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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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담항설주인공 일행
노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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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
한설

백정
정기

장사
홍화

똥개
개돌이

관련 인물: 강명영, 심영호, 이청, 임춘복




파일:가담항설 임춘복.jpg

임춘복
직책
의술사
성우
최수민(오디오 드라마)

1. 개요
2. 능력
3. 작중 행적
3.1. 친아들과 살 때
3.2. 이청과 살기 시작했을 때
3.3. 한설 일행을 만나다
3.4. 정기를 가르치다
4. 기타



1. 개요[편집]


웹툰 가담항설의 등장인물. 이청과 함께 은둔 중인 그의 양어머니이다. 이청 이상으로 냉정하고 이성적인 모습을 보여주나 가끔 정신이 나가면 집을 뛰쳐나가 숲 안에 있는 무덤을 찾아가 통곡하기도 하고 이청, 복아 등 다른 사람을 죽은 아들로 착각하기도 하는데, 제정신이어도 못 푸는 환영 결계를 포함하는 여러 결계를 펼치고 은둔하는 중이라 결계 밖까지 뛰쳐나가면 위험하기에 제정신일 때는 풀 수 있지만 정신이 나간 상태로는 못 풀 만큼 복잡한 매듭을 지은 굵은 밧줄로 자신의 다리를 기둥에 묶어두고 산다.


2. 능력[편집]


언뜻 보기에는 평범한 의술사 같으나 그녀 이전에 하나같이 비범한 의술사들만 나오니[1] 그렇게 보일 뿐, 명실상부한 세계관 최강급인 사군자나, 이갑연의 각인사들[2]이 입힌 상처조차 단시간에 치료해낸 걸 보아 상당히 뛰어난 의술사다. 거기다 그녀의 과거와, 가담항설 세계관에서 각인을 새길 수 있는 조건이 뭔지까지 고려해보면 그 비범함이 더 와닿는다.

원래는 문맹이었음에도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인 아들을 살려내겠다는 일념만으로, 아들이 보았던 모든 의술서를 닳아없어질 만큼 읽어내면서 온갖 험지를 뒤져가며 악초를 캐고 달이는 생활을 2년이나 반복하며 각인을 깨우치기 직전까지 갔는데, 막상 각인을 깨우친 시점은 아들이 끝내 숨을 거두고 탈력한 직후, 즉 각인을 새길 필요가 사라진 순간이었다.

꼭 새겨야한다고 생각할 때 가장 잘 새겨지고, 반대로 새길 필요를 전혀 느낄 수 없게 되면 절대 못 새기는 게 각인이라는 것, 실제로 15세부터 네 개의 각인을 깨우치고 궁중 의술사들도 완치 못할 상처를 사군자에게 남긴 심영호도 궁에 들어온 이후 자기 재능보다 한참 앞서가는 각인사들이 있다는 걸 알고 좌절하여 6개월만에 어떤 각인도 못 새기게 된 적 있는 걸 고려하면, 그만한 좌절을 겪은 그녀는 그보다 더 못 새기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 오히려 그녀가 본래 목표로 한 것[3]보다 더한 의술 실력[4]을 보여준 건 놀라운 일이다.

