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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마리미떼 19.png

부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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イン ライブラリー
발매
파일:대한민국 국기.svg 2007년 3월 5일
파일:일본 국기.svg 2004년 12월 25일
1. 개요
2. 이야기거리
2.1. 인 라이브러리 Ⅰ~Ⅳ
2.2. 수록된 단편집들
2.2.1. 단편1-고요한 밤의 환상
2.2.2. 단편2-조안나
2.2.3. 단편3-초콜릿 코트
2.2.4. 단편4-벚꽃반 전설
2.2.4.1. 벚나무 매장
2.2.4.2. 벚나무 문
2.2.4.3. 벚나무 속의 마물
2.2.5. 단편5-도서관의 책
3. 일러스트



1. 개요[편집]


도서관이란 꿈으로 이루어진 성이라고 생각한다.

그곳에 사는 들과 되도록 많이 친해졌으면 좋겠다.

그중에는 까다롭거나 낯을 가리는 책도 있을지 모르지만. 한번 친해지고 나면, 평생 가는 친구가 될지도 모른다.

잊지 마세요.

책으로 태어난 이상, 그 아이들은 누군가 자신을 읽어주기를 끊임없이 바라고 있다는 사실을요.

마리아님이 보고 계셔의 19번째 권. 단편집이다.

오가사와라 사치코의 모친 오가사와라 사야코, 후쿠자와 유미의 모친 후쿠자와 미키와의 오랜 인연과 관련된 에피소드가 나온다.


2. 이야기거리[편집]


학교 도서관의 책들과 관련되어 파생된, 릴리안 여학원의 다양한 에피소드. 마리미테의 단편들이 그러하듯, 유미 외 주요인물들의 메인 줄거리가 있고, 그 사이사이 단편들이 수록되어있다.


2.1. 인 라이브러리 Ⅰ~Ⅳ[편집]


장미관에서 야마유리카이(산백합회)[1] 임원들의 회의가 끝난 후, 후쿠자와 유미는 깜빡 잠이 든다. 잠깐 잠들었다가 깨어 보니, 장미관에는 아무도 없었다. 유미가 잠결에 들은 소리에 의하면, 유미의 그랑 쇠르(언니)인 오가사와라 사치코가 산백합회 동료들에게 “먼저들 가라. 나는 유미가 깨어나면 함께 하교하겠다.”고 말한 듯했다. 그리고 장미관에는 ‘도서관에 다녀오겠다’는 사치코의 메모가 있었다.

유미가 사치코를 찾으러 장미관을 나서려는 찰나, 마츠다이라 토코가 방문해 유미와 함께 사치코를 찾으러 나선다. 유미와 토코는 도서관에서 로사 기간티아 쇠르(토도 시마코, 니죠 노리코)를 만나고, 4명이서 함께 사치코를 찾기 시작한다. 조금 후에는 로사 페티다 쇠르(하세쿠라 레이, 시마즈 요시노)까지 합류했고, 결국 6명의 소녀들은 도서관 열람실 안쪽에서 사치코를 발견한다.

한편 경솔하고 특종에만 미쳐있는 줄로만 알았던 신문부장 츠키야마 미나코의 일면을 볼 수 있어 재미있다.


2.2. 수록된 단편집들[편집]



2.2.1. 단편1-고요한 밤의 환상[편집]


카니나 시즈카사토 세이에 대한 마음을 엿볼 수 있는 에피소드이다. 시즈카가 집에서 촛불을 켜보며 세이와의 에피소드들을 차례로 추억한다는 내용. 시즈카는 오랫동안 한 학년 위의 세이를 동경했다. 하지만 세이는 쿠보 시오리에게만 푹 빠져 있었고, 시오리가 릴리안 여학원을 떠나 멀리 떨어진 다른 고등학교로 전학간 후로는 토도 시마코밀당을 거듭하다가 쇠르 서약을 맺는다. 끝내 세이와 친해지지 못했던 것을 생각하며, 시즈카는 슬퍼한다.

최근 들어 성냥팔이 소녀를 읽은 기억을 떠올리며 시즈카는, 집에 돌아와서 불이 꺼진 거실에서 상점가에서 받은 성냥을 계속 피우며 사토 세이의 환영을 보며 계속 고백을 하고, 얼굴을 매만지려고 시도하는 등, 마약(…)이라도 한 듯한 모습을 보인다.

그러다 깜빡 잠들었다 깨어나서, 집에 돌아온 어머니와 대화를 하다가, 어머니로부터 “마음에 걸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말씀을 듣고, 이탈리아유학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마음에 걸리는 일[2]을 풀고 가려는 장난을 준비한다. 이후 이야기는 로사 카니나로 이어진다.

2.2.2. 단편2-조안나[편집]


18권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하루에서 마츠다이라 토코후쿠자와 유미 사이의 있었던 에피소드를 토코의 시점에서 서술한 단편이다. 연극부에서 활동하고 있는 토코는, 학원축제 때 연극부가 상연하는 작은 아씨들에서 주인공 에이미 마치를 맡게 되었다. 또한 야마유리카이하나데라 학원(남학교) 고등부 학생회 임원들과 함께 공연하는 연극 <토리카에바야 모노가타리>에서도 조연을 하나 맡아 출연하게 되었다.

