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양들의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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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마리미떼 12.png

부제
어린양들의 휴가
子羊たちの休暇
발매
파일:대한민국 국기.svg 2005년 12월 10일
파일:일본 국기.svg 2002년 12월 25일
1. 개요
2. 줄거리
3. 일러스트



1. 개요[편집]


우중충한 장마가 끝나고 산뜻한 계절이 찾아와 기분은 상쾌하다.

하지만 마냥 들떠 있을 수만은 없다. 즐거운 여름방학에 앞서 기다리고 있는 것은, 피하려야 피할 수 없는 기말고사.

어쨌든 이것만 끝나면 된다는 생각으로, 교과서, 노트, 참고서, 사전, 핸드북, 연표 등을 책상 위에 쌓아놓고, 좋아하는 텔레비전 오락프로그램도 참아가며 머릿속에 각 과목을 꽉꽉 쑤셔 넣는다.

물론 그것을 전부 소화시킬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겠지만, 무리라면 하다못해 시험 보는 동안만이라도 뇌 속에서 튕겨나가지 않도록 가능한 한 머리를 움직이지 않으며 조심조심 등교한다.

어쨌든 이것만 끝나면 된다는 생각으로.

그 앞에 기다리고 있는 것은 즐거운 여름방학이다.

후쿠자와 유미오가사와라 사치코별장으로 놀러가게 되면서 생기는 에피소드. 산백합회 간부들 간의 끈끈한 정과, 레이니 블루~파라솔을 쓰고서를 거치며 강화된 유미의 강철멘탈과 배짱이 드러난다.


2. 줄거리[편집]


이 문서에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문서가 설명하는 작품이나 인물 등에 대한 줄거리, 결말, 반전 요소 등을 직·간접적으로 포함하고 있습니다.



어느덧 또 한 학기가 지나가고, 릴리안 여학원 고등부는 여름방학을 맞이했다. 레이니 블루에서 찾아온 쇠르(자매)[1] 관계의 위기를 넘긴 후쿠자와 유미(2학년)는, 절친한 그랑 쇠르인 오가사와라 사치코 언니(3학년)와의 놀이공원 데이트 약속이 계속 미뤄지던 터라 부루퉁해있던 참에, 언니로부터 뜻밖의, 그러나 반가운 제안을 받는다.

“유미, 괜찮으면 우리 별장으로 놀러오렴.”

본디 사치코는 덥고 사람 많은 곳을 싫어하던 터라, 여름방학마다 1달간은 할아버지, 아버지, 어머니와 함께 피서지의 별장에서 보낸다고 했다. 그러나 이번 여름에는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회사일이 바빠 여름휴가를 늦추게 되었고, 반면 사치코는 여름방학 후반부터 등교하여 산백합회 임원들과 함께 2학기의 학원 축제를 준비해야 하기에, 오가사와라 일가는 서로 시간을 맞출 수 없었다. 그래서 사치코가 먼저 별장에서 1주일간 휴가를 보내고, 어른들은 사치코의 휴가가 끝난 후에야 별장에서 휴가를 보내기로 한 것이다.

유미가 이런 사정을 부모님께 말씀드리며 오가사와라 별장에 놀러가도 되느냐고 여쭈니, 부모님은 흔쾌히 허락해 주셨지만 한편 걱정도 한다. 대 재벌가인 오가사와라 가문의 별장에 초대받아 가는 딸에게 어떤 옷을 입혀 보낼지, 무슨 선물이나 답례품을 들려 보내야 하는지 등등. 유미는 수수하고 튀지 않는 모양새의 하얀색 원피스와 비슷한 색의 양산[2]을 준비했는데, 연년생인 남동생 후쿠자와 유키는 원피스를 보고 “꼭 배추흰나비 같다”고 장난스레 놀려 댄다. 유미는 “이 원피스에 무늬는 없는데?”라고 받아치며 말장난[3]을 한다. 누나의 썰렁한 개그에 유키는 피식 웃다가, “어쩌면 나도 그 지역으로 갈지도 모른다”고 했다. 하나데라 학원(남학교) 고등부 2학년인 유키도 학교에서 학생회 활동을 하고 있는데, 이번 여름방학에는 학생회 임원들끼리 합숙을 떠나기로 했다는 것이다.

마침내 유미가 사치코와 함께 오가사와라 가문의 별장으로 떠나는 날이 다가왔다. 어머니 후쿠자와 미키는 새벽부터 일어나 매실장아찌가 들어간 주먹밥, 흰살생선튀김, 치즈베이컨으로 감싼 아스파라거스, 구운 방울토마토 등등 갖가지 맛있는 음식들로 도시락을 만들어, “사치코 언니와 나눠 먹어”라며 유미에게 건네 준다. 아버지 후쿠자와 유이치로()는 하얀 원피스를 차려입은 유미를 약속장소인 M역까지 자동차로 태워다 주었다. 무척 들뜬 유미는 그만 자동차 안에 양산을 두고 내리고 만다.

유미가 M역에 와 보니, 사치코는 (언제나처럼) 수행기사가 딸린 고급 자동차를 타고서 먼저 나와 있었다. 둘은 함께 자동차를 타고, 도쿄에서 좀 떨어져 있는 사치코네 별장을 향해 출발한다. 가는 동안 사치코와 유미는 도시락을 맛있게 먹었고, 운전기사 마츠이() 아저씨께도 나누어드렸다. 도시락을 먹은 후에는 둘 다 곯아떨어졌다. 사치코는 멀미약을 먹었기 때문에, 유미는 전날 설레어 잠을 설쳤기 때문에 졸음이 온 것이었다. 깨어나서 도중에 들른 휴게소는 휴가철이라 사람이 몹시 붐볐지만, 유미와 사치코는 함께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사먹으며 즐거워한다. 유미는 마음속으로 독백한다.

소프트 아이스크림과 오가사와라 사치코 님의 공통점.

그것은.

쿨하지만 맛을 보면 꽤 부드럽고 달콤하다는 것.