이런 의술 실력을 유지가능했던 이유를 밑에 쓰여진 행적을 보고 추론하자면, 그녀는 아들이 죽었을 때, 아니 죽어가는 아들을 본 순간부터, 자신과 아들의 감정의 길을 본 적도 없어 몰랐기에 그날의 아들은 판단하지도, 예상하지 못했다는, 돌이킬 수 없는 과거를 몇 번이고 돌이켜보는 감정적인 행동을 '반복'하느라 정신이 오락가락하다 죽어가는 이청을 자신의 죽은 친아들로 착각해서 復(회복할 복, 다시 부) 자를 꼭 새길 이유를 잃지 않았다. 그리고 이후에 이청이 죽었던 아들과는 다른 사람임을 깨달았으나, 자신을 배려해 새로운 아들이 되어줬다는 것도 깨닫고, 이 의미를 생각하다 추국에 의해 다시 아들을 잃을 위기에 처하자 "인생은 예상한대로만 움직이지 않고, 자신조차도 자신의 감정을 예측할 수 없다. 오로지 그 순간이 닥치기 전까지는 누구도 알 수 없는 감정이 있고, 모든 감정을 이성으로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은 오만"이라는 깨달음을 역설하며 사군자와의 싸움에서도 활약할 정도로 발전했다. 그리고 죽은 친아들을 가르칠 때와 비슷하고도 다르게 누군가(정기)를 가르치는 경험을 하자 자신의 새로운 아들이 되어준 이청의 배려에 대한 생각과 맞물려 인생의 한부분만이 겨울이었고 매순간이 봄이었다는 깨달음까지 정립했기에 자신뿐만 아니라 정기도 한걸음 더 나아가게 했다고 볼 수 있다.


3. 작중 행적[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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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친아들과 살 때[편집]


부모를 포함해서 주변이 시키던 대로 살아가다가 한 남자를 만나 결혼하여 아들을 낳았다.[5] 다행히 부부 사이는 좋은 편이었고 그녀는 남편을 꽤 마음에 들어했으며, 화가의 길을 걷는 남편을 보며 남들과는 다른 길을 가는 것을 용기로 생각했다.

그러나 남편이 자신들과 다른 인간을 철저히 배척하는 세상 때문에 요절하자 충격을 받고 남들과는 다른 길로 나아갔던 남편의 행동을 만용으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이를 삶의 교훈으로써 아들에게 물려주고자 아무리 좁고 어둡더라도 모두가 걸어간 하나의 길로만 가도록, 화가가 되고 싶어하는 아들의 꿈을 묵살하고 의술사의 길을 가도록 강요했다.[6]

아들은 의과에 몇 번이고 떨어지며 좌절하지만, 그녀는 다음 해에 붙으면 되는 일이고 무언가를 이루어가는 과정은 늘 괴로운 것이며 급제하면 힘들었던 만큼 더 큰 보람을 느낄 거라며 다시 등을 떠민다. 아들은 과거에 급제하더라도 자신은 기쁘지 않을 거라고, 자신은 자신을 잘 안다며 힘없이 반박한다. 하지만 그녀는 네가 아는 너도 남에게 보이는 너도 너이며, 네가 모르는 너의 나머지를 누구보다 잘 안다며 아들의 앞날을 이성적으로 분석하고[7] 그림을 그리며 살고 싶은 것과 시험에서 도망치고 싶은 걸 혼동하지 말라고 꾸짖는다.

아들은 스스로를 위해 살지 못한다면 인생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며 반론하지만, 그녀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너는 나의 이름을 알고 있느냐?

(아들이 어찌 그걸 모르겠냐고 하자) 나의 이름은 불리고 있느냐.

나의 이름은 있지만 없는 것이다. 그 누구도 나의 이름을 부르지 않으니 나는 오롯이 나인 적이 없다.[8]

내가 아주 어릴 적, 누구나 나의 이름을 불렀던 그때에도 내가 너의 어머니가 되는 걸 원했다고 생각하느냐.

나 또한 이 삶을 원했던 것이 아니다. 단지 나머지 전부를 얻을 수 없었던 것 뿐이다.

내게 허락된 삶은 훌륭한 남편의 부인이 되는 것이 시작이요, 훌륭한 아들의 어머니가 되는 것이 마지막이다.

허나 무능한 남편은 요절하였고 이제 내게 남은 것은 너를 잘 키우는 것 뿐인데, 나는 나의 책무를 다했으니 나의 책무를 밟고 자란 너의 삶은 더 이상 너만의 삶이 아니게 되었다.

나의 이름을 오롯이 가져간 네게 내 삶의 유일한 목적을 가져갈 권리가 있느냐. 그 권리가 온전한 너의 것이냐?

너의 인생이 전부 너의 것이라면 나의 이름은 어디로 갔느냐. 남은 나의 생애는 무엇을 원하며 살면 되느냐.


