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
| 함장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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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 안정을 되찾은 뽀끄루와 다시 마주보고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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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 완전히 풀어진 얼굴로 싱글거리던 뽀끄루의 얼굴이 내가 뿔을 집어들자 순식간에 의기소침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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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뽀끄루 대마왕 다, 다시 해야 되는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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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하지 마. 이상해지면 바로 벗거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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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 어깨를 축 늘어뜨렸던 뽀끄루의 표정이 조금 밝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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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 신뢰가 가득 담긴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던 뽀끄루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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씌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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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 눈을 내리깔고 얌전히 앉아 있는 뽀끄루에게 다시 뿔을 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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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 무슨 일이 일어나도 바로 반응할 수 있도록 온 몸을 긴장시기고 있을 때, 생각지도 못한 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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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뽀끄루 대마왕 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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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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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뽀끄루 대마왕 냐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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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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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 충격에 얼어붙어 있는 나를 의아하다는 듯 바라보며, 뽀끄루는 손등을 핥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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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 마치... 고양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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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뽀끄루 대마왕 사장님~ 냐앙~ 헤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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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끄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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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 완전히 고양이가 되어버린 것은 아닌듯, 뽀끄루는 나를 부르며 안겨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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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뽀끄루 대마왕 사장님~ 쓰다듬어달라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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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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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 조금 전에 봤던 뽀끄루의 눈동자가 머릿속에 아른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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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 무너지려는 이성을 그 흔들림 없는 신뢰로 가득한 눈빛을 떠올리며 붙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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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 끝날때까지 얌전히 있자. 착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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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뽀끄루 대마왕 냐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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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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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 뽀끄루의 천진한 표정이 내 심장을 강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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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 제, 제길. 이건 위험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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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 지금까지 대원들과 많은 역경을 헤쳐왔지만 이렇게까지 위기감을 느낀 적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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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식은땀을 느끼며, 나는 뽀끄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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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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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 피눈물을 흘리는 심정으로 뻗던 손을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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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뽀끄루 대마왕 사장님... 헤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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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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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뽀끄루는 마치 고양이가 그루밍을 하듯이 내 얼굴 이곳저곳을 핥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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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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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 미안해,뽀끄루. 난 여기까지인가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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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 이성의 벽에 금이 가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그 균열 사이로 참을 수 없는 욕망이 새어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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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 머리 위에 물음표를 띄우는 뽀끄루를 무릎 위에 마주보게 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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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뽀끄루 대마왕 우냐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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큭큭... 마구마구 쓰다듬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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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 검은 욕망이 마침내 입 밖까지 새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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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망진창으로 만들어주지... 큭큭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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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 마침내 위기감을 느낀 것인지 뽀끄루가 몸을 굳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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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 하지만 늦었다. 뽀끄루는 이미 내 손아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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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착하지... 얌전하냐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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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 옆구리에서 느껴지는 강한 통증에 나도 모르게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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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 눈물을 찔끔 홀리며 돌아보자 익숙한 고양이 메이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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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S 페로 주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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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 보란듯이 한숨을 내쉬는 페로와 차마 눈을 마주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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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런 눈으로 보지 말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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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S 페로 주인님께서 가끔씩 엉뚱한 행동을 하시는 건 알고 있었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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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 어느새 내 품을 빠져나가 기지개를 켜고 있는 뽀끄루를 바라보던 페로의 시선이 설명을 요구하듯 나에게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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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 간략하게 상황을 전하자 페로는 또다시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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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S 페로 ...큰 문제는 아니었군요. 방해해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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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냐,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널 뻔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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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 뽀끄루의 풍성한 머리카락을 쓰다듬기 시작했다간 영원히 헤어나올 수 없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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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무슨 일로 온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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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S 페로 근처에서 철충 무리가 발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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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S 페로 저희들끼리 해결할 수 있는 수준으로 보입니다만,br]주인님께서 작은 전투라도 직접 지휘하시겠다고 하셨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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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았어. 그럼 인원 선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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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뽀끄루 대마왕 뽀끄루가 갈게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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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뽀끄루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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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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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가 난처하게 올려다보자 페로는 또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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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S 페로 알겠습니다. 뽀끄루 씨는 강하지만, 저 상태로 제대로 싸울 수 있을지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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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S 페로 제가 따라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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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 부탁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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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함장실을 뒤로하던 페로가 문 앞에서 멈칫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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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S 페로 저, 저기... 주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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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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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페로의 시선이 바닥을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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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동안 눈을 깜빡이며 손가락을 꼼지락 거리던 페로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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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S 페로 ...주, 주인님께서 원하시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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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S 페로 저, 저도... 할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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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S 페로 ......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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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볼을 새빨갛게 물들인 페로는 내 심금을 울리는 한 마디를 남기고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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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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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소의 페로도 좋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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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끔씩 부탁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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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
| 함장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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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뽀끄루 대마왕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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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뽀끄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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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 불행인지 다행인지 전투중에 그만 뿔이 벗겨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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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 함께 나간 페로 덕분에 전투는 무사히 종료됐지만, 돌아온 뽀끄루는 굳게 입을 다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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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미안해. 나도 모르게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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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뽀끄루 대마왕 아뇨, 사장님을 탓하는 건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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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뽀끄루 대마왕 그냥... 그런 모습을 보여버려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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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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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 고양이처럼 애교를 부리던 뽀끄루의 모습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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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 그 모든 기억이 남아 있다고 생각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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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뽀끄루 대마왕 헤헤... 이제 어떻게 되든 상관없어요. 그런 모습까지 보여 버린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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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뽀끄루 대마왕 사장님, 어서 뿔을 씌워 주시겠어요? 헤헷, 그래도... 이번에는 조금 덜 부끄러운 거였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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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 모든 것을 내려놓은 듯 후련하기까지 한 뽀끄루의 미소가 가슴을 쿡쿡 찔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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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 양심의 가책을 느끼며 다시 레플리카를 집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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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 이번에는 부디 잘 끝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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