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티니 가디언즈/지식/망령의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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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티니 가디언즈의 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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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봉대 업적 지식
빛 업적 지식
황혼과 새벽 업적 지식
어둠 업적 지식



1. 개요
2. I. 기질
3. II. 죽음과 탈주
4. III. 유품
5. IV. 용서와 망각
6. V. 후회
7. VI. 선전 활동
8. VII. 유산



1. 개요[편집]


헬름에서 망령의 시즌 무전 메시지를 들으면 얻을 수 있다.


2. I. 기질[편집]


까마귀는 젖은 수통을 에리스 몬의 발치에 내려놓았다. "물이다."

"빨리 돌아왔군." 에리스는 쪼그려 앉아 굵은 통나무와 송진을 바른 이끼 위에 올려놓은 소나무 가지 묶음을 향해 몸을 기울였다. 그녀는 오랫동안 사용하여 매끈하게 닳은 부싯돌을 칼로 때렸고, 곧바로 불길이 피어올랐다.

"당신은 밤에도 눈에 띄는군." 까마귀는 옆을 흘겨보는 에리스의 시선에서 눈을 피해 여행자의 어둠의 조각의 스산한 빛을 올려다봤다. 으스스한 한기가 등을 따라 흘러내렸고, 그의 눈은 새롭게 타닥거리는 나무로 향했다.

에리스가 침묵을 깨뜨렸다. "왜 단절 작전에 자원한 거지? 그러니까… 대부분의 작전에 자원했잖아?"

"다른 이들이 할 수 없는 곳에서 변화를 일으키려고. 당신과 같아."

그녀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에리스는 중얼거렸다.

까마귀는 그녀가 능숙하게 불을 달래는 모습을 지켜보며, 주어진 답을 곰곰이 생각했다. 그는 고개를 들어 머나먼 수목 한계선을 바라보며 대화 주제를 바꿔 보았다. "여긴 아직도 군체가 적지 않아."

"그래도 악몽은 없지." 에리스가 말했다.

"그래서 날 여기로 데려온 건가? 여긴… 돌아오고 싶지 않은 곳이었는데." 까마귀는 커져 가는 불길에서 물러났다.

에리스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아, 그는 진짜 묻고 싶던 말을 했다.

"내가 왜 실패한 거지?"

"넌 실패하지 않았어. 우리 전략에 결함이 있었지." 에리스는 부싯돌과 칼을 집어넣으며 일어선 후, 그의 앞으로 다가와 그와 시선을 맞췄다. "조만간 단절을 다시 시도할 거야."

"그래," 까마귀는 무뚝뚝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에리스는 고개를 갸우뚱 기울였고, 그러자 안대의 틈 아래로 초록색 보주가 보였다.

그녀는 황혼의 혼란 속에서 뒤틀리는 커다랗고 울퉁불퉁한 조각을 가리켰다. "여행자의 순수함으로부터 떨어져 나온 저 독성 조각도, 선한 일에 이용할 수 있어."

불이 포효했다. 그는 무릎을 꿇어 그녀의 시선을 피하고 손도 따뜻하게 데웠다. "그게 뭘 할 수 있는지는 알아. 나도 그걸 사용해서—"

"붉은 전쟁으로 수호자가 빛을 잃었을 때, 여기에서 소명을 되찾은 이들도 있었다. 그들은 흉터를 통해 여행자와 다시 결속을 맺었지. 남아 있는 고통을 통해." 그녀는 말을 이었다.

에리스는 까마귀 옆에 앉아 수통의 물을 마셨다. 까마귀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그녀가 이야기를 계속하기를 기다렸지만, 그녀는 입을 다물었다. 타오르는 불쏘시개 묶음이 잿더미 속으로 가라앉았다. 그 틈새로 불길이 솟아오르고, 뜨거워진 공기에 실려 재가 날아들었다.

"나무를 더 가져오지." 까마귀는 그렇게 말하며 서둘러 불빛을 벗어났다.

"까마귀, 이런 작은 불이 지옥문에서 날 살려 주었다. 그때는 나무를 더하는 것 같은 사치는 부릴 수도 없었어." 에리스는 진창에서 가져온 녹슨 강철봉을 들어 불꽃을 튀기는 불에 찔러 넣었다. 그녀는 재가 된 나무를 들쑤셔 새로 틈을 열고, 큰 나뭇조각들을 빛나는 불쏘시개 위에 모아 올렸다. 불길이 치솟고, 열기가 강해졌다. "이런 기나긴 밤에는, 수중에 있는 것으로 어떻게든 해 봐야지."