그 말을 들은 그녀의 아들은 마음이 꺾여 저항하길 그만두고 의과를 다시 치뤘지만 역시 떨어졌는지 벽에 붙은 합격자 명단을 보고 책을 구겨지도록 끌어안으며 운다. 그 뒤, 그녀는 절벽에서 떨어져서 피투성이가 된 아들을 집으로 데려와 그동안 아들에게 읽도록 강요한 의술서들을 필사적으로 뒤진다.

뭘 어떻게 해야 해? 피는 어떻게 멈추지? 무엇을 먹여야 하지? 약은 뭐로 어떻게 달여야 하지? 이 약초는 어디에서 구할 수 있지? 어떻게 생긴 거지?[9]


하지만 문맹인 그녀는 의술서에 적힌 글을 하나도 읽을 수 없었고, 황급히 훑어보는 과정에서 우수수 떨어진 아들의 그림을 보고 통곡한다. 그녀는 남들처럼 시키는 대로 길을 걸으면서 남편을 잃고 아들을 몰아붙였던,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감정에 흔들리지 않았던 과거를 떠올린다. 하지만 죽어가는 아들을 본 그녀는 냉정함을 완전히 잃었고, 책 한 권 읽은 적 없는 여편네가 이제 와 의술을 익혀 아들을 고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결국 네 아들은 죽을 거라는 생각에도 엄동설한에 울면서 뛰어다니며 약초를 캐고 달여 아들을 2년 넘게 연명시킨다.

그렇게 그녀는 모든 의술서들을 닳아 없어질 때까지 읽어 각인을 새길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하는 경지까지 거의 다다르지만, 그 순간 아들은 완전히 숨을 거두고 만다. 그리고 몇 번이고 아들의 심장에 귀를 대며 사망했음을 확인했을 때 그제서야 각인을 각성하여 의술사가 된다.[10]

그날의 너는 실족이었을까. 투신이었을까.

매일 생각했어. 겁 많고 마음이 여린 네가 투신을 했을 리가 없다고.

매일 생각했어. 겁 많고 마음이 여린 네가 투신을 했을 지도 모른다고.

겁이 많은 네가. 성정이 올바른 네가. 효심이 깊은 네가.

(투신했을 리가 없어.)

(투신했을 지도 몰라.)

왜 나는 너를 판단할 수 없었을까? 너를 예상하지 없었을까?

나는 몰랐어. 너도 모르는, 나도 모르는, 너의 나머지가 있었단걸.

나도 몰랐던, 너도 몰랐던, 나의 나머지가 있던 것처럼.

나는 나의, 너의, 감정의 길을 본 적 없으니까.[11]

네가 생각한 나는, 내가 생각한 나는, 전부가 아니야.

나는 강하지 않아. 이런 순간을 받아들이지 못할 만큼 약하니까 너를 몰아붙인 거야.

나는 이성적이지 않아. 계곡에서 너를 발견했던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나는 단 한순간도 이성적일 수 없었어.

나는 현명하지 않아. 더 이상 앞을 보지 못하고 자꾸 뒤만 돌아보게 돼.

그때 너를 붙잡을걸. 네가 책을 돌려주었던 그 순간에, 네가 흐느끼며 책장을 넘기던 그 순간에, 네가 과거를 보러 가던 그 순간에,

네가 바위 끝에서 발밑을 내려다보던 그 순간에!



3.2. 이청과 살기 시작했을 때[편집]


심영호가 씌운 누명 때문에 일가족이 몰살당한 이청은 배가 꿰뚫려 피를 철철 흘리는 채로 도망치다 그녀의 집이 있는 숲까지 다다른다. 이청은 그녀가 추적자인 줄 알고 결계를 펼쳐 대응하려다 쓰러진다. 그녀는 쓰러진 이청을 자기 집으로 데려와서 치료해주고 그가 눈을 뜨자 그를 아들이라 부르며 흐느낀다.

아아- 드디어!! 드디어 네가!!! 나는! 나는 널 반드시! 반드시 살려내겠다고 다짐했단다.

