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brary of Ruina/모드/R사 제 2무리 스토리 모드

#373a3c>다른 무리의 일이라고 언제나 우리와 전혀 다른 세계의 일은 아니야. 각 무리가 나뉜 만큼 서로는 영향을 주고받고, 일감이 오가거나 평판의 차이로 업무 분담이 이뤄지기도 하는데다, 심하게는 처분 여부마저 다른 무리의 현황에 영향을 받기 마련이지. 바로 지금이 그 영향을 받은 최악의 상황인거고. 4무리의 처분 이후로 4무리의 일이 대부분 우리에게 넘어왔어. 2무리 전체가 모자란 에너지를 바닥까지 쥐어짜가며 일했지만, 높으신 분들이 탁상공론을 하시는데에 우리 노고가 눈에 뵈기나 하겠니? 심하게는 1무리보다도 열악하게 일하고, 죽고, 복제되며 버틴 우리의 처분이 이정도로 간단히 입에 오르내릴 논제는 아니라고 생각한 내가 우스울 지경이지, 뭐. 신뢰를 바탕으로 돌아가는 날개. 다른 날개와의 협력이 곧 이 날개의 존치 이유이자 존망을 결정하는 요소. 좋게 말하니 신뢰로 죽고 신뢰로 산다지만, 그건 그냥 허울좋게 꾸며졌을 뿐인 의존적인 회사라는 뜻이야. L사가 사라지고 난 뒤 휘청인 R사. 전멸 후 처분당한 4무리. 여전히 모자라는 에너지. 다음은 어디겠어? 4무리 다음으로 가장 잡음이 많아서 처분한다면 투자자들의 신뢰를 확 높여줄 무리. 손가락의 산하 조직들이 상여금을 노리고 자기들 임무 구역을 건드리자 박살을 내버려서 손가락까지 개입할뻔하게 만든 울새와 회사가 명목상으로만 지원하는 치료비가 모자라 결국 대원들의 아우성에 대장이 나서서 뒷골목에서 치료비를 걷어내던 생쥐. 공통점이 뭔지 눈치챘나? 맞아. 울새는 그 과정에서 뒷골목에 잠깐이나마 전례없는 평화로운 상황을, 생쥐는 약간의 돈을 받고 사육제와 청소부 걱정 없이 밤을 지낼 수 있는 치안을 보장해줬지. 허울뿐인 날개와의 신뢰보다도 더 신뢰라는 단어의 뜻에 맞는 것들을 이루어냈는데도, 매체에 비추어지는 2무리는 폭력적이고, 간악하며, R사의 신뢰를 박살내는 트러블메이커일 뿐이야. 도서관에서 피해를 수복한다고? 천만에. 우린 도서관에 죽으러 온거야. 까마귀들에게 처참히 처분당하는 최후가 아니라, 마지막까지 가장 우리답게 죽기 위해서. 우리가 손을 쓸 수 없을게 분명하니까, 그러니까... 처분보다는 훨씬 나은 상황인거지. 안그래? 죽을 때 정도는 고를 수 있는거잖아. >
>-플로렌스의 책장에서 발췌

#373a3c>도시에서 돈은 곧 명줄이야. 부의 축적은 명줄이 길어지는거라고. 사람을 많이 죽일수록 더 많은 돈을 받아. 더 많이 죽일수록 명줄이 길어지는거야. 이 지긋지긋한 도시에서 한결 숨통이 트인 채로 살 수 있다는거지.많이 죽일수록 오래 행복하게 산다. 아이러니하지? 내 목숨은 다른 사람의 목숨을 덕지덕지 기워 만들어진 거라는 뜻이니까. 저마다의 행복만을 바라는 사람은 있어도 타인의 행복을 바라는 도시 사람은 없어. 당장 목에 칼이 들이밀어졌는데 태평히 노래나 부르는 새가 있겠어? 무리간의 충돌은 불가피한거야.모이를 뺏어먹는 새의 머리를 쪼아 뇌를 파먹는것.부화장에서도 임무 수행지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규칙이지. 나약하게 도움을 바라던 과거를 떠올리면서 다시 날개에 연료를 채우고 임무장소에 나가 사람을 죽여. 부화장에서 벌어지는 살육보다도 광범위하고 기름냄새가 넘쳐나는 끔찍한 테러에 임무라는 거창한 이름을 붙여가면서 살아가고 있지만, 울새라면 누구든지 그런 생각을 할거야. 언젠가 새가 되어서 날아가버리고 싶다는, 이런 끔찍한 도시에서 벗어나 탁 트인 하늘을 날고싶다는... 사명감과 우리가 최고라는, 최고의 성과를 자랑하는 울새팀의 일원이라는 도취감으론 해결되지않는 구역질나는 이 괴리감과 자책감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하나뿐이야. 더 많이 날고, 더 많이 죽이고, 더 많이 일하는거야. 그게 내가 살아가는 방법이지.>
>-로베논의 책장에서 발췌

