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티니 가디언즈/지식/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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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티니 가디언즈의 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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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봉대 업적 지식
빛 업적 지식
황혼과 새벽 업적 지식
어둠 업적 지식



1. 개요
2. 금고파쇄기
3. 폐허의 형상
4. 여행자가 선택한 자
5. 최후의 성채 의체
6. 감시관의 통곡자
7. 은빛 날개 씨앗
8. 무기
8.1. 거짓된 약속
8.2. 속삭이는 석판
8.3. 차가운 부정
8.4. 헛된 맹세
8.5. 유혹의 갈고리



1. 개요[편집]


출현의 시즌 아이템을 위한 문서이다.


2. 금고파쇄기[편집]


"1인 사설 보안 업체라고 할까." —방랑자

버려진 우주선의 칸막이벽에 구부정하게 기댄 방랑자의 앞 테이블 위에 어둠의 티끌이 아무렇게나 쌓여 있었다. 방랑자는 방만해 보이는 자세와는 어울리지 않는 날카로운 눈초리로 거구의 타이탄을 쏘아보았다.

"겨우 이런 티끌 나부랭이 때문에 여기까지 와서 날 귀찮게 하다니. 정말 놀랐어, 족서. 이오의 궤도에서 무슨 큰일을 맡았다며. 선봉대라면 거기 있어야지." 방랑자의 손은 은근슬쩍 금이 잔뜩 간 굵은 후미장전 유탄 발사기의 손잡이에 가 있었다. "요즘 아주 철저하게 선봉대 노릇을 수행하고 있지 않았어?"

족서는 코웃음을 쳤다. "귀찮게 하러 온 것 아닙니다, 방랑자. 오히려 그 반대지요. 친구로서 경고하러 온 겁니다."

"친구라고? 우리 사이가 그렇게 됐나?" 유탄 발사기를 쥔 방랑자의 손에 힘이 더 들어갔다. "이거 정말 수상쩍은데. 제대로 설명해봐, 족서. 아님 나랑 사생결단을 낼 각오를 하라고."

타이탄은 짜증을 내며 고개를 흔들었다. "저 피라미드 때문에 우리가 전멸할 뻔한 적이 있다는 얘기가 있지요. 아무도 확실하게는 모르지만. 하지만 정말 적대적인 관계가 된다면, 눈 깜짝할 사이에 사태가 악화될 겁니다. 그때 어둠의 티끌을 쥐고 그 틈에 껴있는 건 어리석은 짓이에요."

"내가 어디에 있든 그게 너하고 무슨 상관인데?" 방랑자는 갑판을 디디며 물었다. 그리고 자세를 꼿꼿하게 세우며 유탄 발사기에 손을 댔다. "내가 네 앞길을 막는다면 몰라도."

족서는 항복하는 척 두 손을 들어 올렸다. "마음대로 생각해요. 전 변하고 싶어서 여기까지 왔다고요. 화해의 제스처를 취하려고요. 갬빗 프라임에서 있었던 일을… 만회하고 싶어서 말이지요. 그 일환으로 당신에게도 한동안 가만히 있으라는 충고를 하러 온 거예요." 어둠의 티끌에 눈길을 주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당신이 듣고 싶지 않다면 마음대로 해요."

족서는 우주선 후미로 터덜터덜 발걸음을 옮겼다. 에어 로크가 열리면서 방랑자가 외쳤다. "방어구 참 멋진데, 족서. 그거 어디서 났는지 잊지 말라고."


3. 폐허의 형상[편집]


수많은 파멸의 날개로부터 이 죽은 세상을 변형할 수 있는 바람이 붑니다.

"이건 아닌데."

밴시-44가 형상의 프레임을 스펙트럼 분석기로 눌렀다.

자발라 사령관이 돌아서서 작은 황금색 무기 상자의 뚜껑을 닫고는 밴시 곁으로 다가왔다. "뭘 찾았나?"

"음, 규화목은 아니지만 분명히 유기체입니다."

"이상하군." 자발라는 무기의 프레임 위를 손가락으로 훑으며 말했다.

"저라면 그러지 않겠습니다."

희미한 냉기가 자발라의 손가락 끝 체온을 뚫고 스며들었다. 그는 재빨리 손을 뗐다. "에리스의 보고서에 이런 얘기는 없었는데." 그의 목소리는 겨울의 죽은 공기로 발화한 듯 옅고 실망감이 가득했다.

"수호자도 체감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밴시는 철컹 소리와 함께 분석기를 도구 쟁반에 놓았다. "조금 흡수하고, 공허를 밀어냅니다. 하지만 신호는 모호합니다. 거칠어요."

