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타 쿠미코

망가지기 전의 모습

사채꾼 우시지마의 초기 에피소드 사채꾼 우시지마/젊은 여자편의 중심인물이자 기념비적인 첫 희생(?)자.

20대 중반의 사무직 회사원. 어린 나이에 벌써 대기업[1]에 정규직으로 취직하여 일하고 있는 만큼 어느 정도 능력이 있고 외모도 반반한 편에 인성 좋은 남자친구가 여러모로 챙겨주기까지 하는 등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지만 문제는 허영심이 너무 크다. 사내 여사원 파벌에 끼기 위해 고급 식당, 미용실 등을 따라다니며[2] 회사에서 옷을 갈아입을 때마저 남의 눈을 의식해 속옷까지 명품으로 도배할 정도.[3]

상경해서 혼자 살다 보니[4] 집세만 11만 5,000엔[5]을 부담하는 상황에서 일본 20대 직장인의 평균 월급인 20만 엔 안팎으로 이런 지출을 감당하는 것은 당연히 불가능하다. 결국 은행을 비롯한 여러 업체를 전전하며 돈을 빌려대 우시지마를 찾아오기 이전에 이미 여섯 군데의 채권자에게 2백만 엔에 달하는 빚을 지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더 이상 정상적으로 대출을 받을 수 없어 사채에까지 손대게 된다.

우시지마는 프로 사채업자답게 쿠미코가 자력 갱생의 여지가 없는 손쉬운 먹잇감임을 단박에 파악하고[6] 처음부터 30만 엔이라는 파격적인 금액을 빌려준다.[7] 물론 젊은 여자라는 특성상 여차하면 갚게 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음도 계산한 것이다. 그리고 예상대로, 오래 못 가 사채 특유의 미친 이자율로 인해 순식간에 눈덩이처럼 불어난 빚더미에 깔려버린다. 늘어가는 빚을 감당할 수 없자 우시지마의 주선으로 시간제 유사 성매매 업소에서 일하게 되는데[8] 낮에는 OL, 한가할 때는 매춘부로 투잡을 뛰어야 하는 상황에서도 허영심은 남아돌아 거의 10만 엔 가까이 하는(한국 돈으로 100만원) 명품 재킷을 사대는 미친 짓을 한다. 그러다 성병에도 걸리고[9] 우시지마의 사주를 받은 매춘 동료가 준 마약에 빠져[10] 점점 몸까지 망가져간다. 설상가상으로 파벌에서 빠져나간 걸[11] 곱게 보지 않은 동료 직원이 이지메를 해대기 시작하고[12] 그러다못해 업소 사이트에 올린 사진과 프로필을 어떻게 알아냈는지 전자우편으로 회사 전 직원에게 뿌려버려 직장에서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게 되고[13] 결국 퇴사한다. 이 때 문제의 동료의 한마디가 걸작인데, 본명이 아닌 업소 예명으로 불러주며 키득키득 웃는다.[14]

그런 생활을 계속하고 계속하다 보니 예쁘던 원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남은 것은 피부와 머릿결은 푸석푸석해지고 온 몸이 뼈와 가죽만 남아 비쩍 마른 약물 중독자. 그런 꼴이 되자 업소에서도 손님들의 컴플레인이 이어지고, 결국 나이가 많아졌다[15]는 핑계로 쫓겨난다. 이제 와서는 다른 일을 할 수 없어 전업 매춘부로 전락한다. 업소 포주가 그나마 옛정을 생각해 소개해준 연줄을 통해 출장 마사지(라는 이름의 방문 성매매)를 시작하는데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라 위생 상태가 개막장인 손님도 어쩔 수 없이 받다 보니 작중 묘사를 보면 성병도 더 심해진 듯하다. 그 와중에도 미용실과 옷가게는 꼬박꼬박 다니고.(...) 진심으로 쿠미코를 위하며 항상 친절했던 남친도, 쿠미코의 성병 감염 사실을 모른 채 관계를 지속한 결과 성병이 옮아 피부가 벗겨지고 의사에게 HIV 검사 권고까지 받는 등 몸이 망가지는 상황에 이르게 되자[16] 쌍욕을 내뱉으며 쿠미코를 두들겨 패고 떠나간다. 이후 쿠미코는 완전히 실성한 채 화장을 덕지덕지 한 귀신같은 몰골로 길거리를 오가며 단돈 1천 엔에 몸을 파는 싸구려 창녀가 돼버린다. 일명 '요괴인간 베라(妖怪人間ベラ)'. 그러다 동네 양아치들에게 구타당하기도 하는데 이 지경이 되고 나서도 정신 못 차렸는지 가방은 명품으로 들고 다닌다.