도쿄에서 두어 시간 달려서 도착한 별장은, 인근에 도 울창하고 한적하며 아름다운 곳이었다.[4] 오가사와라 사치코의 말에 의하면 “좀 낡은 별장이야”라지만, 후쿠자와 유미로서는 충분히 고풍스럽고 멋진 별장이었다. 오가사와라 본가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작지만, 유미네 집과 비슷하거나 조금 더 큰 집이라고. 다만 눈에 띄게 화려하고 큰 것은 아니고, 오가사와라 별장이라고 요란하게 표시[5]해 놓은 것도 아니라서, 겉으로 보아서는 좀처럼 누구의 별장인지 짐작할 수 없었다.[6]

별장에는 관리인 부부가 상주하고 있는데, 사와무라 겐스케()와 사와무라 키요(澤村キヨ)라는 노부부였다. 오랫동안 오가사와라 가문을 위해 일해 온 사람들이며, 사치코의 할아버지, 아버지 오가사와라 토오루(), 어머니 오가사와라 사야코와도 수십 년을 알고 지냈다.[7] 자연히 사치코와도 매우 돈독한 사이이다. 사와무라 부부는 사치코에게 할아버지와 부모님의 안부를 묻고, 얼마 전에 친정어머니 사이코를 여읜 사야코를 걱정해주기도 한다. 또한 사치코와 함께 온 유미에게도 친절하게 대해 준다.

사와무라 부부의 환영을 받으며 를 마시던 중, 유미네 집에서 별장으로 택배를 보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택배의 내용물은 우오누마()[8]고시히카리 이었다. 유미의 어머니 미키는 딸과 마찬가지로 릴리안 여학원 출신이라 산백합회를 무척 선망했고, 딸의 그랑 쇠르이자 로사 키넨시스인 사치코에 대해서도 동경심이 컸다. 그래서 대체 무슨 답례품이나 사례를 해야 할까 끝없이 고민하다가 결국 가장 무난한, 그리고 일본인의 주식인 쌀을 보내버린 것이다. 생뚱맞은 선물에 유미는 당황하여 식은땀을 흘리며 언니의 눈치를 살피지만, 사치코는 기뻐 웃으며 유미에게 “부모님께 감사하다고 전해드려”라고 말하고는, 사와무라 부부에게 “저와 유미가 별장에 머무르는 동안에는 이 쌀로 을 해 주세요”라고 부탁한다.

차를 마신 뒤, 사치코는 거실에서 유미에게 피아노를 연주해 준다. 사치코가 “특별히 원하는 곡이 있니?”라고 묻자, 유미는 망설임없이 구노의 아베 마리아를 선곡한다. 유미는 작년 5월 고등부 신입생 환영회에서 사치코가 이 곡을 연주하는 모습을 보고서 사치코를 동경하게 되었으며, 사치코와 아직 쇠르가 되기 전에 음악실에서 이 곡을 연탄으로 연주하기도 했다. 그래서 유미에겐 아주 특별한 곡이었다. 사치코가 연주를 마치자, 어느새 와 있던 사와무라 부부까지 큰 박수를 보낸다.

새벽 일찍부터 깨어 별장에 오느라 피곤해진 오가사와라 사치코[9]는 윗층에서 잠을 자려 한다. 유미는 “같은 방을 써도 되지 않아요?”라며 큰맘 먹고 적극적으로 나오지만, 유미의 그런 낌새를 눈치채지 못한 사치코는 “방이 많은데 뭐하러 그러니. 그리고 나는 밤에 혼자 책을 읽기도 할 거니까, 방은 따로 쓰자.”라고 한다. 그리고 유미가 멍하니 서 있자, 옷을 갈아입을 거라며 축객령을 내린다. 언니가 잠시 잠을 자는 사이, 자기 방에서 짐을 정리하던 유미에게 키요 아주머니가 찾아와 “점심에는 무엇을 드셨나요?”라며 점심 메뉴를 꼼꼼하게 물었다. 유미는 ‘혹시 사치코 언니가 알레르기 같은 것 때문에 먹어서는 안 되는 음식이라도 있는 건가?’라고 생각하며 걱정했지만 다행히 그런 것은 아니었고, 점심과 저녁의 메뉴가 중복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유미는 테라스에 앉아서 키요 아주머니가 만들어 준 점심을 혼자 먹었다.[10] 계란치킨을 넣어 만든 샌드위치[11]카페오레였다. 무척 맛있었지만, 혼자서 먹으니 조금 쓸쓸하기도 했다. 역시 이곳은 오가사와라 별장인지라 샌드위치에 포크나이프가 함께 나왔고, 유미는 사치코 언니의 흉내를 내어 샌드위치를 포크와 나이프로 썰어보았지만, ‘재료가 죄다 튀어나가 도저히 따라할 수가 없다’며 결국 그냥 손으로 편하게 먹고 말았다. 점심을 먹은 유미는 사와무라 부부에게 “제가 일을 좀 도와드릴까요?”라고 정중하게 물었으나[12], 사와무라 부부는 “별장에 오신 오가사와라 가문 분들을 잘 모시는 게 저희의 일이고, 사치코 아가씨와 함께 오셨으니 유미 아가씨도 저희가 모셔야 할 귀한 손님입니다.”라며, 친절하지만 단호하게 사양한다.

사치코는 저녁에야 일어났다. 사와무라 부부의 말에 의하면, 사치코는 매년 별장에 도착한 날이면 저녁까지 한숨 자며 휴식을 취한다고 한다. 사와무라 부부는 사치코와 유미를 위해 맛있는 저녁식사를 준비해 주었다. 식사가 끝난 후에는 4명이서 카드놀이를 즐기기도 했다. 아침이면 일찍 일어나 별장 주위의 아름다운 을 산책하고, 겐스케 아저씨가 근처 빵집에서 사온 갓 구운 과 키요 아주머니가 만든 음식들로 아침식사를 했다.

