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brary of Ruina/모드/뒤틀린 루돌프 모드

#373a3c>인간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는 축생을 모아놓은 곳이 이곳이야. 원래부터 축생에 적합한 인간들을 모아놓지. 뒷골목이 만든 잔인한 환경 속 살아남기 위해서 인간의 마음을 버린 이들, 그래 굳이 따지자면 묘가 여기에 해당하겠네. 혹은 태생부터 타고난 축생들을 모아놓고 자신이 이런 삶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자각 시켜버리지.[br][br]순록팀의 무기는 결국 뇌에서 나오는 전기자극을 이용하는 거야. 무기가 밝게 빛날 수록 그 무기에 전파를 공급하는 순록은 갉아먹히는 거지. 웃기지? 밝게 길을 비춰준다는 순록, '루돌프'라는 이름이 애석하게 뿔에서 나오는 밝은 빛은 뇌를 혹사시키다 미쳐버리고 그걸 보고 또 다른 놈이 미쳐버리는 것을 반복해.[br][br]조금만 생각해봐도 간단하지. 자신이 복제가 된다고 해도 결국에는 죽는 것은 자기 자신이고 복제되어 살아나는 것은 개별의 존재거든. 도구가 인간의 마음을 가져서 되겠어? 아주 작은 마음조차 가질 수 없게 부숴버리는 거야.[br][br]그렇게 되면 부화장에서 몇천 명의 내 모습과 같은 인간들을 죽이고 먹는다는 것을 점점 당연하게 생각하게 돼. 다른 이들은 이걸 개미 털기라고 말하나 봐. '이번 개미 털기가 끝나면 얼마나 더 유능한 복제가 나올까.'라는 생각과 함께 점점 도구로서의 가치로 발전하는 나 자신의 모습을 자각하게 되면 가끔은 스스로 토가 치밀 지경이지.[br]원래 루돌프라는 사람의 모습은 껍데기만 남고 사라진 지 오래일 텐데 말이야.[br][br]아직 선발 놀이도 날개의 비밀도 많이 겪지 않은 열정적인 순록들. 산더미처럼 쌓인 나의 시체를 보면서 그저 '이 부화장에서 나가는 건 나구나'라고 생각할 뿐인 나. 과연 어느 쪽이 길을 잃은 것일까?>
>-웬디고의 책장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