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티니 가디언즈/지식/마라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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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티니 가디언즈의 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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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봉대 업적 지식
빛 업적 지식
황혼과 새벽 업적 지식
어둠 업적 지식



1. 개요
2. 강요자 2
3. 강요자 3
4. 강요자 4
5. 강요자 5
6. 퇴각
7. 목전 1
8. 목전 2
9. 신생 1
10. 신생 2
11. 서언
12. 브레포스 1
13. 브레포스 2
14. 브레포스 3
15. 우주환류 1
16. 우주환류 2
17. 우주환류 3
18. 우주환류 4
19. 황홀경 1
20. 황홀경 2
21. 황홀경 3
22. 불의자 1
23. 불의자 2
24. 불의자 3
25. 이단 연구
26. 강요자 1
27. 신생 3
28. 보복 1



1. 개요[편집]


이 지식 책은 꿈의 도시 곳곳에 숨겨진 아함카라 뼈를 찾고 굴복자 알을 찾아 소원 종결자로 부숴야 얻을 수 있다. 특히 주마다 바뀌는 승천이나 3주에 한번씩 오는 조각난왕관에 있는 경우가 많아 제 시간에 찾아야한다.
현재 조각난 왕관은 저주 단계에 상관없이 들어갈 수 있다. 다만 주마다 바뀌는 승천 차원은 그대로이다.

2. 강요자 2[편집]


조심스럽게 지류의 인구는 늘어 갔다. 계속하여 기쁘게도 그들은 번성하였다. 죽지 않는 자들은 젊은이와 같이 가단성 있고 열정적임과 동시에 성인과 같이 노련하고 안정되었으며 존경 받는 노인과 같이 현명하고 겸손하였다.

그러나 여전히 각성자는 죽음이라는 문제를 안고 있었다. 지류보다 오래되고 척박한 세계를 떠올리는 건 쉬운 일이었다. 천천히 변하고 싱싱하게 살아 있는 각성자는 빠르게 바뀌는 세대에 적응하는 소박하고 번식이 빠른 하루살이 사이에서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그런 경쟁자로 가득 찬 세계 말이다.

각성자는 왜 필멸을 그대로 두었는가? 낙관론자들의 설교대로 각성자는 전생의 용기와 충절에 대한 보상을 받은 것인가? 아니면 인공부화론자의 말이 옳은가? 지류가 주는 모든 선물이, 저 하늘의 우윳빛 별들과 각성자로서의 모든 삶이 전부 비겁함의 산물인 것인가? 각성자의 영혼 중심에는 아직 치르지 않은 전투가 남아 있는 것인가? 아직 지키지 못한 의무가 남은 것인가?

응구야 핀 여왕은 젠심 서기들의 세력을 누르고 군주제를 부활시켰다. 이는 여왕이 운명적인 만남을 겪은 이후 일어난 일이었다. 하지였던 그날 여왕은 두건과 가면을 쓴 여자를 만났는데, 그녀가 마라 소프라는 자도 있고 오래전 사라진 디아시름이라는 자도 있었다. 990년 동안(매우 긴 시간을 나타내는 수사적 표현) 여왕은 예술과 종교에서만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그러나 응구야 핀 여왕은 자신이 인공부화론자임을 공언하고 앞으로 여왕의 권한으로 우주에 대한 각성자의 빚이 무엇인지 확인하는 임무를 지휘하겠다고 선언했다. 모든 각성자가 사랑하던 꿈을 쫓을 때가 온 것이었다. 우주를 정복하고 세계의 진정한 모습과 역사를 확인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여왕은 젠심 서기들에게 자만심을 버리고 동등한 위치에 설 기회를 주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세계 최고의 기술자들이 여왕의 궁정으로 소환되었고 그들이 원하는 모든 자금과 자원은 넘치도록 제공되었다. 궁전은 밤 늦게까지 램제트와 원일점을 논하고 진한 블랙 커피로 아침을 깨우며 계량 텐서와 우주 마이크로파 비등방성을 중얼거리는 사람들로 넘쳐났다.

이러한 지식의 장으로 슈어 아이도가 왔다. 핀 여왕을 인공부화론자로 만든 여자를 찾는 중이었다. 슈어의 마음은 오랜 분노로 불타올랐다. 불멸자에게 필요한 것 중 하나는 영원한 피의 복수이기 때문이었다.

슈어 아이도는 여왕의 궁정에서 변장한 마라 소프로 추정되는 자를 찾아냈다. 슈어는 두건을 쓴 자를 뒤쫓아 가 그자가 실험실에서 원시 중력파의 흔적을 찾기 위해 임시 볼로미터를 납땜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슈어 아이도의 분노와 슬픔은 마라의 무심한 듯한 우아함과 태고의 아름다움 앞에 더욱 깊어져, 결국 심장이 찢겨 나갈 즈음에 슈어는 피를 토하며 소리쳤다. "마라 소프!" 그녀가 자신의 악기술 물질 레이저를 둘 사이에 던지며 외쳤다. "네가 살아있는 한 난 살 수 없다. 하지만 널 죽일 순 없다. 대신 극도의 고통을 줄 결투를 신청한다. 나는 네가 가장 아끼는 자와 죽을 때까지 싸워 너에게 영원한 고통을 안겨 주거나 그리 시도하다 죽을 것이다."

마라는 이 결투를 거절할 수 없었다. 그녀는 울드렌을 불러 이제는 자연스러워진 잔인함으로 그에게 그녀 대신 슈어 아이도와 죽을 때까지 싸우라고 말했다.

"결투 한 판으로 다 해결할 순 없습니다." 울드렌이 고대 피의 복수자에게 말했다. "그렇게 하면 너무 많은 미련이 남을 겁니다. 그렇게 오래된 원한은 충분히 풀어야 할 자격이 있습니다. 검으로 한 번, 소총으로 한 번, 5세대 제공 전투기로 한 번 겨룰 것을 제안합니다."

슈어 아이도는 이 제안을 받아들였다.


3. 강요자 3[편집]


실라의 딸 에실라는 슈어 아이도의 냄새를 알아차렸다. 냄새는 기억 가장 깊은 곳에 남아 있기 때문이었다. 에실라는 응구야 핀 여왕에게 고대 영웅 하나가 궁정에 있다는 사실을 알렸다. 핀 여왕이 자신을 알현하지도 않은 슈어의 무례함에 불쾌해하며 이 방문자를 어떻게 환대해야 하는지 고민에 잠겼을 때 감시자 한 명이 젠심 서기들에 대한 슈어 아이도의 계획을 알아내 왔다.

많은 서기들이 이 소식에 불안해하였다. 슈어 아이도가 마라 소프를 잡아 죽이도록 허락한 것은 그들이기 때문이었다. 슈어 아이도가 서기들이 관리해야 하는 여왕의 손님을 죽인다면 전쟁이 일어날 것이고 각성자의 우주 정복이라는 원대한 계획도 끝장날 것이었다. 슈어 아이도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사학자들이 궁정으로 소환되었다. 그들에게는 달콤한 향기의 꽃다발과 보조금이 지급되었다. "그녀는 알리스 리의 팔라딘 중 하나였지만, 인공부화론자였습니다. 언젠가 우리 각성의 선물에 대한 빚을 갚게 될 날이 오리라 믿는 자들이지요."

"그녀가 여왕 폐하의 보호를 깨고 궁정의 손님을 죽일 것 같은가?" 서기들이 물었다.

"오, 당연하지요." 사학자들이 웃으며 답했다. "슈어는 무자비한 자였습니다."

서기들은 여왕의 궁정을 빠져나갈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슈어 아이도가 승리하면 그들이 비난받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불안한 분위기를 감지하고 많은 주요 계약자와 공급자가 우주 프로그램에서 손을 뗐다. 여왕은 젠심 서기들의 불충과 이기적임을 맹렬히 비난했다. 여왕의 인공부화론자들은 비행의 꿈을 무산시킨 낙관론자 주요 세력에 분노하였다. 가족과 가족이, 형제와 자매가, 부인과 부인이 서로 등을 돌렸다. 온 세계가 분노하였다.

그동안 슈어 아이도와 울드렌은 중수 풀 위에 있는 리아나로 짠 그물망 위에서 만났다. 여왕의 반응로에서 나온 빛이 자리를 잡고 선 그들 아래에서 반짝였다. 울드렌은 검은색 술이 다린 실크 수트 위에 흰색 세라믹 가슴보호구를 걸치고 칼날이 검 길이의 거의 세 배가 되는 긴 프랙탈 칼을 들고 있었다. 슈어 아이도는 가슴 부분에 여덟 칙령의 별이 새겨진 윤곽이 잡혀있는 팔라딘의 청회색 압박 방어구를 입고 싸웠다.

시작하기 전에 슈어 아이도는 정원사의 피난처 위의 얇은 커튼을 찢어 버리고 마라 소프를 쳐다봤다. "두려운가?" 그녀가 증오와 존경이 반씩 섞인 경외감 어린 목소리로 속삭였다. "땀이 흐르나? 숨이 가빠오나?"

마라는 슈어의 안면 보호판에 손바닥을 갖다 댔고 아무런 자국도 남지 않았다. 그녀는 슈어의 건틀릿을 자신의 심장 쪽에 대고는 평온한 맥박과 안정된 호흡을 느끼게 했다. "그를 걱정하지 않는 건가?" 슈어가 도전적으로 말했다. "내가 그를 불구로 만들어도 아무 의미가 없는 건가?""

"질문은 제대로 했으나," 마라가 말했다. "대상이 잘못되었다."

그제서야 슈어는 자신이 언제나 상실과 시련을 통해 사랑을 표현하는 남자와 싸우게 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녀는 울드렌에게 고개 숙여 예를 갖춘 다음 칼을 뽑았다. 울드렌은 조롱하는 태도로 마주 고개를 숙였다. 그들은 리아나로 짠 그물망 위에서 천천히 나선형으로 돌며 싸웠다. 거미처럼 살금살금 움직이며 발 아래 그물망의 움직임으로 상대의 허점을 발견하길 기다렸다. 그리고 둘은 맞붙었다. 보이지 않는 속도로 검과 검이 부딪쳤다. 슈어 아이도의 직선적인 교도소 마당 잽을 울드렌은 교묘히 몸을 돌리는 속임수로 맞받았다. 검 싸움의 모든 것은 우주의 장악과 굴복과 같았다. 누구도 죽음을 불러올 뒤엉킨 광란의 검 공격 앞에 굴복하지 않았다.

울드렌은 슈어를 중심을 잃게 할 셈으로 중심 리아나를 잘라내기 시작했다. 이에 슈어 아이도는 돌진하여 그의 중심을 흐트러트리는 것으로 반격했다. 결국 둘은 함께 냉각수 웅덩이로 떨어졌다. 결과는 무승부였다. 하지만 이건 세 대결 중 하나에 불과했다.


4. 강요자 4[편집]


그 다음으로, 몰락한 팔라딘와 사냥꾼은 장총을 골라 들고 몬순 밀림으로 가서 추격전을 벌였다. 슈어 아이도는 5라운드 무리 유도와 내부 배수조가 달린 11x90mm 범의 앙심을 골랐다. 울드렌은 청자고둥 페이로드가 있는 조용한 바늘 카빈총을 골랐다. 6주 동안 정치적 상황이 더욱 악화되는 가운데 그들은 추격전을 벌였다. 그는 더 뛰어난 사냥꾼이었다. 그의 움직임은 더욱 은미했고 야생에 익숙하였다. 그러나 슈어 아이도는 더 뛰어난 병사였다. 그녀는 밀림 환경을 보호할 생각이 전혀 없었으며 그것을 유리하게 이용할 줄 알았다. 슈어는 폭력과 영역 침범으로 동물들을 광란 상태에 빠뜨렸다. 앵무새와 까마귀는 서로 지저귀며 울드렌의 은밀한 은신처를 알렸고, 약이 오른 포식 동물들은 그가 조심스럽게 정찰해 둔 자취를 따르지 못하게 덤벼 왔다. 슈어 아이도는 균열 호수를 등진 그를 발견하였고 호수 바닥을 가로지르려던 그에게 총을 쐈다. 물 때문에 단말 탄도가 고장나 치명적인 상처를 입히진 못했으나, 이번 대결은 슈어의 승리였다.

"네 목숨이 달려 있어." 마라가 울드렌에게 경고했다. "이 마지막 대결에서 지면, 너는-""

"내가 그렇게 멍청하냐?" 그가 으르렁거렸다. 상처로 인한 고통은 끔찍했으나 그는 약간의 진통제만으로 버텼다. "내 일은 나한테 맡기라고, 누나. 안 그러면 아무 것도 할 수 없어."

이제 그들은 안달라이아스 상공에서 제공 전투기를 타고 만나기로 했다. 좌석 아래에 있는 화약은 교전 장소를 이탈하면 폭발하도록 되어 있었다. 전투 공간이 협소하였으므로 슈어 아이도는 날렵한 어민 전술 전투기와 전방위 열추적 미사일 화물을 선택했다.

"어디서 이 전투기를 받는 겁니까?" 울드렌이 따져 물었다. "그 장비를 어떻게 믿을 수 있죠?"

슈어 아이도는 젠심 서기들 중 하나가 전투기를 제공할 것이며 무기는 그녀의 개인 억제 무기 비축소에서 가져올 것이라고 했다. "좋습니다." 울드렌이 경멸 어린 어조로 말했다. "그럼 이 전투기에 장착할 수 있는 모든 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겁니까?""

"당연하지." 슈어가 말했다. "우리가 확보할 수 없는 것은 훈련 시뮬레이션으로 대체될 것이다." 그녀는 울드렌의 상처가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렇다면 난 다트를 몰겠습니다." 울드렌이 말했다. 그 고대 요격기는 발포 제어가 어렵고 기동성이 좋지 않았으며 원시적인 무기를 사용하는 것이었다.

"다트라고?" 슈어가 조롱하며 말했다. "원래 무기를 가지고 비행할 건가 그럼? 로켓과 총으로 날 쓰러뜨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그렇습니다." 울드렌이 낮게 떨리는 목소리로 답했다. "조건을 수락하시겠습니까?" 그녀는 수락했다.

두 대결자는 겨울 아침 창공을 가르며 날아올랐다. 연료를 확인하고 원격 데이터를 전송하고 지형 스냅샷을 확인한 다음 그들은 100미터 떨어진 곳에서 서로를 마주봤다. 슈어 아이도는 지면 쪽으로 하강했다. 울드렌의 레이더는 불요반사파와 그녀의 전투기를 거의 구분하지 못할 것이었다. 울드렌은 곧바로 날아왔다.

80미터 거리에 다다르자 울드렌이 무전으로 말했다. "폭스 쓰리. 처치 완료. 전투 종료." 슈어는 그 허풍에 이를 갈며 기수상승 공격을 하려다가 어민의 훈련 패널에 사망 경고가 반짝이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70년 전에 사용됐던 다트의 요격 장비에는 비유도 공대공 핵 로켓이 있었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울드렌은 시뮬레이션으로 그녀와 그 주변 수 클릭 내 모든 걸 날려 버린 것이었다.

타맥 위에서 슈어 아이도는 헬멧과 낙하산을 벗고 마라 소프 앞에 무릎을 꿇었다. "마라 님." 그녀가 말했다. "대결이 무승부로 끝났으니 내 운명을 당신 손에 맡기겠습니다. 디아시름 님께 했던 것보다는 자비롭게 대해주시길."

"일어서라, 슈어 아이도." 마라가 말했다. "함께 별을 정복하도록 하지."


5. 강요자 5[편집]


고체 로켓 증폭기의 저주파 소음이 소음에서 동작으로 한계치를 지났다. 이를 듣는 것은 느끼는 것과 같았으며 이를 느끼는 것은 자신이 고정된 육신이 있는 존재이면서 액체와 젤로 가득한 주머니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었다. 막과 경도, 용질과 필름을 가진 육신은 여러 가지가 섞인 것이었다. 마라는 발사용 로켓이 증폭기를 떨군 다음 구름을 뚫고 올라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이러한 생각을 했다. 각성자는 천사가 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육신을 갖게 되었다.

"저게 그것이다." 응구야 핀 여왕은 휴대용 왕좌에서 일어났다. 여왕은 마라보다 머리 둘 정도는 더 컸다. "대신할 자를 선택해 봐. 내 일은 끝났다. 더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마라가 여왕을 보며 미소지었다. "여왕이 일이 끝나는 법이 있습니까?"

