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티니 가디언즈/지식/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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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티니 가디언즈의 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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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2. I - 매복
3. II - 비둘기와 융합자
4. III - 뼈에서 되살아난 자
5. IV - 기술
6. V - 검게 타 버린 심지
7. VI - 고립
8. VII - 가필



1. 개요[편집]


잃어버린 자 시즌 지식 목록이다.


2. I - 매복[편집]


카이아틀은 기함의 함교에 서 있었다. 구축함급 전함 여섯 척이 주위를 둘러싸고 있었다. 몇 주 동안이나 첩보를 입수하고 한 줌의 첩자들을 사지로 내몬 후에야 그녀는 우주의 한 지점을 찾아올 수 있었다. 찰나의 기회를 포착할 수 있었다.

거대한 강화 유리 창문이 여제의 발밑에서 함교의 천장까지 이어졌다. 창문 너머로 죽음처럼 고요한 하늘색 깃발이 먼 곳의 각성자 리프를 흐릿하게 가리고 있었다. 카이아틀이 서 있는 곳에서, 리프는 그녀의 말 한마디면 휩쓸려 사라져 버릴, 현란하게 아른거리는 진흙탕으로 보일 뿐이었다. 그녀의 보좌관들도 그런 얘기를 너무 자주 언급했다. 한 도시와의 흐지부지했던 분쟁 때문에 그들은 다른 도시에 결정적인 승리를 거두기를 갈망하고 있었다. 불필요한 일이 자꾸 그녀의 주의를 끌었다.

움직이지 않는 깃발 너머 카이아틀과 리프 사이의 우주에서, 공작석 색이 맴도는 의지의 줄기가 그녀와 아른거리는 모래 사이의 공간을 찢어 열었다. 군체 장인들이 만들어 낸 길고 검은 군체의 굴대가 가장 먼저 균열을 관통했고, 이후 여제의 기함보다 두 배는 클 것 같은 거대한 무덤 모함이 그 뒤를 따랐다.

카이아틀이 함교의 사관들에게 말했다. "저들이 통과해서 달아날 수 없을 때까지 기다려라."

여제의 구축함이 반대쪽에서 적의 측방을 공격할 준비를 하고, 카이아틀은 기함에 거대한 무덤 모함의 위쪽으로 이동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균열이 닫히고, 기갑단 통신 장치에 명령이 내려졌다. "공격 개시."

구축함 여섯 기가 교란 공격을 시작했다. 소리 없는 대포의 포탄이 폭발하고, 카이아틀은 거기에서 방출된 압력파가 온몸을 뒤덮는 것을 느꼈다. 무덤 모함과 기갑단 전함이 참혹한 함포 사격을 교환했다. 교란 작전은 효과가 있었다.

"적의 정중앙으로 향해라. 승선함 선원들을 출동시켜." 카이아틀이 외쳤다. "적의 함교를 장악하면 내게 보고해라."

줄지어 선 흑요석 이빨 안에서 끓어오르는 가마솥처럼, 무덤 모함의 주포 안쪽 깊은 곳에서 에메랄드빛 불길이 차올랐다. 거대한 생물의 척추뼈로 만들어진 포신에서 일만 개의 군체 룬이 환하게 타올랐다. 무덤 모함은 재앙의 불길을 내뱉어 아무렇지도 않게 선봉의 기갑단 구축함 두 척을 소멸시켰다. 몇 걸음 앞으로 나선 카이아틀은 구축함 두 척의 선체에서 영혼불꽃의 폭발이 연이어 솟구치는 모습을 공포에 질린 눈빛으로 바라봤다.

"저 함포를 다시 발사하게 해선 안 돼! 아군 구축함을 지켜라!" 그녀는 고개를 돌려 항해사를 바라봤다. "함선을 최소 도약 속도까지 끌어올려라. 주 추진기에 전 동력을 공급해!"

카이아틀이 손가락으로 무덤 모함을 가리켰다. "공성추를 준비하고 충격에 대비해라!"

기함이 무덤 모함을 향해 돌진하며 모든 함포로 탄두를 쏟아부어 모함의 외피를 약화시켰다.

카이아틀은 함교의 군단병 승무원들을 향해 돌아섰다. 뒤쪽 창문 너머에서 무덤 모함이 급속도로 팽창했다. "내 방패를 가져와라."

