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티니 가디언즈/지식/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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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티니 가디언즈의 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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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 업적 지식
황혼과 새벽 업적 지식
어둠 업적 지식



1. 개요
2. I - 핵심
3. II - 헌신
4. III - 냉각 단조
5. IV - 종료
6. V - 증명된 의식



1. 개요[편집]


되살아난 자 시즌에 헬름의 무선을 5번 청취하면 얻을 수 있다.


2. I - 핵심[편집]


카이아틀의 발이 갑자기 지면에 닿는 것을 거부했다.

그녀는, 아니, 어느 정도 그녀의 육체에 가까운 그것은 지금 사이온의 정신계에 우아하지 못하게 둥둥 떠 있었다. 그녀는 기하학적 구조물이 옆을 스쳐 지나가는 것을 보며 붙잡으려고 손을 뻗었지만, 그녀의 손 역시 연기처럼 형태가 없었다.

그녀가 으르렁거렸다. "더… 선명하게 할 수 있나?" 그녀가 소리 내어 말했다.

성이 난 듯 재잘거리는 소리가 그녀의 머릿속을 채웠다. 하늘거리는 노란색 바탕에 구부러진 초록색 나무가 늘어져 있는 감정이었다.

"그러면 더 노력해 봐라." 그녀는 애정이 담뿍 담긴 말투로 말했다.

정신계의 바닥이 일그러지며 솟아올라 그녀와 접촉했다. 아무런 느낌 없이 여제는 똑바로 일어섰다. 그녀는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주위 공간이 휘돌았다. 빽빽하게 드리운 가스 공간을 통과하는 건 마치 두통 속을 걷는 것만 같았다.

그녀는 별다른 감흥 없이 회색 공간을 들여다봤다. 수호자와 빛의 군체가 맞서 싸우게 될 투기장을 둘러보는 건 꽤 실망스러운 일이었다. "이게 전부인가?"

사이온은 텔레파시 설명을 보냈다. 빛 없는 존재를 사이온의 정신계에 받아들이는 건 마치 흐릿한 거울을 들어 그 공간을 비춰 보여주는 것 같은 일이었다. 빛의 군체에게 그 공간은 지금과는 다른 훨씬 더 현실적인 것이 될 것이다. 수호자에게도.

"빛을 지닌 자들에게는 그렇다는 건가." 그녀는 한숨을 쉬었다. 그러자 노란 빛이 그녀 주위의 안개를 밝혔다.

그녀는 돌아섰다. 위쪽 높은 곳에 도미누스 가울의 거대한 모습이 발현되었다. 희뿌옇게 더러운 폭풍 구름이 소용돌이치며 그의 방어구 돌출부를 감쌌다. 그는 내면의 빛으로 타오르며, 패배했음에도 승리의 기색을 내비쳤다.

그녀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신경접속 창이 있는 수호자라면 이 상을 파괴할 수 있을 테지만, 그녀는 빛이 없었고 다른 존재와 정신계를 공유할 수 없었다. 그녀는 점점 커져 가는 분노를 느끼며 기뻐하는 가울의 얼굴을 바라봤다. 자기 머릿속 가울의 모습이 그토록 장엄하다는 것이 수치스러웠다.

사이온이 날카로운 경고를 보내 응답했다. 후회, 죄책감, 위험.

그녀는 이해했다. 이곳에서는 자기가 불러일으킨 대상을 마주하는 것이다.

가울의 모습이 사라지고, 밤하늘에 찬란하게 빛나는 토로바틀이 나타났다.

카이아틀은 절박하게 다른 생각을 떠올리려 했다. 그녀는 이그노분과 그의 우스꽝스러운 엄니가 달린 헬멧을 떠올리고, 피의 조약을 맺은 자발라 사령관과 그의 동료들을 실체화했다. 하지만 그들은 광활한 하늘 위에서 너무 희미하고 작기만 했다. 그녀는 자기 안에서 힘을 찾았고, 우문아라스의 형체가 구속을 벗어나 그녀 앞에 나타났다. 상처에서 피를 쏟으며, 그녀는 승리의 포효를 내질렀다.

카이아틀은 물러섰다.

토로바틀은 하늘에서 시들어 갔다. 그 초록색과 파란색 표면이 붉은색과 검은색으로 더럽혀졌다. 카이아틀은 재의 들판 위에 산처럼 쌓인 사체의 악취에 숨이 막혔다. 죽은 세계로부터 검은 연기가 쏟아져 나와 비명을 지르는 시부 아라스의 얼굴을 감쌌다.