다만 사치코는 여름휴가라고 특별히 물놀이, 유원지, 구경, 쇼핑 등을 즐기는 편은 아니었고, 별장에서 평소와 다름없이 지내며 조용히 산책과 독서를 즐겼다. 오가사와라 일가 모두 사치코와 비슷한 취향이라서 별장에는 책들이 정말 많았는데, 주로 문학[13] 관련 책들이었으며, 웬만한 문학작품이라면 다 있었다. 유미 역시 방학숙제(독후감) 때문에 책[14]을 읽어야 하긴 했고, 너무나도 좋아하는 사치코 언니에게 맞추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조금은 좀이 쑤시기도 했다.

이 지역은 별장 지대로, 오가사와라 가문의 별장만 있는 게 아니라 여러 별장들이 있었다. 사치코의 고종사촌 오빠인 카시와기 스구루도, 사치코와 유미의 릴리안 여학원 고등부 후배이자 스구루의 고종사촌 여동생인 마츠다이라 토코도, 근처에 있는 자기네 집 별장에 와 있었다. 그리고 스구루네 별장에는 다른 손님들도 있었는데, 바로 하나데라 학원 고등부 학생회 임원들이었다. 스구루는 하나데라 학원 고등부를 졸업하고 같은 재단의 하나데라 대학에 진학했지만, 여전히 고등부 후배들에게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던 것이다.

한편 후쿠자와 유키는 카시와기 별장에서 합숙하던 중에 굳이 오가사와라 별장까지 찾아왔는데, 누나가 아버지의 차 안에 두고 갔던 양산을 전해주려고 한 것이었다. 사치코는 유키에게 “좀 머물다 가지 그러니?”라며 별장에 들어오라고 권했지만, 유키는 친구들과 시내에서 만나기로 약속했기에 그만 가보아야 했다. ‘시내’라는 말에 유미는 솔깃해한다. 그것을 알아챈 유키는 사치코에게 “누나를 잠시 빌릴게요.”라고 양해를 구하고는, 유미를 이끌고 시내로 나왔다.[15] 후쿠자와 남매는 유키의 친구인 코바야시 마사무네, 유키의 선배인 야쿠시지 아키미츠(藥師寺昌光)&야쿠시지 토모미츠(藥師寺朋光)[16] 쌍둥이 형제, 카시와기 스구루 등과 어울려 아이스크림도 먹고, 시내를 돌아다니기도 했다. 시내이지만 도쿄만큼 크고 번잡하지는 않았다.

한편 이 지역에는 후쿠자와 유미를 반겨 주고 호의적으로 대해 주는 사람들만 있는 게 아니었으니… 인근 별장 소유자들 중에는 (당연히) 부자들이 많았고, 그들 대부분은 50~60년 내에 재산을 축적한 졸부들이었다. 유미는 물론 그들을 전혀 몰랐지만, 오가사와라 가문은 그들과도 교류가 있었으며 사치코도 마찬가지였다. 그들도 나름 부자라고는 하지만 오가사와라 가문의 부에는 훨씬 못 미치며[17], 유서 깊은 명문가인 오가사와라 가문의 전통과 품격 등은 따라잡기가 불가능할 정도였다. 그래서인지 그 졸부들은 가문, 품격, 교양 같은 것들에 (같잖게) 집착하며 허세를 부리면서, 뒤로는 오가사와라 가문의 후계자이자 영애인 사치코를 뒷배로 두고 싶어하는 속내를 가지고 있었다.

시내 나들이가 끝난 후, 스구루는 유키의 부탁을 받아 유미를 오가사와라 별장까지 자동차[18]로 데려다 주었다. 스구루는 후쿠자와 남매를 좋아하기에 흔쾌히 부탁을 들어주었다. 그런데 스구루는 “어쩐지 불길해. 조심하렴.”이라고 유미에게 당부한다. 유미가 의아해하며 별장으로 들어서니, 별장에는 아야노코지 키쿠요(), 쿄고쿠 키에코(), 사이온지 유카리(西ゆかり)라는 여고생들[19]이 와서 사치코, 토코와 함께 홍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다들 이 근처에 별장을 두고 있는 집안의 딸들로, 어려서부터 여름방학이면 서로 왕래하며 함께 놀곤 했다고 한다.

유미는 초면이라 어색해했지만, 키쿠요, 키에코, 유카리의 거듭된 권유로 결국 그 다과회에 끼게 되었다. 그녀들은 겉으로는 유미를 환대해주는 듯했다. 그러나 후쿠자와 집안의 재력이 자신들보다 못하다는 것을 짐작한[20] 그녀들은 이내 노골적으로 돈 자랑과 허세[21]를 늘어놓으며 상대적으로 평범한 집안 출신인[22] 유미를 은근슬쩍 디스하였다. 당연히 유미에게 있어서는 그야말로 다른 세상 이야기라, 유미는 도저히 적응할 수 없었다.

이어서 키쿠요, 키에코, 유카리의 이야기 주제가 ‘남의 집안 흉보기’로 넘어가자, 후쿠자와 유미는 물론 오가사와라 사치코 또한 불편해한다. 이 때 마츠다이라 토코가 “그만 돌아가보겠어요.”라며 불쾌감을 여지없이 드러내, 3인방의 말을 적당히 끊어버린다. 사치코도 “그래, 너희는 이만 가 보는 게 좋겠다.”며 슬쩍 동조한다. 3인방은 자리에서 일어나 오가사와라 별장을 떠나면서, 유미의 손까지 꼭 잡으며 “친해지고 싶다”, “우리 별장에도 놀러와”라고 청한다. 3인방이 떠나자, 토코는 그녀들의 뒷모습을 보며 유미에게 경고한다.

“감탄할 때가 아니에요. 저애들, 분명히 돌아가자마자 유미 님 얘기를 사방에 퍼뜨릴 거라고요.”

졸부 집안의 딸인 키쿠요ㆍ키에코ㆍ유카리는 자신들보다 우월한 오가사와라 가문과 사치코에게 큰 동경심을 품고 있고, 친하게 지내고 싶어하는데, 자신들보다 나중에 나타난데다가 훨씬 평범한 집안의 딸인 유미가 사치코와 친한 언니 동생 사이로 지내는 것을 보고, 좋은 소문을 퍼뜨릴 리가 없다는 게 토코의 주장이었다.