수년 간 남들이 이미 죽었다고 말했을 때에도, 수십, 수백 번을 네가 무덤 안에 묻혀있는 악몽에서 깨어났을 때에도, 매일매일 오장육부가 녹아내리고, 끓는 기름에 손을 넣어도 이보다 아플 순 없을 것 같은 고통 속에서도, 나는 너를! 반드시! 반드시! 살려내겠다고 수천 번 다짐했다!

네가 눈을 떴으니 나는 이제 다 되었다. 나는 더 이상 아무것도 바라는 것이 없다.


그 뒤 죄스러운 표정을 짓는 이청에게 기쁜 표정으로 밥을 차려주면서 네가 이렇게 내 앞에 앉아 밥을 먹고 건강을 되찾아가는 게 얼마나 큰 기쁨을 주는지 모를 거라고, 네가 아프지 말고 다치지 않는 것만이 자신의 유일한 욕심이라고 말한다. 이 말을 들은 이청은 진실을 감추고 그녀를 어머니라고 부르게 된다. 나중에 몸도 정신도 꽤 멀쩡해진[12] 그녀는 이청이 죽은 친아들이 아님을 알게 되지만 여전히 그를 아들로 대한다.

그러던 어느 날, 누군가에게 자신의 일가족이 몰살당한 심영호가 자신의 업보를 뉘우치지 않고[13] 오히려 남들을 의심하고 원망하여 이청을 죽이려고 찾아온다. 이때 이청은 양어머니와의 관계를 떠올리며 "진실을 알고 있지만 말하지 않는 것과, 진실을 알려고 하지 않는 건 다른 거야"라고 말한다. 이청의 비판[14]을 들은 심영호는 자신의 잘못을 어느 정도 깨닫고 남 탓을 하며 자신의 추악함으로부터 눈을 돌리는 걸 그만두고자 맹세한다. 이때 심영호가 활을 빗겨쏘면서 이청은 뺨에 상처를 입고 돌아온다.

그녀가 이청의 상처를 보고 놀라면서 자초지종을 설명하라 하자, 이청은 오랜만에 만난 옛 동료와 다툼이 있었는데 스스로 돌아갔다는 말로 안심시키려 한다. 하지만 그녀는 냉정하게 활을 가져온 건 네게 원한이 있어 죽이려 한 게 아니냐고 따졌고, 이청은 다음처럼 답한다.

이전부터 저와 뜻이 맞지 않는 동료였습니다. 그의 눈에는 제가 입바른 소리를 하며 타인을 내려다보는 오만한 인간으로 비쳤을지 모르겠지만, 저는 스스로에게 부끄러운 인간이 되지 않기 위해 누구보다 자신에게 엄격했으며, 매사 올바르게 말하고 행동하려 노력했고, 그것이 타인에게 귀감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저는 그저 옳은 것을 옳다고 말했을 뿐입니다.


그러자 그녀는 이청에게 보여줄 것이 있다며 그녀 자신이 가장 비싼 값을 치르고 얻었다는 상자 안을 열어보이며 뭐가 들었냐고 묻는다. 이청은 콩이 가득 찬 걸 보고 콩이 들었다고 답하는데, 이 답을 들은 그녀는 너의 말을 믿겠다면서 상자 안에 손을 넣고 힘껏 움켜쥔다. 안에는 콩들과 똑같은 색인 가시덩굴이 있었고, 그녀는 손에서 피를 철철 흘리며 이와 같이 말한다.

네가 이 상자 안에 콩이 들었다고 말한 건 거짓이 아니다. 너는 내게 진실을 말했고 진실을 말하는 것은 모두를 위한 미덕이기도 하지.

하지만 아들아. 때때로 우리가 알고 있는 진실은 '전부'가 아니란다.