그리고 뒤쪽에서 무언가 나타났다. 그녀가 알고 있는 것이었다.

시부 아라스가 하늘 높이 치솟아 있었지만, 이제는 아버지의 비대한 모습이 눈이 닿는 모든 곳을 가득 채우며 퍼져 나갔다. 그의 화려한 옷가지는 모두 빛이 바래 있었다. 보라색 비단에는 썩은 타액이 흐르고, 금빛 방어구는 고름으로 뒤덮여 있었다. 아버지의 형체가 기괴하게 부풀어 오르며 그녀에게 다가왔다. 그가 번들거리는 기름으로 덮인 입술을 쩍 벌리고 축축한 입이 드러났다. 툭 불거진 그의 두 눈이 사방으로 마구 희번덕거렸다.

정신계의 바닥이 솟아올라 방벽으로 변화했다. 사이온이 칼루스를 배제하려 하고 있었다.

"아니다." 그녀가 잔뜩 쉰 목소리로 명령했다. 방벽이 사라졌다.

그녀는 칼루스의 모습을 향해 다가갔다. 바닥이 마지못해 그녀의 발밑에 다시 형성되었다.

칼루스가 거칠게 포효했다. 그리고 한순간, 그녀는 거대한 아버지의 육체 위 한 마리 벼룩이 되었다. 그녀는 구름처럼 몽실몽실한 그 모습을, 아버지의 육신 안쪽을 통과했다. 와인과 피, 토사물의 시큼한 악취가 주위를 가득 채웠다.

그녀는 앞을 헤치며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부풀어 오르는 아버지의 더러움을 헤치고, 질식할 듯한 열기를 이겨내며 점점 더 깊이 들어갔다. 그녀의 형체가 의미를 잃기 시작했다. 악취를 풍기는 주위의 체제로 흡수되려 했다. 그럼에도 그녀는 싸웠고, 계속 싸움을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중앙에, 찬란하도록 선명한 형체가 서 있는 그곳에 도착했다. 그녀의 엄니에는 보석이 박혀 있고, 방어구는 화려했고, 두 눈은 반짝반짝 빛나고, 근육은 강인하게 불거져 있었다.

"거기 있구나." 카이아틀은 그렇게 속삭이며, 자신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


3. II - 헌신[편집]


"자네 컵을 가져온 건가?"

데브림은 그렇게 묻고는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그가 의자로 사용하는 잘린 통나무 옆에 다기 세트가 섬세한 균형을 이루며 놓여 있었다. 모닥불 건너편 세인트-14의 거대한 체격은 그 커다란 손으로 조심스럽게 들어 올린 파란색과 하얀색 도자기 찻잔에 비해 우스꽝스러울 만큼 커 보였다. 헬멧은 벗어 발치에 놓아둔 모습이었다. 그는 찻잔을 바라봤고, 서서히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뭐라고 하는 건 아니네." 데브림이 다시 말하며 자기 찻잔을 가리켰다. "그냥— 보통은 사람들이 애프터눈 티에 그렇게까지 준비를 하지는 않거든. 그런데 자네 찻잔은 아무래도 꽤 많은 전투를 거쳐 온 것 같군." 데브림은 농담처럼 쿡쿡 웃으며 이야기했지만 그의 평가는 정확했다. 세인트의 찻잔은 윗부분의 이가 군데군데 빠져 있었고, 손잡이도 언젠가 부러진 후 조악하게 다시 붙여 놓은 듯했다.

세인트는 웃었다. "유품이라고 할까." 그가 말했다. "찻잔 자체는 특별할 게 없지. 그냥 색칠한 도자기니까. 하지만 그렇게 부서졌기 때문에 중요한 거겠지." 그는 차를 마저 마시고 찻잔을 데브림에게 건넸다. 그는 조심스럽게 잔을 살폈다.

"어디서 구한 건지는 잊어버렸어. 오시리스와 내가 함께 살기 오래전, 그가 추방되기 전부터 우리 집 선반에 놓여 있었으니까. 언젠가 그가 우리 집 문을 벌컥 열고 싸움이라도 할 기세로 들이닥친 적이 있는데…" 세인트는 데브림을 바라보며 말했다. "오시리스는 화가 나면 아주 활발해져. 두 팔을 이렇게 벌리고 말이야!" 세인트는 팬터마임을 하듯 두 팔을 휘둘렀다. "생기가 넘치지."