이후 키요 아주머니도 유미를 따로 주방으로 불러 “키쿠요, 키에코, 유카리 아가씨를 조심하세요.”라고 소곤소곤 당부한다. 특히 키에코는 키요 아주머니에게도 유미에 대해 이것저것 질문했다고 한다. 키요 아주머니는 처음 보는 유미에 대해 아는 게 없어서 별로 답변하지 못했다면서도, 무심코 말해버린 것도 있다며 유미에게 미안해했다. 유미는 “책 잡힐 행동은 한 게 없으니 괜찮습니다.”라고는 말했지만, ‘조심하라고 해봤자 어떻게 조심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슬슬 신경이 쓰이기 시작한다.

다음 날인 목요일 새벽, 사치코는 웬일로 이른 시간에 유미를 데리고 안개 낀 정원에 나서 여러 식물들과 우짖는 들의 이름을 알려주며 즐거워한다. 그 모습을 보고서 유미는 깨닫는다. 사치코는 이 지역의 모든 것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오가사와라 별장 근처와 별장을 지키는 사와무라 부부나 같이 온 유미 등 몇몇 사람만을 좋아하는 것이었다. 번잡한 상점가에 나가기 싫어하고, 주변 별장에서 찾아온 졸부 아가씨들의 앞에서도 불편한 모습을 보였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모두 사치코를 ‘자기의 안식처인 장난감 방을 기쁘게 소개해주는 아이 같다’고 생각한 유미는, 그 애처로움에 자기도 모르게 사치코의 팔에 매달려 손을 꽉 잡고 걸으며, ‘다시는 이 사람을 두고서 사라지지 않으리라’고 다짐한다.

그리고 그날로부터 후쿠자와 유미에 대한 세 사람의 음험하고 기분 나쁜 공격이 시작된다. 오전에는 키쿠요가 찾아왔는데, 방학숙제[23]를 도와달라는 핑계로 오가사와라 사치코를 붙들고 늘어져, 사치코가 유미와 놀지 못하게 한다. 그러면서 키쿠요는 유미를 탓하는 말을 마구 쏘아댄다.

“유미 님은 비겁해요. 아침부터 밤까지 사치코 언니를 독차지하면서 저에게는 아주 짧은 시간도 나누어주지 않다니. 어쩜 그렇게 욕심이 많죠?! 사치코 언니는 지금까지 키쿠요가 억지를 부려도 그렇게 무서운 얼굴을 하신 적이 없었다고요. 언니는 역시 변하신 거예요. 그건 모두 유미 님 탓이라고요.”

키쿠요는 엉엉 울어버린다. 그 바람에, 마치 유미가 가해자이고 키쿠요가 피해자인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결국 유미는 테라스에서 떠나, 2층에 있는 자기 방으로 (반 강제로) 자리를 피한다. 이때 키쿠요가 마치 매미마냥 사치코에게 달라붙어 “언니, 언니” 하며 우는 게 압권. 사치코는 난감해하며 키쿠요를 달래고, 키쿠요의 방학숙제와 공부를 도와주었다. 키쿠요는 기분이 풀려 돌아간 듯했으나, 거기서 끝난 것이 아니었다.

이어 키에코의 어머니가 편찮으시다고 하여, 사치코가 문병(+다과회 초대)을 갔다. 키에코는 유미에게도 같이 가자고 권하는 척했지만, 유미는 사양했다. ‘독서감상문(방학숙제)을 쓰기 위해 책을 읽어야 한다’는 것과, ‘편찮으신 와중에 모르는 사람이 찾아가면 어머님께서 불편하실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이유로 댔다. 키에코는 재차 권했지만, 유미는 다시 한 번 사양했다. 그러자 키에코는 “그거 아쉽네.”라고 말했지만, 사실은 ‘거절해 줘’라는 눈빛으로 유미를 보고 있었다고.[24] 결국 사치코 혼자서 문병을 갔다. 키요 아주머니가 손수 만든 파운드 케이크까지 들고 가는 등, 나름 신경을 썼다.

잠시 후 돌아온 오가사와라 사치코는 매우 화가 난 상태였다. 가 보니, 키에코의 어머니는 멀쩡하다 못해 별장 마당에서 가족들과 바비큐 파티 중이었다. 심지어 샴페인을 마시고 고기를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먹고 있었다고. 게다가 쿄고쿠 별장에 있던 졸부 무리들이 후쿠자와 유미에 대해 이런저런 뒷담화를 늘어놓았는데, 사치코의 표현에 의하면 “릴리안 학보[25]에도 실리지 않을 유치한 이야기야”라고. 사치코는 유미에게 말하는 것을 내켜하지 않지만, 유미가 계속해서 물어보자 “ 얘기야”라는 것만 이야기해 준다. 이제 그만 도쿄로 돌아갈 생각도 했다고.

사치코는 몇몇 인간들의 연극 같은 인간관계에 진절머리를 내며, 자신은 가끔 대재벌 오가사와라 일족으로서의 삶이 아닌, 이 별장만한 집에서 가족 4명이 평범하게 사는 꿈을 꾼다는 사실을 밝힌다. 이어서 사치코는 자신이 이 별장을 좋아하는 이유를 유미에게 말해 준다. 사치코의 어린 시절, 오가사와라 그룹의 오봉 연휴에 맞춰 할아버지, 아버지, 어머니, 사치코 넷이 항상 별장에 놀러왔는데, 그때는 할아버지도 아버지도 다른 여자들[26]에게 가지 않고, 적어도 이 별장에만큼은 다른 여자들을 데려오지 않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좋아하는 장소이지만, 이곳의 속물적인 인간들 틈에서 자신은 유미를 지켜줄 수 없다고 자책하며 약한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유미는 ‘쌀 이야기건 뭐건 맘대로 떠들라지’라고 생각하며 강한 마음을 드러내고, 사치코에게 부끄럽게 해서 미안하다고 사과한다. 이에 사치코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방방 날뛴다.