"오, 놀리지 마라." 핀 여왕이 혀를 쯧쯧 차며 말했다. 그녀는 바람에 날아와 바지에 묻은 꽃가루를 탁탁 털어냈다. 오늘 발사로 봄의 나무들이 뜨거운 바람에 시들어버렸다. "넌 나를 네 일에 이용했다. 정치적으로 과학적으로 말이지. 넌 날 이용해 서기들을 깔끔하게 스크롤처럼 둘둘 말아 내다 버렸다. 난 군주제를 위해 움직여준 것이다, 마라. 내가 멍청해서가 아니라. 난 네가 원하는 게 뭔지, 왜 그렇게 각성자들을 불안하고 불만족스럽게 만드는 일에 몰두하는 건지 모른다. 네가 어떻게 그런 지지를 얻어내는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퇴위하면 난 알리스 리를 찾을 것이다. 어디로 갔든지 찾아내어 너에 대해 궁금한 것을 모두 물어볼 테다. 그 답변들이 매우 궁금하구나."

"폐하는 훌륭한 여왕이셨습니다." 마라가 말했다. "폐하를 대신할 자는 없습니다." 서기들과 전혀 가깝지 않았으며 왕위에 오르면 서기들의 남은 야망에도 타격을 줄 수 있는 데브나 텔을 염두에 두고 있긴 하였다.

그녀는 우주선 옆에서 슈어 아이도와 합류했다. "새로운 여왕이 필요하게 됐다." 마라가 램프 옆면으로 뛰어오르며 말했다. "위성 소식은?""

"여전히 라그랜지 지점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응구야한테 무슨 짓을 한 겁니까?"

"너무 많은 깨달음을 준 것 같다." 이 관찰 위성이 각성자들에게 마라의 관점으로 세상을 보는 걸 도울 것처럼 말이다. 그녀는 자신의 경호원이 램프로 오르는 걸 도왔다. 슈어는 램프에 오르는 데 마라의 도움이 필요하진 않았으나 군말 없이 그녀가 내민 손을 잡았다. "울드렌은 지금쯤 카마리나 지상에 있을 것이다. 그가 일을 끝내면 간섭계 매입 승인을 얻을 거야."

하늘에 새로운 별이 보였다. 마라가 띄운 별이었다. 거대한 분산배열 망원경이 지류의 차가운 태양 궤도를 돌고 있었고, 중력파 센서와 차가운 임시 중성미자 감지기가 그 표면을 기어 다녔다. 유령회사와 시드 투자를 통해 그녀는 거대한 눈과 같은 자신의 세계를 열었고 그 눈은 천국을 향했다. 슈어 아이도는 지난 수십 년간 눈속임용 공개 아바타였고 울드렌은 임무 수행을 맡았다. 여왕의 궁정에서 벌이던 비밀 스피드 체스의 시절은 끝났다. 슈어 아이도의 공개적인 지지를 통해 마라는 인공부화론의 상징이 되었고 여전히 권력을 잡고 있는 젠심 서기들을 모두 협박하여 자금력을 키웠다.

그럼에도 그녀는 그 어느 때보다 더 외롭고 미래가 걱정되었다. 어머니는 마라가 울드렌에 대한 자신의 영향력을 너무 남용하고 있다면서 절제하는 법을 배우지 않으면 더는 그녀의 친구가 될 수 없다고 했었다.

"마라?" 뭔가 불안한 표정을 감지한 슈어가 말했다. 마라를 잘 아는 그녀는 즉시 위로하는 말 대신 화제를 돌렸다. "위성으로 뭘 발견하게 될까요?"

"우리가 떠날 때라는 증거지." 마라가 답했다. "내가 태초부터 알고 있던 것에 대한 증거다."

슈어는 눈썹을 찡그리며 생각에 잠겼다. 그녀는 깨어나기 전 일을 별로 기억하지 못했다. 891인 중 기억하는 자는 드물었지만, 신경 쓰일 만한 숫자였다. "우리가 떠날 때라…"

우주선의 터빈이 속도를 높이며 날카로운 소음을 내더니 속도를 유지하며 조용해졌다. 슈어는 마라의 맞은편에서 띠를 묶으려 팔을 뻗었다. 충동적으로, 자신이 원하고 있는 걸 무시하면서 굳은 얼굴을 한 마라는 옆으로 자릴 옮겨 자신의 벤치에 한 사람 더 앉을 공간을 만들었다. 슈어가 눈썹을 치켜세우며 그녀를 쳐다봤다.

"아무 말도 하지 마." 마라가 경고했다. "한 마디도." 그리하여 그들은 침묵 속에 비행해 갔다. 둘이 함께.


6. 퇴각[편집]


마라는 이글거리는 눈동자로 카메라를 한동안 응시했다.

그들은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지류의 수많은 자들, 그녀의 각성자 백성들이 말이다. 그녀는 30년의 고통스러운 분석을 통해 그들의 호기심을 부추겨 왔다. 그들이 밤 하늘을 볼 때면, 빽빽하게 솟은 가는 막대기 같은 궤도 공장, 높은 승강기 균형추, 물질 스트림의 불타는 길 사이로 그녀의 관찰 위성이 보였다.

"우리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그녀가 말했다.

구조론과 대기권, 물과 기후에 대한 사실은 바로 그들에게 에너지를 공급하는 태양의 변수에 있습니다. "작년엔 어떤 신생아도 죽지 않았고 어떤 아이도 굶지 않았으며 성년이 된 젊은이 중 문맹자도 없었습니다. 치료받을 수 있는 모든 자는 병으로 고통받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이미 오래 전에 쉽스파이어에서 얻은 유테크를 뛰어넘었으나, 조심스럽고 깨끗한 방식으로 번성했습니다. 우리는 오염을 방지하고 전염병을 근절했으며 평화를 택했습니다. 수 세기 동안 어떠한 악기술도 배출되지 않았습니다. 원자 무기는 사용되기도 전에 해체되었습니다. 우리 존재 자체가 승리의 표상인 것입니다."

그녀는 일부러 그래픽이나 극적 효과는 쓰지 않았다. 그녀는 대신 그들이 자신의 얼굴을 기억하길 바랐다.

"여러분은 스스로를 잘 알고 있습니다." 그녀가 말했다. "여러분의 우주에 대해 말해 보겠습니다. 우리는 공간적으로 무한한 121억 살 등방성 우주에 살고 있습니다. 이곳의 금속성은 생명과 기술 문명사회가 번성하기에 적합합니다. 때가 되면 우주의 모든 점 사이 간격이 0으로 압축되고 우주는 특이점으로 무너져 불꽃 속에서 다시 태어날 것입니다. 이곳에서의 무한성은 끝이 없을 것입니다."

그녀는 말을 멈추고 기다렸다. 전 세계가 그녀를 지켜보며 답을 말해주길 원하고 있었다.

"우리 세계는 선물입니다. 우리는 이 선물을 거절해야 합니다."

그들은 각성자였다. 그들은 비밀을 사랑했다. 그들은 그녀가 설명할 때까지 기다릴 것이었다.

"우리는 우리 우주에 그 선조가 남긴 패턴을 발견했습니다. 존재가 탄생하는 데 필요한 초기 조건의 뚜렷한 특징이지요. 이 정보를 바탕으로 우리는 가장 태초의 각성자 신화를 확인했습니다. 우리 우주는 다른 우주의 부집합입니다. 우리는 특이점 안에 살고 있습니다. 다른 세계의 별을 중심으로 돌고 있는 우주 시간의 매듭인 것입니다.

"기존의 상대성 이론에서는 사상의 지평선 외부의 시간은 내부의 시간보다 빠르게 흐른다고 설명하지만, 우리 우주는 그 모체와 특이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지류에서는 수천 년이 흘렀지요. 그럼 저 밖에서는 어떨까요? 기껏해야 수백 년이 흘렀습니다. 우리는 느리게 흐르는 강에 있는 빠른 회오리입니다.

"수백 년의 이론과 철학 연구를 거친 여러분에게 이런 이론은 별로 놀랍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우주 마이크로파와 중성미자 환경 신호에서 새로운 데이터를 해독했습니다. 우리는 목소리를 발견했습니다… 조난 신호를 보내는 목소리였지요. 그들은 용기와 전쟁과 절망적인 실패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줬습니다.

"우리는 원래부터 불멸자였던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어떤 우주의 강력한 존재와의 계약이나 도덕적 깨우침을 통해 이 낙원을 얻은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피난민입니다. 우리는 우리 선조의 문명사회와 그곳을 침략한 세력 간에 벌어진 파괴적인 전쟁에서 도망친 자들입니다. 그녀는 시선을 아래로 향했다. "우리가 회수한 신호에 따르면 우리 선조는 거의 패배할 위기에 처해 있었습니다. 멸종 위기였을지도 모르지요."

"이제 우리가 빚을 청산해야 할 때입니다. 지류는 생득권이 아니라 피난처입니다. 돌봐야 할 정원이 아니라 우리의 힘을 되찾기 위한 기지입니다. 각성자 여러분께 요청합니다. 나와 함께 역사상 가장 어렵고 가장 가치 있는 임무에 참여해 주십시오. 우리는 천국을 떠나 우리 선조의 세계로 가서 그들이 버려둔 일을 끝내야 합니다. 살아남은 자가 있다면 그들을 도와야 합니다. 그들에게 적이 있다면 우리의 힘을 빌려줘야 합니다. 우리는 우리가 도망쳐 온 전쟁터로 돌아가 그곳에서 적을 맞아야 합니다."

그녀는 말을 잇기 전 잠시 침묵하며 생각할 시간을 주었다. "또한 우리는 우리의 생득권인 이 불멸성이 이 우주의 본질적 특성과 엮여 있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우리가 이곳을 떠나면 다시 나이가 들어갈 것입니다. 때가 되면 우리는 모두 죽을 것입니다.

"나와 함께 가시겠습니까, 각성자 여러분? 나의 부름에 응답하겠습니까? 내가 줄 것은 고난과 죽음뿐입니다. 내가 요청하는 것은 여러분의 모든 것입니다. 하지만 여러분은 더욱 오래된 별빛을 보게 될 것입니다. 이 세계 어느 곳에서 만난 것보다 더욱 깊은 어둠 속을 걸을 수 있을 것입니다."


7. 목전 1[편집]


"넌 악마야." 알리스 리가 속삭였다. "생각해 보니… 어떤 고대 언어에서는 마라가 죽음이라는 뜻이었어."

한 시간 전. 마라의 우주선이 격식에 맞게 펄 그루브스에서 2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착륙했다. 그녀는 채널과 조수 연못의 미로 너머에 있는 고대 은백색 석조 컴파운드를 바라봤다. 껍질이 무기 포유물로 뒤덮인 이중색 진주조개가 얕은 물에서 반짝였다. 바닷새는 좁고 하얀 백사장을 따라 돌아다니며 먹이를 쪼았다. 마라는 검은색 의례용 치마를 살짝 들어 올리고 알리스 리 전 여왕의 안식처로 길게 이어진 길을 걷기 시작했다.

"마라." 그녀에 목에 있는 마이크에서 울드렌의 목소리가 속삭이듯 흘러나왔다. "이러지 마. 아니면 슈어라도 데려가라고."

하지만 이걸 하지 않으면 다시는 자기 자신을 마주할 수 없을 것이었다.

햇볕이 따갑게 내리쬐었다. 양산을 쓰고 있었지만 열기는 옷 구석구석과 신발 바닥으로 스며들었다. 눈을 가늘게 뜨고 눈부신 하늘을 쳐다본 그녀는 궤도에 있는 자신의 함대가 반짝이는 점처럼 보이는 것 같았다. 선기술 감독하에 언젠가 세계와 세계 사이를 비행할 철저한 차세대 지각 능력이 있는 AI 사양을 갖춘 함대였다. 프로젝트를 중단하기엔 이미 너무 늦었다. 다시 생각하기엔 너무나도 늦었다. 정확히는 121억년 늦어버린 것이었다. 특히 마라에게는.

마라는 모래를 헤치며 느릿느릿 걸어갔다.

전 여왕의 집에 도착했을 때 마라는 매우 지쳐 그리 좋은 기분이 아니었으나, 낡은 다기 세트를 앞에 두고 베란다에 앉아 있는 알리스 리를 보자 미소 짓지 않을 수 없었다. "시간을 내줘서 고마워." 마라가 말했다.

"와 줘서 고마워. 인사도 없이 여길 떠날까 봐 걱정하고 있었어." 알리스는 차가운 블랙베리 차를 잔에 따라 마라에게 주었다. "여기 앉아. 텔 여왕은 어때?"

"여왕은 내 원정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길 거부했어." 마라가 넓은 목재 접의자 아래로 발을 넣으며 솔직하게 말했다. 차는 너무 달았으나 더할 나위 없이 시원했다. "여왕이 왜 그런 건지는 잘 알겠지."

"그러니까 여왕이 우리 사회라는 직물에서 수천 가닥의 실이 갑작스럽고 파괴적으로 끊겨 나가는 것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길 거부했다는 거지? 놀랍기도 해라." 알리스는 비판적인 표정으로 마라를 쳐다보고는 이내 뒤로 기대어 앉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서기 하나가 전에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어. 유토피아란 개개인의 행복이 다른 모두에게도 필요한 곳이라고 말이야. 넌 행복하지 않은 수많은 사람을 만들게 될 거야, 마라. 넌 확실하게 세상 사람 모두의 삶을 더 불행하게 만들 거라고. 네가 죽음으로 꾀어낸 사람들 뿐아니라 그들이 떠난 것을 슬퍼할 사람들과 그들의 노동력과 지식의 빈자리를 슬퍼할 사람들의 삶까지 모두 말이야.

"그들은 스스로 선택한 거야.""

"네 어머니가 너한테 그랬지." 알리스가 말했다. "사람을 다루는 특별한 능력이 있는 건 좋지만, 그 힘을 이용한 걸 부정하는 건 옳지 않다."고 말이야.

"넌 전에 이런 말을 했지." 마라가 반박하며 말했다. "사람들이 날 두고 만든 상징성을 생각해야 한다고. 그리고 그게 좋은 상징이라면 그들을 위해 그 상징이 되어야 한다고 말이야. 난 그들이 원하는 대로 움직여야 했어. 그리고 그렇게 했지. 난 내가 생각해 낼 수 있는 최선의 존재가 된 거야."

"지금 이게 네가 생각해 낼 수 있는 최선인 거야?" 알리스가 감정이 섞이지 않도록 잘 훈련된 어조로 말했다.

마라는 미묘한 침묵 속에서 차를 한 모금 마셨다.

전 여왕은 자신의 잔을 살짝 쪼개질 정도로 세게 탁자에 내려 놓았다. 마라는 속으로 놀라서 펄쩍 뛰었다. 그 다기 세트는 쉽스파이어에서 가져 온 귀중한 보물이었다. 알리스의 표정이 굳었다. 얼굴에서 고대의 위엄이 느껴졌다. "마라. 난 최소한 너 만큼은 머리가 좋다고. 그걸 좀 인정해 줬으면 하는데."

"난 이 결과를 끌어내기 위해 수백 년 동안 애써 왔어." 마라가 솔직하게 말했다. 하지만 알리스 리의 눈을 마주 볼 용기는 나지 않았다. "난 인공부화론자들의 믿음에 양분을 주고 살뜰히 가꿨어. 그 결과 그들은 언제나 이 낙원에 머무는 것이 편안하지 않은 각성자가 된 거지. 지류에서의 삶이라는 선물에 대한 죄책감 때문인 거야. 나와 함께 떠날 그들은 그리 느끼고 있어."

"알아." 알리스는 자기 손으로 마라의 손을 가볍게 감쌌다. 혐오감 어린 공포감 없이 온전히 자신의 존재를 바라봐 주는 듯한 그 감촉에 마라는 순간 고마움의 한숨을 내쉴 뻔했다. 알리스는 고대의 힘으로 탁자 위에 놓인 마라의 손을 눌렀다.

"디아시름은?" 알리스가 분노 섞인 어조로 낮게 말했다. "신정론 전쟁은? 다 네가 꾸민 짓인가?"


8. 목전 2[편집]


"아니." 마라가 답했다. 진실 섞인 거짓이었다.

"네가 무슨 짓을 한 건지 알기나 해? 그 대가가 어떤 건지 제대로 생각이나 해 본 거야?"

그녀는 수천 명의 각성자를 설득하여 불멸성을 버리게 했다. 그녀는 지류로부터 무한한 기쁨, 동료애, 노동력, 새로운 발견을 박탈했다. 모두 다른 세계로 떠나는 그녀의 임무에 동참한 사람들이 이루어냈을 수 있을 것들이었다. 그녀가 근심에 사로잡혀 뜬눈으로 밤을 지샐 때면 그 전체적인 피해 규모를 계산해 보려 했지만 너무 방대하여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근심은 형체 없는 무언가가 되어 중력파 균열과 같이 그녀의 뼈 사이사이로 스멀스멀 기어들었다.