그런데 토코는 연극부에서 한 선배와 크게 충돌한다. 토코를 아끼는 연극부장 타카기 츠카사가 만류했지만 토코와 문제의 선배는 좀처럼 화해하지 못했고, 결국 토코는 연극부의 연습에 더 이상 나가지 않고 야마유리카이의 <토리카에바야 모노가타리> 연습에만 나가기 시작했다. 이 사실을 알고 야마유리카이 임원들은 ‘토코가 연극부의 연습에 불참하면 안 된다. 연극부에서 맡은 주연이 우선이다.’라고 판단했고, 토코를 설득하는 역할을 유미가 맡게 된다.

유미는 연극부의 연극 <작은 아씨들>과 야마유리카이의 연극 <토리카에바야 모노가타리> 사이에서 갈등하는 토코에게 ‘양립’을 권하면서 “선배로서 힘이 되어주겠다”고 설득했고, 반발하던 토코가 유미의 설득을 어떻게 받아들였는가가 자세히 서술된다.


2.2.3. 단편3-초콜릿 코트[편집]


산백합회 임원들과 상관 없는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한다. 주요 등장인물인 하야시 아사카(林朝香)한 마스미(伴眞純)는 모두 츠키야마 미나코의 절친한 친구들로, 시라카와 야스코(白川寧子)라는 1년 선배를 두고 삼각관계에 놓였다가 결국 비극으로 끝났다. 10권 레이니 블루에서 후쿠자와 유미마츠다이라 토코 때문에 오가사와라 사치코와 최악의 갈등에 치달았을 때, 미나코가 유미에게 이 이야기를 대강 해준 바 있다.

릴리안 여학원 고등부 1학년인 야스코는, 매일 아침 등교할 때마다 전철 칸에서 한 여중생을 마주치게 된다. 그녀는 릴리안 여중이 아닌 외부 중학교의 교복을 입고 있었는데, 아침마다 얌전히 앉아 눈을 내리깔고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이 몹시 귀여웠다. 2학년이 된 이듬해에도 야스코는 계속 전철로 통학했지만, 더 이상 전철 칸에서 그녀를 볼 수 없었다.

야스코는 그녀의 안부를 궁금해하며 아쉬워하고 있었는데, 놀랍게도 한 공립도서관 열람실에서 공부하고 있던 그녀를 다시 만나게 된다. 그녀의 이름은 ‘하야시 아사카’였고, 외부 중학교에서 입시를 치러 릴리안 여고에 입학했다고 한다. 야스코는 아사카를 만나자마자 그녀에게 묵주를 건네주며 쇠르 서약을 맺었고, 둘은 사이좋게 지내는 듯했다.

그런데 아사카와 이야기해 보니 무언가 이상했다. 중학교 시절 아사카는 걸어서 통학했다는 것이다. 야스코가 사람을 잘못 보았던 것. 그래도 야스코는 아사카와 사이좋은 쇠르로 지냈는데, 얼마 후 매일 아침마다 야스코를 설레게 했던 ‘진짜 그녀’를 만나게 된다. 그녀의 이름은 ‘한 마스미’였고, 아사카와 같은 반이었다. 마스미가 매일 타던 전철 칸에서 한동안 자취를 감추었던 이유는, 같은 반인 츠키야마 미나코가 고등부에 입학하자마자 다리를 다쳐 깁스를 했기 때문이었다. 마침 마스미는 미나코와 같은 동네에 살았기에, 미나코의 다리가 나을 때까지 매일 미나코와 함께 등교했던 것이다. 그리고 미나코의 다리가 다 나은 후, 마스미는 다시 이전처럼 야스코와 같은 전철 칸에 타고서 등교하게 되었다. 아사카와 마스미는 눈을 내리깔고 있는 모습이 꼭 닮았지만, 고개를 들면 전혀 다른 얼굴이었다. 야스코는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는 마스미의 얼굴을 처음으로 보고서야 그것을 깨닫는다.

야스코는 자신이 정말로 좋아했던 마스미와 쇠르가 되고 싶었지만, 이미 아사카와 쇠르 서약을 맺은 후였기 때문에 사정이 난처하게 되었다. 그래서 야스코와 마스미는 아사카의 눈을 피하여 밀회를 일삼았고, 아사카는 그것을 모두 알아차리고 있었으면서도 모르는 척하며 혼자 괴로워했다. 이 이야기의 결말은 레이니 블루에서 미나코가 언급한 바 있는데, 결국 야스코의 졸업식 날에야 아사카가 야스코에게 묵주를 집어던지며 비로소 쌓인 분노를 표출하게 된다고 한다.

릴리안 여학원 고등부 학생들 대부분이 쇠르 관계를 혼인관계처럼 생각하는 연애뇌임이 잘 드러나는 에피소드다. 쇠르로 선택받는 것을 혼인 활동처럼 생각하고 쇠르를 구하기 쉬운 부에 사람이 몰리는 등···.