유미: 죄송해요. 언니를 부끄럽게 해서…

사치코: 그렇지 않아. 난 한 번도 너를 부끄럽게 여긴 적 없어. 모르겠니? 나는 네게 상처를 주고 싶지 않은 거야. 내 여동생이 됐다는 이유로 네가 괴로움 당하는 게 제일 싫단 말이야. 나와 함께 있으면 즐겁다고, 늘 그렇게 생각하도록 해주고 싶은데.

사치코가 소리지르며 화를 내는 모습을 보는 유미의 마음은 점점 고요해져간다.

유미: 즐거워요.

사치코: 거짓말.

유미: 정말이에요. 괴로운 일도 슬픈 일도 모두 즐거운걸요. 언니와 함께 있는 것이 바로 행복이라는 걸, 언니는 왜 몰라주세요?

사치코: 유미….

유미: 그러니까 전, 언니가 돌아가고 싶으시다면 물론 함께 돌아갈 거고, 여기 머물기로 결정하시면 끝까지 함께 있을 거예요.

유미가 생긋 웃으며 말하자, 사치코 역시 굳었던 표정을 풀고 크게 숨을 내쉬었다.

“알았어. 네 마음이 그렇다면, 예정대로 월요일까지 여기 있기로 하자. 난 사실, 도망치는 건 정말 싫어.”

덧붙인 그 말을 듣고서야 유미는 ‘그래야 사치코 님이지’라며, 그제야 사치코가 평소의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돌아왔다고 생각한다. 겉보기에는 사치코의 언행 하나하나가 유미의 마음을 휘두르는 관계로 보이지만, 사실은 의외로 강한 마음을 가진 유미가 사치코를 지탱해 오고 있던 쇠르(자매) 관계라는 게 잘 드러나는 부분이다. 결국 사치코와 유미는 원래 일정대로 별장에 머무르기로 한다.

이후 키쿠요와 키에코로부터 별장에 초대한다는 초대장이 날아온다. 그러나 유미를 함정에 빠뜨리려는 것이 너무나 분명했기에, 유미는 가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유카리로부터의 파티 초대장이 온다. 사치코와 함께 사이온지 가의 파티에 갈지 말지 고민하던 중, 산백합회 동료들인 하세쿠라 레이, 시마즈 요시노, 토도 시마코, 니죠 노리코가 유미가 보낸 엽서에 적혀 있는 별장 주소를 보고 별장으로 찾아온다. 레이와 요시노는 후지산 등반을 다녀오는 길이었고, 시마코와 노리코는 성당을 구경하고 오는 길이었다.[27]

유미로부터 그간 있었던 일을 들은 산백합회 동료들은 모두들 “세 사람의 의도가 노골적이고 유치하다. 초대에 응하지 않는 게 좋겠다.”라고 조언한다. 다만 사치코를 곁에서 계속 지켜봐 온 친구 레이는 “사치코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유미가 상처받는 것과, 상대의 꿍꿍이를 알 수 없는 것이야.”라는 의견을 내놓는다.

이후 마츠다이라 가의 별장에 갔던 사치코가 돌아왔다. 마츠다이라 토코의 할아버지인 마츠다이라 박사는 의사이며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데, 사치코의 외할머니인 사이코가 돌아가시기 전 마츠다이라 병원에 입원해 계셨다. 그래서 사치코가 마츠다이라 박사에게 감사 인사를 드리러 방문했던 것.

사치코는 산백합회 동료들의 방문을 몹시 기뻐하며, 그녀들과 근황을 주고받는다. 산백합회 동료들은 돌아가기 직전까지도 사치코와 유미를 걱정하며 “지금이라도 우리와 함께 도쿄로 같이 돌아가자”고 말하나, 이미 마음을 굳힌 두 사람은 그 제안을 거절한다. 유미는 사치코와 함께 “유카리 일당의 공격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부딪히겠다”며 사이온지 가의 파티에 참석하기로 결정한다. 요시노는 기겁하며 유미에게 “바보!!!!”라고 외쳤으나, 끝내 유미의 뜻을 꺾을 수 없었다.

파티 당일, 사이온지 가의 별장에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유카리는 화려하게 꾸민 차림새로 유미와 사치코를 맞이했고, 어머니에게도 유미의 방문을 알렸다. 유카리의 어머니 역시 딸처럼 화려하게 꾸몄지만, 이제 슬슬 파티가 시작되는 초저녁부터 제법 술에 취해 떠들고 있어서, 어쩐지 천박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마츠다이라 토코카시와기 스구루도 파티에 초대받아 왔다. 토코는 후쿠자와 유미에게 “그렇게나 경고했는데 이제 몰라요. 늦기 전에 돌아가는 게 좋을 거예요.”라고 쏘아붙이고는 가 버린다. 스구루 역시 “못된 짓을 당할 게 뻔한데도 오다니 배짱이 두둑하다”며, 유미에 대해 어떤 뒷담화가 나돌았는지 알려준다. 유미가 쿄고쿠 별장에 가지 않은 이유에 대해 “키에코의 어머니에게서 감기가 옮을까봐 그런 것”이라느니, “사치코를 별장에 남겨두고 남학생들과 웃고 떠들며 시내를 배회했다”느니 등등, 터무니없고 유치한 것들이었다. 졸부들은 그 ‘남학생들’ 중에 스구루도 있었다는 사실도 모르고, 스구루에게 그 소문을 전해주며 유미와 함께 어울려다닌 남학생들까지 흉보았다. 스구루는 그것을 듣고 기가 막히고 웃겼다고 한다.

스구루는 그런 이야기를 떠들어댄 졸부들을 “격식과 집안에 집착하며 그런 것을 따지는 인간들”이라고 표현하며, 그들을 곱지 않은 눈으로 바라본다. 그리고 그들이 유미를 깎아내리려 하는 이유를 설명하는데, 사치코의 여동생(쁘띠 쇠르)인 유미도 오가사와라 가문의 성원이나 마찬가지이니만큼, 자신들이 따라잡기 힘들다면 유미의 평판을 깎아내려 오가사와라 가문의 평판도 추락시키려는 더러운 술책이었다.

