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적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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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편집]
외교관이 '그렇습니다'라고 말한다면, 그건 '고려해 보죠'라는 의미이고, '고려해 보죠'라고 말하는 건 '안 됩니다'라는 의미이다. 하지만 '안 됩니다'라고 말하는 자는 외교관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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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적 수사(外交的修辭, diplomatic rhetoric) 또는 외교사령(外交辭令)[1] 이란 국가원수 등 국가를 대표하는 인물이나 외교관 등 공무원이 국제 무대에서 사용하는 우회적이고 유화적인 수사법을 일컫는다. '외교사령적'이라는 형용사적 용법으로도 사용 가능하다. 이는 외교의 접대적 전통이 가지는 안전주의에서 유래한 일종의 예우적인 행동으로 볼 수 있다.
2. 해설[편집]
외교관은 본인의 국가를 대표해서 간 사람이기 때문에 본인이 하는 말 한 마디가 국익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다른 직업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매우 높다. 역사적으로도 말 한 마디 잘못했다가 전쟁이 난 경우가 차고 넘칠 정도로 많고 어구 하나 하나로 국가의 이익이 오락가락하는 것은 현재진행형이다. 이러니 외교에 있어서는 표현으로나마 자신의 감정을 감추면서 상대방에게 호감을 주는 부드러운 표현을 선택하는 안전제일적 관습이 발전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외교 무대에서는 자신의 속마음을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일이 없고 단어 하나하나의 의미를 깊이 음미해 봐야 뜻을 새길 수 있는 경우가 많으며 속되게 말하면 '장황하고, 밀도가 낮고, 답답하게' 들리는 것이 특징이다. 덕분에 외교관계자들은 아주 중요한 회담장에 가서도 정작 하나마나한 덕담만 하고 돌아오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게 진짜 단순한 덕담이라면 비싼 돈과 인력을 들여서 회담을 열진 않았을 터. 그러므로 그 발언 밑에는 어떠한 의중이 있다. 그런 사정을 깨닫고 해석하고 대응하는 것이 바로 외교의 시작이다.
따라서 일반인의 시각에서 보았을 때 말과 행동, 발언과 정치적 입장이 전혀 다르게 나오는 경우는 수도 없이 많다. 노련한 외교 전문가마저도 고개를 갸웃거릴 정도로 모호한 말과 행동을 보이면서도 일이 끝난 다음에 해석해 보면 항상 말이 들어맞게끔 하는 것이 외교적 수사의 목적이며 정수다. 쉽게 말하자면 외교적 수사는 한 나라의 국익을 걸고 하는 극도로 고도화된 말장난인 것이다. 따라서 이런 표현을 해석하는 상대 외교관 쪽에서도 이미 표현 뒤의 본질을 찾는 훈련을 충분히 받고 외교에 임하고 있다. 만약 이런 표현에 속는 사람이나 나라가 있다면 그 쪽만 바보가 될 뿐.
이와 반대로 외교적 수사를 사용하지 않은 직설적 비난성명을 내는 행위는 외교적인 실책에 가까운 행위가 된다. 이러한 성명이 국민 여론이나 국가 지도부의 심기를 건드려 어떤 후폭풍이 닥칠지 모르기 때문이다. 최소가 경제 및 무역 보복이고 최악의 경우는 전쟁까지도 터질 수 있다. 그렇기에 외교적 수사는 상대국을 최대한 자극하지 않으면서 불필요한 분쟁을 만들지 않는 효과가 있다.