친구의 권유로 자원봉사부에 들어가, 그곳에서 알게 된 한 학년 위 선배의 눈에 들어 1학기가 끝날 무렵 쇠르의 언약을 맺었다.

언니에게 로사리오(묵주)를 받았을 때, 물론 기쁜 마음이 넘치긴 했지만, 그 속에는 안도감도 적잖이 포함돼 있었다. 자기들 1학년은 진열대에 전시된 상품 같은 신세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비교적 이른 시기에 팔려나가게 되어 다행이라고 가슴을 쓸어내린 것이다.

···중략···

테니스부 같은 데는 엄청나게 몰려드는 모양이던데.”

“들었어. 그래서 거의 ‘먼저 찍은 사람이 임자’ 같은 면도 있다더라고.”

두 사람은 목소리를 낮췄다. 부원이 많으니까 상대를 찾기 쉽다. 상대를 찾기 쉽다는 소문이 퍼져서, 부원이 늘어난다. 어느 시대에나 테니스부는 인기 폭발이었다. 부러운 마음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일 거다.


특히 이 에피소드에서 마스미의 심정 묘사는, 거의 완벽한 불륜녀다.

그렇게 해서 두 사람의 소소한 밀회가 시작되었다.

매일 아침, 마스미가 타고 있는 차량에 야스코 님이 탄다. 야스코 님은 눈앞까지 다가와 마스미에게 가방을 맡기고, 두 사람은 대화를 나누며, 때로는 눈길을 주고받으며, M역까지 함께 시간을 보낸다.

역부터는 버스를 타고 움직인다.

함께 버스에 타지만, 별로 말은 나누지 않는다. 어느 한쪽의 친구가 동승하고 있으면, 자연스레 갈라져서 그쪽과 이야기한다. 아는 얼굴이 없어도, 버스를 내리면 조금씩 거리를 벌려가며 걸어간다.

그것은 의논해서 정한 일이 아니다. 두 사람 사이에 자연스럽게 생긴 규칙이다. 그것만으로도 마스미는 행복했다.

하지만 여름방학에 들어서자, 외로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학교를 쉰다는 것은 즉, 야스코 님과 만날 수 없어진다는 것이다.

···중략···

만일 자기가 여동생이 됐다면 어땠을까 마스미는 생각했다. 아사카 양과 마찬가지로 틀림없이 언니를 따라서 자원봉사부에 들어가, 언니와 함께 활동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자, 아사카 양이 못 견디게 부러웠다. 그 아이가 있는 그 자리에, 그대로 자기가 들어가 버리고 싶다고까지 생각했다.

그러나, 타인을 부러워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 아무리 간절히 바란다 한들, 마스미는 아사카 양의 자리를 차지할 수 없으니까.

너무도 쓸쓸하지만, 전화 한 통 걸 수 없었다.

전화를 걸어서 대체 무슨 말을 한단 말인가.

여동생인 아사카 양이라면, 용건이 없어도 얼마든 전화를 걸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자신의 입장은 다른 것이다.


2.2.4. 단편4-벚꽃반 전설[편집]


2학년 벚꽃반에 관련된 전설을 다룬다. 릴리안 여학원 고등부에서는 한 학년이 6개의 학급으로 나뉘어 있고, 학급 명칭은 소나무반, 등나무반, 자두반, 동백꽃반, 국화반, 복숭아반이다. 그런데 유독 2학년에만 ‘자두반’ 대신 ‘벚꽃반’이 편제되어 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가설들이 있다. 교실 문을 벚나무로 만들었기 때문, 태평양전쟁 때 학생들이 교내의 벚나무 아래로 피신하여 목숨을 구했기 때문, 사쿠라()[3] 선생님이 담임했던 학급이기 때문 등등. 그러나 릴리안 여학원 출신의 선생님들조차도 정답은 알지 못하고, 수십 년째 미스테리한 전설로 전해 내려오고 있다.

2학년 벚꽃반은 매년 학원축제 때마다 ‘벚꽃정’이라는 이름의 가게를 하는데, 몇 년 주기로 벚꽃반에 전해 내려오는 이런 전설들을 모아서 문집으로 내곤 한다. 그리고 학교에는 벚꽃반 전설을 다룬 역대 문집들이 수북하게 쌓여 있다.

사실 벚꽃반 문집은 전통인 것도 아니다. 항상 ‘벚꽃반’이라는 이름에 의문을 품는 학생들은 있어왔고, 그래서 문화제 때 이에 얽힌 설을 묶어서 전시에 내놓는다. 그런데 이들의 전시도 4~5년쯤 지나면 잊혀지고, 옛날에도 여러 번 문집이 나왔던 걸 모르고 매번 벚꽃반 학생들이 “우리가 최초로 이걸 정리해보자!!”고 의욕에 불타 문집을 내놓는 것이다. 그래서 교무실 책꽂이에는 벚꽃반 전설에 관련된 연분홍빛 표지의 문집들이 몇 권이나 꽂혀있다.

벚꽃반 전설들은 대략 이러하다.


