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번역 성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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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편집]
공동번역 성서 전문 (한국천주교주교회의)
공동번역 성서 전문 (대한성서공회)
공동번역 성서 초판 전문 (대한성서공회)
공동번역 성서(共同飜譯 聖書)는 대한민국의 가톨릭과 개신교가 교회 일치 운동의 일환으로 1977년 4월 10일 부활절에 편찬한 성경이다.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가톨릭과 개신교가 공동으로 작업한 번역본이다. 개역개정, 새번역, 새한글과 함께 대한성서공회가 편찬한 공식 번역이다.
가톨릭에서 사용하던 용어 '천주'와 개신교에서 사용하던 용어 '하나님'을 서로 양보했다.# 둘 다 사용하지 않던 '하느님'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현재 가톨릭이 하느님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므로 공동번역 성서를 처음 보는 사람은 '개신교에서 양보했나?'라고 생각할 수 있다.
가톨릭과 개신교가 공동으로 편찬했다는 점에서 이미 널리 사용되기 어려운 태생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 시작부터 가톨릭용과 개신교용으로 분리 간행하면서 의미가 축소됐다. 가톨릭은 공동번역 성서를 수용하여 한동안 공식 성경으로 삼았지만 개신교에서는 대형 교회 중 공동번역 성서를 사용한 교회가 전무하였다. 현재는 가톨릭도 자체 번역 성경을 사용하므로 공동번역 성서를 사용하는 곳은 개신교 대한성공회가 유일하다. 그래도 첫 출간 당시에는 4만부가 금새 판매될 정도로 화제가 되었다.
대한민국 개신교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대한예수교장로회 목사들이 거의 참여하지 않았다는 것도 태생적인 문제이다. 많은 사람이 참여한 대한성공회, 감리회, 한국기독교장로회는 같은 개신교이긴 하지만 대한예수교장로회와 성격이 많이 다른 교단이다. 구약이 만들어지던 시기에 있었을 리가 없는 '인권'[1] 이라는 단어가 나오는 등의 이유를 들어 보수적인 목사들이 공동번역 성서에 자유주의 신학이 들어갔다며 비판했다.[2]
대한성서공회에서 번역한 성경 중 가장 잘 읽힌다. 직역과 의역을 절충하였기 때문이다. 영어 번역본 중 NIV 성경을 생각하면 된다. 이렇게 의역을 절충한 성경들을 '형식일치번역(形式一致飜譯)을 피하고 내용동등성번역(內容同等性飜譯)을 채택한 성경'이라고 표현한다. 미국에서 예배 때 킹 제임스 성경[3] 을 사용하더라도 판매율은 의역이 절충된 NIV가 더 높은 것에 반해 공동번역 성서는 판매량마저 미비하다.
문장 자체도 수려하다. 가톨릭, 개신교 문인이 여럿 참여하여 번역문을 돌려 읽고 문장을 다듬었다.
2. 역사[편집]
1962년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교회 쇄신과 교회 일치의 정신을 바탕으로 세계 가톨릭과 개신교 사이에 교회일치운동이 일어나고, 교황청 성서위원회와 개신교 측의 세계 성서공회연합회 사이에 성서 공동 번역에 대한 합의(Guiding Principles)가 이루어져 성서를 원전(原典)으로부터 새롭게 공역(共譯)할 것을 결의하였다.[7]
1968년 1월, 한국 가톨릭과 개신교의 대표로 구성된 ‘성서 번역 공동위원회’가 만들어졌다.
1971년, 부활절에 처음으로 공동번역 성서 신약성서가 나왔다.
1977년, 부활절에 구약성서 본문까지 번역된 전서를 간행하였다.
1995년, 공동번역 초판에 참여한 번역진 일부와 새로운 번역진이 모여 '공동번역 성서 개정위원회'를 발족하였다.
1999년, 달라진 한글 맞춤법을 반영하고 일부 오역을 수정한 개정판이 발간되었다. 야훼 용례는 그대로 유지되었다.
