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aea/스토리/Short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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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서에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문서가 설명하는 작품이나 인물 등에 대한 줄거리, 결말, 반전 요소 등을 직·간접적으로 포함하고 있습니다.





1. 개요
2. 시라베
2.1. 해금조건
2.2. Scarlet Cage
2.2.1. 6-1
2.2.2. 6-2
2.2.3. 6-3
3. 미르
3.1. 해금 조건
3.2. Obsidian Blade
3.2.1. 8-1
3.2.2. 8-2
3.2.3. 8-3
4. 아유
4.1. 해금 조건
4.2. Colorful Dream
4.2.1. 11-1
4.2.2. 11-2
4.2.3. 11-3
5. 비타
5.1. 해금 조건
5.2. Unseeing Eyes
5.2.1. 12-1
5.2.2. 12-2
5.2.3. 12-3
6. 이리스
6.1. 해금 조건
6.2. Dark Ambition
6.2.1. 13-1
6.2.2. 13-2
6.2.3. 13-3
6.2.4. 13-4
7. 나미
7.1. 해금 조건
7.2. Astral Sea
7.2.1. 14-1
7.2.2. 14-2
7.2.3. 14-3
7.2.4. 14-4



1. 개요[편집]


Arcaea의 Short Story를 기록한 문서.


2. 시라베[편집]



2.1. 해금조건[편집]



스토리 #
진행 순서
해금 조건
6-1
Scarlet-1
파일:arcaea_char_unknown_icon.png
파일:Arcaea/Purgatorium.jpg
Purgatorium#Arcaea 클리어
6-2
Scarlet-2
파일:Arcaea/Scarlet Cage.jpg
Scarlet Cage#Arcaea 클리어
6-3
Scarlet-3
파일:Arcaea/VECTOЯ.jpg
VECTOЯ#Arcaea 클리어


2.2. Scarlet Cage[편집]



2.2.1. 6-1[편집]


그녀는 이곳에 사람이 더 많을 거라고 기대했다.

왜 그런지 확신할 수는 없지만... 주변은 온통 하얀 황무지로, 퇴색하고 파괴된 건물들만 가득 했다.

그녀를 제외하고는 생명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이전에 있었던 일들을 기억하지 못한 채 이곳에서 깨어난 뒤로, 그녀는 며칠 동안 꽤 멀리 걸어다니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다녔다. 산산이 부서진 건물들은 그녀의 질문에 대답이 되지 못했다. 텅 비어 있는 건물들...

건물 그 자체는 그녀에게 낯이 익다는 사실을 알아냈지만, 그 이름, 그 모양, 그 쓰임새를 언제 알게 되었는지는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

몇 번이고 생각을 되풀이했지만 결론은 언제나 같았다. 그녀는 "무엇"인가는 알고 있지만 "이유"는 몰랐다.

이 세상에 관한 보다 분명하고 무게감 있는 것들, 그리고 그녀 자신 안에 있는 것들을 위해 곰곰이 생각해 볼 만한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이 그녀에게는 그저 정신을 흐트러뜨리는 생각일 뿐일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이렇게 말해야 했다. 여긴 정말 혼란스럽고 기이한 곳이네.

그녀가 기타 스트랩을 어깨에 단단히 매자, 다시금 질문이 떠올랐다. 언제 이 기타를 얻게 되었을까?

왜 이 세계에 기타와 함께 있었던 걸까? 기타 옆에서 깨어났지만, 그녀는 이 질문에 대답할 수 없었다.

그녀가 아는 것이라고는 줄을 튕기면 소리가 나고, 프렛을 넘어 줄을 잡고 있으면 다른 소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뿐이었다. 박자에 맞춰 기타를 튕기면 리듬, 멜로디, 화음, 조화가 생겨났다. 아니, 그 이상이었다.

그녀는 기타를 연주할 때면 위안에 가까운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어째서? 그녀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왜 알 수 없을까?

그녀 주변에는 물에 의해 오랜 시간 침식된 모래들이 있었다. 그러나 이곳에 물이란 건 없었다.

액체라고 부를 만한 것도 없다. 어떻게 모래가 존재하는 것일까? 그저 걸을 뿐이다. 그녀는 어떻게 걸어야 하는지 알고 있었다. 왜? 그녀는 답할 수 없었다. 그녀는 단 한 가지도 답을 알지 못한다.

어떤 가치가 있는지는 모르지만, 이런 지식을 "기억"이라고 부를 수 있는 걸까? 그녀는 이런 것들을 "기억하고" 있는 걸까? 다른 것들은 전부 "잊어버린" 걸까? 그녀는 기억상실증에 걸린 것 같지만, 어쩌면 이 기억상실증을...

선택한 것은 아닐까?

무엇인지는 알고 있지만, 왜 알고 있는지 이유는 모른다는 것, 이것이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그녀를 완전히 불안하게 했다. 마치 그녀가 불완전한 인간인 것처럼 느껴지게 만들었다. 마치 누군가가 피부, 근육과 뼈를 전부 제거하고 다른 용기에 자신을 담았는데, 다른 중요한 모든 것을 함께 담는 것을 깜빡한 것 같았다.

그렇게 공허하게 잊힌 존재가 된 것 같았다.

그녀는 알지 못한다는 사실이 싫었다.

만화경이 움직이듯 수많은 질문이 그녀의 마음속에서 형태를 바꾸며 맴돌았다. 그녀는 이 갑작스럽고 압도적인 전환과 관점이 만들어지는 풍경에 집중하도록 스스로를 몰아붙였다. 그러나 답을 얻었을까?

다시 한번 말하지만, 아니였다. 어느 곳에서도 답을 얻을 수 없었다.

맨발로 떠난 이 여정에서(높은 굽으로 이동하기 불편한 지형이기 때문에, 일찍이 그녀는 신발을 목에 걸기로 했다). 그녀는 거의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다. 사실, 많은 것을 볼 수록 자신이 아는 것이 없다는 생각만 들었다.

그녀는 알지 못한다는 사실이 싫었다. 그녀는 자신 주변에 존재하는 많은 것들에 대해 알고 있었지만,

스스로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다고 생각했다.

그녀가 본 것들 대부분은 터무니없었다. 특히, 겉으로 보기엔 아무런 이유 없이 공중을 떠다니는 유리는 정말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유리는 다른 사람, 다른 시대, 다른 세계를 비추었다. 유리에 비친 풍경은, 가장 낯선 방식으로 기억을 상기시켰지만, 그녀에게는 의심의 여지없이 친숙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 친숙함 역시 느낌일 뿐이였다. 유리는 결코 그녀는 비추지 않았다.

기억할 수 있는 과거는 한 장면도 나오지 않았다. 이것들은 기억이 아니었다...

최소한, 이 아르케아는 그녀의 것이 아니었다. 그녀가 가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그녀의 감정에 변화가 생겼다. 변화와 더불어 걱정, 이질감, 혼란, 희미한 외로움,

그녀 안의 무언가 중요한 것이 사라져버린 것 같다는 느낌이 점점 커졌다. 그녀로서는 달갑지 않았다.

그녀는 다시 걷기 시작했다. 걷는 것은 언제나 도움이 되는 것 같다.

그녀 주변에 무엇이 있는지 집중할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그녀의 안이 아니라, 그녀의 바깥에.



2.2.2. 6-2[편집]


그러나 그녀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서서히 다가오는 느낌을 한동안 무시하는 것뿐이었다.

결국, 그녀는 비교적 매끄러워 보이는 돌 위에 앉아 불안한 듯 손으로 머리카락을 매만졌다.

뒤를 돌아보니, 희미해지는 모래 위에 지평선까지 길게 찍힌 발자국을 볼 수 있었다.

어떻게 이렇게 많은 모래가 있을 수 있을까? 그녀는 점점 모래가 지겨워지기 시작했다.

잠시 생각한 후, 그녀는 기타를 가져와 다시 손을 댔다. 그러자 다시금 그 위안을 느낄 수 있었다.

마치... 그녀를 달래주는 부모님, 혹은 친구같은 느낌. 한숨이 흘러나왔다.

정말로, 그녀가 계속 나아가는 데 필요한 건 이것뿐이었다.

생각하지 않고도 콧노래가 흘러나왔다. 손가락으로 기타의 줄을 튕기자, 조용하고 간결한 화음이 그녀의 멜로디에 반짝이는 조화를 더했다. 그녀는 어떻게 걷는지, 어떻게 기타를 연주해야 하는지를 기억해낼 수 있었다. 어떻게 숨쉬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두 가지 행동을 해낼 수 있을까, 그녀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떠올랐다.

그러나 그 유쾌한 기분이 사라지며 입가의 미소 또한 사라졌다. 단어들이 그녀의 혀, 치아, 입술을 통해 흘러나와 이 노래에 몸을 맡기려고 했다. 처음에 그 단어들은 흩어지고, 소용돌이치며 인식할 수 있는 하나의 온전한 그림을 만들어내려고 노력했다.

끝이 보이지 않는 무색의 새장같은 이 하얀 세계 속에서, 검정색과 진홍색 옷을 입고

그녀는 그렇게 노래를 불렀다.

점차 그녀가 내뱉는 단어에는 힘이 실렸고, 그녀의 내면을 휘젓던 감정은 거칠고 강렬히 쌓여갔다.

그녀에게서 흘러나오는 본능적인 단어들은 새로운 것도, 오래된 것도, 잊혀진 것도 아니었다.

언제나 그녀와 함께였던 그 단어들은 이제 그녀의 가슴을 벗어나며 발톱을 세우고 비명을 질러 댔다.

그저 말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이 죽어버린 세계의 가장 먼 곳까지 울려 퍼질 수 있도록 소리치고,

울부짖어야만 했다. 그래서 그녀는 할 수 있는 한 큰 소리로 소리를 질렀다.