#373a3c>강한 자에겐 약하게, 약한 자에겐 강하게! 가장 좋아하는 말입니다. 무릇 도시에서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던 이미 몸에 밴 말이겠지요. 거기에 손가락질하는 사람은 없을겁니다. 다 먹고살려고 하는건데 그걸 미워하면 어디 쓰겠습니까? 그랬다면 진작 죽었지.. 다들 도시의 규칙에 적응한거라구요. 약탈과 저열한 살인까지 일삼는 더럽고 추접스러운 쥐새끼? 천만에! 누구보다도 도시인답게 살아가는 모습을 비난하다니, 아마 그들은 그것 없이도 잘 사는 사람이겠지요. 제 한 쪽 남은 기계 귀를 걸고 확실할 수 있습니다. 끈적끈적한 독부터 매캐하고 들척지근하게 폐를 파고드는 연기까지. 살려면 그것들과 동고동락하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적절한 치료와 요양으로 몸과 마음을 치료한다면 무엇이 무섭겠습니까? 우리가 진정 무서워하는 건 등에 지고있는 통에 담긴 유독물질도, 책임감없이 신문 지면에서 끊임없이 떠들어대는 자칭 기자들이 만들어내는 소문도 아닌... 돈입니다. 돈. 임무 수행으로 받는 봉급과 자체적으로 지급하는 지원급의 액수는 연기가 닿은 갑주와 독이 묻은 피부를 치료하기엔 턱없이 모자라단말입니다. 상부에 몇번이나 건의해도 에너지도 모자란 마당에 그게 가당키나 한 소리냐고 흠씬 두들겨맞았을때의 그 서러움이란.. 이마에 있는 상처 덕분에 그 지긋지긋한 기억을 몇 번이고 떠올릴 수 있어요. 그럼 우리가 할 수있는게 뭐가 있겠습니까? 쥐새끼는 쥐새끼답게! 무엇이든 허용되는 뒷골목에서 좀 뜯어와야지요. 남의 목숨에 올라타사는것이 썩 탐탁치는 않지만 뭐 어쩌겠습니까. 도시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러는 것 아니었습니까? 새삼스럽게... >
>-모이셴의 책장에서 발췌

#373a3c>우리는 위에서 지시가 내려오면 구역을 지정하여 그곳을 모두 쓸어버리는, 2무리 행동대장 격의 팀이야. 우리들은 울새 팀 내에서 또다시 제각기의 무리를 나누어 활동하고, 각 무리별로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지. 물론, 임무 중 서로의 구역을 침범하는 순간만큼은 한 치의 관용도 없어. 죽자살자 서로를 몰아내기 위해 공격하는거야.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다면, 그리고 임무 중 지정된 구역에 해당 구역을 배정받은 울새 팀 인원을 제외한 무언가가 진입하지 않는다면, 2무리의 어떤 팀 보다도 확실한 처리 실력을 보여준다고 자부할 수 있어.>
>-울새팀의 책장에서 발췌

#373a3c>저희의 일은 불모지를 만드는겁니다. 전쟁에서 승리한 국가가 지나간 지역에 불을 놓고 역병을 퍼뜨려 불모지로 만들듯, 저흰 울새들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그 무엇도 남지 않도록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활용하며 임무의 완수에 변수가 생길 모든 요인들을 차단하죠. 워프 열차 내부의 분란 탓에 울새 팀이 고용된 뒤에 그들이 임무를 마치고 나오면, 몇십만년 간 헤맨 열차 내에서 생겨났을지도 모르는 바이러스, 도시에선 허용되지 않을 생명체 따위 중 워프 정리 요원이 해결하고도 더 확실한 처리가 필요한 것들이 저희가 처리하게 될 대상들이랍니다. 비록 생쥐들이 지나간 자리가 역겹고 비위가 상하는 화재현장 같더라도, 실력만큼은 절대 무시할 수 없을거예요.>
>-생쥐팀의 책장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