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티니 가디언즈/지식/탈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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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티니 가디언즈의 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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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2. 씨앗과 나무
3. 뉘앙스의 화음
4. 승천자
5. 망치
6. 끝없는 질문
7. 여왕의 법규
8. 빚
9. 공감각
10. 비늘



1. 개요[편집]


이 지식 책은 아홉의 초대 현상금을 완료할 때마다 얻을 수 있다.


2. 씨앗과 나무[편집]


1.

양 리웨이에 승선한 날, 사람들은 그녀를 나스야 사와라고 불렀다. 그녀의 작은 배낭에는 아직 뜯지 않은 가족의 편지와 엄마의 유골, 다양한 씨앗, 그녀가 좋아하던 동네 나무와 식물의 조각, 약 3만 개의 노래와 짧은 영상이 담긴 물려받은 근전기 휴대 기기가 들어 있었다.

승객 명단에 따르면 나스야 사와는 수십 명의 하층 계급 스코페어 중 한 명이었다. 그들은 양 리웨이와 넓은 공간과 스스로 청소하지 않는 수많은 승객을 위해 끊임없이 치우고 쓰레기를 비우는 청소원이었다. 그녀는 인내를 가지고 열심히 일하면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여 우주선에 남아 있는 민간 냉동 보관함에 들어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아니면, 아우투르게 자리로 승격될 수도 있다. 그녀는 아우투르게가 되면 함선의 수경 재배 시설을 살뜰히 보살피는 데 모든 시간을 투자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나스야는 4개 국어를 구사할 수 있었다. 함께 일하는 스코페어들은 그렇지 못했다. 그들은 1개 언어만 구사하며, 그저 운 좋게 국제 엑소더스 복권에 당첨된 것뿐이었다. 그녀와 마찬가지로. 나스야가 다국어를 구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스코페어들은 그녀와 친해지고 싶어 했다. 그들은 음식을 나누어 주었다. 그들은 집에 두고 온 사랑하는 사람들의 사진을 보여주었다. 또, 함선의 복잡하기 짝이 없는 기계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이에 대한 보답으로 그녀는 최선을 다해 서로 소통하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그렇게 그들은 모두 조금 덜 외로울 수 있었다.

그녀는 이때 27살이었다.


2.

어느 날 그녀는 지류에서 깨어났다. 그녀는 스스로에게 나산 아르라는 이름을 부여했다. 그녀는 은으로 된 작은 단지를 손에 들고 다녔다. 뚜껑이 찌그러져 있어서 단지를 여는 건 불가능했다. 그녀는 단지의 출처를 알지 못했다. 하지만 단지를 버리고 갈까 생각하면 설명할 수 없는 슬픔을 느꼈다.

그녀는 가장 큰 나무 아래에 자리를 잡았다. 처음에 그곳은 모닥불이 있는, 기댈 수 있는 장소에 불과했다. 그래도 그녀는 지나가는 사람들과 기꺼이 그곳을 나누었다. 손님들 덕분에 기댈 수 있는 장소에 불과하던 그곳을 제대로 된 오두막집으로 바꿀 수 있었고, 손님을 위한 침대도 여러 개 마련할 수 있었다. 오두막집 한 채가 두 채가 되고, 두 채가 세 채가 되었으며, 나중에는 마을이 형성되었다.

나산은 그녀의 손님과 친구들을 사랑했고, 낡은 커뮤니티를 사랑했다. 하지만 엄마가 된다거나 마을의 장이 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저녁을 먹으러 모여 앉으면 그녀는 밀실 공포증과 같은 불안감이 몸을 조여 오는 느낌을 받았다. 그녀는 사랑하는 사람들 때문에 여기에 묶여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느끼는 불안감을 설명할 수 없었다. 그녀는 자신이 괴물처럼 느껴졌다. 나는 왜 이 삶에 만족하지 못하는가? 나는 왜 여기에 머무르고 싶지 않을까?

하늘이 맑게 개인 어느 날 밤, 봄꽃의 달콤한 향기와 조금 전에 내린 비 내음을 맡으며, 그녀는 은 단지를 들고 어둠 속으로 떠났다.


3.

그녀는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그녀는 마치 상점에서 옷을 입어보듯이 여러 삶을 살아보았다. 몇 주 동안 그녀는 해적이 되었다. 그 다음은 여름 내내 농장에서 일했다. 농장에 싫증이 나자, 이번에는 방사능 재료를 거래하는 원자 상인의 장부를 정리해 주는 일을 했다. 그 무엇도 그녀를 오래 붙잡아둘 수 없었다. 그녀의 은 단지를 본 한 남자가 보물 사냥꾼이 되어 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그래서 그녀는 보물을 찾아 땅속 깊은 동굴로 들어갔다. 그곳에서 보물은 찾지 못했지만, 대신 생체 발광 벌레와 슈어 아이도라고 하는 한 팔라딘을 찾았다.