그렇게 해야만 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녀는 혼란에 대해서 소리쳤다. 알지 못하는 것, 이 암울한 광경, 작은 유리 조각에 잠시 스쳤다 사라지는

여러가지 기억에 대해 소리쳤다.

그리고 그녀는-

공포에 관해서도 소리쳤다.

연주를 하는 그 중요한 순간, 그녀는 마음속 깊은 곳에서 자신이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깨달았다.

이 공허한 세계, 텅 비어버린 기억들...

이것들은 그녀를 두렵게 하고 있었다.

그녀는 누구였을까? 이 조용한 장소는 무엇이었을까? 그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까?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하지만 그녀는 이미, 그녀는 절대 대답을 얻지 못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곳이 아니야.

목소리가 잠시 끊겼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고 폐를 한계까지 밀어붙이며 소리를 질렀다.

손가락은 여섯 개의 줄 사이를 미친듯이 오갔다. 그녀는 기타의 힘과 울음, 비명, 진동이 뒤섞인 소리를

마음속으로 생생하게 들을 수 있었다.

그녀의 영혼과 음악이 거세게 휘몰아쳤다. 가사는 격정적인 감정을 담았고, 폭발 직전의 공포는 뜨거운 열기가 되어 눈까지 차올랐다.

어떤 이유인지 정확히 알지는 못했지만, 이 뜨거워진 폭풍은 그녀의 기분을 조금 낫게 만들어주었다.

덜 혼란스럽고, 덜 두렵게.

시간이 흐르자 그녀의 외침이 메아리가 되어 흩어졌다. 마지막으로 몇 번 더 줄을 튕기고 줄을 손에서 떼자 그녀가 할 일이 끝났다. 그녀의 노래는 밝은 하늘 속으로 사라졌고, 이제껏 일어났던 일의 흔적 또한 텅 빈 것 같은 그녀의 기억 속에 자리잡았다.

그녀는 자신의 노래를 가져가버린 천국을 보고 싶지 않은 듯, 다른 손을 들어 눈가를 문지르며 몸을 떨었다.

그리고는 웃음을 터뜨렸다. 놀랍게도, 그것은 진심을 담은 웃음이었고, 일을 잘 끝낸 것에 대한 미소였다.

드레스 자락에 손을 닦으며 그녀는 한숨을 쉬었다.

그래, 그녀는 이곳이 싫었다.



2.2.3. 6-3[편집]


세계가 더이상 혼란스럽지 않다는 것은 아니였다. 덜 위협적이거나, 덜 공허하거나, 덜 가혹해 보이는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이제, 그녀는 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확신할 수는 없지만, 이 두려움이 익숙하다고 맹세할 수 있었다. 이 두려움이 다리를 약하게 만들고, 도망가게 하고, 머뭇거리게 하고, 또 조종한다는 것을 그녀는 알고 있었다. 알 수 없는 것에 대한 두려움.

실패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그녀가 본능을 따라 그 연주 했다고, 추측할 수밖에 없었다. 이전에 불렀던 노래일지도 모른다.

이전과 비슷한 방법으로 이 두려움을 외쳤을지도 모른다.

아마 그랬을 것이다. 최소한 그녀는 두려움을 다룰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이제 그 뒤틀린 작은 감정을 더 단단히 움켜쥐고 있었다. 이 이해할 수 없는 세계에서 제정신을 유지하려면, 그 감정을 견제하고 그 감정이 자신을 조종하지 못하도록 해야만 했다. 그래도, 그 감정은 계속 그녀와 함께 할 것이다.

숨을 한 번 내쉬고, 몸을 돌려 앉으며 돌 위에 조심스럽게 기타를 내려놓았다.

그 순간, 그녀는 무언가 부드럽게 쨍그랑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안주머니에 있던 작은 천주머니가 모래 위에 단단히 자리한 돌 위로 떨어지는 소리였다.

여러 개의 바늘, 작은 가위, 골무, 실타래 몇 개와 계량기가 들어있는 천주머니였다. 반짇고리.

처음 눈을 떴을 때부터 함께 있었기 때문에, 그녀는 이 반짇고리가 자신의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었다.

처음 주머니에서 이 반짇고리를 찾았을 때, 그녀는 혼란스러웠다. 어떻게 사용하는지는 알고 있었지만 왜 이걸 가지고 있는지 이유를 알 길이 없었다. 반짇고리의 모든 물건은 당연히 그녀가 "알고 있는" 것이었지만,

그녀가 들고 있는 기타처럼... 어디서부터 들고 있었는지를 설명해주는 아주 작은 힌트도 없었다.

하지만 주머니에 반짇고리를 다시 넣기 위해 손을 뻗었을 때, 그녀는 드레스의 소매를 보고 얼어붙었다.

그녀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 소매를 어떻게 만들었는지. 그녀는 소매의 그 바늘땀을, 모든 주름을 알고 있었다.

정확한 색상을 알고 있었고, 그 소맷자락을 만들어낸 실이 바로 그 반짇고리의 실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 이상의 연결고리를 만들어낼 수는 없었다. 그녀는 논리적으로 쉽게 결론을 이끌어낼 수 있었지만,

마음은 여전히 석연치 않았다. 경험과 지식 사이의 잔인한... 정말 괴로울 정도로 잔인한 분리.

그래도 이제... 그로 인한 공포에 스스로를 압도되게 둘 수는 없었다. 그녀는 이를 인식하고 사용할 것이다.

기억해내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 중요한 사실은 그녀가 알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자세한 목표는 확실히 도움이 될 것이었다. 아직 목표를 세우지는 않았지만, 어쩌면 곧 그 목표를 찾아낼 수 있겠지.

방금 전 그녀를 얼어붙게 했던 반짇고리를 떠올리며 길을 다시 떠나려 할 때, 소리 없는 웃음이 그녀의 얼굴을 스쳤다. 꽤 편리한걸? 이 무의미한 여정에서 최소한 옷을 깨끗하게 유지할 수는 있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는 그녀의 복장은 확실히 전혀 실용적이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그녀가 가진 것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무슨 일이 있어도 그녀가 가진 것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 그녀가 가진 것이었다.

이 기억의 황무지에서, 기타와 반짇고리는 그녀가 가진 전부였다.

알고 있다는 것은 작은 도움이 되고, 그 작은 도움은 그녀가 더욱 멀리 갈 수 있게 했다.

...얼마 가지 않아, 무언가 그녀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모래 위의 발자국...

그러나 그녀의 발자국은 아니었다.

그녀가 온 길을 가로지르며 왼쪽으로 향하는 그 발자국은 확실히 그녀의 발자국과는 다른 크기였다.

그 발자국들이 향한 방향을 바라보자, 몇 개의 작은 언덕을 넘어 사라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진심 어린, 친숙한 웃음이 그녀의 얼굴을 다시금 스쳐갔다.

하...

결국 그녀의 노래를 들은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3. 미르[편집]



3.1. 해금 조건[편집]



스토리 #
진행 순서
해금 조건
8-1
Obsidian-1
파일:arcaea_char_unknown_icon.png
파일:Arcaea/GIMME DA BLOOD.png
GIMME DA BLOOD#Arcaea 클리어
8-2
Obsidian-2
파일:Arcaea/Bookmaker (2D Version).jpg
Bookmaker (2D Version) 클리어
8-3
Obsidian-3
파일:Arcaea/堕楽の園.jpg
Illegal Paradise 클리어


3.2. Obsidian Blade[편집]



3.2.1. 8-1[편집]


달도 비추지 않는 밤이 숲에 내려앉고 푸른 숲과 그 안의 마을을 향해 제멋대로 뻗어 나가는 불길을 잡으려는

시도가 이어졌다.

부서지는 소리와 비명, 끔찍한 모양이 내는 끔찍한 소리, 어둠 속에서 타오르는 화염.

어떤 사람들은 자욱한 연기로 인한 공포에 빠져 다리로 움직일 수 있는 가장 빠른 속도로 달아났다.

하지만 그녀는 무언가 친숙한 느낌에 휩싸여 있었다. 전투의 순수한 황홀감.

흑요석처럼 검은 그녀의 그림자를 가를 때마다 반짝였다.

그림자는 네 발로 걸어 다니는 일그러진 짐승의 형상을 했지만 싸울 때는 교묘하게 뒷다리를 사용했다.

그녀가 쥔 검의 날이 짐승의 형상을 한 그림자의 어깨를 베어냈지만 떨어진 신체가 채 땅에 떨어지기도 전에 그

몸은 소멸하여 연기가 되듯 흩날렸다. 숲에 번진 불길에서 일어난 연기에서 나타나는 방법을 제외하고는 그녀는 그 짐승들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서로 구분할 수 있는 점이 거의 없었다. 그녀가 아는 것이라고는 한 마리를 쓰러뜨리면 그 정수가 다시 구름

속으로 돌아가 아무 일도 없었던 듯 다시 돌아온다는 것뿐이었다.

화려하게 장식된 검의 날을 그림자 짐승에게 찔러 넣으며 뒤에서 느껴지는 시선을 피했다.

마을 사람들은 숲속을 거의 빠져나가 다른 나라나 장소로 향해 가고 있었다.

그녀는 그들을 보호해야 했고 자신 안에 맴도는 이 황홀감을 풀어내야 했다.

그녀가 몸을 날리자 한 번의 도약만으로도 거의 들판에 가까운 길이를 뛰어넘었고, 긴 머리를 흩날리며 도망치는

농부에게 연기로 된 발톱을 세운 또 다른 짐승의 목을 날려버렸다.

