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사 전투

1. 개요[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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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218년 가을, 이베리아 반도로 진입한 그나이우스 코르넬리우스 스키피오 칼부스의 로마군이 한니발 바르카가 남겨둔 카르타고군과 맞붙은 전투.

2. 배경[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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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218년, 로마는 9개월간의 사군툼 공방전을 치른 끝에 로마의 '친구'를 자처하던 사군툼을 함락시키고 시민들을 노예로 팔아버린 한니발 바르카를 인도할 것을 카르타고 원로원에 요구했다. 그들이 단호히 거부하자, 로마는 카르타고에 선전포고했다. 한니발은 선전포고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대군을 일으켰다. 그는 우선 피레네 산맥의 원주민들을 제압한 뒤, 11,000명의 병력을 한노에게 맡겨 피레네 산맥의 수비를 맡기고, 자신은 3만 8천 보병, 8천 기병, 코끼리 37마리를 이끌고 이탈리아로 출발했다. 한편, 로마는 전쟁을 선포한 뒤 티베리우스 셈프로니우스 롱구스에게 2개 군단(기병 8,000명, 기병 600명)과 비슷한 수의 동맹군 보병 및 기병을 맡겨 시칠리아로 파견한 뒤 여차하면 아프리카를 치게 했다. 또한 푸블리우스 코르넬리우스 스키피오에게 같은 수의 병력을 맡겨 이베리아 반도로 파견했다. 푸블리우스는 형 그나이우스 코르넬리우스 스키피오 칼부스를 부관으로 삼고 마실리아를 경유한 뒤 이베리아로 진군하기로 했다.

한니발은 피레네 산맥을 넘은 뒤 여러 켈트 부족에 사절을 보내 자신들이 그들을 칠 의사가 없으며, 어디까지나 로마를 공격하러 가고자 할 뿐이니 막지 말아달라고 부탁하면서, 상당한 자금을 '선물'로 줬다. 이보다 앞서, 로마 원로원은 켈트인들에게 사절단을 보내 카르타고인의 진군을 막아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켈트인들은 "로마가 우리에게 베풀어준 게 뭔데 이런 부탁을 함부로 하는가?"라고 비웃으며 거부하였고, 카르타고인들이 건넨 막대한 자금을 보고 기꺼이 길을 열어줬다. 그 덕분에 순조롭게 진군하던 한니발은 그해 9월 볼카이 족의 영토인 론 강 강둑에 이르렀을 때 비슷한 규모의 볼카이 군이 강 건너편에 진을 치고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자, 론 강 전투를 벌여 격파한 뒤 알프스로 진격했다.

이때 마침 마실리아에 도착한 푸블리우스 스키피오는 한니발이 알프스 산맥으로 갔다는 걸 알게 되자, 형 그나이우스 스키피오에게 군대를 맡겨 이베리아로 파견하고, 자신은 이탈리아로 돌아가서 병력을 새로 소집한 뒤 한니발을 저지하기로 했다. 한편, 한니발이 에브로 강 북쪽에 남겨둔 한노의 카르타고군 11,000명은 로마군이 가까운 시일에 이베리아에 들어오지 않을 거라 여기고, 카르타고의 지배에 반항하는 부족 토벌에 진력했다. 그래서 로마군이 진입하는 걸 조기에 알아채지 못했고, 그나이우스는 그 틈을 타 텅 비어있는 해안지대로 진입하여 엠포리아에 도착했다. 이곳은 마실리아의 그리스인들이 건설한 식민도시로, 로마인들을 열렬히 환영했다. 그나이우스는 여세를 몰아 남쪽으로 이동하면서 내륙 부족들과 갈등을 빚고 있던 해안 부족들을 포섭했고, 말을 듣지 않는 부족을 징벌했다.

로마군이 예상보다 훨씬 빨리 도착한 걸 알게 되자, 한노는 키사에 농성하기로 하고 하스드루발 바르카에게 구원을 요청했다. 하스드루발은 8,000명의 보병대와 1,000명의 기병대를 이끌고 북상하면서, 한노에게 자기가 도착할 때까지 적과 교전하지 말라고 거듭 당부했다. 그러나 그나이우스 스키피오가 키사를 향해 진군하면서 여러 부족을 계속 포섭하자, 이대로면 고립무원이 되고 말 거라고 판단한 한노는 하스드루발이 도착하기를 기다리는 대신 전투를 벌이기로 했다.

3. 양측의 전력[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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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마군: 8,000 로마 군단병, 8,000 라틴 연합 보병, 로마 기병 600명, 라틴 기병 600명, 알려지지 않은 이베리아 부족동맹 병력
• 카르타고군: 10,000 보병, 1,000 기병

4. 전투 경과[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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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노의 군대는 로마군보다 수적으로 다소 열세했으며, 전투력도 뒤떨어졌다. 그러나 한노는 이를 만회할 작전이나 매복 공격을 고안하지 않고, 일반적인 전투 대형을 펼쳐서 적과 정면 대결했다. 그 결과 카르타고군은 6,000명에 달하는 병력을 상실했고, 진영에 남아있던 2,000명은 포로 신세로 전락했다. 로마군은 여세를 몰아 키사 마을을 공략했지만, 실망스럽게도 귀중한 전리품을 찾아내지 못했다. 그래도 카르타고 진영에서 한니발이 두고 온 모든 군자금과 군사 물자를 노획할 수 있었다.

한편 한노와 합류하기 위해 북상하던 하스드루발은 한노가 말을 듣지 않고 단독으로 맞붙었다가 참패했다는 소식을 듣고 어쩔 수 없이 철수했다. 다만 그냥 철수하지는 않고, 경기병과 경보병 부대를 해안지대로 파견해 그곳에 정박하고 있던 로마 함대를 습격하게 했다. 그 결과, 로마 함선 60척 중 25척이 파괴되었다. 하지만 얼마 후 마실리아에서 함대를 파견하면서 로마군은 피해를 복구할 수 있었고, 이들은 히스파니아의 카르타고 해안가를 습격하여 상당한 타격을 입혔다.

5. 영향[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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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노가 잔여 병력을 수습하여 에브로 강 남쪽으로 퇴각한 뒤, 에브로 북쪽의 모든 이베리아 부족은 로마군에 복종했다. 이로써 히스파니아에서 한니발에게 지원할 길이 막혀버렸다. 뿐만 아니라 로마가 지중해의 제해권을 틀어쥐고 있었기 때문에, 카르타고 본국에서 한니발을 직접 지원하기가 까다로워졌다. 이로써 한니발은 본인의 정예 전력을 이탈리아 반도에서 계속해서 소진하게 되고, 장기적으로 시간은 로마의 편에 서게 된다. 파비우스 전략은 키사 전투의 승리와 이베리아 북부 장악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반대로 로마군은 이베리아 반도를 공략할 교두보를 마련했다. 이후 그나이우스 스키피오는 트레비아 전투 패전 후 새로 모집한 병력을 이끌고 자신과 합류한 동생 푸블리우스 스키피오와 함께 이베리아 반도에서 6년 여간 군사 원정을 전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