"어떤 공허는 다른 것보다 크지." 그녀가 자신의 옛 함장에게 말했다. "내 생각에는… 우리가 이곳에 오게 된 이유가 있는 것 같아. 그리고 지금 이 방법이 그 목적을 충족시키는 거고.""

"그럼 얼마나 많은 희생을 감수할 건데? 네 어머니? 네 오라비? 각성자들이 네게 정말 중요하기나 한 거야?" 알리스는 마라의 손을 누르고 있는 손 위로 몸을 숙이며 독사와 같이 사나운 기세로 말했다. "나의 백성이 널 위해 죽으려고 태어난 거라 생각하는 건가?"

"날 위해서가 아니야. 우리의 목적을 위해서지. 우리의 운명을 위한 거야."

"우리가 버린 고향을 위해서겠지. 헌장에 다 나와 있어, 마라. 쉽스파이어에 있는 그러니까-" 알리스 리조차 태고의 신비 중 하나인 창조에 대한 기억을 밝히려는 순간에는 속삭이듯 말하게 되었다. "-그… 내가 이 우주를 어떻게 만들었는지 나와 있는 문서 말이지."

"네가 첫 번째 존재였지." 마라가 인정하며 말했다. "이곳에 온 첫 번째 존재로 규칙을 만들었지."

알리스 리는 힘주고 있던 손을 풀고 의자에 털썩 기대어 앉았다. "여기엔 왜 온 거야, 마라?"

드디어 네게 진실을 말하기 위해서지. "네가 내게 주기로 했던 보상을 받으러 왔지."

"드디어." 알리스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 날이 올 거란 건 알고 있었어. 그 부담을 덜어 내면 후련해질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나더러 네 임무를 지지해 달라는 거지? 최초의 여왕 가라사대 마라를 따라 떠나라. 이 꿈에서 깨어나 네 고향을 위해 싸워라. 뭐 이런 거 말이야?"

"아니." 마라가 답했다. 두려움이 뱃속에서 요동치고 목구멍이 탁 막혔다. 포도주를 숙성시키듯 비밀을 수 세기 동안 묻어 뒀는데 아무런 의식도 없이 파낼 순 없었다. "내가 바라는 보상은 용서야."

그리고 그녀는 진실을 털어놓았다. 그녀는 알리스 리에게 자신이 한 일을 말했다. 마라가 먼저 선택하지 않았다면 알리스 리가 할 수 있었던 선택에 대한 것이었다. 사실 알리스가 이미 추론한 것을 구체화시킨 것에 불과했다.

그녀가 말을 끝내자 그녀의 옛 함장의 턱이 파르르 떨렸다. 알리스는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 꽉 다문 이 사이로 비통한 울음이 새어 나왔다. 이 세상 최초의 여자는 살아생전 느꼈던 모든 슬픔을 끌어냈으나 마라가 저지른 죄악의 크기에 미치지 못하였다.

"넌 악마야." 알리스 리가 속삭였다. "생각해 보니… 어떤 고대 언어에서는 마라가 죽음이라는 뜻이었어. 오, 그 얼마나 완벽한 뜻인가. 실은 너무나도 과분한 평가로다."

그녀는 한동안 깔깔거렸다. 마라는 눈을 감은 채 기다렸다.

"넌 알고 있지." 알리스 리가 거친 숨을 몰아 쉬며 말했다. "이게 사상 최악의 일이라는 걸 말이야." 천국에서 몇 천 명의 사람을 몰래 빼가는 것보다 훨씬 심한 일이지. 우리가 무서워서 도망쳐 온 그것보다도 심한 것이야. 우리가 각성자이기 이전에-"

"제발." 마라가 애원하며 말했다. "그 말만은 하지 말아 줘."

알리스가 의자에서 일어섰다. "네 함대를 지지해 주지." 그녀가 말했다. "내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능력과 인맥으로 네 함대가 완성되어 관문을 빠져나가도록 돕겠다. 하지만 이건 네가 빨리 이 세계에서 사라지도록 하기 위함이야. 널 향한 증오로 그리 할 것이다. 이곳에서 이루어 낸 모든 선함과 훌륭함을 다시는 네가 맛볼 수 없게 하기 위해 그리 할 것이다, 이 독사 같은 것. 용서는 없다. 알겠나? 용서라는 걸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가라. 가버려!"

"우리 어머니께는 말하지 않아주면 좋겠어." 마라가 말했다.

알리스 리는 블랙베리 차 주전자를 마라 쪽으로 힘껏 던지더니 휙 돌아서서 안으로 들어갔다. 마라는 자신의 우주선으로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온몸이 축축하고 끈적였으나 패배한 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차에 젖은 양산을 두고 왔다는 사실을 깨닫고 뒤를 돌아봤으나 양산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9. 신생 1[편집]


마라는 이제 다시는 못 볼 이 세계의 야트막한 미사질 호숫가에 펼쳐져 있던 반얀 나무를 떠올렸다. 그녀의 헬멧에 있는 파동가이드가 그 이미지를 감지하고는 그 암호화된 명령 계획을 수행했다. 그 계획은 그녀의 함대 모든 시스템에 심어져 있었다. 그녀는 우주선 관리자 채널로 말했다. "함대다. 마지막 상황을 보고하라."

"FIDO. 비행 준비 완료."

"유도 장치. 비행 준비 완료."

"INCO. 이상 없음. 비행 준비 완료."

"GEOD. 비행 준비 완료.""

"BIO. 비행 준비 완료."

함대 관리자들이 각자 맡은 기술 영역의 상태를 확인하는 동안 마라는 그녀의 감각중추의 인조 시선을 통해 우주를 내다보았다. 함대는 차가운 청백색 별빛을 받아 반짝였다. 각 우주선은 거대한 구조 부재를 대각선 형태로 버티게 한 은빛 꼬투리 모양이었고 이론적으로 특이점을 통과할 때 발생하는 끔찍한 힘을 견딜 수 있는 스펙트럼 적응형 스마트 액체 저수조에 싸여 있었다. 마라는 목을 길게 빼지 않도록 자신에게 명령했으나 결국 쥐가 날 정도로 목을 빼고 하늘에서 지류의 모습을 찾았다.

지류가 저기 보였다. 그녀가 다시 태어났던 세계, 푸른 물빛으로 반짝이는 아름다운 세계, 쌍둥이 고리 안에 자이로스코프처럼 감싸인 세계가 거기 있었다. 쾌활한 해적들의 세계, 숨 막히는 숲속 사냥의 세계, 창백한 체렌코프 불꽃이 타오르는 산맥의 세계, 달콤한 베리로 얼룩진 입술과 로듐 차임 만큼이나 순수한 수학적 통찰력의 세계가 거기 있었다. 이제 다시는 못 볼 세계였다.

마라는 어머니를 떠올렸다. 그러고 싶진 않았지만 생각이 났다. 순간 눈이 멀고 입과 귀가 막히더니 그 마지막 밤 어머니와 나눴던 대화만이 들려왔다. 둘은 약간 취한 상태였다. 저녁 하늘은 어느샌가 아침을 향해 가고 있었다. 어머니와 딸은 나란히 앉아 툰드라에 있는 오사나의 작은 목장 단층집 저 멀리 크리세아드 위로 떠오르는 태양을 지켜봤다.

"난 같이 안 간다." 오사나가 말했다.

마라는 너무 오랫동안 이 대답을 두려워해 와서 그런지 실제로 듣고 나자 웃음이 터졌다. 물론 이럴 수는 없었다. 이건 악몽임이 분명했다. 설득과 조종 능력이 듣질 않는 끔찍한 꿈 중 하나임에 틀림없었다. "물론 그렇겠죠, 엄마." 그녀가 말했다. "목장을 돌봐야 하잖아요. 더 드려요?""

"아니, 됐다." 오사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동이 트는 걸 바라봤다. 눈가에 있는 주름에서 세월의 흔적이 살짝 비쳤다. 마라가 수 세기를 애써 봤지만 풀 수 없던 암호와 같았다. 해가 점점 떠오르자 눈물이 터져버렸다. "울드렌한테 내 인사를 대신 전해주렴. 나랑 말하려 하지 않거든."

"뭐라고요?" 마라는 놀라는 척했다. 진짜로 충격을 받은 듯이, 진짜로 어머니를 영원히 잃는 게 아닌 듯이. "왜요?"

"내가 너와 함께 가지 않을 거라고 그 애한테 미리 말했거든. 난 여기가 좋단다."

"엄마." 마라가 말했다. 짜증이 슬슬 밀려왔다. "저도 여기가 좋아요.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요-" 그냥 중도 포기하게 되고 주체할 수 없는 감정 응어리만 남긴 대화가 이어졌다. 그렇게 몇 시간이 흘렀고 카타르시스도 결론도 없었다.

다시 현재: "무기." 울드렌이 무전으로 말했다. "비행 준비 완료."

"비행 준비 완료." 마라가 확인하여 답했다. "카운팅 시작. L-5분." 함대의 선형 바로 밖에 초고밀도 물질의 구가 내파와 붕괴의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웜홀이 증발하여 사라지기 전 아주 짧은 순간에 그것을 통과해야 했다.

"함대, 센서입니다." 슈어 아이도가 무전으로 말했다. "이상 별시야 폐색이 감지됐습니다. 이건-"

"요격하라!" 마라가 소리쳤다. "미사일이다!" 이런 건 예상했다. 누군가는 이 출발을 막는 게 당연했다. 선하고 충직한 팔라딘 정신을 가진 누군가가 광기와 파멸로부터 수천 명의 각성자를 구해야겠다고 마음 먹은 게 분명했다.

"함대, FIDO. 출발 중단합니까?""

"아니!" 마라가 잘라 말했다. "카운트다운을 시작하라! 무기팀, 접근하는 적을 격추하라!"

슈어 아이도가 경악에 찬 신음 소리를 냈다. "방어를 뚫고 올 겁니다." 그녀가 말했다. "그래봤자 대여섯이지."

"울드렌." 마라가 울드렌의 얼굴을 떠올려 개인 채널을 열었다. "관문을 보호하도록 무기를 재배치해."

"함대를 잃을 거야, 마라-"

"알아. 그냥 그렇개 해." 마라는 관문용 명령 인터페이스를 열고 피투성이 가시 이미지를 전송했다. 카운트다운은 곧바로 0이 되었다. "모든 우주선에 알린다. 지금 바로 발사를 시작한다. 가속에 대비하라!"

그녀는 긴급 발사 명령을 내렸다.

함대는 비명을 내지르며 솟아 올랐다. 마라의 수트는 충격흡수 젤로 가득 찼다. 그녀는 어머니의 얼굴을 떠올리며 마음 속에 완벽한 이미지를 띄우려고 애썼다. 그녀의 감각중추는 오사나와의 개인 채널을 열기 위해 헛되이 연결을 시도했다. 함대가 특이점으로 뛰어드는 순간 마라가 마지막으로 본 것은 가슴 저미도록 슬픈 오류 메시지였다. 연결 없음. 연결 없음. 연결 없음. 오사나와 연결할 수 없음.


10. 신생 2[편집]


여기 시간 없는 시간 속에 영원히 흩어지는 우주 안에서 암살자가 비밀 주머니에 있는 총을 만지는 듯한 손길이 있었다. 영겁이 안에 있으나 나는 홀로 떠날 것이다. 우주의 사이, 이 사이의 공간이 우리가 속한 곳이다. 이곳에서 진실은 초임계로 붕괴된다.

전쟁이 일어나니, 그 이름은 존재라 하였다. 전투에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하나는 검으로, 또 하나는 폭탄으로 하는 것이다.

검으로 하는 전투는 단련되고 실체가 있다는 뜻이다. 옛 것을 이용한 방식으로, 단순함으로의 환원을 통해 승리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우주를 연구하는 자라면 알고 있는 것이다. 언제 어떤 부분을 살펴봐도 날카로움을 느낄 것이고 "이것은 무기이다."라고 할 것이다.

폭탄으로 하는 전투는 복잡하고 계획적이며 임계성을 얻어야 공격할 수 있다는 뜻이다. 새 것을 이용한 방식으로, 복잡한 배치를 통해 승리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자신을 연구하는 자라면 알고 있는 것이다. 폭탄의 어떤 부분이라도 따로 떼어 놓으면 "이것은 무엇이지? 어디에 쓰는 것인지 알 수 없다."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이는 불꽃의 가능성이다.

우주를 둘러싼 공간은 그 수를 헤아릴 수 없다. 그 스스로 존재하는 고유한 세계에 대한 그들의 관계는 종속개념과 상위개념이다. 우리는 이제 한때 주체였던 것을 객체로 구체화하는 유사점 공간을 통과한다. 내가 취한 품는 존재의 우호적 접근에 대한 작용제인 그 힘은 깨닫게 되고 구체화될 것이다.

첫 번째는 나를 따르는 자라면 심장 속에 있을 자신의 벡터를 인식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나를 따르는 자라면 귓속에 간직하고 있을 나의 목소리를 듣고자 하는 열망이다.

세 번째는 나를 따르는 자라면 여전히 느끼고 있을 내적 긴장감인 결함 있는 존재이다.

우리는 인간으로부터 창조되어 올라가 천국에서 떨어지는 자이다. 우리는 그 추락 속에 다시 태어난다. 한때 우리였던 것은 이제 다시는 우리가 되지 못할 것이다. 나는 왕관 없는 영원한 여왕이며 나의 유일한 왕관은 나의 영토인 우주의 사상의 지평선이다. 추락을 통해 나는 비상한다.

0과 2 사이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수가 있다.


11. 서언[편집]


비밀이라. 독자여, 내 치세의 비밀을 밝히려는 희망을 품고 있는가? 여기 우화가 하나 있다. 번개 치는 분화구의 질산염 대지에서, 창공이 전격의 분노와 완전히 합일되던 그곳에서 떨리는 더듬이 둘을 가진 땅을 파는 벌레가 살았다. 벌레의 더듬이는 수염 만큼 가늘었고 생명의 길이 만큼 길었다. 땅에 묻힌 비밀을 파헤치는 손이 있었으니, 그 손은 더듬이를 찾아냈고 끌어올렸다. 올라온 것은 쓸모없는 수염 하나 뿐이었다. 탐색자는 실망하였다. 상처 입은 벌레는 더욱 깊숙이 파고 들어갔다. 비밀은 이제 반쪽이 되었다. 진실을 캐내려는 자는 더 큰 거짓을 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나의 권위를 알아차린 자에게 명하노니 애인의 살갗에 면도칼을 대는 것과 같이 부드럽게 나아가라. 그러하지 않으면 널 왕권 불복종자 마예셉트로 명할 것이니 네 앞에 도사릴 위기를 조심해야 할 것이다. 너무 깊고 너무 빠르게 들어가면 네가 찾고자 하는 것을 죽이게 될 것이다. 의욕만 앞선 자는 부드러운 땅에 자신이 파헤치던 흔적만 남겨 결국 자신이 추측했던 결과만 얻게 되리라. 진실에 가까운 거짓을 일삼는 자를 경계하라! 상상과 같은 진실과 진실 그 자체 사이의 간극을 주의하라. 탐욕스러운 자에겐 아주 넓을 테니까.

그다음에는 용감한 항해자의 운명과 영원한 창조의 공간, 나의 밀턴 법률 재제정, 우리 것이 된 폐허, 두 번 분열된 리븐, 어미의 상처를 뒤덮은 딸의 피 이 모든 것을 알게 되고, 모든 진실이 밝혀지리라. 비록 안개와 수수께끼 사이로 봐야겠지만. 자비로운 자라면 우리의 슬픔을 보아라. 하지만 그 눈물은 거두는 게 좋다. 우리가 자초한 일이니. 내가 그리 이끈 것이다.

내가 있는 곳에서 나를 찾으라. 알에 갇힌 여왕신의 속삭임을 들어 보라.


12. 브레포스 1[편집]


여자는 까마득한 절벽의 비죽 튀어나온 바위 위에 앉아 있었다. 그녀는 아래를 내려다보며 다리를 흔들거렸다.

