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brary of Ruina/모드/붓 공방

#373a3c>나는 들었다. (하지만 의미는 없다.) 어떻게 보면 고해이고, 어떻게 보면 조롱일 수도 있겠지. (하지만 역시 의미는 없다.) 의미는 없다, 고 들었다. 의미는 없다고. 그 허접하고 난잡한 그림에 제멋대로 의미를 붙이고 가치를 매기는 꼴이 우습다고. 의자 다리를 피로 물들이고 든 생각은 복잡했다. 어떻게 보면 분노이다. (하지만 어떤 분노인가?) 어떻게 보면 안도감이다. 나의 의미가 희미한 것이 아니라(모든 의미가 없다는 사실을 미뤄두고) 의미를 새겨 줄 사람이 없었던 거라고. 내게는 잘못이 없다. (하지만 모두 그렇다.) (모든 것에 타고난 의미는 없다.) 하지만 의미 없는 채로 머무르란 법은 없으며, 의미를 부여해 줄 누군가를 필요로 한다. 그러니 슬퍼할 필요는 없다. (슬퍼함에도 의미는 없다.) 화낼 필요도 없다. (그저 하던 대로, 의미를 부여한다.) ()>
>-큐레이터의 책장에서 발췌

#373a3c>살려고 별 지랄을 다 했어. 리만에게 숫자를 전달하고, 유니콘 인형을 공원으로 옮기고, 혜인이 하얀색 벽에서 초록색을 볼 방법도 찾았어. 내가 그린 그림을 죽이라는 별 말같지도 않은 지령을 받고서는, 내 소중한 작품들에 먹을 칠하고, 칼로 찌르고 찢고, 죽은 사람의 그림을 수없이 그리고서도 쳐들어온 대행자한테 전두엽을 으깨졌다고! 생명 보험을 들어 놔서 목숨은 건졌지만 지령은 날 쳐 놔줄 생각이 없더라. 지령 때문에 억지로 간 그 지옥같은 도서관에서 도망쳐 나온지 얼마나 됐다고, 도서관으로 가라는 지령을 또 받았거든! X발! 지금 와서 가장 후회하는 게 있다면 백야, 흑주가 일어나고 바로 L사 둥지를 뜨지 않은 거고, 두번째로 후회하는 건 검지의 보호를 받기로 결정한 거야. 대체 왜 그랬을까... 내 안전을 다른 사람 손에 맡기다니, 그것도 이런 미친놈들한테...>
>-라마커스의 책장에서 발췌

#373a3c>붓 공방은 그 이름대로 커다란 붓 모양의 무기를 만들어 판매합니다. 동봉된 물감은 각 색깔마다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고, 붓에 부착되어 나오는 트레이는 무게를 실어 주는 동시에 상황에 맞는 색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이런 특이한 동작 방식와 유연하게 움직이는 끝부분 덕에 붓 공방 무기는 그 어떤 상황에도 적절한 대응이 가능할 정도로 무궁무진한 활용성을 보여줍니다. ...물론 말이 그렇다는 거지, 제대로 쓰려면 당연히 손에 익어야지. 어느 공방의 어느 무기가 아니겠냐마는, 붓 공방 무기는 좀 더 심한 느낌이 들어. 지금까지 우리 무기를 산 사람들도 여럿 보고 직접 연습도 해보고 했는데도 아직까지 우리 공방장만큼 잘 다루는 사람을 본 적이 없네. 옛날에 화가였다는 얘기를 얼핏 들었는데, 그 영향이 있으려나? >
>-붓 공방 해결사의 책장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