이에 대한 교과서적인 예시가 바로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이다. 9.11 테러가 벌어지자 이에 대해 후세인은 "그것은 신의 응징"이라는 기절초풍할 성명을 발표했는데 이로 인해 이전부터 후세인을 제거하고 이라크를 장악할 필요를 느꼈던 미국은 이 망언을 들어 개전 여론을 이끌어냈고 2년 후 이라크 전쟁 개전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반면 중국, 이란, 팔레스타인, 북한 등 반미 국가들은 속으로는 미국이 얼마나 밉든지 간에 테러를 반대하고 미국을 지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특히 팔레스타인에서는 국민들이 9.11 테러를 기뻐하는 축제를 벌일 정도였지만 지도자였던 야세르 아라파트는 9.11 희생자를 돕겠다고 70이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헌혈까지 하는 쇼맨십을 보여주면서 미국의 노여움이 자국으로 향하지 않도록 노력했다. 이를 보면 외교적 수사를 괜히 애국적인 기술이라고 부르는 게 아님을 알 수 있다.
한국의 경우, 김영삼 전 대통령이 당시 독도 영유권과 관련한 망언을 툭하면 내뱉던 일본 정치계를 상대로 '버르장머리를 고쳐주겠다'고 대놓고 강하게 발언한 바 있었고,#1 그 전에 조선총독부 청사를 해체하는 강수까지 두어 일본 정치계를 사실상 적으로 돌렸는데, 이로 인해 외환위기 당시 일본으로부터 사실상의 보복을 받은 바 있다.#2
외교적 수사에는 돌려 말하기(완곡어법), 점잖게 말하기, 격식 있는 단어 선택과 패러프레이징, 정치적으로 올바른 표현 사용 등이 모두 포함되지만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모호함과 직설성의 적절한 조화이다.[2] 첨예한 이해관계에 관한 외교적 언행은 국내정치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에, 모호한 어구를 사용해서 일부러 다양한 해석을 가능하게 만들면 양 국가 지도부 모두 정치적 운신의 폭이 넓어지며 이것이 서로에게 도움이 되기도 한다. 반대로 다양한 해석이 오히려 양 국가간 신뢰나 이익을 침해할 경우가 있는 사안이 존재하는데 이에 대해서는 모호한 표현 대신 직설적인 어구 사용으로 곡해를 방지하기도 한다.
전자의 경우는 대개 정치적인 사안에 대한 것이라면 후자의 경우는 실무적인 무역/통상 분야나 군사적인 사안에 주로 사용한다. 태평양 전쟁에서 일본이 항복할 때 미국 측이 일본 정부에 보낸 문서의 어휘 중 'Subject to'의 해석이 엇갈려 소장파 장교들의 반란이 일어난 사례가 있다. 다른 예로 조지 W. 부시는 걸프 전쟁, 이라크 전쟁에서 일어난 민간인 피해를 '부수적인 피해'(collateral damage)라고 지칭해 문제의 심각성을 축소시키기도 했다. 만약 이것을 '민간인 학살'이라고 불렀다고 한번 생각해 보자. 당사자들의 심기가 훨씬 불편해지고 외교 부담이 가중되었을 것이다. [3]
외교적 수사는 꼭 외교에만 쓰이는 것은 아니며 정치적으로 상반된 입장을 가진 구성원들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면서 할 말을 하고 싶을때는 언제든지 등장할 수 있다. 한국 사회가 다양성이 존중되는 사회로 발전하면서 정부문서, 학술문서, 방송에서는 법률가에게 자문해서 외교적인 언행들을 많이 쓰고 있는데 자세한 내용은 완곡어법 문서를 참고.
3. 분석[편집]
가령 현재에도 국제 사회에 나치 독일이 존속하고 강대국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고 치자. 이들이 유대인을 학살하고자 해서 다른 국가들이 이에 항의하게 된다면 그 항의문은 아래의 예시처럼 외교적인 수사를 사용한 형식이 될 것이다.
우리는 대독일국의 행동을 항상 존중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일부 과격한 단체들이 인류가 추구하는 가치에 반하는 행동을 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많은 유대인들이 위험에 노출되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저희는 이 유감스러운 사건이 평화적으로 해결되기만을 희망합니다. 만일 필요하다면 사건 해결에 저희가 최대한 도움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러한 표현들의 이면에 숨은 뜻에 대해 해석하면 다음과 같다.