여기에선 별빛이 아주 환하게 내리비췄다. 이곳을 비추는 태양은 별보다 아주 약간 밝은 정도였기 때문이다. 솔은 그녀 거의 바로 아래에 누워 있었다. 물론 위나 아래라는 것은 양 리웨이의 추력축으로나 정의되는 것이었다. 위쪽으로는 보호막과 물질 저장소, 정박한 우주선들이 까맣게 뒤덮고 있었다. 양 리웨이는 단순히 모선이 아니라 모험 함대 전체를 칭하는 것이었다. 아래쪽으로는 우주선의 날렵한 선체 중앙을 따라 보호막에 쌓인 둥근 엔진이 보이지 않는 적외선을 내뿜으며 반짝였다. 그녀가 이 바위에서 뛰어내리면 우주선을 향해 지구 중력의 삼분의 일의 속도로 떨어질 것이었다. 그녀를 잡아당기는 게 아무 것도 없어서가 아니라 우주선이 움직이기 시작해서 그런 것이었다.

양 리웨이는 속도를 올렸다.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별들을 향해 나아갔다.

그녀는 여러 혈통이 뒤섞인 존재였다. 그녀의 피부색은 별빛을 닮아 있었다. 그녀는 색을 투영할 수 있는 투명한 장비를 걸친 채 둥둥 떠갔다. 우주선이 모험을 시작했을 당시 그녀의 나이는 19년 9개월이었다. 거의 가진 않지만 그녀가 언제나 사랑할 행성의 달력을 기준으로 센다면 말이다. 그녀는 우주에서 자란다면 지구를 사랑할 수밖에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모든 사춘기 아이들이 신년 전야에 나이나이와 예예가 춤추는 2세기 전 낡은 비디오를 비밀스레 사랑하는 것과 같이 지구를 사랑하게 되는 것이었다. 지구는 많은 걸 요구하지 않는 존재였다. 식민지가 엄격한 부모라면 지구는 묘한 예술 감각과 더욱 묘한 아이디어로 가득하고 인류 역사보다 오래된 생태계의 왕좌에 있는 느긋한 할머니였다. 지구는 첫 번째로 테라포밍된 세계였다. 생명이 있어 지구는 살기 좋은 곳이 되었다.

그녀는 양 리웨이와 나머지 암리타 프로젝트 팀과 함께 새로운 세계를 만들러 가는 중이었다.

그녀는 한 남자의 죽음에서 불길한 징조를 보고는 여기에 합류했다. 그녀는 목성 주변 플랫폼의 고장 난 방열기 핀을 고치며 그와 함께 EVA에 있었다. 그 일이 일어났을 때 그들은 안락한 고요함 속에 목성 자기권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작업 중이었다. 깊은 곳에서 얼어붙은 토끼 배아가 초당 40킬로미터의 속력으로 튀어나와 그의 안면 보호판을 뚫고 지나갔다. 그 토끼는 태양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 일어난 생물학저장소 사고 때 쏟아져 나와 혜성처럼 되돌아가는 길이었을 것이다.

이 사고 직후 그녀는 어머니에게 가족과 함께 암리타 프로젝트에 참여해도 되냐고 물었다. 그녀는 늘 사물을 보는 자신만의 감각이 있었으므로 이런 결정을 내린 이유는 당연하였으나, 이런 감각은 비밀스러운 것이라 생각하여 남에게 설명하기는 어려웠다.

암리타는 갈증을 마시는 잔이자 밑바닥이 보이지 않는 잔이었다. 이는 태양계 저 멀리까지 나가 여행자에 대한 인간의 의존을 끝낼 방법을 찾는 임무였다. 프로젝트에서는 인류를 곧 벗어날 준비가 된 고치나 탈피의 중간 단계로 여기는 자들을 모집했다.

그녀는 아우투르게 3차 클래스였다. 이는 우주선의 포괄적 생태계의 하위시스템으로 기술, 생물학, 행동학 등 임무 성공에 필요한 모든 요소를 다루는 개념이었다. 그녀는 문제를 발견하고 이를 아우투르게 2차 클래스에게 보고하는 임무를 맡고 있었다. 그 보고를 받은 2차 클래스는 수리에 필요한 도구를 지급하기로 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2차 클래스와 대화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자신이 발견한 문제를 그 누구한테도 말하지 않았다. 대신 그녀는 혼자 해결했다. 그리하여 그녀의 솜씨는 마법과 같은 것으로 여겨졌다. 문제 발생하면 그녀가 나타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문제는 사라지곤 했다. 사람들은 그녀에게 선물을 주기 시작했다. 그 선물 중 일부는 질문이었다. 그녀는 주제넘는다고 볼 수도 있는 확실한 자신감을 갖고 그 질문들에 답했다. 그녀는 남들이 자신의 삶을 보는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남들의 삶에서 볼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수수께끼 같은 능력이었다. 보이지 않게 보는 능력 덕에 그녀는 지혜라고 할 수 있는 힘이 생겼다.

그녀는 장비를 갖춰 입고 외부 청결을 담당하는 여러 겹의 사이토겔로 감싼 채 우주선 밖에서 살았다. 그녀는 어린 시절의 무중력 환경이 그리웠다. 뾰족한 곳에 걸리면 해파리처럼 꿈틀거리며 떠다니던 옷과 저절로 움직이는 옷의 다트와 쏟아지면 비단결 같던 술이 있던 곳이었다. 그녀는 피부에서 느껴지던 유분과 땀의 감촉이 그리웠다. 지금 입고 있는 장비는 너무 청결하여 껍질이 벗겨진 기분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그녀는 머리 위의 우주가 푸른빛으로 변하며 바뀌는 별빛을 보고 싶어 이곳에 계속 머물렀다. 양 리웨이는 광속에 가깝게 속력을 올리면서 전방에서 쏟아지는 빛 쪽으로 점점 더 빠르게 이동했다. 빛이 먼지와 같다면 양 리웨이에 더 빠르게 부딪칠 것이었으나 빛은 속력을 얻을 수 없으므로 대신 에너지를 얻었다. 빨간색 빛은 낮은 에너지를, 청보라색 빛은 높은 에너지를 나타내는데, 지금 우주는 온통 파란색으로 뒤덮여 있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눈에 보이는 스펙트럼의 가장자리에 있는 청보라색 빛은 눈에 보이지 않는 속도의 색이자 미래의 색을 띤 자외선으로 바뀌고 있었다.


13. 브레포스 2[편집]


"마라!" 전사는 들뜬 목소리로 외쳤다. 뇌진탕을 일으킬 정도로 강한 일격에 그는 말을 잇지 못했다. 정말 굉장한 일격이었다. 턱 부분을 노린 우레 같은 어퍼컷이었다. 입술이 찢기고 잇몸이 갈라질 정도로 위 아래 이빨이 갈리는 소리가 마라한테까지 들려왔다. 그녀는 속으로 혀를 찼다. 잡고 있던 장비 걸이를 놓쳐버린 그는 커다란 피의 궤적을 그리며 무중력 공간으로 튕겨져 나갔다. 그를 공격한 상대는 최후의 일격을 날리기 위해 따라가 엄청난 기세로 그의 복부를 잡고 인간 어뢰처럼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둘은 함께 바닥에 그려진 킬존으로 빠르게 떨어졌다.

울드윈은 상대의 어깨 너머로 마라와 눈이 마주치자 얼굴 한가득 웃음 지었다. 그는 중력 작전의 난폭하고 덩치 큰 여자를 상대하고 있었다. 그녀는 미오스타틴 유전자를 만들어 내어 엄청난 괴력을 뽐내는 거인이 될 수 있었다. 울드윈이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그는 암리타 원정대에 지원하고 싶은 이유와 같은 이유로 이 싸움을 받아들였다. 바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에서 그의 가치를 찾는 것이었다. 그의 가치는 실패에서 살아남는 능력으로도 찾을 수 있었다.

그는 비장의 목조르기 공격을 했다. 제대로 들어간 공격이었으나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여자는 신음을 내뱉으며 눈을 뒤집더니 이내 축 늘어졌다. 하지만 킬존에 닿기 전에 자기 위에 있는 그 몸뚱이의 관성에서 벗어나기는 불가능해 보였다. 벨이 울렸다. 울드윈은 신음을 삼키며 잘 단련된 온몸으로 상대의 무게를 온전히 받아내며 그 속도를 줄이려고 애썼다. 점점 가속도가 붙었고 그는 그 궤도에 있었다.

"뭘 잃었지?" 마라가 그에게 물었다.

그는 완벽하게 둥근 피의 원 안에서 미소 띤 얼굴로 숨을 헐떡이며 누워 있었다. "여기서 보니 반갑네. 웬일이야?"

그녀와 그녀의 쌍둥이 형제는 서로의 질문에 바로 대답하는 법이 없었다. 마라는 이 방식이 거슬리지 않았다. 언어란 매우 부적절한 암호화 방식이므로 누군가와 진짜로 교류하고 싶다면 그들만의 암호 시스템을 만드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마라가 생각하는 최선의 방식은 말을 거는 대상만이 이해할 수 있으며 그 대상 또한 자신에게 말하는 자가 누군지 알 수 있는 방식이었다.

"그림이 좀 있는데." 그녀가 그를 깔아 뭉개고 있는 몸뚱이를 옆으로 밀어내며 말했다. 울드윈이 "오, 안녕 마라."라고 중얼거리는 소릴 무시하며 그녀는 말을 이었다. "전체 감각중추 캡처야. 그걸로 내가 원하는 부품을 구할 수 있을 거야."

울드윈은 덩치 큰 여자가 일어서는 것을 도왔으나 약간 눈살을 찌푸린 채 마라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그녀를 돕는 게 싫은 건 아니었다. 물물 교환이나 흥정이나 밀매는 언제나 환영이었으니까. 다만 마음에 걸리는 건 대체 어떤 암시장에서 그런 캡처를 원하느냐 하는 것이었다. "얼마나 멀리에서 한 건데?"

얼마나 멀리냐고? 아주 멀리에서 했지. 양 리웨이가 조사 작업을 수행하느라 엔진을 끈 상태였으므로 그들은 무중력 상태에 있었다. 그래서 울드윈이 현상 시합을 시작했을 때 마라는 양 리웨이의 전방 보호막을 발로 쳐냈고 보호막은 실처럼 가느다란 분자선으로만 연결된 채 완벽한 공허 속으로 10킬로미터를 떠갔다. 그녀는 자신의 장비 사이토겔에 얼굴 주변으로 모이도록 명령했다. 그렇게 한 다음에서야 그녀는 자신의 경갑 장비의 모든 정상 시스템을 저장 모드로 집어넣었다.

장비는 과일 껍질처럼 벗겨져 나갔고 그녀는 완벽한 진공 공간에 떠 있게 되었다.

공허에 노출된 피부의 수분이 끓어올랐다. 몸은 통제되지 않은 압력으로 속장비가 겨우 막을 수 있는 수준까지 부풀어 올랐다. 비상 사태를 감지한 사이토겔이 그녀의 목구멍으로 흘러들어 응급 산소를 내뿜었으나 충분하지 않았다. 그녀의 피부가 청색증으로 푸르게 변해갔다. 그녀는 가장 강력한 공허에 삼켜진 상태였다.

그녀는 이 모든 것을 신경 하나하나에 기록해 두었다. 격렬한 어둠과 모든 것으로부터의 치명적인 독립감을 잊지 않도록. 이 공허를 느끼기 위해서라면 얼마라도 지불할 자들이 있을 것이다.

"계속 이렇게 할 순 없어." 울드윈이 불만스럽게 말했다. 거구의 여자는 경외감 가득한 얼굴로 마라를 바라보고 있었다. "엄마가 걱정돼서 죽을지도 몰라."


14. 브레포스 3[편집]


"네가 무슨 위험한 짓을 하든 정말 상관하지 않아." 마라의 어머니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게 우리 약속이었으니까, 우리 귀여운 노란 별-"

"엄마!" 마라가 소리를 빽 질렀다.

"우리 버려진 밀폐제 튜브, 우리 작고 귀여운 페인트 조각-"

오사나는 마라를 우주선 근처에 떠 다니는 얼어붙은 소변 방울과 같이 작고 하찮은 물건 이름으로 부르는 걸 좋아했다. 마라가 보기에 오사나는 수 세기에 걸친 극도로 부끄러운 엄마 만들기 프로젝트의 결정체라 할 수 있었다. 그녀는 아주 직설적이기도 했다. "마라, 네가 어렸을 때에도 넌 자길 어른처럼 대해 주길 원했어. 그래서 그렇게 해 줬지. 하지만 내가 한 말 기억하지? 네가 내 딸이 되고 싶지 않다면 나도 엄마처럼 널 돌봐 줄 수 없다고 말이야. 엄마라면 그렇듯이 널 최우선으로 여기지 못할 거란 말이지. 난 늘 네 친구가 될 테지만, 나 또한 나만의 삶을 살아야 하게 되는 거야."

"그렇다고 함장한테 일러바칠 필요는 없었잖아요!"

둘은 어깨를 나란히 한 채 리 함장의 사관실로 가는 계단을 내려갔다. 마라는 한 발짝 앞서가 자신이 선두에 서려고 노력했으나 어찌된 영문인지 오사나는 매번 그녀와 속도를 맞췄다. "보고하는 게 당연하지." 오사나가 말했다. "넌 종교를 만들었잖아, 마라. 내가 함장한테 뭐라도 말하지 않으면 품행단에서 이 일을 문제 삼았을 거야. 그걸 원하는 거니?"

"난 아무 것도 안 했어요. 그저 사람들이 내 캡처를 좋아해 줬고 선물이나 남는 부품이나 팁 등을 줬는데, 울드윈이 끼어든 거죠. 걔가 어떤지 아시잖-"

"그만!" 오사나는 몸을 돌려 마라를 마주 봤다. "부끄럽지도 않니, 마라. 그 애가 네 말이라면 뭐든 할 거라는 걸 잘 알잖니. 그 애가 너와 같이, 그런-" 오사나는 입술을 살짝 비틀며 말을 이었다. "제왕의 모략을 세울 능력이 없다는 걸 알잖아. 네가 우주선에 산다는 사실을 그 애가 떠벌리고 다닐 거라는 걸 알고 그렇게 하도록 둔 거잖아. 사람을 다루는 특별한 능력이 있는 건 좋지만 그 힘을 이용한 걸 부정하는 건 옳지 않아, 마라."

마라는 몇 걸음만 더 걸으면 신랄하게 반박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시간이 없었다. 리 함장의 사관실로 통하는 해치가 활짝 열렸다. 마라는 이 장소가 끔찍이도 싫었다. 이곳은 마라의 인생에서 성스러운 존재인 앨리스 리 함장이 자신의 의지를 형상화한 장교들과 교류하는 곳이었다. 언젠가 앨리스 리처럼 되길 바라던 마라는 반란을 일으키려는 공주가 경쟁자의 진영을 염탐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리 함장은 둘에게 차를 대접하겠다고 했다. 마라는 복잡하고 의미 있는 차 의식임이 분명한 학살을 그녀가 어떻게 할 건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 리는 뜨거운 녹차가 찰랑거리는 매우 낡은 여행자 이전 시대 도자기 잔을 건넸다. 그러더니 자신의 컵에는 생물학 실험 층에 있는 소 같은 생물에서 나온 젖을 섞었다.

"역겹지?" 그녀는 충격에 빠진 마라를 보며 미소 지었다. "내가 몽골에 있을 때 차에 뭘 넣는지 봤어야 하는데. 네 동료이자 어머니는 너와 다른 선원들 간의 관계에 대해 걱정하는 게 있다던데?"

"사랑하는 우리 마라는-" 오사나가 입을 열었다. "-아주 우연하게도- 하급 신과 같은 명성을 얻었지요. 마라가 우주선 밖에서 가져온 캡처는 아주 인기 있는 물물 교환 대상입니다. 팬아트를 그리는 사람도 있고 심지어… 팁을 주는 사람도 있더군요."

"EVA 중에 캡처를 했다고? 가끔은 장비도 없이?" 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그랬어요. 그건 정말 굉장한 느낌이에요." 마라는 활짝 웃지 않을 수 없었다. "마라, 넌 아우투르게야. 자원자라고. 네게 그만두라고 명령할 순 없지만, 네 행동을 따라 하는 자가 나올 수 있어. 너 말고 다른 사람도 네 그… 예술 프로젝트에 동참시키고 있니?"

"아니요." 마라가 답했다. "저 혼자 하고 있어요.""

"그건 아니지!" 리가 큰 소리로 말했다. "이기적인 답변이구나. 넌 지금 우리 선원들의 상징이 되었다. 신과 같은 존재인 거지. 네가 죽으면 그들은 중요한 무언 가를 잃게 되는 거야. 이 고독과 공허 속에서 찾아낸 인간성 같은 걸 말이지. 그렇게 되면 지금 우릴 에워싸고 있는 이 적대적인 무의 세계를 깨닫게 하는 잊을 수 없는 사건이 되는 거지. 네가 스스로를 위험에 빠트릴 땐 그런 상징성도 함께 위험에 빠트리는 거다. 넌 이 임무의 행동 관련 보호책의 일부야, 마라."