데브림은 웃으며 세인트의 찻잔을 돌려줬다. "그런 것 같더군."

"그때 우린 말다툼을 했어. 난리도 아니었지. 그러다가 선반에 있던 찻잔이 떨어져서 깨진 거야." 세인트가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그러자 말다툼이 멈췄지. 우리 둘 다 미안한 기분을 느꼈어. 오시리스가 사과했고, 나도 사과했지. 그러고 나서…" 세인트는 멍하니 불을 바라봤다. "그가 내 볼에 손을 대더군. 그의 두 눈이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말을 했어. 그는 떠났고, 나는 찻잔 조각을 모아서…"

세인트의 목소리가 사그라들었다. 데브림의 눈에서 웃음기가 사라지고, 파문을 일으키는 차의 표면을 내려다봤다. "그는 좀 어때?" 데브림이 걱정스러운 마음에 지금껏 묻지 못한 질문이었다. 거기 응답하듯 세인트의 어깨가 축 늘어졌다. 대답은 그걸로 충분했다.

"좋지 않아." 세인트가 조용히 고백했다. "살아는 있는데… 그의 육체는 거기 있지만 정신은 그렇지 않아. 오랜 여행을 떠난 후에 집으로 돌아오는 길을 찾지 못한 것처럼. 아니면…" 세인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솔직히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었다. 다들 마찬가지였다.

데브림은 통나무에 찻잔을 내려놓았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세인트에게 다가갔고, 타이탄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데브림은 연민이 가득한 눈으로 세인트의 생생한 기계 눈을 들여다봤다. "마크와 내가 오늘 저녁 식사에 수라야를 초대했는데." 그는 주저하듯 희미하게 웃으며 말했다. "조금 갑작스럽겠지만, 자네도 함께하지 그래."

"난…" 세인트는 고개를 돌렸다. "그럴 수 없어. 혹시 모르니 오시리스 곁에 있어 줘야—"

"어차피 오늘 밤에도 많은 사람들이 오시리스 곁을 지키고 있을 걸세. 그는 혼자가 아니야. 자네도 혼자가 되어서는 안 돼." 데브림은 세인트의 어깨를 살짝 누른 후 손을 미끌어뜨려 치웠다. "저녁 식사야. 부탁이네."

세인트는 찻잔의 흠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그날의 기억 속으로 더 깊이 침잠했다. 그 순간을 다시 경험할 수 있다면 무엇이라도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오시리스를 곁에 둘 수만 있다면, 볼에 와닿는 손길을 다시 느낄 수만 있다면. 하지만 오늘은 그날이 아니었다.

"알았어." 세인트는 속삭였다.

내일도 그날은 아닐 것이다.


4. III - 냉각 단조[편집]


"새로운 빛 제군, 주목."

쇼 한은 발사 기지의 변방에 모여 있는 수호자 무리를 향해 말했다. 그의 뒤쪽으로는 고대 차량의 주차장이 넓게 펼쳐져 있었다.

수호자들은 새 방어구를 입고 불편한 차려자세로 꼼지락거리고 있었다. 한은 앞줄에 서 있는 덩치 큰 타이탄 뒤쪽의 수호자들도 볼 수 있게 녹슨 차 후드 위로 뛰어올랐다.

"적이 너희를 노리고 있다는 얘기는 다들 들었겠지." 한이 말했다. "군체 속임수의 신이 어떻게 한 건지는 몰라도 빛을 손에 넣었고, 이제 인류가 지금껏 상대한 그 어떤 악당보다 더 강한 적들을 보내서 너희 사체에서 생명을 빼내려 한다는 얘기 말이다."

한은 어깨를 으쓱했다.

"그 말이 맞아."

수호자들은 무기를 들고 경계하는 눈빛으로 하늘을 올려다봤다.

"그들이 발사 기지로 오는 건 자기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이야기가 전부 여기에서 시작됐기 때문이다. 수호자 한 세대를 전부 그 시작점에서 없애 버리고 싶은 거야." 한은 여전히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무기를 들고 있는 수호자들을 가리켰다. "너희가 아직 아무것도 모를 때 공격하려는 거지. 너희가 제대로 된 훈련을 받기 전에. 그러면 쉽게 쓰러뜨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다."