우리는 대독일국의 행동을 항상 존중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 외교에서는 항상 모든 대상에 대해 정식 명칭을 사용하는 것이 관례이며 대상을 찬양하려는 의도가 아니다. 위 예시에서 상대를 '나치 독일' 등으로 칭하는 등 외교적으로 상대의 정식 명칭을 사용하지 않으면 너희들을 정식 단체로 인정할 수 없다는 지독한 모욕의 뜻이 된다.[4]
▶︎ "존중한다"는 말은 진짜 존중해서 쓰는 표현이 아니라 가장 기본적인 의례를 의미하는 것이며 여기에서 변형된 표현이 등장하면 숨은 뜻이 내포되어 있는 것이다.
▶︎ 본 예시처럼 "존중하려 노력한다"라고 표현하는 것은 도발의 의미가 있다. 존중하기가 힘드니 존중받을 만한 행동을 보여보라는 뜻인 것이다. 그리고 "최대한 존중하겠다"라는 표현은 자국의 이익이나 가치에 반하는 상대의 입장은 절대 수용하지 않겠다는 뜻의 아주 강경한 표현이 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일부 과격한 단체들이 인류가 추구하는 가치에 반하는 행동을 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많은 유대인들이 위험에 노출되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 상대국이 주도적으로 유대인 학살을 벌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과격한 단체" 라는 표현을 써서 해당 문제가 외교 상대방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는 식으로 직접적인 비난을 피하고 있다.
▶︎ 인류와 인권 등의 보편적인 가치를 내세움으로써 상대국에 대한 내정간섭으로 비화될 리스크를 줄이려고 했다.
▶︎ 확실한 사실이더라도 '이러한 소식이 들린다' 정도로 부정확한 표현을 일부러 사용함으로써 상대방이 사실을 부정할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해 준다. 유대인 학살이 실재한다고 직접적으로 언급해버리면 혹시 모를 상대방의 변명의 여지를 차단하는 것이나 다름없으므로 심기를 불편하게 할 수 있다.
▶︎ 어떤 유대인들이 무슨 위험에 어떻게 노출되었지에 대한 디테일은 역시 상대의 민감한 이익과 관련되어 있을 수 있으므로 의도적으로 모조리 생략되었다. 외교적 언사에 있어서는 때로는 사실을 나열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강경한 태도로 비쳐질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그런 정보를 알고 있다는 티를 내는 행위 자체가 자국의 첩보 자원을 노출하는 행위가 될 수도 있으므로 국익을 위한 외교 문서에서는 더더욱 생략한다.
저희는 이 유감스러운 사건이 평화적으로 해결되기만을 희망합니다. 만일 필요하다면 사건 해결에 저희가 최대한 도움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희망한다는 표현은 상대방에게 직접 행동을 촉구하지 않기에 가장 소극적이고 안전한 표현이다. 해결해 주길 바란다는 말도 엄청 나간 것이고 보통 해결에 도움을 주겠다는 말로 끝맺는다. 물론 도와주겠다는 말도 확약한 것이 아니고 해결에 도움을 주겠다는 말 자체에 상대방이 먼저 해결을 시작해야 한다는 뜻을 내포하는 것이다.
위의 텍스트 상에 나타난 외교적 수사를 일반적인 수사로 바꾸면 다음과 같다.
우리는 현재 당신들 나치 독일의 행동을 존중해주기 어렵다. 최근 당신네 국가가 국제적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많은 유대인들이 위험에 빠졌다. 우리가 개입하기 전에 당신들 스스로 사건을 해결하라.
내용을 찬찬히 살펴보면 결국 나치 독일의 학살 행위를 비난하는 말이지만 외교적 수사의 사용을 통해 매우 완곡한 어투로 의미를 전달할 수 있게 되었다. 강대국의 뜻을 거스르려는 뚜렷한 의도가 없고, 너희들 모두가 나쁜 놈들인 것은 아니며 너희의 심기가 불편하다면 우리는 조용히 덮고 지나갈 것이라는 의미를 넘치도록 담아 놓았다. 이러한 성명을 받은 국가는 약간 심기가 불편할 수 있겠지만 이 발언을 빌미로 하여 전쟁을 선포하거나 비난성명을 발표하는 것은 설령 초강대국이라 해도 다소 무리가 있다. 보통 이를 무시해 버리거나 "당사국의 의견을 존중한다" 또는 "당사국의 의견을 고려해 보겠다" 정도의 답변으로 끝낸다. 물론 이것도 외교적 수사로 실제로 존중이나 고려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적당히 둘러대는 의례적인 수사다.