리프 반대쪽에서 마라 소프 여왕은 꿈의 도시의 조리개를 통해 국경 지역에서 펼쳐지는 전투를 지켜보고 있었다. 멀리서 폭발이 일어날 때마다 여왕의 얼굴을 뒤덮은 뜻 모를 표정이 조금씩 뒤틀렸다. 페트라는 조금씩 긴장하는 몸짓에서 여왕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낼 수 있기를 바랐지만, 한 포식 동물이 다른 포식 동물의 체격과 힘을 가늠하려는 차가운 시선만 보일 뿐이었다.

페트라는 마라가 무의식적으로 어루만지고 있는 칼을 바라보다가, 전에는 눈치채지 못한 것을 발견했다. 서로 날개가 뒤엉킨 한 쌍의 황조롱이가 칼날에 새겨져 있었다. 워낙 섬세한 각인으로 이루어져 있어 눈을 가늘게 뜨고서야 그 실루엣을 알아볼 수 있었다.

페트라는 얼굴을 찌푸렸다. "여왕 폐하?" 그녀가 말을 해 봤지만, 마라는 전장의 광경으로부터 눈을 떼지 않았다.

"우리가 사라진 테키언을 구출하는 일에 집중하는 동안 카이아틀이 전쟁으로 시부 아라스가 정신을 차리지 못하게 해줄 것이다." 마라는 말했다. 그녀는 칼끝으로 손바닥의 가장 긴 선을 따라 그렸다. "그중 어느 쪽도, 상대의 위협이 계속되는 동안에는 꿈의 도시에 대한 전면전을 시작할 수 없을 것이다."

"사바툰이 먼저입니까?" 페트라가 과감하게 물었다.

마라의 엄격한 얼굴에 금이 갔다. 그녀는 칼날을, 쌍둥이 황조롱이를 내려다보았고, 자신의 반영에서 마음을 흔드는 무언가를 보았다.

"사바툰이 먼저다." 여왕도 동의하고는, 더는 생각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 무기를 칼집에 집어넣었다.


3. II - 비둘기와 융합자[편집]


세인트-14은 고스트 제페토와 함께 회색 비둘기 도약선에 앉아 있었다. "내게 혼자 가지 말라는 거야?"

"혼자서는 안 돼요, 세인트. 그 행성계는 지금 일촉즉발의 상황이라고요."

세인트는 한숨을 쉬었다. "탑에 있는 수호자들이 단 한 명도 빼놓지 않고 내게 오시리스는 어떻게 됐냐고 물어보고 있어. 그럴 수는 없다, 제페토."

"그러면 수호자에게 부탁하지 마세요." 제페토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섕크 수리를 마친 미스락스에게 봇차 구역으로 전송되어 나타나는 세인트-14의 모습이 보였다. 갑작스러운 출현에 깜짝 놀란 엘릭스니 한 쌍에게 세인트가 멋쩍게 인사하는 모습을 미스락스는 가만히 지켜봤다. 수호자는 고개를 숙였고, 엘릭스니도 주저하며 마주 고개를 숙였다. 세인트-14은 미스락스의 시선을 눈치채고는 그를 향해 손을 뻗었다. 작업장에 들어와도 되냐고 묻는 눈치였다. 굳이 물어볼 필요도 없는 일이었다.

미스락스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입구로 들어서는 세인트-14을 환영했다.

"벨 아스크." 세인트는 어색하게 말을 꺼냈다.

미스락스는 달그락거렸다. "벨라스크, 세인트."

"둘이서만 얘기할 수 있을까?"

"물론이지." 미스락스는 범선에서 떼어 온 것이 분명해 보이는 문을 닫고 걸쇠를 걸었다. "편하게 얘기해라."

"평소 같았으면 이런 부탁을 하러 여기까지 찾아오지는 않았을 텐데," 세인트는 조심스럽게 운을 뗐다.

"빛의 가문이 도울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 하겠다."

세인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시리스, 아니 진짜 오시리스 때문이야. 사바툰이 그의 모습을 취하면서 진짜 그를 어딘가에 감춰 뒀다. 아니, 적어도 그 마녀가 그랬다고 말했어."

미스락스는 고개를 숙였다. "그렇다면 진짜 오시리스는 잘못이 없는 건가? 모든 게 우리 생각만큼 암울한 건 아니었던 모양이군."