마라는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그런 식으로 생각해 본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난 그저 캡처를 한 것 뿐이에요. 누군가의… 마스코트가 되고 싶다고 한 적은 없다고요."

"넌 스스로 비밀 지식의 전달자처럼 행동했어." 리 함장이 반박했다. "그걸 보고 사람들은 상상력을 발휘한 거고. 이 우주선 함장이 하는 말을 제발 들어주기 바란다. 사람들이 널 두고 꾸며 내거나 만들어 낸 게 무엇이든 네가 그걸 허락했는지와 상관없이 그건 일종의 의무가 되는 거야. 그들 눈에 비친 마라가 그들 마음에 든다면 바로 그 마라가 되어야 하는 의무가 생기는 거지." 그녀는 오사나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아들은 괜찮은 건가요? 다른 지하 전사들보다 훨씬 자주 의료실을 찾더군요."

리 함장이 그 싸움에 대해 알고 있다는 건 마라에게 그리 놀랄 일은 아니었다. 오사나가 말했다. "제 아들은 사서 고생을 하려고 부단히도 애쓰고 있지요. 이렇게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천만에요." 리는 두 사람을 차분히 바라봤다. "내가 늘 살피는 자는… 호기심이 많은 자입니다. 모두가 냉동 상태일 때 홀로 남아 오랜 시간 고독감을 견딜 수 있는 그런 자 말이죠. 모두가 잠들었을 때 깨어있을 자가 필요합니다."


15. 우주환류 1[편집]


"엑소더스 그린에서 미확인 비행 물체에게 전한다. 응답기를 들고 큰 소리로 정체를 밝히기 바란다. 오버."

비행 상태로 또 다시 침묵의 15분이 흘렀다. 12.5광분 거리로 보낸 짧은 교신에 대한 답은 없었다. 저 귀신 같은 것은 지금 18시간 동안 양 리웨이를 괴롭히고 있었다. 그것은 나타날 때마다 점점 더 거리를 좁혀왔다. 앨리스 리 함장은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다른 식민지 임무는 사고인지 고의인지 모를 외부 화재 때 모두 사라졌다. 그로 인해 암리타 프로젝트 팀은 공허 속으로 함부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었다. 대신 그들은 무장을 단단히 했다.

"먼저 공격해야겠군." 그녀가 결정을 내렸다. "주 엔진을 끄도록."

우주선의 AI가 명령을 수행했지만, 선원은 함장의 명령을 구두로 전달하기 시작했다. "MECO에 돌입한다.""

"분산 안테나를 올려라. 총력 융합 레이저 스냅샷을 위해 표적용 레이더를 작동시켜라. 사진을 찍어서 뭐가 보이는지 보자고."

"함장님." 중령이 연락을 해 왔다. "여기에 좀… 이상한 게 있습니다.""

"우리 유령선이 인사라도 해 왔나?""

"그건 아닙니다. 솔세켄트에서 중성미자 집중전송광선을 보냈습니다. 카르하이 화이트 긴급 상황이라고 합니다. 태양계 전체가 지금… 지금 전쟁지능의 지배권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중령은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고 이 사건이 가상 농담이라도 되는 듯 말했다. "우리는… 징집 명령을 받았습니다."

앨리스는 어린 아이가 돌을 집어 던지듯이 머릿속에서 이 보고 내용을 집어 던졌다. 너무 터무니없고 멍청한 소리라 논리적으로 생각을 정리할 수도 없었다. "우리가 뭐라고?"

"우리는 보조 군함으로 출동할 것을 의뢰받았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중령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침을 꿀꺽 삼키고 말을 이었다. " 파괴될 때까지 스스로 우리 엔진을 태우라는 구체적인 지침도 있었습니다. 라스푸틴이 목표 좌표를 보내면 우리의 물리 무기를… 장거리 대포로 사용하라고 합니다. 우리는 위기 상황이 끝나면 귀환하라고 합니다."

"자세히 말하도록! 이 위기 상황이라는 건 뭐지?"

"하늘충격 상황입니다, 함장님. 어, 그러니까 적대적인 외계 침공입니다."

리 함장은 통수의 마스크를 얼굴 위로 단단히 고정시켰다. "명확화 요청을 전송하라."

"안테나 가동을 중단할까요?"

"아니. 더 키워라. 망원경도 추가해. 종함 시스템 분석 정보가 필요하다. 고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확실히 알아야겠다." 앨리스 리는 파일을 요청하려다가 잠시 머뭇거리더니 암리타 프로젝트 헌장을 집어 들었다. "결정을 해야 할 때로군."


16. 우주환류 2[편집]


마라는 우주선의 고물과 안 쪽으로 양 리웨이의 전방 보호막을 발로 쳐냈다. 우주선의 중심을 향해 공허 속을 길고 느린 곡선을 그리며 날아갈 셈이었다. "오, 세상에." 울드윈이 두려움과 즐거움이 뒤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진짜로 이걸 맨날 했단 거야?""

"맨날 했지." 양은 커다란 우주선이었다. 다른 엑소더스 임무에 쓰이는 고대 트럭보다 새 것이었다. 암리타 프로젝트에는 최첨단 인류 과학이 필요했다. 모두가 다시 읽고 있는 임무 헌장에 그렇게 쓰여 있었다. 함장은 투표를 시작했다.

양 리웨이가 고향으로 돌아가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것이었다.

"우주선이 출발하기 시작하면 어떡해?" 물론 울드윈은 이미 그녀를 따라 뛰어내린 상태였다. 그의 노란색 경갑 장비가 부드러운 생체발광으로 은은하게 빛났다. "끝도 없이 떨어지고 있잖아.""

"이러다 별이랑 부딪치겠어. 우린 아직 태양계 탈출 궤도에 있어. 양은 우릴 그냥 지나쳐 갈지도 몰라." "

"그래도 우린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가고 있잖아."

그녀는 자신이 어떤 비밀도 흘리지 않았다고 생각했으나, 어찌된 일인지 그는 알아차렸다. "마라." 그가 얼굴을 찌푸린 채 올려다봤다. 그의 얼굴은 멀리 떨어져 있는 태양보다 크고 환하게 빛났다. "넌 돌아가고 싶은 거지? 돌아가는 쪽으로 투표할 거잖아."

마라는 그가 자신의 눈을 본다면 진실을 보게 될 거라고 생각했다. 혼돈의 소용돌이 속에서 거의 모습을 갖춘 긍정의 모습을.

"마라. 나한테 말할 필요는 없어. 얼마나…" 그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을 이었다. "얼마나 좋지 않은지 봤어.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 거라는 것쯤은 잘 알 정도로 많이 봤지. 그들은 여행자에 모든 걸 걸고 있어. 우린 그런 거에서 벗어나려고 여기에 온 거고. 쉬운 길에서 벗어나려고 말이야. 우리가 왜 돌아가야 하지?"

내가 떠나자고 했던 거니까라고 마라는 생각했다. 깊은 우주에서 뭔가가 튀어나와 내 옆에 있던 사람을 죽였고 난 불길한 징조를 보게 되어 떠나야 한다고 말했던 거였으니까. 그리고 지금은 내가 겁쟁이 같은 기분이니까.

"우리가 상황을 바꿀 수도 있어." 그녀가 말했다. "다른 우주선도 있잖아…""

"누구 하나라도 구하기 전에 우리가 먼저 죽을 거야."

그가 옳았다. 그녀는 그가 옳은 게 싫었지만, 이건 그가 옳았다. 게다가 그녀는 이러한 선택에 구애 받지 않는 조용한 곳으로 숨기도 싫었다.

한동안 침묵 속에 떠다니던 그들 쪽으로 양 리웨이의 은빛 줄기가 빠르게 다가왔다. 마라는 휙 돌아 몸을 풀고 구부린 자세로 내려섰다. 울드윈은 손부터 내려와서는 튀어오르며 씩 웃었다. 하지만 그녀의 표정을 본 그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오, 마라."

그녀는 말이 없었다. "우린 모든 걸 두고 왔어." 그가 말했다. "거기엔 아주 괜찮은 이유가 있었던 거야. 우리는… 우리의 죽음은 그들 때문이 아니야. 우리의 꿈은 그들 덕분이 아니고.""

"알아." 그녀가 말했다. "안다고."

EVA 방어 채널이 감각중추에서 열렸다. "모두 내부로 들어와야 한다." 리 함장이 말했다. "우리 친구들이 바짝 뒤쫓고 있는데 눈속임을 좀 써야 하거든."


17. 우주환류 3[편집]


별빛이 사라졌다. 우주는 온통 암흑으로 물들었다. 무의 장막이 양 리웨이와 4만 명의 잠든 승객들, 9백 명의 선원, 어쩌면 태양계 전체에 드리워졌다. 우주선 밖으로는 어떤 것도 보이지 않았으므로 확실하게 알 길은 없었다. 공허 그 자체가 빛이 퍼져나가는 것을 막는 듯했다. 어둠이 그들을 감쌌다.

우주 시간이 중력 흐름을 따라 퍼져나가는 동안 우주선은 폭풍 속에 거칠게 요동쳤다.

"보고하라!" 리 함장이 말했다. 그녀의 감각중추는 원형 레이저 회전나침반, 신호 인공위성, 펄서 픽스, 우주 마이크로파 환경, 은하계 EM장 지형 지도로 부터 오는 위치 원격 데이터로 번쩍거렸다. 모든 도구 하나하나가 쓸모없고 고장나고 헛소리를 지껄이고 있었다. "정거장 상황을 보고하라!"

"FIDO" 비행역학 장교가 답했다. "주 엔진은 안전합니다. 추진기는 불규칙하게 작동하고 있습니다. 행동 제어장치는 매뉴얼과 계속 충돌하고 있습니다."

"지침이 필요합니다. 위치가 없습니다. 벡터를 구할 수도 없습니다. 움직이고 있으나 어떻게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INCO. 외부 통신망이 끊겼습니다. 내부 네트워크는 불안정합니다."

믿을 수 없는 느낌이 리 함장을 훑고 지나갔다. 내장과 골수로, 그녀의 가장 중심이 되는 곳으로 지진과 같은 충격이 지나갔다. 그녀 존재 자체가 완전히 구겨졌다가 길게 잡아당겨지는 소리와 그 떨림이었다. 그녀를 구성하는 원자 사이의 간격이 무너지고 늘어나는 것 같았다. 그 느낌이 계속 반복됐다. 한동안 그녀는 손가락과 발가락이 조석력으로 뜯겨져 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마치 사상 최대 규모의 서브우퍼에서 울려 퍼지는 가장 낮은 진동과 같았다. 이건 마치 신이 그녀의 귀에다 직접 심연과 같은 목소리로 ASMR을 속삭이는 것 같았다. 얼얼하고 짜릿한 경험이었고 그 과정에서 절망과 기대의 저주파 틴트를 남겼다.

그녀는 부르르 떨었다. "중력파라." 그녀가 말했다. "내게 답해라, 정동석."

이 우주 시간 측지 장교는 마치 방금 노벨상을 탄 듯한 표정이었다. "놀라운데!" 그녀가 환호성을 지르며 말했다. 자신을 포함하여 모두가 죽을 위기에 직면했으나 놀라운 과학의 신비로 인해 그런 사소한 문제에서 벗어나게 된 것이었다. "저 소리 들리나? 우린 지금 고주파 고진폭 중력파에 들어섰다. 판테온은 충돌하고 악시온은 선체를 통과하여 약화된다. 비활성 중성미자인 것이지. 이건 어, 045-30 상대 방향에서 왔고 거리는- 거리는 매우 다양하다."

또다른 파동이 양 리웨이를 통과해 지나갔다. 중력파가 우주 시간 계측법을 비틀면서 우주선 안의 모든 것이 압축됐다가 팽창됐다. "이게 그 유령인가?" 자신의 우주선이 저주파 충격을 받는 동안 리가 물었다. "그 유령선이 이 파동을 방출하고 있는 건가?""

"모르겠습니다!" GEOD가 기쁨에 들뜬 목소리로 답했다. "지금 일어나는 일 모두 말도 안 되는군요! 와우!"

앨리스 리는 뭔가 악의적인 고대의 존재가 개입한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셀 수도 없이 많은 손가락이 달린 손이 그들 존재를 이루는 원자 자체를 어루만지며 양자를 돌리고 기타 줄처럼 신경을 퉁기는 것 같았다. 셀 수도 없이 많이 갈라진 미끈한 혀가 그들 뇌 표면을 핥고 있는 것 같았다. 곧 종말이 다가올 것 같은 느낌이 점점 더 강해졌다. 그녀는 지금 그녀와 선원들에게 일어나려고 하는 일은 죽음보다 훨씬 좋지 않으리라는 것을 완벽하게 잘 알고 있었다. 어둠에게 그들의 존재를 들킨 것이었다. 인류를 죽이려고 왔던 존재가 그들에게 온 것이었다.

"INCO." 그녀는 우주선이 또다른 파동을 지날 때 자제력을 최대한 발휘하였다. 뼈가 늘어나면서 금이 갔다. "여행자에 대한 마지막 보고는? 개입의 흔적은 없나?"

"지구였습니다, 함장님. 그리고 모든 신호에서 고성능 무기가 방출되고 있습니다. 다른 건 없습니다."

"알겠다." 흠. 그녀는 뒤돌아서서 외계 신에게 구원을 구걸하려고 여기까지 온 게 아니었다. 그녀의 감각중추 중앙에서 번쩍거리고 있는 건 투표 결과였다. 우린 계속 나아간다. 고향으로 돌아가진 않을 것이다. 우리의 운명은 뒤가 아닌 저 앞에 있다.

"안테나를 작동시켜라." 그녀가 명령했다. "모든 프로브와 위성에 우리가 밖으로 나왔다고 전해라."

"함장님." INCO가 반박했다. "진공 상태에서는 신호가 잡히지 않-""

"우린 그래도 내부 신호를 이렇게 주고받고 있지 않나? 유선을 사용해! 위성 사이로 필라멘트를 연결해! 송신기를 그리로 보내. 방송을 해야겠다."

선원들은 그녀를 멍하게 쳐다봤다. "함장님?" FIDO가 말했다. "뭘 방송하시려고요?"

"중립 선언이다." 앨리스 리는 또다른 파동이 자나가자 이를 악물었다. 입 안에서 어금니가 부딪치며 소리를 냈다. "저 밖에 있는 게 뭐든 간에, 저건 여행자를 노리고 왔다. 우린 이 전쟁과 무관하다고 밝힐 것이다. 우리는 여행자의 영향권에 있는 인류와는 독립적인 것이다. 우리는 기본적인 인류의 분쟁과는 독립적인 별도의 종족으로 취급할 것을 요구할 것이다.

"저 밖에 있는 것들이 그 차이점을 구별할 수 있길 바라면서 말이지."


18. 우주환류 4[편집]


그녀는 자신이 태어나던 순간의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녀는 별빛 아래에서 죽을 작정으로 양 리웨이 밖으로 나간 상태였다. 그녀는 그 거대한 파괴의 순간에 그녀 얼굴에 떠오를 공포나 경외감을 누군가가 보는 게 싫었다. 그리고 솔 주변의 어둠 속에서 죽어가고 있는 수많은 생명에 대한 연민도 들키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서로 의지하며 격려하는 나머지 선원들은 물론이고 자기 어머니와도 어울릴 수가 없었다. 자신의 비밀을 누구에게도 누설할 순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최대 50킬로미터로 우주선을 떨쳐내고 나왔다.

하지만 죽음을 비춰 줄 별빛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곳에는 칠흑 같은 어둠만 존재했다. 중력파가 그녀의 연결선을 우주선 쪽으로 잡아당겼다가 튕겨냈다. 그리고 연결선에 또 다른 진동이 느껴졌다. 연결선에 전송된 목소리가 말했다. "마라." "내가 데리러 나갈게."

'울드윈, 날 따라오면 죽을 거야.'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리 함장의 목소리가 잡음을 뚫고 들려왔다. 소리는 중얼거림처럼 늘어지다가 비명처럼 압축되었다. 경질 방사선 스파이크가 총알처럼 그녀의 목소리를 가르며 음소를 음산한 압축 가공물로 흩어 놓았다. "성간 우주선 양 리웨이에서 우리와 대치 중인 존재에게 알린다. 우리는 이 행성에서 일어나는 권력 분쟁에 개입하고 있지 않다. 우리는 다른 곳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는 임무를 수행 중이다. 우리의 목적은 당신의 목적과 일치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우리에게 관심을 갖지 말 것을 요청한다…"

마라의 연결선이 흔들렸다. 울드윈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녀는 한 손으로 선을 잡고 다른 한 손을 뻗어 허공을 움켜 쥐었다. 부서진 우주의 파동이 손가락 끝에 느껴졌다. 그녀는 자신을 감싸고 있는 공허가 무의 존재가 아님을 느꼈다. 공허는 모든 목적을 인지하고 있으며 그 목적에 그들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었다. 공허가 이렇게 적대적인 것은 그것이 이치이기 때문이다.