2.2.4.1. 벚나무 매장[편집]

배경은 일본 제국 시절의 릴리안 여학원이다. 그때도 릴리안 여학원은 엄격한 오죠사마[4] 학교로, 금지옥엽으로 고이고이 자라난 부잣집 딸들이 많이 다녔다. 학생들 대부분은 집과 (여)학교만 오가며 자유로이 남자친구를 사귈 기회는 전혀 없고, 학교를 졸업하면 부모와 집안 어른들이 정해주는 남자에게 시집가서 가정주부가 되어 현모양처로 살아가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릴리안 여학원 재학생인 후지코와 야에도, 자신들 또한 그런 일생을 살게 되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야에가 학교에 지각했다. 그녀답지 않은 일이어서 학생들은 이상하게 생각했다. 1교시가 끝난 후에야 등교한 야에의 말에 의하면, 평소처럼 수행기사가 운전하는 자가용을 타고 등교하는데 자동차 바퀴가 진흙탕에 빠져버렸기 때문에 늦었다고 했다. 다행히 지나가던 젊은 남자가 도와주어서 자동차를 진흙탕에서 빼낼 수 있었다고 한다. 다른 아이들이 그냥 “그렇구나, 다행이네”라며 듣고 있을 때, 야에와 가장 친한 친구인 후지코만은 야에의 태도가 어딘가 조금 이상함을 깨닫는다. 그리고 점심시간에 함께 도시락을 먹은 후 학교 뒤뜰의 벚나무 아래를 산책하다가, 야에에게 넌지시 아침에 있었던 일에 대해 물어본다.

역시 후지코의 짐작대로, 야에는 그 남자에게 호감을 느꼈던 것이었다. 그의 나이는 대략 20살 정도이고, 학생으로 보였다고 했다. 하지만 야에에게는 이미 부모님이 정해주신 약혼남이 있고, 릴리안 여학원을 졸업하면 곧장 시집가기로 되어 있었기에, 후지코는 야에의 감정을 그리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지나가는 일일 뿐’이라고만 여겼다. 후지코는 야에가 항상 가지고 다니는 목제 머리으로, 야에의 길고 탐스러운 머리카락을 빗어주었다. 그것은 그녀들이 학교에서 매일 하는 일과 중 하나였다.

시간은 점점 흘렀고, 야에의 표정은 어딘지 어두워졌다. 친구인 후지코도 역시 야에가 걱정스러웠다. 최근 ‘야에의 아버지가 운영하시던 사업이 어려워졌다’라는 소문을 후지코도 들어 익히 알고 있었기에, 후지코는 당연히 ‘집안 사정 때문에 야에가 걱정하나 보다’라고 짐작했다. 그런데 얼마 후에 야에가 후지코에게 털어놓은 사연은 그 때문이 아니고, 등굣길에 만났던 남자와 사랑에 빠졌다는 것이다. 후지코는 깜짝 놀랐다. 야에는 방과 후에 신부수업을 위해 수예, 재봉, 꽃꽂이, 다도, 피아노, 요리 등등을 배우러 다니는데, 집과 교습소를 오가는 길을 이용하여 남자와 남몰래 만났다고 한다. 심지어 항상 야에를 따라다니며 시중을 드는 어린 하녀에게, 입막음을 위한 용돈까지 쥐어주면서. 그러면서 야에와 그의 사랑은 점점 더 깊어지고 있다고 했다.

야에는 울면서 “후지코 상, 나는 그를 너무나 사랑해. 그도 나를 사랑한다고 했어. 어쩌면 좋지?”라고 상담해왔다. 그러나 후지코는 야에의 사랑을 응원해줄 수 없었다. 야에에게는 이미 약혼남이 있기 때문이었다.

야에: 양가 어른들께서 정하신 약혼이야. 서로 좋아해서 한 것이 아니고…

후지코: 너도 동의했으니까 약혼을 받아들인 거잖아? 예물 교환까지 했다며?

야에: 그때는 사랑을 몰랐기 때문에 그랬던 거야!

야에를 설득해 보려던 후지코의 시도는 수포로 돌아갔다. 친구에게서 자신이 모르는 모습,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모습-남자와 사랑에 빠진 여자의 모습을 본 후지코는 경악한다. 그래도 후지코는 “잘 생각해 봐”라고 야에를 달랬고, 야에는 “알았어”라고 일단 대답하긴 했지만, 후지코는 야에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학교 수업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간 후지코는 공부하려고 책상 앞에 앉았지만, 책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러던 중, 문득 무언가가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기에 창가에 가까이 가보니 야에가 몰래 와 있었다. 후지코의 집은 릴리안 여학원에서 가깝기에 야에도 몇 번이나 놀러 왔었고, 그래서 야에는 후지코의 방이 어디인지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창밖에 서 있는 야에를 발견한 후지코는 깜짝 놀랐다. 길고 탐스럽던 머리카락을 짧게 자르고 남장까지 했기 때문이었다. 마치 사내아이 같은 야에의 모습을 보니, 이대로라면 길에서 마주쳐도 알아보지 못하고 지나쳐갈 것 같았다. 후지코는 야에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라고 물었다. 야에의 말인즉, 그 남자와의 교제를 아버지에게 들켰다고 했다.

