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헤미아 공국

1. 개요[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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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헤미아 왕국의 전신이 되는 체코인들의 국가

2. 신성 로마 제국 편입 이전의 역사[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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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 6세기 경, 보헤미아 지역은 게르만족의 대이동 후 슬라브인들이 들어와 살던 지역이었다. 그러다가 623년 아바르족이 침입하기 시작하자 프랑크족 상인이었던 사모가 슬라브인들을 규합, 이른바 사모 제국을 세우고 아바르인을 물리쳐 보헤미아는 사모 제국 휘하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러나 658년 사모가 죽자마자 곧바로 제국이 해체되었고, 이후 한동안 보헤미아의 기록은 남아있지 않다.

그러다가 서기 805년 카롤루스 대제가 자신의 아들을 보내 이곳을 정벌하여 프랑크 왕국 소속이 되었다.

그러나 카롤루스 대제가 사망하고, 제국이 분열되는 과정 속에서 보헤미아는 프랑크 왕국의 통제를 벗어나게 되었고, 830년경 대 모라비아 왕국이 들어서자 모라비아의 영향권에 속하게 되었다. 그러나 900년경 모라비아마저 마자르족의 침략을 받아 분열하기 시작하자 모라비아의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시작, 모라비아와 동프랑크 왕국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게 되었고, 모라비아가 완전히 멸망한 뒤에는 100여년 동안 동프랑크의 후신인 신성 로마 제국과 반목과 복종 사이를 오가며 독립 공국으로, 인근 지역에서 가장 강력한 정치세력으로 성장했다.

한편, 이런 과정 중에 프로셰미슬 가문이 보헤미아의 지배 세력으로 등장했다. 체코의 가장 오래된 역사 문헌인 프라하의 사제 코스마스가 기록한 《보헤미아 연대기》에 적힌 전설에 따르면 아래와 같은 내용이다.

8세기경 보헤미아 사람들 사이에 서로 다툼이 일어나자 크록이라는 사람이 중재를 맡았고 그가 죽자 그의 세 딸들 중 막내인 리부셰가 아버지의 역할을 이어받았다. 리부셰는 사려깊고 현명했으며 미래를 예언하는 능력까지 있었다고 여겨지나 여자였기 때문에 그녀의 결정을 따르기를 거부하는 사람들이 생겨났고, 그래서 리부셰는 농부 프르셰미슬을 자기 남편으로 삼아 그와 함께 사람들을 규합했다. 결국 리부셰의 예언에 따라 보헤미아인들이 프라하 성을 세우면서 프르셰미슬과 리부셰의 후손들이 프라하와 그 주변을 통치하며 프르셰미슬 가문을 일으키게 되었다는 것.

어쨌거나 867년 경, 이들의 후손이었던 보르지보이 1세가 보헤미아의 지배자임을 자처하게 되는데, 당시 보헤미아의 종주국이었던 모라비아가 보헤미아 지역을 안정시키기 위해 보르지보이 1세의 지위를 인정했고, 이로써 프로셰미슬 가문이 자연스럽게 보헤미아의 지배 가문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그리고 동시에 모라비아에서 키릴로스와 메토디오스를 보헤미아에 보내 기독교를 전파, 당시 보헤미아의 군주였던 보르지보이 1세를 기독교로 개종시킨다. 다만 이 개종 역시 모라비아와 보르지보이 1세 각자의 필요에 따른 정치적 선택이었던 것으로서, 보헤미아 지역의 완전한 기독교화는 이후로도 더 시간이 필요했다.

3. 프르셰미슬 왕조[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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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르지보이 1세 이후 보헤미아의 지배자는 라틴어로 Dux(공작)로 번역되는데, 보헤미아가 신성 로마 제국에 편입되는 과정 속에서 공식 용어로 굳혀지게 되었고, 보헤미아는 자연스럽게 Herzogtum(공국)으로 불리게 되었다.