봉쇄된 창문과 그 아래의 텅 빈 거리에서 유발된 긴 침묵이 작업장에 내려앉았다.

그들은 무기를 내려다보며 서 있었다. 밴시는 시선을 내리깔고 희미한 잡음에 맞춰 고개를 까딱거렸다.

"뭐라고 하셨죠?" 무기 장인의 목소리에서 사과하는 기색을 느낄 수 있었다.

자발라는 밴시의 어깨에 손을 얹고 웃으며 무기를 가리켰다. "착용자의 빛을 이용하는 장비도 전례가 없었던 건 아니네."

"이용하는 게 아니에요. 먹어 치우죠. 먹성도 아주 좋아요. 그래서 뭐랄까, 일종의… 변환기처럼 작동합니다."

"위험한가?"

"아니요. 수호자도 체감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보고서로 정리해 드리죠."


4. 여행자가 선택한 자[편집]


"이제 남은 건 우리의 믿음뿐일세."

골 형성의 소굴로 들어서자 그는 거기 있다.

그가 고개를 기울여 옆쪽을, 여행자 쪽을 바라보는 모습이 보인다. 크지 않은 목소리로 말하고 있지만 내게도 그의 이야기가 들린다. 귀를 기울이고 있다면 누구든 들을 수 있을 것이다.

그는 대답을 기다리고, 나도 역시 잔뜩 긴장하고 호기심이 앞선 채 기다리고 있다. 충직한 강아지처럼 그는 조용히 기다리고 있다. 내게는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그에게는 침묵 속에 몇 시간이 느릿느릿 흘러간다.

그의 여행자가 대답한다면 그 목소리를 지워 버릴 준비가 되어 있지만, 아무 대답도 들리지 않는다. 난간을 붙잡은 그의 손에 힘이 들어간다.

그의 안에서 뭔가 움직이는 것이 느껴지고, 새로운 가능성이 모습을 드러낸다.

**

나는 한 번 더 소켓을 향해 몸을 밀어붙인다. 내 열의에 떠밀린 그물에서 희미하게 삐걱 소리가 난다.

누군가 다가오자 그는 여행자를 향해 등을 돌린다. 불그레한 몸부림 때문에 자세히 보이진 않지만 뭔가 교환된다.

그는 보고를 받는다. 그에게서 희망이 새어 나온다. 그는 전령에게 신념의 징표를 준다. 그들은 의미를 이해하지도 못하고 받아들인다.

그는 그들이 떠나는 모습을 지켜본다. 그의 중앙이 텅 비어 있다. 아름답다.

**

나는 조심스럽게 돌아온다.

그가 보이지 않지만 들을 수는 있다. 그는 슬픔이 가득한 목소리로 모두에게 말한다.

내가 얼마나 역행했는지 알아내야 한다. 나는 조심스럽게 그를 향해 다가간다. 힘. 밀어붙여 봐도 달큰하고 부드러운 부식만 느껴질 뿐이다.

나는 기쁨에 의식이 혼미하다. 그것은 그들에게 답을 주지 않았다. 그건 멍청한 근육의 경련과도 같은 반사 작용이었다.

내 안에서 기쁨의 노래가 차오른다.

지금.

5. 최후의 성채 의체[편집]


방어선을 지키는 고스트에게 적합합니다.

늙은이가 제 앞에 앉자 한때 수호자였던 이는 차 두 잔을 가져오라고 신호했다. 차가 나오는 동안 둘은 인사를 나누었다.

과거의 수호자는 차에 입김을 불었다. "며칠 전에는 진짜 죽을 뻔했어. EDZ에 있었는데, 한 500미터 떨어진 곳의 갬빗을 구경하고 있었거든. 이오에서 구한 고해상도 조준경으로 말이야. 폐허 속에서 고구경 저격총으로 마구 공격을 날리는 헌터가 있었지."

"그 헌터가 조준하고 있다가 쐐기 수류탄을 맞아 버린 거야. 그래서 그 총알이 나한테로 날아왔어. 내 귀에서 손가락 한 마디 정도 거리를 스쳤다니까. 그 회전력이 느껴질 정도였다고." 종업원이 다가와 탁자에 피스타치오가 담긴 작은 그릇을 내려놓았다.

"고마워, 낸스." 늙은이가 피스타치오를 집어 먹으며 입을 열었다. "거참 아슬아슬했겠군. 바지에 오줌이라도 지리진 않았어?"