4. 예시[편집]
외교와 관계없는 완곡표현에 대한 내용은 완곡어법 문서 참고하십시오.
이하의 해석은 역사, 정치, 외교적 맥락에 따라 나온 추론으로 공인된 내용은 아니며 이해를 돕기 위해 다소 과장되었거나 거친 표현이 섞여 있을 수 있으므로 유의 바란다.
4.1. 일반적 표현[편집]
- NCND(neither confirm nor deny)
- 대가를 치를 것(You'll pay the price) → 그 행동 우리한테 거슬린다. 좋은 말로 할 때 하지 말아라.
- 결정을 존중한다(respect the decision) →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 바로 맞대응하는 조치는 없지만 향후 외교에 있어 부정적인 평가로 작용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박근혜 대통령 중국 전승절 참석 논란 당시 미국의 입장이 이러하였다.#1#2 반대로 지지 의사를 밝힐 때는 '결정을 환영한다(welcome the decision)'는 표현을 쓴다.
- 유감스럽게 생각한다(to express regret over) → 미안하다. / 너희의 행동에 크게 실망했다.
- 서로 솔직한 의견을 교환했다(frank exchange of views) → 서로 생각이 너무 다르다. 예시
- 조건만 된다면 XX하겠다(if certain conditions were met) → XX하지 않겠다. 예시
- 보통 저 '조건'에 상대국에서 절대 들어줄 수 없는 것을 거는 경우가 많다. 가장 극단적인 예로,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내려놓는다면 대화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말했지만 이는 항복 요구를 의미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우크라이나는 즉각 거부했다.
- 상당한 합의를 이루었다(to make significant progress) → 합의가 끝나지 않았다. 예시
- 다양한 옵션을 검토/고려하고 있다(to consider various options) → 딱히 할 수 있는 게 없다. 예시
- 국익의 측면에서 유효한 옵션이 있었다면 이미 쓰고도 남았을 것이다.
- 긴장을 조성하는 모든 행위를 완고하게 반대한다(to firmly oppose any actions that could escalate tension) → 나쁜 짓한 쪽 편을 들고 싶다.예시
- 국제사회가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들어선 안 된다. → 어설프게 개입하지 말라. 예시
- 포로에 대한 강도 높은 심문(enhanced interrogation techniques)이 발생했다. → 포로에게 고문 및 가혹행위가 가해졌다.
- 군사작전 중 부수적 피해(collateral damage)가 발생했다. → 군사작전 중 무고한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했다.
- 논평할 가치가 없다.(not worth commenting) → 우린 관심이 없다. / 이를 별로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것으로 보이고 싶다.
- 사람들은 독립적이며 자기결정권(self-determination)을 가져야 한다. → 우리가 그 사람들을 지배하겠다.
- 필요하다면 도울 준비가 되어있다.(ready to aid on request) → 별 이유없이 돕긴 싫다.
- 타국의 국가재난상황(지진 등)에 지극히 원론적인 표현. 필요하지 않으면 돕지 않겠다는 뉘앙스를 내포하고 돕겠다도 아닌 도울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은 설령 요청한다고 하더라도 내뺄 수 있는 여지를 남기는 것이다.
4.2. 특정 발언[편집]
- 소련은 현재 동유럽에서 일어나고 있는 민주화운동에 간섭할 아무런 정신적, 정치적 권리를 갖고 있지 않으며, 아울러 다른 나라들도 간여할 권리가 없다.(1989년 10월 27일, 미하일 고르바초프의 회담 내용) → 동유럽 공산권 국가들에게 간섭도 없고 지원도 없을 것이니 이제부터는 알아서들 살아남아라.