다소 충격적인 모습 주의[17]

최후에는 종말론을 믿는 사이비 종교 신자(?)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모습으로 나온다. 그다음에 대해서는 그녀의 근황을 알게 된 우시지마가 빈정거리는 투로 말하는 것 이상의 언급은 없지만 저 지경이라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뻔하지 않은가.

이렇게까지 된 데에는 그녀를 착취하려고 작정한 우시지마, 아무 원한도 없는데 자기 파벌이 아니라는 이유로 회사를 떠날 수밖에 없도록 악질적인 수준으로 괴롭히는 회사 동료, 빚을 탕감 받겠다고 우시지마에게 협조해서 마약을 제공한 매춘 동료[18]의 탓도 있지만 근원을 따져보면 쿠미코의 허영심이 원인이다. 회사 동료들과의 관계 문제는 진작부터 평범한 회사원 수준에 맞게 쓰는 여직원들과 어울렸거나[19] 자기는 그렇게 돈 쓸 형편이 아니라고 털어놓고 양해를 구했더라면 진작에 끝났을 일이다.[20] 자기 부모가 와병했다는데도 직장 파벌의 고급 여가에 끼기 위한 비용부터 걱정한다던가, 우시지마에게 상환을 못해서 죄송하다고 비는 와중에도 카우카우 파이넌스 사무실에 방문할 때마다 꼬박꼬박 헤어스타일과 옷이 바뀌어 있다거나, 회사를 그만두며 밝은 세계에서 어둠의 세계로 완전히 내몰리는 그 상황에서도 스트레스 해소니 퇴직 기념이니 하면서 쇼핑을 한가득 해놓은 것을 보면 근본적인 문제는 역시 쿠미코 본인의 과시적 소비 성향에 있었다.[21] 더군다나 이미 남자친구가 있고 동거나 결혼도 고려할 수준까지 간데다 갈 수록 암울해지는 인생의 많은 부분을 남자친구에게 기대 버텼으면서 정작 여가시간엔 의사나 변호사가 오는 고급 사교클럽에 다니고 있었다. 젊고 돈 많은 의사, 변호사와 이어지면 애인은 바로 차버릴 생각이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사회에서 그런 쓰레기를 제거하는 것이 사채업자의 일이라는 우시지마의 궤변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엄연히 우시지마는 범죄자이며, 이 사건에서 가장 죄질이 나쁜 것도 우시지마이다.[22] 쿠미코의 성향을 꿰뚫어보고 일부러 거금을 빌려준 끝에 성매매업소를 소개하고 마약을 하도록 꼬드긴 것은 명백히 우시지마의 잘못으로 이런 상황에 빠지고 나면 본인의 성향이나 의지가 어떻건 헤어나오는 것은 불가능하다. 실제로 이후 나오는 프리터 청년은 쿠미코와 별반 다를 바 없는 인물이지만 정신차리고 노력한 결과 새 출발을 할 수 있었다. 쿠미코도 사채빚을 짊어진 다음에나마 현실을 깨닫고 허영을 자제했다면, 불과 수백만 엔 때문에 20대 꽃다운 나이에 완전히 인생을 망치는 비극은 없었을지 모른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우시지마가 마약을 건넨 이유도 설명할 수 있다. 만약 그냥 놔두어도 쿠미코가 사치스러운 삶을 지속한다면 몸을 팔 수 있는 한 계속 돈을 벌어다 주었겠지만 혹시라도 갱생해버릴 경우를 가정한다면[23][24] 몸을 망치게 하더라도 당장 마약을 팔아 갱생할 여지를 없애놓고 단기간에 돈을 뽑아먹는 쪽이 자신에게 들어오는 돈이 더 많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매춘 동료에게 쿠미코가 완전히 맛이 갔다는 보고를 받고 이제 충분히 뽑아먹었다며 더 이상 추심조차 하지 않는 걸 보면 확실하다.

드라마에서는 가면라이더 W 극장판과 V 시네마 가면라이더 이터널에서 하네하라 레이카 역을 맡았던 야시로 미나세가 연기했다. 드라마도 원작과 같지만 험한 꼴은 덜 당한다. 역시 우시지마에게 빚이 많이 있던 남친에게 얻어맞으면서도 남친을 챙겨줬고 여기에 죄책감을 아주 조금이라도 느낀(?) 남친이 쿠미코의 빚을 깡그리 덤터기 쓰는 조건으로 팔려가면서 쿠미코의 빚은 전액 탕감된다. 본격 NEVER 보정이자 배우보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