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티니 가디언즈/지식/당신의 친구, 미카 아브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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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티니 가디언즈의 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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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2. 첫 번째 편지
3. 두 번째 편지
4. 세 번째 편지
5. 네 번째 편지
6. 다섯 번째 편지
7. 여섯 번째 편지
8. 일곱 번째 편지
9. 여덟 번째 편지
10. 아홉 번째 편지



1. 개요[편집]




2. 첫 번째 편지[편집]


여행자님,

제 이름은 미카예요. 열 살이고, 인간이죠. 인간이라는 건 아마 알고 계시겠죠. 아버지가 당신이 오신 곳에는 지적인 생명체가 아주 많을 거라고 했으니, 그냥 분명히 해 두고 싶었어요.

그런데 어디서 오신 건가요? 전 화성에서 왔어요. 하지만 지금 저와 저희 아빠는 유로파에 있는 새로운 식민지에서 기다리고 있는 아버지에게 가고 있어요! 아버지는 브레이테크의 선임 양자 기술자라고 하는데, 완전 멋진 컴퓨터 만드는 일을 하세요. 워낙 솜씨가 좋아서 클로비스 브레이 님과 함께 일급 비밀 일도 하고 있어요. 라스푸틴의 하드웨어를 일부 디자인하기도 했다니까요!

아버지가 제게 지금 만들고 있는 걸 보여줬으면 좋겠어요. 전에 화성에서는 그랬었는데. "이걸 보면 너도 공부가 많이 될 거야." 이렇게 말씀하시곤 하셨죠. "하지만 아무한테도 얘기 안 한다고 약속해." 전 아무한테도 얘기하지 않았어요. 집 근처에 사는 친구들이 계속 아버지가 무슨 일을 하시는 거냐고 귀찮게 물어봤지만요.

아, 예전에 살던 집이요. 곧 유로파가 새로운 집이 되겠죠. 이오 위에 떠 있는 당신이 제 이웃사촌이 되고요! 가는 길에 당신 옆을 지나가면 좋겠어요. 가까이에서 한번 볼 수 있게요. 하지만 이븐타이드(그 식민지 이름이에요)에는 보급품이 필요하고, 아빠도 바로 일을 시작해야 한다고 했어요.

아빠는 심리학자예요. 브레이테크에서 아빠가 무슨 일을 하게 될지는 모르겠어요. 아빠가 하는 일이라고는 사람들에게 기분이 어떠냐고 묻고 또 묻는 것뿐이거든요. 아나 브레이 박사님이 그랬던 것처럼 전쟁지능을 훈련시키는 건지도 몰라요. 하지만 말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꿈을 분석하는 방법을 가르치겠죠.

아빠는 늘 아버지에게 인간의 두뇌가 하드 드라이브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어려운 거라고 놀리곤 해요. 아버지가 마침내 아빠의 생각이 잘못됐다는 걸 증명할 프로젝트를 완성한 걸까요?

당신 안에는 뭐가 들어 있나요? 하드 드라이브인가요, 아니면 두뇌인가요? 당신은 라스푸틴 같은 인공 지능인가요? 라스푸틴과 이야기해본 적 있으세요?

귀찮게 자꾸 질문을 해서 죄송해요. 아빠는 호기심이 많은 건 좋은 거라고 했어요. 단지 질문을 그만둬야 할 때를 알기만 하면 된다고 하셨죠. 이건 상당히 불공평한 일이에요. 아빠는 늘 제게 이것저것 물어보시거든요. 지금도 그래요. 제가 뭘 쓰고 있는 거냐고 물어보네요. 이제 대충 암호화해 놓고 가야겠어요.

나중에 또 편지 쓸게요.

당신의 친구,

미카


3. 두 번째 편지[편집]


여행자님,

마침내 유로파에 도착했어요. 우주선에서 내리기 전에, 사람들이 밖에 나갈 때는 항상 입어야 한다며 공식 브레이테크 방한복을 줬어요. 엄청 거추장스러워서 입고 걷기가 영 힘들지만, 아버지는 방한복 안에 두꺼운 안감을 덧대 놓아서 인근 우주에서 쏟아져 내리는 나쁜 이온을 막아 준다고 했어요. 몸을 따뜻하게 해주기도 하고요. 밤에는 140 켈빈까지 기온이 떨어진다는 거 아세요?