후지코는 ‘차라리 잘된 일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그러면 아버지께 사실대로 ‘이 사람을 정말 사랑해요’라고 털어놓는 게 어때?”라고 제안해 보았다. ‘딸이 이렇게까지 사랑한다면, 부모님도 생각을 바꾸실지 몰라’라고 기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야에는 낙심한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야에의 말인즉, 야에네 집은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하여 빚을 많이 지고 있으며, 야에를 시집보내 재기의 발판으로 삼으려 한다는 것이다. 약혼남의 집안이 매우 부유하여, 야에네 사업과 집안에 금전적으로 도움을 줄 것이라고 했다.

야에: 나 하나만 희생한다면… 내가 시집을 가서 우리 집안, 아버지의 사업, 고용인들과 그 일가들을 살릴 수 있다면, 그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했어. 하지만 도저히 못 하겠더라.

후지코: 사랑 때문에?

야에는 말없이 눈물만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연인과 야반도주하기로 결정했다며, 마지막으로 후지코를 보러 왔다고 했다. 그리고 머리을 후지코에게 건네주었다. 야에가 항상 가지고 다니던 목제 머리빗, 후지코가 항상 학교에서 야에의 머리를 빗겨주던 바로 그 머리빗이었다. 야에는 후지코에게 작별인사를 건네며 후지코를 포옹했고, 후지코는 ‘이대로 야에를 붙잡고 싶다’고 생각하면서도 끝내 그러지 못했다.

다음날, 릴리안 여학원은 발칵 뒤집혔다. 물론 야에의 일 때문이었다. 요조숙녀 학교인 릴리안 여학원에서, 이미 양가 어른들께서 약혼까지 정해놓은 학생이 다른 남자와 눈이 맞아 야반도주했다는 것은 굉장한 스캔들이었다. 그리고 학교뿐 아니라 야에의 집안으로서도 무척 망신이고 난처한 일이었다. ‘야에의 예비 시가에서 난리가 났다더라’, ‘야에의 약혼남이 야에와 그녀의 연인에게 거액의 현상금을 걸었다더라’, ‘야에의 남자친구는 특별고등경찰로부터 감시를 받고 있는 인물이라고 하더라’ 등등, 사실여부를 확인할 수도 없는 온갖 소문들도 떠돌았다.

야에가 실종된 후, 후지코는 학교를 며칠 쉬었다. 후지코의 부모님은 딸이 야에와 친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딸이 얼마나 상심했을지 짐작하고 배려해 주셨다. 그러던 어느 날, 후지코는 한밤중에 집을 뛰쳐나갔다가 새벽에 흙투성이 차림으로 귀가했다. 이 모습을 후지코네 집의 하녀가 목격했고, 자연스레 후지코의 부모님도 알게 되셨다. 부모님은 딸의 정신이 어딘가 이상해졌다고 생각하여 의사를 부르려고 한다.

후지코는 아무에게도 그날 밤에 자신이 했던 일을 사실대로 말하지 않았다. 어째서 한밤중에 학교로 달려가려고 생각했는지, 어째서 야에로부터 받은 머리을 야에와 함께 거닐던 학교 뒤뜰의 벚나무 아래에 묻으려고 생각했는지, 그 이유를 설명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저 자신의 마음속에 혼자 비밀로 간직하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며칠 후에 벚나무 아래 파묻혀 있던 머리빗이 발견되어, 릴리안 여학원은 다시 한 번 발칵 뒤집혔던 것이다. 이번에는 ‘벚나무가 야에를 잡아먹었다’는 말도 안 되는, 그렇지만 그래서 오히려 매혹적인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야에가 집과 학교를 떠나 연인과 함께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가버린 후, 학생들은 야에의 행방에 대해 이리저리 추론하며 이야기한다. 후지코는 그녀들의 틈에 섞인 채, 가만히 하늘을 올려다본다. 어디선가 야에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이 하늘을 보고 있으리라고 믿으면서.


2.2.4.2. 벚나무 문[편집]

릴리안 여고 2학년 자두반카스미라는 학생이 있었다. 그녀는 여느 소녀들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아이였다. 단 하나, 학교 뒤뜰에 심어져 있는 1그루의 벚나무를 유독 사랑한다는 것만 빼놓고는 말이다. 카스미는 손수 나무에 물을 주고, 잡초를 뽑아 주고, 집에서 비료를 가져와 나무에 주는 등, 열심히 나무를 돌보았다. 학생들은 그런 그녀의 모습이 우습기도 했지만, 릴리안 여학원의 학생들은 다들 착해서 그녀를 괴롭히거나 비난하는 일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카스미는 원인 모를 병으로 쓰러져 의식불명에 빠졌다. 카스미의 부모님은 좋다는 은 다 써보고, 유명한 의사들도 찾아가 보고, 그래도 되지 않자 부적, 신관, 주술 같은 수단에까지 의지했지만 모두 허사였다. 그렇게 부모님이 지쳐가고 있을 때, 중년의 비구니 한 사람이 카스미네 집을 찾아왔다. 그동안 온갖 치료도 효험이 없었고, 부모님의 애타는 마음을 이용한 사기꾼들도 많았기에, 카스미의 부모님은 비구니의 말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비구니는 돈도, 이상한 비방도,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았다. 그녀가 말하는 것은 단 하나, 카스미가 아끼는 벚나무를 베어내면 카스미의 병이 낫게 된다고 했다.