어쨌건 더이상 보헤미아를 변방의 야만인 쯤으로 무시할 수 없게 된 1002년, 오토 왕조의 하인리히 2세가 당시 보헤미아의 자칭타칭 공작이었던 블라디보이에게 정식으로 작위를 내리게 되었고, 이로써 보헤미아는 신성 로마 제국의 정통 공작이 다스리는 정식 공국으로서 제국에 편입되었다. 여기서 아이러니한 사실은 블라디보이는 프르셰미슬 가문 소속이 아니라 계승 분쟁 중에 폴란드 왕국의 지원을 받아 보헤미아의 지배자가 된 피아스트 왕조 소속으로 추정되는 폴란드 계통의 인물이었다. 어차피 신성 로마 제국 소속 정식 공작이 된 바로 다음해 사망하여 다시 프르셰미슬 가문이 보헤미아의 주인이 되었기에 자연스럽게 프르셰미슬 가문이 신성 로마 제국 소속 공작가로 남지만...

문제는 위의 사실에서 엿볼 수 있듯이 보헤미아와 프르셰미슬 가문에 계승 제도가 제대로 확립되지 않아, 통치기간이 1년도 채 안 되는 공작들이 난무하고, 퇴위되었던 공작이 다시 작위를 되찾는 일이 발생할 정도로 보헤미아의 계승 구도가 혼란스러웠다. 1차적인 원인은 이 지역이 옛 부족제 관습에 강하게 얽메여있다보니 장자 계승이 확립되지 못하고 공작의 즉위가 의회의 추대라는 방식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말이 좋아 의회 추대이지 사실은 옛 부족원들 사이에서 나이와 경륜을 갖춘 실력자를 지도자로 인정하는 것에서 달라진 것이 전혀 없었다. 어쨌건 이런 계승 방식으로 인해 나이와 경륜을 갖춘 전임 공작의 아우들이 공작으로 추대받아, 승인받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즉, 고대, 중세 초기 동•서양 어느 곳에서나 흔하게 발생했던 형제 계승이 잦았다. 그런데 문제는 형제 계승은 법적으로 명확하게 정해진 것도 아니고 큰 단점이 있었다. 바로,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 전임 공작의 아들인 집안 장손이 장성하여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게 되면, 그때마다 계승권 분쟁으로 인한 내전이 발생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어 형제 지간, 숙질 지간에 늘상 다툼이 일어났는데, 이게 보헤미아에서는 유독 심할 정도로 빈번했다. 왜냐면, 보헤미아는 편입된 즉시, 아니 편입되기 이전부터 신성 로마 제국내에서 가장 중요한 정치세력 중 하나로 늘 갈등 관계에 놓여있던 기존 독일 대가문들이 앞다퉈 손을 잡으려는 세력이었고, 계승권 분쟁의 당사자 역시 독일쪽의 이 가문, 저 가문에 줄을 대어 자신의 동맹세력으로 끌어들였던 것. 결국 보헤미아 집안 싸움이 신성 로마 제국 내부의 갈등과 연계되니 늘상 싸움이 커질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다가 마침내 브라티슬라프 2세가 등장했다. 브라티슬라프 2세는 계승 분쟁 끝에 보헤미아 공작이 되어 20년 넘게 보헤미아를 안정적으로 다스리는데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카노사의 굴욕으로 유명한 잘리어 왕조의 황제 하인리히 4세의 가장 중요한 동맹세력이었다. 결국 1085년 브라티슬라프 2세는 하인리히 4세에 의해 최초의 보헤미아 왕이 되었고, 죽을 때까지 10년 동안 국왕으로 보헤미아를 다스리게 된다.