그녀는 그가 자기 말을 이해하기는 하지만, 받아들이지는 않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녀는 그에게 봉을 건네며, 불의 열기를 유지하고 남은 것의 가치를 찾는 법을 보여주었다. 재로부터 재건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

둘은 이야기를 나누며 밤늦게까지 번갈아 불을 지폈다. 온기가 잦아들고, 두 사람의 어깨가 가벼워지고, 까마귀는 두건을 벗었다.

마침내 불이 죽고, 에리스는 잉걸불을 향해 손짓했다. "자, 이제 나무를 더 가져와."

까마귀는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에리스… 빛을 되찾으려 한 적은 없나?"

"과거는 곱씹어야 할 대상이 아니야."

까마귀는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내밀었다. 그녀는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그걸 바라봤다.

"일어나."

에리스는 까마귀 곁에서 일어섰다. 그는 그녀의 손을 잡고 두 손 사이에 황금 총의 불을 붙였다. 태양 불길이 에리스의 손가락 사이에서 춤을 췄다. 까마귀는 그녀의 손을 이끌어 총을 하늘로 들어 올렸다. 그는 날카롭게 숨을 들이쉬고는 포효하며 구름을 향해 총을 쐈다.

"네 차례다, 헌터."

에리스는 총이 발사될까 생각하며 천천히 방아쇠를 당겼다. 두 번째 태양 불길이 대기를 꿰뚫었다. 까마귀는 웃었다. 그들은 거친 고함으로 억눌린 긴장감을 밤의 공기에 뱉어내며 하늘을 향해 불의 탄환을 연이어 쏘아 올렸다. 마지막에는 에리스도 웃고 있었다.


3. II. 죽음과 탈주[편집]


"몇 명이지, 타우룬?" 카이아틀이 지친 목소리로 물었다.

손에 잡힐 듯한 긴장감이 알현실 안에 번졌다. 제국 함대가 리바이어던을 둘러싸고 방벽을 형성했을 때 이후로, 세 척의 호위함이 탈주하여 칼루스 측에 합류했다. 네 번째 함선이 방금 그 뒤를 따랐다.

카이아틀은 가슴에 불길을 품고 이 대장정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제 그곳에서는 냉기와 피로감만 느껴졌다.

"병사가 총 250명입니다, 여제님." 타우룬이 대답했다.

"공격해야 합니다!" 카오르그가 갑자기 소리치며 주먹으로 탁자를 내리쳤다. "그러지 못하면 우리가 약하다는 걸 인정하는 겁니다!"

카이아틀의 나머지 조언자들 사이로 소란스러운 외침이 파문처럼 번졌다. 발루스 포지만이 침묵을 지켰다.

"행동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타아렉이 말했다. "우리 전사들은 지루한 봉쇄가 아니라 전투의 영광을 갈망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칼루스를 섬기러 간 거겠지." 카오르그가 조롱하듯 말했다. 그는 쓰디쓴 침을 뱉듯 추방된 왕의 이름을 뱉었다.

아버지에 대한 씁쓸한 분노가 카이아틀 안에 차올랐다. 그는 퇴폐의 시대를 열어 기갑단 군대를 굼뜨고 현실에 안주한 조직으로 격하시켰다. 그녀는 그와는 다른 지도자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부하들은 여전히 표류하는 중이었다. 이번에는 실제로 행성들 사이를 떠돌고 있다는 사실만이 달랐다. 어쩌면 탈주자들은 불확실한 생존의 고통보다는 확정된 죽음의 기쁨을 원했던 건지도 몰랐다. 아니, 어쩌면, 그녀는 제국을 다시 한번 파멸로 이끌 지도자에 불과한 건지도 몰랐다.

"리바이어던은 아무런 경고 없이 다시 나타났다." 카이아틀이 선언했다. "우리 시야 너머에 또 무엇이 도사리고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이번 봉쇄로 인해 앞으로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전투를 치러야 할지도 몰라. 그때까지, 우린 전선을 사수한다."