"천만에. 전혀 꿈쩍도 안 했다고." 과거의 수호자가 고개를 흔들었다. "그동안 수없이 죽고 부활해온 덕분에 내가 방금 거의 죽을 뻔했다는 것조차 의식하지 못했어. 진짜로 죽을 뻔했는데 말이야. 리아드리스가 이젠 없다는 걸 완전히 잊고 있었어."

"그리운 건가?" 늙은이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

"당연하지. 몇백 년을 살다 보면 친구를 사귀지 않게 된단 말이야. 목숨이 유한한 인간 친구는 말이야. 죽는 걸 지켜보는 게 너무 힘들어져서 말이지. 다른 수호자나 화력팀 동료와 친해질 수는 있겠지만, 인생에 대해 현실적인 관점을 가진 친구는 만나지 못하게 된단 얘기야. 근데 리아드리스가 바로 그런 친구였단 말이지. 고작 자의식이 있는 에너지 신호인 주제에 정말 현실 감각이 뛰어났다고. 비록 고스트에 불과했지만, 나는 사람처럼 생각했어. 친구로 대했다고."

과거의 수호자는 눈가에 맺힌 눈물을 훔쳤다. "정말 그리워."


6. 감시관의 통곡자[편집]


모두가 당신이 다가오는 소리를 두려워할 것입니다.

옥좌에 앉은 거미는 모든 손끝을 위로 향하게 겹치며 오만한 표정으로 내려다보았다. 그의 앞에는 엉망이 된 상태의 방어구를 두른 워록이 서 있었다. 무기는 들고 있지 않았다.

"자네 수호자들은 뒤엉킨 해안에서 벌어지는 폭력과 거짓을 지켜보면서 자기들과는 상관없는 척 고고하게 굴지. 하지만 붕괴 이전의 인간 격언대로, 까마귀 노는 곳에 백로가 가면 백로도 검어지게 마련이지."

거미는 상체를 앞으로 숙여 꾀죄죄한 수호자를 눈여겨보았다. "아주 꼴이 말이 아니군, 워록. 그냥 보기만 해도 뻔하지." 비록 워록은 고집스럽게 팔짱을 끼고 있지만, 그 금속 헬멧 안에선 수치로 얼굴이 빨갛게 익었음을 거미는 느낄 수 있었다. 거미는 낮은 목소리로 키득거렸다.

"다행히, 아직 자네의 명예를 회복할 시간이 조금 남아있어. 아무도 자네의… 일탈을 모르게 할 수 있지. 이곳에서 화력팀이 사라지는 건 자주 있는 일이니까. 자네가 한 짓을 아는 건 소수에 불과하고, 나는 그들이 무엇을 목격했는지 잊어버리도록 설득할 수 있지. 그 대가로 자네는 내 편의를 위해 봉사하기만 하면 돼."

거미는 상체를 앞으로 숙이며 목소리를 위협적으로 낮추었다. "싫다면 자네는 알아서 목숨을 챙겨야 할 거야. 난 지금 자네가 가진 걸 모두 빼앗을 수도 있어. 자네의 무기며, 참새며, 지금 두르고 있는 방어구까지. 자네의 목숨까지 빼앗지는 못하겠지만, 완전히 빈털터리로 만들어줄 수는 있지."

거미는 과장된 몸짓으로 가장 아래의 팔을 펼쳐 보였다. "자, 어떻게 할 생각이지?"

워록이 코웃음 치며 대답했다. "빛을 잃는 한이 있어도 내가 너를 위해 일하는 일은 없을 거다."

거미의 손짓에 그 부하들이 무기를 들었다. "쓸데없이 자존심을 세우는군. 선봉대도 늘 그래서 실패했지. 좋아, 그럼. 벗겨라."


7. 은빛 날개 씨앗[편집]


쉽게 변하고 굶주려 있는 존재. 어떻게 변할지는 묻지 마세요.

[GST-ENCODED=9: Sndr.1//MSTC

[GST-ENCODED=9@: Rcpt.1//GLNT; Rcpt.2//SCRB

우리 삼인조에게,

걱정스러운 마음에 이 편지를 씁니다. 그와는 별개로 제가 알아낸 것들도 포함하였습니다. 우리 서신에까지 긴장 관계가 드러나기 시작하는 것을 느끼며, 현재 상황의 중차대함에 관해 여러분에게 다시 한번 알려드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선봉대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접촉이 이루어졌습니다. 저도 느꼈습니다. 무시할 수도, 씻어낼 수도 없습니다. 그것만큼은 여러분도 알고 계시겠지요. 그건 유혹이 아닙니다. 질병이 아닙니다. 이성에 대한 호소입니다. 그 가치는 이미 알고 계시겠지요. 타나토노트들은 아주 오랫동안 이 질문을 탐구했습니다. 그들이 걸었던 길을 전 그저 평행으로 따라가고 있을 뿐입니다. 여기에 절 버리지 마십시오. 시간이 별로 없습니다. 남은 건 그게 전부일지도 모릅니다.