3. 특징[편집]
3.1. 번역 과정[편집]
구약은 Masoretic Text in Biblia Hebraica(3rd edition 1937) - edited by Rudolph Kittel, 신약은 The Greek New Testament (1st edition 1966) - United Bible Societies를 원본으로 사용하였다. 일부 구절은 70인역본을 기준으로 번역했다는 주석이 종종 보인다.
구약 파트는 가톨릭에서는 선종완 신부(원주교구)[8] 가, 개신교에서는 한국기독교장로회의 문익환 목사[9] 가 번역 원고를 마무리하고, 기독교대한감리회의 이현주 목사가 맞춤법을 교정하였다. 문익환, 곽노순 목사는 히브리어는 잘 알고 있었으나 아람어를 잘 몰랐기에, 다니엘서 등에 등장하는 아람어 부분은 사실상 선종완 신부가 전담했다고 한다.
신약 파트는 가톨릭에서는 성신교정의 교수였던 백민관, 허창덕 두 신부(서울대교구)[10] 가, 개신교에서는 예장통합의 박창환 목사(장로회신학대학교 교수)와 기장의 정용섭 목사(대한성서공회 번역실장)가 원고를 마무리하고, 영어영문학 교수들인 김진만(고려대, 성공회)과 이근섭(이화여대, 기감), 두 평신도가 맞춤법을 교정하고 윤문하였다. 번역 대표 중 코이네 그리스어를 제대로 번역 가능한 사람이 박창환 목사가 유일했기 때문에 나머지 대표들은 적절한 국어 표현을 연구하거나 불가타 등 다른 번역들을 비교, 대조하여 보충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들 외에도, 여러 신부와 목사들이 공동번역위원회에서 활동하며, 번역대표들의 번역을 지적하고 수정했다. 번역 과정에서 가톨릭 측은 상대적으로 불만이 적은데 개신교 측이 불만사항을 많이 제기해 이를 조정하는 데 애를 많이 먹었다고 한다.
3.2. 매끄러운 문체[편집]
아동문학가 이현주 목사와 시인 문익환 목사가 번역에 참여했고 많은 문인이 윤문하였다. 시를 읽는 듯 뛰어난 문체와 정승, 거뭇, 잠뱅이 등 한국 정서에 맞는 어휘가 사용되어 한국어의 아름다움이 표현되었다. 개역개정의 옛스런 문체에 익숙하다면 가볍다고 느낄 수 있다. 공동번역 성서도 벌써 번역한지 50여년이 돼가면서 지금 기준으로 옛스러운 부분이 보인다.
고린토인들에게 보낸 첫째 편지(고린도전서) 13장의 번역 비교이다.
개역개정은 90년대 후반에 개역한글을 수정한 역본이기는 하지만 옛스러운 문체와 단어가 남아있다. 개역한글의 저작권 만료와 표준 새번역의 보급 실패 때문에 대한성서공회가 임시방편으로 개역한글을 최소한만 수정해 만들었기 때문이다. 공동번역은 어려운 단어를 길게 풀어 써 서민적이면서도 아름다운 문체에 녹여냈다. 코린토스 지방 교회의 신자들에게 보내는 편지임을 반영하여 '하십시오체'로 번역하였다. 공동번역의 다른 서간들도 '하십시오체'로 번역하였다.
3.3. 직역과 의역의 절충[편집]
직역과 의역을 절충한 성경인만큼 장단점이 있다. 직역에 비해 잘 읽히는 것이 장점이고, 의역하면서 번역자의 생각이 들어갈 여지가 있다는 것은 단점이다.
직역 위주 성경인 가톨릭 성경과 비교하면 공동번역이 더 잘 읽힌다. 로마서 1장 22절 비교이다.