3.3. 한설 일행을 만나다[편집]


심영호의 말을 듣고 이청을 찾아온 한설 일행이 결계 주변을 맴도는 걸 알아채고 맨 먼저 나와서 아들이 오길 기다려야 한다고 알려준다. 하난이 물러나자 일행을 결계 안으로 들여와서 치료해주는데 여태까지 나왔던 의술사들에 비해 명확히 달리는 실력이라[15] 치료 속도가 꽤 더디며 본인도 끝까지 치료해줄 수 있을 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치료하는 동안 복아와 홍화에게 달여먹일 약초와 지리를 정기에게 적어주기도 하고, 복아가 한설과 정기에게 읽힐 책을 찾자 창고 안에 있던 책을 빌려주는 친절도 베푼다. 이 때 정기가 예전의 복아처럼 글을 배울 의욕이 없는 상태에서 머쓱해하며 책을 돌려주자 친아들을 몰아붙였던 과거를 떠올리며 내심 씁쓸해한다.

그러다 추국에 의해 이청이 끌려갈 상황이 되자 아들이 많이 지쳐 있으니 오랜만에 만난 아들과 대화라도 하게 해달라며 내일 떠날 수는 없냐고 추국에게 정중하게 애원한다. 그 때 추국과 적대 관계인 홍화, 정기, 한설이 추국을 막으려다 역으로 당하고, 이들을 돕고자 결계를 독해한 이청마저 한쪽 눈이 실명되고 만다. 그 이상 추국을 붙잡았다가는 죽을 게 뻔해보이는 상황 속에서도 이청에게 가지 말라고 하지만 짜증이 극에 달해있던 추국에게 기절당하고, 이청에 의해 방 안에서 평소처럼 복잡하게 매듭진 두꺼운 밧줄로 발목이 매인다.

그녀는 기절해 있는 동안 꿈속에서 자신의 과거를 보고 후회하다가 불안정한 정신 상태로 다시 깨어났고, 어떻게든 밧줄을 끊고[16] 버선발로 뛰쳐나가서 과거 친아들이 떨어져 죽었던 절벽 끝에서 뛰어내리려고 서 있는 이청을 붙잡고 죽지 말라고 울부짖으면서 네가 없는 삶을 견딜 수 없다고 애원한다. 추국은 감정에 치우쳐서 행동하지 말라고, 이런 식으로는 상황이 더 나빠질 뿐이라고 충고하지만 그녀는 죽어가는 아들을 살리기 위해 그동안 걷던 길을 벗어나며 얻었던 깨달음을 역설한다.

나는... 아들이 죽는 것을 그냥 놔둘 수 없습니다. 당신도 감정이 있다면 이해할 겁니다.

인생은 예상한 대로만 움직이지 않고[17]

, 나조차도 나의 감정을 예측할 수 없습니다.

오로지 그 순간이 닥치기 전까지는 누구도 알 수 없는 감정이 있고, 모든 감정을 이성으로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만입니다.


하지만 추국은 춘매가 죽은 사건 이후로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고 이해할 수 없는 몸이 되었기에, 아드님은 어떤 사건의 원인 중 하나이고 자신이 만들어낸 결과를 마주칠 때가 된 것 뿐이라고 말하며 이청을 죽이려 든다. 그때 홍화가 만신창이인 몸으로 끼어들어 이청을 살리고, 사람이란 당연히 감정으로 움직이며 냉정하니까 자신의 감정을 정확히 알고, 그렇기에 자신이 어떻게 행동해야 할 지 안다고 추국에게 반론하자 놀란 눈으로 바라보며 자신의 각인 復(회복할 복, 다시 부) 자를 빛낸다.

추국이 자신의 비참함과 분노를 토로하며 이젠 홍화를 죽여야겠다고 말하는 동안 이청의 눈을 고쳐놓고, 이청이 온전한 두 눈으로 추국의 결계를 풀어서 추국의 주의를 끌었을 때 바로 이청이 엄호할 거라 믿고 홍화에게 달려가서 치료해준다.