파티장에는 오가사와라 사치코가 아는 사람들도 상당수 있었는데[28], 일부 참석자들은 뒤에서 키득거리며 유미를 보고 “고시히카리 공주”[29] 운운하며 소곤소곤 비웃었다. 게다가 스구루를 통해 알게 된 사실인즉, 이 파티는 바로 유카리의 증조할머니의 88세 생일을 축하하는 자리였다. 그러나 유카리가 사치코와 유미에게 보낸 초대장에는, 그런 내용이 전혀 들어가 있지 않았다. 그렇기에 사치코와 유미를 ‘웃어른의 생신 파티에 오면서 아무런 선물도 준비해 오지 않은, 매너 없는 인간’으로 만들어 평판을 깎아내리려는 술책이었던 것이다.

온갖 먹을거리, 볼거리, 프로 피아니스트의 연주 등으로 호사스럽게 연출된 파티였지만, 정작 이 파티의 주인공이자 가장 큰어른인 사이온지 가의 증조할머니는 이 분위기가 탐탁치 않은 듯한 반응에다가 말씀도 한 마디 않고 휠체어에 앉아 미동조차 없었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유미가 설명담당 스구루에게 이유를 묻자, 스구루는 상세히 설명해 주었다.

그의 설명에 의하면 증조할머니가 치매인 것은 아니며, 단지 가족들에게 마음을 닫아버린 것뿐이라고 한다. 평소에는 관심조차 없으면서 이렇게 1년에 1번 보여주기 식으로 파티를 여는 게 못마땅했다고. 특히 평소 증조할머니가 마음에 들어했던 이 별장을 손자 부부[30]가 멋대로 개축하는 바람에 운치 있는 커다란 나무들이 모두 잘려나간 것을 불쾌해하고 계셨다. 증조할머니가 휠체어를 타게 된 이유도, 새로 개축한 별장의 반질반질한 계단에서 넘어지는 바람에 그렇게 된 것이라고 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다른 가족들과 손님들은 잔치를 즐기는 가운데, 유카리가 파티에 초대된 손님들에게 ‘증조할머니를 위한 음악 선물’을 제안한다. 제일 먼저 유카리가 증조할머니에게 장미꽃 88송이로 만든 꽃다발을 드리고, 그랜드 피아노 앞에 앉아 엘리제를 위하여를 연주했다. 이어 키에코는 플루트, 키쿠요는 만돌린, 토코는 바이올린을 연주했다. 그녀들뿐 아니라 참여한 사람들은 모두 있는 집 자제들인지라 악기를 하나하나 멋지게 연주했지만, 증조할머니는 아무 반응도 없었다. 그런 가운데, 카시와기 스구루가 작은 목소리로 후쿠자와 유미에게 물었다.

스구루: 그런데 유미 짱, 악기는 좀 연주하니?

유미: 어렸을 때 피아노를 잠깐 배웠지만, 너무 오래 쉬어서[31]

지금은 잘 못 쳐요.

그 대답을 하고, 유미는 무언가 떠오른 듯 “설마…”라고 중얼거린다. 스구루 역시 “그렇게 나오지 않을까?!”라며 다가올 일을 추측한다. 사치코 또한 조금 먼저 그 생각에 다다랐는지, 곤혹스러운 표정이 되어서는 유미와 눈을 마주친다. 그 때 앞 사람의 연주가 끝나자, 유카리가 유미에게 다가와 요청한다.

“유미 님. 저희 증조할머님을 위해서 한 곡 연주해주지 않으실래요?”

유카리의 겉으로 드러난 말씨와 태도는 상냥하기 그지없었지만, 속으로는 유미에게 칼을 갈고 있었다. 사정을 뻔히 아는 스구루, 사치코, 토코는 당황하지만, 제일 당황스러운 것은 당사자인 유미였다. 어지간한 악기는 다 있다고 하니, 엉뚱한 악기를 요구하며 빠져나갈 수도 없었다. 그러나 “연주할 줄 아는 악기가 없어”라고 물러섰다가는, ‘아무 악기도 연주할 줄 모른다니, 얼마나 교양도 없는 집안에서 자란 걸까’라는 유카리의 비꼼과 함께 두고두고 졸부 무리들의 비웃음거리가 될 것이 뻔했다. 유미는 절대 그 꼴을 당할 수 없었다. 잠깐의 망설임과 사치코의 만류, “이 파티를 엎어버릴까?”라고 소곤거리는 스구루의 제안을 거절한 후, 유미는 증조할머니의 앞에 다가가 말한다.

“미숙한 탓에 악기는 잘 다루지 못합니다만, 생신을 축하드리며 증조할머님께 한 곡 바칩니다.”

무시당하는 게 싫기도 했지만, 유미는 생신 파티에 오면서 정말 아무런 선물도 준비해 오지 않은 것이 너무 죄송하여, ‘유카리의 요청 때문이 아니라 유카리의 증조할머님을 위해 노래를 부르는 거야’라고 생각하며, 이내 평정을 되찾고서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マリア様の心、それは青空。私たちを包む広い青空。

마리아사마노 코코로 소레와 아오조라 와타시타치오 츠츠무 히로이 아오조라

마리아님의 마음, 그것은 푸른 하늘. 우리들을 감싸안는 넓은 푸른 하늘.

マリア様の心、それは樫の木。私たちを守る強い樫の木。

마리아사마노 코코로 소레와 카시노키 와타시타치오 마모루 츠요이 카시노키

마리아님의 마음, 그것은 떡갈나무. 우리들을 지켜주는 강한 떡갈나무.

マリア様の心、それはうぐいす。私たちと歌う森のうぐいす。

마리아사마노 코코로 소레와 우구이스 와타시타치토 우타우 모리노 우구이스

마리아님의 마음, 그것은 휘파람새. 우리들과 함께 노래하는 숲의 휘파람새.

マリア様の心、それは山百合。私たちも欲しい白い山百合。

마리아사마노 코코로 소레와 야마유리 와타시타치모 호시이 시로이 야마유리

마리아님의 마음, 그것은 산백합. 우리들도 가지고 싶은 하얀 산백합.

マリア様の心、それはサファイア。私たちを飾る光るサファイア。

마리아사마노 코코로 소레와 사파이아 와타시타치오 카자루 히카루 사파이아

마리아님의 마음, 그것은 사파이어. 우리들을 장식하는 빛나는 사파이어.