"일거리를 찾고 있는 거라면 내 상관한테 소개시켜줄 수 있어." 슈어가 말했다."


4.

어느 날 나산은 천직을 찾았다. 디아시름이 그녀를 번역가로 정했다. 그녀는 이해할 수 없었다. 각성자의 언어는 스피치어 하나뿐이기 때문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여러 방언이 탄생하기는 했지만, 세상 양 끝에 사는 각성자 둘이 만나더라도 서로 이해할 수 있었다. "무슨 말씀이세요?" 나산이 물었다.

"그러니까" 디아시름이 말했다. "네가 여기 왔을 때부터 널 계속 지켜보았다. 사람들 사이에 시비가 붙으면 너한테 의지하더구나. 그러면 넌 섣불리 도와주기 전에 양측의 입장을 먼저 이해하려고 노력하더군. 넌 말솜씨가 좋고 거들먹거리지 않아." 그녀는 나산을 쳐다보았다. "아주 품위 있는 방식으로 사람들이 잘 소통할 수 있도록 돕고 있더구나."

나산의 목소리에 자부심이 스며들었다. "싸움을 중재하는 것뿐인데요, 뭘." 그녀가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겸손할 것 없어. 싸움은 누구나 말릴 수 있어.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갖고 있는지 분명히 이해하고, 다른 사람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는 건 아주 보기 힘든 재능이야. 그런 재능이 있으면 전쟁을 끝낼 수도 있어." 그 생각을 하자 디아시름은 번뜩 정신이 들었다. "네 재능은 일단 우리끼리만 알고 있어야겠구나. 낙관론자들이 알면 네 혀를 잘라버릴 거야."


5.

신정론 전쟁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 살생은 멈춰도 상처는 그대로 남아 있었다. 나산은 각성자가 회복할 수 있도록 도왔다. 대중 앞에 나서면 더 많은 사람을 도울 수 있을 거라며 친구들이 권고했다. 하지만 나산은 열 명 미만으로 구성된 그룹이 가장 효과적인 변화를 이룰 수 있다고 믿었다.


3. 뉘앙스의 화음[편집]


6.

마라 소프가 수천 명의 각성자에게 연설을 할 때 그녀도 군중 사이에 서 있었다. 마라 소프는 그들이 버리고 온 세계가 죽어간다고 말했다. 그 얘기를 듣고 그녀는 크게 충격을 받았다. 크게 한 방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그 후 4일 동안 그녀는 한숨도 자지 못하고 겨우 숨만 쉬고 있었다. 그녀는 은 단지를 이마에 갖다 대고는 차가운 감촉과 무게에 집중했다. 이제 떠나야만 했다.


7.

그녀는 오랜 친구 슈어를 찾았다. 정신 없이 떠날 준비를 하는 와중에 시간을 내서 처음으로 마라를 만났다. 나산은 그녀와 그녀의 능력에 대해 설명했다. 그녀는 남아 있고자 하는 사람들을 최선을 다해 설득할 것이다—

"아니," 설탕을 넣지 않은 차를 한 모금 마시며 마라가 말했다. "누구에게도 그런 일을 부탁하지는 않을 것이다."

나산이 주저했다.

"이미 결정 내린 사람들을 도와줘. 어떤 결정이든 간에. 슬픔을 이길 수 있도록 도와줘." 그녀가 나산의 손을 잡았다. 그녀의 눈에 서려 있던 긴장이 풀렸다. "그게 더 중요해."


8.

엄청난 혼란 속에 이주가 진행됐다. 나산은 이 정도로 깊은 분열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연인이나 커뮤니티를 떠날 때도, 소중히 여겼던 은신처를 떠날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선체 뒤로 지류가 점점 작아지는 동안 그녀는 손에 든 작은 은 단지를 내려다보았다. 지금 지키러 가는 그 세계에 그녀는 누구를 남겨두고 왔을지 궁금했다. 그들이 아직 살아 있는지 궁금했다.


9.

슈어는 디아시름의 캠프에 있을 때처럼 솔직하고 재치 있는 동행이었지만 마라는 수수께끼 같은 사람이었다. 마라는 도자기처럼 아름다웠지만, 나산은 그 아름다움이 아니라 양파처럼 여러 겹으로 되어 있는 그녀의 방어막에 더 끌렸다. 마라가 신중하게 내뱉은 말에는 아주 많은 진실이 담겨 있었다. 단순함을 좋아하는 겁먹은 영혼을 위해, 뉘앙스로 가득한 마라의 화음에서 각각의 음을 분리할 수 있을 것도 같았다.

그녀는 최선을 다했다. 조용한 시간과 단편적인 대화를 통해 그녀는 미래의 여왕에게 독특한 조언자가 되었다.