뒤틀린 금속의 바다 어딘가에서 날아오른 초췌한 까마귀가 스산하게 울었다. 한은 미소를 지으며 허리띠에서 작은 용기를 꺼냈고, 그걸 날카롭게 뒤튼 후 뒤쪽에 줄지어 잠들어 있는 차들 한가운데에 대충 던졌다.

수호자들이 다들 기대감에 몸을 앞으로 기울였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완전히 잘못 생각하는 거지." 그는 말을 이었다.

"적에게는 빛이 있다. 너희와 똑같이. 적은 강하다. 너희와 똑같이. 하지만 너희는 여기 이 옛 러시아의 심장부에서 관뚜껑을 걷어차고 되살아났다. 앞서 이곳을 스쳐 간 수많은 위대한 수호자들과 똑같이. 그리고 너희는 선봉대의 일원이 되었다."

한은 대기를 음미하듯 잠시 말을 멈췄다.

"그리고 선봉대의 일원이 된다는 것에는… 의미가 있다. 지금껏 이 세계에 알려진 가장 강력한 전사들이 여기 너희와 함께 있다. 아이코라, 자발라, 살라딘, 샤크스, 세인트-14… 그리고 군체를 끝없이 자기들 소굴로 몰아내고 있는 바로 그 수호자들까지. 그들 모두가 탑에서 너희 등 뒤를 지키고 있어."

"너희가 선봉대를 위해 싸울 것임을 보여줘라. 그러면 그들도 믿기지 않는 걸 보여줄 것이다. 너희는 별빛으로 방패를 엮는 방법을 배우고, 태양처럼 뜨거운 칼날을 휘두르는 방법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그의 뒤쪽에서 갑작스러운 폭발과 함께 흙과 녹슨 금속이 하늘 높이 솟구쳤다. 깜짝 놀란 수호자들이 옹기종기 모여들었다.

"—그리고 아마 함정지뢰 수류탄의 중요성도 배울 수 있을 거야." 한은 자리에서 돌아서며 말을 맺었다. 모래가 가라앉는 사이로, 빛의 군체 기사의 붕괴된 유해가 언뜻 보였다.

"잠깐." 그가 말했다.

그는 몸을 숙이고 기사의 유해에 다가가, 서서히 걷혀 가는 연기 사이로 손을 뻗었다. 그리고 빼낸 손안에서는 군체 고스트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고스트의 날카로운 의체가 한의 손바닥을 파고들었다. 깜빡거리는 초록색 홍채 위로 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너희 모두 여기서 죽고 말 거다!" 고스트가 쇳소리로 외쳤다.

한은 고스트를 단단히 붙잡고 다시 자동차 후드 위로 뛰어올랐다. "고스트를 처치하는 건 쉽지 않아. 우리 것도, 저들의 것도." 그는 말했다. "압도적인 화력이나, 아니면 아주 특별한 무기가 필요하다. 원인과 결과의 법칙을 벗어난 것. 초인과적인 것."

한은 모여든 수호자들에게 시선을 고정한 후 손안의 고스트를 으깨 버렸다. 그것은 이글거리는 불길의 섬광이 되어 터져 버렸다.

"우리 같은 것." 한은 말했다. "너희 같은 존재."

멀리 떨어진 숲에서 우렁찬 포효가 울려 퍼졌다. 검은 불길이 나무 위로 솟구치고, 마법사들이 하늘로 날아올랐다. 거칠게 울부짖는 오우거 떼가 지축을 울리며 들판을 가로지르고, 망가진 차들의 잔해를 손에 잡히는 대로 내던졌다.

"너희는," 굉음의 불협화음 위로 한이 소리쳤다. "한 명 한 명이 모두 빛의 선택을 받은 무기다. 물론 저 군체도 그러하고, 그러니 저들도 너희만큼 강하겠지. 하지만 그건 너희가 혼자일 때뿐이다."

"선봉대의 일원이 되었다는 건?" 한은 군체 병력을 향해 돌아섰다. 그의 총이 찬란한 금빛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너희가 혼자가 아니라는 뜻이다."

그리고 새로운 빛을 집어삼키려는 빛의 군체가 쇼 한의 곁에 다다랐을 때… 그들을 마주한 건 선봉대였다.