직역 위주의 가톨릭 성경에서는 앞서 사람의 어리석은 마음을 지적하는 내용이 나온 후, '그들'이라는 대명사로 인간들을 지칭한다. 물론 공동번역 성서에서도 사람의 우둔함을 지적하는 내용이 있는 건 같지만, 이어서 사람을 지칭할 때 주어를 '인간'으로 바꾸어 의역한다. 킹 제임스 성서 등의 영어 성서에서도 이 부분은 they로 번역되어 있다. 하지만 이 구절만 따로 떼어서 볼 때, '그들'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제3자인 어떤 다른 집단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느껴질 수 있고 이것은 나와는 상관없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 또한 한국어에서는 3인칭 대명사의 사용이 드물기에 한국 사람들이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래서 공동번역 성서에서는 의역을 가미하여 주어를 바꾸어 번역한 것이 돋보인다. 이것은 이 부분의 전체적인 맥락이 그렇기 때문이며, 마음대로 바꾼 것이 아니다. 또한 그래서 더 이해하기 쉬운 것 또한 공동번역 성서의 장점이다.
하지만 의역한 여느 성경이 그렇듯 과연 제대로 의역한 것이 맞느냐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그 빛이 어둠 속에서 비치고 있지만 어둠은 그를 깨닫지 못하였다. (가톨릭 성경)
빛이 어둠에 비치되 어둠이 깨닫지 못하더라. (개역개정)
그 빛이 어둠 속에서 비치니, 어둠이 그 빛을 이기지 못하였다. (새번역)
The light shines in the darkness, and the darkness has not overcome it. (RSV)
그 빛이 어둠 속에서 비치고 있다. 그러나 어둠이 빛을 이겨 본 적이 없다. (공동번역)
요한복음 1장 5절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가톨릭 성경, 개역개정과 느낌이 다르다.
단, 여기에 변론을 하자면, "이겨 본 적이 없다"는 말은 그리스어 ‘우 카텔라벤’(ou katelaben)을 옮긴 것인데, 직역하면 ‘잡지 못했다’는 뜻이다. '잡지 못했다'를 번역할 때 주로 '깨닫지 못했다'로 하고 있다. 위에서 예를 든 많은 번역 성경들 가운데 아래보다 위에 위치한 성경들이 각국에서 더 많이 쓰이는 성경이라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기지 못했다’는 번역도 받아들이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이는 위에서 볼 수 있듯 다른 많은 번역 성경들에서도 공동번역 성서와 같이 번역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후자로 번역한 성경 중 RSV와 NRSV는 의역 위주는 커녕 직역 위주의 번역으로서 신학대학에서 성서 연구용으로 많이 쓰이는 성경이다. 첨언하자면, 재미있는 점은 위의 예시를 보면, 국문이든 영문이든 중문이든 '이겨본 적이 없다'/'has not overcome'/'胜过' 등 마치 현재완료형 같은 의미로 번역한 성경이 있고, '이기지 못하였다'/'did not overcome it'/'胜' 등 기본형으로 번역한 성경이 있다는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위 예는 의역의 예는 아니고 오히려 공동번역도 직역을 한 예인데, 다만 어의적으로 가능한 번역 중 번역자의 주관에 따라 부자연스러운 쪽을 택한 예이다.
사라가 두려운 나머지 “저는 웃지 않았습니다.” 하면서 부인하자, 그분께서 “아니다. 너는 웃었다.” 하고 말씀하셨다. (가톨릭 성경)
사라가 두려워서 부인하여 이르되 내가 웃지 아니하였나이다 이르시되 아니라 네가 웃었느니라. (개역개정)
사라는 두려워서 거짓말을 하였다. "저는 웃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주께서 말씀하셨다. "아니다. 너는 웃었다." (새번역)
But Sarah denied, saying, "I did not laugh"; for she was afraid. He said, "No, but you did laugh." (RSV)
그러자 사라는 겁이 나서 웃지 않았다고 잡아뗐으나, 야훼께서는 "아니다. 너는 분명히 웃었다." 하시며 꾸짖으셨다. (공동번역)
창세기 18장 15절
앞 단락을 간접화법으로 번역한 것은 공동번역 뿐이고, 뒷 단락에 '꾸짖으셨다'라는 표현을 넣은 것 역시 공동번역 뿐이다. 앞 단락을 간접화법으로 바꾼 것은 과잉친절이고 뒷 단락의 경우 번역자가 독자에게 해석의 여지를 남겨 두는 대신 자신의 해석을 강요하는 셈이다. '아니다. 너는 웃었다.'가 꾸짖는 표현일 수 있지만 직역 중심의 역본에서는 나타나지 않는 표현이다.