그녀는 반박을 허용하지 않는 목소리로 말했다. 조언자들은 현명하게도 군소리는 가슴에 묻어둔 채 알현실을 떠났다. 살라딘은 그녀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적어도 자기 하나만큼은 그녀의 결정에 동의한다는 의미 같았다.

카이아틀은 자기 자신이 그 생각에 동의하는지도 확신할 수 없었다.


4. III. 유품[편집]


자발라의 사무실은 고요했다. 책상 위의 작은 강철 진자가 앞뒤로 흔들리며 서로 부딪히는 달각달각 소리만 그 고요한 공간을 채웠다. 라훌은 그 물건이 인류의 가장 위대한 과학자 중 한 명의 이름을 딴 황금기 이전 유물, "뉴턴의 요람"이라고 했다. 한 과학자의 평생에 걸친 연구가 붕괴와 그 뒤를 이은 암흑기에 삼켜지고 시간에 소실되어 결국 책상 위 장식품 하나로만 남아 있었다.

다른 수많은 것들이 그러하듯이.

자발라가 수치심과 죄책감을 곱씹으며 창가에 서서 말없이 여행자를 바라보고 있을 때, 노크 소리가 들렸다.

"들어오게." 그는 어깨너머로 대꾸했다.

잠시 후, 아만다 홀리데이가 사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눈가에 검은 그늘이 드리웠고, 어깨는 보이지 않는 무게로 축 처져 있었다. 그녀를 뒤따라오는 악몽 같은 건 보이지 않았지만, 무언가에게 시달리는 게 분명한 표정이었다. 자발라 자신이 겪고 있는 시련을 생각해 보면, 그의 얼굴도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령관님," 아만다는 조용히 말하며 그의 책상으로 건너왔다. 그리고 거기 기대 서서 그와 함께 창밖의 도시를 내다봤다.

그들은 한참 동안 말없이 서서 건물들 사이를 오가는 소규모 민간 함대를 눈으로 좇았다. 달각거리는 진자 소리가 두 사람을 스치며 시간의 흐름을 상기시켜 주었다.

"최후의 도시," 아만다는 중얼거렸다. "저희 부모님도 여길 보셨으면 좋았을 텐데요."

"나도 그렇게 생각하네." 자발라가 엄숙하게 대답했다.

"사령관님도 저희 부모님을 좋아하셨을 거예요." 아만다는 슬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완고하긴 했지만, 한편으로는 상냥한 분들이셨거든요. 저를 도시로 보내려고 모든 걸 바치셨어요. 제가 아는 가장 용감한 분들이세요."

"헌신은 용기를 고취하고," 자발라는 자기도 모르게 말했다. 그는 창문에서 시선을 돌려 책장 아래쪽 유리 상자 안의 깨진 하얀색 가면을 바라봤다. "용기는 희생을 불러온다. 그리고 희생은…" 그의 목소리가 떨리며 잦아들었다.

"사랑하는 이들을 위한 가치 있는 행동이죠." 아만다가 말했다. "저희 부모님에게 빛은 없었지만, 제가 있었어요."

그녀는 그와 눈을 맞췄다. 그녀의 눈에도 나름의 빛이 충만했다. "우리 모두 영원히 살 순 없어요. 그래도 기억되기만 한다면 충분할 것 같아요."

아만다는 웃으면서 훌쩍였다. "쓸데없는 얘기를 하려는 건 아니었는데. 죄송해요."

"그럴 필요 없네." 자발라는 희미하게 웃으며 슬픈 한숨을 내쉬었다. "나도 이 빚을 갚고 싶은데."

그는 창에서 멀어져 그녀 옆의 책상에 기댄 후, 다시 여행자와 최후의 도시를 바라보며 편안한 침묵에 빠져들었다. 책상 위의 진자는 아주 오래전 삶의 메아리처럼 계속해서 달그락, 달그락, 소리를 울렸다.


5. IV. 용서와 망각[편집]


"니이크는 네가 어떤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 있다고 하던데." 미스락스가 입을 열었다. "앉아라."

아만다는 고개를 끄덕이며 접이식 의자를 불가로 끌어다 놓았다. 벡스 침입 이후 엘릭스니 구역을 찾은 건 처음이었다. 타오르는 불빛이 건물의 갈라진 콘크리트와 노출된 철근에 깜빡이는 그림자를 흩뿌렸다.

"그래," 아만다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난, 어… 그러니까, 세인트 때문이야."