아이코라, 당신이 문의하신 것에 관해 말씀드리죠. 참, 물어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직접 오지 않으신 것에 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겠습니다.

물론 두 번째 나무가 있습니다. 나무는 성장했고, 거기에서 수호자가 연구에 쓸 씨앗을 확보했습니다. 나무의 부모가 검은 정원에 떨어진 이상, 이번이 귀한 기회일 수 있습니다. 전 이제 가장 덜 보호된 비밀을 기록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본성은 유체입니다. 아니요, 애셔, 물리적으로 유체라는 말은 아닙니다. 그건 통합의 엔진으로 작동하여, 그것이 접촉하는 것을 자체 구조에 병합합니다. 초인과적 에너지를 흡수합니다. 빛. 어둠. 이들은 그 모든 입자를 정복하려 서로 다투고 있습니다.

우리가 그 껍질 안에서 양육된 존재를 벗겨 내는 행위인 두 번째 제막을 실현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이 위에서 우리는 아직 오지 않은 길을 걸을 것입니다. 답은 여러 가지이지만, 아직 질문은 남아 있습니다. 누구에 의해 심어진 것일까요?

이 메시지가 여러분께 잘 전달되기를 바랍니다. 고통이 적기를 희망합니다.

여러분의 생각을 기다리겠습니다.

용맹스러운 자, 신비로운 자, 서기에게: 우리의 결속이 굳건히 유지되길. 영원한 맹세와 함께,

에리스 몬

8. 무기[편집]



8.1. 거짓된 약속[편집]


희망이 절실하게 필요한 자들의 손에 들려 있습니다.

거미는 방랑자를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훑어봤다.

"으음. 내가 가장 좋아하는…" 거미는 에테르를 조금씩 끌어 당기며 방랑자에게 어울리는 명칭을 찾았다. "흠…아니야."

"이걸로 될까?" 방랑자는 하늘을 향해 고개를 까딱이며 빈 에테르 깡통을 리프에 떠 있는 티끌 밖으로 차 버렸다. 전쟁지능이 새로 무기를 발사하고, 광활한 소행성과 먼지구름 너머 별이 흩뿌려진 바다 위에 타오르는 붉은 빛줄기와 함께 새로운 별자리가 그려졌다.

"정말이지 엄청나군. 굉장해." 거미는 수송선에서 홀로 내려섰다. "우리도 조금 더… 잘 보호되는 곳에서 만날 수 있지 않았을까."

"나와 만나는 모습을 보이기가 싫은 거야?"

"거미는 모두의 친구지만, 내 친구가 모두 친구는 아니지." 거미가 방랑자에게 시선을 집중하며 말했다. "나를 찾아왔어야지."

"네 주위엔 사람이 너무 많아. 언제 네 등을 찔러도 이상하지 않은 사람들 말이야."

"도망치면," 거미의 목소리가 떨렸다. "모든 사람에게 등을 보이게 되지."

방랑자는 잠시 멈춰 서서 황량한 풍경을 둘러봤다. 우주에 작은 바위들이 떠 있었다. 그것들은 서로를 향해 천천히 움직여서 접촉한 후 무작위 궤도로 튕겼다. 개중 일부는 파괴적인 결합을 통해 서로 들러붙었다. 그는 바위들을 한동안 노려보다가 거미를 향해 돌아섰다. "잠깐 걷지. 여긴 사방 몇 킬로미터 내에 아무도 없어."

거미가 몸을 펴고 후루룩 소리와 함께 호흡기에서 긴 숨을 들이쉬었다. 완전히 일어선 거미의 그림자 안에서 방랑자는 난쟁이 같았다. "고립은… 보호와는 다른 거야, 친구."

"앞으로의 일에서 우정이 우릴 구할 수 있다는 건가?" 방랑자는 손가락 끝을 붙이며 두 손 사이에 삼각형을 닮은 공간을 만들었다.

"가능성이 크진 않지만…" 거미의 배에서 으르렁거리는 듯한 웃음소리가 울려 퍼지며 발아래 성긴 흙을 뒤흔들었다. "위로해 줄 사람이 필요했으면 나를 찾아오면 안 되지."