갑자기 그녀 주변 공허가 저절로 대폭발한 것처럼 눈 앞에 빛이 보였다.

우주 공간 저 멀리 점과 같은 순백색의 빛이 반짝였다. 그녀의 장비에 닿은 빛의 스펙트럼이 흩어졌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빛이 전부는 아니었다. 마이크로파 무선 주파장이기도 했다. 날카로운 자외선이자 감마 스파이크, 모든 것을 감싸는 전방사선이었다. 빛이 노래하며 재잘거렸다. 빛은 태양보다도 오래된 목소리로 말했다. 푸리에 해석으로 100년 동안 그 목소리를 분석한다 해도 제대로 풀어낼 수 없을 것 같았다. 경탄을 자아내고 오싹하며 날카롭게 진실된 목소리였다. 마라는 방사선 사고로 죽은 자들이 어떤 느낌이었을지 상상이 갔다. 보이지 않는 힘의 빛 하나가 단 하나의 결말만을 남기고 모두 태워버리는 느낌이었다. 그녀의 영혼 자체가 이온화되어 상위 에너지 단계로 폭발하는 느낌이었다.

빛은 어둠을 꿰뚫었다. 떠오르는 햇살이나 벽이나 물결 같은 형태가 아닌 하나의 부채살 광선 형태였다. 심연의 밤을 뚫고 그녀를 어루만지는 빛의 손가락과 같았다. 빛은 마라와 울드윈, 양 리웨이를 모두 비췄다.

하지만 충분하지는 않았다. 어둠을 완전히 물리치기에는 부족했다.

그리하여 마라는 빛과 어둠의 경계에, 그 황혼과 새벽이 섞인 그 공간에 떠 있는 꼴이 되었다.

두 힘 사이의 긴장감이 느껴졌다. 한바탕 싸움이 벌어졌고 평형 상태가 유지되었다. 휴전이 아니라 0으로 나눈 방정식과 같이 무한 한계에 다다른 것이었다. 거친 두 영겁의 존재의 충돌이었다. 마라는 양 리웨이로 원격 데이터를 요청했다. 그녀의 감각중추는 중력 기구의 시끄러운 소리로 가득 찼다. 그녀도 무아지경의 길 잃은 짐승처럼 울부짖었다. 마치 별빛을 보며 울부짖는 늑대와 같았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알 수 있었다. 너무 많은 힘이 이곳에 모여들었고 그러한 역설로 인해 우주는 엄청난 충격을 받은 상태였다. 이 무한끼리의 충돌을 목격한 자는 그 누구도 빠져나갈 수 없었다. 우주는 이 수치스러운 사건을 누설할 수 없었다. 이러한 변칙은 격리시켜야 했다.

그들 주변의 뒤틀린 우주 시간 비탈이 너무 가팔라져 이제는 밖으로 가는 길이나 안으로 가는 길이 모두 빛과 어둠이 충돌하고 있는 중심으로 구부러져 버렸다. "미래"라는 것이 "내부"라는 것과 같은 뜻이 되었다. 이것이 사상의 지평선이라 불리는 건 이런 까닭이다. 지평선 안에 있는 것, 즉 일어날 수 있거나 일어날 모든 미래의 것들이 필연적으로 중앙으로 향하게 되는 것이다. 모든 사건은 내부로 이어진다.

그녀 주변으로 특이점이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순수 에너지가 집중되어 형성되는 블랙홀인 구상 번개였다.

"마라!" 울드윈이 소리쳤다. "마라, 너무 멀리까지 갔어!"

마라는 어머니의 얼굴을 떠올렸다. 오사나의 목소리가 들렸다. 엄마처럼 널 돌봐 줄 수 없단다. 나 또한 나만의 삶을 살아야 하게 되는 거야.

그녀는 연결줄에 분리 명령을 내렸다.

중력이 그녀를 끌어당겼다. 그녀는 우주와 시간 속으로, 미래와 수수께끼를 향해 떨어졌다. 양 리웨이는 그녀 뒤에 있었다. 울드윈도 뒤에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첫 번째 존재가 되고 싶었다.


19. 황홀경 1[편집]


아직 존재하지 않는 세상을 일으키고 치고받고 있는 유리 고리 모양의 무한을 잡아 그 고리에서 떼어 놓는 첫 번째 존재 말이다. 무한의 반복을 꿰뚫고 시간을 찢어 놓은 스파이크인 등방성은 그녀를 결함으로 인식하고 그녀의 손가락 끝 피부와 손톱 사이에서 동어반복을 멈추고는 그녀를 브로스 대장 아일릴리아로 명했다. 그와 함께 하위창조가 이루어졌다.

첫 번째는 만다라였다. 이 빛의 잔물결 고리는 거짓 그룹에서 선택된 원소인 별과 같은 아주 작은 구멍으로서 이 새로운 공간의 수학적 토대였다.

이게 뭐야? 여긴 어디지?

정전기가 이는 텅 빈 백지와 같은 공간이었다. 그녀는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쿼크와 전자기의 플라스마는 너무 뜨겁고 밝아 칠흑 같은 검은색을 띠고 있었다. 평균 자유 경로는 이동하기엔 너무 짧았다. 불꽃은 빛이 통과하기엔 너무 컸다.

그녀는 영원토록 이곳에 있던 기분이었다. 아일릴리아. 끝은 시작이고 시작은 끝이었다.

그녀는 이 종이로 우주와 시간을 접었다. 그러자 빛이 생기고 그 종이를 읽을 수 있게 되었다. 그것은 암리타 헌장이었다. "태양은 생명의 요람이나, 우리는 그 요람에 영원히 머물 수는 없다." 그녀는 구도자였다. 아일릴리아의 모음처럼 새로운 세상을 향하는 화살이었다. 그녀는 새로운 태양과 새로운 지구를 찾은 것이다. 그녀의 정신이 빗질하듯 세계를 훑고 지나갔다. 단어는 세계가 되었다. 재빠른 손놀림 아래 탄생한 종이접기 작품이었다. 종이에 베인 상처가 욱신거렸으므로 신은 놀라워했다.

그 상처에서 나온 그녀의 피가 공허 속에 흩뿌려졌다. 등방성 우주가 그 핏방울 주변으로 응집되었다.

나는 아일릴리아, 인도하는 법칙이다.

중앙은 굽어질지어다. 나는 ㅇㅏㄹㄹㅣㅅㅣㄹㄹㅏ, 시간의 화살이다. 나는 물결치나 전진한다.

나는 ㅇㅏㄹㄹㅣㅅㅣㄹㄹㅣ, 한 걸음 나아간 존재이다. 원소 하나가 변하였다. 이렇듯 비밀 이름의 문자 방향 순열을 통해 세계 시계는 흘러간다.

나는 알리스 리, 존재로의 융합, 떠다니는 불꽃이 태양과 세계로 압밀되는 순간이다.

나는 알리스 리, 새로운 세계를 찾는 힘이다. 나에게는 선원이 있다. 나에게는… 우주선이 있었다. 그들을 이와 같은 곳으로—

(쌍둥이 고리 형태의 불가능할 정도로 아름답고 하늘은 우윳빛 별들로 가득한 낙원. 그녀는 생각만으로 이를 현실로 만들었다. 그러면서 일시적인 신성을 버리고 자신과 자신을 따르는 모두를 법칙에 묶어버리며 스스로 추락했다. 전지적 존재는 탐험할 수 없다. 전능한 존재는 투쟁할 수 없다. 그녀는 그 함정 같은 신의 힘을 거절했다.)

—데려오고 싶었다.

이렇게 앨리스 리가 태어났다.


20. 황홀경 2[편집]


그녀는 무의 존재였다. 이전에 존재했더라면 단지 에테르 위로 길게 늘어진 가능성에 지나지 않았다. 한때는 아직 형상이 없는 몸에 대한 예상으로서의 몸이 있었을 수도 있고, 아직 암호화되지 않은 영혼에 대한 예상으로서의 영혼이 있었을 수도 있지만, 그것들은 아직 현실이 된 것은 아니었다.

이후 우주가 시작되자 그녀는 태어날 자유를 얻었다.

처음에는 만다라가 있었다. 만다라의 고리 위에는 별빛처럼 밝은 보석이 있었다.

ㅁㅏㄹㅏㄹㅏㅁ, 완벽히 대칭되어 그 자체로 비밀스러운 단어였다. 그녀는 단어의 가운데를 잘라 불완전하게 한 다음 그 단면을 다시 시작과 같은 형태로 만들지 않고 열어 두어 미래의 가능성을 위해 승화시켰다. ㅁㅏㄹㅏ는 각 글자의 순열로서, '마'는 '라'가 되며 '라'는 아직 되지 않은 것이 되는 것이다. 두 점은 선을 암시한다.

그러한 절단으로 상처 주변에서 그녀는 현신하였다. 숨을 헐떡이며 깨어났다. 어깨와 등 아래, 그리고 얼굴 위에 있는 차가운 돌이 빛을 내뿜었다. "마라?" 누군가가 물었다.

"난 무엇이지?" 마라가 속삭였다.

"두 번째지." 여자가 말했다. "난 알리스야. 네가 마라인줄 알았어…"

알리스 뒤로 보이는 하늘에는 별이 가득했다. 안개 사이로 들어오는 햇살과 같이 은하계 중심보다도 더 무수한 빛의 안개가 펼쳐져 있었다. 밤 하늘에는 믿을 수 없는 쌍둥이 이중 행성 고리가 가로지르고 있었다. 마라는 놀라움에 탄성을 내뱉었다. "기억나." 그녀가 말했다. "난 연결선을 잡고 있었는데-"

순간 이 기억을 비밀로 지켜야겠다는 생각이 든 그녀는 입을 닫았다. 대신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어떤 세계에 와 있네." "얼마나 오랫동안 혼자 있던 거야?"

"영원히 있었던 기분인데. 자, 이리 와 봐." 그녀는 마라를 일으켜 세웠다. "내가 발견한 걸 보여주고 싶어."

이곳은 성장하며 번성하고 있는 세계였다. 바위에는 백금 광맥이 풍부했다. 마라는 대지의 끝자락에서 초우라늄 원소의 톡 쏘는 포유물을 맛보았다. 은빛 강은 프랙탈 델타로 흘러 들어와 냉각수 풀처럼 고요하고 빛나는 호수로 흘러 나갔다. 울창한 숲의 뿌리는 모두 한데 얽혀 하나의 나무를 이루고 있었다. 생물의 종류와 그 생명력도 매우 다양하여 지나면서 마주치는 생물은 모두 다른 종이었다. 어쩌면 이곳에서 종이란 의미 없는 것이며 살아있는 모든 것은 섞여있는 것일지도 몰랐다.

지평선 위로 솟아 있는 것은 거대한 금속 창이었다. 창의 끝부분은 수 킬로미터에 달하는 금속 접시였으며 땅속 깊숙이 박혀 있었다.

"저게 뭔진 모르겠어." 알리스가 말했다. "내 소유라는 것만 알아."

그들은 그곳을 지나쳐 안쪽으로 나아갔다.

"다른 자들이 있을 거야." 얼마 후 마라가 말했다. "다른 자들을 위한 방이 있었어. 수천 개가 있었지. 대체 어디로 간 거지?"

"그들은 네가 왔던 그 곳에 있어. 우리가 그들을 현실로 만들어야 해." 리는 마라를 쳐다봤다. 백색 빛의 번쩍임이 피부의 작은 주름 사이사이를 비췄다. 그녀는 반짝이는 눈을 살짝 찌푸렸다. "왜 네가 두 번째지? 왜 하필이면 네가?"

"모르겠어." 마라는 거짓으로 답했다. 이것은 최초의 거짓말이자 최초의 비밀이 되었다.


21. 황홀경 3[편집]


둘은 넷이 되고, 넷이 부르자 넷은 여덟이 되었다. 이렇게 배증의 마법으로 잠든 자들이 깨어나게 되었다. 깨어난 자들이 모두 이 세계에 발을 디뎠을 때 그 수는 4,891명이었다. 그들은 달콤한 빗물을 마시고 숲의 과일로 배를 채웠다. 별빛은 투명한 기름처럼 그들을 비추었다. 최초의 언어는 연설이었고 최초의 사냥 무기는 활이었다.

이제 깨어난 자들은 세계를 비세계와 구별하는 이름을 원했다. 891명이 4천 명에게 말했다. "이 세계를 '지천'이라고 합시다. 우리가 떠나온 거대한 강을 그리워하니 말입니다." 하지만 4천 명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들은 자신들이 원래 있던 곳에 대해 물었다. "우리는 우리가 처음 잠든 곳에서 깨어나지 않았습니다." 4천 명이 말했다. "잠든 사이 우리는 어떤 종말을 지나며 격세유전이 잘려 나갔습니다. 대체 어떤 일이 있었던 겁니까?"

그리하여 강줄기가 만나는 곳에 의회가 소집되어 존재의 성격과 의미를 결정하고자 했다. 이때 최초의 인구 조사가 이루어졌으니, 여자가 30,111명이고 남자가 10,295명이며 나머지는 485명이었다. 깨어난 자들은 남자와 나머지가 사라지는 게 아닐까 두려워하였다.

알리스 리가 의회의 대표였으나, 울드렌의 독려로 인해 많은 자들은 마라를 찾아 비밀 회의를 열곤 했다. 이들 중에는 훗날 대스승이 된 켈다 와지와 에실라의 어머니가 된 실라가 있었다.

알리스가 말했다. "우리는 전능한 존재와의 계약으로 이 세계를 얻었다. 그 계약에서 우리는 우리의 지난 역사에 대한 권리를 포기하였다. 우리는 우리의 과거를 버렸지만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의 빚도 청산할 수 있었다. 앞을 내다보라! 이 태초의 우주를 탐험하고 그 영광을 만끽하라!"

이에 반박하는 자가 있었으니, 4천 명 중의 하나인 오보메 안이었다. "우리는 이곳에서 이방인입니다." 오보메가 말했다. "우린 우리가 원래 있던 곳으로 세계선을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투표를 요청합니다."

마라가 비밀리에 말했다. "난 우리가 이곳으로 피난 왔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영원히 머물 순 없지. 난 그 오싹했던 위험을 기억하고 우리 모두 죽음으로부터 태어났다는 걸 기억하고 있다. 적당한 때가 올 때까지 조심스럽게 행동해야 한다."

이 의회에서 8개의 평결과 9번째가 있었다.

첫째로, 그들은 각성자이자 불멸의 존재였다.

둘째로, 이 세계는 다른 것의 '지천'이지만 그 원류를 찾는 것은 금지하였다. 이러한 이유로 이 세계를 '지류'라 명하였다. 이는 원류로부터 갈라져 나왔으나 다시 돌아가지 않으므로 이곳에 어울리는 이름이었다.

셋째로, 각성자는 살과 기계로 이루어진 자궁에서 증식해야 하지만, 모든 새로운 아이는 불멸의 존재이므로 이러한 증식은 인구와 생태계에 대한 가장 정교한 예측이 있고 기술에 뛰어난 자의 감독하에 있는 상황에서만 이루어져야 했다.

넷째로, 선기술을 보존할 수 있도록 기술에 뛰어난 이러한 현자는 계획적이고 신중하게 선별하여야 했다. 그들은 유테크가 될 것이었다.

다섯째로, 여자는 남자와 나머지가 더 태어날 때까지 그들은 살피고 보호해야 했다.

여섯째로, 각성자의 목적은 우주를 깨우치고 사랑하는 것이었다.

일곱째로, 각성자는 빛과 어둠과의 계약으로 창조되었으나, 계약은 온전히 이루어졌으므로, 더는 갚을 빚은 없는 것이었다. 단, 지류에 남아야 한다는 두 번째 평결 의무는 예외였다.

여덟째로, 각성자는 그 자체로 완벽하며 조화로운 존재였다.

아홉째로, 투표는 없을 것이며, 알리스 리를 여왕으로 추대할 것이었다. 그녀의 첫 번째 선언은 각성자 사이에는 비밀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알리스는 마라를 위시한 비밀 의회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그녀를 질투하거나 두려워하는 것은 아니었으나 크게 번질 수도 있는 불꽃으로 경계하였다.