얼핏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로 간단한 듯도 보였지만, 벚나무는 카스미네 집이 아닌 학교에 있는 것이기에 마음대로 베어낼 수 없었다. 카스미의 아버지는 교장 수녀님을 찾아가 비구니의 말을 전하며 간곡히 애원했다. 비록 릴리안 여학원가톨릭 미션스쿨이지만 아버지의 부성애를 모른 척할 수 없어서, 벚나무를 베어내게 해달라는 요청을 들어주었다. 그리고 과연 벚나무를 베어내자마자, 카스미는 언제 아팠냐는 듯 멀쩡해졌다. 카스미의 아버지는 너무도 기뻐했고, 딸을 살려준 고마운 비구니에게 큰 사례를 하려고 했지만, 그녀는 언제 어디로 사라졌는지 감쪽같이 자취를 감춘 후였다.

자리에서 일어난 카스미는 다시 학교도 다니며 모든 일상생활을 정상적으로 했지만, 이상하게도 그토록 애지중지하던 벚나무에 관한 일만은 하나도 기억하지 못했다. 베어진 벚나무는 교실 문으로 재탄생했고, 2학년 자두반은 ‘벚꽃반’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카스미는 벚나무로 만들어진 교실 문에 항상 기대어 있다.


2.2.4.3. 벚나무 속의 마물[편집]

릴리안 여고 2학년 자두반인 시로유키(白雪)는, 어느 날 아침 평소처럼 친구들과 함께 학교 뒤뜰의 벚나무 아래를 지나다가 무언가 이상한 기운을 느낀다. 친구들을 먼저 보내고 혼자서 다시 벚나무로 가 보니, 놀랍게도 벚나무 위에 웬 소녀 하나가 앉아있는 것이었다. 그녀는 시로유키와 똑같은 릴리안 여고 교복을 입고 있었고 말도 했지만 도저히 인간이라고 생각할 수 없었는데, 그녀는 투명했기 때문이다. 그녀의 몸 뒤에 있는 나뭇가지와 화사한 연분홍빛 벚꽃들이 그대로 비쳐보였다.

시로유키는 놀랐지만 곧 조례와 1교시 수업이 시작될 시간이었기에, 그대로 2학년 자두반 교실로 돌아갔다. 시로유키는 신경이 쓰였고, 점심시간이 되어서야 제일 친한 친구 모모요(百代)에게 자초지종을 털어놓는다. 모모요는 평소에도 귀신, 요괴, 주술, 오컬트 등의 초자연적 현상에 관심이 많은 아이였다. 시로유키의 이야기를 듣고 모모요는 굉장히 심각한 반응을 보였고,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네가 본 것은 벚나무의 마물(魔物)일 가능성이 높으니까, 그것을 가까이해서는 안 된다.”라는 것이 모모요의 의견이었지만, 매일 다니는 학교에 있는 벚나무를 피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모모요는 “우선 벚꽃이 피어있는 동안만이라도 문제의 벚나무에 가지 마.”라는 해결책을 제시했다.

하지만 시로유키는 모모요의 충고를 따르지 못했다. 수업시간에도 벚나무의 소녀가 내내 자신을 부르고 있는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결국 시로유키는 다시 그 벚나무를 찾아갔고, 소녀는 여전히 벚나무에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이름이 시로타에(白妙)라고 했다.

시로유키: 시로타에 상, 네가 나를 부르지 않았니?

시로타에: 아니야. 수업시간이었는걸. 수업을 듣고 있느라, 나는 너를 부를 틈이 없었어.

벚나무의 마물이 수업을 듣는다니, 시로유키는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시로타에는 “당연하지. 여기는 학교인걸.”이라고 말하며, 자신은 2학년 벚꽃반이라고 했다. ‘벚꽃반’이라는 말에 시로유키는 더더욱 어이가 없었다. 2학년에는 벚꽃반이 없기 때문이었다. 시로유키가 다니는 릴리안 여고의 한 학년은 6개 학급으로 나뉜다. 소나무반, 등나무반, 국화반, 동백꽃반, 복숭아반까지는 전 학년이 같고, 1학년과 3학년에는 벚꽃반이 있지만, 유독 2학년에는 벚꽃반 대신 자두반이 있었다.

그러자 시로타에가 거꾸로 시로유키에게 질문을 던져왔다. 몇 학년의 어느 반이냐는 질문에 시로유키는 “2학년 자두반인데.”라고 대답했고, 시로타에는 어이없다는 듯이 깔깔 웃었다.

자두반이라니? 2학년에 자두반은 없어. 벚꽃반이면 있지만.