"나도 알아. 넌 지난번에 도망치려고 해 봤잖아. 효과는 없었지만. 그래서 이제 숨으려는 거겠지. 한 가지 충고해 주지. 그것도 효과가 없을 거야."

"숨는다고?" 거미가 물었다. "판이 바뀌고 있어. 정리되고 있다고. 나는 참여하는 게 아니라, 말의 가격을 매기기만 하면 돼."

"냉정하군. 세계가 끝나려 하는 상황에서도 장사를 하겠다는 건가."

"'끝'은 관점에 따라 달라지는 문제지. 대규모 파괴는 보통," 거미는 잠시 말을 멈췄다. "수익성이 좋아."

"아무것도 남지 않으면? 뼈와 거죽만 남으면 어떻게 할 건데?"

"뼈 중에는 상아가 있기 마련이지."

"헛소리."

거미가 거친 숨을 내뱉었다. "하."

"자네를 보면 우리 동포가 떠올라." 거미는 손가락으로 공중에 떠가는 작은 흙덩이를 감쌌다. "다들 자네처럼 겁에 질려 소용돌이를 바라보지." 그리고 그는 손을 움켜쥐어 흙을 단단하게 압축했다. 거미가 손을 펴자 흙덩이는 몇 개의 조각으로 나뉘어 흘러갔다. "하지만 우린 이렇게 살아가고 있지."

"그래. 몰락한 채."

"몰락자. 나는 마녀와 켈, 수근거리는 요원들을 좋아하지… 종류와 상관없이 말이야. 내 거미줄은 방대하고, 난 충분히 내 유용함을 증명해 왔다.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건 왕들에게 맡겨. 난 그냥 결승전만 주최할 테니까."

"수호자 얘긴가? 솔직히 말하면, 전부 쉽게 속는 친구들이야."

"쉬운 건 변할 수 있어. 절망이 찾아오면… 더 쉬워지지."

"그래." 방랑자는 배낭에서 각성자 특유의 디자인으로 제작된 작고 화려한 상자를 꺼냈다. "이건 누구에게 주려는 건데?"

거미는 방랑자 쪽으로 가까이 다가갔다. "친애하는 변절자 나으리, 선택지는 거미줄에 얽혀 있어." 그는 우성 손으로 상자를 받아든 후 다른 손으로 고스트 의체가 담긴 자루 두 개를 방랑자의 손에 내려놓았다.

"그 작은 상자를 구하려고 지옥을 뒤집어 놔야 했다고. 왕좌도 따라오지 않는데 말이지." 방랑자는 목소리가 떨리지 않게 하려고 이를 악물고 차분하게 말했다.

거미는 온몸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끼며 달각거렸다. "아니, 그냥 거울일 뿐이지. 괜찮은 거래였어, 친구." 거대한 몰락자 두목은 돌아서서 떠나려 했다. "잊지 마… 쓸모없어지면 안 돼."

"그들을 찾아내면, 과거가 널 찾아오지 않을까?"

"거미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지."

"다행이군."

8.2. 속삭이는 석판[편집]


아직 실현되지 않은 슬픔의 노래를 부릅니다.

에리스 몬은 커다란 가방에 작은 가방들을 욱여넣고 있는 초췌한 방랑자를 향해 조용한 발걸음을 옮겼다. 버려진 지역 전체에 흐릿하게 소진된 티끌이 잔뜩 흩어진 채 소멸해 가고 있었다. 그녀는 바닥에 떨어진 티끌을 주워 불타는 자신의 빛을 그 갈라진 표면에 비췄다. 빛은 갈라진 틈을 벗어나려 하지 않았다. 그녀는 소멸해 가는 티끌을 다시 떨어뜨렸고, 티끌은 바닥의 쇠 격자에 떨어져 산산이 깨졌다. 유리잔을 떨어뜨린 것처럼 청명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방랑자는 소리가 들린 방향을 향해 몸을 빙글 돌리다가 균형을 잃은 듯 비틀거렸다. 그의 손이 총집에 들어 있는 신뢰를 향해 미끄러져 가는 순간, 그는 상대를 알아봤다. "다른 사람을 그렇게 살금살금 덮치지 말라고 아무도 얘기 안 하던가? 무례한 짓이라고."

"기억해 두지. 떠나려는 건가?"

"잠깐 바람이나 쐬려고. 그런데 어떻게 들어온 거지?"

"에어로크가 열려 있던데."

"으흠."

"당신의 무의미한 경주에 참여하러 왔다고 하면, 그 말투가 좀 달라질까?"