짧은 근육질의 여성이 도망가던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미르에게는 친숙하지 않은 어떠한 제스처를 보인 후 다시

바삐 달아났다. 어쩌면 감사의 표시였을 수도 있는 제스처였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자신이 어떤 상태인지, 세상의 기술이 얼마나 진보했는지, 그 사람들의 철학이 어떤지와는

상관없이, 그녀는 언제나 하나의 목표만을 가지고 있었다. 죽이고, 도륙하고, 끝내 버리는 것. 모든 적이

사라졌으리라 짐작될 때까지.

마침내 마을의 마지막 낙오자가 창을 든 군인들의 열에 도달했다. 그녀는 군인들의 눈썹에 맺힌 땀과 눈에 어린

공포를 볼 수 있었지만... 그들의 자세에서 보이는 결연한 의지 역시 확인할 수 있었다.

마침내 검을 내려놓고 숨을 내쉰 그녀는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지 못했다. 갑자기 권태감이 몰려왔다.

그리고 다시 한번, 마지막에 느낀 것보다 훨씬 빠르게 권태감이 밀려들었다.

그리고는 마치 유리로 만들어져 투영된 이미지처럼 그녀를 둘러싼 세상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그녀는 눈을 감고

공허한 미소를 지었다. 천천히, 엷은 빛이 그녀를 완전히 에워싸게 두었고...

그녀는 다시 아르케아의 세계로 돌아왔다.



3.2.2. 8-2[편집]


미르는 자신의 이름을 알지 못했다. 죽은 이 세계에 오기 전에 있던 기억은 이제 찾아볼 수 없다.

이번에 미르가 빼낸 유리 조각은 멀리 던져 버리기 전에 잠시 그녀의 주위를 돌았다. 잇따른 경험을 통해 그녀는

다시는 그 조각을 볼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 조각의 이름은 아르케아. 기원을 알 수 없이 그녀가 깨어난 순간부터

알고 있었던 지식의 조각이다. 그리고 아르케아는 어떤 상황 한가운데에 놓인 다른 세상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했다.

미르가 그 조각을 만질 수는 없었지만, 분명히 그 조각의 효과는 작용했다. 여러 차례의 시간이 지난 지금,

아르케아는 그녀의 몸속에서 빠져나와 여러 가지 세상과 상황을 보여주었고 여기에는 언제나 같은, 분명한 이유를

나타냈다. 승리하는 것. 아니, 적을 발밑에 쓰러뜨리는 것.

언제나 필연적으로 그녀 뒤에는 싸울 수 없는 이들이 있었다... 그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은 피를 끓게 하는

전투의 황홀감 앞에서는 무색해졌지만. 어디서부터 함께였는지는 몰라도 그녀는 눈을 떴을 때부터 존재했던 이 검을 능숙하게 다룰 수 있었다.

그리고 어떤 부분에서는 지나치게 능숙하게 다룰 수 있었다고도 볼 수 있다. 미르는 이 세계에서 다른 이들은 할 수

없던 것들을 정확히 해낼 수 있었다. 사실 그녀의 적조차 그녀를 마주한 전투에서는 어떠한 어려움도 되지 않았다.

그녀가 알게 된 진정한 어려움은 다른 이들을 보호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전투를 마주하면 그러한 걱정은 아무런 의미도 없게 되어버렸다. 그녀는 맹렬한 폭력의 기쁨이 그녀를

통해 흐르도록 하며 전투를 한껏 즐겼다.

그러나 그런 기쁨은 이후 더 빨리 고갈되어가는 듯했고, 회복되기까지 몇 시간은 걸리는 것처럼 느껴지는

공허함과 감정의 소진뿐이었다. 게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회복되기까지는 더 오래 걸리는 것처럼 보였다.

아드레날린의 부족은 그녀가 다른 세계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도록 만들었다. 이 세상은 전혀 다른 세상이라는

것처럼 이전에는 사실처럼 보였던 것들까지, 최근에는 제대로 느껴지지 않았다. 그보다는 더... 그녀가 그 안에서

행동해야만 하는 이유를 가진 이미지를 보고 있는 것 같았다. 답은 명확했다. 마치 그녀가 알고는 있지만 이해할

수는 없는 것처럼, 그녀는 그렇게 느꼈다... 지친 기색을 보인 미르는 검을 어깨에 지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주변을 둘러싼 풍경은 온통 흰 모래뿐.

색을 빼앗겨버린 사막은 그녀가 이곳으로 돌아오자 얼마나 맥이 빠졌는지를 보여주는 것 같았다.

그녀 뒤의 발자국은 “영혼이 달아나기 전과 정확히 같았다.

바람도 불어오지 않아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확인하기란 불가능했다.

여기서는 시간이 그다지 큰 의미가 있는 것 같지도 않다.

또 다른 부름. 모든 것이 다시 하얀색으로 변해갔다.

갑자기 그녀는 어딘가 다른 곳에 서 있게 되었다. 들판은 갈색으로 타버리고 하늘에는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대충 만든 울타리가 땅 위에 꽂혀 있고 곳곳에 참호가 파여 있는 땅.

주변을 둘러본 미르는 갑자기 맥이 빠지는 것을 느꼈다. 부름이란 이제껏 이렇게 가까이 일어난 적이 없었다.

그리고 약한 자들, 무대 위에 오른 얼굴 없는 배우의 무리처럼 맥락은 없지만 어떠한 이유로 인해 전장에 던져진

약한 자들은 어디에 있는 걸까? 더 중요한 건, 적들은 어디에 있는 걸까?

미르의 전투는 어디에 있는 걸까?



3.2.3. 8-3[편집]


전쟁.

미르는 이전에 전투는 경험했지만, 전쟁은 경험해 본 바가 없다.

그녀는 이제 사람들이 지독한 효율로 다른 이를 죽이고, 공포에 질려 살기 위해 달아나고, 영웅적 행위의

특별함에 도취하고, 완전한 불명예를 얻는 것을 보았다...

어디를 돌아보든 그녀보다 약한 자들만이 존재했다. 공포에 질린 순박한 얼굴, 그리고 그들 중 많은 수는 어린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미르를 볼 수 있었지만 이내 고개를 돌렸다. 마치 그녀를 환영처럼, 빛의 속임수처럼

인식한 듯이. 그럼에도 그녀는 그들을 지키기 위해 움직였다. 그 덕에 그들은 죽음으로부터 도망칠 수 있었다.

어디를 돌아보든, 적들만이 존재했다. 군인들은 무장을 해제한 적에게 무기를 겨누었다. 가공할 만한 무기,

떨어져 나간 인간애, 믿을 수 없을 만큼 빠르게 다가오는 죽음. 그녀는 그것들을 파괴했고, 그럴수록 더 많은

적이 다른 편에서 몰려왔다. 푸른 제복을 입은 사람들은 붉은 제복을 입은 사람들과 싸우고 있었다. 재빠른 판단으로 붉은 제복을 입은 사람들을 쓰러뜨리기 전에 그녀는 한 무리의 사람들을 향해 뛰어올랐다. 그 뒤로 그녀가 미처 보지 못한 일격으로 인해 그녀가 보호하던 사람들이 쓰러졌다.

그리고 흩어졌다.

머리 위로 치솟은 선박이 대지에 순수한 파괴의 비를 뿌렸다. 푸른 제복에 달린 것과 같은 휘장을 단 선박이었다.

그들의 일격은 한순간에 수많은 생명을 앗아갔다. 저들이 진정한 적인가?

깊게 숨을 들이쉰 후 그녀는 팔을 뒤로 휘둘렀다. 조준을 위해 잠시 멈춘 후 기합 소리와 함께 검을 허공에 던지며 회전했다. 칼날은 소형 함대를 향해 위로 날아올랐고, 하늘의 창처럼 선박을 갈가리 찢으며 창공을 주홍빛으로 빛났다.

그리고 사람들이 뛰는 것을 본 그녀는 자신의 실수를 알아챘다. 그들 위, 뒤쪽에 매달린 하얀 불길과 천천히 내려오는... 낙하산? 하지만 그들은 붉은 제복 군인들이 들고 있는 무기의 대상이 되기에 딱 좋은 위치에 있었다.

황홀감은 사라졌다. 그것도 아주 빠르게. 허탈함이 다시 몰려왔다.

이번에는 절망도 함께였다. 그녀가 아무런 힘을 가질 수 없는 것 같은 이런 상황 속에서의 무력함.

망설임, 실수한 후에 무엇을 해야 할 지 확실히 알지 못한 것과 정확히는 누구를 쓰러뜨려야 할 지 몰랐던 마음.

두려움, 그녀의 결정이 더 나쁜 결과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는 공포.

황홀감은 사라졌다.

믿고 있던 파트너가 그녀를 배신한 기분이었다. 가장 필요한 순간에 그녀를 남겨두고 간 듯한 느낌.

그녀는 손을 뻗어 그것을 찾았다. 여기 있어야 하는데. 그게 없으면 움직일 수 없는데. 다음 단계로 나아갈

힘을 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데.

그 황홀감을 찾지 못하자 결국 그녀는 부상을 입은 군인처럼 무릎을 꿇고 말았다. 오랜 시간이 지났다.

분노에 찬 전투는 점점 줄어들었고, 전쟁의 진정한 공포만이 남았다.

그녀는 손으로 귀를 막아 그들의 신음과 비명으로부터 멀어지려고 했다. 눈을 꼭 감은 채로 보는 것도, 냄새를

맡는 것도 막아버렸다.

내 잘못이 아니라고… 미르는 스스로 말했다.

그렇지만... 여전히, 그녀의 잘못이었다. 미르는 자신이 분명히 무언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런 일을 막을

수 있는 어떤 일이라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녀가 무엇을 해야 했는지를 생각하자, 그녀는 자신이 할 수 없었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런 것들이 수차례 반복되었다. 마치 신경이 닳아버려 공황이 신경에 박혀버린 듯한 기분이었다.

