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 왕과 악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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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용
2. 설명
2.1. 같이 보기


토끼전(구토지설)의 원전이 된 이야기.

원래 본생경(자타카)에 실려 있는 석가모니 부처의 전생 이야기 가운데 하나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야기의 사본은 자타카 57 〈원왕본생 猿王本生〉, 자타카 208 〈악본생 鰐本生〉, 자타카 342〈원본생 猿本生〉의 세 가지가 있는데, 모두 남전장경(南傳藏經) 속에 들어 있다.


1. 내용[편집]


석가모니 부처가 죽림정사에서 설법을 행할 때 석가모니 부처를 음해하면서 틈만 나면 해치려는 자들이 많았다. 나중에는 석가모니 부처의 사촌동생인 데바닷타까지 나서서 석가모니 부처를 해치려 음모를 꾸미고 있었다. 제자들이 데바닷타에 대해 비난하자 석가모니 부처는 "그는 전세에서부터 늘 나를 죽이려고 했던 자다."라면서 이러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옛날 브라흐마닷타 왕이 바라나시 국을 다스리고 있을 때 석가모니 부처는 그 바라나시 근처 강가에 사는 한 마리 원숭이였다. 강 한가운데에는 온갖 과일들이 열린 섬이 하나 있었는데, 원숭이는 늘 강의 이 쪽 언덕과 그 섬과의 사이에 튀어나와 있는 바위를 넘어 섬으로 건너가 갖가지 과실을 따 먹고, 저녁이 되면 다시 바위를 타넘고 강을 건너 집으로 돌아오는 나날을 계속하고 있었다.

그 때 마침 그 강에는 악어 한 쌍이 살고 있었다. 당시 임신한 상태였던 암컷 악어는 원숭이를 보고 그 염통이 먹고 싶다고 남편을 졸랐다. 이에 수컷 악어가 원숭이를 잡기 위해, 원숭이가 섬에 와서 나무열매를 따먹는 사이에 평소 원숭이가 타넘던 바위 위에 엎드려 바위인 척 숨어 있었다.

원숭이는 열매를 실컷 따먹고 집으로 돌아가려고 평소처럼 바위를 뛰어넘으려는데, 묘하게 바위가 평소보다 커져 있는 것에 의아함을 느꼈고, 바위를 향해 "어이, 바위야"라고 불렀다. 세 번이나 불렀으나 세 번 다 바위는 말이 없었다. 그러나 원숭이가 다시 한 번 "야, 왜 오늘은 내 말에 대답을 안 하냐?"라고 외쳤다. 악어는 이에 그만 "원숭이 왕이여. 나는 바위다. 무슨 일인가."라고 대답해버렸다. 원숭이는 놀라서 "너 뭐야?"라고 물었고, 악어는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면서 "나는 강에 사는 악어인데 내 마누라가 네 염통을 먹고 싶다고 해서 이렇게 왔다. 미안한데 너 나한테 죽어줘야 되겠다."라고 말했다. 원숭이는 놀라면서도 "그래? 알았어. 까짓거 줄게. 지금 그쪽으로 뛰어갈 테니까 너 입 크게 벌리고 있어라?"라고 말했고, 악어는 알겠다며 입을 쩍 벌렸는데, 입을 벌리느라 눈이 감겨버렸고, 원숭이는 그대로 악어를 밟고 저쪽 강가에 내려서버렸다. 악어는 속았다는 것을 알고 분해하면서도 지혜로운 원숭이를 칭찬하면서

원숭이 왕이여, 누구나 너처럼

바른 말 · 밝은 지혜 · 굳셈 · 희생 등

이 네 가지 법을 갖춘 사람은

그 적을 능히 정복할 수 있으리라.

라는 노래를 지어 부르고는 자기 집으로 돌아가버렸다.


이야기를 끝마친 석가모니 부처는 비구들에게 그 때의 그 악어는 데바닷타, 그 암컷은 브라만의 딸 친차였으며 그 원숭이 왕은 바로 나였다라고 말하였다. 이야기는 그렇게 끝난다.

2. 설명[편집]


데바닷타와 전생에 부부였다는 친차라는 여성은 석가모니를 음해하려다 지옥에 떨어졌다는 여성이다. 한역하면 전차(戰遮) 혹은 전사(戰沙)라고도 하는데, 석가모니 부처가 시라바스티(사위성)에서 수닷타 장자로부터 기증받은 제타 숲의 제타바나 비하라[1]에서 설법을 행하며 차츰 석가모니 부처에게 귀의하는 이들의 수가 늘어나고, 기존의 교단에 속한 신자들 역시 교단을 떠나 석가모니에게 귀의하는 이들도 생겨나고 있었다.