3.4. 정기를 가르치다[편집]


한설 일행이 추국을 물리친 이후, 107화에서 정기에게 의술을 가르쳐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그 뒤 정기를 가르쳐주면서 이청이 홍화를 어찌 가르쳐주는지도 본다. 이청은 수저 등의 물건을 꼼꼼히 관찰해서 모습, 냄새, 촉감, 무게 등을 기억하고 그걸 본 적 없는 이에게도 본 것처럼 묘사하고, 물건 뿐만 아니라 풍경, 찰나의 분위기, 기운, 자신의 감정 등도 매사에 그렇게 보는 법을 몸에 익히라고 한다. 이렇게 하면 식견이 빠르게 깊고 넓어지면서 문장을 쉽게 이해하고, 문장 안에 담긴 뜻을 직감적으로 받아들여 독안이 뜨인다고 설명한 후, 홍화에게 개안을 해보라고 시키지만 홍화가 독안을 뜨지 못하자 심각하게 당황한다.

홍화는 감이 잘 안 온다며 보통 얼마나 걸리고 이청은 얼마나 걸렸냐고 질문하는데, 이청은 자기는 방법을 듣자마자 떴고 어릴 적부터 한 번만 가르침을 들으면 전부 알아들었으며 하나를 들으면 열 개 정도 알았다고 대답한다(...). 그런 이청에게 그녀는 진실이라고 뭐든 말해도 되는 게 아니라 듣는 사람의 감정을 생각해야 한다는 일침을 날린다.[18]

이후 정기가 인간의 신체 기관에 대해 잘못 발음할 때마다 교정해준다. 대부분 잘못 발음해서 내심 귀찮아 했으나[19], 일단 생물의 내장을 끄집어보는 게 일상인 백정이라 장기의 기능은 금방 익히는 데다, 일행 중 대부분이 병에 잘 안 걸리는 튼튼한 체질임을 알고 질병보다는 상해를 치료하는 방법을 중점으로 익혀 빨리 가르친다.

그리하여 금세 실전 단계로 넘어가 홍화가 정기를 제대로 쳐서 상처 입히면, 정기 스스로 글을 써 자가치료를 하는 방식으로 수련시키나, 정기는 피를 토하는 외중에도 시키는대로 정신차리고 글을 쓰긴 쓰는데 몇장을 써도 효과가 없어 의기소침해한다. 정기는 글씨를 못써서 그런 것인가 의아해하지만, 그녀는 글씨보다는 내용이 중요하다며 혹시 내용의 뜻을 알고 있냐 묻고 이에 정기가 모른다고 답하고 그게 문제라고 답하며

봄의 산에

눈 녹인 바람 잠깐

불고 간 곳이 없다

잠시 빌려다가

머리 위에다 불게

하고 싶구나

귀밑에

해묵은 서리를

녹여 볼까 하노라

라고 정기가 쓴 시를 읊어주고 그 뜻이 뭐라 생각하는지 묻고 정기가 버벅대자 시적 의미를 제대로 풀이하며 모든 단어는 겉으로 보이는 뜻만이 전부가 아니며, 제멋대로 뜻을 정해주는 게 아니라 관련성 있는 단어끼리 짝을 지어주는 거라며 봄과 젊음을 예로 설명해 깨달음을 준다. 그러다 정기가 태하를 언급하다 그때 이 이야기를 들었으면 좋았을 거라고 씁쓸해 하다, 태하가 누구냐는 자신의 질문에 시를 잘 외우길 좋아했지만 그 뜻을 이해한 건 아니었던 동생이라 답하자, 같은 일을 겪지 않은 상대에게도 글쓴이의 감정을 선명히 전달할 수 있는 게 좋은 문장이지만, 문장이 아무리 좋아도 읽는 이의 역량이 부족하면 무의미하다 말한다.