그녀는 깊이 숨을 들이쉰 후 말을 이었다. "최후의 도시 사람들은 전부 그 이야기를 알고 있어. 젠장, 전에는 그분을 '켈의 파괴자'라고 부르기도 했으니까. 그리고 까—" 그녀는 잠시 말을 더듬거리며 그 이름을 피했다. "당신들이 예전에 그를 뭐라고 불렀었는지도 얘기 들었어."

미스락스는 무뚝뚝하게 흠, 소리를 내며 자기 의자에 앉았다. 아만다는 두 손을 깍지 끼었다.

"다들 그를 어떻게 용서한 거야?" 그녀의 작은 목소리가 서늘한 밤공기를 날카롭게 꿰뚫었다.

"우리 모두가 용서한 건 아니다." 미스락스가 엄숙하게 대답했다. "지금도 빛의 가문 일부는 그를 피하려 한다. 그의 분노에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이들이지. 그는 목숨을 바쳐서라도 그들을 보호하려 하고 있지만, 그가 어떤 일을 하더라도 그들의 고통을 지울 수는 없다."

"그럼, 그들은 그냥… 계속 그를 증오하는 거야? 영원히?"

미스락스는 호흡기 안쪽으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누구에게 용서를 받고, 또 누구에게 그러지 않을지 선택할 수 있는 이는 없다." 그는 대답했다. "그건 고통을 겪은 사람들이 결정할 몫이지. 각자 스스로 내려야 하는 결정이다."

아만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얘기를 할 것 같아서 두려웠어." 그녀는 서글픈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려 하다가, 마지막으로 고개를 돌려 미스락스를 바라봤다.

"당신은 어떻게 세인트를 용서했지?"

빛의 켈은 의자에 등을 기대고 앉아 불길 속을 응시했다. 잿더미 속에서 무언가를 찾는 것만 같았다.

"나 또한," 그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용서받고 싶었으니까."


6. V. 후회[편집]


"후회가 당신을 따라올 거야, 여제."

그 말은 방어구 아래로 흘러 들어온 모래처럼 카이아틀의 신경을 긁었다. 선봉대가 더러운 군체의 주술을 계속하든 말든 그녀는 관심이 없었다. 그녀는 단 한 번의 전투로 가울의 악몽을 쓰러뜨리고, 그의 기억을 승리의 화장터에서 태워 버리겠다고 맹세했다.

그 선택이 또 하나의 후회를 남겼다.

묵직한 목소리가 방을 가득 채웠다. "날 보자고 했나?"

카이아틀은 돌아서서 살라딘 포지가 기함의 함교로 들어서는 모습을 봤다. 의장대가 그에게 경례를 하고는 옆으로 비켜서며 길을 터 주었고, 그는 여제에게 다가오며 고개를 끄덕여 인사했다.

"에리스 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지?" 카이아틀이 물었다.

살라딘은 한쪽 눈썹을 추켜세웠다. "그녀는 내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공포를 견뎌냈다. 그리고 살아남았지. 악착같이 그 검은 구덩이를 벗어나 탑으로 돌아왔고."

"그녀가 군체 주술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카이아틀은 조금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점 때문에 싫어하는 사람도 많았어. 하지만 그녀의… 지식이 아니었다면, 최후의 도시는 이미 오래전 군체에 함락되었을 거야." 살라딘이 대답했다.

"그렇다고 그토록 부정한 힘과 교류하는 걸 합리화할 수 있다는 건가?"

처음에는 살라딘도 아무 말 하지 않았다. 그는 그저 현창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는 리바이어던을 둘러싸고 봉쇄한 기갑단 함대를 바라봤다.

"당신 제국과 동맹을 맺는 걸 나만큼 반대한 사람은 또 없었다." 혼잣말이라도 하듯 침착한 목소리였다. "난 기갑단을 증오했어. 하지만 지금은, 당신의 전쟁 의회에서 일하고 있다."

그의 눈이 다시 그녀에게 향했다. "당신 병사들은 붉은 전쟁에서 수호자들을 도살한 것과 같은 무기를 들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당신들이 내 적이 되는 건 아니야. 군체 마법을 사용한다고, 에리스가 당신 적이 되는 것도 아니다."