사회를 재건하려는 허술한 초기 시도가 길고 불안한 밤과 충돌하고, 여행자와 몰락자가 발견되고, 그리고 불가피한 폭동과 탈주가 발생하자 나산은 다시 마라를 찾아가 부탁했다. "제가 그들을 찾아갈게요." 그녀가 간절히 부탁했다. 모든 사람이 귀가 아닌 머리로 직접 선언을 들은 뒤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서였다. "그들의 결심을 바꾼다거나 다시 돌아오라고 설득하지 않을게요. 그냥—"

"그럼 무엇을 하려는 것이냐?" 슈어가 호기심에 찬 눈으로 물었다. 마라는 끝없는 인내심을 가지고 그녀가 대답하기를 기다렸다.

나산이 입을 오므렸다. "전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당신이… 당신이 좋은 사람이라는 걸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 다르다는 걸요. 슈어가 발끈하는 것을 보고 그녀는 손을 올렸다. 다행히도 마라가 괜찮다는 동작을 취했다. "사람들이 사실을 알고도 우리와 떨어져 살겠다고 한다면 그건 어쩔 수 없죠. 그건 그들의 선택이니까요."

"사람들이 알아주길 바라지 않는다." 마라가 부드럽게 말했다. 한결같은 그녀의 목소리에 희미한 슬픔이 깔려 있었다.

"알아요." 마라가 그녀의 의견을 고려하는 듯하자 안도하며 나산이 동의했다. "알고 있어요. 당신은 사람들의 반감을 감수할 용기를 갖고 계시죠. 그런 용기는 흔하지 않아요. 하지만 선의를 구축하는 게 중요할 때도 있어요…" 모든 걸 다 알지 못하는 게 어떤 기분인지 잊어버렸다면 특히 그렇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마라가 시선을 돌렸다. 나산이 마라를 주의 깊게 지켜보았다. 그리고는 설득에 성공했는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의미심장한 침묵을 참지 못하고 슈어가 꼼지락댔다. 지난 19시간은 정말 길었다.

"네가 간다면" 마라가 마침내 말했다. "다시 돌아올 수 없다."

나산은 그 말에서 진실을 보았다. 그녀는 손을 뻗어 마라의 손을 잡았다. "물론이죠."


10.

그래서 그녀는 지구로 떠났다. 그녀는 생존 장비를 가지고 다녔다. 사냥용 소총과 변색된 은 단지. 은 단지는 그녀를 항상 따라다녔다.

텅 빈 초원을 돌아다녀도 각성자는 찾을 수 없었다. 진실을 알리고 싶어도 들어줄 사람이 없었다.

2주가 채 지나기 전에, 스스로를 두려워하고, 서로를 두려워하며, 알지 못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승천자 일당이 그녀의 외로운 야영장을 습격해 자고있는 그녀를 죽였다.


4. 승천자[편집]


11.

고스트가 그녀를 부활시킨 날, 그녀는 고스트에게 이름을 지어달라고 했다. 그는 그녀에게 오린이라는 이름을 주었다. 고스트 역시 그녀에게 이름을 지어달라고 했다. 그녀는 그를 골이라고 불렀다. 뼛속에 잠재된 본능이 그 이름을 결정했다. 하지만 누가 그녀의 목에 칼을 들이댄다 하더라도 그녀는 그 이름이 어디서 온 건지 분명히 말할 수 없었다.

동쪽으로 며칠 걸어가면 마을이 나온다고 골이 설명했다. 길이 나 있지는 않으며, 떠도는 외계인이 이곳 황야를 정기적으로 정찰한다고 했다. 외계인과 마주치면 둘 다 죽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골이 얘기하는 동안 오린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들은 새와 곤충으로 가득한 젊고 활기찬 숲에 둘러싸여 있었다. 위험한 외계인이 가까이에 숨어 있다고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평화로운 곳이었다. 하지만 골이 그녀를 찾았다. 골이 이 세상에 대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녀는 골을 믿었다.

그녀는 잎사귀 더미를 줍다가 나뭇가지를 발견했다. "이게 쓸모가 있을까?" 무게를 가늠하며 그녀가 물었다. 골이 어리둥절해 하며 날개를 틀었다. "외계인을 상대할 때 말이야." 그녀가 설명했다.

"아." 골은 예의바르게도 잠깐 생각하는 시늉을 했다. 그리고 대답했다. "아뇨. 소용없을 거예요. 그들은 총을 갖고 있거든요."

"그렇군." 그녀가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이해하지 못했다. 그녀는 발로 작은 가지들을 정리했다. 나뭇가지는 곧 투박한 방망이가 되었다. 방망이는 무겁고, 느리며, 나무 기둥을 때려도 부러지지 않았다.

그녀는 외계인이 어떻게 생겼는지 몰랐다. 그녀는 총이 무엇인지 몰랐다. 그녀는 골을 믿었다. 하지만, 외계인이 공격해 오더라도 방망이로 무장하고 있으면 놈들의 머리를 쉽게 부숴버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12.