가톨릭에서 낙태를 반대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인 예레미야 1장 5절을 모호하게 번역하였다.
“모태에서 너를 빚기 전에 나는 너를 알았다. 태중에서 나오기 전에 내가 너를 성별하였다. 민족들의 예언자로 내가 너를 세웠다.” (가톨릭 성경)
내가 너를 모태에 짓기 전에 너를 알았고 네가 배에서 나오기 전에 너를 성별하였고 너를 여러 나라의 선지자로 세웠노라 하시기로 (개역개정)
"내가 너를 모태에서 짓기도 전에 너를 선택하고, 네가 태어나기도 전에 너를 거룩하게 구별해서, 뭇 민족에게 보낼 예언자로 세웠다." (새번역)
"내가 너를 점지해 주기 전에 나는 너를 뽑아 세웠다. 네가 세상에 떨어지기 전에 나는 너를 만방에 내 말을 전할 나의 예언자로 삼았다." (공동번역)
예레미야 1장 5절
한처음에 말씀이 계셨다. 말씀은 하느님과 함께 계셨는데 말씀은 하느님이셨다. (가톨릭 성경)
태초에 말씀이 계시니라 이 말씀이 하나님과 함께 계셨으니 이 말씀은 곧 하나님이시니라. (개역개정)
태초에 말씀이 계셨다. 그 말씀은 하나님과 함께 계셨다. 그 말씀은 하나님이셨다. (새번역)
한처음, 천지가 창조되기 전부터 말씀이 계셨다. 말씀은 하느님과 함께 계셨고 하느님과 똑같은 분이셨다. (공동번역)
요한복음 1장 1절
유명한 요한복음 1장 1절까지 이렇게 풀어서 의역할 필요가 있나라는 비판이 있다.
역시 유명한 창세기 15장 6절도 굳이 다음과 같이 번역했다. 그 말이 그 말 아니냐고 여기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최소한 어감이 굉장히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그가 야훼를 믿으니, 야훼께서 이를 갸륵하게 여기시어 (공동번역)
아브람이 여호와를 믿으니 여호와께서 이를 그의 의로 여기시고 (개역한글)
credidit Domino et reputatum est ei ad iustitiam (불가타)
그 밖에 원문에는 같은 단어이고 어려운 단어도 아닌데 굳이 번역자가 딴에 문맥에 따라 알기 쉽게 옮긴답시고 자신의 해석을 넣어 각각 다르게 번역하거나 심지어 생략한 것도 있다. 그 결과, 이른바, '공동번역 갖고는 concordance(성구색인)을 만드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리고 성공회 계열 출판사인 비아에서 발간하는 기독교 서적들에서는 공동번역 위주로 성구를 인용하면서도 의역이 심하다 싶은 구절들은 개신교 새번역 등을 인용하는 경우가 있을 정도로 의역에 대한 논란은 여전하다.
3.4. 간행 버젼[편집]
대한성서공회에서 이 성서를 간행할 적에 개신교용, 가톨릭용으로 분리해서 간행하였고, 개신교에서 정경으로 인정하지 않은 제2경전을 수록한 '외경 포함본'을 별도로 발매하기도 했다. 그리고 1971년에 먼저 발행된 신약성경에 관련 그림, 사진 등을 추가하여 '현대인을 위한 하느님의 말씀'을 출간하기도 했다. 그러므로 간행되었던 공동번역 판본은 다음과 같다.
- 개신교용
- 가톨릭용 - 개신교에서 인정하지 않는 구약 부분을 '제2경전'으로 수록했다. 구판의 경우 외경이 아닌 제2경전이라는 이름으로 수록. 표지에는 '가톨릭용'이라는 표시를 했다. 1977년 출간 당시 가격은 2천9백원이었다.