"으흠…"

에리스는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방랑자에게 다가갔다. "당신의 도움이 필요해."

"으흠." 의심에 가득 찬 그의 이마에 주름이 잔뜩 생겼다. "왜지? 아직 우주를 구하지 못했나?" 방랑자는 돌아서서 가방을 가방에 넣는 작업을 계속했다.

"계속 위태로워지기만 하는 것 같다. 솔직히 말해서 내가 도움이 된 건지도 모르겠어."

에리스가 그에게 가방을 건넸다. "당신의 지식이 필요해."

"네가? 설마."

"최근에 다소 걱정스러운 경험을 했다."

"그래, 사는 게 다 그런 거지."

"알아야겠다." 그녀는 잠시 주저하며 말했다. 어중간한 자제심이 신성 모독을 저지하려고 발버둥 치는 것 같았다. "어둠의 말을 해석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 줘."

"내가 무슨 떠돌이 현자라도 되는 줄 알아? 집어치워. 짐 싸는 중이니까."

"날 무시하지 마." 에리스의 목소리가 차분하게 찔러 왔다. "우리 둘 다 표면 아래를 봤잖아."

방랑자는 손에 들고 있던 가방을 내려놓은 후 작업대에서 녹색 동전을 집었다.

"애셔는 생각에 잠겼다." 에리스는 옆에 있던 작업대에 조용히 손을 얹으며 말했다. "아이코라는… 노력하고 있어. 귀를 기울여 보지만, 이해하지는 못하지. 정말 듣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방랑자는 동전을 주머니에 넣고 몸을 돌려 그녀를 바라봤다. 그는 깊숙이 들여다봤다. "경험은, 아주 더러운 거지." 그는 버려진 지역의 통로를 내려다보고, 다시 그를 화물로 인도해 줄 문을 바라봤다. "도움은 공짜가 아니야. 내가 도와주면 넌 내게 빚을 지는 셈이라고."

에리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방랑자는 작업대의 물건을 모두 치워 버리고 접이식 의자를 꺼내 앉았다.

"시간이 얼마나 있지?"

두 사람은 앉았다. 그리고 이야기했다. 들었다. 버려진 지역이 지구 궤도에 머물러 있는 동안 빛과 어둠에서 벼려진 결합이 비밀을 교환했다. 맹약이 체결되었다. 조만간 두 사람 사이에는 의식적인 침묵만이 남았다.

"다음에 달에 갈 때는 장화의 먼지를 털어. 내 바닥에 더러운 걸 남기지 말고."

에리스는 고개를 가로젓고는 에어로크를 향해 갔다.

방랑자가 그 뒷모습을 향해 소리쳤다. "다음엔 연락부터 해! 그 멋진 눈을 날려 버릴 뻔했잖아."

"다음에는 당신의 괴팍한 성향에 조금 더 신경을 써 주지."

8.3. 차가운 부정[편집]


실패에 맞설 때를 위한 익숙한 도구입니다.

전기 에너지가 요동치는 철망에 갇힌 마법사는 지면에서 한 뼘 정도 떨어져 부유하며 수평으로 움직였다. 군체 부관이 몸부림칠수록 철망이 요란하게 파지직 소리를 냈다. 워록은 포로를 불안한 눈길로 훔쳐보았다.

"수호자는 모욕이다. 검의 논리는 약자에게 죽음이다. 병자에게 죽음이다. 약자를 생존하게 두는 것은 곧 약점을 노출하는 것이다." 마법사는 수호자의 고스트가 통역할 수 없는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한동안 내뱉었다. 워록은 그게 욕이려니 했다.

"우리의 견해 차이가 네게는 행운이지. 우린 단순한 힘만 숭앙하지 않거든. 우린 힘을 가치 있게 만들어주는 모든 것을 귀하게 여겨. 독창성이라거나, 인정이라거나, 우정 같은 것 말이야." 수호자는 불안한 눈길로 지평선을 훑어보며 말했다. 화력팀의 마지막 통신이 있은 지 벌써 30분도 더 지났다. "물론, 네가 이해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마법사는 이를 갈며 경멸을 표했다. "죽이면 모두 무가 된다. 죽은 인정은 아무것도 아니다. 죽은 친구는 아무것도 아니다. 죽이는 게 최고다."

"그렇다면 나도 지금 당장 널 죽여줘야겠구나." 수호자가 포로에게 쏘아붙였다. 화력팀의 무응답이 길어져서 신경이 날카로워진 상태였다. "그걸 원하는 거냐?"

"그래. 지금 죽여라. 논리다." 마법사는 두려운 기색이 전혀 없었다.

