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티니 가디언즈/지식/통과의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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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티니 가디언즈의 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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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과 새벽 업적 지식
어둠 업적 지식



1. 개요
2. 과정
3. 불신의 문제
4. 전조
5. 탄원
6. 열렬한 팬
7. 비상 대책
8. 약속은 약속
9. 비밀



1. 개요[편집]


마녀의 시즌 퀘스트를 완료하면 얻을 수 있는 지식이다.


2. 과정[편집]


세인트-14과 오시리스는 거친 나무 테이블에 마주 앉아 테이블에 가득 놓인 전선, 버팀대, 죔쇠들에 열중학 있었다. 미스락스가 융합자 건틀릿 때문에 팔이 저린다고 말하자 세인트가 도와주겠다며 열성적으로 팔을 걷어붙인 덕분에, 이들은 답답할 정도로 꼼꼼하게 작업앟며 저녁을 보내고 있었다. 미스락스는 벌써 몇 시간 전에 정중하게 자리를 떴지만, 세인트와 오시리스는 사바툰의 거래에 대한 논의에 열중하느라 알아차리지도 못한 듯했다.

"선택의 여지가 없어."오시리스가 작은 에테르 변환기의 주름진 변자 사이로 전선을 끼워 넣으며 말했다. "목격자가 차원문 너머에서 만들고 있는 미래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도 끔찍하다. 뭐가 되었든 그것보단 낫지."

"그렇더라도 사바툰은 예외지."세인트가 짜증을 냈다.

"사바툰도 포함해서야."오시리스가 완고하게 말했다. "사바툰이 목격자를 추적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면, 그리고 의심할 여지가 없다면, 우리도 사바툰과 협력하는 수밖에 없지. 다른 방법이 없어."

세인트는 엑소 특유의 인내심과 정밀함으로 금속 핀을 일렬로 곧게 정렬했다.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지? 그 모든 일을 겪었으면서."

오시리스가 눈썹을 치켜올렸다. "나는 용서의 등대같은 존재니까."그러나 그말은 어딘가 씁쓸하게 들렸다.

"그래서 용서하겠다고?"세인트는 올려다보지도 않고 집중했다

"아니."오시리스가 조용히 말했다. 그는 금속 탭을 슬롯에 맞추고 딸깍 소리가 날 때까지 꾸욱 눌렀다. 하지만 소리는 나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면."오시리스가 입을 뗐다. "거의 생각조차 안 하고 있어."

세인트는 단호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지만, 오시리스는 숨김없는 얼굴로 어깨를 으쓱했다. "어떻게 들릴지 알아. 나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지만, 이제는… 잊은 것 같아. 아마도. 난 지금 살아서, 여기에, 너와 함께 있지. 그게 최고의 복수라고들 하지 않나?"

세인트는 빳빳한 스프링을 감아 버팀대 안으로 밀어 넣을 준비를 했다. "침입자가 책임을 피하게 두는 것이 복수라고?"

"그 '침입자'는 죽었지."오시리스가 씁쓸하게 내뱉었다.

"하지만 에리스와 수호자들이 그 예언인지 예측인지를 이행하면-"세인트의 손가락 사이로 스프링이 튀어 날아갔다. "-사바툰이 이 새로운 속임수를 뭐라 부르던, 다시 살아날 거라고!"

부엌 근처 구석에 스프링이 툭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자, 오시리스가 스프링을 찾기 위해 말없이 일어났다. 세인트가 한숨을 쉬었다. "어떻게 그렇게 침착한지 모르겠다. 너는 가끔 사바툰이 한 짓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듯 굴어."

"전부 기억해."그가 구석에서 고개도 돌리지 않고 차분하게 말했다. "무력했던 걸… 기억하지."그 말이 목에 턱 걸렸다.

세인트는 의자를 뒤로 밀고 일어섰지만, 오시리스는 벌써 테이블로 돌아와 있었다. 손바닥 가운데 먼지 묻은 스프링이 쥐여 있었다. "내 안에는 아직 분노가 남아 있어. 아마도 영원히 짊어져야 할 분노일 테지. 나도 알지만, 그 분노가 날 집어삼키도록 두지도 않을 거다. 통제하고, 거기서 힘을 얻을 거야."