- 가톨릭용 개정판 - 1999년에 나온 개정판으로, 초판에 제2경전으로 별도 수록된 부분을 불가타역 순서에 따라 재배치하고 1989년에 개정된 한글 맞춤법 및 표준어 규정을 반영하여 최소한으로 수정. 현재 발간 중인 공동번역 성서책은 이쪽에 가깝다.[11]
- 외경 포함 - 가톨릭에서는 정경으로 인정되나 개신교에서는 정경으로 인정하지 않는 책들을 신구약 사이에 '외경'으로 수록한 판본. 개신교인들 중 제2경전에 관심이 있거나 성서학, 신구약 중간사를 연구하는 신학, 기독교학 연구자들이 주로 찾았다.
현재 소량으로 판매 중인 판본은 외경(제2경전)을 가톨릭 성경 방식으로 배열하였지만 목차 페이지에 괄호안에 외경 표시한 버전이다.
제2경전(외경)이 포함되지 않고 편집된 개신교용 공동번역 성서는 기장 교단 소속 일부 개별교회 등에서 사용했었지만, 현재는 개신교용이 절판되었다. 제2경전이 포함되어 편집된 가톨릭용 공동번역 성서 구판은 절판되었으나, 1999년에 출간된 가톨릭용 개정판은 아직도 대한성서공회에서 소량으로 출판되고 있다.
1977년 초판본의 경우 글자의 가로 폭이 크고[12] 단락 나눔 없이 편집되어 있어 책의 부피가 크고 페이지 수가 많았는데, 1977년판 가톨릭용 공동번역은 2,400 페이지가 넘었고 개신교용 역시 2,100 페이지에 달해 개역한글판 1,700여 페이지보다 많았다. 이후 1999년에 나온 가톨릭용 개정판은 글자의 가로 폭이 줄고 2단으로 편집되면서
공동번역의 구약성서 제2경전/외경 부분은 1977년 초판에서 구약과 신약 사이에 제2경전(혹은 외경) 파트로 별도 수록되었으나, 1999년 가톨릭용 개정판에서는 노바 불가타의 구약 목록에 따라 구약으로 통합 재편성되었고, 현대의 표준어 맞춤법에 따라 일부가 수정되었다(예: ~읍니다 → ~습니다). 에집트도 이집트로 개정되었다.
3.5. 판매 현황[편집]
2005년 한국 천주교가 자체 번역으로 갈아타면서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어 현재는 소량만 간신히 발매되고 있는 중이다.
제2경전(외경)이 포함되지 않고 편집된 개신교용 판본과 가톨릭 제2경전이 노바 불가타 순서에 따라 배열되어 가톨릭용이라 표기된 가톨릭용 판본은 절판되어, 지금은 가톨릭용 판본에서 가톨릭용 표기가 빠지고 목차에서 '(외경)' 표시가 추가된 판본이 대한성서공회에서 소량 출판되고 있다. 기본적으로는 가톨릭용 판본과 거의 같다. 신약성경만 있는 판본은 더 이상 나오지 않으며 가톨릭 계열 출판사들의 공동번역 성서 역시 이미 모두 절판되었다. 2023년 기준 공동번역 성서를 구할 수 있는 곳은 Yes24, 교보문고, 알라딘과 같은 주요 인터넷 서점과 대한성서공회 직영점, 성공회 성당 내 성물방과 성공회출판사 공식 온라인 스토어 정도이다. 2018년 12월 당시 인터넷 서점 물량이 매진되었지만 대한성서공회 측에서 또 찍어내어 2018년 2월말부터 다시 구입 가능. 다만 기존의 대형 판본(1900여 페이지)[13] 은 한때 절판되었고, 판매 중인 것은 2001년에 디자인된 중형 판본(1350여 페이지)이다. 교보문고. 2023년부터는 대형 판본도 다시 인쇄되어 판매 중이다. 현재 인조가죽 판본은 성공회용만 있다.[14]
성공회 성당 성물방에서 판매되고 있는 공동번역 성서는 내용은 기본적으로 인터넷 서점 등에서 파는 공동번역 성서와 동일하다. 목차에서 외경 부분에 따로 표시가 되어 있는 것도 같다.[15] 또한, 반달 색인이 파여 있고, 커버가 비닐이 아닌 인조가죽이라는 점도 다르다. 성공회 서울대성당 곳곳에 비치된 성경은 가톨릭용 1999년 개정판이 아닌 가톨릭용 혹은 외경 포함본 초판(1986년에 조판된 버전)인 것들이 많다.