수호자는 고개를 흔들었다. "너넨 정말 최악이라니까."

대체 다들 어디 있는 거지?

8.4. 헛된 맹세[편집]


전신에 구멍을 만듭니다.

유형: 연결된 피드, 오디오

CZ: 라스푸틴이 무력화됐네. 그게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는 시간이 말해 주겠지.

FWC-L2: 찬란한 비극이군요. 다시 일어나 싸울 수 있기를.

DO-AJ: 사령관님, 다른 계획을 마련해 두셨겠지요? 조금 더 효과적인 계획이면 좋겠습니다.

[침묵]

IR: 그렇게 적대적일 필요는 없네, 자랄. 우린 계획을 세우려고 여기 모인 거니까.

DO-AJ: 하나 있었죠. 거부됐을 뿐. 그럴 시간은 이미 오래전에 지났습니다.

IR: 자네 계획은 여행자를 떠나는 거였잖아.

NM-EH: 쓸모없는 논쟁에 시간을 허비하느라 준비가 안 되는 겁니다.

FWC-L2: 우리는 도시에 찾아온 모든 전투를 통해 준비가 되었습니다. 이 전쟁은 별들에 새겨져 있던 겁니다. 오게 두십시오.

DO-AJ: 함대를 동원하세요. 총은 충분합니다. 그런 선택지라면 락슈미도 기뻐하겠죠.

FWC-L2: 그래.

IR: 자네들의 총으로는 아무리 사격해 봐야 총알이 전능자의 선체에 맞고 튕겨 나올 뿐이었네. 그걸로 피라미드는 어떻게 공격하려는 거지?

CZ: 붉은 전쟁에서 이미 결정된 사항이네. 달라진 건 없어. 상황이 심각해지면 예비 함대가 필요할 걸세.

NM-EH: 우리 황금기의 권좌에서 도망칠 순 없습니다. 전시 체제를 시행하십시오. 군주를 선택해야 합니다.

IR: [잘 들리지 않음]

NM-EH: 그 징조가 얼마나 오랫동안 달에 묻혀 있었습니까? 사령관님께서 그 점쟁이가 아닌 우리에게 맡기셨다면—

IR: 해독가들이 벌써 몇 달째 달의 데이터 피드를 해석하려 시도해 왔네. 그건 디지털화된 광기일 뿐이야.

FWC-L2: 전쟁지능의 무기는 작동하고 있습니까?

CZ: 아니. 그게… 독립적으로 작동할 수는 없네.

NM-EH: 그러면 아무것도 없는 겁니까?

CZ: 라스푸틴이 쓰러졌을 때, 피라미드의 본성에 관해 조사하고 그 의도를 파악하고자 은신자 요원을 보냈네. 수호자 대원들이 지원하고 있어. 우리가 인근 자산을 후송하고 교전 전략을 평가하는 동안, 그들이 어둠을 억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걸세.

[침묵]

CZ: 조급하게 서두르다가 우린 무방비 상태로 붙잡혔네. 다시 공격하려 한다면, 그 효과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 해. 기회는 한 번뿐일지도 모르네. 다들 지금까지 이 회담에서 좋은 의견을 들려주었네. 나도 그대들의 의견을 충분히 고려해 보았네. 집행자, 신 군주국에는 붉은 군단이 공격해 왔던 때처럼 너그러운 지원을 요청하는 바이네. 우리 동포의 움직임을 관리하고, 수라야 호손의 연락 담당과 협력하여 장벽 안에서 모두를 지켜 주게. 자랄, 죽은 궤도에는 우주선을 이용하여 사람들이 무사히 고향으로 갈 수 있게 도와줄 것을 요청하고 싶군. 그에 대한 보답으로 선봉대가 달에서 확보한 자원을 모두 이용하게 해 주지.

NM-EH: 조금 늦긴 했지만 수용할 수 있겠습니다.

DO-AJ: 일단은 상단을 보호하고 이주를 지원하겠습니다.

CZ: 좋아. 락슈미, 요새 프로젝트에 추가 인쇄가 필요하네. 에이다-1도 장비와 기술을 지원해 주겠다고 동의했어. 이 정도면 괜찮겠나?

FWC-L2: 우리 대장간은 이미 대기 중입니다. 저희도 브레이를 도와 전쟁지능에 가해진 피해를 분석해 보고 싶습니다.

CZ: 가서 얘기해 보게. 아나라면 분명히 수락할 거야. 그녀의 지시에 따르겠다고 동의해야 하겠지만.