마침내 그녀의 주변이 하얗게 변하며, 그녀는 언제나 그랬듯 아르케아의 세계로 돌아왔다. 그 즉시 그녀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 땅으로 무너져 내렸다.

몇 시간 전 허공으로 날렸던 그녀의 검이 건조한 소리를 내며 모래 위로 떨어졌다.

미르는 눈을 감은 채로 그곳에 앉아 모든 것을 잊고 마음을 비우기 위해 노력했고,

이 빌어먹을 세상의 하늘에 보이는 빛나는 백색을 피하려고 했다.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걸까? 이 세계는 그녀에게 무엇을 원하는 걸까?

깨어난 이후로 그녀에게는 소환을 기다리는 시간과 잠자는 시간만이 주어졌다.

하지만 기억이 없다는 그 사실은 마치 잊혀지지 않는 유령처럼 그녀의 마음 속 한 구석에 남아 있었다.

무엇을 하고 싶었을까?

그녀는 생각하고 또 생각했지만 알지 못한다는 사실만을 깨달았다. 그래서 미르는 고개를 돌려 모래사장을 돌아보고 자신의 뒤에 길게 뻗은 발자국을 바라보았다.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있기를.

그러나 그녀도 모르는 사이에 발자국은 조금 멀리 떨어진 다른 발자국과 함께 찍혀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기도한다.

누구에게 기도해야 하는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그녀는 이 공허한 백색의 사구에서 잠시나마 쉴 수 있기를 바라며 기도한다.



4. 아유[편집]



4.1. 해금 조건[편집]



스토리 #
진행 순서
해금 조건
11-1
Colorful-1
파일:arcaea_char_unknown_icon.png
파일:Arcaea/Oblivia.jpg
Oblivia#Arcaea 클리어
11-2
Colorful-2
파일:Arcaea/Rugie.jpg
Rugie#Arcaea 클리어
11-3
Colorful-3
파일:Arcaea/init().jpg
init()#Arcaea 클리어


4.2. Colorful Dream[편집]



4.2.1. 11-1[편집]




4.2.2. 11-2[편집]


파일:Arcaea/Story/11-2.jpg



4.2.3. 11-3[편집]




5. 비타[편집]



5.1. 해금 조건[편집]



스토리 #
진행 순서
해금 조건
12-1
Unseeing-1
파일:arcaea_char_unknown_icon.png
파일:Arcaea/Snow White.jpg
Snow White 클리어
12-2
Unseeing-2
파일:Arcaea/Sakura Fubuki.jpg
Sakura Fubuki#Arcaea 클리어
12-3
Unseeing-3
파일:Arcaea/NEO WINGS.jpg
NEO WINGS#Arcaea 클리어


5.2. Unseeing Eyes[편집]



5.2.1. 12-1[편집]


"아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을 의미하는가? 보는 것을 의미하는가? 느끼는 것? 들리는 것?

보이는 것이 확신을 쥐여주는가?

확신.

확실히 "아는 것"이란 오감 혹은 듣는 말에 따라 우리가 인지하는 것을 의미하지.

어린아이에게는 특히나 맞는 말이지. 이곳에 있는 누군가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만난 적 없는 자... 그럼에도 낯이 익은 자인 느낌이다.

한때, 그녀의 기억을 모두 모아 세워둔 후에 이야기를 구성했다...

이렇게 시작됐는데...

한 평범한 세계 속 먼 곳 어딘가에 흔하디흔한 천체가 존재했다. 그곳에서 사람들이 이어졌다.

10세의 나이부터 이곳의 아이들은 타고난 무언가를 깨우칠 기회가 있었다. 그것은 그들이 17세가

되는 해까지 이어졌고 이는 평범한 세계 속 비범한 무언가였다. 그들이 소망하는 것과 생각하는 것이

현실에서 이루질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들이 신은 아니었으나 기이한 설계자들이었다. 이 굉장한 능력으로 그들은 자신들의 세상을 지킬 수 있었다.

특별하게 태어난 몇몇 소년과 소녀 사이에 우리의 아이 또한 속했다.

그 나라의 이름은... 기억나지 않아. 그 세계란... 역시 기억나지 않아. 그녀의 이름은 그래도... "비타"였어.

어느 날 비타는 자신의 방에서 깨어난 후 어둑어둑해진 창문 너머로 밤 하늘을 보았다. 그녀가 깨어나며,

그녀의 친구들 역시 깨어났다. 서로에게 "좋은 아침"이라 말하며, 저녁에 깨어났다. 지난 2년 동안 매일 밤

이와 같이 했다. 그들은 화장실에 가서 씻었다. 그들이 즐겨듣는 라디오 드라마에 대해 이야기하고, 읽고

있는 책과 만화에 대해 대화를 했다. 그들의 꿈을 이야기했다. 비타와 친구들은 유니폼을 입은 후 중앙 정보 통신실로 향하며 수다스럽게 대화했다.

세계는 전쟁 중이었다.

아이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들을 원하며 싸우는 이들이 간혹 우주 속 아이들의 구역을 침범하려 했다.

그러나 그자들은 주로 서로를 상대로 싸웠다. 그녀의 행성은 중립을 대표했고 그녀와 다른 아이들은 그

중립을 유지시키는 과업이 맡겨진 몇몇 필수 일꾼이었다...

하늘 위에 혹은 하늘을 넘어서 싸우는 남녀도 있었다. 그녀의 세계와 다른 곳들과의 온전한 관계 유지를

중개하기 위해 감각과 말솜씨를 사용하는 어른들도 있었다. 폭력과 부패 속에서 가능한 한 안정을 유지하려

노력하는 외국인 병사와 외교관들도 있었다. 그리고 너브 (Nerve), 마인드 패스웨이 (Mind Pathway)와 그리드

메져 (Grid Measure) 가 존재했다. 소량만 적용 시 성가신 정도였고 대규모 적용 시 천하무적으로 그녀의

세계 바깥에 존재하는 이들에게는 잠들어있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상세한 설명은 줄이고 서술하겠다.

중앙 정보 통신실을 입장한 비타는 그곳의 장엄함과 웅장함에 주저하지 않았다. 생각과 의지의 불협화음으로

회오리치는 여러 층의 거대한 아트리움에서 단 한순간도 멈추지 않았다. 그녀와 친구들은 해야 할 역할이

있었고 지정석에 다가갈수록 자연스레 수다는 줄어들었으며, 그러한 하찮은 것에 정신이 빼앗기지 않은 채

중대한 책임에 집중하는 것이 서로에게서 들리는 것만 같았다.

우주 속 그 어느 곳, 그 어떠한 땅 이상의 평화와 풍요로움을 위하여, 가치가 존재하는 세상을 위하여... 그녀는 NMPGM에 접속했다. 집중하며 다른 이들의 목소리를 머릿속에서 침묵시키고 자신이 담당하는

패스웨이를 관리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무엇도 집중을 흩트리게 놔두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의 일을 수행했다.

알 수 없는 신호를 확인하기 전까지 말이다...



5.2.2. 12-2[편집]


전날 밤:

지시를 통해 그들은 자신들이 해야만 할 일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다른 행성에서 이뤄지는 난동, 국외 우주 공간에서 그들의 우주비행선 탈취, 그리고 이번 주에 계획된

엔터인먼트에 대해 모두 안내받았다.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기를 무시하고 주로 다가오는 콘서트 이야기나 즐겁게 자신의 업적에 대해 수다

떨었다. 예를 들어… 네 번째로 먼 행성 가까이에 좀 더 상냥한 시스템이 도움을 제공했다. 그들은 시스템과 간단한 합의를 보았다.

이는 다른 사회도 NMPGM을 활용할 수 있게 하며, 끊임없이 위험하고 격동 심한 대기의 그 행성에게 자원 지원을

하는 것이었다.

그녀의 사회는 도량이 넓어서 주로 주거니 받거니- 그러한 관계가 가장 이로웠다. 사람들은 자신의 목적을 위해

경비가 붙여진 네트워크를 이용하든지 뚫으려 했다. 많은 것을 알지는 못했지만 비타는 적어도 원하는 게 있다면

단순히 요구하는 것이 낫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전날 밤 지시를 통해 들은 그 다른 행성의 난동이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 때때로 묻기도 했다. 그녀에겐

그들의 싸움의 목표는 이미 잃어버렸고 쉽게 잊을 수 있는 원한으로 바보 같고 불필요하게 느껴졌다. 그녀는 자주 말했다...

"세상에 기쁨을 찾기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잖아."

그 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날 그녀는 알 수 없는 신호를 받았다.

그녀가 담당하는 패스웨이를 강화하는 과정에 이 말이 들렸다, "서쪽 도움 요청. 좌표는..."

움찔거리며 그녀는 주변에 앉아있는 다른 아이들을 바라봤다. 그리고 자신만이 그 목소리가

들림을 깨우쳤다.

그녀의 워크스테이션 옆 컴퓨터를 통해 들려온 좌표를 입력하며 마음을 단단히 한 후 머릿속으로

생각을 전달해 보았다:

"직위와 지명은 무엇인가? 엔지니어링 또는 커뮤니케이션인가? 왜 오프 월드인가?"

그녀의 질문들에는 침묵만 계속됐다. 긴장한 채 그녀는 계속해 송신의 출처를 생각하며 작업을

진행했다.

그리고 드디어 그것이 답변했다. "내 말이 들리는가요? 잠깐. 이거 되는 건가?"

"당신 말이 제게 들린다면, 당신은 '말하는' 방법을 아는군요. 당신 초능력자 아닌가요?"

그녀는 잠시 멈췄다. 이는 다소 마음을 불안하게 만드는 생각이었다.

목소리에게 그녀는 이야기했다, "당신의 신호를 계속해 받아서 지휘관들에게..."