클로비스 브레이 님이 왜 여기에 이븐타이드를 만들기로 했는지 모르겠어요. 당신은 거기서 이오를 테라포밍하고 있는데 말이죠. 아직 일이 다 끝나지는 않았다고 해도 그쪽이 훨씬 더 살기 좋을 텐데…

그래도 여기 와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아버지를 다시 만나니 기분이 얼마나 좋은지 하마터면 울음을 터뜨릴 뻔했어요. (진짜로 울진 않았죠.) 전 여기로 오는 길에 잠깐 아버지 얼굴을 잊어 버렸었어요. 아무리 기억해 보려고 애를 써 봐도, 머릿속에 아버지 얼굴을 그릴 수가 없었죠. 정말 끔찍했어요.

아버지는 수염을 길렀어요. 그래서 그런가 좀 달라 보여요. 난 좋은데 아빠는 북극곰하고 뽀뽀하는 것 같다고 하네요. 아버지는 수염이 있으면 얼굴이 얼마나 따뜻해지는지 모른다며, 아빠도 곧 수염을 기르게 될 거라고 하네요. "조만간 네 아빠들이 둘 다 북극곰을 닮겠구나, 미카!"

지금 전 펭귄을 보살피고 있어요. 진짜 펭귄은 아니에요. 지금 제 나이에 장난감은 안 어울리는 것도 같지만, 아버지는 그게 클로비스 브레이 님의 환영 선물이라고 했어요. "곧 북극 탐험가가 될 너에게 주는 기념품이란다!" 게다가 작은 이온 방한복도 함께 주셨어요. 제가 입는 것과 같은 거예요.

사실 꽤 멋있어 보여요. 계속 간직해야 할 것 같아요.

북극곰과 펭귄에 대해 알고 계세요? 당신이 나타나기 전, 그들은 지구의 양쪽 끝, 유로파와 날씨가 비슷한 지역에서 살았다고 해요. 하지만 그때 인간의 기술은 워낙 비효율적이라 지구의 대기를 오염시켰고, 결국 수많은 동물과 식물 종이 멸종했다고 해요. 테라포밍의 반대라고 할까요.

이 펭귄은 아레스 원의 과학자이자 우주비행사였던 영웅의 이름을 따서 미하일로바라고 부르겠어요. 그녀와 하디, 차오를 만났던 기억이 나세요? 머릿속에서 그들의 얼굴이 보이나요?

아주 오래전 일이었어요. 제가 태어나기도 훨씬 전이죠. 하지만 당신은 워낙 오래 살아 계시니, 인간의 시간이야 1분처럼 느껴지겠죠. 정말 그렇다면 이 메시지를 받고 1초 후에 이오에서 제 모습을 볼 수 있을 거예요. (수염을 기르고 다 큰 모습이겠지만요.)

아직 제 편지를 어떻게 당신에게 보내야 할지는 모르겠어요. 혹시 전쟁위성을 쓸 수 있게 허락을 받을 수 있을까요? 그건 아주 위험한 적과 싸울 때 쓰는 거라고 들었지만, 솔직히 그런 적이 얼마나 있겠어요? 지금은 황금기잖아요.

당신의 친구,

미카


4. 세 번째 편지[편집]


여행자님,

이제 여기서 일주일째 생활하고 있는데, 지금까지의 일만 보면 이븐타이드는 참 지루한 곳이네요. 엄청난 눈과 공기 속 나쁜 이온 때문에, 식민지 전체가 지하 건물 하나에 모여 있어요. 특별 허가 없이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사람은 정비 담당자들과 엑소뿐이에요.

아, 맞다! 엑소 얘기를 아직 안 했다니, 믿을 수가 없네요! 그분들이 해냈어요. 클로비스 브레이 님과 아버지와 브레이테크의 모든 과학자들이 진짜로 걷고 말하는 인간 형태의 인공 지능을 만들어 냈어요!

아버지가 식민지 구경을 시켜줄 때 저도 엑소를 직접 봤어요! 정말 멋지고 반짝반짝했어요. 눈이 환하게 빛나고 있어서 정말 굉장했죠! 전 엑소와 얘기라도 해 보고 싶었는데, 아빠는 제가 또 질문을 너무 많이 할 거라며 안 된다고 하고는 혼자 가까이 가서 엑소와 얘기했어요. 아버지는 아빠가 여기 온 이유가 바로 그거라고 했어요. 엑소와 대화해서 그들의 "인간성"을 분석하는 일을 한다고요.