석가모니 부처에게 제자를 빼앗기고 교세도 꺾이게 생긴 외도들은 그를 음해하려는 갖가지 공작을 폈는데, 마침 사밧티에 살고 있던 어느 브라만의 딸 친차에게 외도 가운데 한 명이 제안을 했다. 석가모니 부처를 음해해서 그가 비구와 신자들 사이에서 신망을 잃게 하라고. 이후 친차는 화려한 옷을 걸치고 제타바나 비하라(기수급고독원) 주변을 기웃거렸고, 어디를 갔다오는지 대답하지 않다가 한 달이 지나 자신에게 어디를 돌아다니느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기수급고독원 향실(香室)에서 고타마 비구와 단둘이 밤을 보냈다"고 말했다. 4개월이 지난 뒤에는 붕대를 배에 감아 임신한 것처럼 보이게 하고 외투를 걸치고 거리를 돌아다니면서 “나는 고타마 비구의 아이를 임신했다.”고 떠들고 다녔다. 사람들 가운데는 차츰 그 말을 믿는 사람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8~9개월 지난 뒤 친차는 나무 바가지를 배에 붙인 다음 옷으로 가리고 손발과 온 몸을 막대기로 때려서 붓게 하고, 몸을 극도로 피곤하게 만들어 임신부처럼 보이게 한 다음, 그 날 저녁 기수급고독원에 가서 설법을 행하고 있던 석가모니 부처 앞에 서서 “대단한 비구가 법을 설하고 있네. 너의 목소리는 달콤하고 너의 입술은 부드럽다. 나는 이제 너의 아이를 임신했고 곧 애가 나올 건데, 나에게 누울 방 하나 마련해 주기는커녕 음식이나 필요한 물건들을 전혀 마련해주지 않고 있다. 네가 마련해주지 않는다면 네 신도들, 코살라 국왕이나 부유한 신도들에게 부탁해서 공급해 주도록 해야 하지 않는가? 너는 쾌락을 즐길 줄은 알아도 너가 만든 아이를 돌볼 줄은 모르는구나.”라며 대중들 앞에서 석가모니 부처를 비방해댔다. 석가모니 부처는 놀라지도 않고 “여인이여! 그대가 지금 하는 말이 진실인지 거짓인지는 오직 너와 나만이 안다.”라고 짧게 대답했다.

그때 친차의 배에 두르고 있던 줄이 끊어지면서[2] 강풍이 불어와 친차가 입고 있던 외투를 날려버렸다. 그리고 옷 아래에서 친차가 배에 감추고 있던 나무 바가지가 떨어져내려, 임신했다는 말이 거짓임이 드러나고 말았다. 대중 가운데 한 명이 친차의 옷 속에서 떨어진 나무 바가지를 주워 들고 "이게 지금 네 배로 낳은 석가모니 부처님의 아이인가봐?"라고 비웃듯이 말한 것을 시작으로, 기수급고독원에 모여 있던 대중들은 일제히 “저 마녀가 세상에서 최고로 존귀하신 부처님을 비방하고 있었다니!”라며 친차의 얼굴에 침을 뱉고 흙덩어리와 작대기를 쥐고 그를 기수급고독원에서 쫓아버렸다. 그리고 기수급고독원에서 쫓겨난 순간 땅이 갈라지면서 친차는 순식간에 아비지옥에 떨어져버렸다.

현장의 대당서역기 권6 시라바스티국조에는 "가람은 수백 곳이 있지만 무너진 곳이 대부분이고, 승도는 적다", "외도를 믿는 자들이 굉장히 많다"고 언급하고 있어, 석가모니 부처 이전에 이곳에서 불교의 관점에서 '외도'라 불리는 자들의 세력이 상당히 번성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대당서역기는 현장이 인도를 방문해서 돌아다닌 석가모니 부처 및 불교 성지에서 전해지는 전승들을 채록했는데, 석가모니 부처를 죽이려다 그에게 감화되어 귀의한 앙굴리말라(아힘사) 역시 이곳 출신이고, 숫타니파타에도 언급되는 석가모니 부처 및 그 제자 사리풋다목갈라나를 비방하다 산 채로 지옥에 떨어졌다는 비구 코칼리야도 이곳 출신이었다고 한다. 현장이 인도를 방문했을 때 데바닷타와 코칼리카, 그리고 친차가 석가모니 부처를 비방한 죄로 각각 산 채로 지옥으로 떨어졌다는 갱이 모두 이곳에 모여 있었는데, 세 곳의 갱은 여름과 가을의 장마철에 도랑이나 연못에 물이 넘칠 때에도 한 번도 물이 괴지 않았다고 현장은 적고 있다.

또한 대당서역기는 기수급고독원에서의 석가모니 부처의 행적과 관련해 당시 현지의 외도들이 석가모니 부처를 비방해 치욕을 주자고 작당하고, 순타리라는 이름의 여성을 매수해서 거짓으로 석가모니에 귀의하는 척 그의 설법을 듣도록 들여보낸 뒤에, 몰래 순타리를 죽이고 그 시체를 나무 옆에 파묻은 뒤에 왕에게 이를 고소하였다. 왕이 수색을 명하자 과연 기수급고독원 근처에서 순타리를 시체를 찾아냈고, 이를 틈타 외도들은 "고타마 대사문은 늘 계율을 지니고 인욕하며 성내거나 원한 사거나 하는 일이 없는 사람이라 찬양받고 있는데 이렇게 이 여자와 통정해놓고 죽이고 입막음을 했다. 사음하고 살생하는 자가 무슨 계율이 있고 무슨 인이 있다고 할 것인가?"라고 떠들어댔다. 석가모니 부처는 이러한 비방에 대해 "이레가 지나면 알아서 잠잠해질 것이다"라며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고, 그의 말대로 이레 뒤에 별다른 증거를 찾지 못한 채로 석가모니 부처에 대한 비난은 사라져버렸다고 한다. 담마빠다(법구경) 게송 306번의 이야기다.

2.1. 같이 보기[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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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기수급고독원, 법정 비구가 번역한 숫타니파타에서는 '외로운 사람들에게 먹을 것을 나누어 주는 장자의 동산'이라고 풀어 번역했다.[2] 대당서역기에는 제석천이 쥐의 모습으로 변해서 줄을 갉아 끊었다고 적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