FWC-L2: 그녀의 기여도는 크지 않습니다. 단순한 지원보다는 파트너십을 요청하는 것이 효과가 클 겁니다.

CZ: 그렇게 제안해 보게.

IR: 이렇게 합의하는 겁니까?

[여러 사람이 합의하는 뜻을 밝힌다.]

IR: 이상으로 마칩니다.

[부스럭거리고 두런거리는 소리]

[문이 닫히는 소리]

[침묵]

IR: 너무 많은 걸 주셨습니다. 다들 간섭할 생각뿐, 책임은 지지 않으려 합니다.

CZ: 둘 다 하게 해야지. 지금은 정치적인 갈등에 휘말릴 때가 아니네.

CZ: 그 요원이 에리스라는 걸 눈치채기까지 오래 걸리진 않을 걸세. 경고해 줘야 해.

IR: 제가 연락하겠습니다.

8.5. 유혹의 갈고리[편집]


적을 걸 수 있는 죽음의 손가락입니다.

"당신은 빛의 운반자를 외행성계로 데려다주었다." 오노르가 무기의 공이를 젖히며 말했다. "그들은 함께 돌아오지 않았군."

"나는 비밀을 알아냈다. 너희 사냥개들이 그 예스러운 금고에 감춰 뒀던 것 말이야." 솔라가 입술을 벌리며 붉은 미소를 지었다. "지금은 너희 편이 지고 있어."

"당신은 잃을 게 없다고 생각하나? 아니, 내가 빼앗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 심하게 착각하고 있군. 곧 후회하게 될 거야."

솔라는 오노르의 얼굴을 향해 침을 뱉었다. "네겐 한계가 있어. 주인이 있잖아." 솔라가 공격하려 움직이자 뒤틀린 빛이 손에서 아른거렸다. "그 목줄에 매달려 죽어 봐라!"

오노르는 거리낌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솔라는 쓰러졌다. "워록의 수치 같으니."

솔라의 고스트가 죽은 동반자 옆 공중에 가만히 떠 있었다. 산들바람이 그들 주위의 검게 타버린 풀에서 잿가루를 피워 올렸다. 고스트의 홍채가 실천의 감시인 둘 사이를 오가며 펄럭였다. 방아쇠를 당긴 워록과 최근의 죽음이 남긴 여파를 떨쳐 내고 있는 타이탄 파트너였다.

오노르가 동료를 향해 돌아섰다. "부활시켜서 다시 한번 물어볼까?"

타이탄은 가슴 방어구에서 피를 닦아냈다. 그의 고스트가 열심히 방어구를 수리하고 있었다. 심장 위쪽에 새로 난 총알 구멍이 있었다. "아니. 첫 번째에 자기 뜻은 명확히 밝힌 것 같아."

솔라의 고스트가 말했다. "제가 그럴 거라고 누가 그러던가요?"

"걱정할 필요 없어, 작은 빛. 네 수호자는… 접촉했어. 우린 도와주러 온 것뿐이야."

"우릴 없애러 왔다는 거겠죠."

"지금은 아니야. 너희가 가고 있던 곳의 좌표를 알려 줘. 그러면 도시까지 무사히 데려가 주지."

"글쎄요, 그럴 생각이 없었다면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을 테죠."

"우리가 중력 이상을 추적해 온 건 사실이야. 전쟁지능이 이상 현상이 외행성계를 통과해 가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으니까. 하지만 넌 이미 그 사실을 알고 있고, 찾아내는 방법도 알고 있겠지."

고스트는 "침을 뱉는" 소리를 흉내냈다. "조용한 여행자에게나 돌아가시죠. 더는 멍청한 명령을 받고만 있진 않을 테니까!"

오노르는 무기를 권총집에 넣고 몸을 움츠렸다. "바하가리…" 그녀가 말했다. 오노르 곁에 고스트가 나타났다. "우리 도구를 준비해. 이 녀석도 접촉한 모양이야."

바하가리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재빨리 멀어져 지시에 따랐다.

돌격자 타이탄이 다가와 손가락을 튕겼다. 짜릿한 번개 화살이 솔라의 고스트를 뒤덮어 의식을 빼앗았다. "이제 고스트에게도 영향을 주고 있군. 도시로 데려가야겠다. 다섯 명째야."

그는 고스트를 줍고 솔라의 사체를 어깨에 얹은 후 우주선을 향해 걸었다.

오노르는 돌아서서 그 뒤를 따랐다. "다섯 명째. 계속 증가하고 있어." 그녀는 솔라의 고스트에서 눈을 뗀 후 조용히 혼잣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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