오시리스는 스프링을 테이블 위에 두고 다시 앉았다. 세인트가 그의 옆으로 다가가 조심스레 말을 건넸다. "감정을 부정하는 건 강한 게 아니야."

"인정해. 할 수만 있다면 과거를 바꾸고 싶지."오시리스가 말을 이었다. "하지만 내 인생의 방향까지 바뀐다면, 싫다." 오시리스는 손을 뻗어 세인트의 허리를 반쯤 끌어안았다.

"이제 이 얘기는 여기서 끝내는 게 어때?" 오시리스의 목소리에서 세인트는 단호함을 읽을 수 있었다.

세인트는 오시리스의 정수리에 키스하고 다시 앉았다. 이 정도에서 만족해야 했다.


3. 불신의 문제[편집]


아이코라가 헬름의 콘솔에 가까이 다가가자, 갑자기 그림자 속에서 어떤 형체가 울부짖으며 그녀를 향해 돌진했다.

아이코라는 반사적으로 손을 움직여 공격을 피하고 치명타를 날리려 했으나, 이내 공격자를 알아보고 멈추었다. 그녀는 엘시가 자신의 멱살을 틀어쥐고 격벽으로 밀어붙이도록 내버려 두었다.

"제 말을 듣기는 했나요?"엘시가 좌절감에 손을 떨며 소리를 질렀다. "제가 보고를 몇 번이나 했잖아요, 아이코라. 제가 봤던 걸 당신에게 수도 없이 말했죠!"

그녀의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고통이 아이코라를 괴롭게 했다.

이제 아이코라도 엘시만큼이나 그 이야기를 잘 알고 있었다. 여기 있는 엑소는 에리스 몬이 모든 것을 지배하고 사바툰까지도 자기 뜻대로 굴복시킨 미래에서 돌아왔고 그 결말은 좋지 않았다.

엘시는 아이코라를 밀치고 분노에 휩싸여 서성였다.

"엘시."아이코라가 부드럽게 말했다. "자네가 온 미래를 알고 있네. 하지만 이 미래는 달라."

"에리스 몬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지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봤다고요."엘시가 쇳소리를 냈다. "죽음의 냄새가 난단 말이에요."

아이코라는 엘시를 안심시키고 싶었으나, 어떻게든 동료애를 강조하면 엘시를 더 멀어지게 할 뿐이라는 것을 알았다. 대신 그녀는 로브를 바르게 정리했다. "자네 시간대의 에리스는 어둠으로 타락했지."그녀가 서늘하게 말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어둠에 휘둘리지 않고 어둠을 휘두르는 방법을 알고 있다네."

"에리스 몬은 힘에 의해 타락했어요, 아이코라"엘시가 쏘아붙였다. "수호자들이 군체 의식을 통해 공물을 바치게 만드는 힘- 그 힘과-"엘시는 목구멍에서 쏟아지는 말에 질식할 기세였다. "-같은 힘이라고요! 어떻게 그게 더 낫다는 건가요?!"

아이코라는 크게 숨을 내쉬었다. "무슨 소린지 아네."그녀가 위엄을 잃지 않고 차분하게 말했다. "에리스를 믿기는 하나, 나도 객관적으로 주시할 걸세. 무언가 해야만 하는 상황이 오면, 조치를 취하겠어."

엘시가 고개를 저었다. "아이코라, 죽어서 탑 잔해에 묻히기 전에도 같은 말씀을 하셨을걸요?"

아이코라는 기다렸다. 상대방이 듣지 않으려 할 때는 말해 봤짜 소용이 없다고, 언젠가 오시리스가 말했었다.

"에리스의 목소리에서 느꼈어요." 엘시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이코라는 그 목소리에 밴 두려움을 알아차렸다. "군체로 변형된 상태에서도 들으면 알아요. 에리스가 말할 때, 미소 짓고 있다는 걸요."

엘시는 조심스레 숨을 내쉬었다. "에리스가 진홍빛 요새에서 군대를 이끌었을 때. 여행자를 공격했을 때. 사람들 사이를 이간질하고 제게…"

엘시가 말을 하지 않아도 되게 하려고 아이코라가 손을 뻗었다.

"여동생을 죽이게 했을 때…" 엘시는 이해를 바라는 애절한 눈빛으로 속삭였다. "아나를 죽이게 했을 때. 에리스는 그때도 같은 미소를 짓고 있었어요."