22. 불의자 1[편집]


당시에는 각성자들의 위대한 모험이 끊이질 않았다. 사냥꾼과 선구자는 육지를 누비고 다녔고, 항해자는 강의 타래와 바다 주변의 해도를 그렸으며, 천문학자는 하늘을 가득 메운 별들의 움직임을 연구했다. 이 시절에는 알리스 리 여왕이 통치하였는데, 여왕은 농업을 널리 알리고 자신이 쉽스파이어에서 해독한 선기술을 보존하는 데 힘썼다.

그러나 숲에는 도시의 수많은 안락함과 그에 따른 수많은 의무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사는 것을 선호하는 많은 여사냥꾼 부족이 남아 있었다. 이러한 부족 가운데, 마라는 울드렌이라는 이름으로 돌아온 자신의 형제와 그들의 어머니 오사나와 함께 살았다. 전해지는 바로, 오사나는 노련한 협상가였고 그 아들은 명성 높은 정찰병이자 사냥꾼으로 다른 부족의 소식을 날라 왔다고 한다. 마라는 산꼭대기에서 혼자 살았다.

숲과 바다의 부족 사이에서는 대립하는 힘 사이의 마찰로 인해 각성자가 탄생했으며 언젠가는 충돌이 끝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이들은 인공부화론자로 각성자는 우주에 빚을 지고 있다고 설교했다.

그러나 도시에서는 여왕의 통치하에 일곱 번째 평결에 따라 살았다. 그들은 각성자가 우주의 선물로 탄생한 것이라고 믿으며 우주에 대한 의무와 그 종말을 믿지 않았다. 이들은 낙관론자로 각성자는 탄소 원자와 같이 안정적인 존재라고 설교했다.

그러던 어느 날 인공부화론자 891명 가운데 디아시름이라는 여자가 일어섰다. 그녀는 도시로 가서 크게 외쳤다. "여왕을 독단의 죄로 고발한다!" 그 이유를 묻자 그녀는 근본적인 죄에 대해 말했다.

"알리스 리는 이 세계에서 깨어난 최초의 존재이다." 디아시름이 말했다. "그녀는 우리 존재의 조건을 정한 자이다. 우리는 욕망과 고통에서 자유로운 신이 될 수도 있었으나 알리스 리는 우리를 필멸자의 형태 안에 가두는 것을 선택했다. 여왕은 우리가 겪는 모든 고통에 대한 책임이 있다! 여왕은 태어나지 않은 우리 모든 신의 아이들을 죽인 거나 다름없다!"

비밀은 없어야 한다던 여왕이 가장 치명적인 비밀을 품고 있었다는 생각에 낙관론자 도시민들은 큰 고민에 빠졌다. 그리하여 신정론 전쟁이 시작되었다.


23. 불의자 2[편집]


"이럴 필요까진 없었는데." 알리스 리가 속삭였다. 쉽스파이어 저 아래 망자의 강 위에서 장례 바지선이 마그네슘처럼 흰 불꽃이 되어 타올랐다. 팔라딘들의 목소리가 여름 바람을 타고 울려 퍼졌다. 처음엔 합창이었다가 그다음엔 사랑하는 자들과 가까운 친구들이 부르는 하나의 간절한 애도의 노래로 이어졌다. 그들은 전사한 전우를 위해 노래하고 있었다. 891인 중 하나가 오늘 쓰러졌다. 간섭 보손 무기인 물질 레이저에 쓰러진 것이었다. 레이저는 화장할 것도 거의 남기지 않고 다 태워버렸다. 물질 레이저는 치명적인 악기술 무기의 일종으로 알리스가 쉽스파이어 금고에 넣어 둔 것으로 생각했던 무기였다. 그녀는 소수의 팔라딘에게 그 무기를 지급하려고 했었다. 아주 소수에게만. 여성들을 잃는 건 견딜 수가 없었으니까…

디아시름과 합류한 여성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녀의 마음이 찢어졌다.

"이럴 필요는 없었다고." 알리스가 다시 말했다. 그녀는 거의 50년 동안 절친한 여성 친구가 없었다. 자신의 의심을 털어놓을 만한 자가 아무도 없었다. "그럴 거라고 했잖아.""

"알아요." 마라가 말했다. 유테크가 산꼭대기에서 그녀를 발견하여 쉽스파이어의 VTOL 항공기 중 하나로 데리고 내려왔었다. 그 항공기는 전쟁 전까지는 응급 이동 수단으로만 사용되었던 것이었다.

"임무는 새로운 세계에서 인류의 여행을 계속하는 것이었어." 알리스는 강 위 거의 1킬로미터 상공에 있는 쉽스파이어 에어 로크에 매달린 나무 갑판을 서성였다.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평등과 지식과 평화의 원칙으로. 난 헌장을 갖고 있어, 마라.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건 없지. 우리는 육신을 버리거나 별처럼 빛나거나 아니면- 아니면-" 그녀는 짜증 섞인 신음 소릴 내뱉고는 울타리를 움켜쥐었다. "아니면 디아시름이 주장하는 내가 거부했다던 그게 되려던 게 결코 아니야.""

"그녀는 폐하가 신성을 상상할 능력까지 박탈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알리스는 몸을 돌려 날카롭게 마라를 쏘아봤다. "이거 네가 시작한 일인 거야?""

"시발점이 하나인 것은 없지요." 마라가 답했다.

"그 여자가 네가 있던 산꼭대기로 와서 내가 뭘 했는지 물어본 건가? 넌 그 답을 줬고? 그래서 그 여자가 그렇게나 확신에 차서 내가-" 알리스는 신랄한 적의 말을 그대로 옮기기가 껄끄러워 침을 꿀꺽 삼키고 말을 이었다. "하찮은 인간의 몸에 자길 가둔 거라고?"

"제가 직접 말할 필요도 없었어요." 마라의 백색 머리카락이 뜨거운 바람에 흐트러졌다. 북쪽 지평선 너머로 검은 말 한 무리가 지나갔다. 모두 쉽스파이어의 자궁에서 태어난 것들이었다. 다리가 긴 여사냥꾼과 그녀의 콜리가 말들을 몰고 있었다. "폐하는 비밀을 그리 잘 지키지 못한 겁니다. 디아시름은 손쉽게 네 문서들을 열어 보고 네가 말했던 이야기를 직접 읽어볼 수도 있었어요. "우린 대형 우주선이 부서진 우주의 진주로 떨어졌을 때 태어났지. 난 처음으로 깨어났고 그런다음엔 그 공허의 가능성을 내가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붕괴시킨 거였어…" 그 진실을 읽고 오만함을 보지 못할 자가 있을까요?"

알리스는 마라가 그 말을 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알리스는 마라가 자신을 발코니에서 밀어버리려 할 수 있다고도 생각했으나, 이제는 그게 쓸 데 없는 걱정이라는 걸 안다. 마라는 디아시름이 아니었다. 마라는 단 하나의 각성자 목숨이라도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가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왜 그렇게 거짓말을 좋아하지?" 알리스가 마라에게 물었다.

"거짓말이 아니에요." 마라의 눈에서 반짝이는 푸르스름한 빛에 눈언저리가 보라색으로 물들었다. "비밀이죠. 모두가 하나의 진실을 공유한다 해도 우리는 각자 다른 버전의 진실을 품고 있을 겁니다. 우리는 이런 하위진실을 말하고, 다른 씨앗을 가진 꽃처럼, 그 하위진실들은 우리의 관심을 끌기 위해 서로 경쟁하는 거죠. 시간이 흐르면 가장 강력하고 도발적인 것만 남게 되는 거예요. 그게 꼭 실제 진실과 가까운 건 아니죠. 비밀은 지키는 게 나은 겁니다, 여왕 폐하. 굉장한 수수께끼를 지닌 듯이 행동하는 게 낫지요. 그러면 꽃은 자라기도 전에 시들어 버릴 테니까요. 저라면 그런 여왕이 되겠어요."

발 아래로 망자의 강이 쉽스파이어의 버섯 모양 뱃머리로 깎인 분화구에서 반짝였다. 장례 배들이 하나씩 나가고 있었다.

"난 이 전쟁을 끝내고 싶어." 알리스가 두 번째 각성자에게 말했다. "평화 협상을 하고 싶어. 네 어머니의 도움이 필요해. 무슨 보답을 원하지?"

마라는 정중하게 미소짓고는 고개 숙여 인사했다. "나중에 보상을 주시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24. 불의자 3[편집]


총으로 세상을 끝내든 검으로 영원함을 고정시키든 누나가 죽어 썩어 가든 끝내지 못한 일들이 사라지든 불멸자의 죽음은 장차 일어날 수 있었던 무한한 가능성을 헛되이 하는 것이었다. 불멸자의 슬픔과 죄책감은 보살피지 않으면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었다. 그런 이유로 신정론 전쟁에서 싸운 자들은 비할 데 없는 악행을 저지른 것이라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그러나 스스로의 의무에는 맞설 수 없었으므로 그들은 동기를 부여한 자들에게 분노를 표출하며 실제로 감금하거나 불만을 두고 피 흘리게 싸우면서 대항했다. 전쟁은 창과 활, 칼과 메스, 옛 기계와 새 발명품을 사용하며 계속되었다. 알리스 리 여왕의 무지에 대한 디아시름의 충언도 그러했다.

디아시름의 야영지로 들어서는 자가 있었다. 마라의 어머니이자 적진과의 협상 기술로 유명한 오사나였다. 그녀는 아들 울드렌과 함께 왔는데, 그는 야영지 전체를 통틀어도 가장 빼어난 미모를 자랑하였으며 어깨 위에 앉은 위엄 넘치는 까마귀-수리도 모두의 눈길을 끌었다.

"마라를 대신하여 왔습니다." 오사나가 말했다. "이 일로 상심이 매우 크더군요. 살생을 멈추면 원하는 어떤 비밀이라도 말해 주겠다고 합니다."

울드렌은 계획 대로 디아시름의 병사들에게 가서 마라가 알고 있는 흉보를 퍼트리기 시작했다. "마라는 여왕이 혼돈 속에서 어떻게 우릴 여기로 이끈 건지, 그리고 어둠과 빛이라는 두 위험에서 어떻게 우릴 구한 건지 기억하고 있다고 합니다. 마라는 여왕이 숨기는 게 뭔지 알고 있어요. 마라는 우리 영혼에 있는 흠결을 봤습니다. 우리가 탄생한 충돌에서 생긴 거였죠. 그런 결함이 있는 상태로는 결코 신이 될 수도 없었을 겁니다! 대신 우리는 이 분열에서 태어난 거죠. 모든 생명은 광휘 에너지에서 나오므로 이전 세계의 생명은 양자가 가득한 뜨거운 배출수와 차가운 바닷물 사이의 광휘에서 태어났습니다. 우리는 빛과 어둠의 경계의 어둠 쪽에서 태어난 겁니다. 우리는 그 결함의 진동과 같습니다. 그 분열은 영원히 우리에게 영향을 미칠 겁니다."

이 새로운 이단적 사상을 들은 인공부화론자들은 황홀경에 빠져 사방으로 나가 만나는 모든 이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강력한 엔진의 산물이다! 우린 원래 신이 될 수가 없었다! 다이아몬드와 같이 우리는 부서지면서 탄생하였다. 다이아몬드와 같이 우리는 상처를 간직하고 있다."

그동안 오사나는 살생을 괴로워하며 세계에서 벗어나 내면의 초월성을 구하고자 하는 디아시름에게 말했다. "불멸자를 죽여서 이득을 볼 건 없습니다." 오사나가 조언했다. "스승이나 아내가 되어 새로운 삶을 풍요롭게 하는 데 헌신해야 합니다."

그러나 디아시름은 비밀 지식을 갈망하였으므로 산꼭대기로 마라를 찾아 떠났다. 그후 디아시름은 자취를 감췄다. 그녀가 세상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해도 디아시름이라는 이름으로는 아니었을 것이다.

평화가 찾아오고 나서 리 여왕은 한동안 각성자들을 계속 통치하였다. 그러나 전쟁에 대한 죄책감이 너무 무거웠던 탓에 평화와 번영의 시대가 지난 후에 그녀는 새로운 여왕에게 왕위를 물려주었다.


25. 이단 연구[편집]


깃털 불모지 위에 있는 숲 언덕에 여자 하나가 혼자 살고 있었다. 그 북쪽으로는 험준한 협곡이 둘러싸고 있고 맑지만 무섭도록 방사능을 내뿜는 개울이 흐르고 있었다. 언덕은 격렬한 지진 전쟁을 치르고 있는 높은 왕실 산맥에 항복하였다. 지류는 아직 어린 세계였기에 자연의 충돌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남쪽으로는 숲의 새들, 특히 앵무새들이 죽음을 맞기 위해 찾는 메마른 땅이 있었다. 그녀가 이곳에 터를 잡은 것은 언젠가 자신도 더는 불멸이지 않을 것이며 죽음의 존엄성을 관찰하고 싶은 까닭이었다.

이 언덕으로 한 남자와 그의 어머니가 찾아왔다. 남자는 잘 훈련된 몸짓으로 경계하며 걸음을 옮겼으나 걷는 데 지친 그의 어머니는 거대한 멜론 위에 앉아 큰 소리로 고함쳤다. "마라아아아!"

깜짝 놀란 새떼가 새벽 빛을 받으며 날아올랐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어린 회색 앵무새의 사체를 보고 있던 여자는 고개를 들고 부드럽게 말했다. "엄마?"

그날 밤 모닥불 앞에서 마라와 오사나가 그간 지내온 이야기를 오래도록 나눈 뒤, 마라는 꿩고기를 꼬챙이에 꿰면서 말했다. "동생, 그 독수리가 오늘 앵무새를 죽였어."

"사냥을 해야 했어." 울드렌이 조심스럽게 답했다. "녀석의 마지막 기쁨을 빼앗으려는 건 아니지?"

"죽게 하려고 여길 데려온 거였어?" 마라는 벌떡 일어나 동생을 안아 주고 싶었다. 연민과 존경심에서였다. 지금 저 독수리 말고도 많은 맹금이 그의 곁을 지켰으나, 그는 그들이 죽을 때마다 진심으로 슬퍼하며 안타까워했다. 지금 울드렌은 피할 수 없는 순리를 받아들이고, 자신의 새에게 스스로 떠날 곳과 시간을 정할 권리를 준 것이었다.

"그래." 울드렌이 시선을 피하며 답했다. 자신을 자랑스럽고 존경하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마라를 보자 울컥했기 때문이다. "어머니도 같이 오겠다고 해서 모셔왔어."

구조론과 같이 강력한 힘이 마라의 심장을 반 토막 냈다. 그녀는 오사나와 마주 앉아 궁금한 걸 다 물어보고 싶었지만, 그녀는 어머니의 통찰력이 두려웠다. "이 누추한 곳엔 왜 오신 건가요, 어머니?"

"거짓말." 오사나가 말했다. "거짓말과 비밀이라. 내 딸이 되길 거부한 그 소녀는 그 둘 사이의 차이점을 모르는구나."

"소녀와 딸의 차이는 알고 있어요." 마라가 일부러 못 알아들은 척하며 말했다. 황금빛으로 익은 고기 아래에 놓인 기름받이가 지글지글 소리를 냈다. 그녀의 배 속이 꼬르륵거렸다. "어머니의 딸은 경주 마지막에 배턴을 받아들고 어머니가 가르쳐 준 대로 삶을 살겠죠. 그런 걸 바라진 않으시잖아요, 어머니. 그렇게 되면 난 어머니의 실패작이 될 테니까요."

"그건 그렇지." 오사나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하지만 내 말 뜻이 뭔지 알잖니."

울드렌이 찡그린 얼굴로 그 둘을 번갈아 쳐다봤다. "엄마,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이죠?"

"네 누나가 이 모든 걸 꾸몄다고 고백하려는 참인 거지. 그렇지 않니, 마라?"

마라는 꼬챙이에서 꿩고기를 빼낸 다음 손에 묻은 육즙을 꼼꼼히 핥았다. 지금 입을 열면 두려움에 비명을 지를 지도 몰랐다. 모든 걸 꾸몄다니 대체 무슨 뜻이지? 어머니는 알고 있는 건가?

"인공부화론자는 마라가 만든 거야." 오사나가 울드렌에게 말했다. "디아시름은 마라의 체스 말이었지. 네 누나는 이곳 삶이 너무 평화로운 걸 견딜 수 없어 신정론 전쟁이 일어나게 둔 거란다. 그리고 전쟁이 일어나면 알리스 여왕이 정치적으로 자기 도움을 필요로 할 거라는 이유도 있었지. 마라는 남들에게 아주 과격한 반체제 인사로 비춰질 순 없었어. 자기 종교를 번성시키려면 자신은 중도를 지키는 모습을 보여야 했거든. 내 말이 맞지, 마라?"