아버지는 제게 너무 기쁜 티를 내지는 말라고 했어요. 엑소를 무서워하는 사람들도 있대요. 전 정말 이해가 안 돼요. 엑소를 보고 어떻게 놀라움이 아닌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걸까요?

그 얘기를 하니까 아버지는 웃었어요. "넌 나랑 똑같아. 항상 새롭고 재미있는 것을 찾지. 그래서 우리는 알지 못하는 존재를 두려워해야 한다는 사실까지 잊어버리는 거야."

하지만 금방 웃음을 멈추고는 진지하게 얘기했죠. "그렇지만 그래서 문제가 생길 수도 있어. 그래서 아빠 같은 사람이 우리의 균형을 찾아 줘야 한단다."

그때 아빠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돌아왔어요. 그런데 "환자와의 비밀 유지 의무"를 준수해야 한다며 우리에겐 아무 얘기도 하지 않았죠. 정말 짜증 나요. 항상 그렇게만 얘기한다니까요! 게다가 이번에는 그게 확실히 말도 안 되는 핑계예요. 상대가 진짜 환자가 아니었으니까요.

제가 미처 그 얘기를 하기 전에, 아버지가 제게 공장 구경을 하고 싶냐고 물었어요. 전 당연히 하고 싶었죠. 그래서 우리는 적재 구역으로 갔죠. 볼 게 많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멋졌어요.

이건 원래 비밀이지만, 당신에게라면 얘기해도 괜찮겠죠. 당신 덕분에 우리가 이런 일들을 할 수 있는 거니까요.

당신의 친구,

미카


5. 네 번째 편지[편집]


여행자님,

우리가 여기서 산 지 이제 겨우 한 달밖에 안 됐다니 정말 믿을 수가 없네요. 계속 안에만 있으려니 지루해 죽겠어요!

매일이 똑같아요. 아빠는 절 깨우고 아침을 만들어 주죠. 그리고 엑소 공장에 있는 아버지와 함께 일하러 가요. 다행히 건물 반대쪽에 있는 학교까지 머어어어언 길을 가는 동안 펭귄 미하일로바가 제 친구가 되어 주죠.

사실 학교라고 하기는 좀 그래요. 교실에 가깝죠. 아이들이 50명뿐이라 전부 방 하나에 몰아넣고 선생님 두 명이 수업을 하죠. 애들은 전부 펭귄 장난감을 갖고 있어요. 저만 그런 걸 갖고 있다고 생각했었다니, 제가 너무 멍청했네요. 그리고 어린아이와 큰 아이들이 전부 다 똑같은 장난감을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다니, 클로비스 브레이 님도 좀 멍청했던 것 같아요. 나이가 많은 학생들은 펭귄 장난감을 재활용 쓰레기통에 던져 버렸대요. 제가 그중 하나를 구해 냈어요. 새 친구는 칼루메트라고 부르겠어요. 아마 당신은 만나 보지 못했을 우주인 이름이에요. 화성으로 가는 길에 돌아가셨거든요.

제가 무서운 건 그거예요. 엑소나 제가 이해하지 못하는 대상 같은 게 아니라요. 새로운 발견을 눈앞에 두고 죽어 버리는 일. 오랫동안 노력해서 뭔가 새로운 것을 알아내려는 순간… 으윽! 멍청한 사고로 저와 제 남은 290년의 삶이 사라져 버리는 거죠.

황금기 이전 사람들은 운이 좋아야 100살까지 살 수 있었다고 해요. 그리고 그 나이 정도가 되면, 다들 너무 아파서 침대에서 일어나지도 못했대요!

당신이 와 주셔서 정말 다행이죠.

엑소는 얼마나 오랫동안 살 수 있을지 궁금하네요. 아마 영원히 살겠죠? 계속해서 관리를 받을 수 있기만 하면요… 하지만 언젠가는 우주 광선에 엑소의 하드 드라이브도 완전히 지워질 거예요. 아버지는 앞으로 수천 년 동안은 그런 일이 없을 거라고 해요. 백업을 준비할 시간은 충분하겠죠.

어젯밤에 전 엑소가 되는 꿈을 꿨어요. 전 한밤중에 얼어붙은 호수 한가운데에 서 있었죠. 방한복을 입고 있지 않았지만 추위는 느껴지지 않았어요. 머리 위 하늘은 완전히 까맸지만, 멀리서 달 하나가 밝게 빛나고 있었죠.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면서 고개를 들었는데, 아빠가 절 깨웠어요.