5. IV - 종료[편집]


까마귀는 두건을 끌어 올려 얼굴을 덮으며, 수호자의 우주선이 굉음과 함께 격납고를 떠나 진홍빛 요새로 향하는 카이아틀의 기함으로 날아가는 모습을 바라봤다.

그는 그림자에 몸을 숨기고 헬름을 향해 올라갔다. 눈에 띄는 옷을 입었음에도 어느 누구의 주의도 끌지 않으며 우아하게 시장의 인파를 요리조리 빠져나갔다. 그의 경쾌한 움직임과 달리 뱃속은 무거운 죄책감에 뒤틀리고 있었다. 살라딘은 그에게 정찰 임무를 맡겼지만 그는 지금 여기 있었다. 흔한 도둑처럼 살금살금 탑으로 숨어들고 있었다.

물론 심각한 결과가 뒤따를 테지만, 그는 받아들일 수 있었다. 누구나 희생을 해야 하니까, 그는 생각했다.

그는 숨을 죽이고 사이소리움으로 통하는 문을 열었다. 그의 등 뒤로 문이 찰칵 소리를 내며 닫히자, 그는 두건을 벗고 한숨을 쉬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까마귀는 죽지도, 살아 있지도 않은 상태로 억류 탱크에 떠 있는 빛의 군체를 올려다봤다. 사이온은 의자에 앉아 희미하게 움찔거렸고, 긴 손가락은 마치 물살을 더듬는 것처럼 아련하게 움직였다. 푸른 에너지의 맥동이 사이온의 두개골에서 번져 나와 기계 깊은 곳으로 흘러들었다.

"좋은 소식이 있다." 까마귀가 사이온의 곁을 지나며 명랑한 목소리로 말했다.

사이온은 늘 그렇듯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까마귀는 개의치 않았다. 아마 군체를 보존하고 그 정신을 뒤지느라 온 힘을 쏟고 있을 것이다.

"네 덕분에 전쟁이 끝났어." 까마귀는 말을 이었다. "그들이 수호자를 보냈다. 그 수호자가 맡았다면, 모든 게 끝난 것과 마찬가지야."

옛 기억 때문인지 목덜미가 간질간질했다. "믿어도 좋아."

까마귀는 기갑단 룬으로 뒤덮인 디스플레이 인터페이스를 향해 다가갔다. 그는 메뉴를 넘겨 보다가 한쪽 구석에 있는 낯익은 선봉대 기호를 찾았다. 그 기호를 누르자 화면의 언어가 바뀌었다.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미래에 군체의 비밀을 짜내느라 바쁘지 않다면 우리가 어떤 일을 해낼 수 있을지 상상해 봐라."

까마귀는 눈살을 찌푸리며 억류 탱크를 올려다봤다. "이런 추악한 일들을 모두 뒤로 한다면 말이야." 그는 그렇게 말하며 다시 메뉴를 스크롤했다. "그런데, 이걸 정지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그는 숨겨진 명령 디렉터리에서 답을 찾았다: 보안 > 우회 > 종료 > 즉시.

그는 잠시 머뭇거리며 살라딘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생각했다. 하지만 다른 누구는 몰라도, 그라면 그의 행동을 이해해 줄 것이다. "어차피," 까마귀는 나지막이 혼잣말을 했다. "옳은 길을 늘 쉽게 찾을 수 있는 건 아니니까."

까마귀는 명령을 실행했다.

기계의 조명이 서서히 빨간색으로 바뀌고, 그는 사이온을 향해 다가갔다. "널 여기서 꺼내 줄게, 친구." 그는 그렇게 말했고, 사이온은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그것은 눈을 천천히 깜빡이며 떴다. 까마귀는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안녕." 그는 말했다. "라면이라도 먹으러 가겠어?"

사이온의 머리 뒤쪽에 연결되어 있는 관을 따라 맥동하던 흐름이 느려지고, 까마귀는 바늘처럼 머릿속으로 파고드는 하얗게 타오르는 고통에 얼굴을 잔뜩 찌푸렸다. 명료하고 불가능하게 커다란 목소리로, 그의 머릿속에 단말마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멈춰!