"그런 것 같아. 오시리스를 찾아야 해. 마녀 여왕의 유리한 조건을 빼앗고 싶다. 그녀를 무너뜨린 후에는, 리프의 여왕이 마음대로 해도 좋아." 세인트는 으르렁거리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마라 소프가 돌아왔나?" 미스락스는 재호흡기 안쪽에서 날카롭게 숨을 들이쉬었다. "장대한 계획이 움직이고 있군. 내가 뭘 도우면 되겠나?"

"사기라가 떨어진 정확한 지점을 찾고 있어. 사바툰이 오시리스를 거기에서 붙잡은 게 분명해." 세인트는 말했다.

"늑대의 가문에서는 존경심과 함께 사기라라는 이름을 많이 언급했다. 땅거미 가문에서 모든 가문에게 사기라가 지구의 달에 떨어졌다고 말했지만, 정확히 어디인지는 나 또한 알지 못한다. 그게 어디든, 그녀가 빛에서 안식을 찾을 수 있길."

"그녀가 그리울 거야." 세인트는 경애의 뜻으로 잠시 입을 다물었다. "오시리스의 마지막 교신은 달의 표면 아래에서 발신됐어. 하지만 피라미드가 간섭하는 바람에 정확한 위치를 찾을 수 없었지. 그냥 수색하기에는 너무 넓은 지역이라서 말이야."

"군체의 기계들에는 영혼이 없다. 병든 구조물이기 때문에 융합자의 건틀릿으로도 정보에 접근할 수 없어." 미스락스는 미안해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도 난 세인트를 돕고 싶다. 세인트가 미스라악스와 빛의 가문을 도와준 것처럼."

"그러면… 같이 찾으러 가 주면 정말 고맙겠는데."

미스락스는 잠시 상념에 빠졌지만, 이내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유로파의 벡스는 처치한 수호자에 대한 기록을 보관한다. 고스트도 마찬가지겠지. 그들의 네트워크를 이용해서 사기라의 묘지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뭐라고?" 세인트가 외쳤다.

"그들이 어둠에 가까이 있는 존재이기 때문에 그러는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미스라악스도 수호자의 팔에 융합자의 기술을 더하기 위한 지식을 찾아 그들의 네트워크를 탐험했을 때, 그런 기록을 본 적이 있다."

"마치 워록처럼 얘기하는군. 좋아, 믿겠어. 어떻게 하면 되는지 가르쳐 줘."

"유로파," 세인트가 불쑥 말을 뱉었다. "좀 더 따뜻한 곳으로 갔으면 좋지 않았겠어?" 아스테리온 심연을 내려다보는 절벽 위에서, 그는 공성 망치 참새에서 내려서며 물었다. "난 수성의 시뮬레이션 태양이 더 좋은데."

미스락스도 세인트 옆에서 내려섰다. "유로파에 있는 벡스 조리개를 이용하면 아주 독특한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지금 우리에겐 그런 기회가 필요하다."

세인트는 양쪽 어깨를 돌렸다. "벡스 정신을 박살 내고 그 두뇌를 열쇠처럼 쓰자는 거지. 그래, 그래. 새로울 것도 없네. 내가 무한의 숲에서 어마어마한 세월을 살아왔다는 걸 잊은 모양이지."

"잔혹하지만 적절한 설명이군." 미스락스가 달각거렸다. "벡스 정신을 끌어내야 한다. 여긴 오버라이드 통합이 아직 남아 있어. 빛은 힘을 준다."

"너는 컴퓨터 구멍을 융합해. 내가 정신을 박살 낼 테니." 세인트는 앞으로 걸어가다가 우뚝 멈춰 섰다. "날 컴퓨터 구멍에 떨어뜨리지는 말고."

"미스라악스가 세인트에게 미리 경고해 주겠다."

"잊지 말라고." 세인트가 엘릭스니를 향해 돌아섰다. "추위에 관한 얘기는 농담이었어, 빛의 친구. 그래도 네가 함께 있어 줘서 정말 기뻐."

"나 또한 같은 기쁨을 느낀다, 세인트."

그들은 함께 걸었다. 미스락스는 빠르게 통합을 완성했다. 사격이 쏟아지고, 보라색 피난처가 그의 주위로 형성되었다. 그는 세인트의 보호막 안에서, 두려움 없이 명민한 눈을 떴다.

벡스는 아주 많았다. 그들도 세인트를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명성에 걸맞은 활약을 보였다. 정신은 부서졌다.