아이코라는 손을 깍지 끼고 바닥을 바라보았다.

"다시는 똑같은 일이 일어나는 걸 두고 보지 않겠어요." 엘시의 목소리가 얼음처럼 차가웠다.


4. 전조[편집]


방랑자는 에리스의 과학 신전을 돌아다니며 그녀의 주술 도구들을 이리저리 들여다보았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그 물건들 대부분은 온갖 종류의 더께로 뒤덮여 있었다. 밀랍, 수지, 기름때 심지어 피까지. 그는 에리스처럼 똑똑한 사람이 이렇게 엉성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며 애정을 담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는 에리스의 강단 위에 아무렇게나 펼쳐져 있는 속삭임의 덱을 발견하고 과학 신전을 가로질러가 카드를 깔끔하게 한 더미로 모았다. 수많은 삶을 살면서 너무나 많은 행운과 불행을 겪었기에, 어떤 카드가 나오든 그로 인해 결정적인 운명이 뒤바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는 겁 없이 카드 덱을 나누고 맨 위에 놓인 카드를 과장된 몸짓으로 뒤집었다.

'선각자'

카드를 응시하는 방랑자의 머릿속에 에리스가 계획한 어마어마한 일이 크게 그림자를 드리웠다. 어두운 순간, 마음속에 에리스가 실패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고 말았다. "걱정하지 마, 달 아가씨." 그가 중얼거렸다. " 넌 할 수 있어."

그는 표연히 카드를 다시 덱 위에 얹었다. "다 끝날 때까지, 기다리고 있을게."

자발라는 경계하는 눈빛으로 속삭임의 덱을 바라보았다. 에리스의 작전 기지를 둘러보던 그의 눈에 카드가 들어왔다. 카드는 고요한 존재감을 내뿜으며 그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사령관은 징조나 조짐을 찾는 자가 아니었다. 우주의 힘이 자신의 운명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에 분노하지도 않았다. 여행자가 자신의 삶에 끼친 광범위한 영향으로 인해, 그의 오만하던 자기 결정권은 멈춰버린 지 오래였다. 오히려 그는 그러한 신탁 장치가 내곤 하는 수수께끼를 불신했다. 마녀 여왕의 반쪽짜리 진실을 너무 많이 들었기에, 이제 그는 확실한 증거 외에는 아무것도 믿지 않았다. 그럼에도…

덱을 집어 든 자발라는 곧바로 힘을 느꼈다. 덱은 들어있는 카드보다 훨씬 무겁게 느껴졌다. 손바닥 위에 덱을 얹자, 보이지 않는 손이 당기기라도 하듯 덱 중앙에서 카드 한 장이 스르륵 미끄러져 나왔다. 자발라는 카드가 그림을 드러내며 바닥에 떨어지는 모습을 심각하게 바라보았다.

'애가'

그가 서글픈 미소를 지었다. 어쩌면 신탁이란 해석하기 그리 어렵지 않은 것인지도 몰랐다.

"아이코라켈?" 미스락스가 과학 신전을 향해 외쳤다. 도시 일로 워록 선봉대를 찾아왔으나 아이코라의 자리는 비어 있었다. 그는 아이코라를 찾는 것을 잠시 멈추고 그녀의 최근 작전을 면밀히 살폈다. 미스락스는 에리스가 군체 마법을 사용하는 것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었으나, 선봉대는 자신의 가문처럼 이래라저래라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그는 약간의 혐오감을 느끼며 공간에 흩어진 비밀스러운 유물들을 뜯어보았다. 젊은 시절 그를 괴롭힌 네자렉의 성물이 생각나게 하는 물건들이었다. 그의 시선이 속삭임의 덱에 닿는 순간, 가슴 전체에 익숙한 멍한 감각이 느껴졌다. 최근 몇 달 동안 그 느낌이 심해지고 있었으나 미스락스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켈이 위쪽 오른손으로 덱을 집어 들자, 융합자 건틀릿에서 에너지가 고동치는 것이 느껴졌다. 카드에는 그가 경험한 적 없는 힘이 깃들어 있는 게 분명했다. 미스락스는 아래쪽 왼손으로 조심스럽게 카드 한 장을 뽑아 탁자 위에서 뒤집었다.