- 해당 발언 및 해석은 금성출판사의 한국사 학습 만화에서도 다뤘다.
- 물리적인 도발에 대해서는 강력하고 단호하게 대응할 것입니다.(2006년, 노무현 前 대통령의 독도 담화문) → "자위대를 동원해 독도를 침공하려 한다면 우리와 전쟁할 각오를 하라"는 경고성 메시지와 "도발은 그만 하고 우리 같이 좀 살자"는 재차 촉구성 메시지가 함께 들어 있다.
- 앞으로 우리의 영해, 영공, 영토를 무력 침범한다면 즉각 자위권을 발동할 것입니다.(2010년, 이명박 前 대통령의 천안함 담화문) → 다음에도 무력으로 도발한다면 보복을 할 것이다.
- 속뜻은 "어떻게든 보복하고 싶지만 우리도 사정이 있었으니 이번에는 참아 주겠다."
- 중국이 새로 형성되는 인도·태평양 질서와 규범을 존중해가면서 책임 있는 국가로서의 역할을 해주길 기대하고 있다.(2022년, 박진 외교부장관의 성명#) → 중국은 함부로 설치지 말라.
- 한국이 미국 주도 반도체 공급망 재편에 동참하는 사항에 대해 중국이 참견과 위협을 행하는 것에 대한 불쾌감과 불안감을 내포한 발언이다.
- 말로 알리지 않았다고 말하지 말라(勿謂言之不預) → 좋게 말로 할 때 양보하지 않으면 군사적으로 응징할 계획이 있다.
- 진정한 다자주의를 실천하고자 한다. → 미중경쟁에서 우리 중국은 너희 미국의 위치까지 올라갈 것이며, 주변 국가들이 미국 편을 드는 것을 막겠다.
- 미국은 동맹들에게 '미국 아니면 중국'이라는 선택을 강요하지 않을 것(The United States won’t force allies into an ‘us-or-them’ choice with China). # → 너희들은 선택할 필요도 없이 이미 미국과 한 배를 탔는데 이제와서 선택권이 있는 줄 착각 하지 마라. 어차피 중국이랑 충돌하게 되어 있으니 '자발적'으로 협력해라.
- 러시아가 이 선(핵무기 사용)을 넘으면 러시아에 치명적인 결과가 있을 것. 미국은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다(If Russia crosses this line, there will be catastrophic consequences for Russia. The United States will respond decisively). # →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한다는 첩보가 접수되면 러시아는 큰 대가를 치를 것이니 판단 잘해라.
- 그러나 '단호한 대응'은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에 무조건적으로 미군이 참전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 '단호한 대응'은 극단적인 상황일 경우 미군의 참전이 될 수도 있지만 비교적 온건할 경우 단순히 우크라이나에 대한 더 많은 무기 공급이나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를 뜻할 수 있다.
- 한국은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을 검토하지 않는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 우리로선 러시아가 북한 무기를 구매할 가능성이 있다는 언론 보도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 → 우리는 우크라이나에 '직접' 무기를 준 적은 없다(더 깊게는 러시아와 관계는 유지하고 싶은데 인도적, 국제정치적 이유로 인해 우크라이나에게 지원을 안 해 줄 순 없겠다). 그런데 너네 러시아는 우리의 주적인 북한의 무기를 사주려고 하네? 우리한테 먼저 협박해 놓고선 안 창피하냐?
- 러시아의 "한국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한다면 러시아와의 관계는 파탄날 것"에 대한 한국의 대답. 약 2주 뒤인 11월 11일 한국 정부가 미국에 155mm 포탄 10만발을 판매할 계획이라는 소식이 알려졌다. #
- 주필리핀(한국)대사관 총영사는 필리핀 경찰청 차장에게 현지 경찰에 의한 사건인 점 등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해 철저한 수사를 하라고 촉구하는 문서를 송부했다. # → 필리핀 정부의 공권력이 우리 국민들에게 위해를 가했으니 우리도 필리핀에게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하겠다. 필리핀 측은 그 경찰들을 제대로 처벌하고 우리에게 재발방지를 약속하라.