<마리아 님의 마음>

후쿠자와 유미가 부르는 노래는, 릴리안 여학원 학생들이라면 학교에서 계속 배워[32] 누구나 익히 아는 <마리아님의 마음>이었다. 노래를 부르던 유미가 1절을 마치자, 갑자기 간주가 들어온다. 어느새 오가사와라 사치코그랜드 피아노 앞에 앉아 반주를 시작한 것이다. 맨 처음 두 사람이 음악실에서 했던 연탄을 떠올린 유미는 선율과 마음을 겹치는 행복감에 젖어 끝까지 노래를 마쳤고, 사치코도 피아노 반주를 무사히 마쳤다.

화려한 파티와 연주에도 내내 시큰둥해 있던 증조할머니는, 유미의 노래와 사치코의 반주를 듣고 그제야 표정이 풀리면서 온화해진다. 말이 생신 잔치지 당사자에게는 관심도 없이 자기들끼리 친목질하거나 그저 사이온지 가문의 위세를 얻으려고 아부하는 졸부들만 잔뜩 모인 이 잔치에서, 증조할머니는 처음으로 자신의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해준 귀여운 아가씨의 노래에 모처럼 즐거워했다. 노래와 연주가 끝나자, 증조할머니는 처음으로 박수를 치며 유미를 불러 화답한다.

“고맙구나. 멋진 노래였어. 옛 생각이 나더구나.[33]

(유미로부터 머리에 꽂았던 산백합을 받은 다음) <마리아님의 마음>이구나. 내년에 또 놀러 오려무나, 천사님.”

유미에게 모욕적인 망신을 주려고 작당한 졸부 일당의 의도와는 정반대로, 유미는 ‘파티의 주인공이자 사이온지 가문의 가장 큰어른인 증조할머니로부터 직접 환대받은 귀한 손님’으로 지위가 급상승한다. 이후 증조할머니가 퇴장하자 파티는 흐지부지 끝나버리고, 유미를 망신주려고 작당했던 찌질한 졸부 아가씨들은 모두 아무런 소득 없이 돌아가게 된다. 카시와기 스구루는 이렇게 말했다.

“그래 봬도 사이온지 가문의 큰사모님은 힘이 있으니까, 그분의 마음에 든 유미 짱을 ‘고시히카리 공주’라고 비웃는 인간은 이제 절대 없을 거야. 그 대신 ‘천사님’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은 나타날지도 모르지만.”

이후 사치코와 유미는 마지막 날은 아무도 만나지 않고, 책도 읽지 않고 빈둥거리며 낮잠을 자며 하루를 보내고 휴가를 마무리한다. 그 다음날, 사치코와 유미를 별장까지 태워다주었던 수행기사 마츠이 아저씨가 다시 차를 몰고 두 소녀를 데리러 왔다. 두 소녀는 사와무라 부부의 환송을 받으며, 키요 아주머니가 만들어 준 도시락을 가지고 도쿄로 돌아갔다. 놀랍게도 도시락 메뉴는, 별장에 올 때 유미의 어머니 후쿠자와 미키가 만들어 주었던 것과 모두 똑같았다.

당황하는 사치코를 보며, 키요 아주머니는 “이제 매실장아찌도, 아스파라거스도, 모두 잘 드실 수 있지요?”라며 웃는다. 사실 사치코는 편식이 심했고, 매실장아찌와 아스파라거스도 원래는 먹지 않았는데, 유미로부터 들은 바에 의하면 점심 도시락 메뉴가 매실장아찌 주먹밥에 아스파라거스 구이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사치코가 도시락을 깨끗이 비운 것을 보고, 키요 아주머니는 ‘사치코 아가씨도 마음만 먹으면 가리던 음식도 드실 수 있구나!’라는 것을 깨닫고는 신이 났다. 그래서 일부러 미키가 만들었던 것과 같은 메뉴를 준비한 것이다.

여담으로 사치코는 사이온지 가의 파티에서 유미가 위기에 놓였을 때, 엄청나게 긴장했다고 한다. ‘언니(그랑 쇠르)로써 혹시라도 동생(쁘띠 쇠르)이 다른 사람에게 업신여김이나 해코지를 당할까봐서’라는 것이 이유였지만, 한편 혹시라도 유미가 또 ‘야스기부시(安来節, 미꾸라지 잡기 춤)’[34]라도 추지 않을까 걱정해서이기도 했다.[35] 결국 별장에서의 휴가를 마치고 도쿄로 돌아가는 자동차 안에서, 사치코는 유미가 보는 앞에서 웃음을 터뜨리고, 유미는 민망해서 얼굴이 새빨개지며 엔딩.