3.6. 예배 채택 상황[편집]
출간됐을 때부터 개신교 교단은 하나님 대신 하느님, 여호와 대신 야훼를 사용하는 것에 거부감을 표현하였다. 보수적인 교단에서는 번역에 참여한 문익환 목사를 민중신학의 대표 인물로 생각했기 때문에 이에 대해서도 비판적이었다.
가톨릭에서도 불만이 있었다. 가톨릭용에 있는 구약 중 제2경전은 라틴어 노바 불가타(Nova Vulgata) 순서대로 배열된 게 아니라 따로 빠져 카테고리가 뒤죽박죽이었다.[16] 이는 특히 가톨릭 버전의 구성이 복잡한 에스델기 독서에 문제가 되었다. 시편 번역을 만족스럽지 않게 생각해서 공동번역 성서 출판 후에도 최민순 사도 요한 신부의 시편 역본을 계속 사용했다. 후에 개정판(개정된 표준어 맞춤법이 적용되었다)이 나오면서 순서를 라틴어 불가타순으로 맞추었지만, 2005년부터 한국 가톨릭에서는 자체적으로 새로 번역한 '성경'을 표준 성경으로 사용하고 있다. 개신교는 전혀 사용하지 않는데 가톨릭만 계속 개신교 단체인 대한성서공회에 로열티를 지불하는 것도 지적 사항이었다.
현재 한국 기독교에서 공식적으로 공동번역 성서를 표준 성서로 채택하는 교단은 대한성공회[17] 와 정교회뿐이다. 한국기독교장로회 중 교회 일부가 채택하고 있다. 이외 교단에서는 예배에 사용하는 경우가 전혀 없다.
교회 일치를 강조해야 하는 문서에서 의도적으로 공동번역 성서를 선택하여 인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톨릭과 개신교가 함께 만들었고, 성공회와 정교회도 쓰고 있는 성경이다 보니, 문서 인용에 중립적인 입장을 취해야 되는 곳에서도 성경 구절을 들어야 할 때 공동번역 성서가 좋은 선택지가 된다. 각 교단마다 공동번역 성서에 불만이 있지만 가톨릭 성경과 개신교 개역개정 간의 격차가 크고, 공동번역 성서가 한국어로서 현재 유일한 초교파적 번역이기 때문에 특정 교파가 아닌 기독교 공통적인 맥락에서 성서를 인용할 때 이만한 번역이 없다.
4. 여담[편집]
- 개신교 내 보수 교단으로부터 철저히 외면받은 역본이지만, 개신교 내 일부 교단은 공동번역 사업을 교회일치 운동의 결정체로 긍정적으로 보기도 한다. 특히 에큐메니컬 정신을 중시하는 대한성공회는 공동번역 성서의 가치를 매우 높이 평가한다.
- 점잖떠는 느낌의 말투인 천주교 새번역과 다르게 공동번역은 말투가 다소 직설적인 편이다. 그리고 언어적으로는 정치적 올바름과는 거리가 있어 그쪽 성향인 사람에게는 의외로 불호되는 경우도 있기는 하다.
- 한국천주교주교회의가 2005년에 자체 성경을 발간하면서, 신자들에게 기존에 보유하던 공동번역 성서는 폐기하지 말고 되도록이면 참고용으로 소장하라는 지침을 내리기도 했다. 비록 2005년에 한국 천주교 자체 번역본인 『성경』이 나오면서 한국 천주교의 미사 중에는 그 성경을 활용하지만, 전례의 다른 한 축인 성무일도의 독서나 성경소구 중에는 여전히 공동번역 성서가 사용되고 있다. 어느 책에 교우들에게 해로운 것이 있으면 그 책을 읽지 말라고 적극적으로 말하는 한국 천주교가 공동번역 성서를 폐기하지 말고 소장하라고 지침을 내렸다는 것은 한국 천주교가 여전히 공동번역 성서를 신뢰한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이렇듯 공동번역 성서에 대해서 한국 천주교의 교회 인가 자체가 철회된 것은 아니어서 가톨릭 신자가 이 번역을 개인통독용으로 활용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다.