"잠깐! NMPGM의 건축가 중 한 명이죠?! 그 중립의 국가에서의...!"

"누구든 알만한 것이죠," 그녀는 대답했다. 짜증이 손가락 너머로 스친다. "브리지 실행..." "생각한 그대로다! 당신들은 오만해. 안될 줄 알았어! 왜 나한테 이 업무를 맡겨서 원..."

그녀는 무심코 의자 팔을 서서히 꼬집었다.

"저는 오만하지 않습니다," 그녀는 대답했다. "어떤 방식으로 통과하는지 몰라도 밝혀지고

말 것입니다. 저희 네트워크와 이곳 사람들과는 장난쳐서는 안 될 상대들이라는 것을 알려드립니다.

저희를 중립에서 꺼내 들려 하는 즉시 저희가 당신들을 부수겠습니다. 알겠어요?"

"당신들이 먼저 부서진다면?" 목소리는 묻는다.

그녀의 대답은 날카로운 "뭐라고요?"였다. "당신들이 중립을 먼저 끝낸다면 어떻게 되는데요?"

"벌어진 적 없는 일이고, 벌어질 리 없는 일이죠."

"페토르에 대해 들은 적이 없나 보군요."

대답을 하려던 찰나에 그녀는 진정 페토르에 대해 들은 적 없음을 깨달았다. "이 송신을 종료하겠습니다," 목소리는 말한다, "하지만 다시 열어두겠어요. 당신들의 넓디넓은 네트워크를

활용해 '페토르'를 검색해요. 그곳은 검열 같은 거 안 하죠? 좋은 곳에 사니까. 또 이야기해요."

그렇게 송신은 종료됐다.

심장이 두근두근하는 채로 누군가 눈치채기 전에 그녀는 다시 자신의 작업으로 돌아갔다.

페토르에 대해 들은 적은 없으나 해가 다시 뜬 즉시 조사해 볼 예정이었다.



5.2.3. 12-3[편집]


살아 숨 쉬는 모든 존재가 잊지 말아야 할 중요한 사실이란...

..."진실" 그리고 "지식"이란 언제나 같지 않다는 것이다.

비타가 신호를 받은 시점은 느긋하게 보낼 수 있는 주말이 오기 하루 전날이었다. 지난 이틀 동안 그녀는

기지 도서관에서 모든 여가시간을 보내며 인터-네트워크를 암호화된 신호를 통해 검색을 해왔다.

이 암호화된 신호란 그녀가 친구들과 함께 금지된 게임, 이미지와 비디오를 흔적 없이 찾는데 흔히 사용하는

것이었으며, 전혀 심각한 용도로 이용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폐토르의 이야기는 이 장난감같이 이용한 암호 신호를 감사하게 여기게 했다. 이토록 진지하고 위험한

내용을 찾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쯤에 메모를 하고 싶다.

내가 어디서 왔는지 기억이 안 난다. 아르케아 속에 존재하는 다른 이들의 "기억"과 특히 공허

속에서의 것들이 기억들이 있다. 그럼에도 거기에서 쉽게 정보를 모을 수 있다.

"끔찍하다"라고 묘사할 것들 찾는 일은 어느 세계에서는 매우 쉬운 일이다. 그녀의 태생 20년 전, NMPGM의 확장 중에 페토르라는 미행성이 발견된 후 내버려졌었다.

400전쯤 사라지는 대기 때문에 자신의 세상에서 달아나던 중이었던 엑소더스-부류 우주선이 미행성을

발견했었다. 우주선은 그곳에 도킹하여 비공식으로 "페토르"를 찾은 것이다.

기록도 선언도 없는 페토르는 무엇 없는 우주 속 불규칙적인 궤도를 돌았기에 잊혀진 것이 아니라

누구도 알지 못했던 것이다.

그녀의 세상이 미행성을 발견했을 때는 그곳 거주지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없이 NMPGM의 위력으로 반을

앗아갔다. 마치 다이너마이트를 이용한 결과였다. 미행성의 반은 증발했고 ⅔의 원주민이 함께 사라졌다. 페토르인들은 그녀의 세상에 조언을 요청했다. 비타의 행성은 이러한 간청에 대한 기록이 없었다.

그녀의 세상에 있는 비밀 조직의 관여로 이러한 청원을 없앴다는 여럿 추리가 다른 행성 사이에

이뤄졌다. 페토르인들은 항복과 함께 다른 문화권을 받아들이는 제국주의 행성과의 동명을 맺었다...

비타는 그것만큼은 기억했다. 어쩌면 그녀의 세상이 어떠한 작은 접전을 먼 우주 끝에서 경험했다는

이야기다. 어쩌면 임페리움이 자신의 세계와 싸웠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어떠한 출처를 찾아도, 자신의 고향 외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했다. "한 무기명의 불법 거주자

모임과 임페리움의 동맹관계로 인하여, 또한 그들 세상의 존재에 대한 사실을 없애기 위하여 그들은

NMPGM을 이용하여 우주의 일부 구역을 붕괴시켰다. 이는 남은 페토르인들을 죽였고 일부 임페리움 역시

처리됐다."

많은 이들이 이 이야기를 전하였지만, 진실을 믿기 위해서 그녀는 자신의 세상 속 인터-네트워크 가장

깊은 구역에 존재하는 두 장의 자료를 발견해야 했다. 진실의 시작이란 그녀의 중립의 세계란 단시 중립의 가면을 썼다는 현실이었다. "평화"를 목적으로

한 페토르와 같은 이야기는 적지 않았다. 심지어 대부분은 실수로 시작되지 않았고, 어떤 이들은

페토르 역시 비슷하게 시작됐다 믿었다.

당연히 그녀는 이것 모두 혼자만의 비밀로 유지했다.

당연히 그녀는 일이 시작됨과 동시에 직장으로 돌아갔다.

당연히 그녀는 알 수 없는 신호와 소통을 재시도하였다. "저는 마지막 남은 페토르인 중에 속합니다." 그것은 말했다. "우리는 단지 탈출을 원합니다."

결국 그들을 노예로 만들어버린 동맹에서부터,

이 우주 전체의 혼란으로부터,

그리고 특히나 그녀의 세계와 그 세계의 압도적인 영향력으로부터...

"듣기로는 아이들이 패스웨이를 관리한다고 들었습니다. 제가... 우리가..." 목소리를 더듬었다.

"아이라면 이해하지 않을까 저흰 생각했죠. 위에 관리하는 사람들 이해할 생각조차 못 할 것들을 말이죠."

그녀는 물었다, "원하는 게 뭐죠?"

이에 목소리가 대답했다. "탈출구 하나요. 우리가... 우리가 듣기론... 이... NMPGM의 이 구역은 주로

조용하다고, 그래서 아주 멀다는 걸 알죠. 우리가... 우주선만 충분하다면 별이 있는 다른 곳을 찾든지 할 수

있을 거예요. 아니면..." 목소리가 그녀에게 말하기로는 임페리움과의 동맹... 아니... 노예화 동안에 페토르인들은 임페리움이

NMPGM을 유지시키는 이들의 정신 속을 염탐하기 위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한다.

그들은 기술을 훔쳤고 마음 급하고 상처 입은 이들은 이 사실을 비타에게 쉽게 나눴다. 물론, 비타는

이 정보를 보고해야만 했다.

그러나 페토르인과 임페리움과의 동맹은 더 이상 어떠한 의미도 없었다. 목소리가 주장하기로는 더 이상

무엇도 의미 있지 않으며 그들은 단지 탈출을 원할뿐이었다.

그녀는 이 요청을 쉽게 들어줄 수 있었다. 현대 우주선은 거의 순식간의 속도로 이동할 수 있었고 이것은

패스웨이가 제공하는 빛보다 빠른 속도로는 특히나 가능한 일이었다.

출구 한 개, 빠른 점프, 그 어떠한 기록도 남기지 않고?

그래...

그녀는 이를 허락하기로 했다. 근데... 그거 아는가? 이것은 사실인데:

NMPGM은 정말로 사용됐으며 우주의 일부 구역을 붕괴시켰다. 남은 페토르인들었다. 단 하나도 살아남지 않았다. 비타의 "시력"으로 우주선을 패스웨이 바깥에서 볼 수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이런 능력으로도 어떤

우주선인지 구분할 수 있을까? 진정한, 애매하지 않은 형태와 심지어 그 크기도?

그렇지 못했다.

그녀가 무엇을 알았겠는가? 비타가 페토르인들을 위해 탈출구를 열었다...

...그 탈출구는 대신 인페리움 군함들로 가득 찼다.

우주선이 그 경로를 통해 얼마나 빨리 움직일 수 있는지 기억하는가?

이것도 진실인데...

현대 우주선은 거의 순식간의 속도로 이동할 수 있었고 이것은 패스웨이가 제공하는 빛보다

빠른 속도로는 특히나 가능한 일이었다... 군함이 NMPGM에 도달 후 그녀의 세계에 향한 공격은 빠르고 철저하고 방어할 수 없는 것이었다.

임페리움은 초능력 기지의 장소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갖춘 상태로 보였으며, 이것들을 먼저 파괴했다.

그녀의 세상은 금세 폭격 당했다. 반응할 시간도 없이 무려 몇 시간 안에 모든 것은 사라졌다.

물론 노력은 했다.

저항의 시도가 있었고 신호에 도달하여 최대한 많은 침략 함대를 파괴시키려는 노력도 있었다.

하지만 주로 절망만이 가득했다... 두려움...

자기 증오...

폭격 속에서 무서움과 공포 그리고 지옥이 있었다...

그들은 이 게임에 참가하였으나 첫 번째 순서에 이미 폐배가 정해져있었다.

하늘에서부터 대포가 그녀의 기지를 향했고...