그들은 마을에 도착했다. 마을엔 새까만 재와 잔해만 남아 있었다. 골이 "핵분열 생성물"과 "급성 방사선"이 있다며 조바심치는 바람에, 오린은 멀찍이 떨어져서 잔해를 살펴보았다. 저쪽 멀리서 고양이 한 마리가 쥐를 쫓으며 잔해 사이를 돌아다녔다. 낡은 깃발이 바람에 펄럭였다. 그 외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골의 경고를 무시하고 가까이 다가가서 살펴보았다.

그녀는 시체 여러 구를 발견했다. 대부분 어른이었다. 아이도 있었다. 큰 동물을 위한 집이 여럿 보였지만, 시체 사이에서 큰 동물은 볼 수 없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새까맣게 탄 사람들의 죽음을 애도하며 그녀가 물었다. "외계인?"

"아닐 거예요. 몰락자는 핵무기를 잘 쓰지 않거든요. 땅을 오염시키니까요. 전쟁군주가 와서 가축을 모두 뺏은 뒤 폭탄을 터뜨린 것 같아요."

"왜?"

골이 어깨를 으쓱하듯 몸을 까닥거렸다. "그래도 되니까요. 막을 사람이 아무도 없잖아요."

오린은 방망이를 더 꽉 쥐었다. 속이 메스꺼웠다. "언제 일어난 일인지 알 수 있어?"

골은 시간을 계산해 보았다. "정확하게 알 수는 없어요. 36시간 이내인 것 같아요."

"더 빨리 걸었어야 했어." 그녀가 중얼거리더니 몸을 숙여 토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토하면 안 돼요." 골이 불안해하며 말했다. "그만해요, 오린. 그만. 방사능에 중독된 거예요. 여기서 토하면 여기서 죽을 거예요. 그러면 여기서 당신을 부활시켜야 하고, 그럼 당신은 또 토하다가 다시 죽을 거예요. 움직여야 해요. 얼른 가요. 가까이 가지 말라고 했잖아요."


5. 망치[편집]


13.

오린은 나무 방망이를 버리고 훔친 소각 대포로 바꿨다. 또 판금 흉갑도 하나 찾아서 착용했다. 그녀는 몰락자에 관심이 없었지만 그들은 자원을 많이 갖고 있었다. 그녀는 전쟁군주를 사냥하기 위해 몰락자를 사냥했고, 그녀보다 더 나이 많고 교활한 승천자 여러 명을 적으로 만들었다.


14.

오린이 용병 여섯 명과 혼자 싸우다가 탄약이 모두 바닥나 협곡으로 몰렸을 때 순례자 경호대가 그녀를 발견했다. 오린은 세련되지 못한 전사인데다 단호한 결의를 갖고 있어서, 경호대가 그녀를 돕기 위해 다가왔을 때 미처 지원군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녀는 경호대를 보고 잠깐 생각하더니, 방망이처럼 휘두르기 위해 빈 소각 대포를 쳐들었다. 17대1? 얼마나 운이 좋은지 시험해 보자.

그들은 나중에 연한 차와 비스킷을 즐기면서 이 일에 대해 얘기하며 웃었다.


15.

그들은 그녀에게 경호대 합류를 권했다. 그리고 망치를 선물로 주었다. 망치는 그녀의 키 만큼이나 컸다. 손잡이에는 "나는 모든 것의 종말이다"라는 문구를 새겼다.


16.

오린은 피부 색깔이 그녀와 똑같은 한 젊은 여자를 만났다.

"당신은 어디에서 왔나요?" 아주 가까이서 뚫어져라 쳐다보며 오린이 물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푸른 피부색을 가진 사람은 모두 이미 죽었거나, 아니면 빛나는 우주선으로 급하게 향하는 모습을 멀리서 본 게 다였기 때문이다.

젊은 여자는 움찔하며 물러섰다. "시날론 잔해요."

"거기에 당신과 같은 사람들이 더 있나요?"

"아니요."

오린의 질문을 듣고 있던 여자의 친구가 그녀를 부르더니 하늘을 가리켰다. "당신 종족은 저 위에 있어요." 그가 말했다. "그들은 소행성 사이에 살아요."

"왜 여기엔 없나요?" 그녀가 물었지만 그는 알지 못했다.


17.

그녀는 수십 년 동안 순례자 경호대의 일상에 만족하며 살았다. 전쟁군주와 외계인 침입자를 근절하고, 필멸의 민간인을 보호하고, 피난민을 안전한 곳으로 안내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경호대의 크기에는 변화가 있었지만, 그들은 항상 어둠 속의 파수꾼, 피난처의 살아 있는 방패, 인류의 재탄생으로 향하는 사다리가 되어 주었다. 모닥불 옆에서 감동적인 연설이 끝없이 펼쳐지고 그녀를 들뜨게 만들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녀는 헌신적인 영웅주의의 반복을 보았다.