- 굵게 표시한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했다'는 상대국의 공권력에 의해 국민 또는 국가에 직접적인 위해가 있었음을 두루뭉술하게 표현한 것이고 '촉구하는 문서를 송부했다'는 이미 경고와 외교적 보복이 은밀히 개시되었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한인 사업가가 필리핀 경찰 측에 피살된 사건에 관하여 이례적으로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한국 외교관들이 배석한 자리에서 유족에게 사과했고 해당 경찰관들은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 주 그리스 한국대사는 그리스 경찰의 한국인 폭행 사건에 대해 그리스 경찰청장과 시민보호부 장관에게 철저한 수사를 요청하는 외교문서를 송부했다.# → "너희 나라 경찰이 우리 국민에게 위해를 가했으니, 제대로 조치하지 않으면 우리도 가만있지 않겠다."
- 얼마 후 그리스 경찰의 상위기관인 시민보호부 장관이 한국대사와 피해자를 직접 찾아 유감을 표시했다.#
- 미국은 일본 지도부가 이웃나라들과의 긴장을 악화시킬 행위를 한 것에 실망한다(The United States is disappointed that Japan’s leadership has taken an action that will exacerbate tensions with Japan’s neighbors). # → 우리(미국)는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강행이 매우 아니꼽다. 이번에는 일본의 행동이 한미일 안보 협력관계에 피해를 주어 미국의 국익에 손해를 가했으므로 적당히 해라.
- 미국은 역사 문제에서 한국, 일본 어느 한 쪽의 편도 들고 있지 않지만 한국 또는 일본이 한미일 안보 협력관계에 손상을 주는 행동을 할 경우 매우 강경하게 나서면서 해당 국가를 압박한 사례가 적지 않다. 미국은 친한, 친일도 아닌 철저히 자국의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그리고 민사작전에 서툰) 국가라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 피터 레스쿠이에 대사는 한국과의 좋은 관계 유지를 위해 더 이상 지체하지 말고 부인과 함께 당장 귀국해야 할 것이다. → 너 때문에 외교관계가 악화되었으니, 나라 망신 더 시키지 말고 알아서 빨리 귀국해라.
- 미국은 우크라이나가 국제법을 준수하는 한 러시아 본토의 군사 목표를 타격하는 것에 간섭하지 않겠다. # → 우리는 우크라이나가 국제법에서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움직인다면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공격을 용인하겠다.
- 중국은 정치체제와 이념이 다르기 때문에 중국과의 협력은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중국이 국제 규칙과 규범을 지키는 책임 있는 역할을 할 때 우리와 가까워질 수 있다. → 우리는 일당독재 체제인 너희의 이념이 아니꼽기도 하거니와 우리 몰래 북한을 지원하는 것처럼 우리 국익에 반대되는 짓 많이 하는 거 다 알고 있으니까 그것도 적당히 해라. 우린 어차피 너희들의 세력권 안에 들어갈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다. #
- 한국이 중국에 대해 국제 규칙과 규범을 걸고 넘어지는 것은 북핵 방조 및 김씨 삼부자에 대한 비밀 지원을 비난하는 데에 자주 (그리고 정말 가끔 대만 위협이나 동중국해·남중국해 분쟁 등을 에둘러 언급할 때) 사용하는 표현 방식이다. '협력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이유로 정치체제와 이념을 든 것은 결국 중국이 자유화·민주화된 후에야 지금의 미국마냥 '형님 국가'로 모실 생각을 해 보겠다는 이야기로 위에서 언급한 '상대국에서 들어줄 수 없는 것' (여기서는 독재 종식)을 조건으로 내걸었다는 것과 일맥상통하다.