그녀, 그녀의 상관들, 그녀의 친구들의 목숨을 끊었다. 그 후 소녀는 하얀 세상에서 눈물 가득한 채 깨어났다.

그러나 왜 눈물이 나는지 알지 못하였고, 가슴속의 통증의 원인도 알 수 없었다. 그녀는 우리 모두처럼 죽었었다. 우리 대부분처럼 기억이 없었다.

그래서 그녀의 눈물에 대해 스스로 어떻게 생각하나 궁금했다. 그녀가 눈물을 닦은 후 일어났을 때 슬픔 외에 그 어떤 것을 느꼈는지 궁금했다.

어쩌면 죄책감? 혹은 책임감.

그렇지 않았을 것 같다. 내가 하려는 말은 아마: 그녀가 그러한 느낌을 받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자신이

잘못했다고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아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그녀가 "아는 것"은 무엇도 아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가 종막에 다다르며, 그녀가 다시 일어나 유리의 세계에 맞댈 때 물어보기 적절한 것이 있다... …

그녀가 달리 알고 있던 것이 무엇이라도 있었을까?



6. 이리스[편집]



6.1. 해금 조건[편집]



스토리 #
진행 순서
해금 조건
13-1
Dark-1
파일:arcaea_char_unknown_icon.png
파일:Arcaea/Crimson Throne.jpg
Crimson Throne 클리어
13-2
Dark-2
파일:Arcaea/Lucifer.jpg
Lucifer 클리어
13-3
Dark-3
파일:Arcaea/Anökumene.jpg
Anökumene 클리어
13-4
Dark-4
파일:Arcaea/Crimson Throne.jpg
Crimson Throne#Arcaea 클리어


6.2. Dark Ambition[편집]



6.2.1. 13-1[편집]


그림자가 스며들어

그 끈적한 추악함으로 모든 존재를 더럽힌다.

잠시 나타난 빛조차, 그림자에 삼켜지고 만다.

이곳은 부서진 마음이 빚어낸 광야.

어두운 적막 한가운데에서 소녀가 눈을 떴다.

암흑 사이로 진한 붉은색이 반짝였다.

그 공허 속에서 이리스는 깨어났다.

자신에게 달라붙는 “무(無)”를 떼어내며, 그녀는 몸을 일으켰다.

마치 타르처럼 “무”가 이리스에게 엉겨 붙었다.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 끈적한 덩어리들을 떼어냈다. 머리카락,

몸, 옷에서 “무”를 털어낸 후, “땅”에 두 발을 딛고 일어섰다. 방금까지는 없었던 “땅”, 빛의 발판이 발밑에 나타났다.

그녀는 그 위에 무릎을 꿇었다.

어깨에 두른 코트가 몸을 감쌌다.

이리스는 자신이 누구인지, 여기가 어디인지 몰랐다.

일어서서 미간을 찡그리며 주변에 만연한 공허를 바라보았다.

한 이름이 뇌리를 스쳤다. 어떤 장소의 이름, “아르케아”...

그리고 이곳은 아르케아가 아님을 깨달았다.

“아르케아”는 낙원이다… 자신이 태어나지 않은 낙원.

혼돈 속으로 이리스는 발을 내디뎠다.

그 발밑으로 길이 나타났다.

세상이 뒤틀리며 자신의 기분에 따라 걷는 길이 구부러지는 와중에도 이리스의 마음은 평온했다.

자신의 운명이 이 세계에 있다면…

그렇다면, 이곳은 이리스의 세계나 마찬가지였다. 그녀가 두려워할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6.2.2. 13-2[편집]


낙원으로 향하는 길은 분명히 있다. 빛으로 밝게 비추어진 길은 아니지만, 분명히 있다. 하지만 이리스에겐 낙원에서

살고 싶은 욕망이 없었다.

“아르케아”가 있는 곳으로 이리스는 향했다. 하지만 이는 낙원을 향한 욕망 때문이 아니라, 단순히 사실을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여정 도중에 그녀는 그 세계의 과거를 보게 되었다.

“아르케아”는 어리석은 소녀들이 모이는 세계이다. 빛으로 가득 찬 마음을 지닌 순진한 소녀, 또 다른 하나는 비상한

용기를 지녔으나 가시밭길을 걷는 소녀… 물론, 이 둘 이외에도, 목적 없이 방랑하며, 텅 빈 미소를 지은 채, 춤추는

유리조각을 바라보는 소녀는 수없이 더 있었다.

미소를 지을거면, 선명하게, 사악하게 지어야 하는 것을.

이리스는 새하얀 세상의 창문을 통해 그 소녀들을 알아가며, 그들에게 동정심을 느꼈다.

모든 것이 말이 되는 아르케아의 세계에서조차 그들은 방랑하고 있다. 공허에 오면 얼마 못 가 꺾이고 말겠지.

이리스는 아주 긴 시간을 공허에서 보내며, 공허와 “아르케아”에 연결됨을 느꼈다.

자신은 특별했다. 다른 소녀들과는 달랐다.

저들은 각성했을 때 빛이 맞이하러 와주었으니까.

“마치 이 애처럼…”

소녀는 빛나는 창문 옆을 느리게 걸어가며 중얼거렸다.

전에 본 적이 있는 단안경의 소녀였다.

“오늘은 뭘 할 거니? 또 혼잣말?”

창문이 이리스를 따라왔다. 할 일도 없어 따분하던 이리스는 계속해서 창문을 바라보기로 했다. 단안경을 쓴 소녀는

이리스와 비슷한 시간에 각성했다. 그녀가 하는 일이라곤 하루 종일 혼자서 떠벌대는 것뿐이었다.

“...”

그런데, 오늘은 무언가 달랐다.

“...?”

소녀가 손을 들자, 유리가 조그마한 “생물”로 변했다.

잠시 말없이 멈추어있던 이리스는, 창문이 떠나가고 나서도 우두커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어…음… 방금 저거…”

잠시 숨을 고른다.

“왜 저걸 해볼 생각을 안 했지?”

동료를 만들 생각은 없다. 그런건 필요 없으니까.

이리스가 손을 들었다. 하지만 공허의 일부가 조금 부서지는 데에 그쳤다.

“그렇지…”

이리스가 작게 속삭이고선 웃음을 뱉었다.

“이 모든게 전부 내 거잖아.”

이 세계는 모든 것을 아낌없이 베풀어준다.

공허에서라면 무언가 다를거라 생각하다니 어리석었다. 자신의 발 밑에서 길이 나타나지 않았던가? 자신의

의지만으로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길이 생겨나지 않았던가?

지평선을 보고 잡으려 손을 뻗듯이,

산을 보고 오르려 발을 내딛듯이,

불을 지르면 마음속에서 불길이 솟듯이…

한순간, 악의로 가득 찬 염원이 이리스의 마음에 피어올랐다.

“힘”으로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

오로지 그 의문 하나만을 위하여, 그녀는 다짐했다.

어둠에서 태어난 자신이, 끝없는 태양의 땅에 밤을 가져다주겠노라고.



6.2.3. 13-3[편집]


물론, 이렇게 규모가 큰일에는 시간이 필요했다.

이리스는 우선은 현재 자신이 가진 능력을 갈고닦기로 하고, 아주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후, 어느 정도 자신이 생긴 이리스는, 유리 조각 무리 옆에 섰다.

“...이얍!”

손을 앞으로 뻗자, 멀리 떨어진 창문이 “닫혔다”.

하얀 관문이 안쪽으로부터 무너져내려 빛을 잃고 검은 연기 속으로 사라져갔다.

“좋았어…”

이리스가 중얼거렸다.

이 혼돈스러운 공허에조차, 규칙이라는 것이 있었다.

이곳은 존재함과 동시에 존재하지 않는 물질, “어둠”으로 이루어져있다.

중력이 없기에 방향이란 개념은 일시적이다.

생각으로부터 구조물이 만들어진다. 무의식에 잠깐 스쳐간 생각일지라도 사람이 걸을 수 있을 정도로 튼튼한 길을

만들어낼 수 있다.

끝이 있다. 그 모서리에 너무 가까이 다가가면 영혼을 빼앗기고 만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저 관문, “창문”을 통해 아르케아가 자주 모습을 드러낸다.

마치 절박한 것처럼.

이리스는 주먹을 꽉 쥐었다. 무언가가 그녀의 손가락 사이에서 꿈틀댔다.

그녀는 자신의 손을 보고, 집중했다.

“...”

손을 펴자, 손바닥 위로 유리 조각이 떠올랐다.

“흠…”

저 새하얀 세계에 “닿는” 것과 손에서 유리 조각이 생겨나는 것에 뭔가 관련이 있는 걸까?

이리스는 궁금했다. 매번 이러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따금, 저 세계에 닿을 때마다 “느껴졌다”. 마치 축복과 같은 따뜻함이 팔을 타고 흐르는 감각. 손가락이 덜덜 떨리는

그 느낌. 그럴 때면, 손바닥에 기억의 조각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었다. 아무 일 없이 그 감각이 사라지는 때도 있었다.

지금 나타난 조각은 어떤 반려동물의 기억이었다. 이리스는 고개를 돌려 그 유리 조각이 떠나가도록 두었다.

그녀에겐 공허를 조종할 힘이 있었지만, 단안경을 쓴 소녀가 아르케아를 다루는 힘만큼 자유자재는 아니었다.

이리스는 이를 깨물었다.

이리스는 이 힘에 대해 생각하던 것이 있었고, 결국 그게 옳았다.

그녀의 힘은 자신의 의지로 공허를 마음껏 다루는 힘이라기보다는, 마치 폭풍을 움직이는 힘과 같았다. 이미 스스로

존재하는 폭풍. 막을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그 폭풍을 살짝 밀거나, 흡수하거나, 다른 곳으로 향하게 만드는 힘.