'승천'

미스락스는 그 점괘를 심각하게 숙고했다. 그의 가문이 최후의 도시로 오면서 겪었던 온갖 시련이 떠올랐다. 그들의 승천은 비방하는 자들로 가득 찬, 폭력적이고 슬픈 일이었다. 그러나 인간들 틈에서 찾은 평화와 안전은 그만한 위험을 감수할 가치가 있었다. 그리고 이제는 에리스가 제 동족을 구하기 위해 철천지원수의 성역에 들어가고 있었다.

미스락스는 스스로를 책망하며 고개를 저었다. 에리스 몬의 임무에 대해 너무 비판적인 건 아니었을까. 선봉대가 그에게 베푼 은혜를 그도 에리스에게 베풀어야 마땅했다.

그는 카드를 다시 덱 중앙으로 밀어 넣었다. 가슴의 저릿함이 다시금 희미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5. 탄원[편집]


타이탄의 메탄 바다가 요동쳤다. 토성의 어마어마한 중력으로 인해 위성 표면에 거대한 해일이 밀려들었다.

파도 아래 안락한 어둠 속에서 거대한 야수가 숨 쉬는 것처럼 물결이 부풀었다가 수축했다. 원소의 힘이 휘몰아치는 가운데, 원시 벌레 아흐사가 잠들어 있었다.

아흐사는 결속된 수호자가 이해하는 "잠든" 상태와는 달랐다. 나약한 인간에게 수면이란 광란의 무절제한 상태를 의미했다. 그들의 정신은 공포와 황홀경, 망각 사이를 자유롭게 떠돌았다. 아흐사에게 이런 상태는 "편안"하다고 인식되지 않았다.

대신 원시 벌레의 정신은 물리나 물질의 영향을 받지 않는 양자장 사이를 평화롭게 떠돌았다. 그녀의 의식은 인간들의 밀집된 사고 형태보다 더 광활한 상태로 넓게 분산되었다. 그녀는 우주를 마주한 안개 같은 존재였다. 시간은 고요한 바람처럼 그녀를 타고 흘렀다.

아흐사


아흐사의 평온함이 갑자기 무너졌다. 마음속에 문득 소용돌이가 생겨나 가차 없이 그녀를 몸으로 다시 빨아들이는 것 같았다. 몸이 가라앉는 느낌이었다.

아카… 시타… 셀… 아흐사… 오라… 레이…


물질 형태의 위압적인 밀도가 갑작스레 그녀를 꾹 짓눌렀다. 아흐사는 마음을 진정하고 자신을 압박하는 힘을 물리적 감각으로 재인식했다.

난 죽음과 진실을 분리한다.


그녀를 끌어당기는 현상은 익숙한 것이었다. 인간의 목소리. 말들은 날카롭고 뾰족했으며, 부패와 절망, 폭력의 냄새가 났다.

난 수많은 입을 가진 굶주림이다. 칼날 같은 진실이다.


그 목소리는 점점 더 강해졌다. 마치 시체에서 피어나는 부생균 같았다. 그것은 그녀의 마음속에 균사 덩굴을 퍼뜨렸다. 탄원하고 있었다.

아흐사는 원한다면 이 연결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았다. 보이지 않는 목소리의 의지는 그녀를 사로잡을 만큼 강하지 않았다. 아직은 아니었다.

난 자유를 집어삼키고, 나의 복수를… 도모한다.


아흐사는 몸을 움츠리고 싶은 충동을 억눌렀다. 그녀는 의식의 말 아래 깔린 화음의 불협을 알아차렸다. 일종의… 이타주의였다. 말하는 이는 자신 또한 희생하고 있었다. 우주의 생존이라는, 더 큰 목적을 위해 함께 시련을 겪자는 제안을 건네고 있었다.

서로의 불안감이 아흐사에게 위안이 되었다. 아흐사는 마음을 열고, 그 목소리가 내면에서 울려 퍼질 수 있도록 해 주었다.

나는 필요로 하는 것을 취하고, 내 목구멍에 있는 말은 손에 쥐어진 무기와 같다.


말하는 이가 제안하는 방식의 섬뜩한 본질이 분명해졌다. 아흐사를 그들이 수확한 힘을 담는 그릇으로 삼으려는 것이었다. 타락한 다른 친족들처럼, 불경한 논리를 위한 힘의 원천이 되는 것이었다.