4. III - 뼈에서 되살아난 자[편집]


죽음의 기사 켈고라스가 승천 차원 깊은 곳, 안개로 뒤덮인 뼈의 제단 앞에 무릎을 꿇었다. 주위 지면에서 영혼불꽃이 가라앉았다. 그는 제단에 이마를 대고, 갓 흘러나온 피로 시부 아라스의 인장을 그렸다. 이미 수없이 많은 인장이 켜켜이 쌓여 왔지만, 자신의 피로 그린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헌신을 표현하기 위해서였다. 이단자 자매를 거부하기 위해서였다. 전쟁에 자신을 새롭게 바치기 위해서였다.

승천의 하늘이 주위에서 휘돌았다. 그는 깊이 숨을 들이쉬었다. 이번 생의 첫 호흡이었다. 그는 눈앞의 제단을 바라보았다. 처단한 도전자들은 모두 으깨져서 두개골을 가득 채운 채 놓여 있었다. 정복의 장신구와 오래전 사용한 무기가 제단을 바닥부터 천장까지 채우고 있었다.

그는 적을 상대할 준비를 하면서 그것들을 바라봤다.

떠나간 진홍 마법사에게 선물로 핵을 내준 후 텅 빈 채 남겨진 고스트. 그 수호자는 그를 여러 번 처치했지만, 그는 켈고라스였기에 전투를 통해 되살아났다. 그 어떤 수호자도 그에게서 달아날 수는 없었다. 수호자란 죽음의 전령이고, 그는 그들의 여파를 마음껏 누볐다.

그의 눈이 다른 정복의 증거로 향했다. 각성자 테키언의 이마에서 뜯어낸 결정체 임플란트였다. 그는 지난 사흘 동안 지맥을 따라 그녀의 공포가 발산하는 악취를 추적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녀를 발견했을 때, 테키언은 승천 차원을 그의 머리 위에 떨어뜨렸다. 그는 그런 속임수에 두 번 다시 속지 않았다.

그는 다음 생에서 그녀를 다시 만났다. 테키언의 마지막 말이 그의 머릿속에서 메아리쳤다. "네 키틴질 껍질 안의 진홍색 얼룩이 아직도 보인다. 그렇게나 빨리 마녀 여왕을 버린 것이냐."

켈고라스는 사바툰을 저버렸던 밤을 떠올렸다. 그날 밤, 그는 지옥문 안쪽 깊은 곳의 절단 침상에서 자기 몸의 진홍빛을 모두 닦아냈다. 오시리스가 크로타의 친족을 모두 도살하던 날 밤이었다. 사바툰은 너무 약해서 그들의 죽음을 허락했다. 집전 사제에게, 수호자에게도 영토를 양보했다. 시부 아라스는 그들에게 복수했다. 시부 아라스는 오시리스의 빛을 취했고, 켈고라스는 복수의 맹세로 거기 화답했다.

그는 이단자 자매의 흔적이 없는지 찾아내 자신의 서약을 지킬 생각이었다. 그의 부관인 후르두르는 여전히 사바툰에게 복종하는 기사였다. 후르두르가 아주 좋은 예시가 될 것이다. 전투를 통해, 켈고라스는 새로운 신이 존재하는 걸 확인해 줄 것이다. 피를 통해 사바툰이라는 이름을 지우고, 시부 아라스의 이름을 그 자리에 올릴 것이다.

그는 일어섰다.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다시 쓰러질 때까지 지니고 있을 대검과 방패를 들었다. "후르두르." 그는 뼈를 향해 속삭였다.

오늘 밤, 그는 죽음으로 자신을 정화할 것이다.


5. IV - 기술[편집]


페트라 벤지는 고개를 떨구고 칼집에 넣은 칼의 자루를 바라봤다. 물질 전송 입자가 여전히 먼지 얼룩처럼 주위를 맴도는 가운데, 그녀는 여왕의 소환에 응하려고 헬름의 관문을 지나 안쪽으로 들어섰다.

마라 소프의 목소리가 방의 돌과 수정을 뒤덮었다. "그는 여기 있어야 한다, 페트라. 여기에서라면 예전의 그가 드러날 거야." 그녀는 잠시 말을 멈췄다. 페트라라면 여왕이 자신의 말을 음미하는 동안 침묵해 줄 것임을 잘 알고 있었다. "너도 보았겠지. 그는 애초에 떠나지 않았어야 했어."