이리스는 사람을 해칠 정도로 강력한 돌풍이나 거대한 태풍의 기억을 몇 개 본 적이 있었기에, 이 비유가 적절하다고

생각했다. 이 공허는 태풍의 눈과 같았다. 이 장소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어떤 장대한 힘이 있음을 그녀는 항상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자신은 그 힘의 촉매였다.

이리스는 창문을 닫는 방법을 깨쳤다. 공기 중에 떨림이 느껴질 때, 공허의 일부를 “부술” 수 있었다. 부수고 나면,

이리스는 “어둠”을 마음대로 다룰 수 있었다. 스스로 창문을 만들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항상 그 기회는 놓쳤지만,

그 기회를 잡기만 한다면 가능했다. 그렇게 확신했다.

이리스는 아르케아까지 걸어가기보다 강제로 지름길을 뚫고 싶었다.

공허가 소용돌이쳤다.

소름이 등줄기를 타고 흘렀다. 이리스는 주변의 어둠을 둘러보았다.

모든 게 멈추었다가, 갑작스레 움직이기 시작했다. 미소가 그녀의 얼굴에 번졌다.

좋은 타이밍이었다. 지나칠 정도로. 어둠의 마음에 들기라도 한 걸까?

이리스가 손을 들어 허공을 붙잡자 마치 천 조각처럼 손에 쥐어졌다.

그 공기를 옆으로 확 젖히자, 그 미소 지은 얼굴에 새하얀 빛이 비치자 동공이 수축했다.

창문은 이렇게 만들어지는 것이었다. 공허를 찢으면, 새하얀 세계가 나타난다. 그 세계 전부가.

이 창문을 통해 보이는 광경은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시점이었다.

눈이 아플 정도로 빛이 밝았다. 갑작스레 공기가 빠져나갔다. 공허가 뒤척이며 신음을 냈다.

여기에 바로 새하얀 세계가 있다. 지나갈 수 없는 창문을 통해 보기만 할 수 있었던 그 세계가.

결코, 지나갈 수 없었던 창문.

그것도 오늘까지다.

“자…!”

이리스가 공허를 불렀다. 어둠이 마치 혈관같은 형상으로 그녀의 팔을 기어가다 뒤틀려, 손 안의 폭풍이 되었다.

기회는 바로 지금이다.

소녀는 팔을 들어, 손에 든 어둠을 빛의 세계에 부딪쳤다.

그렇게, 창문이 깨지며 빛과 그림자가 유리 조각처럼 흐트러지고, 이리스는 세계의 경계를 지났다.


6.2.4. 13-4[편집]


“소원”은 정직하고 아름다운 단어이다. 희망의 빛과, 결국 다가올 승리를 말하는 단어. 그러나…

어둠에서 태어난 소녀의 마음은 무엇이 지배하는가? 정직함도 아니고, 희망도 아니다. 그렇다면 질투인가? 절망인가?

아니다. 그녀의 “소원”은 자기 자신을 위한 것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죄는 긍지였다.

낙하하는 이리스를 공허와 빛이 동시에 붙잡아 감쌌다. 수많은 공간의 조각들이 그녀와 함께 떨어지고 있었다.

지면까지는 아직 한참 남았다.

창문이 닫힌다. 그림자가 이리스를 감싸며 절박하게 살아남으려 발버둥 쳤다. 그녀는 어둠이 주변을 맴돌도록,

자신에게 흡수되도록 하였다. 낙하하는 이리스의 모습은 마치 땅으로 떨어지는 폭풍우와 같았다.

그녀는 어둠의 별똥별이었다. 하지만 그 미소는 밝았으며, 마음도 충만했다. 어둠이 그녀를 떠나기 전에 붙잡아,

자신을 어둠으로 물들도록 하였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 소녀는 자신의 옆에서 함께 떨어지며 미소 짓고 있는 붉은 혜성을 보지 못했다. 설령 보았다

하더라도, 신경 쓰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 이순간이 황홀했기 때문이다.

그림자로 싸인 이리스는 지면으로 낙하하며 마음껏 웃었다. 실로 황홀했다.

공허의 힘으로 충만해 움찔대는 손을, 하늘을 향해 뻗었다. 그 힘이 손으로부터 채찍처럼 솟아나왔지만

구름을 잡을 수는 없었다.

그래도 힘은 구름을 잡고 싶었다. 이리스는, 구름을 잡고 싶었다.

그녀는 그 기분을 곱씹은 뒤, 다시 어둠을 방출시켰다.

수많은 그림자가 촉수처럼 하늘을 향해 달려 나갔다.

그렇게, 구름을 잡았다.

곧, 하늘마저 자신의 것이 될 것이다.

이리스는 손을 꽉 쥐고, 현란하게 팔을 옆으로 젖혔다. 밑에서는 그림자가 이리스를 안전하게 받아낼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늘에서 붉고 검은 옷을 입은 소녀가 떨어진 날, 밤도 내려앉았다.

빛이 물러서고 구름이 갈라지며, 그 사이로 새로운 하늘이 새어 나와 순식간에 세상의 반을 그림자로 뒤덮었다.

흑요석 같은 공허의 방울이 떨어지고, 붉은 빛이 구름 사이로 새어 나왔다.

그렇게, 밤은 낮을 만났다.



7. 나미[편집]



7.1. 해금 조건[편집]



스토리 #
진행 순서
해금 조건
14-1
Astral-1
파일:arcaea_char_unknown_icon.png
파일:Arcaea/To the Milky Way.jpg
To the Milky Way#Arcaea 클리어
14-2
Astral-2
파일:Arcaea/クロートーと星の観測者.jpg
Clotho and the stargazer 클리어
14-3
Astral-3
파일:Arcaea/Altair (feat. *spiLa*).jpg
Altair (feat. *spiLa*)#Arcaea 클리어
14-4
Astral-4
파일:Arcaea/To the Milky Way.jpg
To the Milky Way#Arcaea 클리어


7.2. Astral Sea[편집]



7.2.1. 14-1[편집]


현실처럼 생생한 꿈은 좀처럼 드물다.

하지만 그조차 꿈일 뿐이다, 소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드넓은 초원에 흩뿌리듯 펼쳐진 꽃밭, 흐르는 강과 장엄한 동굴과 거대한 계곡, 겨울의 냉기에 얼어붙어 반짝이는 얼음 기둥이 되어버린 폭포. 현실 세계는 기적과 같은 풍경으로 가득 차 있다.

하지만 그것들은 진짜 기적이 아니다. 꿈에서나 나올 법한 장관이지만 분명히 현실에 존재하는 것들이다. 홀려버릴 정도로 아름답지만 현실의 법칙으로 설명할 수 있는 풍경이다. 이 세계의 법칙에 따라 형성된 자연의 일부일 뿐이다.

게다가 소녀는 세계의 법칙을 이미 알고 있었다. 초등학교에서 배운 내용들이 떠올랐다. 식물의 생육, 물의 순환, 온도의 변화와 그에 따른 현상…

하지만 이 세계는 기적인 것이 분명했다. 틀림없이 꿈이다. 소녀가 학교에서 배웠던 그 어떤 수업도 하늘을 날아다니는 유리 조각에 대해 알려주지는 않았으니까.

소녀는 절벽 끝에 서서, 이 새하얀 세계의 크기를 실감했다. 고요하고 창백한 땅을 건물들이 수놓고 있었다. 어떤 건물은 똑바로 서 있었고, 어떤 건물은 기울어져 있었다. 저것들은 버려진 걸까, 아니면 보존된 걸까?

“아르케아”라는 이름이 소녀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그 단어를 들은 기억은 없었다.

유리 조각이 하늘을 가르며 사람과 장소를 비추었다. 마치 영화와 같은 광경들이 스쳐 지나갔다. 비현실적이고 환상적인…

저 조각들의 이름도 “아르케아”였다. 이 모든 것을 바라보며, 소녀는 분명 자기는 꿈을 꾸고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렇게 생생한 꿈은 좀처럼 드물다.

“...”

소녀는 잠시간 말이 없었다.

곧, 무언가 깨달은 듯 소녀의 몸이 움찔했다. 어떤 단어가 소녀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거다!” 소녀가 소리쳤다. “자각몽!”

곧 깨달음은 기쁨으로 바뀌었다. 소녀는 방방 뛰기 시작했다.

“호, 혹시 나…”

두 손을 입 앞에 가져다대며 소녀는 작게 속삭였다.

“나… 날 수 있나?!”

그렇게 말하며 소녀는 절벽의 끝으로 발을 한 걸음 내딛었다가…

갑작스레, 멈추었다.

뒷걸음을 치며 소녀는 머리를 마구 흔들고선 끙끙댔다. 대체 무슨 생각이야? 그렇게 마음 속으로 되뇌였다.

“아니, 아니아니아니, 되겠냐? 바보야!”

소녀가 소리쳤다. 마음 속에서 공포와 행복한 고양감이 뒤섞였다. 걸음을 내딛었던 순간, 절벽에서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마음을 움켜잡았다. 이 세계가 현실이 아님을 알고 있음에도, 모든 것이 너무나도 생생했다.

“으으!” 소녀는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신음했다. “한 번도 꾼 적 없는 자각몽을 왜 이제 와서?”

현실처럼 느껴지는 꿈, 자각몽. 꿈을 꾸는 도중 자신이 꿈 속에 있다는 것을 깨달으면, 그 꿈 속 세계에 한해 엄청난 힘을 얻게 된다. 하늘을 날거나, 새나 나비가 되거나,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이룰 수 있는 힘.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녀의 사고는 현실에 머물러 있었다.

그렇기에 마법을 부리지도, 새나 나비로 변신하지도 못했다.