- 교회 일치 운동이 활발한 서구권 기독교와 달리 가톨릭, 개신교 간 반목이 심한 한국 기독교의 현실을 고려하면 제2의 공동번역 성서가 나오는 것은 현실성이 없어 보인다. 하나라도 나온게 대단한 일이다.
- 신약 사본비평학의 대가 메츠거 박사 등 종파별 저명 성서학자들이 협업해 신학적 중립성을 유지하려고 노력한 영미권의 대표적 공동번역 성경인 NRSV[19] 와 다르게, 이 공동번역 성서는 신학적 중립성을 위한 치열한 신학적 토론을 거친 번역이라기보다는 파트별로 개신교측 번역자와 천주교측 번역자가 역할 분담한 것에 가깝기 때문에[20] 그 부분에서는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다. 일례로,
- 구약성서의 경우 1930년대의 키텔 비평본문을 번역 대본으로 사용하였기 때문에 1940년대 이후에 발견된 사해문서 연구 결과가 반영되어 있지 않다.
- 개정판에서도 옛 맞춤법의 잔재가 남아있기도 하다. 대표적인 예가 아가서 4장 2절의 '쌍동이'.
- 천사의 옛 천주교식 명칭인 '천신'이 사용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골로사이서 1장 16절.
4.1. 공동번역 성서 평양교정본[편집]
북한의 조선그리스도교련맹 중앙위원회는 공동번역 성서를 문화어로 교정한 번역본을 내놓았는데 편의상 공동번역 성서 평양교정본이라고 한다. 조선그리스도교련맹은 공동번역 성서를 북한 문화어 철자법과 표현법으로 교정하면서 일부 어휘는 개역성경이나 개역개정성경의 어휘를 차용했다. 구약성서를 1983년, 구약성서를 1984년에 출판했으며, 신·구약 합본 성경전서를 1990년과 2008년 출판했다.
조선그리스도교련맹이 한국의 많은 성경 역본들 가운데 왜 공동번역 성서를 기반으로 성경 출판을 단행한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당시 다른 개신교판 번역이었던 개역한글판 성경의 문체·단어가 고풍스럽고 어려웠다는 점, 공동번역이 문자가 아닌 의미 위주의 번역을 함으로서 북한에서도 받아들이기 편했다는 점, 당시 북한 정치인과 종교인들에게 익숙한 문익환 목사가 번역에 참여했던 점 등이 그 이유로 추정되고 있다. 그럼에도 공동번역 성서 평양교정본의 일부 어휘는 개역한글판 성경의 어휘를 차용하는 등 다른 한국의 성경 역본 또한 참고한 것으로 보인다.
공동번역 성서를 북한 문화어 철자법과 표현법으로 교정한 사람은 조선그리스도교련맹 소속 이영태 목사라고 한다. 그는 일제강점기 장로교인으로서 영어에 능통하였으며 일제강점기의 미국인 선교사 이눌서의 조수로 활동했다. 남북분단·한국전쟁 후에도 월남하지 않고 북한에 남아 평양신학원 교수 등 조선그리스도교련맹 간부로 활동했다. 그는 성서 편집 작업 외에도 평양신학원 교수로 재직하면서 《조선교회사》, 《세계교회사》, 《조직신학》, 《조선기독교도연맹 약사》 등 몇 권의 신학 서적을 저술했다고 한다.
공식적으로 북한에 3만 5천 부의 공동번역 평양교정본 성경이 배포되어 있다. 1983년과 1984년에 조선기독교도연맹에서 신,구약 별권으로 각각 1만 부를 발행했고, 1990년 조선기독교도연맹에서 신,구약 합본을 1만 부 발행했다. 2010년에 조선그리스도교련맹에서 추가로 신,구약 합본을 발행했다. 현재는 조선그리스도교련맹 소속 봉수교회·칠골교회·가정예배처소들과 조선가톨릭교협회 소속 장충성당 및 가정 공소들, 조선정교회연맹 운영 정백사원에 배포되어 있다.
