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brary of Ruina/모드/나모 접대 모드

#373a3c>롤랑이 미쳐 도시 전체를 헤집고 다니고, 올리비에가 그의 뒷바라지를 하며 일을 수습하고, 아스톨포는 필사적으로 롤랑을 말렸다. 그게 불과 몇 달 전까지의 찰스 사무소의 풍경이었다. 미쳐버린 대장을 어떻게든 제정신으로 돌려두겠다고 11명의 해결사들이 입을 모았다. 개중에는 르노처럼 롤랑과 딱히 좋은 사이가 아닌 해결사도 있었지만, 별 수 없었다. 찰스 사무소의 대장을 맡을 정도의 강자가 미쳐서 도시 전체를 들쑤시고 있는데, 최소한 지인이라도 되는 우리가 그를 막을 수 밖에 없었다. 말은 거창하게 했다만, 사실은 아스톨포와 올리비에만이 제 발품을 팔아 롤랑을 막았다. 르노와 그 패거리들은 롤랑을 돕는다는 것에 그닥 탐탁지 않은 것 같았다. 페룸부라, 오투엘, 튀르팽... 그들은 딱히 롤랑에게 관심은 없는 것 같았다. 당연한 일이었다. 롤랑이 은퇴한 이후 구심점을 잃은 우리는 모두 뿔뿔이 흩어졌으니까. 그런 이들을 억지로 불러모아 일을 하려 하니 삐걱거리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이윽고 롤랑은 어딘가로 사라져버렸다. 그때 즈음 나도 R사에 입사 제의를 받기도 했고, 올리비에는 자신이 속한 협회로 되돌아갔다. 오지에는 워낙 일이 바쁜지 자주 자리를 비웠다. 마우그리스와 르노, 브라다만테는 개인 사무소를 차린다고 했고... 결국 모였던 11명의 해결사는 다시금 뿔뿔이 흩어졌다. 변하지 않는 사람은 드물다. 롤랑도 결혼하더니 사람이 변해버렸고, 그렇게 사랑하던 아내를 잃고 미쳐버렸다. 나조차도 가끔 찰스 사무소가 있던 거리를 찾으며 그곳에서의 향수를 떠올린다. 너무나도 변해버린 우리들은, 이제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걸까.>
>-나모의 책장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