그러던중. 이청만을 데리러 온 화동들에게 습격당하고 이청은 눈을 베이고 자신도 팔에 칼이 박힌 상태가 된다. 상처투성이지만 그들보다는 싸울 수 있는 상태인 홍화와, 홍화를 도우러 온 심영호가 도와주러 왔으나 심영호가 죽인 온 줄 알았던 화동이 안 죽고 쫓아와 심영호를 기습해서 중상을 입히는 바람에 상황은 다시 악화되어 이청은 의식을 잃은 상태로 끌려나가고 결계사 화동은 홍화와 그녀, 정기를 확실히 죽이려 하는데,

정기가 문장의 중요성을 막 깨달은 시점을 회상하는 장면으로 전환된다. 정기가 아무리 좋은 문장도 읽는 이의 역량이 부족하면 무의미하다는 말에 침울해지자, '회복할 복' 자는 '다시 부' 자로도 읽힌다면서 정기가 썻던 시에서 나오는 봄과 겨울을 인생의 절정기와 하락기로 비유하며 자신의 목적이 사라졌을때 이제 영원한 겨울이 왔다 생각했지만. 의술을 익히고 새로운 아들이 생기고, 정기에게 글을 가르치며 결국 한부분만이 겨울이었고 매순간이 봄이었다는것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그리고 본인은 옛날에 이 이름을 남자같다고 싫어했지만. 이름으로 불리지 않게되면서 점점 애틋해지면서 좋아하게 되었다 한다며,

나의 이름은 임춘복. 봄이 다시 돌아온단 뜻이죠. 그대의 역량도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지금 이순간이 바로 그대의 봄이니까.


라고 하며, 정기에게 다시한번 글을 써보게한다. 그리고 다시 현재 시점으로 돌아와 정기의 글이 필력을 발휘해 홍화가 회복되고 홍화는 결계사 화동을 한방에 날려버린다.


4. 기타[편집]


  • 신룡의 어긋나버린 천명대로 만든 세상이 얼마나 끔찍한 결과를 나올 지 보여주는 피해자로 남편은 용기를 내서 모두와는 다른 길을 걷다가 요절했고, 시키는대로 정해진 길을 걸어가던 그녀는 남편의 요절을 본 충격으로 신룡이 주고자 하는 삶의 교훈을 받아들여서 모두가 걸어간 하나의 길이 아무리 좁고 어둡더라도 그 길로만 나아갔고, 그녀의 아들에게도 그런 삶의 교훈을 새기기 위해 그가 아무리 괴로워해도 모두가 걷는 하나의 길을 벗어나려는 길을 벗어나지 못하게 찍어 누르고 모두와 같은 길을 걷도록 떠밀었다. 그 결과, 한계에 다다른 그녀의 아들이 눈 앞에서 죽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그제서야 아들을 살리려고 정해진 길을 벗어나서 아들을 안고 집까지 와서 의술서들을 모조리 훑어보나 자신이 추구하고 아들에게 강요하던 길(글)은 전혀 모르면서 아들이 추구하고 자신이 막던 길(그림)만을 알아보는 자신을 알고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자신이 그동안 되새겨온 삶의 교훈을 돌이켜보며 길 밖으로 뛰쳐나가 기적을 일으키나[20] 결국 아들이 죽고나서야 아들이 죽지만 않았다면 살릴 수 있는 힘을 얻어 안타까운 셈.