오린은 경호대 지도자와 친구들을 사랑했고, 낡은 커뮤니티를 사랑했다. 하지만 군인이나 상징이 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저녁을 먹으러 모여 앉으면 그녀는 밀실 공포증과 같은 불안감이 몸을 조여 오는 느낌을 받았다. 그녀는 사랑하는 사람들 때문에 여기에 묶여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느끼는 불안감을 설명할 수 없었다. 혼자서 불침번을 서던 그녀는 자신이 괴물처럼 느껴진다고 골에게 말했다. 나는 왜 이 삶에 만족하지 못하는가? 나는 왜 여기에 머무르고 싶지 않을까?


6. 끝없는 질문[편집]


18.

먼 남쪽에 아주 큰 마을이 있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소문에 따르면 "최후의 안전한 도시"라고 했다. 평화와 번영의 도시이며, 옛 러시아 전사들이 거대한 늑대처럼 생긴 야수와 함께 도시를 지킨다고 했다.

순례자 경호대도 여러 안전한 도시에 대해 들었다고 했다. 안전한 도시는 생겼다 없어졌다 했지만, 사라졌다는 소식이 더 많았다.

그들은 그래도 방향을 바꾸기로 했다. 남쪽 땅은 좋았다. 곡식을 경작할 수 있었고 기후도 좋았다. 게다가 토착 기생 동물이 너무 많아서 몰락자들도 오래 머무르고 싶어하지 않았다. 남쪽에 안전한 도시가 없다 하더라도 북쪽의 황폐한 사막과 평야보다 나았다.

오린은 소문이 사실이길 바랐지만, 그건 이기적인 바람이었다. 진짜로 도시가 있다면, 사람들이 그곳에서 안전할 수 있다면, 그러면 그녀도 쉴 수 있을 터였다.


19.

그곳은 "도시"라고 부를 수 없는 곳이었다. 그곳이 처음 생겼을 때부터 "도시"는 부정확한 표현이었다. 그곳엔 텐트와 허름한 오두막이 무질서하게 늘어서 있었다. 튼튼한 건물이라고는 하나도 없었다. 도로는 진흙투성이였으며, 쓰레기와 연기 냄새가 났다. 하지만 사람들이 있었다! 오린과 골은 이렇게 많은 사람을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지저분한 아이들이 웃고 소리지르며 탱크 잔해에서 술래잡기를 하고 있었다. 민병대원 하나가 경계하며 카사바 농부들을 지키고 있었다. 무장한 승천자가 도시의 경계를 어디로 해야 할지, 도시를 방어할 최선의 방법은 무엇인지에 대해 논쟁하고 있었다.

여행자가 어렴풋이 보였다. 오린은 들뜬 마음으로 눈을 크게 뜨고 도시 안으로 들어갔다.


20.

순례자 경호대는 떠날 준비를 했다. 먼 북쪽으로 향하는 18개월 원정에 필요한 물자를 마련했다. 오린은 떠나지 않았다. 모두들 그녀의 결정을 존중했지만, 동시에 헤어짐을 슬퍼해 주었다. 경호대원 모두가 그녀의 망치 손잡이에 글자를 하나씩 남겼다. 나 나 나 나 나 나 나는 모든 것의 종말이다.


21.

이곳 안전한 도시에는 각성자가 살고 있었다. 많이는 없지만, 그래도 엑소보다는 많았다. 대부분 그녀처럼 고스트를 갖고 있었다. 고스트가 없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오린은 이런 사람들에게 관심이 아주 많았다.

그녀는 이들을 집요하게 따라다니며 질문을 해댔다. 어디에서 왔나요? 왜 이곳에 왔나요? 다른 사람들은 어디 있나요? 그 총은 어디서 구했나요? 그 총알은 무엇으로 만드나요? 왜 다른 사람들은 그 총알을 안 갖고 있나요? 사람들이 당신을 피해 다니나요? 혼자 있을 때 어떤 목소리가 들릴 때가 있나요? 꿈에서 어떤 징조를 볼 때가 있나요? 당신과 내가 같은 종족이라면, 왜 아무도 날 찾으러 오지 않았나요?


7. 여왕의 법규[편집]


22.

남치 센은 처음으로 그녀의 질문에 성실히 대답해준 사람이었다.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으니 이왕이면 앉아서 얘기하죠." 옆에 있는 탄약 상자 더미를 가리키며 그가 말했다.

그는 리프에서 온 조종사였다. 그가 까마귀라고 부르는 정찰 드론이 추락한 것을 회수하러 왔다고 했다. 몰락자 소형선과 공중전을 벌이다가 힐디언이 손상되어, 주요 펌프가 새고 있다고 했다. 어디서 새는지 찾을 수 없고, 수리할 도구도 없다고 했다. 다른 각성자는 고향인 리프에 있다고 했다.