하인리히 4세가 독일인도 아닌 브라티슬라프 2세에게 덜컥 왕 작위를 내린 것은 여러 정치적인 이유가 있었다. 일단, 보헤미아는 왕국이라 칭해도 될 정도로 강성하긴한데 독일인이 아닌 이방인 민족 슬라브인들이기에 당장 황제로 선출되기엔 결격 사유가 있어 장차 라이벌이 될 위험성이 덜했다. 또한 이 작위는 계승이 인정되는 세습직이 아니라 브라티슬라프 2세 본인에게만 적용되는 명예직이었다. 즉, 동로마 제국에서 불가리아나 조지아 군주들에게 내린 명예직인 카이사르(부제)와 거의 비슷한 경우였다.[1]

그러나 문제는, 위에서 언급했듯이 왕 작위만 내렸을 뿐 왕위 계승권은 내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계승권이란, 곧 신성 로마 제국의 로마왕 시스템을 뜻하는데, 보헤미아의 현 왕이 살아있는 동안 후계자에게 직접 공동 왕위 혹은 공작위를 내려 후계자의 세습을 미리 정해두는 시스템을 말한다. 그런데 브라티슬라프 2세가 받은 왕 작위는 명예직으로서 공동 왕을 임명할 수 있는 권한이 없었다. 결국 1092년 브라티슬라프 2세가 죽자마자 보헤미아는 다시 공작이 다스리는 공국의 지위가 되었고, 예전처럼 계승권이 확립되지 않은 공작위를 두고 후계자들의 갈등이 되풀이되었다. 이런 와중에 최초로 보헤미아 왕 작위를 내린 하인리히 4세 역시 브라티슬라프 2세가 죽은 바로 다음해에 자신의 맏아들로부터 반란을 얻어맞아(..) 맏아들을 로마왕에서 폐위시키고 차남 하인리히를 후계자로 지정하는 등의 고난을 겪은 끝에 사망했다. 그리고 하인리히 4세 이후의 황제들에게는 하인리히 4세처럼 보헤미아 군주를 왕으로 앉히고 강력한 동맹국으로 묶어둘만한 여력도, 보헤미아의 후계 구도에 신경 쓸 여유도 전무했다. 결국 보헤미아의 계승권 혼란이 재발했다.

그러다가 초대 왕이었던 브라티슬라프 2세가 죽은 뒤 66년이 지나, 블라디슬라프 2세가 보헤미아의 제2대 왕이 되는데 성공했다. 사실 블라디슬라프 2세는 공작위 후보자 시절에 당시 독일왕이던 호엔슈타우펜 가문의 콘라트 3세와 연결되었고, 콘라트 3세의 지원으로 경쟁자들을 제치며 공작이 되는데 성공한 경우였다. 즉, 콘라트 3세가 처음부터 공을 들여 자신의 강력한 동맹세력으로 육성한 것이었는데, 어쨌거나 18년 동안 공작으로서 보헤미아를 안정적으로 다스리는데 성공했고,[2] 신성 로마 제국 안에서 핵심적인 친황제 세력으로 성장했다. 콘라트 3세가 죽은 뒤 즉위한 콘라트의 조카 프리드리히 1세 바르바로사 역시 블라디슬라프 2세를 중요한 동맹으로 생각했기에, 그가 황제로 즉위한 3년 뒤 1958년 블라디슬라프 2세에게 왕 작위를 내렸다.

이런 다사다난한 과정을 거쳐 보헤미아에서 두번째로 왕이 된 블라디슬라프 2세는 공작으로서 18년, 왕으로서 14년 도합 32년 동안 보헤미아를 다스리면서 베네딕트 회, 구호기사단 등의 선진적인 기독교 세력들을 보헤미아에 받아들이고 곳곳에 수도원을 짓는 등 기독교 문화를 꽃피우며 보헤미아를 번영시켰다. 그러나 문제는 블라디슬라프 2세 역시 계승 제도를 확립시키는데는 실패했다는 것이다. 사실 프리드리히 1세 바르바로사가 블라디슬라프 2세를 왕위에 앉힐 때는 장자 계승을 약속하긴 했는데, 정작 블라디슬라프 2세의 말년에 그 약속을 깨뜨려 장자 계승이 흐지부지되었다.