- 대한민국 국방부는 불발률 1% 이상의 집속탄은 입찰하지 않을 것이며 집속탄의 사용은 적의 선제 공격에만 한정하겠다. → 너희 유럽 놈들이 뭐라고 떠들건 간에 우리는 계속 집속탄을 사용하겠다. 너희가 우리랑 사이가 나빠지지 않는다면 우리가 너희한테 쓸 일도 없겠지 않냐? #
- 탄약의 불발률은 당연히 낮춰야만 하는 것이니만큼 그 속뜻은 집속탄 입찰을 멈추지 않겠다는 것이다.
- 주변국들이 우리에게서 어떤 대우를 받을 것인가는 그들에게 달려 있다. → 너희들도 그 녀석과 같은 결과를 원하지 않는다면 우리한테 알아서 기어라. 만약 또 다시 우리와 척을 지고 친러 성향 주민들을 향해 탄압하는 정책을 실행하게 된다면 그때는 무력으로 응징을 가할테니 처신을 잘 하는게 좋을 거다.
- 우리는 당연히 전 세계에 탄약이 비축돼 있고 언제든지 꺼내 쓰거나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결정을 할 수 있다. → 급하면 우방국에게 빌려서 쓸 수도 있는 거고 사서 쓸 수도 있는 거 아니냐? 우리는 한국 등 각국에서 포탄을 구입해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겠다. #
- 나는 우리가 한국과 방위 동맹을 맺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고자 한다. 우리는 그 조약을 매우 매우 진지하게 받아들인다. 거기까지 말씀 드리겠다.(I would just remind that we have a treaty alliance with South Korea. We take that commitment very, very seriously. And I’d leave it at that.) → 한국은 우리 미국과 한미상호방위조약을 맺고 있다. 러시아는 우리 영향권 아래 있는 한국을 상대로 허튼 짓 할 생각은 안 하는게 좋을 것이다. #
- 불장난을 하면 불에 타 죽을 것이다. → 양안관계 문제에서 타국은 빠져라. 계속 참견한다면 그 결과는 위험할 것이고 우리는 물러나지 않을 것이다.
- 중국이 대만 등 자국 내 '영토'로 간주하는 지역 문제에 대해 타국이 간섭할 경우 거의 항상 쓰는 외교적 수사. 중국 자신들에게 있어 대만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양보할 수 없는 사안이고 타국이 대만문제에 계속해서 참견한다면 대가를 치르게 해주겠다는 강력한 경고 표현이다. 2017년 중국-인도 국경 분쟁 당시에도 인도 정부를 향해 경고한 적이 있다.#
- 우리의 주권 문제다. → 우리 문제에서 너희는 빠져라. 너 죽고 나 죽을 자신 없으면 우리 일에 상관하지 말아라.
- 대통령은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는 우리 국민들의 건강과 안전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에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검증과정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 → 일본 측의 오염수 방류를 방조하겠다.
- 속뜻은 "전 정권과는 반대로 한일관계를 회복하는 게 우리의 기조인 만큼 야당과 중국이 뭐라 하든 우리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에 가깝다. 실제로 약 한 달이 지나 후쿠시마 원전에 '시찰단'을 보낸 것이 사실상 방류를 방조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고 미국 연방정부 산하 언론인 미국의 소리도 일본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것을 칭찬하는 방식으로 윤석열 정부가 일본 (및 미국) 측의 요구사항을 적극적으로 먼저 들어주는 기조였음을 나타냈다.
- 대사의 역할은 주재국과의 우호를 증진하는 것이다. 오해를 확산시켜선 안 된다.(2023년, 박진 외교부 장관) → 일개 대사 주제에 무슨 정치적 작당질이냐? 일국의 대사라면 대사답게 행동하고 함부로 설치지 말라.
- 싱하이밍 주한 중국 대사의 '베팅' 발언을 놓고 불쾌감과 경고를 동시에 표현한 것이다.