기계가 털털거렸다. 중앙의 허브에서 불꽃이 튀었다. 억류 탱크의 전면이 거미줄처럼 갈라졌다. 제어판에서 전기가 방출되고, 까마귀는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아무런 경고 없이, 튜브로 이어지는 에너지의 흐름이 반전되었다. 푸른 파장이 빠르게 사이온을 향해 되돌아갔다. 그가 의자와 자신을 연결하는 케이블을 다급하게 뽑아낼 때, 첫 번째 피드백이 그를 때렸다. 그의 육체는 고통으로 경련했다.

사이오닉 에너지가 연속적인 파장으로 사이온의 두개골 아래쪽을 때렸다. 온몸의 근육이 툭툭 불거지며 그는 케이블을 잡아당기고, 두 손으로 주위를 할퀴었다. 그의 얼굴에 공포가 차올랐다.

맥동이 점점 더 빨라지고, 사이온은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높고 가느다란 소리였다. 그는 막대기 같은 한쪽 손으로 자기 머리를 때리며, 다른 손을 까마귀를 향해 뻗었다.

까마귀가 마주 손을 뻗었을 때, 또 한 번 에너지 파동이 사이온을 때렸고, 그의 망막이 파열하며 눈 전체가 검은 구체로 변했다. 까마귀는 공포에 질려 몸을 움츠렸다. 상상할 수 없는 고통이 그의 정신을 꿰뚫었고, 그는 바닥으로 무너져 내렸다.

기계에서 끼익 소리와 함께 연기가 분출되었다. 억류 탱크가 끓어오르고, 그 안에 있는 군체의 육체는 일렁이는 유체 안에서 기괴한 춤을 추었다. 요란한 사이렌 소리가 거칠게 이어지던 비명을 뒤덮었다.

기계 안에서 무언가 뚝 부러지고, 터덜거리던 기계가 멈췄다.

그리고 마침내, 침묵만이 남았다.


6. V - 증명된 의식[편집]


살라딘은 제국 순양함의 끝없이 웅웅거리는 엔진음 위로 울려 퍼지는 카이아틀의 목소리를 들었다. 피로 물든 모래 알갱이가 기갑단의 체격에 맞춰진 엘리베이터 천장에서 알알이 떨어져 그의 투구를 두드렸다. 그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환하게 불이 밝혀진 경기장으로 올라갔다.

"구른 오르오크, 여제를 섬기는 발루스여. 너는 지금 강철 군주 살라딘 포지, 여제를 섬기는 브라커스에게 도전한다. 네 계급이 이자보다 높다." 그녀의 말이 관중석을 맴돌고, 모여든 관중은 어느새 입을 다물었다.

"당연히 그래야 합니다." 그의 도전자인 오르오크는 열 걸음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서 있었다.

카이아틀이 다시 물었다. "왜 그에게 도전했지? 이 남자가 널 무시했나?"

오르오크가 그녀를 향해 돌아서며 발로 모래를 차올렸다. "저자는 자기가 기갑단이라도 된 것처럼 우리 전당을 거닐고, 우리 병사를 훈련시키고, 우리 식량을 함께 먹습니다. 그게 우리에 대한 모욕입니다. 저자는 기갑단이 아닙니다. 저만 이런 얘기를 하는 게 아닙니다."

살라딘은 카이아틀을 바라봤다. 그도 이번 사태를 중단시키려 했었다. 이성으로 불필요한 폭력을 잠재우려 했었다. 하지만 전통이라는 건 그렇게 쉽게 거부할 수 없는 것이었다.

며칠 전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짓이지. 장교들을 죽이는 건 아군을 약해지게 할 뿐이다." 살라딘이 카이아틀을 향해 나섰다. 그녀는 알현실 옥좌에 앉아 있었지만, 두 눈의 높이는 살라딘과 같았다.

"처음 만난 이후로 우리의 관점이 이렇게 달라졌다는 사실이 참으로 우습구나." 카이아틀이 툴툴거렸다.

"왜 이걸 받아들이는 거지?"

"반역의 수군거림을 잠재우는 건 아군을 약해지게 하지 않는다. 피로 권위를 세울 뿐." 카이아틀은 다시 책상 위에 쌓여 있는 수많은 데이터 패드를 바라봤다. "그가 굴복하면, 누구도 죽지 않아도 된다."

"퍽이나 그렇겠지." 살라딘이 비꼬는 투로 쏘아붙였다.

카이아틀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네 계급을 박탈하고 전쟁 야수 우리를 청소하는 일이나 시키려고 한다. 영원히 말이야."