처음에 전 엄청 화를 냈어요. 하지만 아빠는 꿈이 저희 마음속 깊은 곳에서 전해지는 메시지라고 얘기했어요. 그 메시지를 해석할 때까지 꿈은 반복될 거라고요. 그러니 운이 좋으면 오늘 밤에 그 꿈을 끝까지 꿀 수 있겠죠.

당신의 친구,

미카


6. 다섯 번째 편지[편집]


여행자님,

오늘은 이븐타이드에서의 하루가 다른 날보다는 확실히 재미있었어요. 학교에서 저희는 유로파의 기후에 관해 배우려고 밖으로 나가 봤어요. 일단은 선생님이 그렇게 얘기했죠. 제 생각엔 그냥 선생님들도 건물 안에 박혀 있는 게 지긋지긋해서 그랬을 것 같아요.

이온 차폐 방한복을 입는 동안 선생님들은 항상 친구의 눈에 보이는 곳에 머무르라고 했죠. 하지만 밖에 나가자마자 다들 사방으로 달려가기 시작했어요. 그때 아버지와 아빠가 있는 엑소 공장으로 가서 쓸모있는 걸 배워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전 규칙을 어기진 않았어요. 공장이 눈에 보였고, 친구 두 명이 함께 있었거든요. 미하일로바와 칼루메트요.

배지가 없어서 정문으로 들어갈 수 없었어요. 그래서 옆으로 돌아가 적재 구역으로 갔죠. 엑소 두명이 상자를 잔뜩 내리고 있었어요. 일이 거의 끝난 것 같길래 나는 적재 구역 아래에 숨어 그들이 떠나길 기다렸죠.

그때 그중 한 명이 이렇게 얘기하는 게 들렸어요. "잠깐 쉴게. 솔직히 불필요한 일이지만, 전에는 이맘때쯤 점심을 먹었으니까. 점심시간까지 일하고 싶지는 않아."

다른 한 명이 이렇게 말했어요. "난 점심 식사가 그리워. 배가 고파지는 것도 그립고."

그때 첫 번째 엑소가 조금 이상한 목소리로 이렇게 대답했어요. "음… 그러면… 허기가 고프다는 건가?" 그러고 두 엑소는 한참을 웃었어요.

웃음이 멈췄을 때 두 번째 엑소가 말했어요. "참, 그 성가신 의사하고는 무슨 얘기해? 속삭이는 소리에 관해서도 얘기했어?"

그때 전 떠나고 싶어졌어요. 아빠를 욕하는 걸 듣고 싶지 않았거든요. 게다가 그들이 음식과 꿈에 대해 이야기한다니… 왠지 구역질이 났어요. 구역질이 너무 나서 조금 소리를 냈던 건지, 그들의 목소리가 들렸어요. "무슨 소리지?!"

그래서 전 도망쳤어요.

그들이 제 뒤에서 소리치는 소리가 들리고, 다가오는 발소리가 들리더니, 쾅 소리와 함께 뒤통수가 얼얼해졌어요. 그때 차가운 갈고리 두 개가 절 들어 올렸죠. 그때 전 푸른 빛을 발하는 엑소의 눈을 들여다봤어요.


7. 여섯 번째 편지[편집]


어젯밤엔 편지를 다 쓰지 못해서 죄송해요. 아빠들과 함께 저녁을 먹느라 그랬어요. 아빠는 요즘 저녁은 꼭 온 가족이 함께 먹어야 한다고 말씀하세요. 전에 아버지 퇴근이 조금 늦어지던 날에 아빠는 꼭 뇌가 녹아서 귀로 흘러나올 사람처럼 굴었어요.

어쨌든 그때 엑소들이 절 붙잡았고, 그중 한 명이 절 들어 올려서 우린 서로 눈을 바라봤어요. 그런데…

이제 사람들이 왜 엑소를 무서워하는지 알겠어요. 물론 전 그때 그 일로 뭔가 문제가 생길까 봐 걱정한 거긴 하지만, 그 눈을 바라보고 있으려니까…

정말 으스스하더라고요. 너무 어두워서 코 앞에 있는 손이 만져는 지지만 눈에는 보이지 않는 그런 곳에 들어선 기분이었어요.

다른 엑소 한 명이 절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묻는데도, 전 시선을 돌릴 수가 없었어요. 제가 그냥 실종돼 버리는 게 더 쉬울 것 같은 기분이 들었죠.

그때 갑자기 엑소의 눈에서 불이 꺼졌어요. 그리고 전 땅으로 떨어졌죠. 잠시 후, 그 엑소는 불꽃이 튀는 고철이 되어 제 옆에 쓰러졌어요.