- 바이든,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점령한다면 큰 실수될 것, 하마스는 완전히 제거돼야 함, 이스라엘은 전쟁법에 따라 행동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혀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진입하여 국제법을 지키면서(=민간인 사상자를 내지 말고)하마스만 공격하고 철수하라→민간인 사상자가 난 이스라엘이 분노한 심리는 이해하지만 더 이상 확전을 하지 말라
- 점령을 큰 실수라 표현한 것은 오슬로 협정을 지키라는 의미이고, 민간인과 하마스 대원이 뒤섞인 가자지구에서 하마스만 골라서 궤멸시키는건 불가능하므로, 아예 확전을 하지 말라는 뜻이다. 미국이 이스라엘을 비호하면서도 이/팔 양국체제를 지지한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수사이다.
- 엄정한 외국인 체류질서 확립은 국익과 주권에 관한 사항이며, 불법체류는 국내 노동시장을 왜곡하고, 마약범죄 등 강력범죄로 국민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 너희나라 국민의 입국 거부 문제는 너희들의 불법체류와 마약 문제가 우리 한국 사회를 위협한 데서 비롯된 것이니 너희는 기꺼히 감내해라.
5. 예외[편집]
특히 냉전 시기에는 양대 초강대국은 양국간의 전면전이 터진다면 핵전쟁에 이르게 될 것이라는 공포로 섣불리 개전하지 못할 것을 알고 있었으므로 더욱 강력한 발언을 일삼았다.[8] 적진 바로 앞에 미사일 기지를 세우는 초강수를 둔 적도 적지 않다. 미국과 소련의 기밀 해제된 외교문서들을 보면 강대국들이 말 안 듣는 다른 나라들에게 얼마나 더 직접적이고 무례한 외교언사로 협박하는지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소련은 자기 위성국들을 상대로도 가차없이 직언과 막말을 일삼았는데 대표적인 사례로 1981년에 폴란드 노조 사건이 터졌을 때도 소련의 국방장관 드미트리 우스티노프가 보이치에흐 야루젤스키 면전에서 "우리의 인내심도 이제 한계요!"라면서 대놓고 소련군의 무력진압을 시사하는 발언을 하면서 압박한 적이 있다.
한국 역시 사드 배치 결정 당시 중국에게 "소국이 대국에게 대항해서 되겠냐" 등의 경악할 만한 협박을 받은 적이 있다.[13] 민간에서는 나중에 소국에 중국, 대국에 미국을 대입해 중국을 역으로 조롱하는 농담이 줄을 이었으나 정부 차원에서 한국은 한일관계 같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가능한 상대를 자극하지 않는 실리외교를 추구하기 때문에 한국은 해당 발언에 반응하는 성명조차 내지 않았다.
- 불량국가
- 전쟁 상대국
다만 전쟁 중인 당사국들은 외교적 수사를 사용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외교적 고려를 전혀 하지 않고 단순히 분노를 표출하는 것은 또 아니다. 저 발언에는 더 이상 우크라이나가 외교적으로 러시아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어진 상황에서 러시아가 침략국임을 드러내는 동시에 국제 사회의 우크라이나를 향한 주의를 환기시키려는 외교적인 의도가 담겨 있는 것이다.
- 공공의 적 국가를 대상으로
6. 관련 개념[편집]
본 개념과는 달리 아무 외교적 발언을 하지 않고 실질적 행동으로 상대국을 압박하는 수단도 있다. 대표적인 예시가 포함외교를 비롯한 해군 함정의 무력시위다. 해군 함정은 국제법상 한 국가의 영토로 대우를 받는 데다 특히 대형함일수록 한 국가의 역량, 기술의 총집합체이기 때문에 상대 국가의 인근 해역에 전개된다는 것 만으로도 하나의 외교적 시그널이 된다. 특히 미국은 수틀리면 항모 전단을 전개해서 갈등국에게 무언의 경고를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미국 외의 다른 국가들도 해군 함정을 동원한 무력시위를 기회가 생길 때마다 진행하며 한국 역시 이란을 상대로 호르무즈 해협에 청해부대를 급파해 무력시위를 진행한 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