두 소녀는 교복도 같고, 다니는 학교와 학급 명칭들도 다 같았지만, ‘자두반’과 ‘벚꽃반’만 유독 달랐다. 시로유키는 “2학년 벚꽃반 시로타에 상? 너는 벚나무의 마물이 분명하구나.”라고 말했다. 그러자 시로타에는 “마물이라니? 마물이 어떻게 묵주를 가지고 있겠니?”라고 반박하는 것이었다. 마물 주제에 묵주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지만, 시로타에는 몸에 지니고 있던 묵주를 풀어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는 “자, 여기 봐.”라며 시로유키를 향하여 손바닥을 쭉 내밀었다. 황금빛의 예쁜 묵주였다.

시로유키는 벚나무 가까이 다가가서 묵주를 자세히 보려고 하였다. 그 순간, 시로타에의 손바닥 위에 있던 묵주가 미끄러졌다. 시로타에는 땅바닥으로 떨어지려는 묵주를 붙잡으려고 손을 뻗었고, 시로유키도 묵주를 붙잡기 위하여 손을 내밀었다. 그 순간, 두 소녀의 손이 서로 닿았다. 그리고.

아앗!!

찰나의 짧은 순간, 마치 벼락이라도 맞은 것처럼, 전기에 감전이라도 된 것처럼, 두 소녀의 몸에 큰 충격이 왔다. 그리고 한 소녀가 꽃잎들로 뒤덮인 벚나무 아래를 뒹굴었다.

아야야…

소녀는 몹시 아픈지 얼굴을 찡그리고, 땅바닥에 닿은 옷자락을 탈탈 털었다. 그리고 땅바닥에 나뒹굴고 있는 묵주를 챙겨들고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라고 생각하다가, 이내 ‘아, 맞다! 학원축제 준비를 위해 학급회의를 한댔지!’라고 깨닫고 교실로 뛰어갔다. 교실로 돌아가니 친구 모모요가 눈을 부릅뜨고 그녀에게 “설마 내가 가지 말라고 했던 그 벚나무에 간 것은 아니겠지?!”라고 캐물었다. 소녀는 “아니야, 안 갔어.”라고 거짓말로 둘러대고는, “정말?”이라고 재차 추궁하는 모모요를 피하여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학급회의가 시작되었다.

학급위원이 칠판분필로 학급 명칭을 쓰는데, 을 왼쪽에 가늘고 길게 쓰지 않고, 그만 윗부분에 납작하게 쓰는 것이었다. 다른 아이들이 학급위원의 실수를 지적하며 “지금 ‘자두반()’이라고 쓰려고 했지?”라고 놀려댔다. 학급위원은 멋쩍은 듯이 웃으며 “그러게. 내가 1학년 때 자두반이어서, 자꾸 이렇게 헷갈리네.”라고 변명하고는, 잘못 쓴 木을 지우고 ‘벚꽃반(組)’이라고 고쳐 썼다.

학생들은 “왜 2학년만 ‘자두반’ 대신 ‘벚꽃반’이지? 1학년과 3학년은 자두반이잖아?”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 방금 벚나무에 다녀온 소녀에게 “시로타에 상, 혹시 너는 아니?”라고 가볍게 물었다. ‘시로타에’라고 불린 소녀는 “당연히 나도 모르지.”라고 답하며 친구들과 웃었고, 다시 진행되는 회의에 진지하게 참석했다. 릴리안 여고 2학년 벚꽃반에서.

2.2.5. 단편5-도서관의 책[편집]


사실상 해당 에피소드의 가장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단편. 후쿠자와 유미의 어머니 후쿠자와 미키오가사와라 사치코의 어머니 오가사와라 사야코릴리안 여학원 고등부 재학시절 미약한 인연이 있는 관계였음이 밝혀진다.

릴리안 여고 1학년 복숭아반인 미키는, 사치코의 쁘띠 쇠르가 되기 이전의 유미처럼 평범한 학생이었다. 반면 3학년 소나무반인 사야코야마유리카이에서 로사 키넨시스를 맡고 있고, 지성과 미모를 겸비한 교내의 인기인이었다. 미키는 야마유리카이 임원들에 대하여 크게 관심이 없었지만, 어느 날 점심시간에 우연히 낡은 온실에 들어갔다가 잠든 사야코와 마주치고 난 후로 사야코에게 끌리게 된다.

잠이 덜 깬 사야코는 시간을 착각하여 헐레벌떡 3학년 소나무반 교실로 뛰어갔고, 그 바람에 가지고 있던 책을 온실에 두고 간다. 그 책은 학교 도서관에서 빌린 책으로, 일본 고전문학 시리즈 중의 한 권인 마쿠라노소시였다. 미키는 사야코가 흘리고 간 <마쿠라노소시>를 챙겨두었다가 사야코네 반에 찾아가 전해주며 사야코와 몇 마디 대화를 나누었다. 사야코는 ‘호리베 미키’라는 발음만 듣고도 ‘호리베’를 祝部라고 쓴다는 사실을 짐작하며 “조상님께서 신관이셨니??”라고 묻고, ‘미키’라는 이름이 ‘오미키(お神酒)’에서 유래했다는 사실도 추론해낸다.

