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brary of Ruina/모드/뒤틀린 샤오 스토리 모드

#373a3c>'자신의 선택대로, 너희들의 선택' 사실 이 말이 얼마나 의미가 없는 것인지 알고 있다. 이 도시에서는 그 누구도 본인의 의지로 자유로울 수 없다. 나는 그 도시 속에서 나를 따르는 이들에게 그 의지를 존중해주고 원하는 대로 결정할 수 있게 해주고 싶었다. 그러나 나 또한 자유로운 선택이란 것에서 강제를 만드는 영향력 중 하나였음을.설령 부장이라는 직위를 그만두었더라도 그 앞에서 정말로 자신의 선택이란 것을 할 수 있는 이들이 얼마나 되었을까. 이미 재가 되어버린 이들에게 물어볼 수 있는 길은 존재하지 않는다. 정말로 그것이 그들의 의지였는지, 아니면 자리를 버린 나에게 남아있던 보이지 않는 강제성에 떠밀렸는지.>>정말로 이 길이 맞는 것인가, 나의 목적을 위해 따라온 이들의 생명이 덧없이 사라진다, 그들의 의지, 그들의 선택. 묵묵히 따라온 이들에게서 확답을 듣지 못했고 나에게도 어떤 확신이 들지 않았다. 이윽고 가지지 못한 확신은 스스로에 대한 의심이 되어 나의 두 손은 그들을 지옥으로 떠민 흔적이 되었다. 어느샌가 뒤를 돌아보면 그 길 위에는 나의 영향력에 떠밀려 죽음에 내몰아진 자들의 시체의 산이 벽만큼 쌓아올려 져 있다. 후회의 아집이 나의 발목을 붙잡고, 죄악감이 온몸이 으깨지도록 짓누른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눈은 한순간의 분노와 복수에 멀어 갈 길을 잃었다. 죄 없는 이들을 휘말리게 한 두 손에는 절망만이 흘러내리고 나의 길은 이미 끊기고 없어 한치 보이지 않는 낭떠러지였음을 너무나도 늦게 깨달았다.>>나는 여린 사람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강하며 억센 사람도 아니었다. 굳세게 버티기 위해 누구에게도 연약함을 보이지 않도록 마음에 단단히 철을 쳤다, 믿고 따르는 이들이 불안을 가지지 않도록, 내가 있는 위치에서 흔들리지 않도록 굳게 서 있기 위해.>>나만의 욕망과 분노에 쓸려 모두를 죽게 만들었다. 그저 사랑하는 이 하나를 되찾고 싶다고. 그렇게 바라며 나아간 나에게는 남은 것이 무엇하나 없었다. 단단히 친 철은 죄 없는 목숨들과 함께 녹아내린다. 굳게 믿고 나아가려던 발은 갈 길을 잃고 결국 주저앉고 말았다. 그 많은 목숨들을 희생시키고 자신마저 잃어버린 나에게는 어떤 자격이 있는 것일까.>>이제는 더 이상 앞이 보이지 않는다.>
>-화룡유구의 책장에서 발췌

#373a3c>단 하나, 소중한 사람. 반려자, 평생을 함께할 동반자. 쓰러져 움직일 수 없는 순간에 떠올라 몸을 일으키게 만드는 사람. 그 사람을 본떠 만든 소중한 여의주.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사람이다. 그저 옆에서 나락으로 가는 발걸음과 시체들의 산을 지나가는 행보를 지켜보는 일을 한다.>>내 기억 속의 친절하고, 따뜻했던 모습, 가끔 화를 내기도 하지만 그런데도 보듬어 주던 그 모습. 내가 그리는 모습, 내가 생각하는 그 모습. 오롯이 나의 시선으로만 보이던 장면들이 편집되어 만들어진 허상의 집합체. 결코 이것은 그 사람이 될 수 없다. 그 사람이라고도 부를 수 없을 만큼, 내가 느낀 것과 내가 보아온 모습들의 편린일 뿐이다. 그런데도 너무나도 소중하다.>>나에게 남은 것은 그 기억의 단편인 이것뿐이고, 진심을 물어볼 기회는 더는 없다. 이제 그럴 수 없이 내 품에서 떠나가 버렸을 테니. 희생과 죄책감으로 물든 바닥 위에 선 내게 무언가를 잡을 수 있는 자격이 있냐고 물어보면 그것은 이 새하얗게 바래버린 나의 추억뿐일 테니까.>
>-여의주의 책장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