총은 표준 규격의 범의 앙심 자동 소총이며, 전매 플라강철-회전금속 혼합물로 만든 압축 총알을 사용한다고 했다. 제조 기술을 열심히 연구하는 엔지니어들이 있는데, 그 기술 덕분에 지구의 승천자와 민간인에게 무기를 대규모로 공급할 수 있을 거라고 했다.

사람들이 그도 피해 다닌다고 했다. 지구 출신 및 승천한 각성자들은 그에게 말을 거는 일이 거의 없으며, 그녀가 말을 걸어서 놀랐다고 했다. 그도 목소리를 듣는다고 했다. 그도 예지몽을 꾼다고 했다. 그는 그녀의 질문에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그녀는 자신과 너무 비슷해서 크게 놀랐다. 본인이 녹음해 놓은 걸 듣는 기분이었다.

그녀가 마지막 질문을 던졌을 때 그는 잠시 주저했다. 그는 때 묻은 손으로 머리를 쓸어넘기더니 별을 올려다보았다. 이미 오랜 시간 대화한 후였다.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으니 이왕이면 술이라도 한 잔 마시면서 얘기하죠." 마침내 그가 말했다.


23.

남치는 키가 크지 않았고 그다지 잘생긴 편도 아니었다. 따로 놓고 보면 그의 부분 부분은 아름다웠다. 코. 손. 목선. 그녀는 그의 피부를 감싸는 반짝이는 빛에 매료되었다. 그녀는 자신의 피부와 패턴이 같은지 확인해 보았다. 같은 패턴이었다.

무엇보다도 오린은 그의 공감 능력에 놀랐다. 그는 조용히 있을 때가 많았다. 침묵이 길어져도 불편해하지 않았다. 그는 말솜씨가 좋고 거들먹거리지 않았다.


24.

펌프를 수리하는데는 8주가 걸렸다. 그동안 오린은 여왕의 법규를 어기고 그녀와 골을 베스티안 전초기지 너머로 데려다 달라고 남치를 설득했다. 그녀는 자신이 왜 동족을 떠났는지 반드시 알아내야 했다.

인테람니아를 향해 반나절도 채 못 갔을 때 여왕의 색으로 도색한 갤리선이 그들을 막아섰다.


25.

"이런." 슈어 아이도가 처음 오린을 발견하고 말했다. "마라가 질색하겠군." 그녀는 유치장 너머로 골을 자세히 들여다 보았다. "결국 이렇게 될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그녀는 목을 뒤로 당기더니 어깨를 반쯤 으쓱였다. 뭐, 어쩔 수 없지.

그녀는 돌아서서 남치를 보았다. "법규를 어긴 건 알고 있겠지?"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그의 어깨를 탁 치고는 미소 지었다. "좋아."


26.

팔라딘 두 명이 그녀를 마라 소프에게 데려갔다. 골은 궁정에 들어갈 수 없었다. 남치도 마찬가지였다.

"당신을 기억해요." 마라가 미처 말하기 전에 오린이 먼저 말했다. 궁정의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했지만, 둘밖에 없기도 했거니와, 그녀는 그런 걸 두려워하기엔 너무 거침없었다.

"뭐가 기억나느냐?"

오린은 고개를 살짝 저었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났다. 마라 역시 침묵을 불편해하지 않았다. 마라는 무표정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그녀의 눈은 호기심으로 빛났다.

"제가 왜 떠났죠?" 오린이 물었다.

"넌 내 사절이 되고 싶어 했다."

"그래서 절 추방했나요?" 그녀가 눈을 찡그렸다. "당신이 그럴 것 같지는 않은데요…"

마라가 희미하게 웃었다. "그렇지."


27.

그들은 계속 대화를 나눴다.

알게 된 사실은 매우 충격적이었다. 오린은 이처럼 깊은 분열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필멸의 존재 대부분이 승천자를 대면하느니 청산가리를 먹겠다고 생각한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도, 엘릭스니가 한때 여행자한테서 버림받았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도, 전쟁군주 대부분이 빛의 운반자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도 이와 같지는 않았다.


28.

여왕의 법규는 물론 여왕의 법규였다. 반드시 지켜져야 했다. 하지만 법규라는 것은 해석하기 나름일 때가 많다.

남치는 오린을 리프 수용소에 몰래 데려온 댓가로 5년 동안 여왕을 위해 노역을 제공하기로 했다. 세부 사항은 남치가 직접 정할 수 있도록 해 주었으며, 협의 하에 급여를 정했다.