마라는 손으로 따듯한 흙바닥을 짚었다. 안도감에 쓰러질 지경이었다. 어머니가 다 아는 건 아니었다. "먹을 만큼 잘라 드릴까요?" 그녀가 프랙탈 칼의 날을 아래로 하여 잡고 물었다.

울드렌은 그 표정을 알아챘다. 마라는 그의 질물에 직접 대답하는 법이 없었다. 지금도 오사나의 질문에 대한 답을 피하면서 울드렌이 말할 차례라고 하는 것과 같았다. "맛있겠네. 근데 어머니 말을 들으니 궁금해졌는데, 왜 맨날 우리랑 떨어져 지내는 거야, 마라? 산꼭대기에 있으면야 뭐 밤 하늘을 보며 연구할 게 많다는 건 알겠는데, 지금은 왜 그러는 거야? 왜 숲으로 간 거야? 마치… 은둔자나 이단자처럼?"

같은 이유로 그녀는 우주선에 살았었다. 같은 이유로 그녀는 울드렌이 자신을 완전히 이해하도록 할 수 없었다. 일시적인 힘의 하찮은 정치에서 안전하게 벗어남으로써 얻게되는 힘이 있었다. 권력자라 해도 그저 일개 평범하고 하찮은 존재임을 깨닫게 해주는 힘이었다. 각성자는 여왕을 세웠다. 여왕은 신비로운 존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난 내가 태어나던 순간을 기억해." 그녀가 말했다. "동생은 기억나?"

울드렌은 그녀의 시선에 움찔했다. 그는 양 리웨이와 어둠 속으로 이어진 연결선을 기억했다. 그는 중력으로 온몸이 고통스럽게 뒤틀리던 때를 기억했다. 그는 알리스 리조차 알 수 없을 진실을 기억하고 있었다. 마라는 그 고통에 찬 순간을, 그 순환의 진실을 목격했다. 그녀가 저지른 죄를 생각할 때면 꼬챙이로 꿰뚫리는 기분이었으나 늘 다시 가슴 속 깊이 묻어두곤 했다.

자기 몫의 꿩고기를 집어 든 오사나는 딸이 준비해 둔 달콤하게 익힌 견과류가 담긴 사발에 그 고기를 넣고 굴렸다. 산 위로 별들이 떠올랐고, 숲에선 새들이 지저귀고 있었다. "여긴 살기 좋은 곳이구나." 오사나가 말했다. "이 세계도 말이야. 네가 이전 생에 대해 뭘 기억하든 간에, 마라… 이 정도로 좋았을 것 같진 않아."

"그래요." 마라가 답했다. "하지만 동생과 엄마 모두 저랑 함께 있었어요. 앞으로도 영원히 그러면 좋겠네요."

"영원히 그럴 거야." 울드렌이 약속했다.

"많이 드세요." 마라는 손을 탁탁 털고는 일어섰다. "내일 여행을 떠날 거예요."

"어디로 가는데?" 오사나가 물었다.

"별자리표 정보를 공유해야 해서요." 그리고 이단자 일도 처리해야 하고 우리 불쌍한 동생을 위해 새로운 수리-까마귀도 찾아야 했다.


26. 강요자 1[편집]


시간이 흘러 여왕의 권력은 약해지고 지류는 학자들이 통치하였다. 그들은 현실의 농도를 실험한다면서 기사들에게 험한 임무를 맡기곤 했다. 이들은 젠심 서기들로 자신들이 대스승 켈다 와지의 후손이라 하였으나, 사실은 비행정의 요란한 호송대에서 거대한 소금 평원을 여행하던 떠돌이 이야기꾼 무리의 후손이었다. 그들은 이 세계를 이렇게 찬양했다.

젖과 꿀이 흐르고 독을 품은 것은 아무 것도 없으며 기후는 온화하고 커다란 발을 가진 위대한 고양이가 얕은 평원을 거닐며 선명한 푸른빛 플라밍고가 고원을 노니는구나. 습하고 따스한 공기는 비행하기에 좋고 바람에는 숲의 향기가 배어 있도다. 소금 평원에서 맞는 새벽보다 더 황홀한 새벽은 없으며, 크리세이아드의 장엄한 황혼에 감동하여 울지 않은 여자가 없다. 해적들은 넓은 바다를 자유롭게 다니며 서로 싸우기보다는 화물선을 불러 세우며, 그 목표물에게 그들의 추적 솜씨에 버금가는 수준의 정보와 지원을 제공하는구나. 모험을 위해 뛰쳐나가 해적선을 탄 젊은이들에 대한 이야기는 이 얼마나 흥미로운가! 너무 강력하고 방사능으로 가득하여 결국 서서히 침하되어 껍데기만 남게 된 산맥이 있는 안달라이아스의 테라스식 농장 이야기에도 마음을 빼앗기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단연 으뜸인 것은 석유화학을 뛰어넘는 연료를 만든 핵분열자에 관한 이야기로다. 그들에 대해 수많은 끔찍한 이야기를 전하곤 했던 우리를 용서하길. 특히 녹아내린 주 반응로와 제어 막대에 꿰뚫려 천장에 박힌 12인, 몰래 감시하던 코어에 관한 충격적인 이야기를 용서해 주길.

낙관론자의 진실이 있었기에 무한한 에너지를 통해 이 세계를 얻을 수 있었고, 그 어떤 두려움도 없이 나아갈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서기들은 또한 마라와 울드렌에 대한 우려도 기록했으니, 그들은 891인 중 유일하게 외부에서 창조를 지켜본 자이기 때문이었다. 이 두 사람은 이곳저곳을 떠돌며 징조와 예언에 대한 지식을 모았고, 태초부터 살아온 모든 인공부화론자는 곧 각성자의 빚을 갚아야 하는 심판의 날이 올 것이라 믿었다.

어느 날 서기들 중 하나의 궁정에 키카 크고 성질이 사나운 여자 하나가 자기 몸에 감고 온 힘을 다해 당겨야 쏠 수 있는 거대한 활을 들고 나타났다. "나는 슈어 아이도다." 여자가 말했다. "마라를 오래 전 디아시름 님을 죽인 죄로 고발한다. 내 안장에는 치명적인 화살이 단 하나 남았는데 마라가 있는 곳을 내게 알려주면 그 죽음을 그녀에게 선사할 것이다."

서기들은 이를 의논하였고 이 살해를 성공시키면 제2의 신정론 전쟁을 막을 수 있으리라 결론 내렸다. 그리하여 그들은 슈어 아이도에게 마라를 잡을 수 있는 모든 정보를 주었다.


27. 신생 3[편집]


첫 번째로 장악한 폐선은 1킬로미터에 달하는 주거 부속선으로 반응로가 작동 중이었으며 중력은 지구의 4분의 3 수준으로 안정화되어 있었다. 오래 전 기본 서브루틴으로 축소된 AI를 통해 그 부속선은 오르트 성운 혜성을 소행성대로 몰아가는 마지막 임무를 완수하였다. 혜성에 대한 작전 계획 명령이 없자 AI는 혜성을 가꾸기 시작했다. 혜성의 표면은 반구형에 흙으로 덮였고, 묶인 반사경은 별빛을 은색 빛으로 집중시켜 산소 숲을 유지하는 광자 압력으로 팽팽하게 당겨져 있었다. 이곳은 초록이 우거지고 고대 얼음이 있는 아름다운 곳이었을 터이나 최근 불이 났던 것 같았다. 산소와 만난 불꽃은 곤충과 쥐를 제외한 거의 모든 것을 불태워버렸다. 그러나 마라는 이곳이 훌륭한 발판이 되리라 생각했다. 귀환 이후 처음 만난 지적 생명체인 쥐와 먹을 수 있는 곤충이 있기 때문이었다.

함대는 빠져나오는 동안 많은 우주선과 인원을 잃은 상태였다. 어둠 에너지의 급작스러운 스파이크로 열린 소특이점 웜홀은 합금과 세라믹 방어구를 태피와 같이 끌어당겼다. 미사일로는 우주선 5대가 당했다. 가장 큰 문제는 세계 사이의 악몽 식역을 통과하는 과정에 내부 Ai와 논리 시스템이 완전히 파괴된 것이었다.

이제 그들의 고치를 버려야 할 때였다. 울드렌은 버려진 우주선 암초를 발견했다. 소행성대에서 상호 원조를 목적으로 모아 둔 것이 분명했다. 마라를 따라온 젠심 서기들은 이런 상황에서도 정신없이 문화적 상징과 고대 기록을 분류하여 정리하고 있었다.

"함대를 복구할 것이다." 마라가 슈어 아이도에게 말했다. "아직 쓸 수 있는 원자재와 시스템을 회수하고 이 폐선들의 바이오시스템을 다시 작동시키는 것이지. 중력이 안정화되면 번식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무기가 필요할 겁니다." 슈어가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우린 지금 무기에 쓸 여유 화학물이 부족하고, 우리가 가져온 악기술은 함대를 꿰뚫어버릴 겁니다. 게다가 발사용 구명 도구와 장치는 소행성과 폐선 등의 표면 밖을 위성처럼 맴돌고 있습니다. 제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아시겠습니까?"

"알 수 있다고는 못 하겠는데." 마라가 비꼬는 투로 말했다. 그녀는 슈어 아이도가 자기 키만한 활을 쏘는 모습을 떠올렸으나 이내 카드 속임수와 같은 것으로 치부하였다. 그런 농담은 지금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었다. "궁술이 필요한 것인가?"

"온갖 종류의 전술적 장신구가 달린 큰 원시 컴파운드 활이 필요하지요." 슈어는 들뜬 얼굴로 생각에 잠긴 채 서성였다. "저는 우주 최초로 태양 중심 궤도에 장궁이 달린 통신 위성을 올린 자가 될 겁니다.""

"어처구니가 없군." 마라가 말했다. 하지만 슈어의 솔직한 기쁨의 미소를 보니 이 암초 전역을 그녀와 함께 탐험하고 재건설할 생각에, 비록 폭력과 위험이 도사리는 곳으로 슈어를 보내야 할지도 모른다는 끔찍하고 흥분되는 생각이 들긴 하였지만, 마라는 불안 속에서 온기와 기쁨을 느꼈다.

"그럼-" 슈어는 자신의 계획을 진행하기 위해 민감한 질문을 던졌다. "지구에서 일어난 일을 언제 모두에게 알리실 겁니까?"

처음에는 지구가 폐허가 되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다른 징후가 있었다. 최소한 지구는 수성처럼 기계가 갉아먹은 송장 상태는 아니었다. "울드렌이 드론 배치를 마치고 돌아오면 말하지." 그녀는 눈을 가늘게 떴다. "내가 생각하는 걸 들을 수 있는 건가, 슈어?""

"텔레파시 같은 걸 말하시는 겁니까?"" 여왕의 경호원은 눈을 감았다. "모두들 으시시한 기분을 느끼고 있긴 하지만, 그게 그걸 전송하는-마라! 세상에!"


28. 보복 1[편집]


울드렌은 길고 불안한 밤 중에 리프로 돌아왔다. 각성자들은 얼음 동굴과 반쯤 불이 켜진 주거용 실린더에 있는 침대와 해먹에서 환영과 불길한 징후에 시달리면서 웅크리고 있었다. 혜성 얼음의 승화 소용돌이에서는 여러 얼굴이 비춰지곤 했다. 그 생생한 이미지는 현실과 구분하기 어려워졌다. 오가는 사람들이 시체로 오인하지 않도록 모든 조각상은 가려졌다.

외부 우주로 귀환한 후 그들 내부의 무언가가 변하였다. 웅웅거리는 활선이 손의 힘줄을 통과하고, 무언갈 삼킬 때면 턱이 튀어나오고, 우주 광선 충격과 같은 밝은 빛이 시야를 흐리게 했다. 마라는 충전의 바다에 발을 딛고 서서 머리 위의 보이지 않는 선을 향해 손을 들어 올리는 기분이었다. 마치 고대 표식을 남긴 거대하고 적대적인 힘과 다시 접촉하는 것 같았다.

"괴혈병에 걸린 기분이군요." 평생 괴혈병에 걸려본 적도 없는 슈어 아이도가 으르렁거리며 말했다. "영혼에 있는 모든 옛 상처가 다시 터져 나오는 기분입니다."

"사람들이 계속 내게 메모를 보내더군." 마라가 말했다. 그녀의 감각중추는 이곳에 오면서 망가졌기에 사람들은 은밀히 구두로 전하거나 귀한 종이에 적어 메모를 보냈다. "그들이 말하길… 꿈에서 내 얼굴을 보고 내 눈을 보고 목소리가 들린다고 한다.""

"저만 그런 게 아니었군요."

울드렌은 그날 그녀에게 계시를 가져온 두 번째 사람이었다. 첫 번째는 원정 자원자 중 마라가 가장 환영했던 자들 중 하나인 대스승 켈다 와지였다. 그녀는 그 누구라도 배울 자세를 갖도록 만들고 어떤 진실이라도 적용할 수 있도록 주입해 넣을 수 있는 교육의 대가였다. "젠심 실험실에 있었는데-" 그녀가 말했다. "그들이 뭔가 대단한 것을 알아냈더군요. 우리에겐 이제 마법적인 힘이 생긴 것 같습니다."

"자세히 말해 보세요." 마라는 차가운 혜성수 한 잔을 따라 그녀에게 건네며 말했다. "마법이라니 무슨 뜻이지요?"

"일종의 약한 동시성과 같습니다." 켈다는 꽃구근 빌드를 플라스틱으로 엮은 해먹으로 내렸다. "그들은 암호화된 중성미자 광선을 자원자에게 쏘며 연구하고 있는데, 그 결과 나타나는 분산형 패턴은 대상의 인지 상태와 감정 상태에 영향을 받는 것 같습니다. 이건 매우 신뢰할 만한 발견으로, 최소 4시그마지만 효과 규모가 너무 작습니다."

마라는 원시 얼음 한 잔과 함께 혀끝에서 녹이며 이 사실을 음미했다. "동시성이라니. 그렇다면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든, 우리가 무슨 영향을 받든지, 말하자면 중성미자 광선 같은 걸 받아도 물리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 발생한다는 건가요?"

"우리가 아는 물리학으로는 그렇습니다. 표면적으로는 몇몇 보존의 법칙에 어긋나는 것 같거든요. 에이미 뇌터라 해도 골머리를 좀 앓을 겁니다." 켈다는 태양이 어느 쪽에 있는지는 몰라도 자신의 옛 물리학자 영웅들의 이름은 기억하고 있었다.

"비밀스러운 물리학이군요." 마라는 여행자와 그 능력에 대해 생각했다. "우리 모두 그걸 느끼지 않았나요? 그러니까 우리가… 그렇게 많은 전조 없이 소위 '뒤엉킨 빛과 어둠 사이에 갇힌 상태'에 있다는 건 알고 있지 않은가요?" 그녀가 물었다. "우린 어떤 신비한 원소와 접촉한 겁니다."

켈다는 물이 더 필요한 듯 빈 컵을 내밀었다. "여기서 의문점은 말입니다, 폐하-"

"그렇게 부르지 마세요. 여긴 지금 직접민주주의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켈다는 눈을 굴리더니 말을 이었다. "의문점은 이것을 계속 과학이라고 생각하느냐는 겁니다. 이런 것을 물리학 영역에서 가르칠까요? 인과적 폐쇄 원리에 따르면 물질계에서 일어난 모든 일은 물질적 원인을 갖습니다. 하지만 마음 속의 상징적 구조가 물질적 효과를 일으킨다면… 새로운 이름으로 불러야 하지 않을까요?"

"죽음은 우릴 지배하지 못했지요." 마라가 속삭이듯 말했다.

"예?""

"하지만 우린 지금 죽음의 영역에 와 있습니다. 우린 모두 서서히 죽어가고 있는 거죠. 지류에 있을 때는 불멸자였지요? 우리의 일부분이… 그 우주에 맞춰져 있었던 겁니다. 그리고 지금 더는 지류의 신호를 받지 못하는 상태가 된 우리는 새로운 것에 맞춰지게 된 거지요."

바로 그때 해치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열리더니 울드렌이 부글거리는 주먹만 한 사이토겔로 덮인 목에 난 상처를 움켜쥐고 얼굴 한가득 미소를 띤 채 휘청거리며 들어왔다.

"외계인들이야!" 그가 쉰 목소리로 말했다. "외계인을 발견했는데, 놈들 중 하나가 내 목에 상처를 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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