"저도 후회하고 있습니다." 페트라는 무거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마라는 위쪽 테라스에 서 있었다. "중요한 이야기는 하지 않되, 그가 어떤 존재가 될 수 있는지 조금씩만 드러내라. 그는 이미 그림이 그려지기 시작한 캔버스다. 나도 그 그림이 익숙한 결과로 이어지게 인도하려 한다. 그런 과정은 재촉할 수 있는 게 아니야."

페트라가 걱정스러운 듯 자세를 고쳤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나를 의심하는 거냐, 페트라?"

"그런 일은 없습니다, 여왕 폐하. 하지만 그가 사바툰의 영향력에 취약할까 봐 두렵습니다." 페트라가 말했다. "마녀 여왕은 꽤 오래전부터 그에게 관심을 보였습니다. 그도 역시 비슷하게 관심을 보이고 있고요."

"네 말에 거짓은 없다. 너와 내가 그런 위험을 경감시킬 것이다. 까마귀와 울드렌이 만나야 한다면, 섬세하게 접근해야 한다." 마라 소프가 테라스 난간에 기댔다. "나는 내 동생이 복원될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페트라. 날 도와주겠나?"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페트라는 대답했다. "여왕 폐하의 뜻이라면 무엇이든 따르겠습니다." 하지만 의혹이 그녀의 마음에 싹을 틔웠다. "혹시라도 그가… 문제를 일으킨다면…" 페트라는 말을 잇지 못하고 적절한 표현을 골랐다.

"걱정할 필요 없다." 마라가 그녀를 안심시켰다. "사바툰이 그를 이용하려 하면, 내가 직접 끝낼 테니까."


6. V - 검게 타 버린 심지[편집]


"세인트의 최근 보고는… 집중력이 결여되어 있네." 자발라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아이코라가 사무실 건너편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단단히 팔짱을 끼고 있었다. "그분은 우리를 지켜 주려고 영원한 전투를 견뎌냈어요. 이제 탑으로 돌아오고 나서야 경계를 풀 수 있었죠. 그렇게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었는데, 그로 인해 또 상처를 받아야 하는군요."

그녀는 얼굴을 찌푸렸다. "그것도 지독한 상처를요."

자발라는 의자에서 몸을 기울이며 커다란 손으로 책상을 쓸었다. 그의 손바닥은 책상의 모든 돌기와 홈을 기억하고 있었다. "당분간 그에게 시간을 줄 생각이네만, 달리 내가 뭘 해줄 수 있을지 모르겠군. 그는 진짜 오시리스가 어딘가에 숨겨져 있다고 확신하지도 않으면서도 지금 그를 찾아 저렇게 헤매고 있어. 뭐든 해야만 하는 거겠지."

"저도 어떤 기분인지 알아요." 아이코라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라도 그렇게 하고 싶으니까요. 은신자들이 놓친 것들을 찾아내고, 현장에서 단서들을 조합해 보고 싶어요."

불쾌감에 그녀의 입술이 뒤틀렸다. "탑에서 공격을 기다리느라 이렇게 시간을 낭비하는 일 말고요."

자발라는 고개를 들어 아이코라를 바라보며 이맛살을 찌푸렸다. "그대가 자기 판단을 후회하는 건 처음 보는 것 같은데."

아이코라가 입을 앙다물었다. 두 눈 속에 쓰디쓴 불길이 아른거렸다. "후회해야 할 일이죠." 깨어질 듯 여린 목소리였다. "제가 오시리스를, 아니 사바툰을, 우리 장벽 안으로 받아들였어요."

"그래. 하지만 그건 미스락스와 빛의 가문을 받아들인 것과 마찬가지였네." 자발라가 차분한 목소리로 반박했다.

하지만 아이코라는 눈을 내리깔았다. "그것 때문에도 사람들이 죽었어요."

자발라가 자리에서 일어서자, 그녀는 고개를 돌려 외면했다. 위로를 받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자발라가 책상에 기대서는 소리가 들리고, 차분한 침묵이 사무실을 가득 채웠다.

한참이 지나서야 아이코라는 두 팔을 아래로 내렸다. 그녀가 자발라를 바라보았을 때, 사령관의 표정에 어린 의미는 걱정보다는 당혹감에 가까웠다.

