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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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편집]


한자어 '존재'()에는 다음과 같은 의미들이 있다.

2. 한국어에서의 의미[편집]


현대 한국어에서 동사 "존재한다"는 "있다"와 비슷한 의미로 쓰인다. 예컨대 "증거가 존재한다"는 문장은 "증거가 있다"라는 말과 비슷한 의미로 쓰이는 게 일반이다. 혹은 "존재한다"는 말은 단순히 "있다"는 말에 더하여 "현실에 실제로 있다"는 말과 비슷하다는 직관도 있는 것 같다. 더불어 명사 "존재"는 "사물", "있는 것", "대상" 등과 비슷한 의미로 쓰인다.

그런 면에서 우리말 "'없다'", "()" 등과는 반의어 관계에 놓인다.

2.1. 번역 문제[편집]


비슷한 뜻인 한자어 "有"가 매우 오래 전부터 쓰였고, 또 비슷한 뜻인 "存"과 "在" 한자 각각이 모두 오래 전부터 쓰인 것에 반하여, 두 글자가 합쳐진 "존재(存在)"는 근대에 서양 문물을 번역하면서 생겨난 말로 추정된다.

한자어 "존재(存在)"는 인도유럽어족에서 존재 동사 및 계사로 쓰이는 표현들, 예를 들어 영어의 그 유명한 Be-동사로부터 비롯된 어휘들, 대표 격인 "being"이나 "existence"에 대응한다. 즉 "being"과 "existence"[1] 모두 각각 쓰임새에 따라 "존재"로 번역되고는 한다.

다만 철학에선 다양한 전통 및 맥락에 따라 전혀 다른 한국어 번역어가 쓰이기도 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실존주의 철학에서 "existence"를 실존"''이라는 이름으로 부르며 독특한 의미를 부여하는 게 대표된다. 비슷한 맥락에서 "현존" 같은 표현도 종종 쓰인다. 따라서 철학에서 "존재"라는 말이 등장할 땐 그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선 맥락을 세심히 살펴야 한다.

3. 철학적 논의[편집]


이제 저희가 곤경에 처한 만큼, 당신께서 "존재(ὄν)"라고 말씀하실 때 뜻하시는 바가 대체 무엇인지, 저희에게 분명히 말씀해주시길 바랍니다. 당신들이 그게 무엇인지에 관해 줄곧 알고 계셨던 것에 반하여, 저희들은 과거엔 그게 뭔지 알았다고 생각했습니다만 지금은 곤경에 처해 있다는 게 분명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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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톤, 『소피스트』[2]


어떤 의미건 "존재"는 고대부터 매우 수수께끼 같은 주제이다. "존재"라는 말부터가 지극히 포괄성이기 때문이다. 이를 탐구하는 분야가 형이상학 가운데 존재론이다. 유사 이래 수없이 많은 논의가 있었지만, 그 대표적 예는 다음과 같다.

3.1. 파르메니데스[편집]


서양 철학사에서 "존재(ὄν)"에 최초로 관심을 기울인 철학자 중 하나인 파르메니데스의 단편들은 "존재가 비존재할 수 없다"는 발상을 근거로 세계는 하나이며, 운동, 변화 따위는 없다는 견해를 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는 게 통설이다. 하지만 "ὄν"에 대한 대안적 해석이 가능하다는 반론을 근거로 이러한 해석을 둔 많은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파르메니데스 항목 참조.

3.2. 알렉시우스 마이농[편집]


알렉시우스 마이농은 대상(objekt), 있음(sein)과 존재(existenz)를 구분한 것으로 유명하다. 물리적 사물, 예를 들어 눈 앞의 책상은 존재하는 대상이다. 반면 추상적 대상인 는 있지만 존재하지는 않고 그저 존립(bestand)할 따름이다. 그리고 그에 반해 '빨강색임과 동시에 파랑색인 책상' 같은 대상은 존재하지도, 있지도 않은 대상이다.

3.3. 윌러드 밴 오먼 콰인의 존재론적 개입[편집]


버트런드 러셀 등 선배 철학자들의 입장을 계승하여 콰인은 1차 술어 논리에서의 양화사 '[math(\exists)]'가 "존재" 개념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생각했다. 콰인의 입장은 다음과 같다: 이론 [math(T)]가 세계를 가장 잘 설명하는 이론(예. 최첨단 물리학)이라고 가정하고, [math(T)]의 모든 명제들을 1차 술어 논리 언어로 번역하자. 이때 [math(T)]의 모든 명제들이 참이 되기 위해서는 일련의 변항의 값들이 논의역(domain)의 원소여야 될 것이다. 그렇다면 그 변항의 값이 되는 것이 바로 존재하는 것이다.

  • 예. 최선의 이론을 번역한 명제들 가운데 '[math(\exists x (Fx \wedge Gx))]'라는 명제가 포함된다고 하자. 변항 [math(x)]에 할당된 것이 없으면 해당 명제는 참이 될 수 없으므로, 곧 [math(x)]의 값은 존재한다.

이런 콰인의 입장은 다음과 같은 사뭇 시적 경구로 표현되기도 한다:

존재한다는 것이란 곧 변항의 값이 되는 것이다(To be is to be the value of a variable)[3]


3.4. 불교[편집]


불교의 제법무아(諸法無我)에 따르면 마음에서 비롯된 나(아상(我相))라는 관점은 그릇되고 본성이라는 것은 결국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3.5. 게오르크 빌헬름 프리드리히 헤겔[편집]


헤겔의 말에 따르면 순수한 '존재'는 와 동일하다고 한다.

3.6. 마르틴 하이데거[편집]


하이데거는 철학사에서 플라톤 이후 존재에 대한 담론의 패러다임을 바꿨다고 평가된다. 존재라는 개념의 의미에서 새로운 지평을 열면서 20세기 철학자중 비트겐슈타인과 더불어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친 철학자로 분류되기도 한다. 자세한 내용은 하이데거 문서의 존재와 시간 항목 참조

3.7. 기타[편집]


대부분의 철학에서 깊게 파고들지 않고 대충 건드리다 넘어간 논의지만, 건들기 시작하는 순간 밑도 끝도 안 보이는 아득한 주제인지라 이걸 설명하는 데 진척이 있었다고 인정되는 이론들은 하나같이 그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철학사상이 되어버리기 일쑤다.

이런 생각을 하다가, 특히 자기 자신의 존재를 생각하다가 자살까지 한 사례가 종종 보고된다.


4. 카카오웹툰[편집]


존재(웹툰)
[1] "exist"부터가 라틴어에서 전치사 "ex"에 (영어의 be에 해당하는) esse 동사의 3인칭 단수 변화형인 "ist"가 결합하여 생겨난 어휘다.[2] 사실 이부터가 꽤 논란이 있는 번역어다. 왜냐면 플라톤 해석에서 "ὄν"이라는 말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현대의 철학사가들에게도 여전히 문제거리기 때문이다[3] 다만 콰인은 이 경구가 사뭇 오도하는 어감으로 쓰일 수 있음을 경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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