카이아틀은 의장대를 바라봤다. 살라딘이 처음 전쟁 의회에 합류했을 때, 그녀의 병사들은 의심과 멸시가 반반씩 섞인 시선으로 그를 바라봤다. 이제 그들은 발루스라는 지위에 걸맞은 존중과 경의를 표했다. 가울이라면 절대 용납하지 않았을 일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가울이 아니었고, 그 사실만큼은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헬름과의 통신 채널을 열어라." 그녀가 명령했다. "선봉대와 논의할 게 있다."


7. VI. 선전 활동[편집]


//교신 기록자: 은신자-융합-332410205//

//신호 출처: 미확인//

//신호 수신처: 광대역_공개_채널//

//물러난 기갑단 황제, 상서로운 칼루스 발신//

충직한 짐의 백성들이여. 수호자들은 자기들이 너희 영광스러운 황제를 물리쳤다고 믿는다. 참으로 어리석도다.

그자들은 지나온 길에 남겨진 사체를 보고 승리를 확신한다. 자기들이 약탈한 전장에 흐르는 피와 기름을 보고 그 영토를 정복했다고 믿는다. 그들은 저항하는 백성 따위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행성들을 휩쓸었던 예전의 기갑단과 같다.

하지만 짐은 그렇게 잔혹하지 않다. 짐이 우리 품으로 받아들인 세계에는 부가 넘쳐흐르고… 지금의 너희처럼, 기갑단과 동등한 대우를 받고 있다. 짐을 섬길 때마다, 너희 또한 그렇게 될 수 있다.

너희 중에는 여기서 태어난 자들도 있다. 너희는 어렸고, 짐의 축복을 받아 저명한 전투와 호화로운 연회가 함께하는 삶을 누렸다. 너희는 베테랑 검투사처럼 탐욕스럽게 싸웠다. 그로써 너희 집을, 우리 고향을 지켰다. 너희를 짐의 아이들이라 부를 수 있어 참으로 기쁘구나.

또 다른 이들이 짐의 딸 곁을 떠나 짐에게 합류했다. 짐이 이렇게 살아 숨 쉬고 있는데, 자신을 여제라 칭하는 그 배신자 말이다. 이토록 오만하고, 이토록 무례한 결례를 저지르다니. 다들 그녀의 무력한 계획으로 인해 토로바틀이 붕괴되는 걸 보았을 것이다. 그녀가 기갑단의 전통을 버리고 도시와 그들의 빛에 굴복하는 걸 보았을 것이다. 그녀는 너희 형제들을 도살한 바로 그 병사들 곁에서 함께 싸우지만, 짐은 그자들이 짐의 의지를 따르도록 복종시킨다. 누가 진정한 지도자겠느냐? 답은 명확하다. 그녀도 너희처럼 짐을 따랐다면 좋았을 텐데.

드디어. 너희 중 가장 기뻐하고 있는 자들이여. 처음부터 이 황제의 곁에 섰던 소수의 정예 병사들, 추방된 채 힘을 키워 비대해진 자들이여. 우리는 하나의 피다. 너희가 짐을 위해 피를 흘렸듯, 짐 또한 그리하리라. 짐의 육신, 짐의 부, 왕실 와인이 담긴 짐의 술잔까지, 모두 너희 것이다. 너희는 그 무엇보다 명예로운 자들이며, 새로운 기갑단이 영원의 앞에 섰을 때, 너희는 가장 앞장서서 걸을 것이다.

짐의 백성들이여, 너희 사이에서 떠도는 소문을 들었다. 우리 적들이 너희 귀에 속삭인 소문 말이다. 짐이 패배하지 않았기를 바라는 너희 희망은 헛된 것이 아니다. 짐은 이렇게 살아 있으니까. 너희는 우리가 패배하는 것이 두렵겠지만, 그건 진실과는 너무나도 거리가 먼 얘기다.

내가 영혼이라고 생각하는 자들이 있다. 내가 기갑단 이상의 존재가 되었다고, 태양을 손아귀에 품었던 아크리우스처럼 승천한 게 아니냐고 생각하는 자들도 있을 것이다. 짐이 너희 호기심을 충족시켜 주겠다. 그래, 짐은 너희가 상상하는 그 모든 존재와 그 이상이 되었다.