토대에서 도망쳤던 기억이 다시 수면으로 올라오자, 아흐사에게 혼란스러운 감정의 파도가 쏟아져 내렸다. 탈출한 후, 아흐사는 잃어버린 형제들에 대한 슬픔에 빠져 수천 년을 보냈다. 그러나 절망의 표면 아래엔 언제나 희미한 희망의 빛이 보물처럼 묻혀 잠들어 있었다. 언젠가 그녀가 그들의 타락을 구원할 거라는 희망.

그 희망이, 이제 그녀가 도망쳤던 바로 그 검을 휘두르며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었다.

아이앗, 아이앗, 아이앗!


마지막 주문이 끝나자, 아흐사는 자신을 부른 자의 의도를 완전히 인지했다. 그들은 자신, 또는 종족을 위해 힘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알고 있는 바로 그 우주를 지키기 위해 싸웠다. 부상당한 독재자의 잔인한 손아귀에서 우주를 구하기 위해, 그들이 쓸 수 있는 유일한 도구였다.

원시 벌레는 몰아치는 파도처럼 우주가 팽창하고 수축하는 모습을 상상했다. 그 어떤 존재의 예측을 모두 뛰어넘는 것. 그런 파도에 휩쓸리면 그 파도를 받아들이고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었다.

슬론과의 결속을 통해 아흐사는 이것이 인간들이 말하는 "운명"임을 깨달았다.

6. 열렬한 팬[편집]


임마루는 수많은 군중의 가장자리에 뜬 채 적절한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최대한 눈에 띄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군체 고스트는 원치 않는 관심을 피하고자 딱딱한 뼈 의체를 남겨둔 채 몰래 탑을 빠져나갔다. 그는 사무실 서랍의 잡동사니 사이에서 낡아빠진 가려진 의체를 훔쳤다. 선글라스는 위장 잠복에 안성맞춤이었다. 우쭐거리는 탑 고스트들이 걸친 천박한 의체를 감안하면, 임마루의 새 의체는 눈에 띄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임마루는 한동안 최후의 도시를 돌아다니며, 시민들이 무의미한 일에 매달리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사바툰의 부활 이후 그는 왕좌 세계의 탄생, 우주 수준의 마법 주문, 행성 간 침략까지도 목격했다. 그런데 지금은 고작 인간들이 불에 구운 꼬치구이 가격을 흥정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화가 날 지경이었다.

너무 지루해 다시 탑으로 돌아가려던 찰나 소란스러운 축하객 무리가 그의 흥미를 끌었다. 그들은 집, 술집, 도박장에서 거리로 쏟아져 나왔으며, 모두 도시의 가장자리로 향하고 있었다. 임마루는 그들을 따라 날았다.

군중은 버려진 군사 기지 주변에 도달했다. 부유한 사람들은 레드잭들을 지나 기지 안으로 들어갔고, 대부분의 군중은 밖에 설치된 거대한 스크린 주위로 모여들었다. 스크린에는 막 시작된 시련의 장 경기가 띄워져 있었다. 시련의 장 내에서 수호자들이 서로에게 공격을 퍼붓기 시작하자, 공기가 변하는 것이 임마루에게도 느껴졌다.

경기가 잔인한 결말을 맺으며 끝이 나자 관중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몇몇 열성 팬들은 참가자들을 축하하려고 게이트 주변에서 기다리기도 했다. 마침내 시련의 장의 활기 넘치는 해설자, 샤크스가 등장해 팬들의 환호를 받았다. 군중이 조금 줄어들자 임마루는 외뿔의 수호자에게 다가갔다.

"당신이 여기서 하는 일이 마음에 든다, 덩치." 임마루가 불쑥 말했다. "이곳의 죽고 죽이는 분위기에 푹 빠질 만한 친구들이 몇몇 있지."

임마루는 샤크스 경이 헬멧 아래로 눈을 깜박이며 고스트의 목소리를 유추하려 한다는 걸 눈치챘다. "잘 만났군. 그쪽 친구들도 전장에 참여한다면 좋겠지!"

"오, 이미 몇 명은 만났을걸." 임마루가 킬킬 웃었다. "사실 공통점이 꽤 많던데."