3. 일러스트[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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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릴리안 여학원 고등부에 있는 선후배 관계. 선배를 그랑 쇠르, 후배를 쁘띠 쇠르라고 한다. 릴리안 여학원은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전 과정을 갖추고 있는 일관제 학교이지만, 쇠르 제도는 오직 고등부에만 존재한다. 자세한 것은 쇠르 참조.[2] 이케가미 유미코 여사가 쓰고 있던 양산을 보고 구입한 것.[3] 일본어배추흰나비는 ‘몬시로쵸()’, 무늬는 ‘몬(紋)’이라고 하는 데서 비롯된 언어유희.[4] 정황상 카루이자와로 추정되는 게, 도쿄에서 두어 시간 달려 도착한 고원에 유명한 여름 휴양지라면 카루이자와밖에 없다.[5] 하얀 나무팻말에 알파벳으로 OGASAWARA라고 써놓았지만, 너무 낡아서 SAWA만 남고 나머지 글자들은 알아보기 힘들 지경으로 흐릿해져 버렸다.[6] 이 때문에, 여기까지(!) 취재하러 온 신문부원 야마구치 마미와 사진부원 타케시마 츠타코가 오가사와라 별장을 찾아 헤맸지만, 끝내 눈앞의 이 집이 오가사와라 별장이라는 것을 알아채지 못하고 지나쳐 버린다. 실제로 카루이자와에는 거대한 별장이라도 대놓고 문패를 달아놓지 않아, 외부인의 관심을 거절하는 느낌의 집이 많다.[7] 이들에게 주인어른은 사치코의 할아버지이며, 사치코의 아버지 토오루는 도련님, 어머니 사야코는 사치코와 똑같이 아가씨라 부른다.[8] 니가타현 남동부의 시. 고시히카리 쌀의 산지이며, 스키장온천도 많다.[9] 저혈압이 있으며, 특히 오전에는 더 약하다.[10] 사와무라 부부는 따로 식사를 한다고 했다.[11] 후쿠자와 유미샌드위치의 구성을 보고 ‘오야코동 같구나’라고 생각하며 웃었다.[12] 후쿠자와 부부는 딸을 오가사와라 별장에 보내면서 “가만히 앉아서 대접받지만 말고, 네가 도와드릴 수 있는 일이 있으면 도와드려라”라고 당부했다.[13] 사치코의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평소 집에서는 일 때문에 경영이나 사업에 관한 책을 읽으시지만, 별장에 오면 문학작품을 즐겨 읽으신다고 한다.[14] 나츠메 소세키의 소설 마음. 사실 유미는 마음껏 휴식할 생각이었기에 아무런 책도 가져오지 않았던 터라, 사치코네 별장에 있던 책을 빌려서 읽었다.[15] 오가사와라 사치코는 “사람이 많은 곳을 좋아하지 않는다”며 별장에 남아 있었다.[16] 별명은 닛코(日光)&갓코(月光). 이름의 한자에서 부수를 하나씩 뺀 것이다. 또한 일광보살과 월광보살은 약사여래의 양 옆에 협시(夾侍, 좌우에서 가까이 모심)하는 보살이기도 하다. 일광보살은 태양빛과 같은 덕으로, 월광보살은 달빛과 같은 덕으로 중생을 교화한다고 한다.[17] 작중에서, 오가사와라 가문은 ‘해외에 몇 채의 성(城)이 있다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라고 묘사될 정도다.[18] 새빨간 스포츠카다.[19] 학교는 다르지만 키에코와 유카리는 후쿠자와 유미와 같은 고2, 키쿠요는 마츠다이라 토코와 같은 고1이다. 작중 졸부 집안으로 묘사되나 실제로는 아야노코지는 구 화족 자작가문, 사이온지는 구 화족 공작가문의 성씨이다.[20] 유미는 키쿠요, 키에코, 유카리의 외형에 대해 “호랑나비처럼 화려한 옷차림과 화사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고 묘사했다. 이때 유미는 평범한 티셔츠에 청바지라는 소탈한 차림이었다.[21] 아버지를 졸라 생일선물로 을 받았다느니, 방학 때 호화 유람선을 타고 여행했다느니, 마음에 드는 가게가 있어서 매달 꼭 다녀오는데, 그 가게는 프랑스 파리에 있다느니 등등.[22] 어디까지나 상대적 비교. 후쿠자와 집안은 도쿄도내에 3층 저택을 짓고 살며 아들딸을 명문 일관제 사립학교유치원부터 보낼 정도이니, 서민 집안은 아니다. 또한 유미의 어머니 후쿠자와 미키도 릴리안 여학원 졸업생이니, 유미의 외가인 호리베() 집안도 꽤나 유복한 집안이다.[23] 무라사키 시키부의 장편소설 겐지모노가타리영어로 번역한 것을, 다시 현대 일본어로 번역하기[24] 애니메이션에서는 키에코가 “아쉽네.”라고 말하는 대사와 함께, 살짝 웃는 표정이 들어가 더욱 확실해졌다.[25] 릴리안 여학원 고등부의 학교신문. 평범한 학교신문다운 기사도 실리지만, 교내의 각종 소문들도 보도된다. 특히 교내의 인기인인 산백합회 간부들에 대한 소문들을 종종 싣는다. 그래서 여러 번 피해를 입은 산백합회 구성원들에겐 신문부장 츠키야마 미나코를 필두로 한, 온갖 찌라시를 실어대는 스포츠신문 취급을 받을 정도.[26] 오가사와라 가문 남성들의 여성편력은 매우 유명하다. 사치코의 할아버지도, 아버지도, 여자관계가 매우 난잡하고 문란하여, 바깥에 애인들을 여럿 두고 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사치코를 몹시 사랑하지만, 사치코는 이 점에 대해 강한 아쉬움을 품고 있다.[27] 야마구치 마미토도 시마코&니죠 노리코의 나들이를, 타케시마 츠타코하세쿠라 레이&시마즈 요시노의 나들이를 취재하려고 했다. 그러나 미행에 실패하여, 그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고 만다.[28] 예전에 사치코를 가르치셨던 서예 선생님 등.[29] 유미의 부모님이 사치코네 별장으로 보낸 고시히카리 을 가리켜 비꼬는 말. 키쿠요, 키에코, 유카리가 사치코네 별장에 갔을 때 키요에게 캐물어 얻은 정보를, 다른 졸부 일족들에게 소문낸 것.[30] 유카리의 부모[31] 1권 마리아님이 보고 계셔(에피소드)에 의하면, 유미는 릴리안 여학원 초등부 때 피아노를 배웠지만 실력이 그리 크게 향상되지는 않았고, 중등부에 진학하면서 그만두었다고 한다.[32] 릴리안 여학원 유치원에 입학하면 제일 먼저 배우는 노래라고 한다.[33] 유카리의 증조할머니 또한 릴리안 여학원 출신임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34] 시마네현의 민속무용.[35] 몇 개월 전인 3월, 산백합회 본부인 장미관에서는 고등부를 졸업하는 간부 미즈노 요코, 사토 세이, 토리이 에리코를 위한 환송회가 열렸다. 이때 유미는 선배들을 위해 ‘야스기부시’를 선보였는데, 너무나도 우스꽝스러운 춤이어서 참석자들이 포복절도했던 것. 참고로 시마즈 요시노는 마술, 토도 시마코는 <마리아님의 마음>에 맞춰서 즉석으로 일본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