블라디슬라프 2세와 프리드리히 1세 바르바로사 간의 불화는 블라디슬라프 2세의 차남이 잘츠부르크 대주교가 되는 일에 프리드리히 1세 바르바로사가 반대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한마디로 보헤미아가 지나치게 강성해지자 프리드리히 1세 바르바로사가 뒤늦게 보헤미아를 견제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블라디슬라프 2세는 말년에 장남 베드르지흐를 보헤미아 공작에 앉히면서 사실상 차기 왕으로 선언했는데, 이때 프리드리히 1세 바르바로사가 예전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리고, 보헤미아 귀족들이 반발하니 나도 승인하기가 어렵다는 핑계를 대며 승인을 거부했다. 심지어 베드르지흐는 태어났을 때부터 프리드리히 1세 바르바로사를 대부로 삼아 그의 이름을 따 이름이 프리드리히였는데도 불구하고...[3] 어쨌건 베드르지흐는 1172년 아버지 블라디슬라프 2세가 죽자 1년 만에 보헤미아 공작위에서 물러나 사촌에게 보헤미아를 넘겨줘야 했고, 9년 뒤 사촌이 사망한 뒤 다시 보헤미아를 차지하긴 했으나 황제의 눈치를 보며 굽신거려야만 했다. 간신히 황제의 승인을 얻은 뒤에도 내부의 반란 세력과 죽을 때까지 싸워야만 했다. 간신히 내부 반발을 마무리하자마자 프리드리히 1세 바르바로사의 3차 십자군 원정에 끌려가는 신세가 되었는데, 공교롭게도 프리드리히 1세 바르바로사가 죽기 1년 전에 먼저 죽음으로써 베드르지흐가 황제에게 굽신거려 얻어내기로 한 약속들이 전부 허사가 되어버렸다.

어쨌거나 이런 식으로 블라디슬라프 2세 사후 형제, 삼촌, 사촌들 간에 계승 분쟁이 발생했고, 20년 동안 이어지다가 마침내 1192년에 행운과 실력이 겹쳐 오타카르 1세가 보헤미아의 지배자가 되었다. 오타카르 1세가 보헤미아의 군주가 되었을 때 마침 프리드리히 1세 바르바로사 사후 황제 자리를 둘러싼 벨프 가문과 호엔슈타우펜 가문 사이의 다툼이 격화된 상황이었는데, 보헤미아에 대한 견제고 나발이고, 양쪽 가문 모두 오타카르 1세와 손을 잡기 위해 혈안이 되었다. 1198년, 프리드리히 1세 바르바로사의 아들인 호엔슈타우펜 가문의 필리프가 오타카르 1세에게 왕 작위를 내림과 동시에 왕위 계승권까지 보장하며 그를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였지만, 곧바로 필리프의 경쟁자였던 벨프 가문의 오토 4세가 오타카르 1세를 회유하여 필리프를 배신하도록 만들고, 보헤미아 왕위를 승인했다. 마침 교황 인노첸시오 3세 또한 양쪽 가문 사이를 오가며 신성 로마 제국의 황권 약화에 골몰하던 터라, 교황 역시 오타카르 1세의 왕위를 인정해주었다. 이렇게 되자 오토 4세가 몰락한 뒤 신성 로마 제국의 주인이 된 프리드리히 2세 역시 보헤미아의 왕 작위 및 왕위 계승권을 인정해줄 수 밖에 없게 되었다. 오타카르 1세가 박쥐 노릇을 하긴 했지만(..) 사실 본인이 박쥐 노릇을 하고 싶어서 한 것도 아니었고, 신성 로마 제국의 정치 구도 안에서 보헤미아가 더이상 무시할 수 없는 세력으로 성장했음이 분명해졌기 때문이다.

결국 이렇게 길고 긴 험난한 과정을 거쳐 신성 로마 제국에 편입된 후 200년이 지난 1212년 보헤미아 왕위 세습권이 확립되었다.

이후 역사는 보헤미아 왕국 문서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