"그게 목숨을 빼앗을 만한 일인가?"

"긍지라는 개념은 네게도 낯선 것이 아니지 않던가… 살라딘 '경'." 카이아틀은 그 칭호를 뱉으며 그의 곁을 스쳐 지나갔다.

살라딘은 코웃음을 쳤다.

여제는 그를 향해 돌아서며 알현실 문을 열어 그를 내보냈다. "네가 패하면 어떻게 할 건가?"

그는 당장이라도 숨이 넘어갈 듯 잔뜩 화를 내며 씩씩거렸다.

현재

카이아틀은 살라딘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오르오크를 향해서도. 두 사람도 마주 고개를 끄덕였다.

"증명의 의식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 이 의식은 공평한 전장에서 이루어지는 것이어야 했다. 우리는 그 전통을 존중한다!" 카이아틀이 자기 말을 강조하듯 주먹을 내리친 후 경기장 바닥을 가리켰다. "검을 이용한 단 한 번의 전투로, 하나의 생명을 겨룬다. 죽거나… 굴복하면 승자가 결정된다."

군중이 거칠게 포효하고, 무기 선반이 바닥에서 솟아올랐다. 오르오크는 육중한 대검을 들어 올렸다. 살라딘은 자신의 도끼가 거기 놓여 있는 걸 보았다. 그는 허락도 받지 않고 무기를 옮긴 카이아틀을 잠시 노려본 후, 그 도끼를 들어 올렸다.

두 사람이 무기를 들자, 증명의 의식이 시작되었다.

오르오크가 맹렬히 달려들어 대검의 검날을 살라딘의 갈비뼈를 향해 찔러 넣었다. 살라딘은 옆으로 움직여 기갑단의 거대한 칼날을 피하며 도낏자루로 그걸 내리찍었다. 둘은 힘을 뺀 공격을 몇 차례 주고받으며 서로의 공격 범위와 속도를 시험했다. 한순간 유리한 고지를 점한 오르오크가 빠르게 앞으로 돌진하며 살라딘의 허리를 향해 무기를 휘둘렀다.

살라딘은 아슬아슬하게 몸을 굴려 대검을 피했다. 금속과 금속이 충돌하며 그의 다리 방어구에서 불꽃이 튀었다. 그는 무릎으로 착지한 후 도끼의 뭉툭한 면으로 오르오크의 노출된 목덜미를 때렸다.

"지금이 항복할 유일한 기회다." 살라딘은 숨을 헐떡이며 비틀비틀 물러나는 발루스를 향해 말했다. 오르오크의 기침이 웃음이 되었다. 그는 모래를 차올리며 대검을 머리 위로 치켜들고 도약했다. 살라딘은 바이저에서 모래를 닦아낸 후 도끼를 들어 오르오크의 묵직한 강타를 막아냈다. 강철 군주는 충격을 흡수하며 오르오크의 칼날을 흘린 후 도끼 머리에 걸었고, 무기를 회전시켜 커다란 자루 끝 장식으로 오르오크의 얼굴을 강하게 타격했다.

오르오크는 비틀비틀 물러나며 거칠게 무기를 휘둘렀고, 살라딘의 바이저가 쪼개지며 피가 흩뿌려졌다. 강철 군주는 망가진 투구를 던져 버린 후 피를 닦았다. 그는 무자비한 칼날을 피해 몸을 숙이며 앞으로 나아갔고, 두 번째 공격을 도끼로 막은 다음 그대로 발루스의 손을 잘랐다.

"항복해라!" 살라딘은 모래에 쏟아지는 피를 보며 으르렁거렸다.

오르오크는 그를 보고, 잘려진 자기 손에 붙들린 대검을 보고, 다시 살라딘을 바라봤다. "네게는 할 수 없다." 그는 대검을 향해 몸을 날렸다.

살라딘은 무기를 휘둘렀고, 오르오크는 턱을 맞고 피를 토했다. 잠시 동안 그의 온몸이 뻣뻣하게 굳고, 결국 풀썩 쓰러져 내렸다.

강철 군주는 한숨을 내쉬며 도끼를 뽑아냈다. 그는 어느새 기갑단에 어울리는 전사가 되어 있었다.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카이아틀의 목소리가 환호하는 군중의 목소리 너머로 울려 퍼졌다.

"일어서라… 발루스 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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