오린의 경우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다. 그녀는 과거의 그녀가 아니었다. 열띤 철학적 논쟁이 벌어졌고, 마침내 과거 삶의 서약에 대한 책임을 물릴 수 없다는 판결이 났다. 하지만 민간인의 도움을 받아 무단으로 침입한 것은 사실이므로, 그녀는 뭔가를 희생해야 했다. 언젠가 여왕의 요청을 하나 들어줘야 했다.

오린은 판결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지구로 돌아갔다. 생각을 해야 했다. 말을 해야 했다.


8. 빚[편집]


29.

이제 모두가 순례자 경호대를 아는 것 같았다. 경호대 숫자는 다섯 배로 늘었으며 계속 늘어나는 중이었다. 최후의 안전한 도시에 사는 민간인들은 감사하는 마음에 그들을 수호자라고 불렀다. 그들에게 걸맞는 칭호였다.

친구들이 잘 지내는 것 같아 오린은 기분이 좋았다. 경호대에 다시 합류하지는 않았다.


30.

노역을 제공하는 동안 남치는 비드콤과 홀로그램을 통해 매일 오린과 대화했다.

그의 노역이 끝나자 오린은 자신을 데리러 오라고 부탁했다. 그녀는 소 몇 마리 훔치자고 핵탄두를 터뜨리는 지경이 되기 전에는 인류가 무엇을 성취하려고 했는지 궁금했다.

그들은 힐디언을 타고 내행성을 샅샅이 뒤졌다. 힐디언이 고장나자 그들은 잡다한 일을 구했다.

그들은 행복해서 어쩔 줄 몰랐다.

몇 세기가 지나갔다.


31.

슈어 아이도가 세상을 떠난 날, 마라 소프의 연락을 받았다. "내 요청을 들어줄 때가 왔어." 여왕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여왕이 수호자를 신뢰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하지만 마지막은 아니었다.


32.

여왕이 서성거리는 동안 오린은 자신의 망치에 기대어 섰다. "누가 그녀를 죽였는지 알아야겠어." 마라가 말했다.

"누군지 알고 싶은 거예요, 아니면 없애고 싶은 거예요?"

마라의 얼굴에 슬픔과 분노가 가득했다. 그녀는 자신을 제어하느라 애쓰며 리프를 내다보았다.

오린은 남치의 죽음을 상상하며 망치를 세게 꽉 잡았다.

마침내 마라가 말했다. "일단 누군지 알아야 해." 마라는 슈어의 시체에서 발견된 이상한 동전을 오린에게 주었다. "살해당한 건지 확실치 않아."


33.

그녀는 단서를 찾아 수색하던 도중, 달 아래의 한 동굴에 다다랐다. 동굴에 적은 없었으나 대신 증기가 가득했으며, 얼굴이 있어야 할 곳에 촉수가 달린 반인반수의 남자가 있었다.

"그들을 용서해." 그가 말했다. 오린이 그의 목을 조르는 바람에 목소리가 쉬어 있었다.

"누구?" 오린이 으르렁대며 목을 더 세게 조았다.

괴로워하는 그의 얼굴에 긴박함이 차올랐다. 복수를 하기 전에 사건의 전말부터 밝혀야 한다는 생각이 떠올라 오린은 그를 밀쳐냈다. 그는 휘청거리다가 자세를 다잡더니, 뭔가를 꺼내기 위해 로브 안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오린!" 골이 경고했지만 오린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녀는 망치를 들어올려 그의 가슴을 세게 내리쳤다. 잔디 위에 놓인 골프공을 치는 것처럼 어떤 저항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는 이슬 맺힌 바위에서 떨어져 부서지는 소리를 내며 쓰러졌다. 부서지는 소리는 그의 척추에서 나는 소리였다. 그는 다시는 똑바로 서지 못할 것이다. 그가 바닥에 쓰러졌을 때 변색된 은 단지가 손에서 굴러떨어졌다. 단지가 어둠 속으로 굴러가며 내는 소리가 동굴에 울려퍼졌다.


34.

오린은 흠집난 뚜껑에 사냥용 칼로 구멍을 냈다. 단지를 기울이자 오린의 장갑 낀 손바닥 위로 회색 가루가 연기처럼 쏟아졌다.

"먼지는 돌아온다. 항상 돌아온다." 남자는 쌕쌕거리며 웃었다. 오린이 얼굴을 들어 쳐다보았을 때 그는 이미 사라진 후였다.


9. 공감각[편집]


35.

오린은 환영을 경험하기 시작했다. 실체가 없는 모르는 사람들이 알 수 없는 언어로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남치에게 손을 뻗으면 그에게 빨려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아주 작디 작은 원자로 걸러져 그가 숨을 들이쉴 때 빨려 들어가 그의 뼈 속 혈액의 일부가 되는 느낌이었다. 오린은 여왕을 위한 수색을 계속했지만 누가 목을 조여오는 것만 같았다. 꼭 해야 할 말이 있었지만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꼭 가야할 곳이 있었다. 꼭 되어야 하는 것이 있었다.