그때 전 다시 도망치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건 미하일로바와 칼루메트를 끌어안고 텅 빈 교실에 돌아가서 친구들이 남겨 두고 간 펭귄을 바라본 거예요. 바닥에 떨어진 것들도 있었어요!

그걸 보니 왠지 화가 났어요. 장난감을 갖고 놀기엔 제 나이가 너무 많은 것도 같지만, 적어도 전 제 장난감을 아껴 준다고요. 그래서 외로워 보이는 장난감들을 들고 건물 반대쪽 집으로 달려와 제 침대 아래에 숨겼어요. 그리고 나서 반 친구들을 찾으러 다시 밖으로 나갔죠. 그때 마침 선생님들이 학생 수를 세고 있었어요.

제가 없어졌던 걸 아는 사람도 없었어요.

그렇다면 펭귄을 누가 가져갔는지 아는 사람도 없겠죠. 그래서 이제 제 펭귄은 아홉 마리가 됐어요. 미하일로바, 칼루메트, 하디, 차오, 클로비스, 윌라, 올튼, 엘시, 아나.

당신의 친구,

미카


8. 일곱 번째 편지[편집]


여행자님,

마지막으로 편지를 쓴 지도 정말 오래됐네요. 지난번에 뭐라고 썼는지도 잊어버려서 편지를 다시 읽어 봐야 했어요. 이제 석 달째 여기서 지내고 있어요. 다들 지쳤어요. 특히 아빠가요. 아빠는 "환자들" 때문에 너무 바빠서 가족과 함께 저녁을 먹는 시간까지 취소하고 말았어요.

이제 제 아침은 제가 만들어야 해요. 가끔은 늦잠을 자느라 아침을 건너뛰기도 해요. 제가 전에 얘기했던 꿈 기억하세요? 전 아직 꿈의 메시지는 알아내지 못했고, 그래서 매일 밤 같은 꿈을 꿔요.

시작은 항상 똑같아요. 전 엑소가 되어 검은 하늘과 하얀색 달 아래 얼어붙은 호수 한가운데에 서 있어요.

왠지 몰라도 전 뛰기 시작해요. 위아래로요. 계속 뛰어요. 뛸 때마다 조금 더 높이 올라가고, 조금 더 강하게 떨어져요. 얼음이 깨질까 봐 걱정하다 보면, 속삭이는 소리가 들려요. 얼음이 깨져도 괜찮을 거라고 해요. "재미있는 부분이 시작되기 전에 죽게 하진 않을 거야."

계속 뛰다 보면 속삭이는 소리가 이렇게 말해요. "더 높이! 더 높이!"

이렇게 얘기하는 것 같기도 해요. "다 왔어! 다 왔어!"

둘 다인 것 같기도 하고요. 어젯밤에는 어찌나 높이 올라갔는지 대기권을 벗어날 뻔했어요. 거기에서 달이 이오 위에 떠 있는 당신이라는 걸 알았죠. 위로 손을 뻗어 중력에서 벗어나 당신에게 가려고 해 봤지만, 그때 누군가 소리치는 목소리가 들렸어요. "당신은 너무 이기적이야!"

그때 전 잠에서 깨서 아빠와 아버지가 싸우는 소리를 들었어요…


9. 여덟 번째 편지[편집]


여덟 번째 편지
펄쩍펄쩍 뛰던 꿈에서 깨어나 보니 아버지가 소리를 지르고 있었어요. "당신은 너무 이기적이야!" 아빠는 소리 지르지 말라고 얘기했죠. 그러면서 아주 작은 소리로 속삭이듯 얘기했죠. 그래도 아빠가 자기는 이기적인 게 아니라고 얘기하는 걸 들었어요. 프로젝트가 너무 위험하다고 했죠. "게다가 아무 쓸모도 없어! 클로비스가 안정적으로 동작하는 병사들을 원했다면, 애초에 트라우마를 겪게 하지 말았어야지!"

아버지는 문제는 트라우마를 피하는 게 아니라 거기 대비해야 하는 거라고 하셨어요. 여행자 당신에게 의존하지 않고 우리 자신을 보호할 수 있어야 한다고요. 더 강한 상대가 나타나거나, 당신이 우리를 버릴 수도 있다고요.

