, 시오 월콧, 에딘손 카바니, 손흥민, 킬리안 음바페, 엘링 홀란드 등이 있다.

축구 뿐만 아니라 단체 구기 종목이라면 전부 중요하다. 야구를 들자면 도루를 할 수도 있고, 배구는 상대의 공을 받거나 팀의 결정타를 위해 유기적인 위치선정및 더미런이 중요하기 때문.

[1] 선수가 공을 소유하고 있을 때의 움직임.[2] 역습 상황에서 여러 선수가 달려가고 있다고 가정하자. 내가 공을 잡을 적에 두 명의 아군이 더 달려들고 있다. 한 명에는 수비가 많이 달라붙어 있고 다른 한 명에는 수비가 없다. 수비가 없는 쪽에 공을 줘서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그렇다면 수비를 달고 움직인 선수 또한 칭찬받아야 한다. 이러한 움직임을 더미런이라고 한다. 이외에도 농구에서의 스크린 플레이 비슷한 움직임 등 오프 더 볼의 범주는 굉장히 넓다.[3] 2분 40초를 보면 한국 유소년 선수에 대한 스페인 지도자들의 평가는 "기술은 좋으나 움직임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하다"라고 진단을 내린다는 내용이 나온다.[4] 2022 카타르 월드컵 가나전에서의 조규성이 그 예시이다. 조규성은 활동 범위가 넓고 경합에 매우 적극적인 스트라이커이지만 순간 스피드나 민첩성이 다소 아쉽다. 전반전 20분 경부터 가나 대표팀의 피지컬과 운동 능력에 공격 전개가 마비되며 전방으로 공이 올라오지 못하자, 본인이 공을 받으려고 계속 낮은 위치까지 내려갔다. 문제는 이 날 이재성나상호를 대신해서 출전한 정우영권창훈이 경기에서 지워진 수준으로 오프 더 볼에서 하자를 일으키자, 가나의 압박을 이겨낼 만큼의 팀 단위의 움직임이 삐걱이는 현상이 발생했고 이는 무의미한 걷어내기식 패스 외엔 공 전진이 불가능해지는 경기 양상을 초래했다. 결국 파울루 벤투 감독이 실책을 인정하고 나상호와 이강인을 투입하여 팀 단위 오프 더 볼을 재정립하고 나서야 대한민국 대표팀의 공격이 풀리기 시작했고 조규성 본인도 멀티골을 넣는 대활약을 펼칠 수 있었다.[5] 생각보다 한국선수는 이게 장점이다.[6] 오프 더 볼 움직임을 어느 정도나마 유추할 수 있는 건 활동량 대비 스탯 생산량이다. 오프 더 볼 움직임이 좋을 수록 활동량이 많으면서도 활동량 대비 공격/수비 지표가 좋은 경향을 보이기 마련이며, 활동량이 많더라도 스탯 생산량이 떨어진다는 건 오프 더 볼 움직임이 좋지 않아 의미없는 움직임이 많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7] 축구 자체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보는 게 아닌 팬들에겐 '오프 더 볼 움직임=라인 브레이킹'으로 통용되는 편이다.[8] 다만 수아레스의 스피드는 평범한 편이다. 오프 더 볼 움직임엔 속도도 중요하지만 센스와 판단력이 핵심이란 걸 보여주는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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