소녀의 이름은 나미. 평범한 여고생이었다.

나미는 비교적 완만한 길을 찾아, 절벽에서 내려갔다.



7.2.2. 14-2[편집]


자각몽다운 일도 못하는데, 내 무의식이 어떤 곳인지 구경이나 해볼까.

절벽에서 내려오며 나미는 그렇게 생각했다. 이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길과 같이, 나미가 걷고 있는 길은 유리로 수놓아져 있었다. 손을 뻗어 만져보려 하면 수줍은 듯 도망가버리지만, 정작 다가오지 않았으면 할 때엔 가까이 와버리는 유리 조각들.

유리 조각은 각자 풍경을 머금고 있었다. 대부분 평범하고 익숙한 풍경이었지만, 진기한 구경거리도 적지 않았다.

로브를 쓴 사람들의 손짓에서 뿜어져나오는 색채와 연기의 향연처럼, 마법이라고 할 수 밖에 없는 광경이라든지.

지금 나미가 서있는 장소와 별반 다르지 않지만, 색이 정반대인 계곡과 절벽의 풍경이라든지. 마치 악마와 같이 뿔이 나있는 사람들이 에너지의 소용돌이를 바라보는 모습이라든지…

“멋있다…”

나미가 숨을 뱉으며 말했다. 유리 조각을 잡으려 손을 뻗었으나, 역시나 조각은 순순히 잡혀주지 않았다. 나미는 짜증 섞인 목소리로 불평하고선, 다시 조심스럽게 길을 타고 절벽을 내려갔다. 이 세계는 분명 나미 본인의 무의식일텐데, 그녀의 행동에는 그다지 동조해주는 것 같지 않았다.

비록 이 무채색의 세계엔 처음으로 와보는 것이지만, 절벽은 한 번 타본 적이 있었다.

나미가 살던 나라는 산길이 험했다. 푸르른 산등성이와 울창한 나무숲으로 뒤덮인 지평선과 맞닿은 하늘. 나미는 원한다면 그 어느곳이든 갈 수 있었다. 하지만 나미는 열심히 여행하는 성격이 아니었다. 방학이 되면 가족, 친구와 함께 숲이나 산에서 하룻밤을 지내는 정도가 다였다.

나미는 자신의 옆에 놓인 새하얀 바위에 손을 얹었다. 하얗지만, 이거 석회암은 아니지? 나미는 학교에서 배운 지질학 수업 내용을 떠올리려 했지만, 애초에 기억에 남아있는 것이 얼마 없었다. 돌 분류가 어떻게 되더라? 다공암, 퇴적암, 변성암…

나미에게 있어 학교의 진정한 가치는 교실 밖에 있었다. 체육 시간은 재밌다. 음악 시간은 재밌다. 돌멩이 공부는 재미없다.

그럼에도, 이 세계의 기묘한 풍경은 나미의 흥미를 사로잡았다.

“이걸 보고 어떻게 돌멩이 수업을 안 떠올려…” 그녀가 중얼거렸다.

절벽을 타고 내려오며, 나미는 자신의 앞에 있는 지면 너머로 유리 조각들이 사라져버리는 모습을 목격했다. 마치 벽을 뚫고 지나가듯이… 아니, 어쩌면?

“동굴인가?!”

나미는 그 생각을 떠올림과 동시에 소리쳤다. 그리고 재빨리 그 지면 너머로 발을 옮겼다.

세상에 동굴보다 멋진 건 없어. 나미는 그렇게 믿었다.

나미는 신이 나서는 달려나갔다. 유리 조각들이 그녀를 인도하듯이 발걸음에 맞추어 튀어올랐다. 동굴 안으로 들어갈수록, 유리 조각들은 더욱 빠르게 날아올랐다.

동굴의 끝에 다다르자, 거대한 아트리움이 나미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물리적으로 여기에 존재하는 게 가능한 건지 의심될 정도로 거대한 공간이었다.

그곳에서, 나미는 또다른 기적을 찾았다.



7.2.3. 14-3[편집]


생각만으로 세계를 창조할 수 있을까?

인지와 현실을 동일선상에 놓는 학자들도 있다. 자기 자신이 누군지 인지하고 있다면, 그건 자신이다. 그렇다면,

나비가 된 꿈을 꾸는 사람은 나비가 되는 걸까? 아니면 인간이 되는 꿈을 꾸는 나비에 불과한걸까?

인간이 경험하는 세계의 한계는 지식의 한계와 같다. 그렇다면, 개별적인 지식은 현실, 세계를 이루는 조각이다.

인간은 정신에 세계를 품고 살아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생각과 감정과 기억을 물리적으로 재현하고, 그것들을

이어붙여 무언가 새로운 것을 창조할 수도 있는 걸까?

나미는 자신의 앞에 펼쳐진 공간, 기록 보관소를 보며 그렇게 생각했다.

산 안에 존재하기엔 너무나 커다란 비밀 도서관… 아니, “도서관”이라는 단어로는 다 담아낼 수 없을 정도의 장엄함.

마치 예고없이 열린 천국의 문 너머로 건너온 것만 같았다. 반짝이는 유리 조각의 무리가 나미의 앞을 가로질러 산

중심의 공동으로 향하는 길을 이루었다.

이 곳은 영원히 “생각”이 모이고, 분류되는 장소였다.

나미의 등 뒤로 새로운 생각들이 쏟아져들어왔다. 머리 위로는 유리가 발하는 빛이 쏟아져내려와 모든 공간을

비추었다. 나미는 걸음을 내딛고 바닥을 바라보았다. 자신의 눈에 보이는 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 바닥은 유리가

아니라 새하얀 자갈돌로 이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이 산 속 공간은 인공물과 자연물이 뒤죽박죽으로 섞인 모양이었다.

그 순간 나미는 이 곳이 존재할 수 없는 장소이면서,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눈부신 도서관은 나미를 받아들인 모양이었다. 자갈돌 길을 따라 나선 계단과 책장과 기둥을 지나칠 때마다

아르케아 조각들이 날아와 그녀의 곁에서 동행하듯 따라왔다.

조각들이 발하는 빛이 나미의 피부를 따뜻하게 어루만졌다. 그녀는 벽 앞에서 멈추어서서, 가슴에 손을 얹고

숨을 들이쉬고는 위를 올려다보았다.

“...우와.”

숨이 섞인 목소리로, 나미는 마음에서 우러나온 감탄사를 내뱉았다. 그리고…

“나… 여기 너무 좋은데 어떡하지…”

미려하게 일렁이는 유리 조각 무리에서 한 조각이 빠져나와 나미의 두 손 사이로 날아왔다.

물과 파도로 가득찬 세계의 모습이 그 조각 안에 비추었다.

나미는 침을 삼켰다.

저 장소로 가고싶었다.

그리고 이 꿈같지만 꿈이 아닌 세계는 그녀의 소원을 이루어줄 것이다.

소녀의 소원이 유리 조각과 공명했다.

그녀가 이 세계를 받아들이자…

아르케아의 세계도, 그녀를 받아들였다.



7.2.4. 14-4[편집]


꿈 속의 꿈인가? 아니야, 이건…

나미가 미처 생각을 끝내기도 전에, 오렌지색 물결이 그녀의 주변을 감쌌다. 황혼의 빛, 일몰의 빛이었다. 나미는

뒤로 누워 파도에 몸을 맡겼다. 곧 그녀의 전신이 물에 잠겼다. 놀랍게도, 물 안에서도 나미는 숨을 쉴 수 있었다.

마치 당연하다는 듯 나미의 머릿속이 생각으로 가득 차올랐다. 하지만 이는 상식상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이 생각들은 나미 본인의 것이 아닌, 다른 누군가의 경험이자 삶이었기 때문이다.

이토록 멋진 삶을 사는 누군가의…

시원한 수면 밑으로 흐르는 따뜻한 바닷물. 부드럽게 찰랑거리는 파도 소리. 나미는 행복한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여긴 대체 어딜까?”

나미가 말을 하자 수중임에도 또렷하게 목소리가 울렸다. 그리고 자신이 이곳에 혼자 온 것이 아님을 기억해냈다.

나미가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수십마리의 알록달록한 물고기가 그녀의 주변을 멤돌며 헤엄치고 있었다. 왼쪽으로부터

“그녀”가 알고 있는 어린아이가 이쪽으로 헤엄쳐오고 있었다. 아이가 손을 뻗었다. 그녀는 주저없이 그 손을 잡았다.

마치 집처럼 편안한 기분이었다.

두 소녀는 수면을 향해, 태양을 향해 고개를 올려들었다. 빛줄기가 파도에 부서져 물의 우주를 수놓는 아름다운 빛의

조각이 되었다. 두 소녀는 서로의 손을 꼭 붙잡았다. 물고기들의 색, 무지개색으로 갈라지는 햇빛, 몸을 감싸는 온기…

이 천국과도 같은 장소는…

기억이었다.

그리우면서도, 어딘가 기묘한… 그런 종류의 깨달음.

하지만 나미에게 그런건 아무래도 좋았다. 그녀는 손을 더욱 꼭 붙잡았다. 해가 완전히 지고, 검은 장막이 드리운

하늘에 박힌 별들이 수면에 일렁일때까지…

거부하기 힘든 안락함이었다.

그렇다. 이건 기억이다. 그 세계는 기억으로 가득 차 있는 곳이었다.

기억이 끝나면, 깨어나 현실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다시 그 세계로 돌아갈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나쁘지 않았다.

수없이 많은 삶과 기억이 그 장소에서 나미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미의 얼굴에 태양보다도 밝은 미소가 번졌다.

그리고 그 마음은 깃털보다도 가벼웠다.

이것이 기쁨이자 천국이다.

나미는, 아르케아의 세계에 사로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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