책을 찾아준 미키에게 사야코는 고마워하며 “부탁을 하나 들어 줄게”라고 했고, 이에 미키는 “쁘띠 쇠르(여동생)로 삼아주실 수 있나요?”라고 물었다. 하지만 사야코에게는 이미 쁘띠 쇠르가 있었기 때문에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래도 미키는 지체 높고, 유복하고, 아름답기만 할뿐 아니라 박식하고 상냥하기까지 한 사야코에게 푹 빠져 버렸다.

미키는 사야코가 읽고 있던 <마쿠라노소시>를 빌려서 가지고 다녔다. 그러다가 교내에서 사야코를 만나자 미키는 <마쿠라노소시>를 내밀며 “이 책에 사인을 해주세요”라고 요청한다. 무슨 책인지도 모른 채 사야코는 흔쾌히 호리베 미키[5]에게. 사야코.”라고 사인을 해주었다. 미키는 사야코의 사인을 받고서 몹시 기뻐했지만,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 책은 학교 도서관의 책이었다. 자신의 이름이 쓰여 있는 책을 도서관에 반납할 수 없는 노릇이었으므로, 미키는 서점에서 새 책을 사서 도서관에 변상했다.

다만 미키가 새로 사온 책은 개정판이었으므로, 이전의 책과는 표지나 디자인 등이 조금 달랐다. 도서관에서 일본 고전문학 서가를 지날 때마다 미키는 마음이 묘하게 아팠고, ‘결혼하여 아이를 낳은 후에도 잊지 못할 거야’라고 생각한다. 훗날 미키의 딸 유미가 친구들과 함께 학교 도서관에서 책을 보다가, 일본 고전문학 시리즈 중에서 유독 <마쿠라노소시>만 다른 책들과 다른 것을 알아채고 이유를 궁금해하며 신기해한다. 유미는 어머니가 가지고 계신 <마쿠라노소시>의 앞장의 사인에 이라는 글자가 써있던 것을 어렴풋이 기억해내고, <마쿠라노소시>의 저자인 세이 쇼나곤의 이름에도 淸이 들어간다는 사실을 떠올리고 재미있어했고, 사야코와도 익히 친분이 있었지만, 사인의 주인공이 사야코일 것이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淸子는 ‘사야코’라고도 읽지만 ‘키요코’라고 읽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에피소드의 흥미로운 점은, 처음부터 아무 정보 없이 읽으면 사야코가 마치 사치코처럼[6] 읽히고, 미키는 그냥 릴리안 여학원 고등부 1학년생1 정도로 보여서, 단편집 후에 유미가 “우리 집에 ‘호리베 미키에게. 사야코.’라는 사인이 있는 <마쿠라노소시> 책이 1권 있어.”라고 말하기 전까지는 이 반전을 눈치 채기 어렵다는 점이다. 단편집 내내 사야코는 ‘사-코’라는 애칭[7]으로 불리고, 유미 어머니의 본명은 이전까지 전혀 밝혀진 적이 없었기 때문에, 마치 사치코와 어느 평범한 1학년생 사이에서 있었던 일화처럼 보이기 때문. 콘노 오유키 특유의 교묘한 묘사가 일품이다.[8] 사야코의 말투나 미키가 혼자 되뇌이는 사야코에 대한 정보-로사 키넨시스, 3학년 소나무반, 검고 긴 생머리, 지성과 미모 겸비, 하나데라 학원에 다니는 부잣집 도련님 약혼자, 부유하며 화족 가문의 후손, 2학년에 이미 쁘띠 쇠르가 있다거나 하는 등등이 사치코와 매우 비슷하다.

3. 일러스트[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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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릴리안 여학원 고등부 학생회의 명칭.[2] 그렇게 좋아하면서도 사토 세이에게 자신의 연심을 직접 말한 일이 없다는 점.[3] 벚꽃을 뜻하는 사쿠라()와 같은 음.[4] 유복한 집안의 딸로 태어나 귀하고 곱게 자란 아가씨. 릴리안 여학원의 본래 설립 취지가 화족 영애의 교육인 점과, 당시엔 실제로 화족 계급이 존재했음을 고려하면, 그냥 돈이 좀 많으면 다닐 수 있는 현재보다 더 빡센 아가씨 학교였을 것이다.[5] 후쿠자와 미키의 결혼 전 성씨.[6] 꼼꼼하게 본다면 이름만 빼고 사치코의 배경을 묘사하는 위화감 + 보이는 태도가 사치코에 비해 아무래도 유한 성격이라 다른 사람임을 알 수 있다.[7] 오가사와라 사치코의 애칭은 ‘삿 짱’이다. 주로 고종사촌 오빠인 카시와기 스구루가 사치코를 ‘삿 짱’이라고 부른다.[8] 이런 서술트릭이 사용되는 다른 에피소드로는 13권 한여름의 한 페이지의 ‘할아버지와 함께’나, 28권 프레임 오브 마인드의 ‘온실의 요정’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