임마루는 타이탄이 외치던 해설을 따라 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오직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다.' '고통을 동지로 삼으라.' '죽음은 핵심적인 요소다.' 능력과 자신감을 갖고 임한다면 당연한 논리다. 심지어 철학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

"음, 시련의 장은 그저 무분별한 폭력의 장이 아니다." 샤크스가 참을성 있게 설명했다. "명예와 정정당당한 승리가 중요해. 각자의 장점을 최대한 이끌어내고 우리의 한계를 뛰어넘어야 하지."

"완전 동의한다고." 임마루가 타이탄의 통속적인 미사여구에 속으로 웃으며 말했다. "목표는 가능한 한 날카로운 감각을 키우는 거지. 그걸 감당하지 못하면 탈락하고. 거기에는 어떤… 논리가 있지."

"즐거웠다니 다행이군." 말하는 샤크스 옆으로 빛나는 참새가 나타났다. "하지만 기억하게. 시련의 장은 단순한 전투, 단순한 수호자 그 이상이지. 서로의 차이를 뒤로 하고 도시의 모든 이들을 하나로 결속하는 일이다. 고스트도 포함해서." 그가 윙크하는 듯 보였다.

"팬이 될 것 같다." 임마루가 외쳤다. "다양한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주어 고맙군. 내가 생각한 것보다 대단해."

"성원에 몸 둘 바를 모르겠군." 샤크스가 참새의 엔진에 시동을 걸며 외쳤다. "조만간 자네와 친구들을 또 만났으면 좋겠군. 다음에 보지!" 큰 덩치의 수호자는 팬에게 가볍게 인사하고서 도시로 날아가 버렸다.

임마루는 타이탄이 멀리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았다. "뭐든 호승심을 자극해 준다면야." 그가 중얼거렸다.

군체 고스트는 자신의 목적을 다시금 되새기며 탑을 향해 날아갔다. 적어도 마녀 여왕이 인간에게서 본 것이 무엇인지 이제야 안 것 같았다. 어쩌면 결국에는 그들이 이길지도 몰랐다.

7. 비상 대책[편집]


"결국 그들은 네 제안을 받아들이게 될 거다. 목격자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을 테지." 텅 빈 의식의 방 전체에 사바툰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임마루는 넓은 공간 가운데를 떠다니며 예전에 녹음된 사바툰의 지시에 열심히 귀를 기울였다.

"전쟁지능이 사라지고 여행자는 무력화되었으니, 남은 선택지는 하나뿐일 거다." 사바툰의 녹음된 목소리가 읊조렸다. "그들도 우리 방식에 맞출 수밖에 없을 터. 그들이 약속을 이행하는지 잘 확인해라."

임마루가 투덜거렸다. 사바툰은 선봉대에 꽤 많은 것을 걸고 있었다. 자신의 군단에게 걸었던 것보다 훨씬 많이! 첫 번째 고스트로서 자존심이 조금 상했다. 사바툰이 없는 동안 그는 지도자로서 더할 나위 없는 모범을 보였다. 시부 아라스와의 전쟁을 감시해야 할 인물은 그 누구도 아닌 임마루 자신이었다!

하지만 곧 임마루는 능력의 문제가 아닐 거라고 스스로를 달랬다. 어쩌면 마녀 여왕은 자신의 군단보다 선봉대를 소모품으로 쓰는 게 좋다고 여겼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 모든 일은 시부의 입 속으로 선봉대를 밀어 넣기 위한 기나긴 속임수였는지도. 그분만이 진실을 아실 것이었다.

임마루는 다른 녹음을 재생했다. 사바툰이 일러준 수백 가지 비상 상황에 모두 대비해야 했다.

"아이코라 레이가 내 거래를 받아들인다면 네 일은 훨씬 쉬워질 거다." 녹음이 재생되었다. "그 여자는 피를 깊이 갈망하니까. 너도 기억하겠지만, 그녀가 오랫동안 시련의 장을 평정했었지. 죽음을 다시 알고자 하는 그녀의 열망은 '사자항해자'에 대한 복잡한 생각으로 이어지게 될 거다."