"그대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건 정말 오랜만이군." 그가 말했다.

아이코라의 가슴 속에서 좌절감이 커져만 갔다. "전 그의 눈을 들여다보면서도 아무것도 알아채지 못했어요."

"나도 그랬네. 다들 마찬가지야."

자발라의 얼굴은 평온해 보이기까지 했다. 그래서 아이코라는 그 얼굴에 신성 폭탄을 던져 버리고 싶은 기분을 느꼈다.

"내 얘길 들어 보게." 그가 말했다. "우린 기갑단을 그들의 경기장에서 정복했네. 군체를 추격하여 승천 차원으로 진출하고, 벡스 네트워크 깊은 곳까지 도달하기도 했어. 우리는 속임수의 신에게 속았지만, 전장에서는 전쟁의 신과 맞서 싸우기도 했네."

자발라가 입을 일자로 굳게 다물었다. "신들에게 도전할 때는 상대방의 조건에 따라 싸워야 하네. 그러려면 보통 선제공격은 감내해야 하지. 그런 공격이 언제 시작되는지를 우리가 선택할 수는 없지만,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게 우리가 되게 해야만 하네."

그는 앞서 한 말에 마침표를 찍기라도 하듯, 다시 책상 앞에 앉아 서류 뭉치를 쌓아 올렸다. 아이코라는 뒷짐을 지고는 길게 숨을 내쉬었다.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어요." 그녀는 말했다. "오시리스에 관한 정보도 모두 공유해 주세요. 까마귀가 처음 되살아난 이후로 제 은신자들이 미행하면서 확보한 모든 정보까지요. 사바툰이 뭐라도 흔적을 남겼다면, 제가 찾아내겠어요."

"그래 줄 거라고 믿네." 자발라는 말했다.

아이코라는 잠시 그 말을 음미했다. "그를 되찾을 방법이 있으면 좋겠어요." 그녀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세인트 말인가, 오시리스 말인가?" 자발라는 그렇게 물으며 고개를 들었다.

아이코라의 로브 끝단이 속삭이듯 바닥을 스치고, 그녀는 자발라의 사무실을 떠났다.


7. VI - 고립[편집]


우주는 외로움이다. 이 행성계의 모든 행성들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서는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 숨 막히는 어둠과 눈 부신 빛이 교차한다. 도약선은 바닥을 멀리서 찬란하게 빛나는 태양 쪽으로 돌린 채, 엔진을 정지하고 검은 우주에 가만히 떠 있었다.

광휘의 맹금 안에는 조종석이라고 할 만한 것이 없었다. 우주선의 덮개가 조종사에게 영상을 투영했다. 프레임도, 시야를 방해하는 것도 없이 오직 무한한 만이 펼쳐져 있을 뿐이었다. 까마귀는 식별할 수 없는 별 무리 사이의 검은 공간을 올려다봤다. 거기 있고 싶었다. 아무것도 알려지지 않은 곳, 모든 것이 새로워질 수 있는 곳으로 가고 싶었다.

글린트는 수호자의 무릎 위에 앉았다. 그는 작은 고양이를 안는 것처럼 자기를 품어 주는 까마귀의 손에 내려앉는 것이 익숙했지만, 지금 그의 손은 머리를 감싸고 손가락은 머리카락에 뒤엉켜 있었다.

글린트는 아무 말 없이 참을성 있게 기다렸다. 그래야만 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까마귀가 목구멍 뒤쪽에서 희미한 소리를 내자, 고스트는 몸을 흔들었다. 그 소리에 뒤이어 호흡이 불안정하게 빨라지자, 글린트는 공중에 떠올라 까마귀의 가슴을 누르며 조용히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까마귀의 두 손이 글린트를 감싸고, 자신의 심장 위를 꼭 눌렀다.

그러자 글린트는 알 수 있었다. 까마귀의 내면은 여전히 그대로였다.

금성의 대지 위로 갈라진 균열에서 유황의 연기가 피어올랐다. 까마귀는 이 행성의 지표면을 당당히 걸었다. 그의 장화가 무지갯빛으로 아른거리는 얕은 물 위를 뒤덮은 칼슘 막을 깨뜨렸다. 도약선은 그들이 지금 가로지르는 불안정한 평원에서 벗어나, 인근 둔덕 위에 가만히 내려앉아 있었다.