수호자들은 자기들이 승리했다고 착각하지만, 조만간 애써 무시했던 진실을 보아야 할 것이다. 이 길은 길고, 그 끝은 오직 하나다. 그들은 지금껏 이 우주의 토대에 짐의 계획을 새겨 왔다. 그들의 하찮은 공격은, 물론 소중한 우리 대원들이 희생된 비극을 초래하긴 했지만, 우리 대의를 가로막을 순 없다.

그러니 짐의 병사들이여… 짐이 이제 너희에게 이 임무를 맡기겠다. 리바이어던을 지켜라. 침입자들이 감히 너희 고향의 통로를 거닐지 못하게 해라. 이 길의 끝에서 너희가 짐의 곁에 함께 앉기 위해 수행해야 하는 마지막 과업이다.

리바이어던에 선 기갑단이 모두 이 여정에서 살아남을 거라고 약속하진 않겠다. 하지만 짐의 애정어린 눈길 속에서 너희는 위대한 전사로 살고 죽어갈 것이다. 즐거운 삶과 모범적인 죽음 이외에 전사가 바랄 것이 뭐가 또 있겠느냐? 짐이 너희에게 그 모두를 주지 않았더냐?

-그 누구도 억류할 수 없어 마침내 해방된 황제 칼루스의 고위 서기, 암소트의 입으로

기뻐하라! 승천하신 칼루스를 찬양하라. 그분께서 너희를 정신에 품으리니, 그곳에서 너희는 결코 죽지 아니하리라.

8. VII. 유산[편집]


칼루스는 기억 속 그녀의 모습을 보았다. 어리고 조숙하며, 열정적이고 야심 찬 모습을. 그녀의 정신에는 칼루스 자신보다 더 큰 꿈이 가득했다.

그녀의 열정이 그를 두렵게 했다. 실패가 두려워 그가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위업들을 그녀는 목표로 삼았다.

악몽은 그런 두려움을 알고 있었다. 그 어린 눈이 그의 눈을 통해 그의 영혼을 들여다보고, 그가 부끄러워한 모든 것을 드러냈다. 그것은 그의 본모습을 보았다. 폐위된 지도자. 황금의 관에 산 채로 묻혀, 추방지에서 썩어가도록 버려진 자. 그리고 자신보다 더 큰 사랑을 받는 자로 대체된 자.

"늘 사랑받고 싶어 하는군요." 딸의 얼굴을 뒤집어쓴 악몽이 이글이글 타올랐다. "상대가 목격자라도 다르지 않아요."

"닥쳐." 칼루스가 투덜거렸다. 그는 본능적으로 성배를 향해 손을 뻗었지만, 그건 이미 오래전 그의 곁에서 사라진 후였다.

"그자는 당신을 버릴 거예요. 기갑단이 그랬던 것처럼, 유령 사령관이 그랬던 것처럼."

카이아틀의 악몽이 달콤한 진홍빛 증오로 가득한 미소를 지었다. "당신 딸이 그랬던 것처럼."

"닥치라고 했지." 칼루스가 식식거리며 말했다.

늘 그렇듯, 딸의 웃음소리가 칼날처럼 갈비뼈 사이를 파고들었다.

"당신의 칙령에 귀를 기울이는 자는 아무도 없어요. 복종하는 자는 말할 것도 없고요."

그녀의 목소리가 방을 채우고, 그의 정신 속 모든 틈새로 스며들었다.

"이제는 그녀가 여제예요. 당신은 아무것도 아니죠."

"내가 그녀를 만들었다." 그는 소리쳤다. "아크리우스 이후 가장 위대한 황제인 나, 이 칼루스가 만든 아이다. 내 앞을 지나간 건 모두 서곡에 불과했다. 내 뒤를 따라오는 건 전부 내 유산이다. 나는 태양 그 자체야!"

"죽은 세계의 죽어가는 태양이죠. 재의 유산이, 곧 카이아틀이라는 바람에 흩날려 사라질 거예요."

"그녀는 결코 나를 능가할 수 없어!" 그는 거칠게 포효했다.

"이미 능가했어요." 악몽은 노래하듯 말했다. "이제 곧, 당신은 잊혀질 거예요."

칼루스의 여윈 얼굴이 고통과 불안감으로 일그러졌다. 악몽의 말이 틀렸다고, 그는 생각했다. 카이아틀은 위대한 지도자가 될 수 없었다. 그가 반드시 그렇게 할 것이다.

존재하는 모든 것이 대가를 치르는 한이 있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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