무서워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무섭지는 않았다. 대신 몸서리치게 외로웠다.


36.

오린의 환영은 점점 더 심해져서 급기야 현실과 꿈을 구별할 수 없게 되었다.

그녀는 자소-색 공감각을 골과 남치, 마라에게 설명하려고 애썼다. 그녀는 초록색을 보면 "아홉"이 생각났다. "보라색"이라는 글자를 읽으면 "아홉"의 맛이 났다.

다들 그녀에게 그만두라고 했다. 쉬라고 했다. 가만히 있으라고 했다. 다른 단서도 찾았다. 다른 메시지였다. 아홉이 알려졌다.

그녀는 그만둘 수 없었다.

그녀는 일그러진 얼굴을 가진 남자를 찾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을 위해 사냥하고 있었다.


37.

남치가 죽은 날, 사람들이 오린과 골을 찾았지만 그들에게 연락이 닿지 않았다.

그녀는 몇 달 동안 남치의 죽음에 대해 알지 못했다.


38.

우 밍을 만난 날, 그녀는 밤베르가에 있었다. 젠심 연구소를 막 떠난 참이었다. 남치가 마지막으로 남긴 글을 막 읽은 참이었다. 그녀의 손이 떨렸다. 속이 메스꺼웠다. 그녀는 영혼이 몸에서 빠져나와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앉아서 울기 위해 안전한 장소를 찾아 비틀거리며 걸어가고 있었다.

우 밍은 어둠 속에서 모닥불을 피우고 있었고, 그녀는 온기를 찾아 그를 향해 기어갔다.


39.

우 밍은 아홉에 대한 이야기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아홉을 만난 적이 있는지, 아홉이 힘을 줄 수 있는지, 아홉은 태양계를 벗어나는 방법을 알고 있는지 물어보았다. 오린은 이와 같은 질문에 답할 수는 없었지만, 자신의 삶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 수 없었다. 그녀는 자신을 주체하지 못하고 지긋지긋한 이야기를 토하듯 뱉어냈다. 이야기가 모두 바닥나자, 본인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본인의 슬픔에 대해. 본인의 불안감에 대해. 눈 깜박임 사이의 텅 빈 공간에서 진정으로 살아있음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자신이 끊임없이 허물을 벗어내는 뱀과 같이 느껴진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이 마지막 허물에서 뭔가 잘못되어, 과거의 자신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밍은 그녀의 절박한 정직함에 강하게 끌린 나머지, 아홉에 대한 질문은 접어두기로 했다. 그녀의 정직함에 우 밍도 마음을 열었다. 우 밍도 본인에 대해 말했다. 그의 두려움에 대해. 그의 외로움에 대해. 심연으로 곤두박질치기 직전인 것처럼 느껴진다고 설명했다. 죽음으로부터 다시 돌아올 때마다 극심한 분노를 느낀다고 설명했다. 그는 빛의 선물을 달라고 한 적이 없었다.


40.

둘은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계속 만났다. 그들은 대화를 나눌 때마다 진실을 발굴해갔다. 이제 곧 밑바닥에 도착하면 스스로 산산조각 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무서우면서도 흥분되는 기분이었다.


41.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그는 우 밍이 아니었다. 그는 일라이라는 남자였더, 그는 드레젠 호프라는 남자였다. 또, 방랑자라는 남자였다.

그는 연약하지 않았다. 그는 의심 많은 사기꾼이었다. 그는 냉정한 살인자였다. 그는 비겁한 거짓말쟁이였다.

그는 친구가 아니었다. 원하는 걸 얻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것일 뿐이었다. 처음부터, 원하는 걸 얻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것일 뿐이었다.

그녀가 어리석었다. 그의 거짓말에 속아넘어가다니, 정말 어리석었다.

이건 회복될 수 없었다.


42.

오린은 떠났다. 빛도 떠났다. 단절은 충격적이었다. 그녀는 이 정도로 깊은…

분 열? …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회복할 수 있다.

오린은 네 이름이 아니다.


10. 비늘[편집]


43.

아홉을 찾으러 떠나는 날, 테키언이 그녀에게 '긿 잃은 자 오린'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그녀는 베스티안 전초기지의 한 창고를 습격하여, 페이튼 백스캐터 스캐너의 디지털 도식, 녹색 동전 하나와 말린 여왕의 풀 더미를 훔쳤다. 나머지는 그대로 두었다.


44.

그녀는 태양권 너머로 갔다.

아주 긴 여정이었다.

갑작스런 죽음.


45.

그녀는 자신을 벗어버리고, 이주자, 번역가, 사절, 심판의 망치와 같은 과거 삶의 빛나는 비늘 속에서 새롭게 태어났다. 그들은 그녀의 의지를 가져가려 했지만 그녀는 더욱 세게 매달렸다.

그녀의 재능은 전쟁을 끝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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