  • 신룡의 어긋나버린 천명대로 만든 세상이 만든 또 다른 피해자인 최종규의 모친과 대조되는 인물로 최종규의 모친은 아들의 신념을 지키고자 신룡의 길을 거슬렀고, 그녀는 아들의 몸을 지키고자 신룡의 길을 따랐다. 그러나 전자는 아들이 참수당했고 후자는 아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게 만들어 신룡의 어긋나버린 천명 대로 만들어진 세상은 잘못 되었다는 것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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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신룡과 사군자도 못 죽이는 의술사 섭, 사군자가 각인을 새긴 무기 정도가 아니면 목을 베도 당연히 고치는 암주, 이름도 안 나왔지만 전국의 인재들 중 의과를 통과한 자들 뿐인 궁중 의술사들 등[2] 인재를 골라 부리는 능력은 발군인 이갑연이 고르고 고른 인재들이다[3] 절벽에서 추락했으나 몇 년동안 치료해온 의식불명 환자를 깨우는 게 가능한 수준[4] 전 왕의 정예 각인사들의 각인 무기 혹은 사군자의 각인 무기 때문에 죽어가는 이청을 치유가능한 수준[5] 그녀가 살아온 삶을 따라 정략결혼을 한 것으로 추측된다.[6] 어찌보면 신룡이 인간의 신으로서 지옥같은 나라를 만들겠노라 선언하면서 '공포와 절망이 삶의 교훈이라는 명목으로 자식에게 대물림될 것'이라고 예언했던 것과 일맥상통한다. 또한 작중에서 등장한 이청의 양어머니와 최종규의 어머니를 비교했을 때 두 여인은 전혀 다른 선택을 했음에도 아들이 죽는다는 똑같은 결과를 맞았다. 전혀 다른 선택을 했는데도 두 사람 모두 같은 결과를 맞았다는 점에서 신룡이 말했던, 시스템이 만들어낸 불합리한 결과를 드러내는 예시라고 볼 수 있다.[7] 마음이 유약하고 감정에 잘 휩쓸리고 제 아비보다 재주는 덜 하면서 고난에는 더 약하니 그림을 그렸다간 불행해진다.[8] 보면 알겠지만 현 시점까지 그녀의 이름은 언급되지도, 불리지도 않았다.[9] 이 때 의술서에 써져 있는 글씨가 죄다 지렁이처럼 우굴우굴하게 표현되는데, 책 한 권 못 읽어본 문맹이기에 그녀가 아예 읽을 수 없음을 표현한 듯하다.[10] 102화 후기에 따르면 아들의 죽음으로 인해 역설적으로 생에 대한 온전한 무게를 느끼게 되면서 각인이 발현된 거라고 한다.[11] 이때 남들처럼 걷던 하나로 정해진 길과 달리, 이제까지 벽이라고 생각했던 곳에 수많은 감정의 길이 펼쳐진다.[12] 가끔 다시 불안정하게 되어 다른 사람을 아들로 착각하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때에는 죽은 친아들과 타인을 구별할 수 있는 상태.[13] 자신이 잘못한 건 맞지만 가족들은 아무 잘못도 없는데 죽여버린 것은 너무하다고 원망한다.[14] 심영호의 추악한 본심을 짚어내며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게 아니라 더 이상 소중한 것을 만들 수 없는 삶을 살게 될 거라며 저주했다.[15] 사실 이게 당연하다. 신룡과 사군자조차 못 죽이는 의술사 섭, 어지간히 강력한 각인이 새겨진 무기가 아닌 이상 목을 베도 당연히 고치는 암주, 이름도 안 나왔지만 전국의 인재들 중 의과를 통과한 자들 뿐인 궁중 의술사 등 여태까지 나왔던 의술사 중 평범한 의술사는 단 한 명도 없었다.[16] 입가에 피가 묻어있는 걸 보아 이빨로 끊은 듯. 손가락도 다 멍들고 이빨이 부러져 있다.[17] 과거에 친아들에게 했던 말과 묘하게 대치된다. 과거에 친아들이 의술사가 될 것을 강요한 것과, 죽을지도 모름에도 불구하고 막는 모습이 대치되기 때문.[18] 이 때 처음으로 이청의 이름을 부른다. 추국을 물리친 후부터 정신이 나가는 일도 없고 발을 묶고 살지도 않는 걸 보면, 자살하려는 이청을 붙잡을 때 '아들이 죽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는 '진짜 자신의 감정'을 마주하고, 그 감정과 깨달음을 추국에게 역설한 것을 계기로 정신을 온전하게 다잡은 걸 수도 있다.[19] 정기가 "죄송합니다... 제가 글을 못 읽어서 귀찮으시죠..."라고 말하자 본인이 아까 날린 일침대로 입을 다문다(...).[20] 평생 책 한 권 읽은 적 없다는 문맹 아주머니가 산에 널리고 널린 약초들 중 아들에게 무해한 약초만 골라 적절히 달여서 먹이기를 2년 넘게 반복하고 그동안 글을 익혀 각인을 새길 수 있게 된 것은 틀림없는 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