"문제는 너무 빨리 지나치게 강해질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사바툰이 생각에 잠겼다. "그렇게 되면, 실수로 자기 부하를 하나 죽이도록 만들어라. 글린트 정도면 괜찮겠지. 그러면 잠시 속도를 늦출 수 있을 거다. 흥미를 잃을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한번 검의 힘을 느끼면 절대 멈추지 않을 테니까."

임마루는 감탄과 의심으로 가득 찼다. 그는 사바툰의 비상 상황 어딘가에는 자신이 희생해야 하는 선택지도 있지 않나 궁금했다. 물론 아닐 것이다. 그러기엔 그는 너무 중요한 존재였으니까. 임마루는 다른 녹음을 재생했다.

"내가 부활하기 전에 각성자 여왕이 어떻게 패턴을 알아낸다면," 마녀 여왕이 입을 열었다. "수호자들이 강제로 가보를 빼앗으려 할지도 모르지. 마라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우리 오시리스가 머리를 쓰면 사람들을 설득해서 어리석은 결정을 내리게 할지도 모르겠구나."

"그런 경우에는 싸울 필요 없다. 시부에게만 유리하게 될 뿐이지. 대신 그 가보를 기갑단 여제에게 전해주도록." 사바툰이 말을 이었다. "여제라면 내 여동생에게 이걸 사용할 이유도 충분하고, 장기적인 소모전도 피할 수 없을 거다. 둘이 서로를 갈기갈기 찢는 동안, 선봉대 측에 살짝 내용을 바꾸어 거래를 제안하도록 해라—"

임마루가 녹음을 멈추었다. 그렇게까지는 되지 않기를 바랐다. 선봉대는 그의 안전을 보장해 주었지만, 기갑단은 그런 보장 따위는 하지 않았다. 가보를 들고 그들 앞에 나타나는 일이야말로 그가 원치 않는 일이었다. 그는 또 다른 녹음을 재생했다.

"내 원래 계획대로라면 에리스는 기로에 서게 될 거다." 사바툰의 목소리에 걱정스러운 기색이 살짝 스쳤다. "어느 시점부터, 에리스는 나를 부활시키지 않고도 시부를 이길 길을 찾게 될 테지. 하지만 그렇게 짧은 시간에 많은 공물을 모으는 방법은 단 하나뿐이다. 선봉대를 검에 바쳐야겠지. 엘릭스니와 기갑단도 돕게 만들고. 군체는 편의를 위해 남겨둘 것 같지만."

"그렇게 되면," 사바툰이 결론지었다." 더 이상 비상 대책은 없다. 대비책도 필요 없지. 군체에는 새로운 여왕이 생기고… 너희들에게도 새로운 지도자가 생기겠지. 흥미롭지 않은가?"

8. 약속은 약속[편집]


공기는 여전히 소멸하는 영혼불꽃으로 지글거렸다. 수호자와 아이코라는 에리스 옆에 무릎을 꿇었다. 빛이 분출하며 그들 뒤의 짙은 안개를 비추었고, 곧 사바툰이 웃으며 다시 일어났다.

"이렇게 될 줄 알았다." 우뚝 선 신은 회복한 목을 문지르며 말했다. 그녀가 천천히 고개를 기울였다.

"뭔가 달라졌군." 그녀가 신중하게 말했다. "동생이 느껴지지 않는구나."

임마루가 사바툰의 눈높이로 날아갔다. "당신의 힘을 빼앗은 후, 에리스가 시부의 왕좌 세계를 불러내어 그곳에서 시부를 단절시켜 버렸습니다." 임마루는 사바툰의 어깨에 냉큼 올라 에리스를 내려다보았다.

"자신의 왕좌 세계에서 추방당했다?" 사바툰이 에리스에게 다가가며 기쁘게 깔깔거렸다. "에리스, 기대 이상의 성공을 거뒀군. 내가 얼마나 너를 아끼는지! 조금 화나게 만들었더니, 바로 달려들었구나!"

사바툰은 몸을 웅크리고 호기심 어린 눈으로 에리스의 쓰러진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렇게나 많은 힘을 썼는데도 죽지 않았다니 놀랍군." 그녀가 말했다. "왜 그 끔찍한 고깃덩어리 몸으로 돌아가 버렸는지는 알겠지만 말이다."