그래서 다시 속이 이상했어요. 아버지는 늘 제게 당신이 우리에게 정말 많은 것을 주기 때문에, 우리도 황금기에 대해 연구하고 탐험을 계속하여 이 빛나는 시기를 앞으로 수천 년 동안 계속되게 하면서 당신에게 보답해야 한다고 얘기하곤 했어요. 그런데 이제는 이런 얘기를 하더라고요…

"윤리 강의는 집어치우고 얘기해 봐. 당신이라도 인류가 50년 안에 멸종될 거라는 사실을 알았다면 우리를, 아니 우리 아이를 구원하기 위해 할 수 있는 건 뭐든 하지 않았겠어?"

그리고 두 분 다 조용해졌어요. 한참 동안 두 분 다 아무 얘기도 없어서 전 침대로 돌아가려고 하던 참이었는데, 그때 아버지가 다시 말했어요. "분열적 엑소자아 거부 문제가 감당하기 어렵다는 건 알아. 하지만 당신이 얘기한 것처럼 인간과 동일한 행동 양식을 주입하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사실 난 거기에 내 목숨을 걸 수도 있어."

아빠는 그게 걱정되는 거라고 했어요. "난 당신을 사랑해. 하지만 50년 뒤에 안전해지는 건 잊어버려. 미카는 지금 여기서 안전해야 해." 아빠는 식민지 주민 일부가 다음 보급선 편에 집으로 돌아갈 거라고 했어요. 아버지도 우리와 같이 가자는 얘기도 했죠.

아버지는 그때 울기 시작했어요. 전 침대로 돌아와 얼굴에 내 펭귄을 전부 쌓고 그 소리를 듣지 않으려 했어요. 효과는 없었죠. 그때 저도 울기 시작했으니까요.

이제 전 어떻게 될까요?

미카


10. 아홉 번째 편지[편집]


여행자님,

이게 제 마지막 편지가 되겠네요. 어차피 제가 편지를 보내더라도 하나도 보지 못하실 것 같지만요. 이제는 보내는 법을 알고 있다고 해도 딱히 보내고 싶지 않아요.

지금은 잘 모르겠는 게 너무 많아요.

그다음 날은 그냥 평범했어요. 아버지가 아침을 만들었고 절 학교에 데려다주셨죠. 처음이었어요. 제가 싸우는 소리를 들은 건 아닐까 걱정하셨던 것 같아요. 일을 너무 많이 해서 미안하다고 하셨거든요. 그리고 제게 여기가 마음이 드냐고 물으셨어요. 전 사실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잘 몰랐지만, 그냥 그렇다고, 그래도 화성이 그립다고 대답했어요. 제 얘기를 듣고 아버지는 슬퍼하셨던 것 같아요. 다시 미안하다는 말씀을 하시고 일을 줄이겠다고도 하셨거든요.

오히려 아빠가 일을 더 많이 하고 있어요. 전 처음에 떠나려는 생각을 버리셨나 보다 생각했죠. 하지만 벌써 일주일째 아빠를 보지 못하고 있으려니, 배가 계속 쿡쿡 아파요.

그리고 꿈이 멈췄어요. 이틀 전, 전 마침내 유로파의 중력에서 벗어났어요. 제가 둥둥 떠서 당신에게 다가가고 있는 동안, 속삭임이 들려 왔죠. "네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걸 정말로 알고 싶어?"

전 당신에게 가까이 가기 전에 잠에서 깼어요. 그리고 어젯밤에는 꿈을 아예 꾸지 않았죠. 제가 메시지의 뜻을 알아낸 게 분명해요. 하지만 머릿속에 남은 그 말 말고는 아무것도 아는 게 없는데.

네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걸 정말로 알고 싶어?

오늘 아침, 아버지는 아빠가 너무 바빠서 회사에서 잤다고 했어요. 하지만 조만간 휴가를 낼 수 있을 거라고요. "그러면 우리 모두 다 같이 하루를 보내자."

전 확실한 건 모르지만, 아무래도 거짓말을 하는 것 같아요.

내일 보급선이 화성으로 떠나요. 저도 가고 싶어요. 그래서 아버지가 잠자리에 들었을 때 전 가방을 쌌어요. 방한복을 입고 나가서 아빠를 찾을 거예요. 엑소 군대와 만나든 말든 상관없어요.

미하일로바를 가방에서 꺼내서 같이 갈까 봐요. 절 지켜줄 수 있게요. 멍청한 생각이겠지만…

그것 말고는 뭘 해야 할지 솔직히 모르겠어요.

안녕히 계세요.

미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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