"까마귀, 제발요." 글린트가 수호자의 어깨 위에서 애원하듯 말했다. "여기 온 이유라도 얘기해 줄래요?"


8. VII - 가필[편집]


"난 너를 증오한다."

사바툰을 가둔 수정 감옥 앞에 서서 마라가 가장 먼저 한 말이었다. 그녀의 말에는 열기가 없었지만, 그 목소리는 동굴 같은 방 전체에 메아리쳤다. "이 점은 절대적으로 명확하게 밝히고 싶다. 난 너를 증오한다. 그리고 네 비참한 여생에 오직 고통과 역경이 함께하기를 바랄 뿐이다."

수정이 아른거리고, 사바툰의 부드러운 웃음소리가 마라의 마음에 파문을 일으켰다. "알고 있어." 마녀 여왕이 중얼거렸다.

"널 태양에 버릴 수도 있다." 마라는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어떤 생물과는 달리, 난 내가 뱉은 말은 지킨다."

"우린 같은 생물 아니었나?" 사바툰이 물었다. 마라는 사바툰의 얼굴을 볼 수는 없었지만, 그 얼굴에 어떤 웃음이 떠올라 있을지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었다.

"난 너와는 달라."

"물론 그렇겠지." 사바툰의 목소리는 편안하고 나른했다. 다른 사람이라면 그녀의 말이 진심이라고 착각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마라 또한 평생 그와 같은 어조를 취했던 적이 너무나도 많았기에, 그 의미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난 네가 까다로운 가족 관계 때문에 어려움을 겪기는 해도, 충분히 강하고 능력 있는 여자라고 생각했어." 사바툰은 말했다. "긴 시간의 흐름에 걸쳐 아주 복잡하고 치밀한 계획을 엮을 줄 아는 사람이라고. 내 착각이었나 보네."

마라는 수정을 뚫어져라 바라보다가, 입을 앙다물고 그대로 몸을 돌려 떠나려 했다. 하지만 문을 향해 채 한 걸음도 다가가기 전에, 사바툰의 의식이 비단결처럼 그녀를 스치는 것을 느꼈다.

"난 네가 자신의 지성을 너무 자만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 사바툰은 가르랑거리듯 말했다. "자기 자신의 야망과 자칭 천재성 때문에 쉽게 눈이 머는 사람이라고. 자기 방식에 너무 강한 확신이 있어서, 그 계획에 내재된 위험을 보지 못하고, 그러면서도 수치심에 자기가 잘못 생각했다는 걸 절대로 인정하지 못하는 사람."

마라의 어깨와 등이 긴장감에 딱딱하게 굳었다. 오랜 시간 동안 그녀는 얼굴을 가면으로 덮으려고 애를 써 왔다. 하지만 몸의 다른 부분은 그 정도로 숙련되어 있지 않았다.

사바툰은 말을 이었다. "난 네가 취약함을 두려워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 그래서 차라리 실패하는 쪽을 택할 거라고—"

"그만." 마라는 성난 독사와 같은 시선으로 사바툰의 감옥을 바라봤다. 그녀는 목소리를 높이지 않고 오히려 낮췄다. "그런 수작이 그에게는 통했을 수도 있겠지." 그녀는 말했다. '그'라는 말이 불길처럼 뜨겁게 입술에 맴돌았다. 까마귀를 다른 이름으로 부르는 건 여전히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내 방어구에는 빈틈이 그렇게 많지 않아."

힘이 그녀의 손에 맴돌고, 그녀는 수정 감옥의 표면을 강하게 내리쳤다. 찬란한 광휘 에너지의 격자가 사바툰의 감옥을 휘감았다. 마라는 분노로 바쁘게 뛰는 심장 박동과 간헐적으로 쏟아져 나오는 뜨거운 콧김이 힘들게 주문을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받아들여지기를 바랐다. 그게 또 다른 종류의 약점이라고 인식되는 건 원치 않았다.

주문이 끝나고, 마라는 뒤로 물러났다. 빛나던 두 눈이 흐릿해져 있었다. 그녀는 피로로 비틀거리며, 두개골 안에서 초자연적인 메아리처럼 울려 퍼지는 사바툰의 목소리를 찾았다.

하지만 거기에 있는 건 침묵뿐이었다.

"닥쳐." 마라는 거친 숨을 내쉬었다. 안도감과 혐오가 묘한 조화를 이루었다.

"닥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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