공동번역 성서 평양교정본은 공동번역과 본문 번역의 어순과 의미에서 거의 대부분 일치하지만 표현 방식에 있어 북한 사회에서 사용하는 문화어로 다듬어져 있다. 구체적인 예는 다음과 같다.
- 두음법칙을 사용하지 않음(양식 → 량식)
- 사이시옷을 사용하지 않음(호숫가 → 호수가)
- 숫자 표기 시 아라비아 숫자로 표기
- 북한식 관용어사용(아내 → 안해, 채소 → 남새)
- 북한의 정치 사회적 상황에 따른 북한식 어휘 사용(방백 → 영도자 → 지도자)
대한성서공회 성서학도서관은 북한에서 출판된 1983년판 신약성서·1984년판 구약성서·1990년판 성경전서를 소장하고 있다. 1990년판 성경전서는 여러 종교 관련 방북자들이 이를 구했기 때문인지 인터넷 서점이나 인터넷 경매소에 가끔 판매되는 경우도 없지 않다.
4.2. 외국어 공동번역본들[편집]
영미권에도 가톨릭과 개신교가 공동으로 편찬한 일종의 공동번역 영역본이 존재한다. 원래 개신교 번역으로 발간되었으나 추후에 가톨릭교회의 승인을 받은 NLT, ESV와 같은 성경은 여기서는 제외한다.
- Revised Standard Version - 최초의 영어 공동번역본. NRSV가 나오기 전에는 영미권 개신교에서 널리 쓰였으며, 가톨릭에서는 아직도 사실상 표준에 가까운 영어 성경(가톨릭 교회 교리서 영문판 등)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 New Revised Standard Version - RSV를 개정한 것으로, 현재는 영미권의 에큐메니컬/자유주의 개신교에서 널리 쓰이고 있다. 가톨릭에서는 통독용으로 승인되었으나, NRSV를 전례용 표준성경으로 쓰는 캐나다를 제외하고는 전례용으로서는 찬밥 신세다. 가톨릭 내에서는 각종 문서, 논문 인용 용도로는 RSV에 비해 밀려있지만 이쪽도 만만치 않다. 에큐메니컬/자유주의 진영의 개신교에서는 영어 표준 성경의 지위를 가지고 있다.
- New English Bible : 영국의 주요 개신교 교파와 가톨릭 교회가 공동으로 작업한 성경.
- Revised English Bible : NEB의 개정판.
- Good News Bible : 쉬운 현대[21] 구어체 영어로 편찬된 성경으로 미국성서공회 주도로 편찬되었다.
- Common English Bible : 미국 연합감리교회의 주도로 미국의 메인라인(Mainline)[22] 개신교 교단들과 소수의 가톨릭 학자들이 편찬한 성경. 가톨릭 측 인원도 참여했다고 하지만 imprimatur를 받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별개로 번역 자체가 다소 급진적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독어권에도 공동번역이 존재한다.
- Einheitsübersetzung der Heiligen Schrift (Verlag Katholisches Bibelwerk GmbH) : 독일 가톨릭 공용 역본. 제2차 바티칸 공의회 개막 직후인 1963년 가톨릭 측의 주도로 시작된 가톨릭-개신교 공동번역 성경이다. 독일 개신교회와 독일 개신교 성경협회에서 파견한 번역 위원들의 실제적 동참은 시편과 로마서와 갈라티아서, 그리고 주일과 축일 독서들에서 이루어졌다. 여기서 성경의 인명과 지명들 표기에 관한 공동 원칙도 마련되었다("Loccumer Richtlinien"). 그러나 실제로는 가톨릭에서 이 성경을 전례에 사용하는데 반해 개신교에서는 사용하지 않는다. 고유명사 표기 원칙의 실제적 적용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 여러모로 한국어 공동번역 성서와 비슷하다고 보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