에리스가 한쪽 팔꿈치로 몸을 일으키려 했다. 아이코라가 다가가 도와주려 했으나, 에리스가 괜찮다며 손을 내저었다. "우리 거래는 끝났다." 에리스가 말했다. "네 여동생을 처리했고, 너는 다시 살아났지."

"이제…" 에리스가 요구했다. 가리지 않은 그녀의 눈이 맹렬하게 빛났다. "목격자를 어떻게 쫓는지 알려줘."

"알려달라니?" 사바툰이 얼굴을 찌푸리며 실망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이미 보여주었잖느냐."

아이코라가 벌떡 일어났다. 맹렬한 공허 에너지가 그녀 주위의 공기를 뒤틀었다. 아이코라는 사바툰을 향해 한 발 한 발 다가갔다.

"속임수도, 수수께끼도, 진실을 왜곡한 거짓말도 안 된다." 아이코라의 목소리는 몹시 단호했다. "지금 당장 말하지 않으면, 네가 여기서 살아 나가게 둘 이유도 없다."

사바툰은 천천히 몸을 한껏 끌어올려, 날개를 활짝 펴고 아이코라를 내려다보며 미소를 지었다. "에리스가 검의 논리로 재주를 부리기는 했으나, 나는 전혀 힘을 잃지 않았다." 그녀는 공중에 떠서 발톱을 땅에 질질 끌며 워록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너는 나를 막을 수 없지."

그때 에리스의 곁에 있던 수호자가 일어났다.

"나는 막을 수 있다."

사바툰은 한동안 멈칫 서 있었다. 그녀의 딱딱히 굳은 얼굴은 표정을 읽기 힘들었다.

마침내 사바툰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좀 재미있어지는 참이었다만." 그녀가 날개를 접고 아이코라의 키 높이까지 허리를 굽히며 말했다. 임마루가 사바툰의 의견에 동의하며 어설프게 까딱거렸다.

"우리 둘 다 목격자를 막아야 하지. 나는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 약속한 것을 줬다." 그녀가 느릿하게 말했다. "준비되면 알게 될 것이다. 에리스가 말한 대로, 우리의 거래는 끝났다. 호들갑 떨 필요 없어."

아이코라가 이를 악물었다.

사바툰이 어깨를 으쓱했다. "마음껏 짜증 내 보거라, 아이코라." 그녀가 말했다. "속임수가 아니다. 그래도 내 말을 못 믿겠다면—" 사바툰이 왕좌 세계의 의식 공간을 둘러보았다.

그녀의 눈이 임마루를 향했다. 그녀가 미소를 지었다. "임마루를 데려가라."

"뭐라고요?!" 임마루가 당황하여 외쳤다.

사바툰은 그를 무시했다. "내 충성스러운 고스트이자, 빛과의 연결고리인 임마루를 데려가거라." 그녀가 탄원하듯 한쪽 무릎을 꿇고 말을 이었다. "임마루를 선봉대에 맡기도록 할 테니, 만약 목격자를 막는 것보다도 날 죽이는 것이 중요하다면…"

사바툰이 주먹으로 발톱을 꾹 움켜쥐었다. "짓이겨라." 그녀가 속삭였다. "이해했나?"

임마루가 사바툰과 아이코라 사이를 붕붕 날아다녔다. "제게는 발언권이 없습니까?" 그가 소리쳤다.

"없지." 사바툰이 웃었다. "너는 명령을 받았다. 그리고 나머지 너희는." 사바툰이 아이코라와 수호자, 그리고 불안하게 몸을 일으키고 있는 에리스를 향해 손짓했다. "…일을 망치지 마라. 목격자는 게임판에서 우리 말들을 쓸어버리고 싶어 하지만, 지금까진 우리도 제법 멋진 게임을 하고 있으니까."

사바툰은 날개를 망토처럼 휘날리며 몸을 돌렸다. 아이코라가 반걸음 앞으로 나아가자 수호자가 순식간에 그녀 곁에 다가왔다. 에리스가 아이코라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그러지 마세요."

"몸조심하려무나, 에리스." 사바툰이 말했다. "네 가면이 벗겨지는 걸 보니 정말 재밌더군."

거짓의 여왕이 긴 복도를 따라 사라져 갔다. 즐거워하는 그녀의 웃음소리가 의식의 방에 울려 퍼졌다.

9. 비밀[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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